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 epiphany
  • 조회 수 192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4년 7월 28일 11시 19분 등록

김연수 작가가 쓴 '청춘의 문장들'이란 책이 있습니다.
에세이 형식으로 한 단원씩 구성되어 있어 가볍게 읽기에 좋습니다. 작가 개인의 얘기들이지만, 보편적인 내용도 함께 갖추고 있어 책 읽는 재미도 괜찮고요. 그 중 몇 개의 글귀를 글 읽던 순간의 느낌(괄호)과 함께 옮겨 보았습니다.

====================================================================

삶이라는 건 직선의 단순한 길이 아니라
곡선의 복잡한 길을 걷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때다.
----------------------------------------------------
(인간은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실수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일 뿐이다.)


우리는왜 살아가는가? 왜 누군가를 사랑하는가? 그건 우리가 살면서,
또 사랑하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1968년 프랑스에서 학생운동이 극에 달했던 시절, 바리케이드안쪽에 씌어진 여러 낙서 중에 'Ten Days of Happiness'라는 글귀가 있었다고 한다.
열흘동안의행복, 그 정도면 충분하다.
문학을 하는 이유로도, 살아가거나 사랑하는 이유로도.
------------------------------------------------------------
((it was)Twelve Days of Happiness..&..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_-;)


당나라 시인 왕창령의 부용루에서 신점을 보내다 芙蓉樓送辛漸

가을 비 내리는 강을 따라 밤새 오나라로 들어가고
그대를 보내는 새벽 초나라 산들이 외롭다
낙양의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보면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병에 간직했다고 하게

누군가 안부를 물어오면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병에 간직했다고 전해주세요. 부디.
---------------------------------------------------------
(작별에 관한 시라면 정지상의 '송인送人'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비 개인 강 언덕 풀빛 푸른데
남포로 님 보내는 애달픈 마음
대동강물은 언제 마를 것인가
해마다 이별 눈물 보태는 것을 )


<롱 디스턴스 플라이트 Long Distance Flight>를 들으며 나는 잊혀지는 것도 그렇게 아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잊혀진 것들은 변하지 않고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
(맞다..변하지 않고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


예술이란 결국 마음이 통하는게 아니라 몸이 통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던
그 때의 일들이 어제인 듯 또렷하다.
-----------------------------------
(음악이나 미술, 어떤 몸짓을 듣거나 봄으로써 전해오는 느낌이 내 몸을 짜릿하게 만들 때, 나는 프로이드가 말한 '승화sublimatin'라는 개념이 맞는게 아닐까 여긴다.)


G.K. 체스터튼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것은 쉽다.
그것이 사라질 때를 상상할 수 있다면......
사실은 지금도 나는 뭔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기만 하다.
그 모든 것들은 곧 사라질 텐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여전히 나는 사춘기. 앞쪽 게르를 향해 가만-히 살핀다.
-----------------------------------------
(그렇다..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몽골여행 기간 동안 앞쪽 게르를 향해 가만-히 살피다 남몰래 정이 들었다...^^)


깨달음은 언제나 착하다. 그래서 나는 깨달음을 참 좋아한다.
------------------------------------------------------
(미국 플로리다 주에는 아주 인기있는 사냥개 경주가 있다. 경마와 비슷한 것으로, 트랙을 도는 사냥개들 중 한마리에 돈을 걸어 그 개가 이기면 돈을 따는 것이다. 플로리다 경주장은 특이한 사냥감을 마련해 놓았다. 트랙 안에 토끼를 풀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 토끼는 진짜 토끼가 아니라 로봇 토끼다. 털까지 입혀 모양도 그럴 듯 하게 만들고 진짜 토끼 냄새도 나게 만들어서 개들이 그 냄새를 쫓아 달리도록 한 것이다. 이 로봇 토끼는 중계탑에 서 있는 사람이 조종하도록 해놓았다. 사냥개들은 토끼 냄새를 쫓아 트랙을 따라 열심히 돌고 돌지만 실은 가짜 토끼를 따라 다니는 것이다.

그런던 어느 날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클리어 메리'(Clear Mary. 이름도 얼마나 재미있는가)라는 사냥개가 그 즈음 매일 우승을 했는데, 암놈이었던 그 개는 아주 영리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경주가 벌어졌다. 경기 시작 소리와 함께 개들이 문을 박차고 나와 로봇 토끼를 쫓아 냅다 뚜기 시작했다. 물론 클리어 메리가 선두를 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선두를 달리던 클리어 메리가 트랙 중간에서 갑자기 멈춰 선 것이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놀라 일어섰다.

"무슨 일이야?"
"야, 이 멍청한 개야, 빨리 뛰어!"

멈춰 선 클리어 메리는 관중석을 흘끗 쳐다보더니 다시 눈을 옮겨 앞서 뛰어가는 개들의 엉덩이를 쳐다 보았다. 순간, 경기장에 정적이 흘렀다. 다음 순간 클리어 메리는 가드레일을 뛰어올라 섬광처럼 트랙 가운데로 뛰쳐나가더니 로봇 토끼를 잡아버렸다. 사람들은 이 놀라운 상황 앞에 넋을 잃었다.)

====================================================================
좋은 하루..^^
IP *.107.49.24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