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다루는 법과 자신을 다루는 법
선왕 때부터 왕의 코끼리를 다루었다는 한 거사가 붓다를 찾아왔다.
붓다는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떻게 코끼리를 다루는가?”
“저는 늘 세 가지의 법으로 코끼리를 다릅니다. 첫째는 든든한 갈구리로 입을 걸어 고비에 매는 것이요, 둘째는 먹이를 적게 주어 굶주리고 여위게 하는 것이요, 셋째는 몽둥이로 때려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법으로 다스려야 길이 잘 들어집니다.”
붓다는 또 다시 물었다.
“그 세 가지 법을 써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쇠 갈구리로 입을 거는 것은 거센 성질을 제어하는 것이요, 먹이를 적게 주는 것은 함부로 날뛰는 몸을 제어하려는 것이며, 몽둥이로 때리는 것은 마음을 항복받으려는 것입니다.”
“그렇게 훈련시킨 코끼리는 무엇에 쓰려는 것인가?”
“그렇게 훈련시켜야 왕이 타시기에 알맞고 또 싸움터에 나가 싸울 때는 몸을 날쌔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붓다는 거사의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말씀했다.
“코끼리를 잘 다룰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잘 다루어야 하느니라.”
“자기를 다룬다는 그 이치는 어떤 것입니까?”
“나도 세 가지 법으로 모든 사람들을 다루고 또 나 자신도 그렇게 하여 붓다가 되었다. 첫째는 진실한 말로 입을 단속하게 하고, 둘째는 인자함과 꼿꼿함으로 몸의 억셈을 항복받으며, 셋째는 지혜로서 마음의 어리석음을 없애는 것이다. <법구비유경 상품(象品) 중>
혹독하게 훈련 받은 코끼리는 왕을 태우거나 전쟁 시에는 몸을 날렵하게 움직여 왕을 보호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된다. 최고의 권력자를 태우는 코끼리는 여느 코끼리와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처음엔 거칠고 억센 성질을 교정하고, 그 다음은 대식가인 코끼리를 소식가로 만들어서 어디서나 날렵하게 뛸 수 있는 몸매로 만든다. 그 다음은 몽둥이세례를 통하여 가르쳐준 학습내용을 잘 기억하여 어가(御駕) 행진이 있을 때나 전쟁터에서 사고를 치지 않고 잘 수행할 수 있게 만든다. 코끼리도 등용되기 위해서 그만한 노력을 바쳐야 함을 알 수 있다.
하물며 코끼리도 등용되기 위해서 그만한 노력을 바쳐야 하는데, 무릇 사람이 인재로 쓰임을 받기 위해서는 얼마나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붓다는 ‘자신을 다스리는 법’ 세 가지를 일러주면서 ‘나 자신도 그렇게 하여 붓다’가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붓다는 육년간의 고행을 통하여 ‘깨달은 자’가 되었고, 2600년간 인류의 스승으로, 세계 3대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붓다는 자신이 ‘깨달은 자가 된 것이 그냥 된 것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에 의해서 된 것임을 말하고 있다.
붓다의 자기를 다스리는 세 가지의 법을 보면 ‘진실한 말을 하라, 욕망과 감정을 조절하여 육신의 노예가 되지 마라, 지혜로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라’는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 중 ‘진실한 말만을 하라’는 것이 여러 군데 나온다. 붓다는 ‘말 잘하는 것’을 경계하지는 않았다. <숫타니파타>의 ‘더없는 행복’에서 “지식과 기술을 쌓고 그 위에 말솜씨가 뛰어난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라고 했다. 선가에는 묵언수행이 있는데, 이것은 묵언(黙言)을 통하여 ‘깨달음으로 가기 위한 것’이지, 말을 버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말솜씨가 뛰어난 것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말만 하되 행동이 따라주어야 하는 것이다. 말에 실속이 없고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누가 그를 믿어줄 것이며, 그를 따르겠는가?
변화경영가인 구본형도 <사람에게서 구하라>는 책에서 “말을 기막히게 잘하더라도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등용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진실한 말이란, 남을 속이지 않으며 ,말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일치됨을 뜻하는 것이다. 열반한 법정스님이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글과 행동이 일치되었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했기에 범인들과 달랐고 대중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구본형은 ‘공자는 말을 정말 잘하는 사람인데, 알맞은 때에 알맞은 사람에게 알맞은 말을 해 준다는 점’에 있음을 강조했다.
‘몸의 억셈을 항복받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몸은 수억 년 전에 입력된 수많은 정보들을 간직하고 있기에 몸이 하는 말은 억세고 질기다. 몸이 요구하는 욕망과 욕구는 억세어서 길들이기가 어렵기에 날마다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자신의 감정과 욕망과 욕구를 제어하지 못한 채 내버려 둔다면 인재등용은 커녕 사회에서의 조직생활도 힘들 수 있다. 그래서 붓다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와 자신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제어하라고 한다. 눈, 코, 귀, 혀, 몸, 생각이 요구하는 바를 다 들어줄 수도 없을뿐더러 그들이 나를 지배하기 전에 내가 그들을 통제하고 지배해야 한다. 안이비설신의를 잘 다스리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자기관리에 능하다‘ 하고, 그를 인재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몸을 다스릴 줄 알면 그 다음은 지혜를 갖추라고 한다. 지혜의 반대인 어리석음이란 무엇일까?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하여 인(仁)과 의(義)를 저버리는 사람이 아닐까. 구본형은 ‘머리 회전이 빠르지만 마음이 음험한 자는 이해(利害) 관계에 우선한다. 필요하면 가까이 하지만 필요치 않으면 안면을 바꾸기 십상이라 했다’ 머리회전이 빠르다고 해서 지혜가 있는 것도 아니며, 머리가 느리게 돌아간다고 해서 지혜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이익을 추구하다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대부분이 탐욕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명예를 탐하고 부를 탐하고, 권력을 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적정 알고 지나친 탐욕을 버려야 한다.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를 알고, 나아갈 때와 멈추어야 할 때를 아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 밥상 앞에서 좀 더 먹고 싶을 때 숟가락을 내려놓기가 어렵다. 한 숟가락 더 먹고 싶을 때 숟가락을 내려놓듯이, 탐욕을 다스리면 어떨까 싶다.
또 지혜롭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타고난 심성은 거칠고 조악하기 때문에 배우고 공부하지 않으면 혜안을 지니기 어렵다.
붓다의 가르침대로 자신을 다스린다면 우선은 주변사람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할 것이고, 조직에서도 인정받을 것이 아닌가 싶다. 붓다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 세 가지를 실천하면 나처럼 될 수 있다. 존경받는 나를 부러워하지 말고 노력하라.’
그러고 보니 코끼리를 다스리는 법과 자신을 다루는 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부님!
부족한 글이지만 일독하시고 나서 조언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불교경전을 분석하고 글을 쓸까 합니다.
사부님의 귀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아직 테마를 잡지 못했어요.
불교와 문학
50대를 위한 불교
리더를 위한 불교- 이런 류의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기는 합니다.
(리더들의 맘을 편안하게 해 주는 책이라고 할까요?)
치유를 위한 경전 읽기-치유라는 말이 벌써 진부해지고 있습니다.
행복, 사랑, 수행 등등을 위한 책
사부님의 고귀한 말씀 고대합니다.
아름다운 가을날, 사부님의 고견을 듣는 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
콩두 ! 응원해주서어 괌워.
아직까지는 행복한 마음으로 다니고 있어.
내내 즐겁고 행복한 마음 그 느낌 유지하려고 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예화를 두고서 풀이해 나가는 방식도 그렇고,
내가 지금 쓰는 글이 또 아루인데 이것을 어떻게 탈피하나
고민.
콩두가 전에 했던 말 대로 곧 50대를 찾게 된다네(출판사 사장의 말)
50대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늦은 사랑, 성공, 자유 등등 50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경전 자체가 고전인데 동양고전 혹은 서양고전을 인용하여 풀이해 나가면
너무 무겁지 않을까?
불교에는 우화가 많으니 우화만늘 모아서 해볼까(이것은 전에 출판사에서 그닥 좋아하지 않았음0
생각이 지금 여러 갈래 로 나뉘어지고 있어.
콩두가 조언을 해주겠다니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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