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 신종윤
  • 조회 수 2475
  • 댓글 수 10
  • 추천 수 0
2007년 3월 29일 06시 38분 등록
"와!~ 죽인다."

꼬마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마도 일곱 살 짜리 꼬마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 중에 최고로 기쁘다는 말이었을 겁니다. 꼬마는 폴짝폴짝 이리저리 뛰며 소리를 지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엄마는 흐뭇하게 웃고 계셨습니다. 햇살 속에 유난히 반짝이던 일곱 살 짜리 제 동생은 냉큼 자전거에 올라 타더니 저만치 달려 나갔습니다.

"고맙습니다. 그...그리고, 죄송해요."

다른 꼬마는 또 그렁그렁 눈물 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런 아이의 속을 아셨는지 머리통을 꼭 감싸 안으시곤 등을 두드려 주셨습니다. 쉽사리 울먹임이 잦아들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조금 편해졌습니다. 열 살 짜리 꼬마였던 저는, 손에 조그만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뿌옇게 멀어지는 동생을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이십 하고도 오 년 전, 어린이 날이었습니다.

저희 형제가 좀 이렇습니다. 똑같이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도 미친 놈 마냥 뛰어다니는 동생과는 달리 저는 어려운 형편에 무리하셨을 부모님 생각한답시고 눈물부터 떨구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동생을 보고 철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펄쩍 거리고 뛰어다니는 동생에게 눈치도 주고 구박도 했지만 별 소용은 없었습니다. 저희 형제가 그렇게, 서로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아직 선물을 받고 폴짝거리거나 눈물을 떨굴 만큼 아이가 자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빠가 된 덕인지 그때 일을 곰곰 되짚어 보니 또 다른 생각이 쫄쫄 떠오릅니다. 우리 아이가 선물을 받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이거 참 난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가슴이 짠하고, 기특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이라는데 생각이 닿았습니다. 제 동생은 철이 없었을지는 몰라도 저보다 훨씬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렸던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어제 아침,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아내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살짝 들뜬 목소리를 애써 고르며 아내가 이야기합니다.

"발표 났다! 결과 알려줄까? 말까? 큭큭. 합격이래~ 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만으로도 아내가 얼마나 신이 났는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아침에 집 현관을 나서면서까지 "아무래도 이번에 연구원 되기는 힘들겠다"고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나왔는데,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먼저 들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그 뒤를 따릅니다. 아내가 또 한마디 합니다.

"파티 해야지~ 올 때 케이크 사가지고 와. 촛불 켜고 축하해야지."

그냥 그러마고 신나게 응했으면 좋았을 것을… 어렸을 적 못된 버릇이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파티는 무슨… 빵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면 빵 좀 사가지고 갈게."

멋대가리 없기는...

어제 선생님의 합격자 발표 글을 열 번도 넘게 읽었습니다. 읽고 또 읽고 그리고 또 읽고… 한 명, 두 명… 축하하고, 감사하고, 환호하는 글들이 차례로 달리는 걸 보면서도 무어라 감사와 기쁨의 마음을 적을 지 몰라서 댓글을 수도 없이 쓰고 또 지웠습니다. 그냥 감사하다고 쓰고, 열심히 하겠다고 적고, 그래도 부족하면 좋아서 죽을 지경이라고 말하면 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저 참 모자라지요?

선생님, 선배님들 그리고 함께 한 동료 분들. 감사합니다. 일일이 무엇 때문에 감사하다고 말씀 못 드리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기쁜 마음을 환성으로 채우지 못하니 자꾸만 건포도처럼 쪼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오늘 퇴근길에는 지하철역에 내려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맛있는 빵집에 들러 조그마한 케이크를 하나 사가지고 들어가야겠습니다. 그리고 박수도 치면서, 노래 한 곡 신나게 불러야겠습니다.

"합격 축하합니다. 합격 축하합니다. 당신의 합격을 축하합니다~"



IP *.227.22.4

프로필 이미지
이기찬
2007.03.28 19:16:06 *.218.46.11
선생님의 명저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보면 아주 작은 성취에도
자축하는 이벤트를 자주하라는 기분좋은 권고가 있지요. 물론 이벤트
조차도 자기다움이 물씬 풍기게 치르라는 현명한 조언이 따라붙죠.

이곳에 모인 분들을 여러가지 인연으로 많이 만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스스로를 들볶는 분들이 많구나.. 사실상 스스로를
한껏 칭찬하고 대견해 해도 될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에는 우리들의 부족함을 지나치다 싶을
만큼 냉정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들로 넘쳐 있습니다. 그 대열에 우리
자신까지 애써 참여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은 너무나 부족한 작은 성취와 발전을 오버할 정도로
눈부시게 격려하고 축하해주는 선수가 되기로 스스로 결심했습니다.
혹시나 의도하지 않게 지나친 낙관주의가 여러분을 잠깐씩 자만심의
함정으로 이끈다 해도 그걸 신중하고 진지한 어조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마음껏 소리내어 자축하시길.. 그리고 아내에게 감격에 겨운 찐한
스킨십으로 말로 담을 수 없는 기쁨의 뉘앙스까지 표출해 보시길..^^
프로필 이미지
초아
2007.03.28 19:21:19 *.145.76.129
약 한달전!
옹박이 "선생님 우리 같이 연구원 시험쳐 봅시다" 하고 청했다. 난 그말을 듣고 약 3,4일 심각한 고민을 했다. 한번 해 봐. 사실 내가 서울에 살기만 하여도 옹박하고 친구가 돼어서 연구원 시험에 응했을 련지 모른다. 그건 이유가 있다. 난 구선생님의 권유로 제2의 저술서를 골간 만 만들어 놓고 두번째 작업을 약 이개월 지났지만 답보 상태이다. 왜냐하면 나의 글이 너무구식이다. 좀 더 현대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며, 알기쉽게, 현대의 석학의 글을 인용해가면서 쓸수 있을 터인데 하는 고민이다. 그런점에서 연구생이 되면 새로운 도전을 해 볼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런데 난 집이 부산이다. 그리고 너무 늙었고, 건강도 별로다. 그리고 젊은이의 잔치에 꼰데 한명 붙는것이 얼마나 모두가 불편 하게 생각할까. 하면서 아니다 하고 점을 찍었다. 옹박은 섭섭했을 것이다. 같이 하면서 걸핏하면 사주 봐 달라할 것인데 못하게 되었으니말이다. 박이는 내가 자기 친구가 되면 좋아할 놈이라는 것도 내가 알제, 실은 나도 싫치는 안는디..허허

언젠가 작가가 되어서 부인과 여행하고, 글쓰고, 마치 세상을 나의 정원으로 만드는 하우스 인테리어가 되어 원을 이루는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건 그대가 얼마나 지독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주역에서 利見大人의 길상은 지났으니

"君子 終日 乾乾 夕척若 여 无咎"
<군자가 종일 열심히하고 저녁이 되었어서 또 걱정하니 어려워도 허물이 없으리다.>
이런 군자종일건건의 시절을 고집스럽게 이겨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비룡의 시절"을 맞이 할 것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향인
2007.03.28 22:12:27 *.48.44.248
축하합니다. 종윤님.
이번에 단연 돋보이시고 탁월하셨습니다.
글도 잘 쓰시고 재밌고 따뜻한 글들이었어요.
종윤님과 같이 하게 되서 기쁩니다.
곧 뵙게 되겠지요?
오늘 많이 행복하시고 많이 즐거우시기를....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7.03.29 00:17:41 *.70.72.121
재밌다. 나도 폴짝 폴짝 .. 에고.. 허리야....

언제 연구원 모임때 싸모님도 함께 나오셔요. 케익을 꼭 니(?)돈으로 사고 축하는 내가 한당께. 대단한 살림꾼이시네요. 부창부수 멎져요!

초아선생님, 내년에 지원하시면 써니 후배되시는 데 ... ㅋㅋ
프로필 이미지
한희주
2007.03.29 08:38:06 *.233.202.213
번뜩이는 재기에 겸손함과 따뜻함의 미덕까지 겸비하셨으니 종윤님의 전도가 양양합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가족 이야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구요.
빛나는 연구원의 출발을 한껏 축하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초심
2007.03.29 08:47:18 *.5.57.59
연구원 못될것 같다 말하셨다니 엄살이 심하시네요.ㅎ
전 미리 수석합격임을 알아봤는데...
저도 축하드립니다.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프로필 이미지
옹박
2007.03.29 08:59:28 *.55.54.44
초아 선생님, ㅎㅎㅎ
대신 내년에 '후배'로 들어오시면 되지요.
제가 군기 빡세게 잡아드릴께요. 으하하 -_-;
(남해에 못가서 죄송합니다...)

종윤님,
와~ 합격 축하 알려줄 부인이 계셔서 부럽습니다.
제 여친은 그날 밤이 되어서도 모르고 있었다는.. ㅎㅎ
프로필 이미지
초아
2007.03.29 12:02:06 *.145.80.225
옹박! 남해에 못오면 연구원에서 제명...
또 실수했지, 남해가 아니라 사량도에 못오는 걸 남해라 표기실수,,.,~~
허여튼 못말린다니까...............................
프로필 이미지
신종윤
2007.03.30 15:13:52 *.227.22.4
기찬님~ '오버할 정도로 눈부시게 격려하고 축하해주는 선수'란 말 참 좋네요. 잘 어울리시는 것도 같구요. 그날 축하는 좀 했는데, 장모님이 와계셔서 맘대로 스킨십은 못했다는... 그래서 아쉬웠다는... 하하~

초아선생님~ 지난 글에 써주신 말씀을 읽고 집사람이 감사하다 하네요. 옹박님하고 같이 사주 봐달라고 졸라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지독해야 한다는 말씀을 자꾸만 생각하게 됩니다. 재미있게 하고 싶습니다.

향인님~ 글 보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멋지게 펼치시니 부럽습니다. 실제로도 그러시다는 첩보가 들어왔으니, 토요일에 확인들어갑니다.

써니님~ 연구원 모임에 함께 어울려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이번 3기의 '핵'은 아무래도 써니님이 아닐까 싶은데... ㅎㅎㅎ 잘 부탁드립니다.

한희주님~ 너무 좋은 말씀만 해주시면 제가 정신을 잘 못차립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따뜻한 얘기를 종종 풀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초심님~ 수석합격이라니요. 엄살은 아니고, 그 날 아침까지 정말 마음이 그랬습니다. 집 나서는데 아내가 붙을 것 같냐고 묻기에 정말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기회가 왔으니 좀 더 해봐야겠네요.

옹박님~ 옹박님은 귀자님께 주었는데, 저는 집사람에게 주지 못한 것이 무엇일까요? 혹시 믿음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촐싹거리면서 안될 것 같다고 얘기했던게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권군
2007.04.02 10:25:59 *.6.116.36
부럽고, 자랑스러운거 알지?
멋지게 잘 해내실수 있을겨...파이팅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48 헌화가 file [4] 한정화 2007.04.06 1716
1447 봄 나들이 스케치 [5] 김도윤 2007.04.06 1714
1446 개발자 희망보고서 관련 기사 - &lt;디지털 타임스&gt; [5] 신재동 2007.04.06 1699
1445 사량도 후기 [17] 초아 서 대원 2007.04.05 3021
1444 식목일에 생각하다 [7] 운제 2007.04.05 1728
1443 ---->[re](사진)봄 맞은 세 여인네-남해에서 file [3] 한정화 2007.04.03 1733
1442 -->[re](사진)민박집 주인 아주머니와 함께 file 한정화 2007.04.03 3074
1441 아내를 뼈속까지 존경하자 [4] 꿈꾸는간디 오성민 2007.04.03 1804
1440 [공고] 서포터즈 활동 방향 및 발족식 안내 file [29] 이기찬 2007.04.03 3541
1439 사량도에 가면 (문패 없는 주막의 솔잎막걸리 ) [4] 써니 2007.04.03 3383
1438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idgie 2007.04.01 1626
1437 우리집 봄 소식입니다 [3] 노덕임 2007.03.30 1749
» 바보! 할 건 해야지~ [10] 신종윤 2007.03.29 2475
1435 헌신 [4] idgie 2007.03.28 1746
1434 [공고]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치어리더 모집 [51] 이기찬 2007.03.28 5742
1433 송아지, 망아지 그리고 불깐 돼지 [4] 초아 서대원 2007.03.28 3015
1432 오늘 (3/28,수) 문요한님 북세미나 있습니다. 많이 참석해서... [3] 강현영훈 2007.03.28 1736
1431 초아선생님 북세미나 안내 [4] 강현영훈 2007.03.27 1849
1430 -->[re]경험자는 말한다 [1] 운제 어당팔 2007.03.27 1755
1429 가짜가 실제다 [3] 꿈꾸는간디 2007.03.27 1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