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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7일 20시 09분 등록
철학이 없으면 삶은 예술이 될 수 없다
(파파스 3, 2003)

철학은 어렵다. 철학자들은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다. 알고 있는 것을 복잡하게 이해하고, 안팎을 까뒤집고 위아래를 전복하며 이리저리 털어댄다. 간혹 아주 훌륭하고 멋진 통찰에 가득 찬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 말에 혹하면 안된다.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순간 그 사람도 어렵고 복잡한 사람임을 알게 되니까.

철학은 죽었다. 내가 한 말이 아니다. 미국의 철학자 리차드 로티( Richard Rorty )가 ‘우리에게 최종적 답변을 줄 수 있는 진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당연히 동료 철학자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그의 신념은 큰 질문의 답을 구하는 진리의 탐구로서의 철학의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철학적 사고를 사회 일반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야 하고, 우리의 삶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티 식으로 말하면 철학은 이론이 아니라 시며 영화며 연극이고 책이다. 철학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활용할 수 있는 가정들을 의미한다.

철학자처럼 이야기하면 아무도 이 글을 보지 않을 테니까 조금 다르게 말해 보자. 나는 단독 주택에 살고 있다. 나는 우리 집 담 앞에 차를 세워둔다. 가끔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차를 세우기도 하는데 아무런 메모나 연락처도 남겨 놓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나는 화가 난다. 다른 사람이 내 집 앞에 차를 대면 나는 대단히 불편해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은 내 집 앞에는 차를 세우지 않는다. 간혹 막무가내로 차를 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주장의 근거는 ‘도로가 댁 땅이요 ?’다. 도로는 누구나의 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내 주장의 근거는 ‘내 집 앞에 차를 대는 것은 상식이다. 상식이 존중되는 사회가 좋다. 다른 사람의 불편을 담보로 한 자신의 편의는 이기심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할 의사도 없지만 나의 권리를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 주장이다. 나는 그를 비상식적인 파렴치한으로 몰고, 그는 자신이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음을 주장한다. 누가 옳을까 ? 여러분이 판단하시기 바란다.

어떤 판단을 내리든 그것이 당신의 생각이다. 여러분의 생각, 그것이 바로 일상의 철학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도 일리가 있고 저것도 일리가 있을 때는 자신의 이익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철학이 없는 것이다. 즉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가치가 존중되는 일관된 기준이 없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무철학 무소신이라고 부른다. 앞의 예에서 내가 만일 내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의 집 앞에 차를 대게 되면 나의 철학은 사라진다. 왜냐하면 내 주장의 정당성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만일 나와 대립했던 그 사람이 자신의 집 앞에 차를 대는 또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낸다면 그 역시 그의 주장의 정당성은 사라진다. 이 때 그 동안 행동의 근거로 삼았던 주장은 이익의 시녀로 전락한다. 철학은 때때로 이익에 반해 움직일 때도 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옹호하고 자신의 삶의 궤적에 일관성과 정체성을 제공한다. 철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철학책을 읽는 것은 철학자들의 생각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미 썩어 그 뼈조차
흙이 되어 버린‘ 주 ) 1 성현들의 생각을 배우기 위해 철학책을 보는 것이 아니다. 삶에 대한 우리 자신의 생각을 알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그리고 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바로 우리 자신의 개인적 철학을 창조해 내기 위해서 철학자들의 생각을 탐구하고 모색하는 것이다.

철학이 없으면 삶은 결코 예술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예술은 결국 세상에 자신을 표현하는 것인데, 표현해야할 자신의 생각이 없다면, 세상에 보여 주어야할 자기 자신도 없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 즉 철학이 없는 시는 시가 아니다. 철학이 없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철학이 없는 경영은 경영이 아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남에게서 빌려온 철학으로 신념을 삼을 수 없다. 오직 자신의 철학을 통해서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삶이 현실과 시가 어울려 짜여진 예술 같기를 바란다. 우리는 긴 세월 속에서 자신을 재료로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내야하는 예술가들이다.

주1 : 이 말은 젊은 공자가 노자를 찾아와 현명한 충고를 구하자, 노자가 공자에게 한 말이다. 즉 공자가 추앙하는 과거의 성현과 현인들을 이미 다 죽고, 그 말만 남았는데 그들이 뭐 그리 대단하냐는 뜻으로 사용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 ‘노자.한비열전’편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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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9 21:28:42 *.212.217.154

철학, 아이덴티티

세상에 자기를 표현하기

다른이의 기준이 아닌,

나 스스로의 기준으로

세상과 대화하기.

모방속에 창조가 있듯,

결국 세월속에서 '내것'을 찾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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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1 14:44:51 *.212.217.154

삶을 예술로 만들지 못한다면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이 만들어준 각본의 조연으로 살게 된다.

나만의 삶을 살자.

나만의 예술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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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15:13:44 *.107.214.115

변화성장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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