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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님께서 20115111529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006일차 (4월 23일)

새벽에 일어나 한 시간 정도 모닝페이지와 수련일지를 썼다. 방에서 나와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2시간을 보냈다. 깊은 이야기를 썼다가 이내 다시 일지를 쓴다. 아직은 그냥 가슴 속에 담아 두고 싶다. 동생과 조카들을 데리고 왔다. 졸음이 쏟아졌다. 잠시 눈을 붙이고 아내와 산책을 나섰다. 벚꽃은 지고 있지만 봄은 남아 있었다. 아.. 저 산의 연두 빛 물감을 어찌하면 좋은 것인가? 자연은 우리에게 이렇게도 아름다운 경이를 안겨주는데 인간인 나는 그 좋은 기운을 받아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가? 소모하고 더러운 기운만을 내뿜는 것은 아닐까? 감히 아니라고 말 할 수는 없다.

나를 지배하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커다란 감정 중 하나가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접근할 수록 힘들어 진다. 아직 내 마음이 마음의 준비를 못한 것 같다. 그저 마음이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까지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연구원 생활 이후 지속적으로 쫓기는 듯한 일상.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명상이다. 연구원 생활을 하는 내내 과제와 칼럼, 책 쓰기는 계속해서 나를 다그치며 뒤쫓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관점의 전환. 그것들로부터 쫓기지 말고, 그들을 쫓아 보는 건 어떨까?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다. 당장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는다. 그러나 아주 좋은 생각이다.

내가 매일 고통스럽게 부딪히고 깨지고 하면서 거칠게 단련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균형과 조화>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 일, 사랑, 가족, 미래, 연구원, 과제, 책 쓰기, 독서 등등> 나는 내 삶을 이루는 수 많은 요소들에 대한 깊이와 중요성을 관장한다. 정해진 에너지 범위 내에서. 이것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경영하고 비슷하다. 벅차다. 때로는 괴롭다. 내 영향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가지 방법이 있다. 삶의 역할과 요소를 축소 시킨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정리 정돈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또 하나는 정해진 에너지를 늘리는 일이다. 다시 말해 잠재력을 끌어 올리는 일이다. 이 또한 쉽지 않다.

내가 <맑고 향기롭게, 단순하고 간소하게>라는 법정스님의 사상과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라는 엔서니 라빈스의 책을 그 동안 바이블처럼 끼고 살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아마도 내 생활방식, 사고방식의 7할 이상이 그들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나의 부족함이 그들의 위대한 사상을 따라가지 못할 뿐이다. 늘 내 안에서 수 많은 가치들이 으르렁거린다. 밥과 존재, 안정과 도전, 개인주의와 이타주의 등등 수 많은 역할과 가치들이 부딪히고 깨지며 한시도 쉬지 않고 소동을 피운다.

이런 소동에서 잠시나마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나에겐 걷기 명상이다. 앉아서 하는 명상은 아직 잘 하지 못한다. 졸음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잘 안 되긴 하지만, 걸으며 명상하는 동안 나는 되도록 많은 것을 내려 놓으려고 한다. 근심 걱정, 집착, 번뇌. 이런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높은 언덕으로 올라간다. 그 언덕 위에 올라 거대한 마음의 강을 들여다 본다. 온갖 일렁이는 감정들과 생각들로 가득 찬 저 강을 그저 무심히 지켜본다.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초연하게 그 흐름을 지켜보기만 한다. 그렇게 하는 것 만으로도 내 마음은 위안을 얻는다.

이런 시간을 자주 갖고 싶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매주 일요일 새벽에 하는 2시간의 중랑천 걷기가 그 역할을 해주었는데, 2주를 쉬었다. 가끔 그 마음에게 조차 부담을 안 기는 경우가 많다. 그 시간에 과제를 생각한다거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를 찾으라는 부담을 안기기도 한다. 되도록 삼가 하려고 한다. 그래. 내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려고 하는 것이 무거운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가볍고, 경쾌하게, 그렇게 단순하고 간소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함이 아닌가. 그건 지금도 할 수 있는 일. 잠시 내려 놓고 길을 다녀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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