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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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다양한 직장인 군상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사람들은 어려운 관문들을 통과해 합격한 후에 돌연 변심(?)하는 이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변화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재 조직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자신이 없다. 조금 불만족스럽기는 하지만 익숙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안주임이 그랬다. ‘팀원 중에 출산휴가를 가는 사람이 있어 자신까지 빠지면 팀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를 대면서 입사 직전에서 마음을 바꿨다. 박부장도 그랬다. 한 직장에서 8년 넘게 일해온 그녀는 이제는 정말 이직하고 싶다며 홍보 임원 포지션에 지원했다. 하지만 어려운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녀는 ‘회사에서 꼭 해보고 싶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며 더 이상의 진행을 고사했다. 또 다른 부류는 현재와 미래를 저울질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재 손에 쥔 것과 앞으로 얻게 될 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갈팡질팡한다. 나는 지금 후자의 부류인 허과장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주 나는 그녀와 긴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녀에게 선택의 기술에 대한 몇 가지 힌트를 주었다. 그녀에게 알려준 현명한 선택을 위한 팁, 선택의 기술을 정리해 보자.
좋은 점과 나쁜 점 리스트 만들기
김애란의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에는 조로증을 앓고 있는 열 일곱 살 애노인 아름이가 등장한다. 아름이는 동갑내기 부부 한대수와 차미라가 고등학교 때 사고(?)를 쳐서 얻은 아들이다. 여고생 차미라는 아름이를 갖고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출산의 좋은 점과 나쁜 점 리스트를 만든다. 그녀가 꼽은 아이를 낳으면 나쁜 점은 다음과 같다. 1.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혼난다. 2. 학교에서 잘린다. 3.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4. 돈이 없다. 5. 돈 벌 능력도 없다. 6. 살이 찌고 못생겨진다. 7. 임신 중 다른 병에 걸리거나 죽을 수도 있다. 8. 몇 년간 아무것도 못하고 아기만 돌봐야 한다. 9. 대수 마음을 모른다. 10. 내 인생뿐 아니라 대수 앞길도 막을 수 있다. 11.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12. 내가 뚱뚱해져 대수가 바람을 피운다. 그럼 좋은 점은 무엇일까? 미라는 단 한 가지도 적을 수 없었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차미라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 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상황에 대한 이성적 조망이 가능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빈 종이를 세로로 반으로 나누고 맨 위에 현재의 고민 또는 선택을 적는다. 그리고 양쪽에 좋은 점과 나쁜 점 목록을 적는다. 이 방법은 선택의 결과로 인해 얻을 수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을 정리해 볼 수 있어 효과적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정치학 교수인 제임스 마치(James March)는 사람들이 선택을 할 때 대개 두 가지 기본적인 의사결정 모델 가운데 하나를 따른다고 말한다. 하나는 결과 모델이다. 이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가능한 옵션들의 비용과 편익을 따져본 후 만족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을 내린다고 보는 것이다. 앞쪽에서 언급한 ‘좋은 점과 나쁜 점 리스트’는 결과 모델에 따른 방법론이다. 나머지 하나의 의사 결정 모델은 정체성 모델이라고 부른다. 이 모델에 따르면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스스로에게 다음 세 가지를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이것은 어떤 종류의 상황인가? 나와 비슷한 다른 사람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정체성 모델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보다는 가치, 이성보다는 감정에 따라 선택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 이제 정체성 모델의 방법론도 고민해 보자.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한 글쓰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 때 이성에 따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비이성적으로 행동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규정짓는 순간, 우리의 진단과 상충되는 다른 증거들에 주목하지 못하고 매우 편파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하긴 우리의 선택이란 것이 계산기를 두들겨 파란 불이 들어본다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빨간 불이 번쩍여도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며 잘 사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그래서 선택의 순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내 마음의 소리, 즉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은 현대인들이 감정을 이성보다 열등한 것으로 보거나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기인하며 자신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자기 감정을 잘 느끼고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글쓰기를 추천하고 싶다. 글쓰기는 묘한 힘이 있다.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사항을 글로 풀어 쓰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글을 써도 원하는 바를 모르겠다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기술해보자. 사람의 직관은 이성보다 정확할 때가 많다. 자신이 어떤 선택에 대해서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운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그런 잘못된 선택일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앞에서 쓴 방법과 비슷하게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1장 분량의 짧은 글쓰기를 해보자. 생각보다 선명한 선택의 지도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직이나 취업의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위와 같은 방법을 써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고민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현재의 일에 몰두하기 어렵고 입사를 고대하고 있는 회사에게도 결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대 일주일 정도의 시간적 한계를 정해놓고 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어떤 선택이든 후회가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선택 이후다. 선택 후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에 임하느냐에 따라 그 선택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가 결정된다. 아무리 최선의 선택을 했어도 이후의 일들에 마음을 다하지 않는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고, 성과가 좋지 않다면 선택은 최선의 것이 아닌 것이 된다.
정글에서 타잔이 앞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잡고 있던 밧줄을 놓아야 새로운 밧줄을 잡을 수 있다. 선택도 다르지 않다. 선택을 위해서는 잡고 있는 밧줄을 과감히 놓을 줄 알아야 한다. 현재의 밧줄을 놓지 않고 망설이다 보면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현재 밧줄을 부여잡고 오도가도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허과장, 아아아~를 외치며 타잔처럼 거침없이 새로운 밧줄을 꼭 붙잡게나! 부디!
* 필자 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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