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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4일 19시 42분 등록

'한시미학산책'의 마지막장을 헉헉거리며 읽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황진이의 시가 등장했다.

 '어? 황진이다!'

 

相思相見只憑夢           서로 그려 만나볼 길 다만 꿈길뿐이라

儂訪歡時歡訪儂           그대 날 찾아올 젠 나도 그댈 찾는다오.

願使遙遙他夜夢           원컨대 아마득히 다른 밤 꿈속에선

一時同作路中逢           한때에 길을 떠나 길 위에서 만나요.

 

안 되는 한문 실력으로 해석해 보고 있는데, 역시 정민 교수님은 친절히 해설에 나서셨다.

 

황진이黃眞伊의 한시〈상사몽相思夢〉이다. 양주동 선생의 번역으로 더 유명하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 임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양주동 선생의 번역....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밖에 길이.... 없어??

갑자기 머릿속에서 아릿하게 멜로디가 번져 나온다. 나 이 곡 아는데?

진짜 이 곡이 황진이의 한시에서 가져온 거란 말야? 얼른 인터넷에 쳐본다. 가곡 '꿈'. Enter.

황진이 詩, 김안서 譯詩. 김성태 曲.

진짜네. 황진이 시였구나. 기분이 묘했다. 한시의 엄청난 무게에 눌려 숨도 못 쉬고 있다가

산꼭대기 청량한 공기 한 모금 마신 것처럼 숨이 탁. 하고 트였다.

 

나는 열세 살. 피아노 방에서 가곡을 노래하고 있는 소녀다. 피아노 앞에는 오혜선 선생님이 앉아 반주를 해주고 계신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밝은 미소가 아름답던 연대 성악과 대학생. "아 아 아~ 아아... 아이우에오... " 발성으로 목을 풀고, 청음 연습을 한다. 그리고 전 주에 배웠던 한국 가곡과 이태리 가곡을 복습하고 새로운 곡을 연습하면 한 시간이 지나 레슨 마무리.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일주일에 한 번 내지 두 번씩 이런 레슨을 받았으니 웬만한 동요나 한국 가곡은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예고에 가려던 꿈을 접고 이제는 연구원의 길을 가고 있으니 음악의 길과는 멀어졌지만, 나의 저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웅크리고 있다. 그런 추억과 열정이 가끔씩 이렇게 생활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이번 8기 연구원 지적레이스의 주제가 '시'란 걸 알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대략난감'이었다. 나는 시와 친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고등학교 때까지 국어시간에 배웠던 시 이외에 내가 자발적으로 시집을 찾아봤던 건... 연애편지를 쓰기 위해 들쳐봤던 몇 권의 시집이 전부였다. (얼굴이 화끈화끈. 부끄럽다 >.<) 그래서 마지막 주는 내게 가장 힘겨운 레이스가 될 예정이었는데... 무릎을 탁. 칠만한 해답이 생긴 것이다. 가곡! 아... 내게 사랑과 이별과 삶을 가르쳐준 가곡이야말로 '노래가 된 시'가 아닌가.

히히히, 너무 신난다. 답을 찾았다.

 

내게 시란 노래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IP *.187.2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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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4 19:56:29 *.187.211.82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저의 칼럼은 음악으로 채워졌네요.

신기합니다... '나'를 주제로 해도 '시'를 주제로 해도 음악이 나오다니요.

지적 레이스를 하면서 제가 누구인지 점점 더 선명해 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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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4 22:42:12 *.47.75.74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자기 것으로 만들고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음악하는 사람이 제일 부럽습니다.

악기 하나정도는 연주할 줄 알아야 하는데...

다음에 만나면 가곡한 곡 부탁드려요~^^

꼭 듣고 싶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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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23:34:37 *.187.211.82

한승욱님,

음악은 참... 사람을 풍요롭게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전 어머니께 많은 빚을 졌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게 성악, 피아노, 가야금 등 많은 것을

다룰수 있도록 준비해 주셨거든요. 음... 요즘 제가 계속

읊조리고 있는 가곡은 '사랑'이라는 가곡 입니다.

기회가 되면... 안되는 실력이지만 한 곡조 뽑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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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0:43:47 *.51.145.193

저도 완전 같은 생각입니다. 노래와 음악이 없다면 인간은 너무나 볼품 없었을 겁니다.

황진이의 시에서 나라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한참을 시선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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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23:36:25 *.187.211.82

장재용님,

황진이라는 사람 참 매력있죠?

전 이 인물을 한번 탐구해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노래와 음악... 두말하면 잔소리 입니다.

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예술...그중에서도 음악이라고

믿는 사람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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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2:10:29 *.200.81.18

한문으로 직접 해석까지 시도하셨군요.^^ 저는 그냥 해석된 내용만 보았는데 대단하십니다.T.T  저도 음악을 참 좋아했었는데 안타갑게도 듣는 귀말고는 없어서...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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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23:39:23 *.187.211.82

음... 한문... 중학교때 새벽마다 서예학원에 다녔는데,

그 시절 많은 한자를 접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멋진

한문 선생님을 모신덕에 한문을 어느정도는 해석할수 있었답니다.

어렸을 때의 경험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안되는 실력으로도

한번 시도해 보고 싶은 의지가 불끈. 생기거든요.

덕분에 이번 책은 다른 책을 읽을 때 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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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문윤정
2012.03.06 01:21:32 *.85.249.182

책 읽을 때는 황진이 시를 그냥 쓱 읽고 지나쳤는데,

터닝포인트님이 언급해서 다시 보았어요.

가슴에 바로 꽂히네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음악이야기 해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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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23:41:10 *.187.211.82

정말요. 황진이란 사람은 많은 재주와 매력을 가졌던

사람이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음악... 전 그냥 느끼는 편이라

컨텐츠는 많이 없지만 추억이라도 좋으시면... 해드릴꼐요 ^^

좋아하는것을 함께 나눌 분들이 생기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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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01:54:45 *.123.71.120
제가 제일 부러워하는 재능 중 하나를 가지셨어요^*^ 완전 부럽다는... 터닝포인트님이 시를 안보신것은 이미 삶이 시이셨으니... 노래가 모두 시였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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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23:42:39 *.187.211.82

재능... 은 아니구요... 남앞에서 뭘 할 정도로

대단한 실력도 아니예요. 그냥 저 혼자 좋아서 즐기는 정도지. ㅋ

근데 삶이 시였다는 말은 참 감사하네요. 저 혼자 막 미소짓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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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5:35:11 *.36.72.193

^^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고음불가라.. 

춤도 배우고 싶고, 노래도 배우고 싶은 분~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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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23:44:12 *.187.211.82

흠흠... 춤과 노래... 저도 배우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 같이 배워요! ㅋ 그리고 저도 고음 힘들답니다.

연습하는 거지요 뭐. ^^ 즐기면서~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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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8 21:23:01 *.154.223.199

노래가 된 시를 많이 내장하고 계신 터닝포인트님 저도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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