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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7일 14시 43분 등록
혹석지반대 종조삼치지 - 或錫之鞶帶 終朝三褫之
< 혹시 상전이 명예와 권력을 상징하는 허리띠를 주어도 아침 조례가 끝나기 전에 세 번이나 주었다 다시 빼앗는다.>

정치에 입문하면 정치적인 기반을 얻기 위해서 윗사람을 모신다. 주로 비서관 또는 수행인 아니면 경호라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설령 높은 직위에 있어도 언제나 윗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이때에 일어나는 비애를 주역이 설명해 놓은 장이다. 사실 나는 한 번도 취직을 해본일이 없었고 정치에 입문해 본 일이 없기에 별로 심층적으로 느끼지는 안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만나서 간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는 있는 편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상전은 변덕이 죽 끊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 들이다. 어지간한 인내심이 아니면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푸념들이다. 그대가 아직 정치에 꿈을 둔 사람이면서 정치현실에 발을 디디지 안했다면 명심해야 한다. 내가 모실 상전은 의심증에 변덕마저 병적인 수준이라고...

어느 날 나의 사무실에 말쑥하고 허연 얼굴에 비싼 안경을 끼고 잘 차려 입은 모습을 한 신사가 한분 찾아 왔다. 약간의 여상(관상에서 여자의 인상)을 하였지만 예의와 교만함이 몸에 빼여 있는 보기 드문 귀인의 상이다. 나는 김군(사무실 직원)이 가져다 준 명리 감정지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특히 건방진 손님이 만났을 때에는 나 역시 침착함을 넘어 더욱 느리고 무겁게 행동한다. 그것이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혹석지반대라는 주역에서 가르치는 변덕의 장이 떠올랐다.
“ 윗사람 모시기가 너무 힘들지요”
나는 처음부터 핵심을 찔렸다. 그의 인상에서 흠진 놀래는 표정이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옮겨 볼 생각이십니까?”
나는 이두마디의 말로써 그를 ‘넉 아웃’ 되도록 만들었다. 교만한 행동은 어디 갔는지 없어지고 무릅을 바싹 당겨 앉으며
“선생님! 저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합니까?”
라고 물었다.

그의 이야기는 어떤 높은 상전을 십 수년 간이나 충성을 다해 모셨는데 자기를 너무 알아주지도 키워주지 안는다는 것이다. 좋은 자리가 나왔을 때 모두들 자기가 갈 자리라고 하는데도 발령은 다른 사람이 가는 것을 몇 차려 보았고 발령이 있기 전에는 자네가 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정작 다른 사람을 보내니 무척이나 마음이 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잘 안될 때 화풀이는 비서실장인 자기에게 하니 일생 화풀이 상대로 살아 왔고 스트레스는 매일 받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앞날의 출세를 위해서 공부도하여 박사학위도 받았으나 알아주지도 인정치도 않는 눈치라는 것이다. 그러던 중 모 대학에서 자신이 와서 대학의 발전과 개혁에 참여 해달라는 청이 있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찾아 왔다는 것 이였다.

나는 천천히 리섭대천(利涉大川)의 설명을 했다. 큰 강을 건너는 모험의 이야기이다.
“그대는 세상을 두려워해서 큰 나무 밑의 안전함만 추구해온 사람입니다. 세상은 변하고 끊임없이 발전해 가는데 변화에 적응치 못한 것이 그대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변화의 시기를 놓친 것이 현재의 상태입니다.”
그는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나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 그대에게 부르는 대학에서도 상당한 충돌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니.

“선생님! 그대학도 이사장의 아들이 판사로 있다가 대학으로 들어 간지 얼마 되지 안했습니다.”
라고 받아서 말했다.

나는
“ 옮겨가도 지금보다 더 어려운 인간관계속에서 헤맬 것입니다. 그러니 때가 늦더라도 현직에서의 변화를 시도 하십시오. 약 일 년 정도만 견디시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장소로 발령이 날 것입니다. 그 곳에 가서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세요. 그전에 실물경제를 익히고, 능력있는 인재를 눈여겨보아 두시고 친분을 쌓으십시오. 그리고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는 갔다.
그가 준 봉투속에 몇 만원의 돈이 들어 있었다.
아~ 타인에게 변화를 가르치면서 내 자신의 변화는 하지 않는 앵무새 같은 나의 자신을 발견하였다. 심사는 침통하였다.

그 이후에 집필을 시작하였고 한 많은 철학원의 점쟁이 노릇을 청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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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2008.04.07 18:45:03 *.223.104.12
翰西입니다.
오늘 따라 위의 글이 왜 이리 마음에 와 닿는지요.
저가 요즘 같은 직장내에서 보직이동 문제로 얼마나 번민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직장내 일이라는 것이 본인 뜻대로 되는 일이 몇 있겠습니까?
저 나름은 최선이라고 하지만
사람들마다 각자 처한 위치와, 살아온 가치관과,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생각을 하는 것을요.
주말은 깡그리 잠으로 떼웠습니다.
잠이라도 자서 순간 잊어 보자고 말입니다.
심신이 말할 수 없이 피곤했던 탓도 있구요.
하지만 꿈속에서조차 마치 현실처럼 그 일들이 이어져 나타나더군요.
지금 있는 곳에서 변화를 갈구하라.
너 자신 그리고 그 내면의 변화를 갈구하라.
그리고 때를 기다려라.
알고는 있지만 실천이 그리 녹녹치는 않습니다.
다 마음 때문이지요.
저도 얼른 쓸데없는 집착과 미련은 벗어버리고
그렇다고 운명에만 맡기지 않도록
나 자신 내면의 변화를 추구해야겠습니다.
말처럼 쉽지만은 않지만요.
초아쌤~~~

P.S. 초아쌤~ 저더러 '귀여운 악마'라 하셨다지요? 그래도 악마는 악마인데..우짜지요.저는 천사가 더 좋은데, 제 팔자는 천사는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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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정희근
2008.04.07 21:05:36 *.115.248.47
샬롬!
귀한 말씀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푸른바다와 심정의 상태가 비슷한 것 같아 위로(?)가 됩니다.
생각이 너무 다른 상사와 일을 한다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어제 좀 높은(?)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모르는게 아는 척하면서 일을 많이 할려고 하면 미치지요?" 그랬는데, 딱 그 상황이랍니다.
사부님께서는 월급 많이 받는 이는 책임을 그만큼 지니 받을 자격이 있다는 요지의 글을 써셨었지요.
그런데 책임도 제가 지고, 일도 제가 해야 하고....
소인배가 되어 가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웃음이 리더십의 첫번째 갖추어야 할 요건이라고 하신 말씀따라 항상 웃고 있습니다.
사무실 분위기는 그런대로 잡히는것 같은데, 왠걸 집에 오니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오네요. 괜히 아이들에게...
올해는 견딜수 있어야 하는데..., 저를 테스트합니다.
얼마만큼 견디면서 내공을 쌓을 수 있는지 말입니다.
감사하며 살아야겠지요.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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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04.09 07:14:39 *.180.231.112
오늘이 바로, 정치 출마자가 천심을 받는 날 입니다.
훌륭한 정치적 인맥과 지역주민을 배려하는 좋은 성품을 지닌 사람이 국회에 입성하길 기원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 수록 낮아지는 투표율은, 민심이 점차 정치를 외면한다는 것인데 바람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한 산이 앞을 막는데,
해는 지고, 시장기는 뱃가죽을 뚫고, 봇짐은 무겁고, 이끌어야 할 일행은 길게 늘어지고,

한 가닥 희망은 산 기슭에 주막이 있을 거라는 믿음인데,
없다면, 야영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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