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者

오늘 아침, 정말 진수성찬 밥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식탁을 앞에 두고 큰아이가 한 말이 재미져 또 크게 웃었습니다.
아침형인 작은 아이는 오늘 저와 저녁 먹을 시간을 내려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게 아침상을 차려 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없어 큰 아이 방에 들어가 침대로 미역을 던지며 큰 아이를 깨웠다고 합니다. 요리 잘하는 그대의 실력을 믿어 보겠노라며 호통을 치며 말입니다.
그 말에 올빼미형인간인지라 늘 밤에만 공부하는 큰 아이가 일어나 일 곱 시부터 국자에 손가락까지 데면서 부산을 떤 식탁을 가족들이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식탁을 대하며 저는 짧지만 참으로 감사한 기도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불과 10 여년 전만 해도 에너지가 부족해 잠을 깨울 때도 늘 화를 내던 큰 아이, 얼마나 까칠한지 늘 어떻게 첫 말을 떼야 할까 연구해야 했던 작은 아이. 가장 사랑하는 그 두 아이에게 마음을 상해 만신창이가 되곤 하던 저.

산의 모습이 순하면 물길도 순해 지는 것이지요.
어느 날부터인지 그 두 아이의 결핍이 채워지며 자존감이 높아지고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늦은 밤에도 작은 아이가 큰아이에게 슈퍼에 가자고 하면 꼼짝없이 둘이 산책길을 나서듯 수다를 떨며 함께 나서는 광경을 보면 제 마음이 어느새 헤헤 풀어집니다.
두 아이의 별명이 어느새 순둥이가 될 만큼 웬만한 일에 화를 내지 않게 된 겁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엄마로서 몰라서 했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훈육의 부름이 아닌 다정한 어감으로 천 번의 이름을 불러 주어야 했던 저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저도 어느새 순한 사람이 지향점이 됐습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만 제외하면 늘 애니타임 오케이인 사람이고 싶고, 또 그렇게 화를 낼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그 두 가지에 대해 여러 말을 하게 되면 아직도  때로 참을 수 없이 화가 나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아이가 차린 미역국이 조금 짜도, 오징어 튀김이 버터 범벅이어도, 참치 구이가 너무 바삭해도, 늘 그렇듯이 그저 좋다를 연발합니다. 좋다는 느낌을 입밖으로 내다보면 더 좋아지는 것을 늘상 경험합니다.

언제나 아이들의 상을 차리다 저를 위한 아침 식탁을 차리는 아이를 바라보다 발견한 이 행복,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도 독자 여러분에게 가장 큰 두 가지를 제외한 그대의 창안 풍경이 순한, 여여한 날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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