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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최태응 옮김 (새벽이슬) /한비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A. 저자조사
한비란 누구인가?
흔히 한비자는 서양의 마키아벨리와 비교되곤 한다. 강력한 군주의 권력, 통치 기술등 두 사람이 주장하는 것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한비자의 생애에 대해서 기록이 많지 않다. 언제 태어났는지도 정확하지 않다. 대략 기원전 3세기 초, 기원전 280년경으로 추정된다. 이 때는 전국 시대 말기에 해당된다. 한비자는 지금 호남성 서부에 있던 한나라 왕의 아들이었다. 왕의 아들이라고는 해도 어머니가 천한 신분 출신이라서 왕실에서도 별로 대우받지 못하는 처지였다. 또 다른 책에는 그냥 명문 귀족의 후예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거나 차라리 가난하고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사랑받는 귀한 아들로 자란 것보다 훨씬 불행했는지도 모른다. 왕실에는 수많은 왕자와 공주들이 있었을 터, 그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때문이었는지 한비자는 심한 말더듬이였다. 의학적으로 보면 말을 더듬는 것은 심리적, 환경적 원인이 가장 크다. 대부분 5살 이전에 시작 되는데, 그 시기 환경과 거기서 비롯된 이상심리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곤 한다. 한비자의 어린 시절 왕실에서 받았던 심리적 압박이 적지 않았으리라 짐작 해 볼 때 말더듬이가 된 이유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학자들이 추측한다. 한비자의 나라 ‘한’은 전국 칠웅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가장 국토도 작고 별 볼일 없는 나라였다. 지리적으로 중국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어서 새롭게 개척할 지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힘이 있으면 주변으로 맘껏 뻗어나갈 수 있겠지만 힘이 약하면 사방에서 공격을 받아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그 시절 사방 천리도 못되는 약소국 한나라를 둘러 싼 환경은 위나라, 제나라, 초나라, 그리고 가장 무서운 진나라가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진나라의 상앙은 철저한 법체계를 갖춘 인물이었는데 한비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었다. 당시 한 나라는 유교경전이나 들먹거리는 이들을 높은 자리에 앉히고 힘깨나 쓴다는 무리들이 법을 무시하고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형편이었다. 바람의 등불 같은 운명의 조국. 젊은 한비자는 이언 조국의 현실에 절망하며 진나라의 부국강병을 이끈 상앙이나 신불해 등의 사상과 정책에 깊이 영향을 받았다. 마침내 그는 넓은 세상에서 더 큰 가르침을 얻고자 당시 대표적인 유학자 순자를 찾아 조국을 떠났다. 젊은 한비자가 간 곳은 ‘제나라의 직하’였다. 한비자가 이곳을 찾을 무렵( 제자백가) 순자가 상대부로 머물며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었다. 순자의 제자 중에는 나중에 진나라 재상이 되는 ‘이사’도 있었다. 한비자는 아주 뛰어난 학생이었고, 이사조차도 자신 보다 뛰어남을 인정했다. 후에 결국 이 때문에 이사의 질시를 받아 죽게 된다.
한비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순자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다. 한비자는 인간이 원래 태어날 때부터 악하다는 스승의 성악설을 받아들여 그 바탕 위에서 자신의 사상을 출발시킨다. 스승 순자의 학설 뿐 아니라 여러 학파의 학설을 수용하거나 비판하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학문 영역을 완성해 나간다. 인간, 세상, 그리고 정치, 때가 때인지라 ‘부국강병’을 위해서는 어떻게 세상을 다스려야 하는 가가 중심주제였다. 갈고 다듬고 정리한 자신의 학설을 들고 한비자는 드디어 자신의 조국 한나라로 돌아온다. 물 흐르듯 유려한 언변이 있었더라면 왕이 한비의 말에 귀 기울였을 터인데 아쉽게도 한비자는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그래서 오직 문장으로만 자신의 의견을 올렸다.
그의 문장은 말보다 훌륭히 예리하게 현실을 진단했고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충심 어린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한나라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수많은 중신들의 집중 견제를 이겨낼 수도 없었다. 왕 역시 서자 출신 말더듬이 한비자의 의견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고분’, ‘오두’, ‘정법’, ‘현학’편에는 이로 인한 한비자의 절망과 비분이 가득 담겨있다.
한비자는 이 비통함을 글에 담았다.
한비자의 학설에 관심을 기울인 건 오히려 한나라를 위협하고 있던 진나라였다. 한비자의 책 ‘고분’을 읽던 진나라 황제는 무릎을 탁 치면서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라고 하며 “내가 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하며 한나라에서 한비를 데려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진왕은 한비자의 더듬는 말투에 크게 실망했다. 곁에 있던 이사는 진왕에게 한비자를 만날 계책을 일러주고 만남을 주선했지만 왕이 자기 대신 한비자를 더 총애하게 돼서 자신의 지위가 위협 당할까 두려웠다. 따라서 모의를 꾸며 이사는 한비자를 죽일 계책을 꾸민다. 끝내 한비자는 먼 이국 땅 차가운 적국의 감옥에서 한 때 한 스승 밑에서 공부하며 토론 하던 이사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독약을 마시고 비극적인 삶을 마친 때가 기원전 233년 시황제는 뒤늦게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고 한비자를 찾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던 것. 한비자가 죽은지 3년 뒤 한은 진에 의해 멸망 당했고, 그로부터 10년 뒤 진은 전국 시대를 통일하고 최초로 중원을 호령하는 통일 제국이 된다. 한비자는 비록 진에서 죽음을 당했지만 그의 사상은 진시황제의 통치 원칙으로 전국시대 통일의 바탕이 되었고, 최초의 통일 제국 진의 정책 역시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설評設 | 한비자 사상의 재조명再照明
9 한비의 정치 사상
한비의 정치 사상을 법과 술로 요약된다. 법이란 법령을 말하는 것이고, 정치의 유일한 방법은 법으로써 다스리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소위 법률 만능의 정치 사상이다. 한비 주장에 의하면 사람이란 철두철미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 선이란 설은 믿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이고간에 속마음을 파헤쳐 보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성이 가슴 깊숙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이익은 상반되기 마련이다. 군주의 이익과 신하의 이익은 일치 하지 않으며, 군주의 이익과 백성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극단의 경우에는 남편과 아내, 형과 아우사이에도 이해가 상반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 노리고 추구하지 않는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인간관계에서 특히 임금과 신하는 본래부터 각자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진 남과 남 사이이며 임금과 백성의 사이는 지배와 피지배의 힘에 의한 관계이다. 그러니 신하들에게 백성들에게 충성심만을 기대하는 정치란 성립할 수 없으며, 그런 신하와 백성들을 인의나 도덕이니, 인정이니 은혜니 이런 것으로만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을 다스리는 최선의 방법은 ‘법’이라는 것이 한비의 주된 사상이다.
12-12 한비와 시황제 -사마천의 [사기]에 의하면 이 한비자의 저서 중 [고분]과 [오두]를 우연히 진시황이 보게 되어 "이 책이야말로 내가 기다리던 것이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다"고 감탄했다 한다. 이때 이사가 진시황에게 "한비를 얻고 싶으면 한나라를 공격하라, 그러면 반드시 한비를 사신으로 보내올 것이다"고 건의하자 예상대로 한나라는 한비를 사신으로 보내 화친을 빌었다. 이때 한비는 진시황을 움직여 위험에 빠진 한나라를 구할 기회를 보고 있었다. 한편 이사는 진시황이 한비를 중용할 것을 두려워하여 왕에게 모함했으나, 진시황은 그의 인물됨을 아껴 투옥시키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옥에 갇힌 한비에게 이사는 독약을 보내 자살할 것을 강요하자, 한비는 그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진시황을 만나볼 기회를 간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시황이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그에게 석방명령을 내렸을 때는 이미 그가 자살한 후였다. 이처럼 한비자는 전국시대 말기에 태어나 조국의 멸망을 바로 눈앞에 두고 죽어간 사상가로서, 중앙집권적 봉건 전제정치체제의 확립을 위해 "형명(刑名)"과 "법술(法術"이론을 집대성한 자이다.
14 한비자에 대한 비판 - 법과 술만을 유일무이의 방법으로 하는 한비자 정치 사상은 그 사상자체에 시행과정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점이 많다. 인간을 그 본성은 철두철미 이익만을 추구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것은 유교에서 말하는 성선설과는 너무나 상반된 견해다. 아마 한비의 성악설 유래는 그 스승인 순자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순자는 유교적 견지에서 사람은 성악이니 수양을 쌓아서 선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였음에 반하여 한비는 인성이 선으로 고쳐질 가능성에 대하여는 전연 언급이 없다. 이유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면적으로 인간을 불신하는 생각이다. 이것이 세도 인심에 악영향을 미쳤음이 지대하다는 것을 변호할 여지는 없다. 이점은 비판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15 서적 ‘한비자’는 세상에서 악서라는 지적을 받아 일반의 열람이 금지되기까지 했던 문제의 책이다. 그러나 그런 비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갈수록. 국가 사회가 복잡하여질수록 한비자는 더욱 높이 평가되고 있다.
21 一 난언편難言篇 | 화술話術, 그 함정과 허실虛實
21 난언이란 말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한비는 변설의 어려움을 분석연역하면서 한비는 자기의 포부와 사정이 받아들여지기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그 호소를 통해서 남을 설득하고 , 혹은 흥정하는 화술의 묘체와 허실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難言이란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라는 뜻으로 주로 신하가 군주에게 의견을 제시할 때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른 사람, 특히 군주를 설득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말한 說難과 비슷하다. 신하는 군주를 설득시키려다 그로 인해 닥치게 될 재앙이 두려워 자신의 견해를 털어놓기를 꺼려한다. 그러므로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는 이들이 어려워하는 점을 풀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한비의 생각이다.
한비는 군주에게 어떤 일을 말할 때, 설령 사실을 바르게 헤아렸다고 해도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며, 이치상 완전하다고 해도 반드시 채택되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가릴 때에 일정한 기준에 근거하지 않고 단지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군주의 생각에 따라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23. 말이 어려운 이유 – 신 한비는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말하기를 어렵게 여기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꺼리는 것이다.- 신 한비는 말 하는 자체를 어려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1) 말이 순하여 거슬림이 없고 유창하며 아름답고 순서가 있으면 곧 화려할 뿐 알맹이가 없다고 합니다.
1) 저의 말이 주상의 뜻을 좇아 유창하고 조리 있게 줄줄 이어지면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2) 말이 착실하고 진지하며 꿋꿋하고 신중하여 흔들리지 않으면 옹졸하고 조리가 없다고 합니다.
2) 공경스럽고 삼감이 깊으며 강직하고 신중하면, 서투르고 순서가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3) 옛말을 많이 인용하고 아름답게 수식한 말이 많아서 같은 사례를 잇달아 들고 다른 것과 비교해 말하면 곧 말이 들떠 있을 뿐 소용이 없다고 한다.
3) 말이 많고 빈번이 다른 사물을 거론해 비슷한 것을 열거하고 다른 사물에 비유한다면, 그 내용은 공허하고 쓸모가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4) 대체의 요점만을 뭉뚱그려 말이 간략하고 직설적이며 꾸미지 않으면 곧 말이 남의 감정을 건드릴 뿐이고 말을 잘 할 줄 모른다고 한다.
4) 세밀한 부분만을 꼬집어 요지를 설명하며 간략히 말하고 수식을 덧붙이지 않으면 미련하고 말재주가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5) 말이 남에게 친근하기를 서두르면서 남의 심정을 더듬어 엿보려고 하는 듯 하면 곧 외람되고 사양할 줄 모른다고 한다. 말이 넓고 크고 깊고 묘하여 헤아릴 수 없으면 곧 말을 과장할 뿐 실용성이 없다고 한다.
5) 주상의 측근에 있는 자를 비판하며 다른 사람의 속마음까지 살펴 알려고 한다면, 남을 비방하며 겸손을 모른다고 할 것이다. 말하는 뜻이 넓고, 크며 오묘하고도 깊어서 헤아릴 수 없으면 과장되어 쓸모가 없다고 여겨질 것이다.
6) 집안 살림살이의 자질구레한 말을 자세하게 거듭거듭 말하면 곧 치사하다고 한다.
6) 자기 집안의 이익을 계산해 세세하게 얘기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면 소견이 좁다고 여길 것이다.
7) 말이 세속적이고 비근하며 말이 임금의 뜻에 어긋나거나 거슬리는 일이 없으면 곧 살 길을 참하여 윗사람에게 아첨한다고 한다.
7) 속된 말솜씨로 상대방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말만을 가려서 하면, 목숨을 부지하려고 주상께 아첨하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8) 말이 세속적인 일을 멀리 초월하여 궤변으로 사람다운 맛이 없어지면 곧 말이 허황하다고 한다.
8) 말하는 것이 세속과 동떨어져 괴이하고 허무맹랑한 사실들만을 늘어 놓으면, 엉터리라고 여겨질 것이다.
9) 말이 민첩하고 말 재주가 풍부하여 야단스럽게 말을 수식하면 곧 사관처럼 말 많은 친구라고 한다.
9) 민첩하고 말재주가 뛰어나며 문체가 번다하면 사관 나부랭이로 여길 것이다.
10) 전연 수식이나 학문을 버리고 질박한 본성만을 가지고 말하면 곧 천하다고 한다.
10) 일부러 문학적인 것을 버리고 사물의 바탕 그대로만을 말하면 천하다고 여길 것이다.
11) 때로 시 서를 말하고 지나간 옛말의 법을 말하면 곧 그 사람은 옛일을 외우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11) 수시로 시경이나 서경 같은 경전에 있는 말을 인용하고 고대 성왕의 법도를 본보기로 삼으면 옛사실들만 들먹인다고 여겨질 것이다.
이런 점이 있어서 신 한비는 말하기를 어렵게 여기며 깊이 근심하는 바이다.
이것이 신 한비가 말하기를 꺼리며 근심하는 까닭입니다.
28 어리석은 자를 설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렵게 여기는 것이다. 또 지극히 정성된 충언은 귀에 거슬리고 마음에 전도되는 것이어서 현성한 임금이 아니면 바로 듣지 못한다.
31 二 애신편愛臣篇 | 화근禍根 위에 꽃피는 편애偏愛
31 애신편은 윗 사람이 자신의 권세를 아랫 사람에게 빌려주면 안 된다고 경계한 글이다. 아랫사람의 권세가 팽창하면 상대적으로 윗 사람의 권세가 줄어들기 마련이며, 마침내는 위계질소가 무너지고 전체가 위태롭게 된다. 한비는 편애의 폐단을 법으로써 견제하고 대비하라고 역설한다.
34 애신을 지나치게 가까이 하게 되면 반드시 임금의 몸이 위태롭게 된다. 대신이 지나치게 존귀하게 되면 반드시 임금의 위치를 바꿔놓을 것이다.
35 그런 까닭에 밝은 임금은 그의 신하를 기를 때에 법으로써 그를 견제하고 대비함으로써 그를 바로 잡는다.
39 三 주도편主道篇 | 정치政治의 극치極致, 그 무위의 조화
39 주도란 군주의 도를 말한다. 주도편에서 말하는 도는 노자가 말한 도와 상통한다. 즉 아무런 작위도 없이 생성화육하는 우주자연의 법칙을 말하는 것이다. 한비의 사상에는 노자의 철학이 깔려 있고, 노자의 사상 위에 법술가인 사고를 접목 시키고 있다.
41 도라는 것은 만물의 시초이며 시비의 기준이다. 그런 까닭에 밝은 임금은 시초를 지켜서 만물의 근원을 알고, 기준을 다스려서 선악의 단서를 안다.
43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해야 한다.
46 커서 헤아릴 수 없고 깊어서 측량할 수 없게 한 뒤에 형과 명을 시로 맞추어서 법식을 심사하고 징험하여, 함부로 한 자를 베이면 나라에는 이에 도둑이 없을 것이다.
53 四 유도편有度篇 | 다만 법法의 궤도軌道위에서 -
54 질서가 없는 나라는 쇠약해지며 나라를 신하들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59 신하는 손과 같아야 한다.
63 입이 있어도 사사로운 말을 하지 않으며, 눈이 있어도 사사로은 것을 보지 않는다. 그리하여 위에서 다 제어한다. 남의 신하된 자는 비유하면 손과 같아서 위로는 머리를 다듬고 아래로는 발을 닦아야 한다.
64 법으로 상벌을 판단하고 법은 공평하고 엄격하게 행해져야 한다.
73 五 이병편二柄篇 | 내 손에 상벌賞罰의 권한權限을 .
73 이병은 두 개의 자루라는 뜻이니 자루는 칼자루, 도끼자루와 같이 사물의 가장 요긴한 부분 즉 추요를 의미한다. 상과 벌, 이것을 한비는 임금의 두 개의 자루라고 말한다.
74 상벌은 스스로 행하라. - 두 자루는 형벌과 은덕을 의미한다. 임금이 벌주는 위엄과 상주는 이로움을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게 하지 않고 신하 말을 듣고 상주고 벌주고 한다면 온 나라 사람들은 다 그 신하를 두려워 하고 임금을 가볍게 여길 것이다.
76 범이 개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발톱과 어금니 때문이다. 범으로 하여금 그 발톱과 어금니를 버리고 개에게 그것을 사용하게 한다면 범이 도리어 개에게 굴복하게 될 것이다.
79 임금이 장차 신하의 간사함을 막으려면 합치를 심사해야 한다. 그것은 말과 일에 대해서다. 여러 신하들 중에 그 말만 크고 공이 작은 자는 벌을 준다.
80 현명한 임금이 신하를 거느리면 신하들은 직권의 범위를 넘어서 공이 있을 수 없고, 말을 진달하여 놓고 실적이 그것에 합당하지 않게 할 수 없다. 직무의 범위를 월권하면 사형을 당하고 말과 실적이 걸맞지 않으면 죄를 받는다. 자기의 벼슬에 대한 일을 지키고,하는 말이 바르면, 여러 신하들은 붕당을 만들어서 서로 결탁하지 못할 것이다.
82 좋고 싫음을 나타내지 마라 - 월나라 임금이 용맹을 좋아 하자 백성들 중에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자가 많았으며, 초나라 영와이 허리 가는 미인을 좋아하자 나라 안에 밥을 굶는 자가 많았다. 제나라 환공이 맛있음 음식을 좋아 하자 역아는 (임금이 오직 사람 고기만을 맛보지 못했다고 하여) 자기의 맏아들을 삶아서 바쳤다. 그러므로 임금이 미워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내면 여러 신하들은 자기 마음의 단서를 숨기고, 임금이 좋아 하는 바를 드러내 보이면 여러 신하들은 자신이 임금의 좋아 하는 바에 능한 것처럼 속인다.
83 임금이 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 보이면 여러 신하들의 마음의 동태는 그것을 이용할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87 六 양권편揚權篇 | 문門을 열고 작위作爲 없이 이르라 .
87 양권은 군주의 권한을 드러내 밝힌다는 뜻이다. - 변하지도 말고 바꾸지도 말고 상벌과 함께가라.
93 七 팔간편八姦篇 | 허점虛點을 노리는 간계姦計들 .
93 간신이 간계를 성취 할 때 택하는 여덟가지 방법- 간신이 계획을 성취하려면 가능하게 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 기회라는 것은 파고 들어갈 수 있는 빈틈을 노리는 것이다. 빈틈이라 함은 취약점이다. 임금 마음의 성에도 취약지구가 있다.
권력을 잃는 8가지 방법 -
1) 동상을 이용함 - 귀한 부인과 사랑하는 유자, 편폐의 호색등이다. - 임금과 잠자리를 같이 한자를 매수하는 방법.
2) 재방- 배우와 주유와 좌우에 가까이 모시어 친숙한 자들을 일컫는 말. -측근에 있는 자들을 매수한다.
3) 부형의 은의를 이용한다.- 측실을 이용하여 임금의 마음을 침범한다.
4) 재앙을 기르게 한다. - 임금이 아름다운 궁실과 대지를 즐겨하며 자녀와 구마를 좋게 꾸며서 그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의 하고자 하는 바를 좇으면서 그 사이에 사리를 심는다.
5) 백성을 이용함- 신하가 공용의 재물을 흩어 주어서 백성 마음을 즐겁게 하고 작은 은혜를 베풀어서 백성 마음을 빼앗아 조정과 시정으로 하여금 자기를 칭찬하도록 만들어 임금을 막아 가리는 일. 그리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
6) 청산 유수 같은 변설을 이용하는 것 - 임금은 깊은 궁궐 속에 있어서 담론에 접촉할 기회가 막혀 있으므로 남의 논의를 듣는 일이 드물다. 따라서 변설에 움직여지기 쉽다. 신하가 된 자가 제후의 변사를 구하여 나라 안에서 가장 말재주 있는 자를 양성한다. 이들을 시켜 그 사를 말하게 하는데 교묘하게 꾸민 말과 청산 유수 같은 구변을 구사하게 하여 임금에게 이익과 권세를 가지고 설시하게 하며 환란과 재해로써 임금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실속 없는 빈말을 늘어놓아 임금을 미혹하게 만든다. 이것을 청산유수와 같은 변설을 이용한다고 한다.
7) 위력과 강권으로 위협한다. - 신하된 자가 칼을 찬 식객을 모으고 그를 위하여 반드시 죽기를 맹세하는 선비를 길러서 자기의 위세를 나라 안에 드러낸다. 그것을 이용하여 군신과 백성들을 공갈하여 자기의 사를 수행한다.
8) 외국 세력을 이용한다. - 신하된 자가 부렴을 무겁게 하고 국고를 탕진하며 자기 나라를 텅 비게 하여 큰 나라를 섬긴다. 그리하여 외국의 위세를 사용하여 자기 임금에게 자기의 사리를 요구하고 유도한다. 심한 자는 외국의 군대를 동원하여 변경에 모아놓고 국내에서 임금을 견제한다. 또 어떤 자는 자주 자주 대국의 사자를 들어오게 하여 그 임금을 진동시켜서 임금으로 하여금 겁내고 두여워하게 만든다.
104 밝은 임금은 안에서 여색을 즐겨할지라도 그 청알을 허락하지 않으며 사사로운 청을 하게 하지 않는다. 그 좌우 측근에 대하여는 그들 자신의 몸으로 반드시 그 말에 책임을 지게 하고 그 말을 바꾸지 못하게 한다. 그의 부형 , 대신에 대하여는 그 말을 들으나 반드시 벌을 가지고 뒷날의 성과를 책임 지워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한다.
즐거운 것을 보고 좋은 것을 구경할 때에도 반드시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알리게 하고 함부로 올리지 못하게 하며 함부로 물리치치 못하게 하여, 신하들로 하여금 임금의 뜻을 헤아려 알게 하지 않는다. 그의 은덕을 베풀 때에는 궁 안의 재물을 방출하고 쌓아 둔 곡식을 발급하여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은 반드시 임금 자신이 내주게 하고, 신하로 하여금 그 은덕을 제 것으로 사사로이 하지 못하게 한다.
104-105 그가 논설하고 의논 할 때에는 칭찬하는 자가 선리하고 하는 바와 헐뜯는 자가 악이라고 하는 바를 반드시 그 능을 조사하고 그 허물을 살펴서 신하들로 하여금 서로 위하여 말하지 못하게 한다.
105 용력이 있는 선비에 대하여는 군려의 공이 있을지라도 실적의 정도를 초월하는 상을 주지 않으며, 고을 사람들의 사사로운 싸움의 만용은 그 죄를 용서하지 않는다. 신하들로 하여금 사재를 용사에게 뿌려 주지 못하게 한다.
105 제후의 구색에 대하여는 법에 맞는 것이면 듣고, 불법이면 거부한다. 소위 망국지군은 그 나라를 갖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가졌다는 것이 다 자기의 소유가 아니다. 신하로 하여금 외국의 힘을 가지고 내국을 제어하게 한다면 이러한 임금은 멸망한다. 큰 나라의 말을 듣는 것은 망하는 것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듣는 것이 듣지 않는 것보다 멸망하는 것이 급하다. 그런 까닭에 듣지 말아야 한다. 여러 신하들이 임금이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곧 밖으로 제후에게 나라를 팔지 않을 것이며, 제후도 그것을 알면 신하가 제나라가 임금을 무함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109 八 비내편備內篇 | 이기利己뿐, 믿지 말고 대비하라
109 사람을 믿지 마라. 가까운 사람은 더욱 믿어서는 안된다. 오직 임금은 스스로 안으로 대비해야 할 뿐이다.
112 임금 된 이의 근심거리는 남을 믿는데 있다. 남을 믿으면 남에게 제압을 당한다. 속담에 이르기를 ‘ 그 어미를 좋아하면 그 아들도 귀여워서 끌어안는다고 하고 뒤집어 보면 그 어미를 미워하면 그 아들도 버린다는 말이 된다.
114 임금의 죽음을 이롭게 여기는 자가 많으면 임금은 위태롭다.
114 화근은 사랑하는 자로부터 온다. - 미워하는 자를 방비하더라도 화단은 사랑하는 자에게서 일어난다. 그런 까닭에 현명한 군왕은 사실을 참조하지 않는 일을 거론하지 않으며, 평소에 먹던 음식이 아니면 들지 않는다. 마땅히 죽여야 할 자는 죽이고, 죄 지은 자를 용서 하지 않는 다면 간사한 자가 사욕을 부려볼 여지가 없게 될 것이다.
121 九 오두편五竇篇 | 나라를 좀먹는 벌레들
121 나라를 좀 먹는 벌레를 한비는 학자, 논객, 협사, 측근, 상공인의 다섯이라고 지적함.
125 시대에 따라 모든 것은 바뀐다.
132 인의로는 이기지 못한다. -옛날에는 도덕으로 경쟁하였고, 중세에서는 지혜와 꾀로 각축하였으며, 지금 세상에서는 기운과 힘으로 다툰다.
137 백성이란 본래 위세에 굴복하는 것이지, 의에 감복하는 자는 적다.
140 현명한 임금은 법을 무섭게 하고 그 형벌을 엄중하게 한다. 한 고을의 말썽꾸ㅡ러기 아들이 부모의 사랑과 고을 사람의 덕행과 스승의 지혜 이 세가지 미덕이 작용하였건만 끝내 움직이지 않더니 관리가 관병을 거느리고 국법으로 관내 간악한 자를 수색하게 되었다.그제야 그는 두려워 하고 겁내어 자기 버릇을 고치게 되었다는 이야기.
141 공적 있는 자에게 상을 주되 지체함이 없어야 하고 죄 있는 자에게 형벌을 내리되 용서함이 없어야 한다.
144 인의를 행한다는 자는 칭찬할 것이 못된다. 그를 칭찬하면 공적의 평가에 해가 된다. 문학을 익힌자는 등용할 것이 못된다, 그들을 등용하면 법이 문란하게 된다.
151 악인도 쓰기에 달렸다.
155 변론의 폐해 - 현명한 임금은 사람의 능력을 채용하지 그 말을 받아 들이지 않으며, 그 공적에는 상을 내리고 쓸데없는 것은 기필코 금지한다.
164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강대해짐은 외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내정에 달린 것이다. 속담에 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출 수가 있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밑천이 많아야 일을 잘 하기가 쉬움을 말한 것이다. 합종이나 연횡의 계책에 참가함을 늦추고, 국내 정치를 엄중하게 하고 법금을 분명하게 하며, 상벌을 반드시 실행하고 토지를 잘 농경함으로써 저축을 늘이고 백성들로 하여금 죽음으로써 그 성을 굳게 지키도록 했더라면 천하의 다른 나라가 그 땅을 침략하여도 이익은 적고, 그 나라를 치려면 희생이 클 것이니, 어떤 만승의 큰 나라 일지라도 감히 스스로 군대를 견고한 성 아래에서 피로하게 만들어 강한 적군으로 하여금 그 피폐를 이용하여 요절을 내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168 나라를 좀 먹는 5가지 벌레 - 혼란한 나라의 풍속은, 학자는 선왕의 도라고 일컬어 인의를 빙자라며, 외형과 복장을 성대하게 꾸며가지고 변설을 교묘하게 하여 당세의 법을 의혹하게 만들고 임금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든다. 논객은 거짓말과 간사한 일컬음으로 외국의 힘을 빌어서 그 사사로운 이익을 성취하고 국가의 이익은 버린다. 협객은 칼을 차고 무리를 모아서 협사로운 일을 수행하여 그 이름을 드러내고 그렇게 함으로써 5관의 금령을 범한다. 근신들은 온갖 뇌물을 다 받아 사재를 축적하고, 권력있는 사람의 청탁은 들어주면서도 싸움터에서 말에게 땀을 흘리게 하면서 수고한 전사의 공적은 물리친다. 상인과 공장들은 일그러지고 품질이 낮은 기물을 만들고 좋지 않은 재화들을 사 모아 두었다가 때를 기다려 농부의 이익을 가로챈다.
173 十 화씨편和氏篇 | 옥玉을 돌이라 버리니
174 전국시대 화씨라는 사람이 귀한 옥돌을 초(楚)나라 여왕((勵王)에게 바쳤다. 하지만 옥공(玉工)들이 이를 보통 돌이라고 하자 여왕은 자기를 속이려 했다며 화씨의 왼쪽 발을 잘라 버렸다. 이어 즉위한 무왕(武王)에게도 그 옥돌을 다시 바쳤지만, 무왕 역시 보통 돌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그의 오른발마저 잘라 버렸다. 훗날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그 옥돌을 끌어안고 사흘 밤낮을 울었다. 문왕이 그 연유를 묻자 화씨는 “보옥(寶玉)을 알아보지 못하고 거짓말을 했다고 벌을 준 것이 슬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문왕이 그 옥돌을 다듬게 하니 과연 천하에 둘도 없는 명옥이 됐다. 마침내 그 옥을 화씨지벽이라고 명명함.
178 임금이 술을 쓰면 대신이 정권을 함부로 독단 할 수 없게 되고, 근신들이 감히 권력을 팔 수 없을 것이다. 임금이 대신들의 논의를 어기고 백성들의 비방을 무시하며 홀로 도언에 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185 十一 고분편孤憤篇 | 법술가法術家의 고독한 항변抗辯
185 법술가는 냉철하고 경직하다. 그리고 남의 심정을 뚫어지게 살핀다. 법술가가 등용된다면 이른바 중신들의 온갖 비행은 폭로될 것이다. 그들은 쫒겨나고야 말 것이다. 법술가와 중신들은 서로 용납될 수 없으며, 병존할 수 없는 앙숙과 같은 사이다. 중신은 임금 가까이 있고 벼슬이 높다. 중신은 임금과 가까이 있고 벼슬이 높다. 임금에게 자기를 선전하고 변호할 기회가 많다. 그들은 온갖 아첨과 간계로 임금의 환심을 산다. 그들에게는 당려가 많고 국민 대다수가 그를 중하게 여긴다. 그러한 중신과 고독하게 맞서는 법술가에게 승산이 있을 수 없다. 결국 법술가는 고독하다. ‘법술가 한비의 포부와 진실은 영원히 용납되지 못하는가 한비는 이렇게 자신의 영상을 그리면서 홀로 분노를 터뜨린다. 그것은 진리 때문에 소외된 소수파의 의분이며 노호이다.
187 술을 알고 있는 인사는 반드시 멀리보고 밝게 살핀다. 밝게 살피지 못하면 사람의 비밀을 밝혀 낼 수가 없다. 법에 능통한 인사는 반드시 의지가 굳세고 의젓하며 철저하고 곧다. 철저하고 곧지 못하면 사람의 간사함을 바로잡을 수가 없다.
188 술을 아는 인사는 밝게 살핀다. 그들의 말이 임금에게 쓰이게 된다면 장차 중신들의 숨은 정산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 법에 능통한 인사는 강직하다.
189 중신이 임금에게 충성하는 체 하면서 자신의 원수인 법술가를 천거하지 않을 것이며, 임금이 4중의 장벽을 넘어서 중신의 정체를 밝게 살피지 못하게 할 것이다. 임금의 총명은 더욱 가려지는 반면 대신의 권세는 더욱 무거워지게 될 것이다.
189 -191 임금이여 눈을 뜨라. -임금과 소원한 사람이 임금 가까이에서 사랑과 신임을 받는 사람과 다툰다면 승산이 없을 게 뻔하다.
205十二 설난편設難篇 | 대화對話, 그 설득設得의 심리心理
205 설난은 남을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는 말이다. 남을 설득하여 나의 의견에 동의하게 만드는 일은 어떤 상대자에 대해서도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설득의 길을 한비는 인간의 심리를 분석, 거기에서 개척하려고 하고 있다. 설득이란 결국 남의 마음을 내 마음에 공감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상대의 마음을 어떻게 휘어잡느냐에 있는 것이다. 한비의 인간 심리 분석은 놀랄만큼 예리하다.
207 설득의 어려움은 설득하려고 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려서 나의 말을 그에게 맞추어야 하는 데 있다.
1) 설득의 상대가 명성을 좋아하는데 두터운 이익을 가지고 설득한다면?
- 절조가 낮고 비천한 자를 만났다고 하여 반드시 버리고 멀리할 것이다.
2) 설득하려고 하는 상대가 두터운 이익을 소중하게 여기는데 명성을 높이는 일을 가지고 설득한다면?
- 생각이 없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라고 하여 반드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3) 설득하려고 하는 상대가 속으로는 이득을 소중히 여기면서 겉으로는 명성을 높이 여기는체 하는데 명성을 높이는 일을 가지고 설득한다면?
- 겉으로는 세객을 받아들이는체 하면서 속으로는 소원하게 할 것이다.
4) 두터운 이익이 생기는 일을 가지고 설득하면 속으로 그 말을 받아들이면서도 겉으로는 그를 버리는 체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것을 잘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
208-211 2 설득의 위험
대체로 일은 비밀을 지킴으로써 이루어지고, 말은 누설됨으로써 실패한다. 되지 못할 일을 가지고 임금에게 강요하거나, 그만두지 못할 일을 중지시키려고 한다면 이러한 자는 몸이 위태롭다.
214 대체로 설득하는 사람이 힘써야 할 일은 상대방이 자랑으로 여기는 바를 아름답게 꾸며주고, 부끄러워하는 일을 없애 줄줄 아는데 있다.
216-221 정나라 무공(武公)이 호(胡)를 치고자 하였다. 그는 공주를 호의 군주에게 시집보낸 후 신하들을 모아 놓고 물었다. “나는 이제 전쟁을 벌여 영토를 확장하고자 하는데, 어느 나라를 쳤으면 좋겠는가?” 그러자 관기사란 신하가 말하였다. “호를 쳐야 합니다.” 이에 무공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호는 우리와 형제국이다. 그런데 그를 치라니!” 그러면서 관기사를 사형에 처하였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호나라 군주는 마음 놓고 정나라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했다. 정은 그 기회를 이용해 호를 공략, 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송나라에 부자 하나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큰 비가 내려 담이 무너졌다. 그러자 그의 아들이 말했다. “담을 고치지 않으면 도둑이 들지 모릅니다.” 잠시 후 이웃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했다. “빨리 고치십시오. 도둑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 밤 도둑이 들었다. 그러자 부자는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는 판단력이 뛰어나다고 여긴 반면 충고를 해 준 이웃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었다.
관기사와 이웃사람의 말은 모두 맞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말 때문에 화를 입었으니 사실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옛날 미자하란 미소년이 위(衛)나라 왕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의 병이 위중하다는 말을 들은 미자하는 임금의 명을 사칭하여 임금의 수레를 타고 집에 다녀왔다. 위나라 법에 따르면 이는 다리 절단에 해당하는 죄였다. 그러나 후에 이 사실을 안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미자하의 효성이 얼마나 지극한가! 그는 자신의 다리보다 어머니를 더 중하게 여겼도다.” 또 어느 날인가는 임금이 복숭아밭에 산책을 갔는데 복숭아 하나를 먹던 미자하가 나머지를 왕에게 바쳤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미자하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구나. 자신이 먹던 것이란 사실조차 잊고 내게 바치다니!”
그 후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쇠하고 임금의 사랑 또한 식게 되었다. 그러자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미자하는 내 명령을 사칭하고 내 수레를 훔쳐 탔을 뿐 아니라 제가 먹던 복숭아를 나에게 준 녀석이다. 용서할 수 없다.”
미자하의 행동은 처음과 나중이 다르지 않았으나 처음에는 칭찬을 받았고 후에는 벌을 받았으니 이는 군주의 사랑이 변한 까닭이다. 신하가 군주의 총애를 받을 때는 그의 지혜 또한 군주의 마음에 들 것이지만 총애가 사라지고 나면 뛰어난 지혜마저도 벌을 받게 된다. 왕에게 유세를 하고자 할 때는 우선 왕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용은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목에는 역린(逆鱗)이라 해서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그것을 만지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된다.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으니 그에게 유세하고자 하는 자는 역린을 건드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유세는 대체로 성공할 것이다.
225 난은 비난한다. 논란한다는 뜻이다.
230 무릇 물음의 대답에는 인유하는 바가 있으며, 물음의 작고 큼과 늦고 급함에 따라 대답해야 한다. 묻는 것은 높고 큰데 낮고 좁은 것으로써 대답한다면 현명한 임금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240 대체로 잡초를 아끼면 벼이삭에 손실을 가져오고, 도둑에게 은혜를 베풀면 양민을 해치게 만든다. 지금 형벌을 늦추고 너그러운 은혜를 베푼다면, 이는 간사한 자를 이롭게 하고 선량한 사람을 해치게 된다. 이것은 정치하는 도리가 못된다.
247 지혜로써 나라를 다스리면 나라를 해치게 된다.
251 十四 관행편觀行篇 | 관찰觀察의 기준基準과 방법方法 .
251 관행은 행동을 관찰하라는 말이다. 제 눈으로 제 눈썹을 보라고 요구하거나 추궁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을 살피는 데는 도를 표준으로 하고, 신하의 행동을 살피는 데는 법술을 방법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천하에 꼭 믿어야 할 세 가지 이치가 있다. 1) 지혜만으로는 성립시키지 못할 일이 있고, 2) 힘만으로는 들 수 없는 일이 있다. 3) 강한 것만으로 이길 수 없는 일이 있다.
259 十五 안위편安危篇 | 안전한 길과 위험한 길 .
261 국가를 안전하게 하는 방법
1) 상과 벌은 옳은 것에 따라 주어라.
2) 화와 복은 선과 악에 따라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3) 죽이고 살리는 것은 법령에 따라 시행하라.
4) 사람을 평가 할 때에는 현명한가 불초한가를 살필 뿐이고 사랑하고 미워함을
염두에 두지 말라.
5) 사람을 평가 할 때에는 그가 어리석은 사람인지 슬기로운 사람인지 실증을 가지고
살필 뿐이고 남의 비방이나 칭찬에 끌리지 말아야 한다.
6) 일정한 법도가 있어야 하고 마음 내키는대로 일을 처리하지 말 것.
7) 믿음성이 있고 속임수가 없어야 한다.
261 국가를 위태한 데로 몰아 넣는 길은?
1) 법을 안으로 굽혀서 일을 처리하는 것.
2) 법을 밖으로 확대하여 처리하는 것.
3) 남의 해를 자신의 이로 삼는 것.
4) 남의 환난을 즐거워 하는 것.
5) 남의 편안한 것을 위태하도록 만드는 것.
6) 사랑해야할 자를 가까이 하지 않고 미워해야할 자를 멀리하지 않는 것.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삶의 즐거움을 상실하고 죽음이 중난한 것임을 망각한다. 사람들이 삶을 즐겁게 여기지 않으면 임금을 존중하지 않고 , 죽는 것을 어렵게 여기지 않으면 임금의 명령은 시행되지 않을 것이다.
265 심한 병에 걸린 사람의 이는 아픔을 참는데 있고, 용맹하고 의젓한 임금은 귀에 거슬리는 말을 복으로 삼았다. 고통을 참았기 때문에 편작이 의술을 다할 수 있었고,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오자서는 충언을 다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병들어 치료의 아픔을 참지 못하면 편작의 오묘한 의술을 놓치고, 나라가 위태로울 때에 거슬리는 충언을 듣지 않으면 성인의 의사를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장구한 이를 먼 후세에 길이 전할 수 없고 공명도 오래 가게끔 세울 수 없을 것이다.
268 임금된 이가 신하의 힘을 알맞게 저울질 하지 않아서 전성자 같은 역신이 있에 했으면서 신하들이 모두 비간처럼 되기를 바라고만 있으니 나라가 한결같이 편안할 수 없는 것이다.
269 이같이 가치판단이 뒤집혔기 때문에 작은 나라 은나라가 큰 나라 하나라를 쳐서 이기게 된 것이다. 현명한 임금의 도는 법에 충실하고 그 법은 사람의 마음에 충실하다. 그런 까닭에 현명한 임금이 백성에게 군림하면 백성들은 그를 본보기로 삼아 떠나간 뒤에는 사모한다. 요임금은 아교풀이나 칠과 같은 굳은 약속을 그때 세상이 한 일이 없었으나 그의 도는 행하여 졌으며, 순임금은 송곳을 세울 만한 작은 영지도 후세에 남기지 않았으나 덕이 맺어져서 길이 풀리지 않으니, 능히 도를 옛날에 세워서 만세에 덕을 남기는 이를 현명한 임금이라고 한다.
273 十六 용인편用人篇 | 완벽한 사람의 울타리 .
275 들으니 옛날 사람을 잘 쓰는 이는 반드시 천시에 따르고, 인정에 순응하며, 상벌을 분명하게 하였다고 한다. 천시에 따르면 힘쓰는 것이 적고 공을 세우며, 인정에 순응하면 형벌이 줄어들고 명령이 행하게 된다.
276 밝은 임금은 각자의 일이 서로 간섭하고 침범함이 없게 한다. 그런 까닭에 다투어 소송하는 일이 없다. 선비로 하여금 벼슬을 겸임하게 하지 않는다.
277 마음으로 다스리면 위험하다. - ‘그 마음은 알기 어렵고, 즐겨하고 성내는 것은 절도에 맞게 하기에 어렵다. 라고. 그러므로 깃발로 표시하여 눈에 보이게 하고 북을 쳐서 귀에 말하며, 법으로써 마음에 가르치는 것이다.
289 十七 공명편功名篇 | 천天 · 인人 · 기技 · 세勢의 활용 .
289 자연의 운행 법칙을 잘 살펴서 그것을 정치 속으로 유도해가고, 사람의 기술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도록 잘 활용하고, 세력 높은 지위를 자기 자신이 누리고 잇으면 구태여 애써 추진 하지 않더라도 공명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293 자연의 운행 법칙을 이용할 줄 알면 힘쓰지 않아도 스스로 생성할 것이고, 인심의 원하는 바를 이용하면 독촉하지 않아도 스스로 힘쓸 것이다. 기술과 능력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이편에서 급히 서두르지 않아도 저절로 성과는 빨리 올 것이다. 세력 있는 높은 지위를 누리면 추진 하지 않아도 이름이 저절로 이루어 질 것이다.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물 위에 배가 뜨는 것처럼, 자연의 법칙을 이용하면 무궁한 명령을 시행 할 수가 있는 것이다.
293 비록 재능이 있을지라도 세가 없으면, 비록 어질지라도 불초한 자를 제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한 자 되는 재목을 높은 산 위에 세우면 천 길 되는 깊은 계곡을 굽어볼 수 있다. 그것은 재목이 길어서가 아니라 위치가 높기 때문이다.
293 걸이 천자가 되어 능히 천하를 제어할 수 잇는 것은 걸이 현명하여서가 아니고 세가 무겁기 때문이다. 요가 필부가 된다면 비록 세 집 정도의 작은 촌락도 바르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불초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위가 낮기 때문이다. 천근의 무거운 무게도 배를 얻으면 뜨지만 치수와 같은 지극히 가벼운 무게도 배가 없으면 침몰한다.
293 천근이 가벼워서가 아니고 치수가 무거워서가 아니라 세가 있는 것과 세가 없는 것 때문이다. 그러므로 짧은 것이 높은 곳에 군림하는 것은 위치 때문이고, 불초한 자가 현명한 자를 제어하는 것은 세 때문이다.
294 지극히 잘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임금은 북채 같고 신하는 북과 같으며, 기능은 수레 같고 일은 말과 같다. 그러므로 사람이 여력이 있으면 호응하기 쉽고, 기교에 여유가 있으면 일에 편리한 것이다.
294-295 공을 세우는 자에게 힘이 부족하고 친근한 자에게 믿음성이 부족하며, 이름을 이루는 자에게 세가 부족하고, 가까운 자는 이미 친애하지만 먼 자와 친애를 맺지 않는다면 이름이 실지와 맞지 않는 것이다.
295 성인이 덕은 요순 같고, 백이 같더라도 지위가 세상 위에 추대되지 않으면 공을 세울 수 없고 이름도 드러낼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옛날의 능히 공명을 성취한 자는,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를 도왔으며, 가까운 자는 성의로써 그와 맺고, 먼 사람은 그의 명성을 칭찬했으며, 높은 자는 그를 세로써 추대하였다.
299 十八 대체편大體篇 | 정치政治의 대도大道와 그 극치極致.
302 옛날 정치의 대도를 완전히 체득한 군주는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강과 바다를 관찰하고 산과 계곡에 의지하고 해와 달이 비치는 곳, 네 계절이 운행되는 가운데 구름은 퍼지고 바람은 움직이는 것처럼 사람의 지혜로써 마음을 더럽히지 않았으며 사욕으로써 몸을 더럽히지 않았다.
307 十九 내저설상편內儲設上篇 | 사람을 다루는 일곱 가지 술책術策 .
308 임금이 신하를 부리기 위하여 7가지 방법이 있고, 임금이 신하의 간사함을 간파하기 위하여 신하의 6가지 비계를 살펴야 한다.
7술이란?
1) 여러 사람의 말들을 종합하여 비교 검토 할 것.
2) 죄 지은 자는 반드시 벌을 주어서 군주의 위력을 명시 할 것.
3) 공이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어서 그들이 능력을 다하게 할 것
4) 신하의 말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듣고, 신하의 말에 대하여는 그 실적을 책임 지울 것.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울 것.)
5) 신하에게 의심스러운 명령을 내리고 궤계를 부릴 것.
6)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신하에게 물을 것.
7) 말을 거꾸로 하고 일을 반대로 하여 신하를 시험할 것.
314 공로자는 반드시 상을 주어 분발케 할 것- 상이 박하고 믿음성이 없으면 나라 일에 힘을 쓰지 않고, 상이 후하고 믿음성이 있으면, 신하들이 나라를 위하여 죽음을 가볍게 여길 것이다.
317 4) 신하의 말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듣고, 신하의 말에 대하여는 그 실적을 책임 지울 것.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울 것.) - 일청 (들을 청) - 한 사람 한사람에게서 말을 듣지 않으면 신하의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을 구분할 수 없다. 신하의 말에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신하는 말과 일을 일치하게 하지 않는다.
319 사람을 부릴 때 엉뚱한 일을 물으면 그 사람은 경계하여 감히 자신의 사를 경영하려고 하지 못한다.
321 아는 것을 모르는 체하고 물으면 알지 못하던 일까지 알게 된다. 한 가지 일을 깊이 알게 되면 숨겨져 있던 많은 일들이 다 밝혀진다.
327 二十 내저설하편內儲設下篇 | 군주가 경계해야 할 여섯 가지 모략謀略.
328 6미는
1. 권새를 신하에게 빌려 주는 일
2. 임금과 이해가 상이한 신하가 외국 세력을 빌어 오는 일
3. 비슷한 일에 의탁하여 간악을 성취하는 일
4. 임금과 신하 상호의 이해가 상반하는 일
5. 바른 것과 비슷한 것이 뒤섞여 내분을 일으키는 일
6. 적국 세력이 작용하여 본국 관리를 임면 하는 일
334 위 나라 사람 부부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아내가 “우리에게 아무런 사고도 없게 하여 주시고 베 백필을 얻게 하여 주소서.”
하고 빌었다. 남편이 말하기를 그거 너무 적지 않은가? 하니 아내 대답이 ‘그보다 더 많으면 당신이 그것으로 첩을 얻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라고 하였다.
340 내분이 일어나는 것 - 참의 : 참된 것과 거짓의 것이 뒤섞임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으면 그러한 사세는 내란이 일어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현명한 임금은 그런 일을 조심한다.
347 二十一 설림편設林篇 | 예화例話 속의 인간군상人間群像.
347 인간이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한비의 일관한 지론이 담겨 있다. 설림편은 한비의 인간 연구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그만큼 연구와 노력과 지식을 쌓았기 때문에 그의 말은 언제나 공허하지 않고 현실감을 갖고 박진할 수가 있었다.
353 욕심은 눈을 어둡게 만든다. - 위나라 사람이 그 딸을 시집보내며 가르쳐 말했다. “반드시 몰래 쌓아 모아라. 남의 며느리가 되어 쫒겨 나는 것은 보통이고 제대로 사는 것은 다행한 일이니까.” 그 딸이 그 말을 따라 몰래 쌓아 모았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숨김이 많다 하여 쫒아 내었다. 딸이 가지고 돌아온 것은 시집갈 때 가지고 간 것의 배나 되었다.그 아비는 자식을 잘 못 가르친 것을 스스로 허물하지 않은 채, 그 재물이 불게 된 것을 스스로 지혜롭게 여겼다. 지금 신하로서 벼슬에 있는 자는 모두가 이런 부류들이다. ➔ 왜 우리나라 정부 관료들이 생각나는건지?
354 이익 때문에 행하는 것이다.- 뱀장어는 뱀 같고 누에는 뽕나무 벌레와 같다. 사람이 뱀을 보면 놀라고 뽕나무 벌레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 그런데도 어부들은 손으로 뱀장어를 만지고 여자들은 손으로 누에를 줍는다. 결국 이익이 된다면 누구나가 맹분이나 전저와 같은 용사가 된다.
355 천리마와 짐말 - 백락은 그가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천리마 보는 법을 가르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짐말 보는 법을 가르쳤다. 천리마는 어쩌다가 하나 있을 뿐으로 이익이 적으나, 짐말은 날마다 팔리는 것이라 이익이 많았다. 이것이 주서에서 말한 바 “낮은 말로 높게 쓰인다, ”라는 뜻이다.
357 부의 한계 - 환공이 관중에게 물었다. “ 부는 끝이 있는가? ” 이렇게 답했다. “물의 끝은 곧 물이 없는 것이고, 부의 끝은 곧 그 부를 만족해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능히 스스로 만족한데 그치지 못하고 망하게 되니, 그것이 부의 끝이라 할 수 있겠지요.”
358 실패보다는 뒤처리를 잘 하라.- 송나라 부자 중에 감지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과 함께 백금의 박옥을 경매로 사게 되었다. 도중 짐짓 실수인 척 깨뜨리고 그 백금을 물어주었다. 그리고 그 깨진 흠을 없애 순금 천일을 얻었다. 일이란 하다가 실패가 있어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수가 있다. 책임지는 것을 제 때 제때에 하는 것이다.
C. 내가 저자라면.
난 어렸을 때 성선설의 주장에 더 가까운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세상을 알수록 성악설에 가까워졌고, 지금은 두 개의 구조로 이루어 진 것이 사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사부님의 권유로 한비자를 이번 책으로 선택했다. 한비자가 말더듬이라는 이유로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하셨는데, 스피치보다는 다음에 쓰고 싶은 커뮤니케이션 책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말을 할 때 심하게 더듬었던 한비는 아마도 어려서 환경에 의해 말더듬이가 된 것 같고 불행히도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채 글로 의사소통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시황이 그를 너무나 보고 싶어 그를 진나라로 데려왔을 때도 그가 심한 말더듬이라는 사실에 실망한다. 그 부분에서 난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고,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아까운 나이에 이사의 모함을 받아 그렇게 일찍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비자 부분에서도 난 화술 그 함정과 허실을 다룬 난언편에 가장 맘이 갔다. 그래서 두가지 버전으로 번역본을 다 보았는데.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어쩌면 그렇게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두 가지 버전을 다 옮겨 보고 긍정적인 부분을 잡는다면 어떻게 문장이 바뀔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한번 적어보기로 했다.
1) 말이 순하여 거슬림이 없고 유창하며 아름답고 순서가 있으면 곧 화려할 뿐 알맹이가 없다고 합니다.
1) 저의 말이 주상의 뜻을 좇아 유창하고 조리 있게 줄줄 이어지면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 말이 순하여 거슬림이 없고 유창하며 아름답고 순서가 있으면, 참으로 타고난 말쟁이라고 사람들은 나를 칭찬 할 것입니다.
2) 말이 착실하고 진지하며 꿋꿋하고 신중하여 흔들리지 않으면 옹졸하고 조리가 없다고 합니다.
2) 공경스럽고 삼감이 깊으며 강직하고 신중하면, 서투르고 순서가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 말이 착실하고 진지하며 꿋꿋하고 신중하여 흔들리지 않으면, 참 조리있게 말을 잘 한다고 할 것입니다.
3) 옛말을 많이 인용하고 아름답게 수식한 말이 많아서 같은 사례를 잇달아 들고 다른 것과 비교해 말하면 곧 말이 들떠 있을 뿐 소용이 없다고 한다.
3) 말이 많고 빈번이 다른 사물을 거론해 비슷한 것을 열거하고 다른 사물에 비유한다면, 그 내용은 공허하고 쓸모가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 옛말을 많이 인용하고 아름답게 수식한 말이 많아서 같은 사례를 잇달아 들고 다른 것과 비교해 말하면, 참 그 사람 분석을 잘한다. 아는 것도 많다 정말 미사여구를 잘 활용할 줄 안다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4) 대체의 요점만을 뭉뚱그려 말이 간략하고 직설적이며 꾸미지 않으면 곧 말이 남의 감정을 건드릴 뿐이고 말을 잘 할 줄 모른다고 한다.
4) 세밀한 부분만을 꼬집어 요지를 설명하며 간략히 말하고 수식을 덧붙이지 않으면 미련하고 말재주가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 세밀한 부분만을 꼬집어 요지를 설명하며 간략히 말하고 수식을 덧붙이지 않으면, 참 그 사람 말에 군더더기가 없구나 할 것입니다.
5) 말이 남에게 친근하기를 서두르면서 남의 심정을 더듬어 엿보려고 하는 듯하면 곧 외람되고 사양할 줄 모른다고 한다. 말이 넓고 크고 깊고 묘하여 헤아릴 수 없으면 곧 말을 과장할 뿐 실용성이 없다고 한다.
5) 주상의 측근에 있는 자를 비판하며 다른 사람의 속마음까지 살펴 알려고 한다면, 남을 비방하며 겸손을 모른다고 할 것이다. 말하는 뜻이 넓고, 크며 오묘하고도 깊어서 헤아릴 수 없으면 과장되어 쓸모가 없다고 여겨질 것이다.
➔ 주상의 측근에 있는 자를 비판하며 다른 사람의 속마음까지 살펴 알려고 한다면, 남의 마음을 잘 꿰뚤어 본다고 할 것이다. 말하는 뜻이 넓고, 크며 오묘하고도 깊어서 헤아릴 수 없으면 그 사람 참 속이 깊구나 할 것이다.(?)
6) 집안 살림살이의 자질구레한 말을 자세하게 거듭거듭 말하면 곧 치사하다고 한다.
6) 자기 집안의 이익을 계산해 세세하게 얘기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면 소견이 좁다고 여길 것이다.
➔ 자기 집안의 이익을 계산해 세세하게 얘기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면, 그 사람 참 부자가 되겠구먼 그렇게 속속들이 자신의 이익을 따지니..할 것이다.
7) 말이 세속적이고 비근하며 말이 임금의 뜻에 어긋나거나 거슬리는 일이 없으면 곧 살 길을 참하여 윗사람에게 아첨한다고 한다.
7) 속된 말솜씨로 상대방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말만을 가려서 하면, 목숨을 부지하려고 주상께 아첨하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속된 말솜씨로 상대방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말만을 가려서 하면, 참 그 사람 사람 비위도 잘 맞추네 할 것이다.
8) 말이 세속적인 일을 멀리 초월하여 궤변으로 사람다운 맛이 없어지면 곧 말이 허황하다고 한다.
8) 말하는 것이 세속과 동떨어져 괴이하고 허무맹랑한 사실들만을 늘어 놓으면, 엉터리라고
여겨질 것이다.
➔ 말이 세속적인 일을 멀리 초월하여 궤변으로 사람다운 맛이 없어지면 도인 같다고 할 것이다.
9) 말이 민첩하고 말 재주가 풍부하여 야단스럽게 말을 수식하면 곧 사관처럼 말 많은 친구라고 한다.
9) 민첩하고 말재주가 뛰어나며 문체가 번다하면 사관 나부랭이로 여길 것이다.
➔ 말이 민첩하고 말 재주가 풍부하여 야단스럽게 말을 수식하면, 정말 자네는 말을 사관처럼 잘 하는구만 할 것이다.
10) 전연 수식이나 학문을 버리고 질박한 본성만을 가지고 말하면 곧 천하다고 한다.
10) 일부러 문학적인 것을 버리고 사물의 바탕 그대로만을 말하면 천하다고 여길 것이다.
➔ 일부러 문학적인 것을 버리고 사물의 바탕 그대로만을 말하면 본질을 꿰뚫는 눈을 가졌구나 하고 이야기 할 것이다.
11) 때로 시 서를 말하고 지나간 옛말의 법을 말하면 곧 그 사람은 옛일을 외우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11) 수시로 시경이나 서경 같은 경전에 있는 말을 인용하고 고대 성왕의 법도를 본보기로 삼으면 옛 사실들만 들먹인다고 여겨질 것이다.
➔ 수시로 시경이나 서경 같은 경전에 있는 말을 인용하고 고대 성왕의 법도를 본보기로 삼으면 옛것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물으며 시경과 서경에 대해 같이 논하자고 할 것이다.
그냥 내 나름대로 뒤집어 보기를 하고 싶어졌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비는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지낸 사람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역사가 흐를수록 그의 사상을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까닭은 있을 것이다. 다만 한비는 인간의 애정이나 의리 자체를 경솔하게 부정 하지 않았다는 것, 단지 현실적으로 사랑 보다는 ‘힘의 논리’가 다시 말해 의 보다는 ‘이’가 앞선다고 여겼기에 ‘법치주의’를 주장했고 이를 집대성 했다는 것이었다. 그 어떤 것이든 밝은 양지가 있으면 어두운 음지도 있다고 생각한다. 법의 기능만을 찬양하여 법에만 의존하려고 하기 보다는 한비가 법치를 주장하게 된 이유 즉 사사로운 이익과 감정을 배제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무사하게 법을 적용하여 질서 있는 사회를 이루자는 뜻을 받들며 위에서 언급한 단점까지도 보완 할 만한 토대위에서 법을 적용 시킨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PS 다음은 강신주 박사 인터뷰 내용
“지금 고전이라고 하면 대체로 처세술로 읽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처세술서로서의 고전이란 거, 한꺼풀 벗겨보면 그건 종교와도 같습니다.
비판적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 성경 같다고나 할까요?
제 자신은 춘추전국시대를 걸으면서, 나아가 그 시대를 고민한 사상가들을 만나 그들의 처절함이나 고뇌를 보면서,
지금 제가 살고 있는 현대를 봅니다.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그들의 고민은 곧 우리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사상가들과 이른바 '맞짱'을 떠서 '당신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주장을 했습니까'라고 묻고 싶었습니다.
그런 성찰에서 지금의 우리에게는 그들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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