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241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이은규 흰옷을 입고 걸어갔다, 고집스럽게 누군가 고집은 투명한 슬픔이라고 말했다 하자
우리라는 이름으로 도착한 세상, 꿈결도 아닌데 왜 양을 세며 걸어갔나 몽글몽글 구름옷을
입은 양떼들이 참 많이도 오고 갔다 포기 없을 다정이여 오라, 병(炳)이여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한 마리에 사랑을 양 두 마리에 재앙을 양 세 마리에 안녕을
푸른 풀포기에 맺힌 이슬방울 만큼 떠오르는 생각들 얼굴들 약속처럼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오르다 이미 추억이 될 수 없는 이름들과 오고
있는 무엇, 무엇들아
날씨보다 한 발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하자
오늘의 세상 한쪽에서 비가 내리는데 한쪽에선 흐린 하늘이 펼쳐져 있다면 또다른 한쪽에선 맑음이라면,
믿을 수 있나 믿지 않을 수 있나 우연이라는 운명을
문득 비 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말 중에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해*
비 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해, 묻는 목소리를 가장 좋아해
투명한 슬픔을 고집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자 고집스럽게, 흰옷을 입고 천천히 발을 내딛는 *애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에서. 이은규 시집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문학동네, 2019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4 | [리멤버 구사부] 나는 트리맨(treeman)이다 | 정야 | 2022.02.28 | 2585 |
» | [시인은 말한다] 세상 쪽으로 한 뼘 더 / 이은규 | 정야 | 2022.02.03 | 2419 |
242 | [리멤버 구사부] 내 삶의 아름다운 10대 풍광 | 정야 | 2022.01.24 | 2379 |
241 | [시인은 말한다] 길 / 신경림 | 정야 | 2022.01.17 | 2338 |
240 | [리멤버 구사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 정야 | 2022.01.10 | 2412 |
239 | [시인은 말한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 정야 | 2022.01.03 | 2665 |
238 | [리멤버 구사부] 실재와 가상 | 정야 | 2021.12.31 | 2543 |
237 | [시인은 말한다] 어떤 나이에 대한 걱정 / 이병률 | 정야 | 2021.12.20 | 2671 |
236 | [리멤버 구사부] 나를 마케팅하는 법 | 정야 | 2021.12.13 | 2673 |
235 | [시인은 말한다]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 정야 | 2021.12.13 | 2690 |
234 | [리멤버 구사부] 나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 정야 | 2021.12.13 | 2283 |
233 | [시인은 말한다]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 다니카와 슌타로 | 정야 | 2021.11.22 | 3282 |
232 | [리멤버 구사부] 삶에 대한 자각 | 정야 | 2021.11.15 | 2556 |
231 | [시인은 말한다] 오래 말하는 사이 / 신달자 | 정야 | 2021.11.15 | 2608 |
230 | [리멤버 구사부] 삶의 긍정, 그것은 이렇다 | 정야 | 2021.11.01 | 2497 |
229 | [시인은 말한다] 작은 것을 위하여 / 이기철 | 정야 | 2021.10.25 | 2612 |
228 | [리멤버 구사부] 이해관계 없는 호기심 | 정야 | 2021.10.18 | 2461 |
227 | [시인은 말한다] 깨달음의 깨달음 / 박재화 | 정야 | 2021.10.11 | 2567 |
226 | [리멤버 구사부] 한잠을 자고 일어나면 | 정야 | 2021.10.11 | 2554 |
225 | [시인은 말한다] 제도 / 김승희 | 정야 | 2021.09.27 | 2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