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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여건이 불확실할수록 강점을 강화하고 혁신에 치중하라
로템, 2007년 6월
경영자는 경영여건과 관계없이 경영해야한다. 상황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그 속에서 최선을 찾아내고 기회를 얻어내며 성과를 만들어야한다. 그것이 경영자의 운명이다. 잘못된 경영과 어쩔 수 없는 운명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좋은 운명을 믿고 그것을 훌륭한 경영의 결과로 받아들여야한다.
훌륭한 경영 성과는 오히려 상황이 어려울 때 생겨난 경우가 적지 않다. 위기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이다. 콜케이트는 치약등 생활용품을 제조판매하는회사다. 얼핏 보면 별로 성장성이 없는 재래 업종이다. 모두 신경제의 위대함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이 회사는 구경제의 한 복판에 있었다. 그들에게 비전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콜게이트는 신경제의 주축인 첨단 산업들이 짧은 기간 동안 흥망성쇠를 거듭해 오는 동안 지속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1983년 CEO로 임명된 로이번 마크가 이끈 콜게이트는 2000년 까지 17년 동안 주가에 있어 30배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20세기 최고의 경영자 중의 하나인 젝 웰치가 GE를 이끌고 있던 시절과 거의 완벽하게 겹치는 이 기간 동안 GE의 주가는 24배의 성장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볼 때 놀랄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치약과 생활용품을 팔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 첫째 그들은 세계화 엔진을 가속시켰다. 그들의 본거지인 북미 시장은 이미 고착화된 시장이었다. 북미는 총 매출의 25% 선에 머무는 대신, 신흥 아시아 시장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다. 1995년 기준 중국시장에서 콜게이트의 시장 점유율은 12 %에 불과했다. 그러나 5년 후 2000년 중국시장에서 그들은 25%의 시장을 점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콜게이트가 세계화를 통해 시장을 넓혀간 외형적 성과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었다. 이 기간동안 콜게이트를 이끈 또 하나의 엔진은 내실 경영이었다. 매출과 점유율로 보여주는 외형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초체력을 강화하여 생산효율화를 높이고 원가절감에 치중했다. 동시에 고마진이 가능한 고가의 토털 치약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1997년 25% 에 그치던 점유율이 32%로 높아지면서 평균 마진율을 50%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것이 바로 콜게이트 성장의 비결이었다.
또 하나의 성공 사례를 역시 전통적인 구경제 속에서 찾아보자. 부시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발탁되어 유명해진 폴 오닐은 알코아의 회장이었다. 알코아는 세계최대의 알루미늄 생산업체다. 그러나 세계 최대라는 것이 언제나 안정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은 하락하고 에너지 가격은 올랐다. 경영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이때 알코아는 두 가지 방향에서 위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카드의 하나는 원가 절감이었다. 그들은 생산 시설을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고를 줄여 나갔다. 동시에 운전자본을 축소해 갔다. 알코아는 이런 방법을 통해 1998년 이후 3년 동안 11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코아는 2007년부터 앞으로 3년간 10억 달러의 비용을 감축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낭비를 줄이고 원가를 낮추고 비용을 줄이는 접근법과 병행하여 알코아가 사용한 또 다른 방법은 자신의 차별적 강점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했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와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시도의 하나가 바로 미국 제 2의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레이놀즈를 50억 달러에 사들인 것이다. 아울러 고부가 가치 제품군을 확보하기 위하여 로켓 생산업체인 코던트사를 29억 달러에 사들였다. 그 결과 알코바는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콜게이트와 알코아의 사례는 우리에게 경영여건이 만만치 않을 때 쓸 수 있는 내실 경영이라는 전략적 선택의 성공 요소를 제시해 주고 있다. 우선 내실경영의 가장 큰 오해는 그것이 단순한 원가와 비용의 절감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훨씬 더 광범위하며 훨씬 더 다이나믹하다. 내실경영을 원가절감과 낭비적 비용의 감소라는 소극적 의미로 이해해서는 미래의 기회를 만들어 성공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다음과 같이 내실 경영의 또 다른 두 가지 측면을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먼저 내실 경영이란 투자할 때 투자함으로써 미래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회에 대한 인식과 자신에게 주어진 차별적 강점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한 국내 사례를 더 들어 보자. 경남 통영의 중견조선업체인 SPP조선은 2010년 매출 2조원의 조선소를 꿈꾸고 있다. 이 회사는 2002년 ‘동양기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가 ‘SPP조선’으로 이름을 바꾸고 골드만삭스로부터 5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하여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10 대 조선소 중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메이저급인 조선소를 포함하여 모두 7개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신흥 SPP 조선소가 들어설 자리는 없어 보였다. 상대적으로 작은 이 회사는 일반적인 경영여건의 어려움과 강력한 경쟁자 속에서 자신의 자리, 즉 불루오션의 가능성을 찾아내었다.
우선 이 회사는 다른 대형 조선소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했다. 주로 5만t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생산에만 역량을 집중한 것이다. 단일선종 집중화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SPP조선이 수주한 5만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은 전 세계 발주량의 약 25%를 차지했다. 신생조선소로서는 같은 종류의 배를 만들면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매우 유효한 전략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은 알코아가 고부가 가치 제품군을 확보하기 위하여 로켓 생산업체인 코던트사를 사들인 것이나 콜게이트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담아낸 토털치약이라는 고가의 고마진 치약을 개발해 낸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즉 새로운 시장의 수요에 자신만의 특수한 상황과 강점을 연결시켜 투자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실 경영의 두 번째 성공 요소는 인재의 발굴과 적재적소의 활용이다. 10년 전 시가총액에서 소니의 1/5에 불과하던 캐논은 2003년 소니를 추월하게 되었다. 캐논의 성공은 극적이며 시사성이 대단히 크다. 1995년 캐논의 사장으로 부임한 미라타이 후지오는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했다. 퍼스컴 사업부가 정리되었고, 광카드 사업에서 철수 했다. 그동안 1000억엔을 투자했던 FLC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역시 철수 했다. 이 그 과정에서 인원의 정리는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후지오는 ‘회사는 버려도 사람은 버리지 않는다’는 일본적 직장문화를 존중했다. 소니가 실정의 악화로 30대의 직원들에게서 조차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결정했을 때, 캐논은 부서가 없어져 갈 곳이 없이 남아 버린 사람들을 재교육시켰다. 콘베이어밸트를 뜯어내고 셀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나에게 일이 주어졌다는 수동성’에서 ‘내가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적극성으로 무장하고 새롭게 교육받고 숙달된 인력들이 현장에 투입되었다. 능동성과 보람은 1인당 생산성을 1.5배 높이는 동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가장 특허권이 많은 기업 중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SPP조선 역시 상황은 다르지만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기술적으로 신생조선소로써 선박건조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두 가지 공법을 도입했다. 하나는 인도어(In-door) 작업장을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모든 야드(작업장)를 건물 내부로 들여놓음으로써 날씨와 상관없이 일년내내 작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하나는 육상건조공법을 통해 협소한 부지의 단점을 최대한 극복했다. 이것은 육상에서 여러 개의 대형블록을 제작해 선수 및 선미부분을 조립 한 후, 플로팅도크로 이동해 의장작업을 완료하고 건조선박을 플로팅 도크와 함께 진수시키는 공법이다.
그러나 새로운 설비만이 기술적인 전환을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니다. 이 기술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존재와 체계적인 교육을 가정하진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SPP 조선은 세계를 선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조선업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력들을 대거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비록 신생조선소이지만 단기간에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 생각된다. 사람이 곧 중형 조선소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신생 중형조선소로서의 괄목한 성장을 이끌어 낸 힘이었던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늘 성공의 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늘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 열매다. 경영자는 그 어려운 길에서 재미를 느끼고 도전을 생명으로 하는 직업인이다. 우리가 아는 하나의 원칙은 ‘모든 성공 기업은 혁신 기업이라는 명제’ 뿐이다. 알코아나 콜게이트 그리고 캐논의 경영 사례는 이런 의미에서 건강한 경영의 한 측면을 보여준다. SPP 조선은 상대적으로 막 시작한 신생기업이기 때문에 좀 더 그 성장의 추이를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내실 경영은 단순한 움추림을 뜻하는 긴축경영이 아니다. 여건은 어렵지만 기회 역시 풍부한 글로벌 시대에 긴축경영은 부정적 악순환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 경영여건이 악화되면 당장 투자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에 민감해지고, 수익성이 작은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사람을 내보내는 것에 그치게 되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줄고, 이어서 매출이 줄고 수익성이 감소함으로 다시 투자를 줄이게 되는 악순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환율이 부담스럽고, 유가가 불안정하고, 북핵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누가 새로운 정치적 수장이 되는 지를 가르는 대선등의 변수는 경영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관망하게 만들기도 한다. 경영여건이 불확실할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방법이 바로 내실 경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내실경영이란 소극적인 수성(守成) 전략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좋은 시기를 위한 힘기르기라는 측면에서 공격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기간이다. 수익성이 약한 부문을 떼어내어 강점에 집중하는 조정 기간이며, 조직의 실천력을 높이고 혁신을 가속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절제된 기간이기도 하다. 동시에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기 위해 뛰어야하는 시기이고, 고부가가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한 창조의 시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사람을 발굴하고 길러내 그들이 조직의 질적 도약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도록 치중해야하는 시기다. 사람을 잃고는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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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템, 2007년 6월
경영자는 경영여건과 관계없이 경영해야한다. 상황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그 속에서 최선을 찾아내고 기회를 얻어내며 성과를 만들어야한다. 그것이 경영자의 운명이다. 잘못된 경영과 어쩔 수 없는 운명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좋은 운명을 믿고 그것을 훌륭한 경영의 결과로 받아들여야한다.
훌륭한 경영 성과는 오히려 상황이 어려울 때 생겨난 경우가 적지 않다. 위기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이다. 콜케이트는 치약등 생활용품을 제조판매하는회사다. 얼핏 보면 별로 성장성이 없는 재래 업종이다. 모두 신경제의 위대함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이 회사는 구경제의 한 복판에 있었다. 그들에게 비전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콜게이트는 신경제의 주축인 첨단 산업들이 짧은 기간 동안 흥망성쇠를 거듭해 오는 동안 지속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1983년 CEO로 임명된 로이번 마크가 이끈 콜게이트는 2000년 까지 17년 동안 주가에 있어 30배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20세기 최고의 경영자 중의 하나인 젝 웰치가 GE를 이끌고 있던 시절과 거의 완벽하게 겹치는 이 기간 동안 GE의 주가는 24배의 성장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볼 때 놀랄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치약과 생활용품을 팔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 첫째 그들은 세계화 엔진을 가속시켰다. 그들의 본거지인 북미 시장은 이미 고착화된 시장이었다. 북미는 총 매출의 25% 선에 머무는 대신, 신흥 아시아 시장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다. 1995년 기준 중국시장에서 콜게이트의 시장 점유율은 12 %에 불과했다. 그러나 5년 후 2000년 중국시장에서 그들은 25%의 시장을 점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콜게이트가 세계화를 통해 시장을 넓혀간 외형적 성과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었다. 이 기간동안 콜게이트를 이끈 또 하나의 엔진은 내실 경영이었다. 매출과 점유율로 보여주는 외형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초체력을 강화하여 생산효율화를 높이고 원가절감에 치중했다. 동시에 고마진이 가능한 고가의 토털 치약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1997년 25% 에 그치던 점유율이 32%로 높아지면서 평균 마진율을 50%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것이 바로 콜게이트 성장의 비결이었다.
또 하나의 성공 사례를 역시 전통적인 구경제 속에서 찾아보자. 부시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발탁되어 유명해진 폴 오닐은 알코아의 회장이었다. 알코아는 세계최대의 알루미늄 생산업체다. 그러나 세계 최대라는 것이 언제나 안정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은 하락하고 에너지 가격은 올랐다. 경영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이때 알코아는 두 가지 방향에서 위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카드의 하나는 원가 절감이었다. 그들은 생산 시설을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고를 줄여 나갔다. 동시에 운전자본을 축소해 갔다. 알코아는 이런 방법을 통해 1998년 이후 3년 동안 11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코아는 2007년부터 앞으로 3년간 10억 달러의 비용을 감축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낭비를 줄이고 원가를 낮추고 비용을 줄이는 접근법과 병행하여 알코아가 사용한 또 다른 방법은 자신의 차별적 강점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했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와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시도의 하나가 바로 미국 제 2의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레이놀즈를 50억 달러에 사들인 것이다. 아울러 고부가 가치 제품군을 확보하기 위하여 로켓 생산업체인 코던트사를 29억 달러에 사들였다. 그 결과 알코바는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콜게이트와 알코아의 사례는 우리에게 경영여건이 만만치 않을 때 쓸 수 있는 내실 경영이라는 전략적 선택의 성공 요소를 제시해 주고 있다. 우선 내실경영의 가장 큰 오해는 그것이 단순한 원가와 비용의 절감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훨씬 더 광범위하며 훨씬 더 다이나믹하다. 내실경영을 원가절감과 낭비적 비용의 감소라는 소극적 의미로 이해해서는 미래의 기회를 만들어 성공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다음과 같이 내실 경영의 또 다른 두 가지 측면을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먼저 내실 경영이란 투자할 때 투자함으로써 미래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회에 대한 인식과 자신에게 주어진 차별적 강점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한 국내 사례를 더 들어 보자. 경남 통영의 중견조선업체인 SPP조선은 2010년 매출 2조원의 조선소를 꿈꾸고 있다. 이 회사는 2002년 ‘동양기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가 ‘SPP조선’으로 이름을 바꾸고 골드만삭스로부터 5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하여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10 대 조선소 중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메이저급인 조선소를 포함하여 모두 7개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신흥 SPP 조선소가 들어설 자리는 없어 보였다. 상대적으로 작은 이 회사는 일반적인 경영여건의 어려움과 강력한 경쟁자 속에서 자신의 자리, 즉 불루오션의 가능성을 찾아내었다.
우선 이 회사는 다른 대형 조선소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했다. 주로 5만t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생산에만 역량을 집중한 것이다. 단일선종 집중화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SPP조선이 수주한 5만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은 전 세계 발주량의 약 25%를 차지했다. 신생조선소로서는 같은 종류의 배를 만들면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매우 유효한 전략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은 알코아가 고부가 가치 제품군을 확보하기 위하여 로켓 생산업체인 코던트사를 사들인 것이나 콜게이트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담아낸 토털치약이라는 고가의 고마진 치약을 개발해 낸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즉 새로운 시장의 수요에 자신만의 특수한 상황과 강점을 연결시켜 투자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실 경영의 두 번째 성공 요소는 인재의 발굴과 적재적소의 활용이다. 10년 전 시가총액에서 소니의 1/5에 불과하던 캐논은 2003년 소니를 추월하게 되었다. 캐논의 성공은 극적이며 시사성이 대단히 크다. 1995년 캐논의 사장으로 부임한 미라타이 후지오는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했다. 퍼스컴 사업부가 정리되었고, 광카드 사업에서 철수 했다. 그동안 1000억엔을 투자했던 FLC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역시 철수 했다. 이 그 과정에서 인원의 정리는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후지오는 ‘회사는 버려도 사람은 버리지 않는다’는 일본적 직장문화를 존중했다. 소니가 실정의 악화로 30대의 직원들에게서 조차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결정했을 때, 캐논은 부서가 없어져 갈 곳이 없이 남아 버린 사람들을 재교육시켰다. 콘베이어밸트를 뜯어내고 셀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나에게 일이 주어졌다는 수동성’에서 ‘내가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적극성으로 무장하고 새롭게 교육받고 숙달된 인력들이 현장에 투입되었다. 능동성과 보람은 1인당 생산성을 1.5배 높이는 동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가장 특허권이 많은 기업 중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SPP조선 역시 상황은 다르지만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기술적으로 신생조선소로써 선박건조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두 가지 공법을 도입했다. 하나는 인도어(In-door) 작업장을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모든 야드(작업장)를 건물 내부로 들여놓음으로써 날씨와 상관없이 일년내내 작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하나는 육상건조공법을 통해 협소한 부지의 단점을 최대한 극복했다. 이것은 육상에서 여러 개의 대형블록을 제작해 선수 및 선미부분을 조립 한 후, 플로팅도크로 이동해 의장작업을 완료하고 건조선박을 플로팅 도크와 함께 진수시키는 공법이다.
그러나 새로운 설비만이 기술적인 전환을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니다. 이 기술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존재와 체계적인 교육을 가정하진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SPP 조선은 세계를 선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조선업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력들을 대거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비록 신생조선소이지만 단기간에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 생각된다. 사람이 곧 중형 조선소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신생 중형조선소로서의 괄목한 성장을 이끌어 낸 힘이었던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늘 성공의 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늘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 열매다. 경영자는 그 어려운 길에서 재미를 느끼고 도전을 생명으로 하는 직업인이다. 우리가 아는 하나의 원칙은 ‘모든 성공 기업은 혁신 기업이라는 명제’ 뿐이다. 알코아나 콜게이트 그리고 캐논의 경영 사례는 이런 의미에서 건강한 경영의 한 측면을 보여준다. SPP 조선은 상대적으로 막 시작한 신생기업이기 때문에 좀 더 그 성장의 추이를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내실 경영은 단순한 움추림을 뜻하는 긴축경영이 아니다. 여건은 어렵지만 기회 역시 풍부한 글로벌 시대에 긴축경영은 부정적 악순환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 경영여건이 악화되면 당장 투자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에 민감해지고, 수익성이 작은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사람을 내보내는 것에 그치게 되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줄고, 이어서 매출이 줄고 수익성이 감소함으로 다시 투자를 줄이게 되는 악순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환율이 부담스럽고, 유가가 불안정하고, 북핵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누가 새로운 정치적 수장이 되는 지를 가르는 대선등의 변수는 경영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관망하게 만들기도 한다. 경영여건이 불확실할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방법이 바로 내실 경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내실경영이란 소극적인 수성(守成) 전략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좋은 시기를 위한 힘기르기라는 측면에서 공격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기간이다. 수익성이 약한 부문을 떼어내어 강점에 집중하는 조정 기간이며, 조직의 실천력을 높이고 혁신을 가속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절제된 기간이기도 하다. 동시에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기 위해 뛰어야하는 시기이고, 고부가가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한 창조의 시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사람을 발굴하고 길러내 그들이 조직의 질적 도약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도록 치중해야하는 시기다. 사람을 잃고는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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