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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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옷을 걸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내 책방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 PC를 깨우는 일입니다. 저장된 생각들이 돌아가고 이 녀석의 의식이 살아나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열 다섯 개의 계단을 내려가 식당에서 물을 한 잔 마십니다. 아주 차가운 냉수는 아니고 실온에 가까운 정수된 물을 마십니다. 물이 나를 서서히 깨워 줍니다. 다시 새로운 하루가 온 것이지요.
다시 계단을 올라 2층 책방 책상으로 돌아오면 컴퓨터는 완전히 살아나 있습니다. 하루는 글쓰기와 함께 시작됩니다. 어제 쓴 다음 글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늘은 또 오늘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어제나 그제 혹은 훨씬 오래전에 썼던 글들을 오늘 마음에 들도록 다시 바꿔 쓰기도 합니다. 오늘의 힘이 그렇게 큰 것이지요. 사실로서의 과거는 그대로 존재하지만 그것에 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표현이 오늘 달라지는 것입니다.
어제 했던 생각을 오늘 허물고 다시 쓰는 것이 진보가 아닐까요 ? 새로운 언어 없이는 새로운 세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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