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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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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님께서 20117111329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084일차 (7월 10일)

어제 연구원 오프라인 수업이 있어 늦게 귀가했다. 발표와 수업, 그리고 김용규 선생님 강의, 이어지는 뒤풀이와 또 다른 뒤풀이, 즐거운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만큼 에너지 소모도 컸다. 집에 들어오니 녹초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늦게까지 잤다. 개운하다. 북 카페에 가려고 서둘러 가볍게 시리얼로 아침을 때우려고 했는데, 아내가 일어나 밥을 차려줘서 먹고 나섰다. 북 카페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5권으로 분철해 놓은 <서양철학사> 중 앞의 3부분을 집에 두고 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가져왔다.

오후 3시까지 책 읽기를 마무리 짓고 필사를 시작했다. 마감일은 화요일 정오까지지만, 회사에서 필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오늘 중에 마무리를 지을 수 밖에 없다. 근처 편의점에서 가볍게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필사를 했다. 오늘 중에 끝마치기 힘들어 보였다. 게다가 저녁에 쌍문동 처가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 터라 왔다 갔다 하고, 밥 먹고 하다 보면 2~3시간은 보내야 한다. 가족들과도 즐거운 시간 보내고 싶고, 과제도 해야 하고 주말마다 늘 이런 안타까운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갈등에 직면한다.

필사를 도중에 접고 쌍문동 처가에 갔다. 장모님께서 닭백숙을 끓여주셨다. 맛있게 뚝딱 두 그릇을 비우고, 주말연속극이 끝나갈 때쯤 집으로 출발했다. 나른해지고 졸음이 몰려왔지만 오늘 마무리 짓지 못하면 안 되기 때문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필사를 했다. 아내가 장모님께서 싸주신 대추 방울 토마토와 참외를 깎아 주었다. 맛이 일품이다. 작업을 마치고 나니 새벽 1시다. 그래도 끝 마친 게 어딘가. 자발적 빈곤이 있는 날이라 졸음을 참고 레몬즙을 만들었다. 30분 정도 걸렸다. 뻐근한 주말이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가족들 그리고 이웃들과 더불어 '잘' 살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도 꾸려나가고 저축도 하며, 무엇보다 내 마음껏 쓸 수 있는 자유의 양을 늘리는 것이 지금의 이런 고됨과 견딤을 택하게 한 것이 아닌가? 꼭 이런 고행의 과정을 겪어야만 하는가? 그렇다. 그 동안 내게 주어진 '중요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대가이다. 새로운 화두가 내 안에 들어왔다.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 혼자 걷는 과정을 마스터 했으니, 이제 함께 걷는 법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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