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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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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김경인님께서 2011620436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045일차 (6월 1일)

밤샘 작업으로 새벽 4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왔다. 2시간 남짓 눈을 붙이고 다시 일어나 출근했다. 조금이라도 잠을 잘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번 주 과제 도서인 <난중 일기>를 읽고 있다. 임진왜란의 거의 마지막까지 왔다. 솔직 담백한 문체들 사이에 있는 여백들에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에서 보았던 기억들을 메워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경험하려고 한다. 어렵다. 오래 전에 봤던 드라마라 기억이 가물거린다. 잠시 짬을 내어 동영상으로라도 봐야겠다. 동영상이 방아쇠가 되어 묻혀 있던 기억들을 끄집어 내줄지도 모른다.

점심은 인사부서에 있는 손대리와 함께 했다. 회사에서 보기 힘든 나무 같은 사람 중 하나다. 상당한 인텔리 임에도 겸손하고, 말도 통한다. 회사 사람들, 특히 부서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적이고, 감각형의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경험론자와 유물론자에 가까운 현실주의자들이 대부분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몇 가지로 획일화 시키는 것은 물론 문제가 있지만, 이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내가 그들과 상당히 대조적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다. 우선은 들을 줄 아는 사람이고, 내가 하는 언어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회사에서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오후에 다음날 있을 혁신과제 발표자료를 막판 벼락치기, 똥줄타기 집중력으로 작업했다. 벼락치기에 의존하는 건 싫지만, 뭔가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순간은 정신이 성성하고 좋다. 그렇게 보낸 시간은 참 보람이 있다. 칼럼의 꼭지를 정했는데,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깊이 빠져드는 데는 역시 걸으며 생각하기가 최고다. 걷는 시간을 늘리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주말 중랑천 산책이 최고다. 그런데 요새 평일에 많은 시간을 내지 못하다 보니 주말의 긴 산책은 어려워지게 되었다. 한 주씩 당겨보려고 하는데 그 일이 쉽지가 않다. 겉으로는 부지런하고 성실한데, 실제로는 게으르다. 이것은 큰 게으름이다.

저녁에 문요한 선배를 만나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이 별거냐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꿈꾸던 사부님과의 만남, 연구원들의 책을 읽으면서 꼭 만나보고 싶었던 병곤 형님, 요한 형님, 승완 형님, 희석 형님, 승오 형님 이들과 모두 만났다. 특히 요한 형님의 분야와 키워드는 내가 평소 꿈꾸던 분야라 그 만남이 더 값지다. 잘 생기셨고, 무척 잘 들어 주셨다. 결국 오랜 시간 내 이야기만 주저리 늘어놓고 말았다. 그래도 잘 들어주셨다. 7시 조금 넘어 만났는데 10시가 넘어 헤어졌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다. 내게 해주신 값진 조언도 결코 잊을 수 없다. 요한 형님과의 대화를 통해 어두운 터널처럼만 여겨지던 삶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결론은 사람이다. 사람에게서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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