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언
- 조회 수 308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혼자라는건 ……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 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 만큼 힘든 노동이란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리면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
연구원시절 칼럼을 쓰면서 이 시를 인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칼럼의 댓글에 사부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은미야, 언제 순대국이나 같이 먹을까 ?“
사부님의 이 말씀에 저보단 오히려 4기들이 다 모여들어 우리 같이 순대국을 먹었었습니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 사부님의 마음이 어떤 마음이셨을지 이제서야 헤아리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늘 혼자서 무언가를 했어야 했던 나는 늘 끝없는 외로움과 슬픔들을 담고 살았고 사부님께선 제 안의 그 깊은 슬픔들을 보신게지요!
누구보다 내부의 뜨거운 불꽃을 가지고 있지만 그 불꽃을 살려내지 못하고 울고 소리치고 상처 투성이였던 저를 보셨던 게지요. 그래서 사부님은 제게 뜨거운 순대국을 먹이고 싶었던 것이지요. 소리도 못 내고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허겁지겁 하는 저와 따뜻한 눈을 맞추고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 하시고 싶었던 것이지요?
사부님의 그 따뜻한 사랑, 늘 애처로운 제자를 보듬어 주시려 하셨던 그 끝없는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그 사랑으로 삶 속에서 만나는 외로움과 당당히 마주보며 뜨거운 순대국을 먹을 수 있는 제가 되어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부님”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5 | 5/24일 추모제 참가하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햇빛처럼 | 2013.05.25 | 4155 |
104 | 아리오소 - '대범하고 거리낌없이' | 윤태희 | 2013.05.23 | 4344 |
103 | 오직 지극한 사랑으로 하라 [2] | 클라우디아 | 2013.05.23 | 4115 |
102 | 내 인생의 스승님. [4] | 미나 | 2013.05.21 | 5243 |
101 | 5월 10일 추모의 밤에 참석하시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 [2] | 승완 | 2013.05.12 | 3858 |
100 | 사부가 남긴 두 가지 당부 [2] | 형산 | 2013.05.10 | 3843 |
99 | 내가 본 구본형 | 오병곤 | 2013.05.08 | 3455 |
98 | 사진으로 보는 추모의 밤 - 5/3 [7] | 신재동 | 2013.05.04 | 3749 |
97 | 시야, 너 참 아름답구나! | 최우성 | 2013.05.03 | 3376 |
96 | 여운이 남는 사람.. [2] | 펜노트 | 2013.05.03 | 4448 |
95 | 콘스탄티노스 카바피 '이타카' [3] | 미옥 | 2013.05.03 | 8304 |
94 | 구 본형, 시처럼 살다 | 문요한 | 2013.05.03 | 3450 |
93 | 소면 [1] | 소풍 | 2013.05.02 | 3093 |
92 | 시 | 한정화 | 2013.05.02 | 2808 |
» | 혼자라는 건 | 인디언 | 2013.05.02 | 3084 |
90 | 봄길 [2] | 한젤리타 | 2013.05.02 | 2818 |
89 | 잘 익은 상처에는 꽃 향기가 난다 | 문요한 | 2013.05.02 | 3445 |
88 | 황상(黃裳) 작, <몽곡(夢哭)> [2] | 정재엽 | 2013.05.01 | 3193 |
87 | 풍경으로 피어오르는 사람 [3] | 승완 | 2013.05.01 | 2990 |
86 | 쓰는 즐거움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4] | 햇빛처럼 | 2013.05.01 | 33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