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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님께서 20118312334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400일차 시작  D-5 /  2011 08 31  수요일

 * 8월, 그 흔했던 여름의 뒷자락을 놓을 것, 그리고 기억 할 것. 한 장소 한 가지 일에만 포커스!

  2011년 8월이 스러진다. 내 생애 다시 오지 않을 이 날, 이 시간이 사라져간다. 그리고 한 발자욱 건너 9월이 기다리고 있다. 의미없는 시간의 연속선에 규칙적인 금을 긋고 의미를 부여하며 새로운 시작과 스러짐을 노래하는 것은 인간의 편의에 따른 것이리라. 

내일, 9월이 된다고 해서 오늘, 8월까지 이루어지지 않던 일이 성사 될 일이 없고, 생각하고 있는 모든 일이 마치 스스로 기쁘게 내용을 토해내는 마법 깃펜 마냥 사람의 노력없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이 분명한데도, 인간은 때때로 그런 확실하고 엄연한 진리를 잊고싶을 때가 있다.

머리 속에 이 것 저 것이 들어있고, 문득 문득 계획을 남발하면서 저 혼자 마음이 급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 가는 것이 없는 것 같다는 반성을 한다. 꿈을 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데에는 적어도 그 꿈을 위해 심층적으로 노력해 온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가 하는 것이며, 적어도 흔히 말하는 일만시간의 심층연습의 낱장들이 수북해졌을 때, 비로소 그 때서야 꿈은 내 세상에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는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하기 싫다는 투정을 한 것보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일에 얼마나 목슴걸고 시간과 열정을 바쳐 왔는지 자문하고 싶다. 그렇게 뛰어놓고도 노력했다는 말을 하고자 했던 것이며,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문득 자신에게 의문이 생겨난다.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좋아하는 일에 미쳐 거의 초인적인 힘으로 지나온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어있는가?를 자문하며 자신을 들여다보노라면 손에 잡히는 그 어떤 모습도 딱히 떠올리기 어렵다. 그저 주변인보다 조금 더 알고, 조금 더 잘 깨달을 수 있고, 조금 더 알게 된 시간이 일렀다고 해서 현재의 내 모습이 적어도 그 일에 대한 전문가 수준이라도 되어있는가? 그에 대한 대답도 할 수 없다. 

한 때는 상황을 탓했고, 한 때는 직장을 탓 했고, 한 때는 한 그림 안에 담을 수 없는 꿈과 현실들을 탓하며 핑계를 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들고, 아니 하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 내고 노력없이 꿈을 잊고 산 것인지도 모른다. 말로는 노래를 부르면서 그러나 몸은 아껴가며 그렇게 살아 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더 이상은 미루거나 핑계를 대거나 하는 것을 9월을 머금은 이 서늘한 밤바람이 용납할 것 같지 않다.  8월, 신났던 방학과 창조놀이를 시작으로 나날이 살아 숨쉬는 듯 했고, 눈부셨던 여름날, 그렇게 여름을 실은 8월이 간다.

그 어떤 대상이든 떠나는 뒷모습에 미어지던 가슴은 차마 극복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랬는데, 어쩐 일인지 이제 더 이상은 떠나는 뒷모습에 가슴 아린 마음보다는 새 날에 대한 각오로 나를 설득하고 그 날을 기대에 차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대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 있어 이런 획기적인 변화는 지금껏 없었던 변화이다. 내내 여름, 그 무성함으로 대변되는 청춘과 눈부시게 빛나던 청춘, 야망의 계절...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 했었다. 그러난 이제 더 이상 그런 마음이 생겨나지를 않는다. 여름이 이렇게 저물어감에도 그렇다.  여름을 보내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 동료의 질문이 없었다면 내가 그랬었다는 것조차 기억해내지 못했을 정도로, 이미 마음안은 충만 이외의 것은 들여놓지 않고 있었다.

이래서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런 나날을 만나게 되므로. 그러므로   8월, 그 흔했던 여름의 뒷자락을 놓을 것, 그리고 기억 할 것. 한 장소에선 한 가지 일에만 포커스를 두고 하나씩 하나씩 정리 해 나갈 것, 그리하여 미래의 나와 만나게 될 것. 그래서 더욱 행복해 질 것.

욕심을 내려 놓을 것, 그저 내 일에 무심히 빠져들고 그 일을 온전한 모양으로 만들어 내 보이며, 그 일 자체로 생명력을 가진 넘으로 다듬고 보살필 것, 나를 위하는 마음에서만 벗어나 나 아닌 것에도 내 순수한 마음을 기울일 것.

급해지지 않도록 자신을 타이르고, 더 열심히 매일 공부하고 훈련하며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내 방식으로 사랑해 나갈 것. 그리하여 절대 부끄럽지 않을 것. 그 누구에게도.

이 모든 속삭임과 다짐을 안고 8월과 안녕을 할 것. 그리고 9월에 몸을 담그고 즐겨 나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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