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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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떠나 보내고 나는 걸었다. 해 저물어버린 타마가와 강가.
이미 지나간 버린 것들 목 꺾어 돌아보지 말고 걷자, 걷자 되뇌여보지만
미처 가져보지 못한 것들, 제대로 전하지 못한 단어들이
차가운 밤, 서걱대는 바람되어 여민 옷깃 속을 스민다.
가로등 불빛들은 어둠에 물들고, 휘갈긴 낙서, 텅빈 벤치처럼
타마가와 강가에 나는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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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막상 하고 싶은 말들은 많았던 것 같은데, 단락과 단락 사이에는 망설임이 잔뜩 묻어나 있었습니다. 항상 시작한다고 말하고 미처 아직도 시작하지 못했네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던 것일까요?
이제 30대 중반을 지나고 보니, 제게 청춘은 머뭇거림이었네요. 삶은 늘 미래의 것이고, 아직 진짜 게임은 시작된 게 아니라고 여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청춘을 저만치 우두커니 세워놓고 바라보기만 하다 지나쳐버린 듯한 서운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 그랬죠. ‘진정한 후회는 늘 해본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한 것에서 나온다고.’
아직도 저는 제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제가 아닌 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파커 J. 파머가 말했죠. “내 눈 앞에서 쾅 닫혀 버리는 문들 때문에 고민하던 그 자리가 바로 나의 세계가 활짝 열리는 자리였”다고.
그래요. 시간처럼 흘러가는 검은 비늘의 저녁 강물이 제게 속삭여줍니다. 무언가를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말라고. 너는 너일 뿐이고, 그렇게 스스로 찾는 것이고,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