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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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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님께서 2011761907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080일차 (7월 6일)

오늘로 단식 3일차, 3일 단식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는 새벽에 일어날 때 머리도 지끈 거리고 몸도 무겁더니 오늘은 훨씬 가볍고 개운하다. 오늘 출근길에는 독서 대신에 연구원 오프라인 과제 작업을 했다. 목요일이 마감이라 어쩔 수 없다. 이번 주 과제도서 분량이 1천 페이지가 넘는데, 오프라인 과제까지 겹치니 아주 버겁다. 게다가 이번 달 과제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과제다. 단식까지 하고 있으니 몸에 에너지도 많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들 중 진짜 불가능했던 것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지하철에서, 회사로 걸어오는 길에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적었다. 출근해서도 컴퓨터를 켜자마자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오전 9시쯤 회사 건강검진 병원에 들러 체중을 재러 갔다. 3달 전 회사에서 측정한 다이어트 펀드 체중 유지 확인을 받기 위해서다. 이미 3개월 전 감량에 성공을 했지만, 감량한 체중을 3개월간 유지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체중유지 축하금 5만원을 별도로 지급한다고 했다. 3개월 전 68.9kg이었는데, 오늘은 68.2kg이다. 그 사이 조금 변동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성공적으로 유지했다.

매주 월요일 '자발적 빈곤'을 실천한지가 만 6개월이 되었고, 3개월에 한 번 3일 단식을 실시한지 이번이 두 번째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임에도 실제로 해냈다. 나의 천복과 천직도 이 경험에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이란 미명하에서는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를 절대 그만둘 수 없지만, 그것도 일종의 고정관념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실제로 모험을 감행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사부님을 비롯하여 연구원 선배들 그리고 훈이 형님, 재경 누나가 그러하다.

물론 그들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거나 믿을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비빌 언덕도 없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뛰쳐나오면 금새 배가 고파진다. 몸이 배고픈 건 참을 만 하지만 마음이 가난한 건 견디기 힘들 것 같다. 이것도 일종의 고정관념. 그렇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다. 동굴에 갇혀 그림자를 실재로 착각하고 있는 어리석은 원시인이다. 회사에 다니지 않던 시절에도 나는 살았다. 어찌 보면 지금보다 더 잘 살았다. 적어도 마음 만큼은 훨씬 더 잘 살았다.

언제나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마음에 걸린다. 그게 가장 큰 이유다. 내가 없다면 정말 그들은 살아가기 힘들까? 생활수준은 분명히 떨어지겠지만, 굶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가난해지는 것, 그들이 고통스러워지는 것은 내게 엄청난 괴로움으로 작용한다. 그게 가장 큰 이유다. 나 하나 배고픈 건 상관없다. 나야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은 다르다. 바로 이 마음이 내가 이야기하는 내 안의 어둠, 나의 그림자다. 하늘로 도약하는 딱 그만큼의 힘으로 나를 다시 땅으로 끌어 당기는 존재. 넘어서야 할 장애물의 실체 하나는 제대로 찾아냈다. 자! 그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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