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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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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첫

  • 조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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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5일 12시 39분 등록

1. 제목 : 행복한 100일의 새벽 데이트


2. 새벽기상 시간 및 새벽활동 시간 : 5시 ~ 7시
    새벽활동 : 새벽 공기를 들이 마신 후 하루 한권의 시집을 읽고 느낀 점을 적는다 

 

3.나의  전체적인 목표 : 100권의 시집을 읽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의 주제를 잡는다
 
4. 중간목표
- 매주 읽을 7권의 시집을 도서관대여와 구입을 통해 선정해서 일주일 단위로 목록을 만들어 둔다

- 단군 일지와 블로그를 통해 느낀 점을 기록한다

- 읽지 못한 시집은 휴일을 통해 그 주 안으로 읽는다


5. 목표달성을 위해 직면할 난관과 극복방법

- 남편의 취침시간이 새벽 1, 2시라 같이 깨어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중간에 깰 것을 대비하고 가능하면 10시경 취침해서 자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한다.

- 낮시간에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것을 대비 점심시간에 30분 정도 잠을 잔다.

- 재미없는 시집도 일단 정한 것은 읽고 본다. 그리고 지루했다고 적는다. 왜 지루했는지 생각해본다

- 읽고 싶은 다른 책이 있으면 우선 시집을 읽고 나서 읽는다
  
6.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에게 일어날 긍정적 변화

- 새벽 시 읽기를 통해 많은 시인들의 시세계를 이해한다

- 순수한 새벽 시간, 시를 통한 만남을 통해 매일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열어 나간다

- 좋아하는 시인의 시세계를 파고 든다

- 쓰고 싶은 글의 주제가 확실해진다


7.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에게 주는 보상 

- 가족들과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 간다

IP *.41.16.144

댓글 146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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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5 14:29:50 *.140.55.211
투명하고 고요한 새벽에 읽는 시집,
정말 멋진 계획인것 같아요. ^^
100일의 데이트가 끝나면 또 한 명의 시인이 탄생될 것 같습니다.
우리 함께 힘내서 완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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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2010.09.06 07:01:25 *.41.16.144
1일차 - 유 홍준 시인의 '나는, 웃는다'

유홍준 시인은 산판일, 행상 등 온갖 일을 거쳐 제지공장에서 일하다 구정 조정당해 
현재 정신병원에서 보호사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두번째 시집인 '나는, 웃는다'의 시들은 제지공장 시절 나온 듯한 시가 많다.

신산한 시인의 삶에 대해 들은 바가 있어서 이 시인의 시의 소재와 시가 나오는 시점이 특히 궁금했다.

시집 맨 처음에 소개된 '오월'은 '벙어리가 어린 딸에게 종달새를 먹인다'는 파격으로 시작한다. 이 후에도 나오는 시인의 현실 인식이 무척 괴롭게 다가왔다. 시의 소재가 된 일상의 사물과 사람, 일화, 그리고 추상은 '썩어들어가는 한쪽 뺨' 혹은 '쪼아먹히고 파먹힌 나', '열리지 않는 뚜껑, 자물통인 흉터'로 인식되는 괴로운 삶에 기반해 있다. '문 열어주는 사람'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자동차 문이 잠겨 문 열어주는 사람을 부른 경험을 통해 '몇 편의 시로 갇힌 영혼의 문을 열어 주었나?'하고 물어본다.

 

尾行

인간의 길은 모두 바다로 가서 빠져 죽는다, 라고 쓴 엽서를 전해주고 우체부가 오후의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솔길이 하늘을 향해 기어오른다 아직 어린 구렁이 새끼 한 마리 제 아름다운 몸을 오솔길처럼 구부렸다 폈다 황천행,

수련 중이다

美行이다

 

꿈틀거리는 모든 황천행 인간의 오솔길 尾行이 하늘을 향한 수련 중, 美行이 되는 드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시다.

마지막 시인의 말 또한 의미심장하다.

 

오동나무 밑을 지나가는데 아이 하나가 다가온다.

동그랗게 말아쥔 아이의 손아귀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얘야, 그 손

풀어

매미 놓아주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 평생 우는 손으로 살아야 한단다.

자신과 독자들 모두에게 하는 말 같다.

아, 백일의 첫날. 시인 유홍준과 함께 한 첫 데이트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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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연
2010.09.06 09:16:31 *.11.120.219
오~ 시가 들어있는 단군일지.
시도 좋네요.
우는 손으로 살아야 한다.
청룡부족 이문연입니다.
100이 여정 홧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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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라
2010.09.06 18:33:13 *.97.192.65
안녕하세요. 영미님^^
부족장 소라입니다.

새벽을 여는 시라...
목표를 읽는 순간 너무 찌릿찌릿 했습니다.
미영님의 단군일지는 매일매일 귀하게 읽어야 할것 같습니다.
저도 100일간 100편의 시를 거져 만나게 되겠네요.
미영님께.. 감사한 마음마저 들어요.

100일간 미영님의 시의 세계를 만나며
미영님만의 빛나는 글쓰기 주제가 미영님과 함께하는데
저도 에너지를 모을께요.
화이팅!! 입니다.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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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6 20:22:46 *.236.23.37
안녕하십니꺼. 조영미님 . 주작부족민 윤맹순입니더
아름다운 밤이 아닌 새벽이 되겠네요
시인 조영미의 등단의 그날을 열렬히 기대합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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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7 04:36:49 *.151.166.62
영미님,  잘 지내시죠?^^
매일 저도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읽기 위해 영미님의 단군일지를 보러 오겠습니다.
함께 힘내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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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2010.09.07 06:43:06 *.41.16.144
은하님, 문연님, 소라님, 수니님, 댓글 감사 드려요!

오늘 데이트 한 시인과 시집은 최영철 시인의 '찔러본다'.  최영철 시인은 1956년 경남 창녕 출신으로  이 시집은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이자 문학과 지성 시인선 380, 8월 26일 출간된 최신판이다.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별로 힌트가 없다. 다만, 개고기를 먹고, 그러면서도 개를 가여이 여기며, 시장과 슈퍼와 이웃집 구멍 가게에 자주 가며, 삶을 달아나기 힘든 감옥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죽음을 해방이라고 여기며, 재래시장과 공사판과 자연과 나이듬, 삶의 비루함 등 눈닿고 마음 닿는 많은 곳에서 시의 소재를 얻고 있다.  시인의 세상 인식은 어떤 삶의 소재이든지 자신만의 색깔로 물들여 버린다.

50대 중반의 가장으로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이 아름다울 수 만은 없는게 당연하지.  시를 읽으면서 불편하고 괴로운 느낌이 들곤 했다. 시와 철학은 '독자의 친숙한 내면을 와해시켜 삶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라는데 불쑥 끼어드는 낯섬이라기보다는 삶 자체에 대한 시인의 비관적인 시선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럼에도 시의 소재가 된 일상과 자연,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강하게 살아있어 시인이 계속 시를 쓰고, 삶의 아름다움을 찾도록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시집의 제목으로 쓰인  '찔러본다'는 어쩌면 시인이 쓰고 싶고,  추구하고 싶은 시세계를 대표한다고 생각된다.  암울한 현실 인식을 떨치게 만드는 의미의 세계로 진입시키는 시.

찔러본다

햇살 꽂힌다
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퍼붓는 화살
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본다

비 온다
저기 산비탈
잔돌 무성한 다랑이논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본다

바람 분다
이제 다 영글었다고
앞다퉈 꼭지에 매달린 것들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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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2010.09.08 06:46:54 *.41.16.144
어둡던 하늘에 진분홍빛이 돌더니 어느덧 환하게 밝아온다. 6시가 넘으니 새벽에서 어느덧 아침이 되었다.

오늘 읽은 시집은 장석남 시인의 '뺨에 서쪽을 빛내다'. 알쏭달쏭한 제목이다. 장석남 시인은 65년 인천생으로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라고 한다. 22살 때 등단하여 첫 시집을 냈다고 하니 20년 이상을 시인으로 사신 분이다. 성북동 집에서 정원을 가꾸고 있어서인지 정원에 들여놓은 바위, 꽃나무가  시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시집 제목과 마찬가지로 개별 시 제목과 시 속에 등장한 소재들, 상황들이 일관된 하나 내지 두개의 단어로 추려내기 힘든 모호함들이 있었다. 시 하나 안에 여러 시간대가 공존하는 듯 했고 축약된 상징들, 상념과 추상들, 실제 상황들이 섞여있어 시 하나를 읽고나서 선뜻 무엇을 읊은 것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 읽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들인가 보다. 시 하나에 여러 시간과 추상과 의미들이 중첩되어 있어 금방 파악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그냥 느낌으로 시를 읽으라고 하던데 꾸벅 꾸벅 졸면서 읽은건지 만건지. 

역시 나는 선명한 이미지나 이야기가 들어있는 단순한 시를 선호한다. 그러나, 시 하나 속에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의미의 폭을 깊이있게 깔고 시 제목과 시 내용에서도 시의 전체적인 예술성을 만들어내는 예술가적인 시작법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기교와 깊이가 있어야 이런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단순한 내 레이다에 걸린 시는

묵집에서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져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묵을 먹으면서도 이런 시를 볼 수 있는 것이 시인의 깨어있는 눈과 감각일 것이다.
시집 제목을 따온 시는

서쪽 1
가도 가도 서쪽인... 이홍섭 구(句)

쩍-- 갈라지는 부엌문 여는 소리. 개는 겨우 앞발 버티고
등을 치켜올려 기지개를 켜지만 알고 보면 그놈은 주인인지
객인지 구분도 없는 놈, 그저 찐 감자 껍질이나 얻어먹으려 오는,
제 친구 막내나 된다는 듯 다시 마룻장 밑으로 들어가고

허기진 창자를 삐뚜름히 비추는 저녁볕
노는 아지랑이

솥을 열다

서쪽을 열고
뺨에 서쪽을 빛내다

마지막 싯귀가 멋지다. 노을빛을 받아 발갛게 빛나고 있는 서쪽 뺨이 절로 그려지는 싯귀. 그래서 시인도 시 제목으로 따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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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2010.09.09 06:47:39 *.44.124.42
이성부 시인의 '도둑 산길'.
42년 광주에서 나시고 6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시를 쓰신지 50년.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와 같은 연배. 2005년에 간암을 선고받았다고도 하신다.
일간신문과 스포츠 신문의 기자, 홍보부장 등으로 오래 언론계에 있다가 퇴임하셨고 80년 이래
30년 넘게 전국의 산을 다니며 여러 권의 산행 시집을 내놓았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아스팔트 도시에서 억눌려 있던 삶을 산 속에서 치유하고 정화하여 다시 세속으로 돌아올
넉넉한 품을 키우는 과정을 산행시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표현한다.
산에 그런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작년 이맘 때 한달간, 아침이면 매봉산을 올라갔다 내려오곤 했다. 마음에 시름시름 병이 있던 내가 산에 가면 힘을 받고 치유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
역시 산은 나를 포근하게 보듬어 안아 주었다.  
시인은 낯선 산내음에서 항상 설레임을 느끼며 산이 주는 위안과 산이 주는 교훈을 곰씹으며 산이 씻어준 귀에 비로소 들려오는 소리들을 시로 받아 적는다. 하지만 그 깨달음들은 왠지 닫혀져 있고 낮은 목소리의 시는 결국 부질없는 부스러기라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다. 

산에 다니면서부터 나는 나의 시가
낮은 목소리로 가라앉아 숨을 죽이거나
느리게 걸어가서도 결국은
쓸모없이 모두 사라지리라는 것을 알았다
키가 큰 욕망은 마침내 무너지고 널브러져서
부스러기가 된다는 것을 산이 가르쳤다
기를 쓰고 올라와서 본들
건너편 산이 항상 더 높이 보인다
이게 편안하다
(건너 산이 더 높아 보인다 中)

그래서 모든 시들은 적막하고도 쓸쓸하다.
백두대간 쉼없이 종주하는 많은 우리의 아버지들이 느끼고 있는 속내일 것이다.
'너덜겅 내려가며', 이런 시인의 마음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시이다.

너덜겅 내려가며

완강한 것들은 언젠가는 제풀에 무너지기 마련이지
무너져서 이렇게 너덜경을 만들지
푸나무 한 그루 자라지 못하는 돌무더기 길 내려가면서
쓸모없이 널브러진 욕망들의 단단한 부스러기
아가리 다물지 못하는 세상의 굳은 입들을 본다
무너져 버린 다음에도 저어 아래쪽에서
또 쌓아 솟구치려는 어둠의 덩어리들 내 어리석은 얼굴을 본다
한때는 앞서서 씩씩하게 나아가던 발걸음이
어느 사이에 맨 뒤로 처져 끌려가는 몰골이 되었다
세계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나를 위해 꽃 피우는 것은 봄에도 아무것 하나 없다
따슨 햇살도 가뭄 끝 단비도 시원한 바람도
애써 나를 비켜 가며 쏟아지거나 줄행랑을 친다
그대 그 고운 얼굴 알게 모르게 주름살이 파이더니
이리 팍팍한 세월로 사그라들어 고요하구나
돌무더기 너머 피어난 철쭉 꽃받 서럽게 아름다워
그대 힘차게 보였으나 속으로 연약했던 한 생애
살고 사라지는 일 순식간이 아니냐!

시인이 산에서 건져올린 위안과 적막의 언어에서 위안의 물 한모금 얻어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시인은 그로서 만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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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차
2010.09.10 06:19:58 *.41.16.144
장석주 시인의 '몽해항로' 민음사.
오늘은 비몽사몽에 시 읽기에도 몰입이 되지 않았다.
어제 밤 늦도록 마신 감식초 탄 소주와 맥주와 와인 탓이다. 그리고, 일부는 시인 탓?
졸린 눈을 부비며 어질어질한 머리로 읽긴 했지만 시의 긴장도가 많이 떨어지는 걸 느낀다. 
공감도 싱크로율이 낮아서 그러한가?
시집 한 권에서 유일한 공감으로 읽어낸 시.

얼룩과 무늬

욕망과 어리석음이 만드는 게
얼룩이라면
꿈과 고요는 무늬를 낳는다.
얼룩이 나를 가리켜
얼룩이라 한다.
성급함과 오류들이
내 얼룩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감히 무늬라고 우기지 못하고
크게 상심한다.
누군들 얼룩이 되고 싶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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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
2010.09.11 06:50:09 *.41.16.144
나 희덕 시인의 '어두워진다는 것'
비가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6시 무렵 뚜렷이 구분되어 오는 여명은 오늘도 어김 없다.
떠지지 않는 눈꺼풀로 앉아 컴퓨터를 켜고 출첵을 하는 동안 잠에서 깨어 난다.
단군 프로젝트의 함께 하는 힘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66년 충남 논산 출생의 어디서 만난 듯한 반듯한 얼굴의 나희덕 시인.
아, 이분은 소리를 형상으로, 형상을 소리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열린 귀를 가진 분이구나 싶은 싯귀들이 많았다.
음계와 계단이라는 시에서  유년시절 예배당 계단을 올라가 홀로 피어 올리던 피아노의 음, 그리고 그곳에서 도취와 반복으로 은밀하게 진행되던 타인의 기도를 숨어서 봤던 기억이 그려졌다. 시인의 지켜봄, 소리와 형상의 교차 편집 등 시의 뿌리가 드러나는 듯한 시였다.

기러기떼에서 젓가락의 서글픔과 노젓는 소리를 보고, 흐르는 비에서 몰약의 자비로운 마취를 보고, 의자에서 성자를 보는 시인의 감수성은 '종소리가 들리면 조금씩 아파오는 곳이 있을 뿐'이라고 읊으며 허무와 결핍의 쓸쓸한 정서를 은연 중에 뿜어내고 있다.  일상에서 시를 건져내는 시인들의 시적 긴장감은 많은 경우 결핍과 허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물론 시는 결핍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기도, 지혜, 사랑, 즐거움, 위로, 격려, 북돋음, 도발, 신과의 하나됨을 추구하는 시인의 간절함이 빛나는 시들을 빚어낸다.  결핍을 결핍으로, 허무를 허무로만 드러내고 자신안에 갇혀버리는 시는 결국 독백의 넋두리로 쓸쓸함만을 전해준다.

일곱 살 때의 독서

제 빛남의 무게만으로
하늘의 구멍을 막고 있던 별들, 그날 밤
하늘의 누수는 시작되었다 하늘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이었던가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하늘은 울컥울컥 쏟아져
우리의 잠자리를 적시고 바다로 흘러들었다
그 깊은 우물 속에서 전갈의 붉은 심장이
깜박깜박 울던 초여름밤 우리는 무서운 줄도
모르고 바닷가 어느 집터에서, 지붕도 바닥도 없이
블록 몇장이 바람을 막아주던 차가운 모래
위에서 킬킬거리며, 담요를 밀고 당기다 잠이 들었다
모래와 하늘, 그토록 확실한 바닥과 천장이
우리의 잠을 에워싸다니, 나는 하늘이 달아날까봐
몇번이나 선잠이 깨어 그 거대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날 밤 파도와 함께 밤하늘을
다 읽어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하늘의 한 페이지를 훔쳤다는 걸,
그 한 페이지를 어느 책갈피에 끼워넣었는지를

그때 훔친 하늘의 한 페이지를 시인은 줄곧 옮겨적으려 하는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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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차
2010.09.12 06:29:57 *.41.16.144
허수경 시인의 '혼자 가는 먼집'
64년 경남 진주 출신인 시인은 경상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라디오 작가로 일하다가 92년 독일로 유학,  현재 고대 중동 유적을 발굴하는 고고학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휘둥그레지는 인생의 전환이다.
'혼자 가는 먼집'은 92년에 발간되었다. 이 시집을 내고 시인은 유학을 떠난 것이다.
이 시집에 들어있는 시인의 정서를 볼 때 이해가 된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이승을 떠나듯 새로운 세상, 새로운 나로 거듭나고 싶어했을 것이다.
먼 이국에서 가장 관심가는 것, 가장 끌리는 것을 찾아 고고학을 선택했을 것이다.

'혼자 가는 먼 집'을 읽으며 실연하여 흐느끼는 방황의 시인을 보았다. 마음과 몸의 병을 호되게 앓고 있는 듯한 시인은 잃어버린 사랑, 초라함, 불우함, 애처러움, 버려짐, 아픔, 서러움에 대해 마치 술주정처럼 주절 주절 읊고 있다. 이런 시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의 시 속에는 감정적 타협과 자기 합리화나 자기 미화가  없었고, 바닥까지 내려간 정직함이 느껴졌다.

이 시집을 덮고 나자 허수경 시인의 현재가 궁금했다. 이런 시를 쓰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이 생겨난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와 생활인의 타협을 적고 있을까? 아님, 시를 접지나 않았을까? 그정도로 시인은 위태로워 보였다.

그런데, 스물 아홉, 꽃뱀의 허물처럼 시를 남긴채 독일로 가서 고고학을 전공한 시인의 다음 행보가 눈부시다. 역시 시인이다. 살기 위해 달아난 것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그냥 그냥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즐거운 반전, 한 인생의 새로운 태어남을 본 듯하여 경이롭고 기쁘다. 시인은 고고학교수와 결혼하여 독일에서 정착하였다고 한다. 이후에도 꾸준히 시를 발표하고, 고고학 발굴현장에서 건져낸 새로운 세계들을 시로 남기고 있다고 한다. 허수경의 고고학 시대가 궁금하다. 

먹고 싶다.....

서울 처음 와서 처음 뵙고 이태 만에 다시 뵙게 된 어른이
이런 말을 하셨다 자네 얼굴, 못 알아볼 만큼 변했어

나는 이 말을 듣고
광화문, 어느 이층 카페 구석 자리에 가서 울었다
서울 와서 내가 제일 많이 중얼거린 말
먹고 싶다...........,
살아내려는 비통과 어쨌든 잘 살아 남겠다는 욕망이
뒤엉킨 말, 먹고 싶다
한 말의 감옥이 내 얼굴을 변하게 한 공포가
삼류인 나를 마침내 울게 했다
그러나 마침내 반성하게 할까!

나는 드디어 순결한 먹고 싶음을 버렸다 서울에 와서
순결한 먹고 싶음을 버리고
조균의 어리석음, 발바닥의 들큰한 뿌리
그러나 사랑이여, 히죽거리며 내가 너의 등을
찾아 종알거릴 때 막막한 나날들을
함께 무너져주겠는가, 이것의 먹고 싶음,

그리고 나는 내 얼굴을 버리고
길을 따라 생긴 여관에 내 마음조차 버리고
안녕이라 말하지 마 나는, 먹고 싶다.........,
오오, 날 집어치우고.......

내 얼굴, 내 마음조차 버리고,  날 집어치워 버린 시인은 먹고 싶다........는 열망을 따라 먼 이국에서 새로운 인생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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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09.12 14:49:17 *.154.223.196
6일차까지 쓰신 시와 시인의 이야기를 후루룩 읽을 수는 없었어요.
제 눈이 휘둥그레 졌습니다. 종종 와서 단군일지 속의 시를 읽어야지 싶어요.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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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2010.09.12 19:25:19 *.41.16.144
들려주시고 댓글 주셔서 감사드려요^^ 윤정님도 활기찬 한 주 보내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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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차
2010.09.13 06:26:04 *.41.16.144
눈꺼풀을 내리 누르는 잠기운을 내도록 떨칠 수가 없다.
미안하지만 이 원규 시인의 '옛 애인의 집'은 비몽사몽 간에 읽었다.
노고단, 섬진강, 은어떼, 잠자리, 풀잎으로 반복되는 지리산 산 속 삶의 풍경과 내 삶의 풍경이 많이 달라서일까?
쉽사리 풍덩 빠지지를 못한다.
62년 경북 문경 태생의 이 원규 시인. 고1 자퇴, 입산, 하산, 대학 입학, 휴학, 막장 광부 생활,노동해방문학과 민족문학작가회의 실무, 기자 생활. 그리고 지리산 입산. 지금은 오토바이 하나 타고 지리산 곳곳의 빈집들을 찾아 옮겨 다니며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삶을 살고 있으니 그가 숨쉬는 바람은 세속의 바람결과는 완연 다르다.

獨居

남들 출근할 때
섬진강 청둥오리 떼와 더불어
물수제비를 날린다
남들 머리 싸매고 일할 때
낮잠을 자다 지겨우면
선유동 계곡에 들어가 탁족을 한다
미안하지만 남들 바삐 출장 갈 때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고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남들 야근할 때
대나무 평상 모기장 속에서
촛불을 켜놓고 작설차를 마시고
남들 일중독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일 없어 심심한 시를 쓴다
그래도 굳이 할 일이 있다면
가끔 굶거나 조금 외로워하는 것일 뿐
사실은 하나도 미안하지 않지만
내게 일이 있다면 그것은 노는 것이다
일하는 것이 곧 죄일 때
그저 노는 것은 얼마나 정당한가
스스로 위로하며 치하하며
섬진강 산 그림자 위로
다시 물수제비를 날린다
이미 젖은 돌은 더 이상 젖지 않는다

물론 시인이 오늘도 출근해야할 우리들에게 미안할 것도 미안해하지 않을 것도 없다. 시인의 선택이 시인에게 자유로움과 섬진강 산 그림자 위로 물수제비를 날릴 시간과 여유를 준 것이니까. 다만 '일하는 것이 곧 죄일 때/  그저 노는 것은 얼마나 정당한가' 이 구절에서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이 살짝 더 무거워지는 것이다.

지리산의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든, 도시의 번잡한 삶이든 시인의 역할은 시를 통해 자신의 삶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본다.  진실되고 간절하기만 하다면 시의 울림은 메아리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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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차
2010.09.14 06:34:52 *.41.16.144
이 정록 시인의 '제비꽃 여인숙'. 2001년 9월에 나온 네번째 시집이다.  얼어붙은 냇물 도마가 바다로 쭉 흘러드는 64년 충남 홍성 출생. 수덕사가 가까운 그곳.

이 분은 시인이다. 쌀 한톨에서 산맥과 계곡과 강물과 은하수, 밤하늘 별자리를 보고, 비 내린 후 남은 송화가루 자국에서 하느님의 약숟가락 자국을 본다. 낙지 빨판에서 금강초롱 종소리를 듣고, 갈라진 콩크리트벽에서 수로가 되는 상처를 보고, 얇은 대패밥에서 나무의 기저귀를 본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 싸인 감옥 안에서도 시인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상력으로 빛나는 세계 하나를 온전히 불러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분은 한문 선생이다. 얼마전 문학콘서트에서 직접 뵌 이 정록 시인은 말빨이 엄청 났다. 재미있고 말에 씨앗과 각이 있어 버릴 말도 많지 않았다. 빠져들게 하는 말빨이 있어서인지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가 살아있는 시가 많다. 소설을 쓰라는 권유를 받았다는 얘기가 말이 된다. 그래도 제일 질투가 나는 것은 돌아가신 소설가 이문구 선생님이라고 했다. 최고의 동시집 두 권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 말에서 이 분이 지향하는 세계를 알 수가 있다. 

시인은 심장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 '나는 글을 꼭 써야 하는가?' 라고 물어 봤을 때 '나는 써야만 해'라는 강력하고도 짤막한 필연성이 있는 답이 나와서, 자신이 보고 체험하고 사랑하고 잃은 것에 대해 마치 이 세상의 처음 사람처럼 말하는 사람이라고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일러 주었다. 

생선의 전부

강물로 뛰어들리라는
그 기어코를 놓치면
지느러미부터 말라간다
바다로 돌아가리라는
그 기어코를 내동댕이치면
얼음 위에 누워 있어도
이미 생선이 아니다

돌아가리라
이 펄떡거림이 생선의 전부다

우리가 아침 식탁에서 구워먹은 것은
돌아가리라 다섯 토막이다
어두육미라며 꼬리를 쳐냈다면
돌아가리 네 토막을 먹은 것이고
머리도 잘라버렸다면
입안 가득 아가리만 발라먹은 것이다

그렇다면 '아가리'가 되어 '닥치기' 싫은 우리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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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차
2010.09.15 06:22:23 *.41.16.144
문태준 시인의 '맨발'. 2004년 창비 발간.

유난히 이 시집에서는 저녁 풍경이 많이 나온다. 버무림, 감싸안음으로 표현되는 저녁 어스름이 희미하게 번져드는 무렵, 딱 그 무렵에서 많은 시들이 태어났다.  저녁, 잠, 어스름, 추억, 사라지는 것, 아스레한 것, 그리움이 때로는 수묵화처럼, 때로는 수채화처럼 정교하게 표현되었다.

시의 배경이 되는 시골 마을들은 시인이 살고 있는 곳이라기 보다는 마치 추억 속의, 회상 속의 고향 마을 같았다. 전체적인 톤이 지나간 옛날에 대한 회상, 그리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속에 희미하게 번져가는 수묵화같은 느낌이었다. 시인은 섬세하게 관찰했고 무심한 눈길로 정물화 혹은 풍경화를 그려내곤 했다.

독특하게 살아나는 아름다운 언어의 싯구, 시인만의 독창적인 표현은 많았지만 이상하게 전체적으로 내 마음에 와닿는 정서의 시들이 없었다. 그리움, 쓸쓸함 이외의 정서가 별로 없고 대부분의 풍경들이 그림 그리듯 무심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뭐랄까, 시인의 인생에서 뭔가에 부딪히고 뚫고 저항하며 살아나가며 쓴 시라기 보다는 과거와 주위의 사물과 추억과 교감하며 써내려간 시라는 생각이 든다. 동갑내기 고향 친구라고 하는 소설가 김연수와의 대담에서 읽으니 '달려가지 않고 머물어서 소멸과 변화에 대해 불교적으로 관조'하며 쓴 시들이라고 한다. 

이런 무심하고도 약간 허무하며 아스라한 정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2004년 발간된 '맨발' 시집은 2006년에 초판 9쇄를 찍었고 아마 지금은 더 많이 팔렸으리라 생각된다.  문태준 시인은 70년 경북 김천 출생, 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94년 등단하여 2000년에 첫시집을 내고 '맨발'은 서른 다섯살 무렵 쓴 두번째 시집이다.  그가 그려낸 고향 김천 마을의 풍경이 어쩐지 눈에 익었었다.

두편의 시.

비가 오려 할 때

비가 오려 할 때
그녀가 손등으로 눈을 꾹 눌러 닦아 울려고 할 때
바람의 살 들이 청보리밭을 술렁이게 할 때
소심한 공증인처럼 굴던 까만 염소가 멀리서 이끌려 돌아올 때
절름발이 학수형님이 비료를 지고 열무밭으로 나갈 때
먼저 온 빗방울들이 개울물 위에 둥근 우산을 펼 때


맨발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 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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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2010.09.15 20:13:16 *.41.16.144
성희님, 댓글 감사 드려요~
우리나라 현대 시들 뿐만 아니라 릴케, 랭보, 두보 등 옛 ^^시들도 읽으려고 계획 중입니다.
단군의 함께 하는 에너지가 힘을 많이 주고 있는 걸 느낍니다.
성희님의 도전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기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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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2010.09.15 17:02:40 *.143.199.187
시집을 펼쳐든지가 참으로 오래되었습니다.
영미님이 올려주신 시가 정말 반갑네요.
앞으로 100일동안 매일매일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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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6 04:55:25 *.151.166.62
영미님이 소개해 주시는 시 한 편 한 편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시 뿐만 아니라 그 시를 쓴 시인에 대한 소개까지 곁들여주시니까
시문학 강의실에 와 있는 느낌이에요. ^^
풍성하고 감동이 있는 단군일지입니다. 자주 자주 들러서 시 감상하고 갈게요.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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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2010.09.16 06:36:24 *.41.16.144
은하님, 감사해요.
시인들은 어느 순간에서 무엇을 소재로 시를 건져올릴까? 하는 의문으로 시작한 시 읽기에요.
줄곧 이런 의문으로 시를 읽으려고 해요. 은하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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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차
2010.09.16 06:34:29 *.41.16.144
이 영광, 그늘과 사귀다.

아침 노을(?)이 참 곱다. 붉은 구름 띠 하나가 동편 하늘에 걸려 있다.
'그늘'은 죽음이다. 이 영광 시인은 아버지와 형의 죽음을 잇다라 경험한다.
시인은 집요하게 죽음의 과정과 습과 염, 입관과 장례의 과정을 묘사한다.
혈육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에도 바라보는 모든 것은 죽음의 빛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상한 밝음 더욱 이상한 방안의 어둠, 타는 경계' 안에 있다.

이 영광의 시들은 물렁하고 부드러운 살이 없고 아주 단단한 뼈와 얼음, 알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이런 이 영광의 시가 마음에 든다. 이육사의 '절정' 처럼 뭔가 북방에서 말타고 오는 지사의 이미지가 있다. 이 영광 시인이 안동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그렇게 내 마음속에는 이육사와 연결이 된다.



나무들은 굳세게 껴안았는데도 사이가 떴다 뿌리가 바
위를 움켜 조이듯 가지들이 허공을 잡고 불꽃을 튕기기
때문이다 허공이 가지들의 氣合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
다 껴안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들의 손
아귀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 리가 없다 껴안는다
는 것은 또 이런 것이다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져 다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글거리는 포옹 사이로 한 부르튼 사나이를 有心히 지나가
게 한다는 뜻이다 필경은 나무와 허공과 한 사나이를, 딱
따구리와 저녁 바람과 솔방울들을 온통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구멍 숭숭 난 숲은 숲字로 섰다 숲의 단단한 골다
공증을 보라 껴안는다는 것은 이렇게 전부를 다 통과시켜
주고도 제자리에,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이다

시인은 하루를 살고 하루를 반추하며 제 경험을 곱씹으며 시를 쓰는 듯하다. 즉각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이미지 하나나 감각 하나로 시를 쓰지 않는다.

詩는

詩는 늦은 것이다
하객들 두루 도착한 후에
문 닫고 들어와 조용히
뒷전에 앉는 사람처럼

詩는 아주 먼 것이다
송고를 하고
기계를 끄고
술 한잔 앞에 두면
또, 빈손이다

멍한 몸에서 건져올린 젖은 주름진 손,
불의 계곡
물의 심연
기억나지 않는 어둠을 만지던
더듬이 한 쌍,
서로 더듬거린다
알아본다

그렇게 나는 멀리 나갔다 왔다
더 멀리,
들어갔다 나왔다

어디에도 닿을 수 없는데
멈추지 못하는 길이 있었던 거다
불끈거리며 몸속을 달리는 정맥 혈관처럼

어디에도 닿을 수 없는데 멈출 수 없는 것이 시의 길이라는 것은 시를 쓰는 자의 입장에서는 맞는 말 같다.
자신의 시가 어디에 가 닿을지 어떻게 알고 쓴단 말인가. 결국 읽는 자의 마음 어디 한 구석에 와 닿는 것 밖에 시의 효용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도 그 길은 버릴 수 없는 몸 속의 정맥 혈관이다.

사라진다

지워지기 위해 잠깐 나타나는 것들

눈보라가 사람 마을과 시내와 방풍림을 쓸어안고
고요히 눈보라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꼭 한 번 눈물 없이 묻고 싶었다
너의 神은 너에게
뭐라고 속삭이니
너는 어디로 간 거니

사라지기 위해 한순간을,
그러니까 갈 봄 여름을
한마디도 못 알아들으면서
개근했던 것들아

이영광 시인이 꽃을 노래하고 사랑을 노래하고 자연과 하나됨을 노래하는 시를 쓴다면 어떻게 될까?
'숲'이나 '직선 위에서 떨다'와 같은 시를 쓴 정신으로 이런 것들도 노래했으면 좋겠다. 이영광 시인과 독자인
나를 위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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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차
2010.09.17 06:21:47 *.154.29.110
김용택 시인의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콩, 너는 죽었다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최근 영화 '시'와 TV광고 출연으로 대중과 더욱 친숙해진 김용택 시인.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그분은 평생 고향을 떠나지 않고 40년 가까이 고향 전라도 임실 섬진강변 마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시다가  2008년 퇴직하시고 최근 자연학교를 준비하고 계시다.
'내 인생의 글쓰기'라는 산문집에서 김용택시인이 어떻게 독서를 하고 어떻게 시인의 길을, 교사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상기되었다. 즐거웠으며 행복했다. 나는 사람이 무엇을 하며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 무렵 나는 비로소 내가 선생으로 일생을 보내기로 작심했던 것 같다. 나는 모든 희망을 버렸다. 무엇이 되는 것에 대한 것들을 모두 놓아버렸다. 이 아이들과 일생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본 것 같았다. 세상이 환히 개이고 마침내 내가 날개를 달았던 것이다.'

이런 자각이 있었기에 김용택시인은 고향마을에서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며 '콩, 너는 죽었다' 같은 동시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김 훈의 산문집 '인생'에 실렸다는 '내친구 용택이'라는 글의 인용이다,

"용택이네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인 용택이도 시를 쓰고 아이들도 동시를 쓰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실력이 막상막하인 것 같다. 교실 뒷벽에 <우리들 차지>라는 칠판이
걸려 있다. 언젠가 박완서 선생님이 이 학교에 놀러 오셨다가 <우리들 차지>에 붙은 글을
죽 읽어보시고는 그 중 한 편을 골라 가리키시면서
"이건 참 잘 썼다. 이 아이는 좋은 시인이 될 것 같다. 잘 길러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랬더니 담임 선생인 용택이는 뒤통수를 긁으면서
"박선생님, 그건 제가 쓴 겁니다"라고 말했다.
용택이는 이 기막힌 이야기를 나한테 해 주면서, 그래도 자기가 아이들보다 시를 잘 써서
박완서 선생님한테 칭찬받은 일을 기뻐했다.
용택이는 이걸 자랑이라고 나한테 자랑한 것이다.
"야, 정말이라니깐. 박완서 선생님이 내 시가 좋다고 했어야!"

내게도 김용택 시인은 마음 속 선생님이다.  대학 1학년 때 읽은 '섬진강' 시들과 먼 훗날 다시 시를 읽어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집어 든 '시가 내게로 왔다'  시집들이 시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15 겨울,  사랑의 편지'를 소개하며 하루를 연다. 

섬진강 15

겨울, 사랑의 편지

-김용택-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보면
따뜻한 피만이 얼 수 있고
따뜻한 가슴만이 진정 녹을 수 있음을
이 겨울에 믿습니다.
달빛 산빛을 머금으며
서리 낀 풀잎들을 스치며
강물에 이르면
잔물결 그대로 반짝이며
가만가만 어는
살땅김의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
땅을 향한 겨울풀들의
몸 다 뉘인 이 그리움
당신,
아,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그 풀빛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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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차
2010.09.18 06:14:52 *.41.16.144
이 문구 선생님의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
2003년 작고하신 소설가 이문구 선생님의 유고 동시집이다.
이 동시집은 이 정록 시인이 '정말 질투난다'고 해서 읽고 싶었다.  이 문구 선생님이 소설을 안쓰고 처음부터 동시를 썼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도 하셨다.

이문구 선생님은 자식들을 키우며 '개구장이 산복이'라는 동시집을 썼는데 왜 시인들이 돈 안되는 시를 쓰는지 알 수 있었다고 신경림 시인께 얘기하시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자, 손녀들을 위해 동시들을 썼다고 하셨단다.
그래서 신경림 시인은 이 시들이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의 선물' 이라고 하셨다.
소설을 잘 안 읽는지라 이문구 선생님의 소설을 읽어본적이 없다.  '관촌수필', '산너머 남촌', '장한몽' 이런 소설 제목들은 익숙하지만.

동시집을 읽으며 든 생각은  '왜 동시는 일반 시와 구별되는가'하는 의문이였다. 읽는 대상이 어린이와 어른으로 갈라진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시인에게 시상이 떠오를 때, 나는 꼭 동시를 써야지, 나는 시를 써야지 하고 구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세상을 좀더 새롭게, 자유롭게, 감정이나 사고의 덧칠없이 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때 동시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읽고 재미있구나, 예쁘구나, 신기하구나, 그랬구나 하고 느끼기를 바라는 시들이다보니 삶의 무게나 고뇌, 허무나 고독은 끼어들기가 힘들다. 동시는 어린이의 맑은 눈 높이에 맞추고 쓴 시이기에 세상을 처음 보고 받아 적는 듯한 순수함과 경이로움이 있어야 한다. 이정록시인이 질투했다는 것은 이러한 순수함과 경이로움이 이 동시집 안에가득했다는 얘기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내게 재미있었던 시는

몽촌 토성의 꺼병이

몽촌 토성의
어린 꿩이
한동네
까치에게 물었어요.

아빠 이름은 장끼 씨구요
엄마 이름은 까투리 씨구요
내 이름은 꺼병이예요
장꺼병이요.
울 엄마도 까 씨인데
혹시 친척이 아니세요?

까치는 말했어요.
너희는 꺽꺽 울고
우리는 깍깍 울고
같은 까 씨지만
조상이 다르단다.
친척이 아니고
그냥 이웃이야.

어린 시절 부엌 풍경에 대한 기억을 아련하게 이끌어내 준 시는,

부지깽이

시골집 나뭇간엔
작대기감도 말뚝감도 안 되어
그냥 노는 막대기가 많은데
어느 날 부지깽이가 되면
부뚜막에 오른 개
엉덩이도 때려 주지만
불을 때며 아궁이를 들락거리며
불땀 없는 땔감을 괄게 태우고
잉걸불 끌어내어 화로에 담으면서
제 몸을 태우고 또 태우고 해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다가
드디어 아궁이에 던져져서
불덩이가 되곤 했지.

구본형 선생님이 '부지깽이'란 아이디를 쓰시는 듯 한데 선생님의 역할이  이 시랑 묘하게 겹쳐진다.
'삶을 시처럼 산다' 는 말씀.  '삶은 곧 시'라고 하는 캠벨의 말과 겹쳐진다.
누구나 자기 삶을 대표하는 시 한편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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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차
2010.09.20 10:43:21 *.44.124.42
출첵 하고 파블로 네루다의 '스무편의 사랑 노래와 한편의 절망의 노래'를 읽었다.
읽긴 읽었는데 뭘 읽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완벽하게 백지로 남은 건
내가 깜빡 깜빡 졸았기 때문?  한 시간 읽고 나서 노트북도 고장이고 머리도 몽롱하여
그냥 다시 잠들어 버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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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차
2010.09.20 10:45:45 *.44.124.42

2004년 5월 창비에서 발간된 정호승 시인의 '이 짧은 시간 동안'.
시집 한 권을 통해 접한 시인의 세계는 눈을 안팎으로 다 돌려 시 하나에 나와 남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정호승 시인은 눈 돌리는 어는 곳에서나 시를 발견하고 있다. 얼어죽은 미꾸라지가 쓴 '투명한 얼음 속의 절명시', 잃어버린 새끼를 핥는 어미개의 혀, 고속도로를 어슬렁거리는 소,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부처님상, 장례식장 미화원 손씨 아주머니, 시각 장애인 식물원, 도축장으로 들어갈 물먹는 소, 가부좌한 부처님 같이 구워지는 통닭, 마음을 비우지 못하는 사람들을 구경 하는 연꽃, 노모의 텔레비젼, 맹인 수녀, 김수환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잔치국수를 먹는 중년의 여자, 국화빵을 굽는 사내, 시립 화장장 장례지도사 김씨의 저녁, 막장의 갱부 등 시집에 나오는 삶들은 다양하기도 하다.

시집 말미에 시인은 '모든 인간에게서 시를 본다'고 썼다. 한 인간의 삶에서 시 하나를 건져내 줄 수 있다면 그건 시인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게다. 장례식장 미화원 손씨 아주머니나 시립 화장장 장례지도사 김씨, 혹은 정호승 시인이 시 하나로 승화시킨 모든 사람들과 동물들과 사물들이 제 몫의 의미를 입고 존재를 견디고 있다. 시인은 그렇게 존재의 의미를 만들어주고 그로 인해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를 얻고 있다.

내가 멍하니 TV 앞에서 스치듯이 흘려 보낸 거북의 산란 장면이 같은 장면을 본 시인에게서는 시가 되어 나온다. 시를 찾는 시인의 안테나에 걸리는 일상의 어떤 소재도 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호승의 시는 따스하고 맑았다. 구도하는 자세가 있고, 모든 인간의 삶에서 시를 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윤동주 시인이 이 시대를 살아간다면 느꼈을 반성이 있고, 무엇보다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싯구들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호승의 시를 사랑하는 것일게다.


부도밭을 지나며

사람은 죽었거나 살아 있거나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따뜻해야 하고
사람은 잊혀졌거나 잊혀지지 않았거나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눈물이 글썽해야 한다
눈 내리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누군가 걸어간 길은 있어도
발자국이 없는 길을 스스로 걸어가
끝내는 작은 발자국을 이룬
당신의 고귀한 이름을 불러본다
부도 위에 쌓인 함박눈을 부르듯
작은 새!하고 당신의 이름을 불러본다
사람들은 오늘도 검은 강물처럼 흘러가
돌아오지 않지만
더러는 강가의 조약돌이 되고
더러는 강물을 따라가는 나뭇잎이 되어
저녁바다에 가닿아 울다가 사라지지만
부도밭으로 난 눈길을 홀로 걸으며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들린다
누가 줄 없는 거문고를 켜는 소리가
보인다 저 작은 새들이 눈발이 되어
거문고 가락에 신나게 춤추는 게 보인다
슬며시 부도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내 손을 잡아주는
당신의 맑은 미소가 보인다

시집 안에 없는 '이 짧은 시간 동안'이 시집 제목으로 쓰였다. 시인은 5년간 시를 쓰지 못하고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살았다고 한다. 시가 나를 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과 상실감에 의해 한꺼번에 씌여진 시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가 내 인생을 위로해줄 때가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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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차
2010.09.21 06:28:57 *.41.16.144
1563년 태어나 1589년 임진왜란 3년전 스물 일곱의 나이로 죽은 허난설헌의 시를 한글로 다듬어 낸 '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을 읽다.

우리시는 일제시대때부터 시작된 듯한 느낌이다.  백석, 이용악, 윤동주, 정지용.. 이 분들 이전에 누가 있었나? 한문으로 쓴 한시가 있었고 지금 우리 세대와는 단절이다. 번안시, 번역시는 아무래도 몰입과 감정이입이 어렵다. 우선 정서적으로 낯설다. 그리고 어미 하나만 다르게 써도 틀린 것이 시의 느낌인데, 번역된 시는 이미 원작의 느낌과는 많이 틀리다. 며칠전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한편의 절망의 노래'를 읽고나서 아무런 느낌도 남지 않았던 것도 일부는 번역시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시가 가진 운율과 모국어가 가진 울림, 아름다움이 합쳐져야 비로소 시의 가락이 읽는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 허난설헌의 시가 중국에서 인정받고 중국사람들이 즐겨 읽었다는 글을 읽으며 한자 사용으로 인한 우리 시의 단절, 문화적 정서적 단절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허난설헌은 허균의 손위 누이로  뛰어난 시적 재능으로 인해 남편에게 버림받고, 아이 둘도 일찍 떠나 보내고, 스물 일곱의 나이에 죽음을 맞았다.  '성균관 유생의 나날'에서는 총기와 재기로 무장하고 시문을 읊는 남장 처녀의 발랄한 모험을 그리며 주변 모든 사람들, 심지어 왕까지도 주인공을 보호해주는 내용이 그려진다. 배경상 허난설헌의 시대보다 200여년이 더 흐르고, 임진왜란 이후 여자들의 삶이 더욱 제약을 받았다고 하는 사실로 볼 때 '성균관..'은 판타지가 확실하다.
 
연밥 따는 노래

맑고 넓은 가을 호수
푸른 옥처럼 물빛 빛나는데

연꽃 가득 핀 깊숙한 곳에
목련나무 배 한 척 매어 두었네

님을 보자 물 건너로
연밥 따서 던졌지

행여 누가 보진 않았나
한나절 내내 부끄러워라

이 시는 너무 '방탕하다'는 평가를 받아 허난설헌의 문집에 실리지 못했다고 한다. 도대체, 조선시대는 어떻게 된 시대인지. '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 무척 아름답게 번안된 허난설헌의 시집이나 옛 여인의 삶이 쓸쓸하기만 하다.
추석연휴가 시작되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이다. 먼길 떠나시는 분들은 조심해 다녀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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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차
2010.09.22 07:13:38 *.41.16.144
김선우 시인의 첫 시집으로 2000년 2월에 발간된 '내 혀가 입 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육체의 언어, 감수성과 시적 완성도가 뛰어난 그녀의 시가 등장했을 때 나이든 문단의 아저씨들은 처녀의 분홍빛 속살을 훔쳐보는 듯한 관음증적인 흥분을 느꼈으리라.. 훗, 내 언어도 그녀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한 시인의 첫 시집은 그 시인의 내밀한 속살과 같다. 김선우 시인은 어머니, 몸의 욕망, 사물들의 욕망, 대담하고 도발적인 언어와 상상력, 금기의 표현이 뛰어나다. '물속의 여자들'이란 시에서 마치 무당과도 같은 눈으로 표현했듯 명성황후, 황진이, 허난설헌이 깬 금기의 세계를 이어받아 시를 쓰는 듯 시적 화자는 거침없이 몸의 욕망을 표현하고 터부시된 단어와 상상력 -이를테면 똥, 음부, 자위, 근친상간, 생리통-을 시 속에 펼쳐 놓는다. '숭고한 밥상'이라는 시에서는 생일상을 받고 어머니를 먹고, 아버지와 동침하고, 누이와 살을 섞고, '누대에 걸친 근친상간의 밥상/비켜갈수 없는/무저갱의 밥상위에/발가벗고 올라가 눕고 싶은 생각이'라는 거침없는 상상력이 펼쳐진다.

물론, 김선우의 시들이 도발적, 금기적 언어들로만 가득차 있다면 그녀가 뛰어난 시인으로 이름날 이유가 없다. 일상에서 시적인 긴장감과 깊이, 갇혀있지 않은 상상력을 보는 시적인 감수성이 뛰어나다.

근엄한 도덕률에 갇혀서 약간의 일탈된 공상만으로도 스스로 고해성사의 반성을 토해내는 많은 사람들에게 김선우의 시들은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김선우의 시를 읽고 시원한 배출의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내부의 고뇌를 파고 드는 시가 아닌, 내부의 금기를 깨고 바깥 사물들을 빌려와 내 안을 펼쳐보이는 김선우 식 시쓰기에서 자유로움을 본다. 김선우 스스로는 그런 자신의 시쓰기에서 생의 자유를 느끼고 있을까?

맑은 날

동사무소를 지나다 보았다
다리가 주저앉고 서랍이 떨어져나간 장롱

누군가 측은한 눈길 보내기도 했겠지만
적당한 균형을 지키는 것이
갑절의 굴욕이었을지 모른다

물림쇠가 녹슬고
문짝에서 먼지가 한웅큼씩 떨어질 때
흔쾌한 마음으로 장롱은 노래했으리
오대산의 나무는
오대산 햇살 속으로 돌아가네 잠시 내 살이었던
못들은 광맥의 어둠으로 돌아가네 잠시 내 뼈였던

저의 중심에 무엇이든 붙박고자 하는
중력의 욕망을 배반한 것들은 아름답다
솟구쳐 쪼개지며 다리를 꺽는 순간
비로소 사랑을 완성하는 때
돌팔매질당할 사랑을 꿈꾸어도 좋은 때

많은 사람들은 적당한 균형, 저의 중심에 무엇이든 붙박고자 하는 중력의 욕망으로 산다. 그 중력의 욕망을 배반하여, 돌팔매질당할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것이 김선우의 시이다. 그녀는 자유로울까, 그녀는 행복할까? 이렇게 묻게 되는 건 시쓰기를 통해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시인을 꿈꾸기 때문이다.

원재훈 시인이 2008년 인터뷰한 그녀의 말.

"우선은 시가 혼란스럽던 나를 구했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를 쓰면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고, 때마침 적절한 시기였어요. 시를 쓰면서 내 몸과 자아가 함께 성숙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행복했어요. 첫 시집을 내고 나서 좋은 말도 많이 들었고요. 그리고 원고료 있잖아요. 첫 원고료를 받아들고 놀랐어요. 그때부터 소비에 대한 욕망을 줄이면서 조금 적은 돈으로 살려고 해요. 남 하는 거 다 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사는 거지요. 그런 헛된 욕망에서만 벗어나도 사는 데 그렇게 많은 돈이 드는 건 아니잖아요.”

이제야 '도화 아래 잠들다'와 '내 몸 속에 잠든이 누구신가'의 김 선우의 시세계가 이해된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진다.

얼레지

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만 꽃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 금산 잔설이 남아 있던 둔덕에
딴딴한 흙을 뚫고 여린 꽃대 피워내던
얼레지꽃 생각이 났습니다
꽃대에 깃드는 햇살의 감촉
해토머리 습기가 잔뿌리 간질이는
오랜 그리움이 내 젖망울 돋아나게 했습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이래
바람이 꽃대를 흔드는 줄 아니?
대궁 속의 격정이 바람을 만들어
봐, 두 다리가 풀잎처럼 눕잖니
쓰러뜨려 눕힐 상대 없이도
얼레지는 얼레지
참숯처럼 뜨거워집니다

딸 여섯, 막내 아들 하나 있는 집 딸로 태어나 '바리공주' 동화를 쓴 시인. 얼레지같은 시를 써 준 것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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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차
2010.09.24 09:10:15 *.44.124.42
도종환 시인은 1986년  '접시꽃 당신'을 내고 2006년 '해인으로 가는 길'을 내었다. 

20년 동안 시인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시인을 홀로 두고 떠난 부인이 시인으로 살아갈 접시꽃 씨앗을 뿌려 주었고, 해직교사로 투쟁에 앞장 선 몇년의 전교조 활동이 시의 길에 대한 쉼없는 반성과 갈등을 주었고, 마침내  찾아온 지병은 시인을 산방에 칩거하여 내면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였다. 그리하여,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같은 아름다운 통찰의 싯귀로 시인 자신과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기도하는 시인으로 돌아 왔다.

'해인으로 가는 길'을 읽고 마음이 저렸다.  '접시꽃 당신'으로 겉돌던 마음이  '해인으로 가는 길'을 통해 시인에게 닿는 길을 찾았다. 한번 읽고 앞으로 다시 펼칠 일 없는 시집들이 대다수인데 도종환 시인의 '해인으로 가는 길'은 앞으로 잠안오는 밤이면 펼쳐들 것 같다.  벌거벗은 성찰이 있지만 또한, 아름다운 맨살과 기도가 있어 빛나는 시의 세계. 무엇을 보고 무엇을 쓸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케하는 도종환 시인의 시세계이다. 릴케의 '가을날'과 비견되는 시, '깊은 가을'

깊은 가을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멈추어 있는 가을을 한 잎 두 잎 뽑아내며 
저도 고요히 떨고 있는 바람의 손길을 보았어요

생명이 있는 것들은 꼭 한 번 이렇게 아름답게 불타는 날이 있다는 걸
알려주며 천천히 고로쇠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만추의 불꽃을 보았어요

억새의 머릿결에 볼을 비비다 강물로 내려와 몸을 담그고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깔깔댈 때마다 튀어오르는 햇살으리 비늘을 만져보았어요

알곡을 다 내주고 편안히 서로 몸을 베고 누운 볏짚과 그루터기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향기로운 목소리를 들었어요

가장 많은 것들과 헤어지면서 헤어질 때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살며시 돌아눕는 산의 쿨럭이는 구릿빛 등을 보았어요

어쩌면 이런 가을날 다시 오지 않으리란 예감에 까치발을 띠며 종종대는
저녁노을의 복숭앗빛 볼을 보았어요

깊은 가을,

마애불의 흔적을 좇아 휘어져 내려가다 바위 속으로 스미는 가을 햇살을 따라가며
그대는 어는 산기슭 어느 벼랑에서 또 혼자 깊어가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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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차
2010.09.24 09:38:09 *.44.124.42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시선 121.

94년 3월 발간되어 참 많은 각광을 받았다. 이 시집에서 사람들은 각기 많은 것을 읽어내었을 것이다.
우선 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운동권이었던 사람들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같은 일말의 죄의식과 비애와
변해가는 세월에 대한 허무를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30대를 맞거나 30대를 넘기는 많은 이들은 뜨거웠거나
허무했던 20대에 대한 아쉬움, 앞으로 다가올 30대,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 막막함 이런 것들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시대에 각광받은 시집에는 시대가 열광해할 코드들이 묻혀 있었다. 시인이 의도적으로 그 코드들을 읽어내었다기 보다는 민감한 자의식을 깊게 파고 드니 그 코드와 닿아있었다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자기 안으로 깊이 파고드니 결국 세상과 닿아 있었다고나 할까. '나는 내 시에서 돈 냄새가 나면 좋겠다'고 한 시인의 소망대로 시인은 시로 성공했고 이후에도 전업 시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는 자신의 내면이 드러나기에 '광화문에서 발가벗고 있는 심정'으로 시집을 내놓는다는 최영미 시인. 안으로 깊이 파고 들어, 시대와 닿은 최영미는 좋은 시인이다.

사는 이유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 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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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차
2010.09.25 04:45:19 *.154.29.110
잠이 오지 않아 새벽 내도록 깨어 있었다.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읽었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 길 가는 자의 노래 중

나역시 살아갈 것을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기에 뜨끔했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나는 이 시에 등장하는 산과 물이 벌려 놓은 공간 감각이 좋다. 시를 읽으면서 시야가 트이는 길고 커다란 공간이 생겨난다. 아름답지만 왠지 빈 공간이 느껴지는 이 시는 류시화의 시세계를 대변하는 것 같다. 그의 모든 시는 눈을 감고 자신의 안을 들여다 본다. 모든 단어들은 시인의 마음 속에서 상상력으로 빚어진 형상들 같다. 그는 투명한 유리로 언어의 집을 짓듯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단어를 가지고 시를 빚는 것을 즐기고 사랑한다. 그리고 시의 말미엔 항상 잠언이 있다.

시를 읽어갈 수록 내 마음은 말갛게 빚어진 정교한 언어의 집에 갇히는 느낌이었다. 왜일까? 문단에서 배척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선입관 때문일까? 지나치게 초월적인 이미지  때문일까. 아니면 과연 내가 시 속에서 진정성을 발견하지 못한 때문일까.

많이 읽히고, 많이 사랑받고, 많은 위로와 평안을 주는 잠언집과 번역서와 시집과 수필집을 오래도록 소개해온 류시화 작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는 아름다운 운율과 정신으로 시를 빚지만 시에서는 뭔가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시에 등장하는 슬픔, 고독, 세계 이런 단어들이 지나치게 추상명사로 다가온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자격도 안되면서 뭘 이렇게 구구절절 읊고 있는지. 그런데 도대체 좋은 시, 좋은 시인이란 어떻다고 생각하기에 내가 이런 말을 할까? 누구는 좋은 시인, 누구는 부족해 이렇게 재단해가며..
100일이 되면 내 맘속에 좋은 시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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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차
2010.09.26 20:22:43 *.41.16.144
시인 백석의 정본백석시집. 1935년부터 1948년까지 백석이 발표한 모든 시들을 모아 읽기 쉽게 원본에서 오자와 탈자와 편집과정에서 생긴 착오를 수정한 정본이다.

백석은 많은 시인들이 전설처럼 아련하게, 그립게 여기는 사람인지라 그 시들을 읽어야지 했으면서도 옛 말과 평안도, 함경도 같은 북쪽 사투리들이 시 전체에 빼곡 해서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백석의 시에는 30, 40년대의 생활상이 가득하다. 또한, 시 속에는 온갖 맛난 먹거리 얘기들이 가득하다. 여우난골족 같은 시에 나오는 사람들과 마을은 마치 마음 좋은 요괴가 나오는 어느 아늑한 전설의 고향 마을 같은 느낌도 준다. 백석의 시를 읽고나니 백석이 시 속에서 내민 우리말의 성찬 - 맛난 먹거리들을 먹고 등따시고 배불러진 나른한 느낌이다. 시 속에서 느껴지는 시인의 목소리는 쓸쓸하고 때로 서럽고 외롭지만, 시인이 한 마음으로 아파하며 그리는 주변의 삶은 정겹고, 시인의 따스한 눈길은 읽는 사람의 마음 또한 따스하게 데워준다.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등등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고향에 머물지 못하고 통영으로, 함주로, 남신의주로, 먼 중국으로 떠돈 시인의 삶이 참 쓸쓸하고도 높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주인집에 세들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굿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삶이 어느 지점에서 시가 되는지 보여주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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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차
2010.09.27 06:39:25 *.41.16.144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창비 239. 2004년 발간
주로 산골 작업실에서 바라본 자연과 사물 얘기들이 많았다. 해직교사와 전교조 활동, 복직 후 전업작가로 몇년을 지내다 지금은 우석대 문창과 교수로 있다.

'너에게 묻는다'에서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귀절과 성인들을 위한 동화인 '연어'로 유명한 시인. 연탄재에서 뜨겁게 자신을 불태운 사랑을 보고 연어에서 절실한 모정을 본 것과 마찬가지로 시집에 나타난 많은 사물들은 시인이 부여한 많은 의미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러한 사물시들은 일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시인이 억지로 의미의 옷을 더덕 더덕 입혀주고 있는 꼴로. 시인의 내면이 드러나는 시들이 별로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왠지 '시짓기를 위한 시짓기' 에 시인이 열중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60여편의 시 중에 강렬한 느낌을 주는 시들이 두어편 있었다. 그 두어편의 시들을 위해 다른 58편의 시쓰기를 연마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도현 시인은 시작에 들이는 시간과 공이 누구보다도 길고 깊은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을 들여 다듬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 글들은 별로 가치있게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연, 시 하나 하나의 비유와 은유와 완성도에 참으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흔적이 느껴진다. 

시작에 있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물론 시인의 근본적인 세상 인식과 시각의 드러남, 시쓰기를 통해 세상과 관계맺고 싶어하는 의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우연하게도, 어제 백석의 시 '남신의주 유봉 박시봉방'의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라는 구절을 딴 안도현의 시가 있어 소개한다. 이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깊이 들어온 시이다. 안도현은 '외롭고 높고 쓸쓸한'이라는 시집도 낸 걸 보면 백석 시인을 흠모하고 있나 보다. 그러나, 시집에는 이 시 제목의 출처를 밝히고 있지 않았다.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

일생 동안 나무가 나무인 것은 무엇보다도 그늘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하늘의 햇빛과 땅의 어둠을 반반씩, 많지도 적지도 않게 섞어서
자기가 살아온 꼭 그만큼만 그늘을 만드는 저 나무가 나무인 것은
그늘이라는 것을 그저 아래로 드리우기만 할 뿐
그 그늘 속에 누군가 사랑하며 떨며 울며 해찰하며 놀다가도록 내버려둘 뿐
스스로 그늘 속에서 키스를 하거나 헛기침을 하거나
눈물을 닦거나 성화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말과 침묵 사이, 혹은
소란과 고요 사이
나무는 저렇게
그냥 서 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듯 보이는
저 갈매나무가 엄동설한에도 저렇게 엄하기만 하고 가진 것 없는 아버지처럼 서 있는 이유도 
그늘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빈한한 집안의 지붕 끝처럼 서 있는 저 나무를
아버지, 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때로는 그늘의 평수가 좁아서
때로는 그늘의 두께가 얇아서
때로는 그늘의 무게가 턱없이 가벼워서
저물녘이면 어깨부터 캄캄하게 어두워지던 아버지를 나무, 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눈 내려 세상이 적막해진다 해서 나무가 그늘을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쓰러지지 않는, 어떻게든 기립 자세로 눈을 맞으려는 저 나무가
어느 아침에는 제일 먼저 몸 흔들어 훌훌 눈을 털고
땅 위에 태연히 일획을 긋는 것을 보게 되는 날이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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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2010.09.28 06:07:40 *.41.16.144
먼벌 샤먼 수희향님~
혼자라면 결코 하기 쉽지 않았을 좋은 판 짜주신 것, 감사드려요.
출석부 댓글 달면서 비로소 잠이 깨고, 단군 일지 쓰면서 비로소 아침을 맞는 느낌이네요.
1기 하실 때 수희향님 단군일지 읽고 나도 해봐야지 하고 마음 내었더랬습니다.
나름 너무 감사한 시간이라 수희향님께 커다란 감사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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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7 16:28:09 *.118.58.122
영미님 안녕하세요 수희향이에요.

지난번에 그 내공 깊음에 댓글조차 달리 않고 지나갔던 몇 분들 중의 한 분이 영미님이세요..^^
하루 한 편의 시를 읽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찾아간다..
참으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단군일지를 100일 동안 작성하신다면 영미님의 세계가 너무도 깊어지고 확장될 것 같아
제 가슴이 다 설레입니다..

지금까지 100% 출석률을 기록하고 계시지만
새벽기상 습관화정도가 아니라 지금처럼 단군일지를 활용하시어
2010년 가을이 정말 의미있는 시간으로 꽉 채워지시기 마음 깊이 응원하고 박수 보냅니다.

좋은 시들 사이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잠시 노니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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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차
2010.09.28 06:35:45 *.41.16.144
박경리 작가의 시집, '우리들의 시간'. 
'토지'의 작가 박 경리는 두 권의 시집을 남겼다. 2000년에 발간된 '우리들의 시간'과 2008년 5월 작고 후 발간된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토지'와 같은 소설에서 눈을 외부로 돌려 역사를 살아가는 온갖 삶을 그리며 휴머니즘과 시대에 대한 비판을 그렸다면 이 두 권의 시집을 통해 밝힌대로 시를 통해서는 내면의 외로움과 울분과 그리움을 달래었다. 남편이 좌익으로 몰려 처형된 후 딸 하나를 데리고 평생을 글 하나에 매달려 산 삶.

박경리 작가가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시를 쓴다는 것은 큰 위안이었다. 자정적(自淨的) 과정이기도 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송두리째 빼앗겼던 저 옛날 일제시대, 학교라는 조직 속에서 몰래 시를 쓴다는 것이 유일한 내 자유의 공간이었고 6.25 고난의 세월 속에서는 나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 주기도 했다. 바라건대 눈감는 그날까지 내게서 떠나지 않고 시심(詩心)은 내 생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원하는 것이며 오늘 황폐해진 이 땅에서도 진실하게 살 수 있는 시심의 싹이 돋아나 주기를 간곡히 기원한다'고 하셨다.

작가의 시들은 뼈로 이루어진 속엣말 같았다. 시 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자정(自淨)하는 일기쓰기와도 같은 역할을 한 것 같다. 시 한편 한편을 읽을 때보다 시집 전체를 읽고 났을 때 큰 울림이 다가오는 것은 박경리의 삶과 문학세계가 이룬 경외감 때문인 듯 도 하다. 이 분이 이렇게 외로웠구나, 이 분이 이렇게 대쪽같이 꼿꼿하고 지사처럼 비분강개했었구나 하고 느끼었다. 죽음과 고독을 마주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 쓴 시들도 많았다.

나또한 나이 들면 노년은 산골에서 자연과 함께 보냈으면 하고 소망하고 있다. 원주에서 홀로 살며 외로움에 사무쳐하고, 수도관이 터져 온갖 기운이 달아나고, 땅의 기운이 회복되는 자연 속에서 충만함을 느낌과 아울러 사람들에게 절망하는 노년의 시인을 보니 그게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하고 느껴졌다.

문필가

붓 끝에 
악을 녹이는 독이 있어야
그게 참여다

붓 끝에
청풍 부르는 소리 있어야
그게 참여다

사랑이 있어야
눈물이 있어야
생명
다독거리는 손길 있어야
그래야 그게 참여다

스스로를 경책하는 글이기도 하겠지만 동시대의 작가들과 미래의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노작가의 따끔한 한 마디였을 것이다. 

글쓰는 굴레, 고뇌, 분노, 미움, 절망에 대해 얘기하며 스스로를 글쓰는 천형에 갇혀있었던 삶이라 토로하고 자유로운 춤과 노래, 굴레에 매이지 않은 삶에 대한 동경을 종종 읊기도 한다. 그 글쓰는 천형에 갇혀 수인처럼 살다간 삶이 있기에 우리는 '토지'를 만날 수 있었다.

사막

체크 무늬의 옷 입고
사막에 앉아 있던 여자 뒷모습
아주 옛날 사십여 년 전
사진잡지에서 보았던지

오싹오싹 피가 어는 것 같았다
왜 그랬는지
박제 같은 모습과 사막이
왜 내 피를 얼게 했는지

이제는 알 것도 같다
사람은 모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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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차
2010.09.29 06:24:34 *.41.16.144
박영근 시선집 '솔아 푸른 솔아'

백무산과 김선우가 1981년부터 2007년까지 발간된 박영근 시인의 시집 중에서 선택한 시를 엮어 펴낸 시집이다.
박영근 시인은 대표적인 노동시인으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샛바람에 떨지 마라'라는 안치환의 노래는 그의 시 '솔아 푸른 솔아'를 기반으로 한 곡이라고 한다. 

전주고 중퇴, 공장 노동자, 노동시인, 쪽방촌. 박영근의 삶을 대변하는 이 단어들이 박영근 시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 시를 읽으면서 삶의 정서가 일치되는 부분이 있어야 온전히 시를 읽어낼 수 있겠구나 깨달았다. 80년대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시위 현장에 있던 분들에게는 이 분의 시가 더없는 절절함으로 읽혀졌을 것이다.

내 정서에서는 시를 대하는 이 분의 자세를 알 수 있는 '서시'가 마음에 와닿았다. 

서시

가다가 가다가
울다가 일어서다가
만나는 작은 빛들을
시라고 부르고 싶다

두려워 떨며 웅크리다
아주 어두운 곳으로 떨어져서
피를 흘리다 절망하는 모습과
불쌍하도록 두려워 떠는 모습과
외로워서 목이 메이도록
그리운 사람을 부르며
울먹이는 모습을,
밤마다 식은 땀을 흘리며
지나간 시절이 원죄처럼 목을 짓누르는
긴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을
맺히도록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고 부딪치고
부딪쳐서 굳어진 것들을 흔들고
흔들어 마침내
다른 모든 생명들과 함께
흐르는 힘을
시라고 부르고 싶다

일하고 먹고 살아가는 시간들 속에서
일하고 먹고 살아가는 일을
뉘우치는 시간들 속에서
때때로 스스로의 맨살을 물어뜯는
외로움 속에서 그러나
아주 겸손하게 작은 목소리로
부끄럽게 부르는 이름을
시라고 쓰고 싶다

아주 마음이 아프고 시려오는 겨울의 초엽, 많은 위로가 될 '십일월'. 이 시를 읽고 아주 많이 공감할 누군가에게.

십일월

나 또한 십일월의 저 바람 속으로 무거운 몸을 부리고 싶다

바람은
나무들이 끊임없이 떨구는 옛 기억들을 받아
저렇게 또 다른 길을 만들고
홀로 깊어질 만큼 깊어져
다른 이름으로 떠돌고 있는 우리들 그 헛된 아우성을 쓸어주는구나

혼자 걷는 길이 우리의 육신을 마르게 하는 동안
떨어질 한 잎살의 슬픔도 없이
바람 속으로 몸통과 가지를 치켜든 나무들

마음 속에 일렁이는 잔등(殘燈)이여
누구를 불러야 하리
부디
깊어져라
삶이 더 헐벗은 날들을 받아들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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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차
2010.09.30 06:22:33 *.41.16.144
하종오 시인의 '입국자들'.

무엇이 이 분으로 하여금 탈북자, 조선족, 동남아에서 온 결혼 이주자와 노동자들에게 눈을 돌리도록 했을까?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사월에서 오월로' 등 주로 민족시, 민중시를 쓰시던 분이다. 
민족, 민중, 현실참여, 반독재 민주화, 자본주의, 식민주의, 계급 사회, 사회 소외계층, 이주민. 이런 식으로 관심 분야가 옮겨간 것일까?
'베드타운', '국경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그리고 '입국자들'. 줄기차게 탈북자와 조선족, 동남아 결혼 이주자와 노동자들에 대해 적고 있다. 

꽤 두꺼운 시집을  한시간 만에 읽은 것은 술술 쉽게 일화 위주로 적어낸 시들 덕분이다. 시라는 형식을 통해 이주민들의 삶에 대한 기록물을 접할 수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왜 그들이 떠나왔나, 여기의 삶은 어떠한가, 떠나온 고향의 삶은 어떠한가에 대한 사실적인 기록들이다.

그의 시를 읽는 독자들이 한번이라도 더 그들 '입국자'들의 삶에 대해 돌이켜보고 오늘의 우리 현실에 대한 자각을 가질 수 있기를 시인은 희망할 것이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이 시집을 택하였다. 시인의 한결같은 관심에도 놀랐다. 그야말로 입국자들 개개의 삶에 대한 순수한 기록이었다. 얼마전 최민식이 주연으로 나온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을 보았다. '러브 인 아시아'는 즐겨 보던 프로였다. 그런 영화가 있고 TV 프로가 있고 이런 시집과 글들이 있어 그들의 현실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었겠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이 바로 그들이다. 

숨 쉬는 공기마저도 남의 나라 것이라 부담스러워질 수 있는 이주민의 삶. 피부 색깔로 인해 서로를 이방인으로 낯설게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이 서글프다. 매년 5월 초에 청계천에서 세계음식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온갖 국적의 사람들이 자기 나라 음식을 만들어서 파는 신나는 음식 한 마당이다. 세계의 음식이 한 입에 들어가 뱃속에서 하나로 뒤섞이고 우리의 영혼도 뒤섞여서 나와 남의 구별이 사라지는 장소, 그곳에 꼭 가보기 바란다. 

장애

비 추적추적 내리는 월말 밤
가구공장에 근무하다
손가락 한두 마디씩 잘린
베트나미즈 호안 씨와
스리랑칸 카펠 씨가
퇴근길에 포장마차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는다

여러 달 봉급을 받지 못한
이들은 취한 척하다가
한순간에 도망치고
다리 저는 포장마차 주인은
가만히 바라보다가
새 손님을 맞이한다

비 추적추적 내리는 월말 밤
철망공장에 근무하다
손가락 한두 마디씩 잘린
뱅골리 아메드 씨와
타이랜더 쏨차이 씨가
퇴근길에 포장마차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는다

공장다니다 불구자 된 포장마차 주인은
이들도 또 도망칠지 모를
어두운 골목길을 내다보며
뒤쫓아가 잡을 수 없는
자신을 다행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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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차
2010.10.01 06:42:05 *.41.16.144
뱀사골 시인, 고정희의 유고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전남 해남 출생, 한국신학대학 졸업, 여성신문 초대 편집 주관, 탈식민지 시와 음악 워크샵 참가.
43세이던 '1991년 지리산에서 불의의 사고로 타계함', 

시집의 소제목들은 '밥과 자본주의', '외경읽기', '몸통일 마음통일 밥통일이로다', 사십대, 독신자. 
'고정희' 시인을 한번 읽어봐야지 마음 먹었으면서도 이러한 소제목과 민중, 통일, 여성해방, 자본주의 타도 등 강성의 주장과 구호를 되풀이할 듯한 80년대 '무기'로서의 시들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책장을 펴기가 쉽지 않았다.

모든 글들은 과녁에 꽂혀 부르르 떨기를 바라며 쏘는 화살이기는 하다. 무엇을 읊든 어딘가에 가서 꽂히기를 바라니까. 고정희의 시들은 좀더 직접적으로 사회의 썩은 구석을 도려내고자 하는 칼로서의 역할을 원한 시인의 분노와 울부짖음이 들어있었다

속에서 넘치는 시와 신명의 가락이 절로 흘러나와 쓰지 않으면 신병이 들듯한 주술적인 기운도 느껴졌다. 직관적이고 강직하고 선이 굵은 투사의 기운도 시의 기반으로 깔려 있었다.

몇편의 시구절들이 마음을 울린다. 

'네가 밥을 함께 나눌 친구를 갖지 못했다면/누군가는 지금 밥그릇이 비어 있단다/네가 함께 웃을 친구를 아직 갖지 않았다면/누군가는 지금 울고 있는 거란다/이 밥그릇 속에 이 밥 한 그릇 속에/이 세상 모든 슬픔의 비밀이 들어 있단다' - '밥은 모든 밥상에 놓인게 아니란다' 중에서.

평화를 전하러 가는 너희는/돈주머니를 지니지 말며/평화를 전하러 가는 너희는/양식자루를 지니지 말며/평화를 전하러 가는 너희는/여벌 신발도 지니지 말아라, 분부하신 그 말씀/내 오늘 깨닫습니다./그것이 평화의 길인 줄/그것이 평화의 길인 줄 - '평화를 위한 묵상기도' 중.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종기를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뇌졸중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자궁암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너는 너의 섬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풀잎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북풍한설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수중고혼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적막강산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흉곽진동을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 눈물샘에 관한 몇 가지 고백 중에서.

어느 날의 창세기

해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지 않는 것은
너그러움일 거야
강물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거스르지 않는 것은
너그러움일거야
나무들이 뿌리를 창궁으로 치켜들지 않는 것은
너그러움일거야
생명 있는 것들의 너그러움
부드러운 흙가슴의 너그러움
공기의 너그러움
천체 운행의 너그러움일 거야
별들이 저마다 주어진 길을 돌고
바람이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우듯
핏물이 밥사발에 범람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너그러움일 거야
세계인의 신음소리가 하늘을 덮지 않는 것은
일말의 너그러움일 거야
돌들이 일어나 소리치지 않는 것은
너그러움일 거야
어머니가 방생한 너그러움
임신한 여자가 담보 잡힌
너그러움일 거야
등뼈를 쓰다듬는 너그러움
살기르 풀어내는 너그러움
아아 우주의
너*그*러*움*일*거*야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 모든 사라지는 것들을 뒤에 여백을 남긴다 중에서.

고정희의 시에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귀절들을 많이 만났다. 사십대에 들어서며 가야할 길이 많이 남지 않음을 예감하고 가야 할 저만치 길에 어른거리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고 있던 시인. 남겨질 시 한 두편을 위해 수백편의 시를 연습하며 삶을 닦은 시인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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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차
2010.10.02 11:50:28 *.41.16.144
김 수영 시선 '거대한 뿌리'

김 수영 시인을 읽기전 일말의 긴장으로 도전!을 외쳐야 했다. 시집 제목처럼 김수영의 세계는 왠지 거대하게만 여겨져서. 새벽에는 잠이 제대로 깨지 않아 출석부 쓴 후 한시간도 못되어 다시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아이들 학교간 지금, 김수영 시선을 이제야 다 읽었다.

풀, 눈, 달나라의 장난, 헬레콥터, 하....그림자가 없다, 누이야 장하구나, 푸른 하늘은, 거대한 뿌리, 먼 곳에서 부터.. 교과서에 실렸던, 여기 저기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는 글을 통해 김수영 시인의 많은 시들이 이미 익숙하다.

1921년 출생, 일본에서의 고등학교 재학, 연극 심취, 귀국 후 영문과 편입, 6.25 전쟁시 공산군 징집, 2년간의 포로수용소 생활, 석방 후 미군 통역, 신문사 기자, 4.19 혁명, 대학 강사 등의 생활, 1968년 48세경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망. 

댄디, 모더니즘 이런 말이 절로 생각나는 나른한 시풍이 가득한 시와, 많은 것들을 적으로 규정하는 긴장된 의식, 그리고 혁명의 외침으로 고양되어 있던 절박함이 넘치던 몇 편의 시 등, 한 일생을 거쳐오는 동안 시인의 의식이 반응하고 변화하며 쏟아낸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들은 김수영의 삶과 연결해서 이해할 때에야 이해의 실마리를 가질 듯하다. 이해가 안되면 그냥 가슴으로 읽으면 된다는 '시' 답게 모호한 상징으로 읽히지만 왠지 가슴에 묵직하게 가라 앉는 시편들이 많았다. 얼마전 '하녀'의 오리지날판을 EBS에서 보았었다. 하녀가 여러번 거론된 김수영의 시에서 그 영화 '하녀'에 나온 우유부단한 음악가 가장이 연상되었다. 

시인은 1940년, 50년, 60년. 우리 역사에서 가장 혼란이 가득한 격동기를 살았다.  전쟁과 포로수용소의 경험으로 많은 것에서 '적'을 보는 약간의 트라우마와 비틀린 의식. 혁명에 고양되었지만 뒤이은 현실에 따른 절망, 더 이상의 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지식인의 고뇌. 이런 것들이 시적 긴장감과 감수성으로 가득한 시인의 의식과 맞물려 시대의 불안감과 위태로운 변화에의 의지를 대변하는 시를 낳았다. 

'풀', '눈', 팽이가 돈다로 시작되는 '달나라의 장난', 헬리콥터, 하.. 그림자가 없다,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등 많은 김 수영의 싯구들은 많은 후대 시인들의, 작가들의 정신 속에 거대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중 내 마음에 가장 다가온 시는 김수영의 다른 시들과는 좀 구별되는 '나의 가족'이다. 

나의 가족

고색이 창연한 우리집에도
어느덧 물결과 바람이
신선한 기운을 가지고 쏟아져 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침이면 눈을 부비고 나가서
저녁에 들어올 때마다
먼지처럼 인색하게 묻혀가지고 들어온 것

얼마나 장구한 세월이 흘러갔던가
파도처럼 옆으로
혹은 세대를 가리키는 지층의 단면처럼 억세고도 아름다운 색깔 -----

누구 한 사람의 입김이 아니라
모든 가족의 입김이 합치어진 것
그것은 저 넓은 문창호의 수많은
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겨울바람보다도 나의 눈을 밝게 한다

조용하고 늠름한 불빛 아래
가족들이 저마다 떠드는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전령(全靈)을 맡긴 탓인가
내가 지금 순한 고개를 숙이고
온 마음을 다하여 즐기고 있는 서책은
위대한 고대 조각의 사진

그렇지만
구차한 나의 머리에
성스러운 향수와 우주의 위대감을 담아주는 삽시간의 자극을
나의 가족들의 기미 많은 얼굴에 비해보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곳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
죄없는 말을 주고받는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안에서
나의 위대의 소재를 생각하고 더듬어보고 짚어보지 않았으면

거칠기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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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차
2010.10.03 06:30:49 *.41.16.144
최치원 선집 '새벽에 홀로 깨어', 김수영 편역.

천년전 신라 시대 그분, 최치원의 현대어로 편역된 한시집이다. 천년전 사람의 시상도 궁금했지만 제목에 끌려서 집어 들었다. 

12살에 당나라 유학, 벼슬길에 올라 17년을 머문 후 서른이 되기전 신라로 귀국. 10년의 신라 조정 생활, 왕건, 견훤이 세력을 얻기 시작하던 신라말의 극심한 혼란기에 속세를 버리고 산 속에 은거. 최치원의 삶이다. 당시 신라 뿐만 아니라 당나라에서도 뛰어난 문장가로 이름이 드높았다고 한다. 

옛싱인이 은거 후에 적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시 한 수.

가슴 속 생각을 적다

세상만사 어지럽게 얽혀 있고
근심과 즐거움 또한 다단하여라.
부자도 만족하지 않는 듯하니
가난한 자가 어찌 안분지족하리.
통달한 이라야 영예를 버리고
초연히 홀로 올바로 보지.
누가 말했나. 허리 굽히는 일 부끄러워
산수간에 일찍 돌아가겠노라고.
힘써 농사지으면 또한 거두는게 있어
기한은 거의 면할 수 있지.
평지에서도 풍파가 일고
평탄한 길에서도 험난한 일 생기네.
세상과의 사귐 사절했으니
세속 일이 어찌 나를 괴롭히겠나.
농부가 때때로 찾아오나니
농사일 이야기하다 웃기도 하네.
가고 나면 산에 지는 해를 요량해
고요히 사립문을 닫네.
지음이야 세상에 하나 없지만
아서라, 한탄해 무엇 하겠나

25세인 881년에 중국인 오첨에게 보낸 시.

곧은 길 가려가든

어려운 때 정좌한 채 장부 못 됨을 한탄하나니
나쁜 세상 만난 걸 어찌하겠소.
모두들 봄 꾀꼬리의 고운 소리만 사랑하고
가을 매 거친 영혼은 싫어들 하오.
세파 속을 헤매면 웃음거리 될 뿐
곧은 길 가려거든 어리석어야 하지요.
장한 뜻 세운들 얻다 말하고
세상 사람 상대해서 무엇 하겠소.

시를 읽으며 최치원의 삶을 되짚어 돌아보니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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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2010.10.04 07:05:11 *.41.16.144
^^ 쑥쓰럽네요. 혼탁함 이면에 담긴 사물의 선한 모습을 발견해내는 사슴 눈망울로 살고 싶은건 맞습니다. 혼자 유유자적하는 건 빼구요. 함께 가고자 하는 승호님의 의지, 저도 박수 보냅니다. 짝짝짝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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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0.10.03 22:38:24 *.117.112.62
우스개 이야기 하나.
학창시절 국어 선생님께서 주관식 문제를 내셨다.
"000시인이 쓴 시에 나오는 동물로써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 누구게?"
"기린 입니데이."
"......"

두번째 뵙지만 조영미님의 이미지는 사슴과 닮은듯 합니다.
투명한 눈동자를 통해 사물의 선한 모습을 발견해 내는 그 어여쁜 사슴이.

참 대단하십니다. 좋은 시를 이렇게 100일동안 천일야화를 하시다니.
내적인 포스와 열정이 저를 숙연하게 만드네요.
옳고 곧은 자신의 길을 추구하시는 조영미님을 위해서 다시한번 갈채를 보냅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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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03 07:34:43 *.154.223.196
오늘은 천 년 전 시인이군요. 시 잘 읽고 있어요. 햇살 좋은 일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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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2010.10.04 07:02:39 *.41.16.144
아, 감사해요. 윤정님이 청룡부족 수호장처럼 보이더라구요. 함께 가는 힘을 위해 원력내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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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4 04:47:34 *.151.166.64
영미님, 어제 반가웠습니다. ^^
분명하고, 확실한 새벽활동목표를 가지고 100일을 알차게 엮어가고 있는 영미님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100일을 다 달려가고 나면 그 누구보다 많이 성장해 있으실 것 같아요.
100일 파티 때 신나게 노는 날을 기다리며 우리 함께 신나게 달려가요. 단군일지 정말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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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2010.10.04 07:01:33 *.41.16.144
감사해요, 은하님, 어제 뵙고 많이 반가웠어요. 한결같은 걸음으로 든든하게 은하님이 같이 걸어가니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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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차
2010.10.04 06:58:35 *.41.16.144
황지우 시집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 지성 220. 1998년 발간.

시를 읽으며 혼란스러웠다.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시형식에 많은 실험과 파격을 해온 시인답게 빛나는 구절들이 여기 저기 조각처럼 깔려 있는 한편, 전체적인 시상들은 우울하고 혼란스러웠다. 

시인은 90년대에 '우울, 상실감, 분열, 환각, 공포, Flights of Ideas 증세와 관련된 유사-광증을 실험했던 것이며 이는 앞서 말한 우리 삶에 유지되고 있는, 그래서 더욱 지옥 같은 혼돈에 대응'하며 시를 썼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어떤 착란적인 것'도 시적이며 '어떤 선적인 것'도 시적으로 체험하였다고 했다. 그리하여 정신병리에 관한 그의 심취는 '어두운 禪'이었다고. 환자로서 병을 앓으면서 병을 가지고 깨달음을 실행했던 유마힐 생각이 많이 났다고도 했다. 

그 말 그대로 황지우의 시들은 어질 어질했다. 시대가 정신 착란을 앓고 있으니 시인도 정신 착란을 앓아야 하는 것인가 싶은 의문이 들 정도로. 얼마전 황지우 시인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직에서 외압으로 물러났다. 58세의 나이에 총장직을 물러난 것은 개인으로 봐서 비애이지만 시인으로 보아 어쩌면 다시 시를 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모른다. 

시인은 1998년 발간된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이후에 시집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착란적인 것을 쓰는 '어두운 禪'으로서 시쓰기의 실험이 실패한 것 같다. 이미 이 세상 영욕의 온갖 연꽃과 진흙밭을 통과해 왔으니 이제 어떤 '선적인 것'으로서의 시쓰기를 다시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황지우 시인을 보니 굳이 시인이 유마의 병을 앓는다고 제 썩은 환부만을 드러내는 시쓰기를 실험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미 충분히 세상은 혼란스럽고 마음은 혼탁하기만 한데.. 치유의 맑은 감로수 한그릇 내어놓는 존재를 시인에게서 바라보는게 우리 맘인데...

발작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이거
우주 기적奇蹟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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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2010.10.04 10:21:52 *.143.199.187
어제 만남 참 반갑고 좋은 시간였습니다.
모임자리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오면 어쩌나 고민했었는데..
영미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참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어요.
장소도 한몫 한듯 하구요. ^^
부족원님들이 말씀하시는 걸 가만 듣고 있으면 정말 한가지 이상씩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더라구요..
저도 시를 좋아했었는데..영미님처럼 깊게는 아니였지만요..
시를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렴풋이 알겠더라구요.
사실 저도 아주 가끔은 일기장에 시를 적고는 해요...그냥 혼자 쓰고 읽는 것만 으로도 행복을 느끼면서요 ㅋㅋ.
영미님의 글 자주 볼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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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라
2010.10.04 12:44:03 *.97.192.79
오늘 시는...
저를 돌아보고 회상하게 하네요.
영미님의 편안함과 내공을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느끼셨네요. ㅎㅎ
훗날 영미님의 시로 가득찬 단군일지를 상상해 봅니다.
오늘의 시, 선물도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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