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香仁 이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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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모닝콜까지 한 삼십 분 남았지만 눈이 떠진 건 한참 전이다. 자고 또 자고 했는데도 여전히 졸립다가 이제 겨우 눈이 떠진 상황이다. 정확하게 48시간 전에 집에서 나와 나리타에 잠깐 들렸다 뉴욕에 도착해 드디어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추석 연휴기간에 좌석을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지만 나름대로의 요령을 발휘해 겨우 한 자리를 꿰어 차고 이곳으로 잠시 공간이동을 하였다. 착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동이 장난이 아니다. 그나마 나는 공항이라는 곳이 도가 텄으니 구석구석 찾아 다니지만 연로하신 분들에겐 못할 일일 것이다.
오기 전에 연구원 과제까지 하고 오느라 밤을 꼬박 새웠는지라 평소 소위 민감하다고 외쳐대던 나는 그냥 어디든지 안기만 하면 고꾸라져 있거나 사람 같지 않은 몰골로 게슴츠레 찌그러져 있곤 했다. 이렇게 서울을 탈출하는 와중에도 연구원 과제라는 의식이 굳건하게 잡혀있으니 참 대단하다. 이런 거 보면 난 책임감 강하고 성실한 인간이야….
언젠가부터 발병이 난 건지 모르겠지만 정월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짐 싸들고 어디론가 갔던 것 같다. 아마 싱글이라고 해서 주변에서 한 마디씩 던지는 게 듣기 싫었고 그러다 보면 쓸데없이 아까운 휴일들이 불필요한 고민 때문에 날라가 버리니 이참에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가장 효율적인 것을 찾아 이렇게 떠나기 시작했었다. 여행이라는 게 떠나기 전엔 귀찮기도 하지만 막상 집 밖으로 나서면 설레임도 생기고 재미도 있으며 자극이 되는 게 상당히 괜찮은 것이다.그렇게 습관 든 여행이 이젠 인이 박혀 안가면 몸이 쑤셔대고 제정신이 안돌아오니 어떨 수 없이 때가 오면 또 콧바람이라도 살짝 쐬이고 와야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씨잘데기 없는 고민에 아까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니 여러 가지로 일석이조이다. 게다가 요즘은 이 접속의 시대인지라 어디에서든 누구와도 연락이 가능하니 것두 재미가 있다. 서울에 있는 척하며 능청도 떨 수 있는 것이다. 가족들과는 늘 자주 만나니 오히려 명절인데 나타나면 이번엔 웬일로 어디 안 갔느냐며 자기들이 묻곤 한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화려한 싱글의 자유를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 13시간 정도를 날아왔을까..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옆자리가 비었다. 좌석이 가득이었는데 내 옆자리만 빈 상황, 그 기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음이다. 이 옆자리 알력이라는 게 은근히 피곤하다. 팔걸이를 하나 두고 보이지 않는 쟁탈전을 벌인다던가, 아님 나의 영역을 침범 당하고 속으로 끙끙거리는 것등 여러 가지가 있다. 늘 멋진 누군가가 옆에 앉기를 바라지만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고 말았기에 이번엔 그저 말 없이 조용하고 체구가 작은 사람이 앉기만을 바라고 또 바랬는데 그도 아예 없는 것이다. 아 정말 완전 뭔가 잘되려고 하는 듯하다. 이번 여행 몹시 기대하기로 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기운다.
난 비행기가 첫 직장이었는지라 기내에 앉으면 편안해진다. 잠깐 서서 둘러보면 어디에 뭐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다 보인다. 비상시 어찌해야 할까 등등 행동요령을 숙지하곤 잠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게 잘던지 밥 먹으라고 흔드는 통에 일어났을 정도이다. 인제부터 어디 가서 본인 무척 예민하다는 말 삼가 해야 할 듯하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옆에 앉은 이는 그런대로 스마트해 보이는 일본 남자로 가끔 나를 쳐다보는지 바깥을 내다 보는지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바람에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저 오늘 졸렵거든요. 두 좌석 밖에 안 되는 공간에서 잠시 이 긴 몸을 꽈배기처럼 해서는 부친개 굽듯 그 상태 그대로 몸을 돌려주곤 하다 보니 어느덧 뉴욕 도착이다.
요즘 미국행 비행기들은 거의 승객을 탈진 시킬 정도로 검사를 많이 하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출입국 관리소에서는 손가락 한 쪽씩 해서 양쪽 지문검사까지 완벽하게 해주고 왔다. 지문이 등록된 곳이 한국과 일본, 미국이다. 범죄 저지르지 말고 조신하게 돌아가야 한다. 싸움 거는 아이들 각별히 주의해 무사히 일정을 마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호텔이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좋다 나쁘다는 이야기 하지 않기로 한다. 마지막 날만큼은 맨하튼의 기가 막힌 곳에서 답답증 걸린 여자랑 바람 난 여자들이 모인다고 하니 그 날을 생각하면 내 모든 것을 참으리라. 인터넷이 되니 그거 하나는 감지덕지다. 그나저나 이렇게 쓰다 보니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약간 목 감기 기운도 있긴 하지만 다른 열정이 그것을 넘어 주리라 기대한다. 서울에 계신 분들, 모두 넉넉한 추석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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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전에 연구원 과제까지 하고 오느라 밤을 꼬박 새웠는지라 평소 소위 민감하다고 외쳐대던 나는 그냥 어디든지 안기만 하면 고꾸라져 있거나 사람 같지 않은 몰골로 게슴츠레 찌그러져 있곤 했다. 이렇게 서울을 탈출하는 와중에도 연구원 과제라는 의식이 굳건하게 잡혀있으니 참 대단하다. 이런 거 보면 난 책임감 강하고 성실한 인간이야….
언젠가부터 발병이 난 건지 모르겠지만 정월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짐 싸들고 어디론가 갔던 것 같다. 아마 싱글이라고 해서 주변에서 한 마디씩 던지는 게 듣기 싫었고 그러다 보면 쓸데없이 아까운 휴일들이 불필요한 고민 때문에 날라가 버리니 이참에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가장 효율적인 것을 찾아 이렇게 떠나기 시작했었다. 여행이라는 게 떠나기 전엔 귀찮기도 하지만 막상 집 밖으로 나서면 설레임도 생기고 재미도 있으며 자극이 되는 게 상당히 괜찮은 것이다.그렇게 습관 든 여행이 이젠 인이 박혀 안가면 몸이 쑤셔대고 제정신이 안돌아오니 어떨 수 없이 때가 오면 또 콧바람이라도 살짝 쐬이고 와야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씨잘데기 없는 고민에 아까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니 여러 가지로 일석이조이다. 게다가 요즘은 이 접속의 시대인지라 어디에서든 누구와도 연락이 가능하니 것두 재미가 있다. 서울에 있는 척하며 능청도 떨 수 있는 것이다. 가족들과는 늘 자주 만나니 오히려 명절인데 나타나면 이번엔 웬일로 어디 안 갔느냐며 자기들이 묻곤 한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화려한 싱글의 자유를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 13시간 정도를 날아왔을까..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옆자리가 비었다. 좌석이 가득이었는데 내 옆자리만 빈 상황, 그 기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음이다. 이 옆자리 알력이라는 게 은근히 피곤하다. 팔걸이를 하나 두고 보이지 않는 쟁탈전을 벌인다던가, 아님 나의 영역을 침범 당하고 속으로 끙끙거리는 것등 여러 가지가 있다. 늘 멋진 누군가가 옆에 앉기를 바라지만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고 말았기에 이번엔 그저 말 없이 조용하고 체구가 작은 사람이 앉기만을 바라고 또 바랬는데 그도 아예 없는 것이다. 아 정말 완전 뭔가 잘되려고 하는 듯하다. 이번 여행 몹시 기대하기로 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기운다.
난 비행기가 첫 직장이었는지라 기내에 앉으면 편안해진다. 잠깐 서서 둘러보면 어디에 뭐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다 보인다. 비상시 어찌해야 할까 등등 행동요령을 숙지하곤 잠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게 잘던지 밥 먹으라고 흔드는 통에 일어났을 정도이다. 인제부터 어디 가서 본인 무척 예민하다는 말 삼가 해야 할 듯하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옆에 앉은 이는 그런대로 스마트해 보이는 일본 남자로 가끔 나를 쳐다보는지 바깥을 내다 보는지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바람에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저 오늘 졸렵거든요. 두 좌석 밖에 안 되는 공간에서 잠시 이 긴 몸을 꽈배기처럼 해서는 부친개 굽듯 그 상태 그대로 몸을 돌려주곤 하다 보니 어느덧 뉴욕 도착이다.
요즘 미국행 비행기들은 거의 승객을 탈진 시킬 정도로 검사를 많이 하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출입국 관리소에서는 손가락 한 쪽씩 해서 양쪽 지문검사까지 완벽하게 해주고 왔다. 지문이 등록된 곳이 한국과 일본, 미국이다. 범죄 저지르지 말고 조신하게 돌아가야 한다. 싸움 거는 아이들 각별히 주의해 무사히 일정을 마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호텔이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좋다 나쁘다는 이야기 하지 않기로 한다. 마지막 날만큼은 맨하튼의 기가 막힌 곳에서 답답증 걸린 여자랑 바람 난 여자들이 모인다고 하니 그 날을 생각하면 내 모든 것을 참으리라. 인터넷이 되니 그거 하나는 감지덕지다. 그나저나 이렇게 쓰다 보니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약간 목 감기 기운도 있긴 하지만 다른 열정이 그것을 넘어 주리라 기대한다. 서울에 계신 분들, 모두 넉넉한 추석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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