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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4일 00시 28분 등록

함부로 껴안지 말라!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나무의 가지를 쳐내는 이유
과수를 재배할 때 일정한 시기가 되면 잔가지를 솎아주거나 잘라내는 가지치기를 한다. 이는 사람의 기준이지만 나무의 골격을 바로 잡아주며 실한 열매를 맺기 위함이다. 병든 가지, 제멋대로 자란 가지, 영양분과 수분을 헛되이 섭취할 가지 등을 과수의 종류와 환경에 따라 잘라내어 준다. 흔히 감귤은 가볍게 하고 포도는 매년 크게 가지치기를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나무의 나이가 더함에 따라 정도를 강하게 한다. 쓸모없이 굵어만 가는 가지들을 쳐내어 새로 난 가지들이 잘 자라나게 해주는 것이다. 결국 가지치기를 한 나무들은 자연 그대로의 나무보다 더 많은 과실을 맺고 더 긴 수명을 살게 된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사람과 조직 역시도 다를 바가 없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이 없는 법이다. 자신의 목표가 뚜렷이 서 있지 않으면 온갖 상념과 호기심의 가지들이 지천으로 뻗어 나간다. ‘사명과 목표’라는 전정(剪定)가위로 빗나간 가지를 쳐내지 않으면 사방팔방으로 자라난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가지들은 서로 영양분과 수분을 가지려고 매일 싸움을 벌인다. 각각의 가지들은 결실을 맺을 사명은 잊은 채 굵기와 분지를 얼마나 많이 내느냐를 두고 다투게 된다. 어디 사람만 그럴 것인가! 조직의 경우도 똑같다. 규모가 커 갈수록 많은 부서들이 생겨나고 수직체계와 직급이 늘어난다. 그러다보면 효율성은 고사하고 부서별 몸집불리기에 급급해진다. 보다 많은 예산을 따기 위해 애를 쓰고 실적 부풀리기와 상대방 흠집 내기에 열중하게 된다. 협동의 결실은 없고 경쟁의 이파리들만 무성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태풍이 불어오면 가지 많은 나무는 거대한 몸집을 이겨내지 못하고 우지끈 꺾이고 만다.

가지를 치다가 나무를 베지 말라!
뇌의 성장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는데 전두엽의 경우 9-10세에 급성장을 한다. 이 시기에 수많은 신경망(시냅스)이 형성되고 12세 무렵에는 유용한 시냅스만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잘려나가는 뇌의 ‘가지치기(pruning)’가 일어난다. 그런데 이 가지치기가 과도하게 시행되면 정보의 입출력의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위 이론은 없는 자극도 있다고 지각하는 환각을 특징으로 한 정신분열병의 한 원인 모델이 된다. 과도한 가지치기가 정상적인 지각의 과정을 훼손시켜 감각의 왜곡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위의 예처럼 가지를 무턱대고 잘라내서는 안된다. 근간을 헤치고 성장을 방해하는 정도만을 잘라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생명력을 잃게 된다. 풍성한 결실을 맺기 위해 가지치기를 했는데 과다하면 역으로 뿌리가 약해져 버린다. 가지, 잎, 열매가 없는데 뿌리가 할 일이 없지 않은가! 귀가 나온 가지를 치고 또 치다가 결국 밑둥치만 볼썽사납게 남겨두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변화라는 가지치기
무엇보다 존재하는 것들의 최고 원리는 ‘단순화(simplification)’이다. 각각의 사명에 맞게 단순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삶과 조직의 가지치기이다. 혹시 자신이 많은 사람들이 쉬어갈 정자나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굳이 이런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의 삶이 유실수라고 한다면 불필요한 가지들을 솎아내야 한다. 이것이 변화의 과정이자 선택과 집중이다. 내 것이라고 함부로 껴안지 말라! 내 몸에서 나고 자란 것이라고 다 보듬고 갈 필요는 없다. 사명에 비추어 수명이 다한 것은 잘라버려야 한다. 그것들은 새로운 생명을 위해 잘려나가 불쏘시개로 타올라야 한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가위’는 무엇을 지켜내기 위함인가? 무엇을 자를 심산인가? 혹시 자르는 재미에 왜 자르는지도 잊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자.
사명에 맞게 ‘뚝! 뚝!’ 내 마음의 낡은 가지들을 힘차게 쳐내자. 탐실한 열매한번 맺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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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06.15 23:27:49 *.190.172.240
요한님 저 요즘에서야 그 가위를 찾은듯합니다. 어떤 가위인가하면요. 무소유로가기위한 단순함을 행하는 것이지요. 아무것도 못버리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많이 벌어들이는 것보다는 조금벌어서 단순하게 사는 것으로 더 자유로와 질 수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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