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어니언
  • 조회 수 2324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15년 4월 13일 08시 22분 등록
인간은 그러니까, 일과 사랑과 꿈을 위해 살아가는 것 같다. 언제나 세 가지 중 하나를 위해 시간을 쏟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쁜 만큼 소득이 없다. 이 세상에 할 일은 무한정 많고, 각자 자신만의 일터를 개척하고 있는 사람이 이미 너무 많다는 것. 어떤 것을 해도 최초로 시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시대의 특권이자 비극이다. 새로운 것으로 삶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 단지 무수히 많은 해석과 작은 차이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우리는 이리 소소한 것에 집착하고, 어떻게 보면 치졸해 보일 정도로 고집스러움을 드러내는 것에 집착한다. 소소함과 치졸함. 이것이 우리의 시대정신이다. 슬픈 일이다.

먼저 일에 대한 현실을 들여다 보면 혼란 그 자체다. 수직적 문화, 과중한 노동시간, 개인 시간을 경우 없이 침범해 들어오는 일들. 현대 문명 진단에 대한 저서들은 모두 이런 것들이 마치 이미 없어진 것처럼 이야기 한다. 곧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되어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며, 파김치가 되어 퇴근 지하철을 타게 만드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다. 어쩌면 남들 모두 쉬는 공휴일이나 주말에, 전화 한 통을 받고 출근해야 하는 날의 기분에서 이런 씁쓸한 패배감 같은 게 느껴진다. 회사가 생겨나면서 노동자들이 죽어라 근무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회사일로 우리는 너무 바쁘며, 여전히 살고 싶은 삶을 위해 싸워내야 한다.

1년 만에 회사를 때려 치고 나온 파릇한 신입들, 혹은 대리 초년에 고민하다 대책 없이 사표를 던지는 사람들. 그런 사례들은 현재 모든 회사에서 일어나고 있고, 주변에서 회사에 남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왜 참고 사냐고 묻는다. 이런 선택도 있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조가 계속 있는 것을 보면 또 과도한 근무에서 보여졌던 전근대적 풍습만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아무 것도 정해진 것 없이 회사를 나가서 이것저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에 기웃거리기만 한다면, 그것 또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난 과로사로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조직의 톱니바퀴로 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비주류와 주변인으로만 남고 싶지 않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공감하고 있는 그 작은 단편을 조명해내고 싶다. 나는 나로서 토로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마음, 나의 색깔을 유지하고 싶다는 것과, 그것이 나만의 것이 아니길 바라는 것. 이것이 나의 목표다. 그리고 모든 직장인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각자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나갈 의무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과 자신의 꿈을 일치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일과 꿈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면,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 방향성이 있다. 하나는 꿈을 일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 짓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이미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 사람은 이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일을 꿈과 가까운 곳에서 찾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어려워 오래 걸리고, 돈벌이가 신통치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자기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그 현실이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끔 비관적으로 변하게만들곤 한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는 밥벌이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제한하는 생각의 방식이기도 하다.

대학생때는 이것을 무조건 옳지 않다고 여겼다. 비겁한 사람들의 논리라고 말이다. 그러나 직장인에 속하고 보면 그것이 얼마나 고단한 약속인지 알게 된다. 밥벌이를 하면서 가정에 충실할 뿐 아니라 자신의 꿈까지 제대로 잡아내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세 가지의 균형을 잘 잡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잘 살고 있다.
이주기에서 그가 어떤삶을 살았는지 돌이켜보면 그 절묘한 균형에 대해 감탄하곤 한다. 아빠의 글은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가슴을 울리곤하지만,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럴지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일과 스스로를 일치시키려고 거의 매일 새벽부터 일어나 글을 쓸뿐아니라 제자들과 친구들, 가족들에게 무척 살뜰했는지를 알게 된다면, 또한 그의 초기 몇권의 책은 회사를 다니며 시간을 내어 썼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단순하지만 해내기는 매우 어려운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된다. 며칠만해보면 알 것이다.
구본형이란 작가는 특히 그의 생활에서 다른 개인들도 적용가능한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부분을 살린 책들이 상징적 의미와 결부되어 멋진 책으로 나왔던거라 생각한다.

아침잠이 많아서 30분 일찍일어나는 것도 여의치 않은 나로서는 실행 가능성이 불투명한 계획이다. 얼마나 많은 아침들을 '5분만 더'로 그냥 보내버렸던가. 그런가 하면 저녁에 퇴근하고 후줄근하게 집에 들어온 나의 기력으로 만들어낸 글은 얼마나 희멀건지 읽기가 쉽지 않다. 비록 넋두리로 끝나는 글이라도 매일 시간내서 생각하고 쓰고 모으자.
IP *.36.147.52

프로필 이미지
2015.04.13 09:20:52 *.255.24.171

"나는 조직의 톱니바퀴로 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비주류와 주변인으로만 남고 싶지 않다."


절대 공감.


"비록 넋두리로 끝나는 글이라도 매일 시간내서 생각하고 쓰고 모으자."


이 글귀에도 절대 공감!

하면 할수록 쉽지 않은 일이야. 그래서 더 위대함이 느껴지기도 하지.

프로필 이미지
2015.04.14 13:45:17 *.182.55.123

솔직하자면

연구원되기전에글쓰는게즐거웠습니다.

지금은좀두렵습니다.

그리고한줄쓰기가힘들어요.

힘이자꾸들어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5.04.16 21:25:12 *.230.103.185

직장인 마인드 제로인 나로서는 어니언의 성숙함이 물씬 풍기는 이 글을 읽으며 숙연해지네요.

선생님께서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온 세월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지요.

어니언의 책이 나오면 다들 감격할 꺼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5.05.07 14:25:03 *.246.141.195

한 선생님 그렇죠? 어니언의 책이 나오면 한바탕 울게 생겼군요. ㅎㅎㅎㅎ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12 [칼럼#3]나에게 쓰는 편지 [3] 모닝 2017.04.30 1359
4611 [칼럼3] 편지, 그 아련한 기억들(정승훈) [1] 오늘 후회없이 2017.04.29 1029
4610 #2. 내가 찾은 나를 찾기위한 방법(김기상) [4] ggumdream 2017.04.24 1482
4609 봄날이 가고 있다. 내 삶도 어딘가로 가고 있다 file [6] 송의섭 2017.04.24 1131
4608 #2 땅끝 마을의 추억_이수정 [12] 알로하 2017.04.24 1132
4607 [칼럼 2] 청개구리와 주홍글씨 (윤정욱) [5] 윤정욱 2017.04.24 1062
4606 #2 어디에 있을 것인가?(이정학) [5] 모닝 2017.04.23 1064
4605 [칼럼2] 왜 여행을 떠날까(정승훈) [5] 오늘 후회없이 2017.04.22 1038
4604 <칼럼 #2> 행복의 첫걸음 - 장성한 [5] 뚱냥이 2017.04.21 1130
4603 빨간약을드실래요? 파란약을 드실래요? file [8] 송의섭 2017.04.17 2424
4602 마흔 세살, 혁명의 시작!!(김기상) [7] ggumdream 2017.04.17 1083
4601 좋은 금요일 (Good Friday)_이수정 [6] 알로하 2017.04.17 1293
4600 꽃이 보이기 시작한 남자_장성한 [10] 뚱냥이 2017.04.17 1041
4599 칼럼_2주차_기숙사 그리고 주말 오후 세시의 짧은 단상 [5] 윤정욱 2017.04.16 1040
4598 마흔, 유혹할 수 없는 나이 [7] 모닝 2017.04.16 1027
4597 [칼럼1] 마흔에 채운 책에 대한 허기(정승훈) [5] 오늘 후회없이 2017.04.16 1047
4596 꿈벗 소풍 후 [4] 어니언 2015.04.28 2807
» 2주기 즈음 [4] 어니언 2015.04.13 2324
4594 내겐 너무 아름다운 당신-추모제 후기 [10] 왕참치 2015.04.13 2767
4593 덕분에 좋은 여행 file [2] 희동이 2015.04.02 2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