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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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7일 09시 09분 등록
몇 가지 나의 일상사를 끄적여 본다. 잔잔하지만 소중한 나의 삶이다. 성찰의 시간은 늘 좋다.

#1. 방송국 인터뷰

KBS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모 교양 프로그램의 작가였고, 인터뷰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우리 집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말에 망설였는데, 작가는 정중하면서도 친근하게 부탁을 했다. 결국 약간의 망설임 끝에 집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인터뷰 날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집안 정리를 하고 청소를 했다. 짧은 분량이겠지만 TV 인터뷰라는 것은 약간의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런데, 다시 작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방송 내용이 조금 바뀌게 되어 인터뷰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속 사정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집안 정리를 했다. 기쁜 일이다.
몇 지인들에게 인터뷰 건에 대하여 아쉬운 듯 말하였지만 실제로 아쉬움은 없었다. 그들은 더 나은 프로그램을 위해 고민한 결과였을 터이고, 나로서는 인터뷰를 하면 좋은 일이고 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행복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는 설레임이 있으니 전화 온 것이 고맙기도 하다. ^^

#2. 재능 십일조 특강

충성교회에서 2시간 30분, 4시간 이렇게 두 번의 재능 십일조 특강을 했다. 반응이 무척 좋아서 기뻤다. 무엇보다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꾼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 좋았다. 거의 하루 종일 강연한 것이지만 몸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부대 문을 나오는데 시원한 바람이 나의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어찌나 그리 상쾌하고 유쾌하던지... 돈보다 귀한 의미를 얻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보낸 하루에 내 마음은 들떴고, 머릿 속이 맑아졌다. 참 행복한 날이었다.

#3. 더 나은 리더를 꿈꾸다

3기 와우팀원이랑 커피숍에서 4시간 동안 얘길 나눴다. 그 녀석의 고민과 조바심을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를 했고 서로의 속내를 나누었다. 와우팀의 리더로서 내가 어떤 것을 잘하고 못하는지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그 놈은 나에게 진솔한 의견을 들려 주었다. 리더로서의 나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에 대해 꽤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참 감사한 것은, 내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한 신뢰였다.
그 녀석은 내가 더 나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던져 주었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지.

#4. 책 출간, 그리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3월 말이면 출간될 줄 알았던 책이 또 연기되었다. 출판사의 불가피한 사정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4월 2일 어머니 기일에 꼭 어머니께 가서 당신의 아들의 첫 책을 보시라고 인사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음... 아쉽다.
사실 나는 늘 그리움과 함께 산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책의 출간을 세상에서 제일 기뻐해 주실 어머니... 살아계셨다면 아마도 어머니의 두 눈가가 붉어질 것이다. 그 어머니의 기뻐하시는 장면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말 못할 사연을 안고 사는 것은 슬픔이 아니다. 치유하였다면 상처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내 삶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고 나를 이루는 실체일 뿐이다. 나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일상을 그르치지는 않는다. 사건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힌 듯 하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신 것도 나의 삶이다. 내 삶에 일어난 사건은 받아들이고 그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감정들은 잘 달래주면 된다. 감정을 최소화시키진 않았다. 오히려 나는 자주 울었고 울음을 통해 회복으로 나아갔다.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절대 긍정이 아니다. 나는 인정하기 싫은 내 삶의 모든 부분을 받아들였다.
슬픔 속에 잠기는 것과 무시하는 것 사이의 건강한 중간지대를 발견했다. 그 중간지대에서는 슬픔과 함께 춤출 수도 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아픔 한 조각, 눈망울 속에 눈물 한 방울씩은 있으리라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실체로 인정할 때 그는 훌쩍 성장할 것이다. 나는 그랬다.

#5. 미친듯이 드라마 <이산>을 보다

16일부터 25일까지 <이산> 5회부터 47회까지 보았다. 한 편을 보고 나면 내 입에서는 "미치겠다"라는 말이 새어 나온다. 딱 한 편만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다음 회를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도록 끝나기 때문이다. 메가 TV는 다음 회를 바로 이어서 보기에 딱 좋다. 그러면서 밤을 꼬박 새워 아침 6시 30분까지 본 적도 이틀이나 된다. 10시 강연을 하러 갔다가 참가자 분이 "요즘 피로하신가 봐요? 눈이 빨깨요"라고 하신다. 강연을 시작하니 몸이 팔팔해져서 다행이었지만 분명 참가자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이산>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누군가를 100% 신뢰한다는 것의 의미를 삶으로 보여 준 이산, 효가 뛰어난 것이 인재의 최고 덕목 중 하나라는 사실, 부하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신뢰하여 자신의 충신으로 만드는 이산의 리더십, 권세 앞에 눈이 멀게 되는 인간의 본성, 중상과 모략에도 숭고함을 잃지 않는 성송연의 성품 등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이산>을 미친듯이 봤다는 얘길 친구에게 했더니 "넌 자주 미치더라. 난 그게 부러워" 그런다. 그래, 나도 의미 있는 일에 미치고 싶다.

#6. 재정관리에 관심을 갖다

재정관리에 취약했다. 사실 관심이 없었다. 그간 총 6개의 보험에 가입했었고 이는 모두 쳬계적인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하나 들라고 부탁하면 '그래... 하나 들자'라는 식으로 가입했다. 이번 달에 두 분의 재무설계사로부터 나의 재정 컨설팅을 받았다. 두 분은 비슷한 진단을 해 주셨고, 나는 그들의 처방에 따랐다. 5개의 보험을 해지해야 하는 쓴 처방이었다. 손실액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과거의 손실은 잊어야 했다. 내일의 유익을 생각하며 꿋꿋이 실행했다. 2개의 보험으로 갈아탔다. 쉽지 않았지만 정리가 필요한 일을 해치우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1년 6개월 전에도 비슷한 진단을 받았지만 그 때에는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들의 말에 공감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톡톡한 수업료를 치르고 나서야 실행에 옮기는 것이 다행이기도 한 반면 그 때 실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다. 결국 성과는 실천에서 나오는 것이다.

#7. 종윤형과 식사를 하다

서로 근무하는 곳이 가깝다는 이유 뿐만은 아니다. 마음도 가깝기에 우리는 그나마(^^) 자주 식사를 하는 편이다. 갑작스레 형이 보고 싶어서 식사를 하자고 했다. 형의 얘기를 들으면 재밌고 신기하고 신난다. 하하하. 어떨 땐 동생 같이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100% 만족감을 안겨 준 생선구이집에서 근사한 식사를 했다. 스타벅스로 옮겨 얘기를 나누었다. 봉은사 사거리에서 삼성역 쪽으로 걸어가며 형에게 이런 얘길 했다. "형... 형은 성공했네요. 괜찮은 직장에 적지 않은 연봉을 받고 사랑하는 형수님과 아들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사람들이 형을 좋아하고 신뢰해 주잖아요." 진심이었다. 나는 형이 좋았고 형의 삶이 좋았다. 형은 모르고 있었던 눈치였다. ^^
일년 전, 3기 연구원들이 합격레이스를 달릴 때 와우팀원들에게 누가 뽑힐 것 같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두 명에게 모든 연구원들의 글을 읽어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때 모든 사람들이 종윤형을 꼽았었다. 그 얘길 했더니 종윤형은 또 한 번 놀란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훌륭함을 잘 모르고 사나보다.

이렇게 자주 내 삶을 돌아보면 좋을 터인데,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다.
그래도 고맙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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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27 10:17:05 *.36.210.80
희석아, 청약저축 통장, 개인연금, 그리고 보장성 보험 약간과 매달 일정액의 저축을 지금의 네 또래는 해야 한다. 30대는 안팎으로 성실해야 해. 엉아들에게 물어봐. 갈수록 힘들어지거든. 특히 너는 네 힘으로 자수성가 해야 하니까 더욱 착실하게. 그건 너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사람은 무엇보다 사람들 가운데에 있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혼자살면 자기도 모르게 남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다지 좋지 않아. 섞이는 것이 좋아. 나는 네가 빨리 장가들었으면 좋겠다. 좋은 여자친구를 사귀게 해달라고 기도 많이 하렴.

그리고 방청소 한 김에 시간내서 우리 초대해라. 준비할 것 몇 개 싸가지고 시간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간단하게 한 잔 하자꾸나. 야아, 우리도 언제 비싸게 뜰지 몰라. 방송국 인터뷰만 인터뷰라더냐. 알았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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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8.03.28 20:07:50 *.215.56.193
동네사람끼리 모여서 단합대회좀 하자꾸나. 늦은 밤에 같이 오니 든든하고 좋았다. 들이대는 거 아니니 걱정말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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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8.03.28 20:35:46 *.209.36.204
어머님 기일 4월 2일이 음력일까?
내 생일이 음력 4월 2일이거든.

어제 공저에 저자사인 받은 것을 보니,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희석아 나는 네가 좋아" 수준의 러브레터여서 인상적이었어.

사람들이 얼마나 희석이를 좋아하고
정말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기원하는지를
희석이도 모르는 것 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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