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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님께서 201111192222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376일차   2011 11월 19일 토요일

* 던지다.

출근을 일찍 한 것 같은데 주차장에 차가 한가득이다. 교실에서 내려다보니 운동장이 영어페스티벌 준비로 한창이다. 비가 올듯말듯한 날씨, 그 속에 한참을 있으면 으슬으슬 금세 추워질 날씨다. 4학년 전교생이 영어페스티벌에 참가한다고 설치해 놓은 부스가 꽤 근사하다. 행사에 참석한 인원만해도 많다. 소리 소문없이 저런 행사가 이루어진다.

 출장 복명서를 써서 교감샘 결재까지만 맡고 넣어두었는데, 4교시 후 아이들 보내고 정리하려는 중에 운동장에서 종일 계시던 교장샘이 전화하셨다. 잠깐 출장 간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복명서 찾아들고 내려가니 손님이 계신다.한 참을 기다렸다가 살짝 얼굴을 들이미니 반색하며 들어오라신다. 얼결에 들어가니 서 계신 분을 소개시켜주셨다. 얼마전 학위받고 귀국하셨다는 선배 분이시라고 하시면서.... 앉아서 상관말고 이야기를 나누라길래 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했고, 그리고....나, 참.... 교장실에서 점심까지 얻어먹었다. 도대체 내가 어쩌다 이리되는건지 모르겠다. 푼수 같은 면이 있다더니 난 정말 푼수인가보다. 괜찮다했고 싫다했는데... 교장샘께서도 괜찮다하셔서 할 수 없이 먹었다. 그 박사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든 생각이 많았다. 많은 시간 공부하고 임상실천 현장을 찾아다녔던 시간과 경험, 그리고 학교에서의 경험이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는 전율이 일었다. 

 어찌하였거나, 원래 교장샘으로부터 필요했던 몇가지의 정보를 얻었고, 그와 동시에 해야 할 일꺼리들은 한가득 내려앉는다. 방학 하기 전까지 결코 숨쉴 수 있을 짬이나 있을런지 모르지만 그 일을 한다해도 결코 죽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미리 속으로 그리고 있는 일들, 하게 될 것이고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며, 내가 원해왔던 그림을 눈 앞에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난관을 예상해본다. 그리고 알게 될 나의 한계 같은 것도 추측해 본다. 그러나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해보지 않고 어찌 안다 할 수 있을 것인가. 학교 떠나기 전, 꿈 꿔 왔던 것들이 과연 가능한지를 실험하고 갈 수 있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 일 수 있다. 모든 미련이 사라진 뒤, 사심없는 마음으로 일들을 마주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혼신의 힘을 다 해,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려는 순수한 마음으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그리고 내 머리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믿고 새로운 생각들을 반기며, 우리 사람이 사는 세상 한 귀퉁이도 나로부터 변해 갈 수 있다는 내 믿음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 진짜로, 현실적으로 절대 깨기 힘들다는 교사들의 고정관념이나 인식의 틀이 깨어지는지 아니면 내가 나자빠지는지도 궁금하고, 또 난폭하고 문제많아 항상 타도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과연 어떻게 변화 가능할지도 궁금해진다. 아이의 가족이 과연 학교를 매개로 변화가능한지도 궁금하고, 실지로 그렇게 되기위해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현실적으로 옮겨낼 수 있을지 그 것 또한 궁금하다.

 이 모든 것,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들뜬 궁금함이며, 과연 내가 덤벼서 어디까지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지를, 나를 ,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것이다. 헛 된 망상이었는지, 아니면 실현가능한 꿈을 꾸었고, 또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인지 그 것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모르겠다. 일단 던진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나를 세상 속으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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