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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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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단군의

ANNE님께서 20121131206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401일차   2012 1월 13일 금요일]

 

 * 새로운 문

 

꽤 오랫동안의 부재.

400일차를 뒤로 여행을 다녀오고, 아직 그 여행의 잔상이 남아있는 가운데 애써 일상으로 돌아오려 머리를 흔든다.

 

방학 중

가까운 도서관을 향하던 내 마음은 자연스럽게 대학원으로 향했다.

학교 도서관을 들러 중앙도서관 교외접속이 원활하도록 학번 등록을 다시 해 두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들고 연구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유없이 내 학번이 삭제되어 있었다. 그래서 교외접속이 되지 않을 것을 나는 모든 사람이 그런 것으로 알았다.  때론 운명이 나를 이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아는 이 아무도 없을지 모른다는 1미리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한 양, 그리 친한 원우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자주 만났던 사람을 만난다.

 

수료생들을 위해 마련해 둔 공간에 들어서니 마치 창고같다.

나쁜 넘들.... 지들 책상은 반질반질 윤이 나는구만, 한쪽 구석에 처박혀진 수료생들 방은 온갖 잡동사니들로 뒹군다.

 

그러나

괜찮다.

 

내가 들락거리는 한, 이제 곧 며칠 후면 꽤 내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아니 내 책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료생들에게 논문 작성을 위해 이런 공간을 내어주는 예도 우리 학교 여기 연구소가 아니고서는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사랑하는 우리 학교

내 발자욱이 담겼던 연구소

흔적이 남아있는 교정과 오가는 길을 보니, 새삼 마음이 뭉클하다.

 

1년을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1년, 수 많은 일들이 지나갔고 수 많은 감정들도 오고갔다.

 

시간이 새삼 감사하게 여겨지는 건, 그렇게 참을 수 없이 슬펐고 아팠고 노했고 또 가슴저렸던 사랑과 그리움과 또 분노의 감정조차,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점점 강도가 희미해져간다는 것이다. 내게 있어 그것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날 선 그 감정과 마음들을 모두 담고 살기엔 너무 힘이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일도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하고 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에.

 

박샘은 논문 쓸 때 집에다 아예 둥지를 틀었다.

박샘의 추천을 받아들여 나 역시 집에다 둥지를 틀려 여러번 시도했다. 그러나 잘 되지를 않았고, 집중도 하기 힘들었고, 하기싫었고 효율성도 없었다.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맞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이제 일년 이상은 여기에 내 둥지를 틀 마음을 굳게 먹는다.

 

시간이 흘러가 내가 힘쏟은 결과물들이 세상 속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오늘 여기로 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고, 더 이상은 내 마음의 끌림이 반하는 그 어떤 일을 하느라 힘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과연 무엇이 내게로 올지,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흘러가는 그 많은 생각들 중 과연 꺼집어내어 쓸만한 그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때때로 자신의 존재를 객관적인 결과물로 증명하는 우리 인간들의 색다른 놀이에, 이제 진심으로 참여해보리라.

 

시간, 공간, 그리고 삶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나날이다.

인도 다녀온 후 더하다.

 그러나 마음 잠시 접어두고, 가끔 아껴서 그 마음 꺼내보기로 한다.

 

 연구소로 발길을 돌린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안그랬음 수지도서관에서 어정쩡하게 있었을 것이다.

때때로 나도 잘하는 일이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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