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훈
- 조회 수 2119
- 댓글 수 2
- 추천 수 0
그리스로마신화에 피그말리온과 조각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키프로스섬의 여인들 즉, 프로포이티데스는 아프로디테의 숭배를 거부한 벌로 매춘부가 되었어요. 피그말리온은 그런 모습을 보고 여인들을 증오하게 돼요.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자신의 이상에 맞는 여인을 조각하였고, 조각상을 치장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살아있는 것처럼 대했죠. 아프로디테의 축제 날 피그말리온은 재물을 바치며 조각상과 같은 여인을 아내로 달라고 부탁했어요.
"신이시여, 저에게 저 상아 여인과 같이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해 주소서!"
그는 차마 조각상을 아내로 달라고는 하지 못했어요. 피그말리온이 집으로 돌아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각상에 입을 맞추었어요. 순간 입술에 온기가 느껴지면서 조각상은 서서히 살아있는 여인이 되어갔어요. 마침내 아프로디테가 그의 기도를 들어준 것이죠. 피그말리온은 조각상 여인과 결혼하였고, 그들의 결혼식에는 아프로디테가 참석했어요. 둘의 자식인 파포스의 이름에서 도시 파포스의 이름이 유래했고, 피그말리온의 조각 여인은 후에 거품의 요정 갈라테이아(Galatea)라 불렸어요.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이아에게 키스하는 극적 장면의 수많은 그림과 조각이 있어요. 저는 그 중에서 장 레옹 제롬(1824~1904)의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석고상이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 발은 아직 석고상인 모습도, 주위에 보이는 조각가의 작업실을 볼 수 있는 배경도 맘에 들어요. 특히 뒤에서 보는 모습에선 공중에 큐피드가 화살을 쏘고 있죠.
심리학 용어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것이 있어요. 다른 사람에 대해 기대하거나 예측하는 바가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를 일컫는다고 해요. 예를 들어 교사가 어떤 학생에게 그의 성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이를 지속적으로 표현하면 학생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실제로 성적이 오르게 된다는 것이죠.
피그말리온 효과를 그림책에 잘 표현한 장면이 있어요.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이예요. 축구를 좋아하는 오빠와 책을 좋아하는 여동생, 서로 전혀 다른 두 형제가 있었어요. 매일 싸우기만 하는 형제에게 엄마는 나가서 놀다 오라며 내보냈어요. 오빠는 심심해하다 어두운 터널로 들어갔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오빠가 오지 않자 동생은 무섭고 긴 터널을 들어가요. 터널 통과해서 나가니 오빠는 돌로 변해 있었어요. 돌로 변한 오빠를 동생이 끌어안자 점점 온기를 찾아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오빠는 "네가 와 줄 줄 알았어." 라며 반갑게 말해요. 동생과 오빠는 집으로 돌아와요.
앤서니 브라운은 그림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작가예요. [터널]에서도 피그말리온 말고도 너무도 많은 그림책 장면들이 있어요. 마치 숨은 그림처럼요. 그것은 직접 찾아보는 재미를 가져보세요. 다음엔 동시대에 서로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다스왕의 이야기와 신라시대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를 들려드릴게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172 | 서문_임산부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책읽기 | 콩두 | 2020.08.11 | 2130 |
5171 | 과거와 미래가 그대를 속인다면 [1] | 불씨 | 2020.08.10 | 1975 |
5170 | [12.11.09] 나는 걷는다 [1] | 어니언 | 2020.08.09 | 1819 |
5169 | 소년원 독서 강의를 앞두고 [2] | 정승훈 | 2020.08.08 | 2074 |
5168 | 1주1글챌린지_아이와함께하는삶_10 [4] | 굿민 | 2020.08.04 | 2267 |
5167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2] | 불씨 | 2020.08.02 | 1937 |
5166 | 경제, 심리학, 영화로 보는 38명의 살인방관자 [2] | 정승훈 | 2020.08.01 | 2074 |
5165 | 공부에 대하여_칼럼 [1] | 어니언 | 2020.07.29 | 2176 |
5164 | 2019 출간 프로젝트에서 나에게 주신 조언 되새김질 [5] | 콩두 | 2020.07.27 | 2188 |
5163 | 마음의 평화 [2] | 불씨 | 2020.07.26 | 1861 |
5162 | 1주1글챌린지_아이와함께하는삶_09 [4] | 굿민 | 2020.07.24 | 1815 |
5161 |
폴란드로 간 북한 전쟁고아들은 어떻게 됐을까? ![]() | 정승훈 | 2020.07.22 | 1977 |
5160 | 서평 - 음식의 위로 [2] | 종종걸음 | 2020.07.21 | 1792 |
5159 | 오쌤의 수업풍경- 상처는 자기가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3] | 지그미 오 | 2020.07.20 | 2101 |
5158 | 목차와 임산부의 일반 경험 연결하기 [2] | 콩두 | 2020.07.20 | 2070 |
5157 | 독서경영 [2] | 불씨 | 2020.07.19 | 2017 |
» |
피그말리온과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 ![]() | 정승훈 | 2020.07.17 | 2119 |
5155 | 1주1글챌린지_아이와함께하는삶_08 [3] | 굿민 | 2020.07.14 | 1924 |
5154 | 서평 - 하틀랜드 [1] | 종종걸음 | 2020.07.13 | 2172 |
5153 | 오쌤의 수업풍경- 같은 세상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이유 [4] | 지그미 오 | 2020.07.13 | 19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