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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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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님께서 20118301629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400일차 시작  D-6 /  2011 08 30  화요일

* 개학, 앞서가는 생각으로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다.

참으로 즐거웠고, 의미 있었고, 시기 적절하게 시간이 주어졌던 방학을 마치고 오늘 개학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낯설지가 않아 좋다. 찜통도 그런 찜통이 없는 교실에 땀을 뚝뚝 흘리면서 벌~건 얼굴로 앉아있는 아이들, 더워도 너무 덥다. 이런 땐 재빨리 에어컨을 켜든지해서 교실을 좀 식혀줘야 되는 건데, 컨트롤러를 눌러봐도 중앙관리중이란 단어만 나타난다, 젠장.  내가 뭘 기대한거야 싶다. 그래도 이런 상황이 전달이 됐는지 1교시 중간 쯤엔 에어컨이 작동된다. 그래도 여전히 바람이 뜨겁다. 헉헉 거리다가 수업 마치고 아이들 보내자마자 에어컨도 쨀각하고 꺼진다. 에이 진짜 된장 된장....덥고 무덥고 뜨겁고.....

릴렉스~를 주문하며, 나에게 떨어진 일거리들을 해결하려 분주히 움직인다. 그러기를 한 참 후, 한가지는 내게 오지 않았어야 할 공문임이 확인되어 주인을 연결시켜줬고, 또 한가지 나로서는 아주 거~`대한^^, 그래서 마음 단단히 먹고, 각오를 하고 개학에 임했던 일은 내내 자료를 뒤지고 수집한 끝에 일을 처리하기 간편하고 쉬운 방법을 찾아내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협조를 구해두었고,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 수있는 나만의 전략^^을 수립해 두었더니 마음이 무척 가볍다. 이거 뭐 거의 전략의 달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을 쉽게 풀어가는데, 확실히 다른 사람들보다는 쉽게 일을 한다.  때때로 수희향이 "전략이란 테마는 길러질 수 있는게 아니래~"라고 일러주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진짜일까? 를 생각했지만, 이럴 때를 보면 정말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하...

24일 퇴임식날 직원들을 만나고 학교의 그림자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마음 저 아래에 자리하던 그런 무채색의 무거움이 오늘 개학을 맞은 첫 날 분주하게 뛰어다닌 끝에 어느 정도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다.  맞딱뜨리게 될 일이 어떤 양상으로 발전할 지 예측 할 수 없기에 스트레스라는 것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경향이 적지 않지만,  막상 부딪혀보면 그 일은 우리가 그러하리라 기대하던 바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경험을 통해 배우고 익힌다면 내 안에 녹아들어 그 어떤 선택의 순간에도 현명한 논리로 작동해주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아직 나란 사람은 겉으론 '일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의식 저 아래 무의식에 녹아있는 염려와 고통의 크기에는 아직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인가 보다 싶다.

일은 우리가 생각하고 우려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기 쉽다. 그러니 지레짐작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일은 할 필요가 없으며, 또 이에 대한 자각이 다소나마 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한다.

소나기가 쏟아지다가 말다가를 반복한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 흐르고 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 크게 음악을 들으며 마치 음악에 화답하듯 빗발쳐내리는 비를 보는 이 시간, 내 인생에 있어 다시 만나기 어려운 시간이리라.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열심히, 성의를 가지고, 가능하면 모두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그렇게 일을 하기로 마음먹어본다.  멋진 소프라노의 아리아에 앞이 보이지 않는 빗줄기, 너무 감동적이어서일까 가슴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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