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꿈벗/필살기

‘나를

황보현님께서 2011152200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1월5일 단군일지
어느새 1월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금새 시간은 흐르나 봅니다.
휴직을 하고 공부를 시작한지 어느덧 두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시간은 흐르는데 여전히 정체된 것 같아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조금씩 진보가 있는 것이겠지요. 지나친 조급함으로 일을 그르쳤던 과거를 거울삼아 영어만큼은 Slow steady하게 가고 싶습니다.
오늘 유학원과 AIFA에서 손변호사와 잠깐 면담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2월말 UCLA로 결정하였습니다.
지난달 이맘때 여러가지로 마음이 분주하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잘한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누군가를 만나게 될 지 궁금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그곳으로 부르도록 만들어 놓았지 않았을까요? 각 만남의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때론 어떤 만남들은 악연으로 이어지거나 의미없는 만남이 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떠한 만남이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가난함을 다시 배우고있습니다. 고시공부 시절 홀로 마음 졸이면 고시촌 뒷산을 오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둑어둑한 가로등을 지나 조용함이 가득한 골목길을 가로질러 뒷산 언덕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저 멀리 아파트와 주택가 불빛들을 바라봅니다. 그 때는 그 아늑함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저 많은 사람들은 현재 직업도 가지고 있고, 안락한 가정도 꾸리고 평범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겠지. 나도 언젠가 저런 날을 맞이하겠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되뇌이면서 신림동을 거닐었습니다. 그렇게 산책을 하고 독서실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근처 책방에 들르곤 하였습니다. 그 곳에는 각종 고시 서적도 있었지만 제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양한 관심사들이 표현되어 있는 책들이었습니다. 여행관련, 종교관련, 문학관련 각종 책들을 마주하면서 저는 또 다른 refresh를 경험하였답니다.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 풍요함을 느꼈습니다. 상황은 가난하여도 마음만은 각종 새로움에 대한 경의와 관심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시 공부를 끝내고 나면 반드시 저 많은 책들을 꼭 섭렵해야지 다짐하곤 했지요. 그렇게 2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그 2년의 시간이 그립습니다. 상황이 바뀌고 신분이 바뀌면서 옛적 추억이 지나갑니다. 더이상 첫 마음이나 가난한 마음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조용함을 그리워하고 어려움에 눈물짓던 그 시절을 추억하기는 하지만 다시 그곳으로 가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때의 가난함과 겸손함이 그리웠습니다. 그렇게 저는 7년만에 다시 그때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낮아진 삶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어떠한 신분을 떠나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때처럼 마음 졸이지 않는 풍요로움은 있으니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외로움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공부하는 카페독서실(에듀라이브카페)에서 책 한권을 발견하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오랜만에 내 안에 숨겨졌던 詩를 발견한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해 졌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은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외로움을 느낍니다.  특히 결혼할 만한 때에는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이러한 외로움을 견디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현재의 외로움을 조금더 쌓아 그것을 사랑으로 만들고 나의 인연과 만나게될 모든 인연에게 주어야 겠다. 그리고 늘 가난한 마음으로 세상을 쓰러져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러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야지 다짐해 봅니다.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마음 따뜻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손을 꼭 잡아줄 수 있는 그러한 넉넉한 시인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그들을 더욱 품고싶습니다. 다시금 내 안에 감춰진 사랑이야기를 매일 꺼내보고 싶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