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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25일 08시 29분 등록

저녁 때쯤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부장님, 저 아무개입니다'라는 목소리가 전해져 왔습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처음 관리자가 되었을 때, 신입사원을 뽑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내가 뽑았던 그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나를 처음 만났을 때의 호칭인 부장님이라 불렀습니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한 때 익숙한 호칭이었지요.

영리하고 두뇌회전이 빠르고 차돌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내가 나오기 전에 회사를 그만 두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만난 지 적어도 7-8년은 족히 된 것 같습니다. 함께 다니던 회사를 나와 여기저기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옮겨 다니다 자기 사업을 시작한 모양입니다.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참 이상한 것은 그 사람 목소리가 그렇지 않았는데 매우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좀 쉰 듯한 목소리여서 처음에는 감기에 걸린 목소리로 인식되었지요. 그러다가 점점 그 목소리는 속이 빈 듯한 헛바람같은 소리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도 애를 먹어서 속이 다 녹아 쏟아져 내린 빈들 지나는 바람같은 목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우린 긴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생각나서 전화했다 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 목소리가 긴 여운을 가지고 남아 있습니다. 나는 그가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속이 꽉 차고 성숙한 좋은 경영자로 다시 서기를 바랍니다. 그 어려움이 그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좋은 점은 누구를 위해 진심으로 빌어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역'에 변화에 관한 좋은 말이 나옵니다.

易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역이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궁이란 사물의 변화가 궁극에 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양적인 변화와 양적인 축적이 극에 달한 상태다. 그래서 꽉 막힌 상태다. 이러한 상태 속에서는 비로소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질적인 변화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이것이 '통'의 의미다. 이렇게 열린 상황을 답보하지 않고 부단히 새로워지면 오래 간다는 뜻이다. "

살다 보면 꽉 막힐 때가 있습니다. 사방이 절벽인 때도 있습니다.
그 때 이 부적 같은 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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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새유닉
2005.01.25 13:19:18 *.249.167.131
주역의 글을 읽으면서 1년전 저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6개월가량의 고민과 고민 끝에 포기하지 않고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외쳤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 버팀이 지금의 저의 상황을 만들었지요...^^;; 그 때 당시 이 부적같은 말을 알았다면 좀 더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반대로 그 때 포기했다면 이 부적같은 말로부터 아무런 느낌이 없었겠지요.....느낌이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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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삶
2005.01.25 15:50:39 *.190.84.23
현제의 삶을 보노라면 힘들고 어렵지만 어쩌면 이것또한 꿈이 안일런지? 꿈에서 깨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나의 것을 채우기보다 남의 것을 채워주는 일에 그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꽉막히는 것은 나의 것을 채우다보면 과식 소화불량... 등등 신께서 생물을 만들때에는 입구인 입과 동시에 출구인 항문을 만든다고 합니다. 입만 생각하는 기존의 사고의 틀에서 출구를 함께생각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주역은 신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한 방편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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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5.01.26 07:11:10 *.201.224.98
애가 타 속이 무너져내린 듯싶더라는 후배님의 사연, 제 마음도 저며옵니다. 작가 이청준 님은' 독자의 아픔 먼저 앓기'가 글쓰기이며' 문학은 눈물' 이라 하시더군요. 살다보면 자신이 단애에 서 있다는 아찔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즈음 ,누군가에게 얘기할만 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큰 희망입니다. 위기의 극복은 자신의 몫이지만 ,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전화하신 후배님! 부디 잘 헤쳐나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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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마음
2005.01.26 22:00:00 *.74.250.204
한희주님의 느낌을 같이하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참 말씀을 잘 하시는군요. 격려하고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들이 모여서 보이지않는 힘이되고 그래서 아픔을 딧고 더 큰 나무가 되실 것입니다. 단애에 서 있다는 아찔한 느낌없는 생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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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phany
2005.02.02 15:26:41 *.127.12.223
"질적인 변화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이것이 '통'의 의미다. 이렇게 열린 상황을 답보하지 않고 부단히 새로워지면 오래 간다는 뜻이다." -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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