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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님께서 20111041634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326일차   2011 09 30  금요일

* 의례 

'신화의 힘'을 읽다가 새롭게 들어온 낱말이 있다. 의례라는 것. 캠벨에 의하면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다양한 의례를 통해 매듭짓고 시작하고, 또 인간과 자연의 온갖 사물이 하나됨을 은연중에 나타내는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그 때서야 내게 있어 오랫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행위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캠벨의 책에서 찾는다. 내가 의례의 한 예로서 떠올린 것은, 진심으로 동의할 수 없으나 기계적으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려 무수히 노력해왔던 제사이다.

별로 큰 의미를 찾지 못했다. 아무리봐도. 종일 여자들이 만들어 놓은 음식에다 대고 밤이 되면 생뚱맞게 뛰어들어온 남자들이 넙죽넙죽 엎드려 절을 하고 더구나 당연히 자기들에게 먼저 차려지는 상이라니...... 참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힘든 느낌이었고 혼란스러운 경험이었다. 무려 20년이 넘는 기간 꼬박꼬박 오기로라도 다니긴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내 느낌이나 생각이란 것이 결국은 그 집단의 일원으로서의 생각이기보다는 집단에 속하지 않은 주변인이었기에 흔하게 가질 수 있는 생각이었을지 모른다는 것. 내가 참여한 모듬살이에 내가 주인된 마음으로 참여한 의례였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곰곰히 되씹는 이런 일을 오랫동안 해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그 모듬살이에 속한 인간들이 그 역할에 대해 보다 열린마음으로 수용하고 협력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각 모듬살이가 가진 의례란 것이 자신들이 원하는 기능을 하며 유용하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이겠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결코 그 집단에 속하고 싶지 않아서 발버둥쳤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에게 변화가 다가왔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 변화가 가져오는 새로움에 몸 담글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자가 어쩌면 과거의 먼지 묻은 신발을 벗고 새 신발을 신을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한지도 모른다.

자연은,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가르친다.
그 속에 속한 인간이 해석해내기에 부족할 뿐이다.

주인의 마음과 주인의 눈으로, 끌려들어가는 삶이 아니라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속한 작은 세상에서 행해지는 작은 의례들, 귀하게 여긴다면 그 의례를 통해 때때로 새로 태어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선택 당하기 전에 스스로 선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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