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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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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수희향님께서 20117271309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361>

# Book review 111- 칼 융의 "인간과 상징" 3부까지 읽기 완료

비오는 날이었다.
낭만적인 비가 아니라 폭우가 쏟아지던 밤
우린 인사동 한옥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꼬레마켓 창립기념회?의 디너 모임을 가졌다.

사무실 하나없이 시작하는 일이지만 우리끼리는 창립기념회라 부르며 낄낄거리고 좋아라했다.
그런 우리들이 좋다. 가식없이 가진 것도 별로 없으면서 마음만은 누구보다 한가득 서로를 아껴주려는 마음말이다. 함께 나이들어갔으면 싶은 이들이다.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은 이들이다..

폭우를 뚫고 사부님께서 와주셨다.
제자들을 향한 스승님의 따듯한 보살핌은 내겐 커다란 나무처럼 든든하기만 하다.

자유가 무엇인지 여쭈었다.
행복은 또 무엇인지. 그리고 운명은..

성공이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마음이고
행복이란, 주어진 것들 중에서 취하는 데에 있다고 하신다.

자유는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 가장 마음에 드신다고 하신다.
바라는 바 없으니, 두려움없고. 그래서 자유라는 불멸의 그리스 작가 카잔차키스 말이다.

운명은 운명을 개척하려는 가련한 몸짓까지도 운명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신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할까.
폭우로 인해 우리말고는 거의 손님도 없이 마치 레스토랑을 전부 빌린 것과도 같았던 인사동에서
빗소리만큼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자연은 그렇게 우리를 늘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하니..

간만에 자정을 넘겨 아파트 현관 앞에 섰는데
바람. 한 여름밤에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게도 바람결을 느껴보라 걸음을 멈추게 한다.

한밤중 아파트 불빛 아래 가늘어진 빗줄기 속을 스치듯 지나치며 내게 전해지는 바람결..
바람결을 느껴보고, 바람결이 아름답다 여겨보기는 참으로 오래간만인 것 같았다.
어쩐지 내 영혼 깊숙이 돌고 돌아 나를 어디론가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듯한 바람결말이다..

어찌살꼬..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운명을 그대로 살아내려면 어찌 살아야 할꼬..

어제도 없다.
내일도 없다.
지금의 내겐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자유와 방종의 차이를 묻는 어리석은 제자의 질문 앞에
고매한 스승은 바라는 바 없음이 자유라 하셨다.

원하는 것이 너무 많아 그것자체를 잊기 위해 쾌락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과거도 잊고, 미래도 잊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완전 몰입하여 살고 싶어졌다.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내어준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 미래가 오는 순간, 또 다시 그 오늘을 내어줄터이니 말이다.

꼬레마켓을 기획하며 깨달은 한가지는
거기 그 곳에 내 모든 과거가 다 들어있다는 점이다.
결국 과거란 오늘의 다른 얼굴일뿐.

그러므로 과거, 현재 미래가 동일선상일 수 밖에 없다.
한 점으로 모아질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한점, 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게다.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이다..

나를 오롯이 바쳐 삶을 살다보면
나는 없어지고 삶이 남겠지만
그게 어쩌면 치명적이리만치 아름다운 삶의 정의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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