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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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6일 09시 26분 등록

변소에다 한꺼번에 비우고 왔더니 몸이 가볍습니다.
하지만 비움과 동시에 또 많은걸 채워서 왔더니 몹시 피곤합니다.
집에와서 따뜻한 밥을 나눠먹고, 배우자에게 내가 아는 꼬마 이야기를 고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일찍 잠을 푹 잤습니다.
보충할 내용이 있지만 그러면 늦어지거나 올리지 않을듯 해서 엉성하지만 우선 올립니다.


휘연의 2018년 12월 어느날

어제밤에 사우나를 다녀와서 푹 잤더니 몸이 너무 개운하고 가볍다.
일요일인데, 비가 추적거리고 와서 그런지 더 조용하다. 늦잠을 자고 그이가 만들어준 마늘스파게티를 해장국처럼 후루룩 먹고 거품이 푹신한 카푸치노를 한잔씩 나눠마셨다. 역시 그이가 만드는 스파게티는 세계최고다. 창문을 반쯤 열어놓으니 추운데도 개운하다.
잠옷을 입은 그대로 배도 부르고 거실 바닥에서 중앙선데이를 읽는데, 올해의 10대 뉴스가 1면 특집으로 나온다. 낯익은 얼굴, 재완이다.
최연소 노벨물리학자 유재완. 꿈벗모임에서 재완이 수상 축하 번개를 했었는데 사부님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족발집에서 노래를 불러 손님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다들 10년전보다 더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들. 앞으로의 또 다른 10년도 더 행복해질거라 믿는다.
 

1. 꿈벗을 다녀와서 나는 나를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전엔 오목거울로 비치던 모습을 커다란 전신거울 앞에 양반다리로 앉아서 찬찬히 바라보는 것처럼. 나는 5,6,7살의 꼬맹이를 한 1년은 만난 것 같다. 처음엔 왜 이 아이가 한번에 못알아듣나 속상하기도 하고, 애가 너무 조용하고 생각에 잠긴 것 같아서 답답했다. 하지만, 만날수록 그 아이는 무서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겁을 덜 먹었고, 1년쯤 지난 후에 그 꼬맹이는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 웃고, 엄마한테 혼나도 금방 씩 웃고 또 뛰어다닐만큼 그 나이또래의 개구쟁이로 변했다. 가끔 그 꼬마 생각이 난다. 그 꼬마도 내 생각을 할까?
 

2. 사부님의 연구원이 된 건 큰 축복이었다. 사부님과 책을 사랑하고 항상 꿈을 꾸는 벗들이 함께 있어서 겁날게 하나도 없다. 책을 꼭꼭 씹어서 읽으면서 그동안 다 모기향처럼 사라지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내 가슴에 와서 차곡차곡 쌓아뒀고, 그 덕에 100분토론 정도는 너끈하게 할 수 있다.
“가족 치유”로 칼럼을 꼬박꼬박 쓰던 나는 첫 에세이집을 발표했고, 세상에 자기만의 상처를 지닌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책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두 번째 책은 5년전에 쓴 “시베리아에서 나를 만나다”는 주제의 여행에세이다.
세 번째 책은 “길위에서 만난 새로운 가족”에 대해서 써볼 생각이다. 혈연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만남을 통해 함께 살아가고,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은영이처럼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고 싶다.
 

3. 7년전 시작한 외서출판사의 수입업무는 내 몸에 착 맞았다. 아시아지사에서도 우리나라의 외서 수입률이 단연 베스트다. 사람들이 점점 책을 많이 읽으면서 외서를 읽는게 더 이상 낯선 풍경이 되지 않았고 변경연에서는 우리 책을 외서로 다시 읽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영문홈페이지를 만들고 나서는 유럽쪽에서 우리의 인문서와 자기계발서 읽기 유행이 번지고 있고 올해 14기 연구원 중에는 호주에서 온 친구도 있다. 자기 꿈이 우리나라의 좋은 자기계발서를 호주에 번역본으로 내는거라고 한다. 그 친구는 책쓰기 과제를 이미 정해서 들어왔으니 행운이다.


4. 구 선생님의 두 번째 번역서가 아마존에서 2년전 올해의 베스트100에 들어간 후 작년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들어오는 출판제의를 검토하는것만 해도 바쁘다. 동양의 변화경영이라는게 그들에겐 아주 새로운 주제였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테마강연으로 구선생님을 초청해서 지금 진행을 준비중이다.
 

5. 연구원들과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여행을 다녀왔다. 이젠 추운나라 여행이 즐겁다. 노르웨이 피요르드도 다녀왔고, 3년전에는 10년에 한번 열린다는 로마 베드로성당의 유명한 문을 다녀왔다. 산티아고 도보순례를 벼르다가 작년에 다녀와서는 내친김에 두달에 한번씩 제주도 올레걷기를 하고 있다. 길위에서 함께 한 사람들, 우연히 만난 그들은 나의 새로운 가족이자 에너지다.


6. 검도를 시작했다. 건강해지고, 더 담대해졌다. 물 한통도 끙끙대던 내가 지금은 청계산 정도는 날아다닌다. 격년으로 그이와 함께 지리산을 걷고 있다.


7. 지난 10년간 3번의 칠순잔치를 했다. 부모님들은 더 쾌활해지셨고, 시어머니는 수영을 시작하면서 살도 빼고 건강해지신데다 5년전에는 노인체전에 나가서 금메달까지 땄다. 시아버지도 여전히 목소리가 짜랑짜랑하시다. 엄마는 3년전 드디어 20점을 채워서 서예작가로 등단했다. 요새는 병풍을 만드시는데 열중이다. 아빠는 담배를 완전히 끊으시고 운동을 열심히 하시더니 엄마를 끌고 전국 방방곡곡 여행을 다니신다. 당신들은 10년전보다 훨씬 더 행복해지고 더 건강해지셨다.
 

10. 종윤오빠는 요새 꿈스토리텔러로 강연을 다니느라 너무 바쁘다. 아줌마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팬카페도 생기고 자신의 꿈을 찾겠다고 상담을 해오는 사람도 늘었다고 즐거운 비명이다. 다음달에는 꿈벗 가족들과 은영이가 준비하고 있는 숲마을 후보지 두군데인 제주도와 강원도 평창을 같이 가보기로 했다. 상영이의 명상카페는 2호점을 내지 않고 1호점을 한층을 더 확장하기로 했다. 확장하는 2층 카페에는 희숙이 언니가 “숙이의 밥상”이라는 건강뷔페를 만들기로 했다. 언니는 당분간 강원도 횡성과 서울을 오가면서 두군데의 식영양 연구소를 운영하느라 너무 바쁠거 같다. 작년에 종희오빠가 세 번째로 기획한 여행프로그램인 “캐나다 맛따라 산따라”을 같이들 다녀왔는데, 아직도 모이면 그 때 이야기다. 캐나다 여행을 같이 못갔던 진형오빠는 상해점이 너무 잘 되서 요새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상해의 오렌지족들에 오빠가 만든 양복은 나이트갈 때 드레스 코드로 정착됐다. 서진이 언니는 모닝페이퍼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상담심리학을 마치고는 2년 전 첫 책이 나왔다. 요새 아침 토크쇼만 틀면 언니가 나온다. 여성들의 고민상담을 해주는데, 글로만 쓰다가 답답해서 화상채팅상담을 시작했는데 그게 네이버에서 힛트를 치면서 “엽기리얼상담사”로 유명해졌다. 진미는 내년에 댄스와인바를 연다고 바쁘다. 주말마다 이태원에 가서 댄스복 쇼핑하느라 바쁘다. 오는 손님들에게 댄스복을 입히겠다나. 살짝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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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리스
2008.10.06 13:02:30 *.18.82.38
휘연씨 10대 풍광이 잔잔하지만 힘있게 몰아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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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00:54:07 *.52.141.166
귀현도 어려운데 휘연은 더 어려워...ㅡ.ㅡ;;
다양한 걸 알고있는만큼 동기에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뭍어나는 10대풍광 넘 멋져요.
꼬맹이 언렁 내쫒아버리고 편안한 어른되기 위해 우리 자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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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2008.10.07 01:23:26 *.154.31.108
휘연의 큰 눈이 자꾸만 생각 납니다.
너무 순수해서 세상의 더러움에 아직 한번도 빠져보지 못한 듯한,
크고 동그란 그 두 눈이 자꾸 생각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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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희
2008.10.07 06:41:23 *.163.91.27
나도. 난 눈큰여잔 다 이뻐보이더라. ^^
그 꼬맹이와 이젠 좋은 놀이 동무가 되었음을 축하해요~~ 더욱 좋은 관계로 발전하길 기도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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徽淵(휘연)
2008.10.07 13:55:57 *.90.31.75
제 이름은 작년에 서대원 선생님께 받은 아호랍니다. "아름다울 휘에 연못 연인데, 아름다운 평등과 평화라는 뜻으로 지어주셨어요." 제 이름이랑도 비슷하고, 너무 마음에 드는 아호여서 필명으로 쓴답니다.
진형오빠, 힘있게 몰아치도록 열심히 할께요.
짱언니, 어렵지만 좋은 아호는 불러줄수록 제가 대성한데요..(빅뱅도 아닌것이) 많이 불러주세요!
서진이언니, 순수는 언감생심. ㅎㅎ 언니의 볼때기야말로 100만불짜리죠.
종희오빠, 아니 제게 향한 그 마음을 숨기시느라 2박3일 힘드셨군요...기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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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2008.10.07 21:28:56 *.212.186.199
네 목소리도 다시한번 듣고 싶네.. 그때의 감동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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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23:42:09 *.36.185.51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나도 낑겨서 타고 싶다~^^
사투리를 어색하지 않게 쓰던게 어색했는데
너무 서울애처럼 생겨부난~
다음엔 하영 곧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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徽淵(휘연)
2008.10.08 13:05:35 *.90.31.75
은영아, 하영곧자..겅하게!!
어떵 생겨야 서울애처럼 생긴건지..승무원 출신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니 몹시 궁금해지나 질문하면 혼날거 같다. ㅎㅎ
상영아, 난 니 노트북 때문에 친한척 하는거 아니다. ㅎㅎㅎ 찌라시라고 말한 은영이까지 왠지 우리셋은
좀 막가파 토끼 같은 느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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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완
2008.10.08 18:40:16 *.133.34.180
아... 낯뜨거워라~ 감솨~ 근데 저 노벨상에 관심없어요~~ㅠㅠ(관심있어도 어쩔 수 없음-_-;;)
늘 행복해지세요!
글구 하영 곧자~ (좋은 뜻 맞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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