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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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세

  •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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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9일 06시 12분 등록
너에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줄께.

내가 태어나고 살았던 부산은 유난히 산과 언덕이 많았고 학교들도 평지가 아닌 언덕에 있는 경우가 흔했지. 그래서 언덕에 있는 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그 언덕을 저주하며 고교 3년 동안 굵은 종아리를 가지게 되었어.

엊그제... 나는 그와 같은 굵은 다리를 가진 테이블 하나를 완성했어. 물론 처음부터 그런 비례를 의도했던 건 아냐. 완성하고 보니 비례부터, 색, 크기가 모두 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그 책상은 작업실 맞은편 할아버지(통나무 문제로 등장했던 예전 할아버지) 집 이층 부엌에 놓일 물건이었어.

마음에 들지 않는 테이블을 드리기는 싫었어. 생각 끝에 다른 나무와 다른 비례로 다시금 테이블을 새로 하나 만들었어. 처음 만든 것이 소녀(?) 같은 빈티지 스타일이라면 이번에 만든 것은 날카로운 선이 살아있는 아주 반듯한 정장 차림의 여성을 연상시키는 스타일. 두 개의 테이블을 보고 선택하시길 바랬어.

의뢰를 하셨던 아주머니가 오셨고 두개의 테이블을 보았어. 어느 것을 고르실까? 두번째 만든 것을 고르시겠지. (두번째 만든 것이 더 비싸 ^^;;;) 아주머니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애기하셨어. "둘 다 마음에 들어요. 둘 다 가지고 싶어요."

빈티지 스타일의 테이블을 할아버지 댁으로 옮겼어. 이층에 있는 부엌에 테이블이 들어가고 나서 놀랐지. 흰색의 싱크대와 테이블의 다리 벽지와 테이블 상판이 어울리며 마치 이 테이블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제대로 들어온 것처럼 색, 비례, 크기가 맞는 거야. (최초에 테이블을 만들 때 그 부엌을 확인하고 만들었는데 그 부엌은 잊고 테이블만 보고 있었나봐. 자뻑 모드야...ㅎㅎ)

테이블이 놓이고 할아버지와 마주앉자 이야기했어. 앞으로 할아버지만의 식탁이 될 테이블에서 할아버지의 사진 앨범과 직장 시절의 자료와 에피소드가 펼쳐지기 시작했지. 1932년생인 할아버지와 1977년생인 나는, 각자의 주재원 시절 이야기에, 고등어 회에 얽힌 각자의 추억에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너무나도 짧았지만 긴 시간을 이야기했어.

어느덧, 시간은 새벽 2시를 지났고 테이블 위에는 할아버지의 추억 자료가 수북히 쌓였지. 할아버지와 아주머니, 나는 새삼 가구의 중요성에 공감했어. 이 테이블이 없었다면 이런 추억도 쌓지 못 하고 애기하지도 못 했을 거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주머니의 문자 하나가 들어왔어. '오늘 아빠가 신나게 대화하시는 모습 뵈니 너무나 감사 드립니다. 큰 선물이 되었어요. 간소하게 테이블 비용 보냅니다. 안전히 어디든 잘 다녀오세요.'


그 동안 잊고 지냈나 봐. 내가 단군 프로젝트를, 목공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 느낄 수 없었던 즐거움... '동경표류'라는 책에서 가구가 없는 방에 대해 읽은 적이 있어. '가구가 없는 내 방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일순간 당황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들 나름대로 방에서 자신의 위치와 자세를 취하게 된다.' 주위의 부가적인 것들을 배제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취하게 된다는 애기일까? 이 때 가구는 인위적인 틀이 되는 것일까?

내가 어두워지고 점점 무기력,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건 본질적인 흥분과 몰입을 잊고 목공을 어떤 틀에 맞출려고 했기 때문이야. 지금 이대로 기쁜 것임을 잊었지.

어떤 나이든 남자가 있었어. 그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똑바로 걸어나가면 분명 자기가 있던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실제로 알고 싶었어. 그래서 그는 문을 열고 똑바로 걷기 시작했어. 그리고 이웃집에 다다랐어. 똑바로 가려면 사다리가 필요하겠어. 그럼 사다리를 운반할 리어카가 필요하겠어. 그럼 리어카를 운반할 짐꾼이 필요하겠어. 그럼 리어카와 짐꾼을 집 너머로 운반할 기중기가 필요하겠어.......그럼 그 기중기를 운반할 아주 큰 리어카와 짐꾼이 필요하겠어.

최성우...지난 300일...너의 그림자가 어떠하디? 어떤 모습으로 있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디?
심각했지. 한숨이 나왔어. 무언가를 꾸미고 덧붙이고 틀에 맞출려고 했어. 멍청하다고 세상 물정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난 감사해. 하루 2시간...이 새벽이 나에게 준 변화, 사람들, 천복에 감사해. 이 새벽을 기쁨과 함께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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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1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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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09 14:33:26 *.123.218.237
<VAREKAI_001>
가구학교의 CD RACK 디자인 스케치에 이어  Consol의 아이디어 스케치, 디자인 스케치가 진행중이다. 모티브를 가져오기...어디서 가져온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폭포'다. 폭포를 주제로 아이디어 스케치를 전개해 간다.

폭포가 주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갑작스러움, 비가역성, 이 세계와 저 세계의 단절, 새로 태어남, 필사적인 힘... 몇주전 서점에서 매력적인 책을 한권 발견했다. 할인 코너에 널려 있는 책이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책 가격이 만만치 않았으나 아니 살 수 없다. TASCHEN 출판사의 THE BOOK OF SYMBOLS(Reflections on archetypal images)...

새로 만든 책상에서 차분히 아침을 맞이하며 폭포(Waterfall)의 영문 내용을 적고 해석했다. 책의 폭포 상징으로 나온 그림은 katsushika hokusai 작가의 AMIDA... 이 그림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한국 작가가 그린 폭포 이미지를 찾아봤으나 나오는 것이 없다.)

Amida-Waterfall-on-the-Kisokaido-Road-(Kisoji-no-oku-Amidagataki).jpg

Waterfall

Hokusai's wood-block print depicts a waterfall of which the name, Amida, reflects the perceived resemblance between the waterfall's round gorge and the luminous halo of Amida, the Buddha who presides over the Western Paradise. The swirling current of the waterfall is contained within the almost perfect circle of rock before cascading in white streams down the black face of the sheer cliff to seemingly abysmal depths. The human figures in the foreground preparing a picnic are diminutive in proportion to nature's splendor(Singer, 323)

A waterfall is a cataract, a "breaking" or "down-rushing" of water over a precipice. We hear the ceaseless thundering of a waterfall before we see its seething, perpendicular rapids and the enveloping mists born of torrential, continuous downpour uniting highest and lowest. In its natural setting of rainforest, woods and mountains, the force and beauty of a waterfall seem sublime and sacred. "Amid the waters, under the high cliff…even the sluggish soul can rise to the noblest concerns, "wrote the fourteenth-century humanist Petrarch of his favorite haunt, a waterfall in Vaucluse, Provence, the course of the river Sorgue (Petrarch, 105, 124)

    ⁃    The descent of a great mass of water can also over-whelm us. The waterfall has been imagined as s stream feeding the dark realms of the underworld and circling up to issue again from craggy heights. It has suggested the descent of the immutable into an ever-dividing stream that defies capture, cannot be contained, is eternal movement, eternal change, generating life and death. One can be broken in the tonnage of the waters:"Deep calls to deep at the thunder of your cataracts;all your waves and billows have gone over me," cries the Psalmist to his god(42.7). In Chinese tradition, the waterfall represents the autumnal, yin aspect of the dragon's water power; it plunges into the water, its claws are the spouts of foam(Desai, 3).

Human beings have learned to exploit the water-fall's hydroelectric power in order to drive technology, but in so doing they destroy the waterfall and devastate the land to which it belongs and contributes eco logically. The waterfall itself is an emblem of balance. Chinese landscape paintings portray the waterfall in contrast to the upward movement of the rock face over which it descends, and the dynamic movement of its rushing waters with the stillness of the rock.

Desai, Helen. Unpublished Essay.
Avery Brundage Asian Art Museum. SF, 1997.
Petrarca, Francesco. Letters from Petrarch.
Bloomington, IN, 1966.
Singer, Robert T., et al. Edo, Art in japan
1615-1868. Washington, DC. 1998.

이 이미지와 개념을 정리하여 아이디어 스케치를 전개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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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0 11:50:22 *.123.218.237
<VAREKAI_002>
밤새 이상한 꿈에 시달리며 끙끙 앓다가 일어나니, '아뿔사...일어날 시간을 넘겼네...' Consol 아이디어 스케치와 디자인 스케치를 진행해야 하건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번 CD Rack  작업 때는 '대나무'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 대나무가 흔들리며 우리에게 들려주는 소리, 그리고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두 주인공이 숲에서 대나무 소리를 듣고 있는 포스터...2차적인 모티브는 '대나무는 어떻게 소리를 내는 것일까?'라는 물음이다. 대나무는 꺽어지지는 않지만 바람에 따라 부드럽게 흔들린다. 그 움직임으로 시원한 소리를 안고 있다. 그 부드러움이 '임금님은 당나귀 귀'라는 뱉지 못 하는 애기마저 안아주는 것일까

그러면 그 부드러운 흔들림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장쯔이가 나오는 무협영화(남자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겠는데 이름이 떠 오르지 않는다. 여자 주인공만 떠 오른다. ㅎ)에서 대나무 위에서 펼쳐지는 무술 장면이 있다.  그와 같은 대나무의 부드러움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나무의 대가 연해서?, 속이 비어 있어서? 대나무가 가늘고 길어서?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나무가 부드럽게 휠 수 있음은 대지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대지에 굳건히 뿌리박혀 있지 않으면 부드럽게 휠 수 없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없음이다. 외부에서 흔들어도 그 흔들림에 꺽이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음은 대지에 자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 때 동기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디자인 안을 설명하는데 맘에 차지는 않았다. 시종 뒤쪽에 서서 아무말 없이 웃음만 짓고 계시는 교수님, 동기들의 날카로운 질문들... 그 모든 것은 뒤로 하고서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CD Rack...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할 뿐...)

그 부드러움을 표현하고자 만든 CD Rack은 긴 시간을 필요하지 않았다. 점심 시간에 쓱삭쓱삭 만든 키노트와 스케치 업 프로그램으로 발표할 수 있었다. 그런데 Consol 은 시간이 걸린다. 여유가 있었기 때문인가... 시간이 꽤 흘렸고 어느새 창으로 고개를 돌리니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다. '아 놔~ ' 천원짜리 몇장을 들고 편의점으로 향한다. 생맥주 하나와 안주거리 하나... 어릴 적 아버지 술 심부름을 꽤 다녔다. 이런 날 술 한잔을 걸치시는 아버지가 잘 이해되지 않았었다. 그러던 내가 빗줄기 바라보며 맥주 캔 하나를 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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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1 21:54:50 *.136.209.2
리스본으로 향하는 지도책은 샀는감? ^^
고물고물 기쁨으로 내 세상 하나 만들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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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0 16:26:33 *.98.16.15
Step by Step.. 이 말이 왜 지금 떠오르지..?
이번 3백일차는 그대야가 내게 화두를 주네.. 나야말로 잘해볼께 ㅋ
그대야는..? 늘 그렇듯이 답은 이미 품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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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1.05.10 18:46:20 *.117.112.82
킥오프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당신만의 매력이 몽실 몽실 느껴졌습니다.
젊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또다른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그것을 직접 실천에 옮기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300일차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쁘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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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1 21:53:29 *.136.209.2
몇일 뒤 또다시 애기나눌 자리를 기대합니다. 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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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1 21:58:26 *.136.209.2

<VAREKAI_003>
승완형의 우드펜 수리...사각사각 정리하고 오일 칠하고 다시 사포질 하고 다시 오일 칠하고 빛에 한번 비쳐보고 고이 내 방 책상위에 두었다. 며칠간 변화가 있는지 확인 들어간다.

Follow your bliss...문구가 선명하다.

2011-05-11_07-59-01_943.jpg

Band Saw 수리에 팔을 걷어 붙였다. 지난번 무리하게 나무를 자를려고 밀어넣었다가 철제 톱날이 끊어져 버렸다. 톱날이 끊어지면 어떤 느낌이냐고? 걍 한번 당해 보면 안다. 톱날을 주문하고 셋팅을 했건만 나무를 자를려고 하면 계속 불꽃이 튄다. 어딘가에서 비정상적인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는 애기다. 그대로 무리하게 기계를 쓰면 어느 순간에는 더 큰 일이 발생한다. 예전에 본 공각기동대(Stand alone complex & innocence)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행운이 세번 모습을 드러내 듯 불행 역시 세번 징후를 나타내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보지 않고, 눈치챈다 해도 말하지 않고, 말해도 듣지 않는다. 그리고 파국을 맞게 되지.' 기계 역시 마찬가지다. 반드시 징후를 드러낸다. 그것이 약간의 이상한 소리라던가, 작은 불꽃이라던가...

유투브에서 작업실에 있는 기계의 셋팅 방법을 찬찬히 들어다 본다. .key point는 회전하는 톱날을 고정시키는 지지대와 톱날의 간격이다. 그 간격이 너무 넓으면 회전하는 톱날이 휘어지며 갑자기 끊어질 수 있고 그 간격이 너무 좁으면 필요이상의 마찰로 문제가 된다. 그 적절함은 어떻게 찾을까? 메뉴얼을 찾으면 0.xxx간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나올 것이다. 이론은 멀리 있다. 그 수치를 어찌 정밀하게 맞출까?

'선과 오토바이 관리술'이 생각나다. 주인공은 헐거워진 오토바이의 핸들과 축을 맥주캔의 알루미늄을 잘라서 조정한다. 그것을 지켜보던 주인공의 친구는 경악을 금치 못 한다. 마치 자신의 BMW 명품 오토바이에 맥주캔 깡통을 잘라 넣는 것은 숭고한 명품 기계에 대한 불경인 것처럼... 그러나 최첨단 재료 공학이 적용된 독일의 간격 조정용 부품도 본질은 마찬가지이다. 적절한 마찰과 두께라는 본질.

무엇인 본질인가...적절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간격의 대답은 아래 사진에 있다.


2011-05-11_07-13-34_49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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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1 22:32:02 *.123.218.237

<<VAREKAI_003-1>

발표는 성공적이었다. PREZI 라는 새로운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한 덕분에 주목을 끌 수 있었고 폭포라는 모티브에서 Breaking, Hightest & Lowest, 미스테릭, Power, Down, Balance 라는 2차적인 모티브를 추출해냈고 이틀간에 걸친 아이디어 스케치에 이은 디자인 스케치를 만들었다.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까탈스러운(다들 자기만의 세계가 강한) 동기들 중 다수가 '사고 싶다., 재미있다.'라는 반응을 내놓고 보인 점이다. 더군다나 디자인 스케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도 얻었다. 아니다. 그 보다 더한 것은 '전달했고, 전달 되었다'는 점이다.

물건에 대한 일반적인 구매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우선은 Needs 다. 필요성...그리고 가치가 보여질 때 Wants가 구매자의 마음속에 일어난다. 그러면 여기서 구매가 끝나는 것일까? 아직 멀었다. Needs가 하나의 줄기라면 거기서 태어나는 꽃이 Wants다. 그러나 그 꽃이 다시 열매로 태어나기 위해서 '조건'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구매자가 다수의 조직일 때는 결정권자와 사용자로 나누어지고 개인일 때도 수많은 변수들 중 일부가 만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매일 영업과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어찌 그들을 하나의 창에 다 꽬 수 있을까)

디자인 스케치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본다. 우선은 '한정'에 있다. 단순히 디자인 스케치만을 들고 나가서 발표해서는 디자인 스케치의 모든 것을 표현하기 힘들다. 이것이 왜 있었야 하는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써야 되는지에 대한 '한정'이 전달 되어야 한다. 그 위에서 디자인 스케치는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네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서 디자인 스케치를 한 사람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구매자 혹은 소비자는 디자인에 대해서 감각적이고 직관적으로 애기할 수 있지만 그 디자인을 만든 사람은 그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 디자인을 애기하는 순간에는 이 디자인이 너무나도 맘에 들어야 하기에...)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고심한 만큼 기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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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2 20:50:44 *.136.209.2
<VAREKAI_004>

오늘은 봄소풍에서 꿈벗들에게 줄 조그마한 선물의 Proto model을 만든다. 일정 부분 진행을 하고나서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기 위해 기계 부품을 찾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어라리요...어딜 갔담?' 한시간 가까이를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녔으나 원하던 것을 찾을 수 없다.

Plan B... 이 방법이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야지...이내 벽에 부딪친다. 효율성 보다는 물건이 내 맘에 들게 만들어져 나오냐가 관건인데 Plan B...좋지 않다.

그리고 보니 작업실이 꽤나 복잡해 졌다. 내가 이 작업실에서 보낸 시간만큼 작업실도 변했다. 좋게 말한 것이 변한 것이지 지저분해졌다. 작업실을 쓰는 이는 두명뿐인데 둘 다 정리 정돈하고는 거리가 먼지라 때때로 발 디딜 곳을 찾기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날 잡아 청소 한번 해야 하리라.

부품아. 내일은 얼굴을 내밀어 주지 않으련?

※ 작은 나무 조각들이나 톱밥을 포대째 실어 가실 분, 두 손 들어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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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4 11:33:43 *.121.41.236
많은 준비하신 것 같은데,
 봄소풍....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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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4 22:08:38 *.136.209.2
당근입니다. (이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ㅋㅋㅋ)
어서 오소서
두 손 들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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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4 22:07:44 *.136.209.2
<VAREKAI_005>
이 무슨 징크스일까? 300일차를 시작하니 덩달아 일도 바빠진다. 몇일째 심한 야근에 오늘은 휴일 근무에... 영국의 어떤 사회학자가 이런 법칙을 남겼다고 한다. 일은 투입하는 시간에 비례하여 늘어난다. (다른 법칙만큼 유명세를 떨치지 못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법칙을 듣고 꺼림직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는 아닐런지...) 맞는 애기일 것이다. 바쁘면 중요도보다는 긴급한 일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일을 많이 한다고 잘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정작 중요한 일은 손도 못 댄체... 새벽에 일어났으나 방문 문고리를 붙잡다 그대로 잠들었다. (다시 일어나니 왜 이불을 덮고 있을까? ㅠㅠ)

쿨했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잠든 거 잘 잤다라고 맘 속으로 외쳤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 하겠다. 내 손에서 빠져 나갈려는 하루 2시간....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두시간을 움켜쥐고 싶다. 이제 그 2시간이 무엇인지 알겠다. 글이나 말이 아닌 마음으로 알겠다.

더 이상 빠져나가게 가만 두지 않을테다.
모래 같이 빠져나갈려면 암석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요, 물 같이 빠져나갈려면 얼음으로 만들어 손아귀에 쥘테다. 
이 악물고 너를 붙잡을테다.
세상 없어도 너는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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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1.05.15 20:04:36 *.220.137.53
성우님!
만나보고 나서 일지를 보니, 느낌이 다르네요. 300일차 힘껏 응원합니다.
이번 재도전, 저는 저의 수련에 성공하도록 애써 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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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6 21:31:12 *.136.209.2
저도 명희님 처음 뵙고 깜짝 놀랐습니다. 인상이 너무너무 고우셔요. @@
아직 사우님들 단군일지에는 글을 안 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 맘으로 모두의 건승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명희님도 화이팅(!)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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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6 21:34:27 *.123.218.237
<VAREKAI_006>
가구학교 일학기 중간 과제가 나왔다.

1. 주제 : 발상의 自由와 휴머니즘
2. 소주제 : 한국전통의 현재적現在的 재창조
3. Item : 다리가 없는 침대 디자인
4. 제한 사항 : 없음 - 무제한
5. 대상 : Studio에 재학중인 해당 도제 연구생
6. 제출 기한 : 2011년 5월 17일(화)2:00pm 까지
 
디자인에 관한 숙제건만 나는 우선 누구나가 알며 꽤나 긴 사변적인(?) 애기를 풀어야 겠다.

1. 가구의 다리에 대한 정리

가구의 다리란 무엇일까? 분류해서 내려가보자. '다리'란 가구의 일부분으로 여러가지 역활을 한다. 그 역활을 나열해 보자.

 첫째, 가구의 지지 역활을 한다. 가구를 사용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가구가 역활을 제대로 하기 위한 안정적인 지지 구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의 작업실인 고양이 빌딩 애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책상을 갖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볼 수 있는데 비단 그에게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침대의 다리는 사람이 침대에 누을 뿐만 아니라 걸터 앉을 때의 적정한 높이도 경제적으로 맞추어 준다. 경제적이라 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커다란 판이나 통나무가 아니라 적당한 크기의 네개 혹은 여섯개의 다리만으로 그 높이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침대에서 다리는 경우에 따라 공간 확보의 역활을 한다. 일본 원룸의 작은 방을 보면 침대 밑에 서랍장이 있는 경우가 있다.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집어넣기 좋은 구조를 만들어 낸다. (혹은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을 만들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와 자기의 침대 밑에 무언가 있다는  생각에 괴로움을 털어놓는 남자가 있었다. 정신과 의사는 2주에 한번씩 정신과를 오고 안정제를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환자는 그 이후로 찾아오지 않았고 어느날 길에서 우연히 그 환자를 만난 의사는 왜 치료를 받으려 오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가 애기했다. "친구한테 애기했더니  확실한 방법을 가르쳐 주더라구요. 톱으로 침대 다리를 다 잘라냈더니 숙면을 취할 수 있더라구요....")

셋째, 미적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대부분의 가구가 다리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숙명적인 구조를 가지고 태어나기에 다리는 그 가구와 미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완성되어야 한다. 우리가 애기하는 S라인 각선미, 팔등신이 꼭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애기는 아닐 것이다.

2. 한국의 가구 다리

한국의 전통 가구에는 서양식 침대가 없다. 이는 한국의 가옥이 온돌 난방 구조이기에 따뜻한 방바닥에 이불을 펴고 눕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 조상이 난방을 온돌로 선택했는지는 별도의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인의 다리처럼 자신의 다리를 뽐내는 한국의 가구가 있는가?

소반이다. 자신만의 다리를 자랑스럽게 뽐내며 그 역활을 다하고 있다. 소반의 종류를 분류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다리의 모양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개다리를 닮은 구족반(盤), 호랑이의 다리를 닮은 호족반(盤), 말의 발같이 조각한 것은 마족반(), 다리를 대나무 마디같이 조각한 것은 죽절반()이라 부른다.

이내들은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며 앞서 애기한 지지구조, 공간 확보, 가구의 본래 기능을 위한 적절한 높이 확보, 그리고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럼 이 한국의 토종 다리들은 어떤 요소를 끄집어 낼 수 있는가? 먼저 자연과 친숙한 동물에서 그 형상을 끌어다 썼다. 눈을 감고 가구를 떠올려 보자. 서양의 고전 가구 중에서 이와 같은 형상을 끝어다 쓴 가구들이 떠 오르는가? 자연과 친숙한 동물의 이미지를 끌어다 쓴 가구가 어디 한국에만 있을 수 있게냐만은 한가지 더 특징적인 것은 그 안에는 '해학'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직관적으로 소반의 개다리 소반과 호족반을 떠올려 봤을 때 자연스러운 엷은 웃음이 지어지는 것은 오직 나 뿐일까? 그러면서도 소반의 다리들은 어느 하나의 디자인으로 획일화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각 지방에 따라 쓰임새에 따라 각각의 독특한 개성을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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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7 00:00:04 *.123.218.237
<VAREKAI_007>

3. 가구 다리 대신에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과제를 수행하기 이전에 다른 선배들이 해 온 방법들을 들었다. 흔히들 '다리 없는 가구'를 위해 내놓은 답은 자기열차와 같이 자기를 이용해 떠 있는 침대, 벽이나 천장에 매달아 놓은 침대, 벽에 단단히 고정시켜 놓는 침대이다. (당연히 이제는 이와 같은 답은 제출 금지다.)

그러나 묻고 싶다. '침대와 지면 사이에 아무 것도 없다고 하여 그것이 다리가 없는 침대인가?' 앞서 애기한 이야기로 잠시 돌아가자. 가구가 가구이기 위해서는 '다리'가 없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다리'가 해 줄 수 있는 역활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다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침대'가 '침대'다울 수 있어야 한다. 걸터앉거나 눕기 위한 적절한 높이가 확보되어야 하고, 숙면을 취하기 위한 안정된 구조가 유지되어야 하며 더불어서 미적인 아름다움도 존재하면 좋겠다. '침대'라는 기초적인 보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따라서, '다리'는 없지만 그 '다리'의 역활을 무언가 충분히 수행하여 '침대'가 '침대'다울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가구의 다리라고 부를 순 없지만 가구의 다리 역활을 수행하여 '침대'가 '침대'다울 수 있는 디자인은 이 과제의 '답'이 될 수 있을까? 즉, 침대와 지면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한들 그것이 '침대'의 역활을 못 한다면 그것은 이 과제의 해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아,,, 배 고프다. 배가 점점 산으로 가는 것 같은데...배배 꼬고 있는 중...
 생각이 정리되면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빨리 나와...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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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7 00:47:11 *.136.209.2
잠시 놀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도구가 생각나서 찾아봤다. 책은 다른 사람 줬는지 안 보이고 사이트를 뒤져본다. 몇년 안 본 사이에 관련 사이트가 많아졌네. 한 때 유행을 타는 것일까?

찾아본 도구는 'Triz'. 창의력 어쩌구 저쩌구 하면 꽤나 나오는 도구다.
대입해 봤다. 몇가지 떠오르는게 있는데 너무 공학적인데...사람 냄새가 안 나네...
잘 쓰지도 못 하는데 사람 잡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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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7 00:51:09 *.123.218.237
<VAREKAI_007_1>

4. 그래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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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18 22:13:26 *.123.218.237
<VAREKAI_008>
아이디어 스케치 발표 후...

- 한국적인 것에 관한 답은? 
  다른 서양 것을 배끼지 않는 이상, 자기 생각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것을 보고 모르지만 서양인들은 우리 것을 보고 극동 사람의 작품임을 안다.

- 전통이란? 
   선사시대부터 어제까지의 것, 조선시대의 가구를 그대로 만든다고 그것이 전통은 아니다. 그것을 현재적인 것으로 해석해 내야 하다. 모티브를 가져오면 된다.

- 우리것과 다른 것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것만 좋다, 우리에게만 있다라는 것은 국수주의다.  

- 한국적이라는 것은 평생 가져가야 할 화두...지금부터 너무 깊이 고민하지는 않아도 되나 생각은 계속해야 될 것. 

- 실기란 물건을 만드는 것만을 애기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실체화하는 모든 것이 실기이다. 조선시대 양반집은 선비가 설계한 것이다. 대목은 그 집을 만들었을 뿐이다. 

한국적인 것의 현재적 해석...이 추상적인 화두를 풀어낼 구체적인 실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질문을 드리니 교수님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아련함'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하셨다. 아련함...그것은 경험이고 축적이 아닌가. 나한테도 그런것이 어딘가에 있겠지... 계속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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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20 15:02:52 *.136.209.2
<VAREKAI_009>
흥미로운 의뢰가 들어왔다.
머들러(Muddler)...칵테일을 만들 때 과일을 다루는(?) 도구라고 한다.
형태가 제사때마다 등장하는 내 마늘 찧는 전용도구랑 많이 닮았다.

머들러 .JPG
muddler.jpg

형태는 매우 단순한데 의뢰가 들어온 단가는 더~욱 단순하다. --;;;;
Nego를 몇 번 더 할 수도 있지만, 단가 조정 대신에 평소에 할 수 없는  실험을 하고 싶어진다.
몇가지 조건을 걸고 시작할 것이다.

새벽에 만든 샘플... 
앞으로 고려할 항목
 - 좀 더 곡선을 만들어 낼 것
 - 손이 닿는 부분은 Grip감을 위해 선을 넣을 것 
 - 바닥 부분은 완전히 평면이 되어야 하나 모서리는 완만한 곡선으로 처리
 - 나무는 원목, 수량이 꽤 있기 때문에 수종은 여러가지로 제작
 - 으깨는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너무 무른 나무는 곤란
 - 식자재를 다루기 때문에 마감은 Tung Oil로 마감 
 - 원 지름 관련 지그와 곡선 부분의 지그 제작하여 활용 필요
 - 무게 중심 고려할 것
 - 바닥에 홈이 파져 있으면 사용시 효율이 좋을 것이나 나무가 갈라지는 원인이 될 수 있고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뢰자의 요청에 따라 생략
 - 의뢰한 용도를 생각하면 나무에 브랜드 이름을 새길 필요 있을 듯.
 - 의뢰자는 한가지 형태만 의뢰했으나 다른 형태에도 응용 ㅎㅎ

2011-05-20_06-39-48_586.jpg

수량이 많은 관계로 같은 형태로 만들려면 지그를 준비해야 한다.

2011-05-20_07-20-58_804.jpg


요즘 일을 많이 벌리네... 빡세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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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20 23:56:17 *.136.209.2
잣대...

그리스 신화...여행객을 맞아 침대보다 짧으면 여행객을 늘어뜨리고 여행객이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냈다는 이야기...비명을 지르는 여행객들은 순전히 희생자들인가? 아니... 우리는 스스로 그 침대를 찾아 다닌다. 그 침대에 우리가 짧은지, 긴지 알기 위해 몸부림친다.

잣대에 다시 눕자 알게 된다. 그래...얼마나 힘들었니?  몰랐었지?  몇십년을 스스로 걸친 껍데기를 두른체 살아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이제서야 내가 왜 다른지, 무엇이 다른지...그나마 알게 된다. 마치 오랫동안 맞는 열쇠를 기다려 온 것처럼...

'그래 그랬구나' 순간 무릎이 꺽이며 나는 다시  2008년 겨울의 베르사유 궁전이 있는 기차역에 서 있다. 기차가 출발하려 한다. 그녀는 이미 기차에 들어서며 나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표 없이 역 개찰구를 뛰어 넘지 못 한 것은  인연이 다했기 때문이라고...
이제... 우습다. 어린 나이에 노회한 척 했구나.

언젠가...다시 기차는 떠나가고 있고 그녀는 나를 찾아 두리번 거리고 있다. '이제 알잖아? 이 다음은 없어. 어떻게 할래? 뛰어넘을래? 개찰구 너머의 기차에 너를 맡겨볼래?'

출발 시간이다. 다시 기차가 출발하려하고 그녀가 떠나가려 한다. 나는  '그래, 이 모든 게 나야. 놓치지 않아. 지금 여기 이 순간이야...'라며  일 순의 머뭇거림도 없이 내 몸을 개찰구 위로 날릴 수 있을까?



나는 내 온 몸을 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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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22 18:32:42 *.32.113.97
< VAREKAI_010>
머들러 의뢰하신 분이 작업실을 방문했다.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지저분해 죄송하지만 고이 만들어 놓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샤프를 방문 기념(?)으로 드렸다. 이 분이 하시는 비지니스 모델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성장해 나갈까? 나와는 또 어떤 인연을 엮어갈까?

단순한(?) 단가에도, 짧은 납기에도 불구하고 의뢰를 받은 건 호기심 때문이다. WIN-WIN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한가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점에 다른 어디선가 또 다른 의뢰가 없었다면 이 분의 의뢰는 거절되었을 것이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나 말고는 의뢰를 받아줄 곳을 찾지 못한 그분에게도,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나에게도 행운이다. 

창 밖을 바라보니 오월의 햇살이 눈부시다. 
봄이기에 마냥 신나하는 어린애들도 보이고 즐거워하는 연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도원이와 그의 신부 역시 아름다웠다.
몇십번의 봄을 맞이하고 있건만 할머니의 얼굴과 주름살에도 봄은 깃들어 있다. 

봄이다. 
봄은 모든이에게 꽃을 피워주나보다.
여기저기 꽃을 피우기 위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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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23 07:20:05 *.123.218.237
< VAREKAI_011>
방송국에는 이런 속설이 있다고 한다.
'개그맨이 되자마자 적금을 부으면 성공하지 못 한다.'

힘들게 무명시절을 지나 개그맨이 되었으니 돈 모을 생각을 하겠지만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 개발 보다는 행사 뛰느라 바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개그맨 생명을 길게 이어갈 자기 계발에 소홀해 진다는 애기다.

가구학교 일학기가 끝나 가고 있다.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 듯 배운 것이 없는 듯 한데 어느새 풍월을 읇을려고 한다. 그러나 더욱 더 막막해지는 것은 웬일일까? 가구 만드는 일을 , 공간을 만드는 일을 단순한 기능이라 생각하면 대패질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다. 손만 있으면 될 터이다. 그러나 이 일이 생각을 실체화 시키는 일이라 생각하면 단순히 손으로만은 어림이 없다.

막막해진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애기일테다. 학교의 수업은 키워드, 즉, 화두와 방향성만을 던져준다.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 교수님의 그 어떤 평가도 아직은 없다. (이제 걸음마를 떼는 우리에게 평가는 자유로운 발상을 막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수업을 들었다. 어떤 때는 '좋은 말씀이구나. 어라? 근데 2시간 반이 지났네...뭘 배웠지? --;;;'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자기가 찾아야 한다. 뒤지고 찾고 베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마음으로 아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십여년의 학교 교육에 젖어 밥 떠먹여줄 줄 알고 있던 자신이 우습다. 이제 여기서 나는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새벽 두시간에는 작업을 줄이고 대문을 나서보자. 크나큰 대로도 따라가 보고 주류에서 벗어난 골목길도 기욱거려 보고 내가 어디 살고 있는지 상대적인 주소도 알아보자. 오늘 새벽 건축가 김인철 씨의 '공간 열기'를 읽으며 내가 대체 어디에 있는지가 궁금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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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24 22:35:41 *.123.218.237
< VAREKAI_012>
꿈벗 소풍의 선물 작업...

부상은 언제 찾아올까? 단순 반복적인 작업, 급한 마음, 부주의한 기계 사용...여러 요인들이 있건만 마음이 가장 큰 적이 된다. 이제까지는 많더라도 몇개의 소량만 작업해 왔지만 꿈벗 소풍을 준비하면서 많은 양의 물건을 한꺼번에 준비하고 있다. 빠듯한 시간...

작업 중에 발생하는 의외의 상황들...내 머리가 가장 활발히 돌아가는 시간이다. 가만히 앉아있기 보다는 작업하며 생각하고 생각하며 상상하고 상상하며 다시 작업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문제는 해결되어 간다. 그러나 마음이 급하면 여유를 잃는다.

이미 선물이 연출할 풍경이 환하게 그려져 있기에 마음은 더욱 급하다.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거창에 있는 산소를 설날에 온 가족이 갔었다. 그 날 아버지와 나는 동네 어르신네 집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자연스레 집에서 담은 듣보잡 술들이 몇차례 돌았고 아버지는 얼큰하게 취하셨다.(이런 술들이 은근히 뒤에 취하는 술들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읍에 도착했을 때 조금씩 내리던 눈은 어느새 함박눈으로 변해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눈은 몇십년 만에 내린 큰 폭설이었다.

고속버스터미널의 부산행 버스들은 이미 폭설로 발이 묶인 상태였다. 아버지는 취하셨고 내일은 나와 동생이 학교에 가야 하는 날이고 집에는 갈 수 없고 어머니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셨다. 나 역시 마음이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화가 나 있으신 어머니와 동생을 뒤로 하고 나를 끌고 터미널 옆의 다방(진짜 다방!)으로 들어가셨다. (오우! 그 때 처음 가 본 시골 다방이란! )

나는 가슴 졸이며 그 상황에 대해 걱정만 하고 있었건만 아버지는 그 상황은 훌훌 털어버린 듯이 느긋하게 차 주문을 하셨다. '어쩔려고 이러시나?' 주문한 커피가 오길 기다리며 아버지는 입을 떼신다. '별거 아냐.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 돼' (어머니가 들으셨으면!!!  - -;;;) 느긋하게 차 한잔을 먹고 우리는 다시 버스 터미널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화장실을 가다 특이한 타이어를 달고 막 도착한 고속버스를 보다 그 고속버스가 눈길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갈 수 있는 버스임을 알았고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아버지와 어딘가를 갈 때면 예상치 못 한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 때마다 바로  대응할려고 하는 나를 아버지는 달래며 어린 내가 말 해야 될 때라고 생각할 때 조용히 계시고 움직여야 될 때라고 생각할 때 가만히 기다리셨다. 아마도 그것은 오랜 세월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일하신 경험(9.11 테러때는 아프카니스탄에 계셨구나)과 마음에서 나오는 여유이셨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도 자신이 타신 비행기가 이륙하다 엔진에 불이 붙어 비상착륙했을 때와 기계가 고장나 최고층과 최하층을 미친듯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꽤나 혼이 나신 모양이다.)

언제부턴가 왠만한 상황에서는 그런 여유가 절로 생겨나는 나를 보면 한번씩 아버지를 떠 올린다.
피는 못 속인다고 닮아가고 있다.

손가락이 상처 투성이다. 이루고자 하는 욕망과 지금의 나...그 간격을 급한 마음으로만 메우려 할 때 부상은 찾아온다. 저 재미있어 보이는 미끄럼틀을 오르는 방법은 성급히 미끄럼틀을 거꾸로 미끄러지며  오르는 방법도 있지만 돌아가 계단으로 오는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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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진
2011.05.27 13:01:28 *.226.218.139
그대 멋져!

그대가 가는 길에 응원만 할 꺼야.
그대는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미 보여주는 사람이니까.
그대를 만나 내 기억의 한 페이지가 멋지게 작성될 거 같아.
내일 볼 그대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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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30 13:17:19 *.136.209.2
형...꿈벗 소풍 즐거웠는지?
병진 형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 선물을 준비했어.
잘 쓰길 바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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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30 13:18:53 *.123.218.237
< VAREKAI_013>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닿아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 받는 사장님이 작업실을 방문했다. 사진을 일반 종이나 필름지에 인쇄하지 않고 Metal print 라는 기법을 이용해 금속판에 사진을 인쇄하는 방식을 판매하고 계신다.

오랜만에 그 분 메일을 확인했더니 판매 사이트에 이미 내 wood stand 를 옵션으로 올려 놓으셨네... 전시회에서 일반인들의 반응,  사장님 지인들의 반응...꽤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형태의 wood stand. Water drop wood stand, Circle wood stand. 같은 말이건만 영어로 적어놓으니 뽀대 난다는....^^:;;

http://www.imagelounge.co.kr/front/php/product.php?product_no=11&main_cate_no=4&display_group=1

문제는 단가다. Unique한 물건을 팔고 계시니 아직 일반일들이 고객이 되지는 않을 터이다. 그  Unique한 상품에 옵션으로 들어있는 내 물건...  단가가 높아 팔릴까? ^^;;;;;;;

이번에 직접 작업실을 방문하신 건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디자인, 혹은 위탁 생산에 대한 협의와 옵션수를 늘리기 위한 디자인 요청이다. 간단히 애기해 원가 압박이 심하다는 애기다. 좋은 디자인이 나오더라도 그에 맞는 채산성, 원가 개선이 없다면 고전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디자인했지만 만드는 것은 어느 정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면 만들 수 있다. (내가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부끄럽지만 다른 적당한 용어를 찾지 못했다.) 

몇백개씩의 주문을 한꺼번에 소화할 수는 없다. 내 일도 해야 하고 가구학교 수업도 들어야 한다.  (도대체 연애는 언제 한단 말인가? - -;;;;) 

 단순 작업(노동), 즉, 누구나가 어느 정도의 기술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면 내가 해서는 안 된다.하이에나 시장이 아닌가?

정말 단가가 문제일까? 단가가 문제라면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좋은 디자인이란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 방정식의 변수는 하나가 아닌 듯 하다.

머들러 건도 이 건도 맡아 하고 있는 것은 이런 경험을 쌓고 고민해 보기 위해서다. 현재의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일에서 부딪칠 여러 문제들을 미리 조금씩 경험해 나가는 즐거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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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30 21:34:39 *.123.218.237
< VAREKAI_014>
학교의 세번째 과제...Table. 아이디어 스케치이다. 곰곰히 생각해 본다. 어디서 모티브를 가져올까? 항상 자연이다. 자연 그 요소 하나하나가 모티브가 된다. 이번에는 곤충 중에서 찾기로 했다. 갖가지 곤충이 떠오른다. 그들은 이 지구상에서 '생존'이라는 의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찾아보다 문득 하나가 떠 오른다.

날개...조류의 날개가 아닌 곤충의 날개...껍질 속의 날개

날개...자유, 가벼움, 투명함, 변형, 땅과 하늘의 매개체. 추락

어느새 생각은 저 멀리까지 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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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31 22:44:21 *.123.218.237
< VAREKAI_015>
꿈벗 소풍 선물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나무자석에 사부님의 글귀를 새기는 작업은 이미 끝났고 나무를 덧씌우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생각보다 마감이 좋지 않다. 이 방법, 저 방법 여러가지를 써 본다. 내일이 소풍인데... 아직 마무리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새벽 1시... 내일 새벽에 하자꾸나... 하는데까지 할 수 밖에...

언제나 왜이리 막바지에 서둘러야 하는지... 대학 때도, 꿈벗 여행 때도 나의 MBTI 성향은 ESTJ 였다. 그래서 ESTJ 인줄 알았다. 그러나 되돌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듯 하다. 어릴 적부터 계획표를 세워보지만 (그것도 시험 일정이 발표되고서야...) 계획표는 계획표되로 모셔져 있고 실제 공부는 내 맘대로 하고 있었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평소에 공부한 적은 없구나. 모두가 벼락치기였다.

그래서...오늘도 벼락치기...마지막 마감은 꿈벗들에게 부탁해야 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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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1 17:49:43 *.136.209.2
막상...내가 만들어 놓은 것을 찍지 않았다.
소중히 받은 사진...
'감기 금지'를 보지 말고 그 위의 나무 자석을...(글귀가 잘 안 보이네..)

130672117686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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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5.31 23:09:05 *.123.218.237
< VAREKAI_016>
잠결에 사부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가 어디냐? 아...소풍에 와 있지.' 사부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더 깊은 잠에 빠져든다.'  사부님과 꿈벗들간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단군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어나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윽,,, 눈은 감아도 귀는 막을 수 없으니...찔린다. --;;;)

이어서 SMART WORK에 관한 이야기...사부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바로 나의 이야기이고 내가 관계 있는 모든 회사의 이야기이다. 일본에서는 3여년전에 이런 제목의 책이 유행을 탄 적이 있다. '입사 후 3년 신입사원들은 다들 어디로 갔나?'

일본 본사에 있을 때, 어느 날 상사가 사내 강좌가 있다고 꼭 들으라고 했다.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를 열자 표시된 강좌명은 '스트레스 해소법' --;;; 나 뿐만 아니라 내 또래의 동료들도 같이 듣기로 되어 있었다. 강좌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다다미가 깔린 사내 강의실에서 뒹굴며 마음대로 졸면서 들은 스트레스 해소법 강좌는 일시적인 해결책으로서는 좋은 내용이었다.

본사의 잔업은 한달에, 일년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었고 그 이상을 넘어갈 경우 상급자의 특별한 승인이 필요했다. 잔업비가 나와서가 아니라 국가에서 강력하게 잔업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마찬가지였다. 다만 과장급이 되면 잔업 규제하고는 멀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직원은 밤 10시가 되면 회사에서 나서야 한다. 10시 이후로는 잔업이 금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듣보잡의 근무 상황을 보고 어떻게 이리 철저하게 잔업 규정을 지킬까라고 궁금해한 적이 있다. 답은 간단했다. 너무 열심히 오래 일해서 몸에 이상이 생겨 일년 이상씩 휴직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것....(><) 헉!!! (절대... Naver 꾀병이 아니다. 진짜 열심히 일한다. --;;;)

사무실 옥상을 올라와 야경을 본다. 이름만 되면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의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건물은 늦은 밤임에도 허연 불빛을 뿜어내고 있다. 왠만한 대기업들의 사무실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사람의 움직임이 없으면 센서로 조명이 꺼지는 시스템이니 저 허연 불빛들은 오늘도 이 시간까지 일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로 빛나는 것이겠지.

이번 소풍에는 '송어 잡기'와 '미꾸라지 잡기'가 있다.
일용할 고기를 잘 잡는 것은 바쁘다고 해서 잡히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데...왜 이리 바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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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1 05:50:06 *.228.155.181
성우님.
꿈벗소풍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기획, 사전준비, 체크, 당일진행, 선물준비, 기타등등 무지 많음.
고마워~~.

이야기도 퍼 갑니다.
사부님과 꿈벗들간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단군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어나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윽,,, 눈은 감아도 귀는 막을 수 없으니...찔린다. --;;;)
와 이리 찔리노.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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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1 13:04:11 *.136.209.2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다들 도착하자 본 관광버스들과 2,000여명의 어린이들로 황당하셨을텐데...(운영진이 가장 많이 놀랐다는...--;;;) 가을 소풍에서는 찔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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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1 13:11:06 *.136.209.2
< VAREKAI_017>
메일을 여니 급한 의뢰가 들어와 있다. 그야말로 단순한 작업이지만 급하게 부탁이 들어왔다. 민방위 훈련이라 여유가 있어 급히 몇개를 만들었다. 처음 만들어 보는 거라 PROTO를 충분히 만들지 못 했고 바로 작업에 들어가야했다. 자작 나무로 120 X 120 사각형을 만들고 1/4 지점의 중간에 손가락 마디 정도의 긴 원을 만드는 작업... 포인트는 원 기둥으로 잘라낸 부분의 직선이 깨끗해야 한다는 점... 기계에 따르지만 빠르게 할려고 선택한 방식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고 사포 및 마감은 다른 분이 하시기로 했기에 일단 완성...

이 단순한 작업에도 여러가지 과정을 지나야 한다. 눈에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선택과 버림... 단순 반복은 재미가 없다. (ㅋㅋㅋ 최성우 많이 컸네~ )

※ 핸드폰은 고쳤으나 여전히 속도가 느리다. 사진 찍기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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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1 20:12:25 *.123.218.237
< VAREKAI_018>
사회에서 안 친구가 쇼핑몰을 열 예정이다. 그가 만드는 쇼핑몰의 한 공간을 내 브랜드로 채우고 싶단다. (그의 쇼핑몰이 틈새시장을 노린 거니 내 소품들과 맞을법도 하다.) 지난 일년간 단군을 하면서 이리저리 만들었던 물건들...부족하나마 그들이 모여 어느정도의 소품 아이템들이 있긴 하다. 걱정은 '시간'... 하는 것은 좋으나 자칫 잘못 하면 가구 공부는 뒷전으로 밀리고 물건 만들다가 시간을 다 보낼 판이다.

이미 사진틀 관련 작업에다  Muddler 작업까지... 많은 수량으로 장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일을 하자는 분들이 있다. 이 일들을 해보면 (디자인에서도 만드는 작업에서도) 대량생산이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알겠지.  좋은 일인가? 가구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올해 하반기가 되면 가구 공부로 더욱 바빠질 것이다. 내년 봄에는 학교에서 정한 세가지 작품(CD RACK, Consol, Table)으로 일반인을 상대로 한 전시회를 개최해야 한다. 그리고 내년 하반기에는 용규 형님의 충북 괴산의 숲학교의 목공 강사로 초빙까지 받았다.(물론 학교 졸업도 잘 하고 실력도 쌓여야 하겠지만 꿈벗 소풍 때 나무 자석의 효과가 컸던 듯...)  ^^;;; 그리고 한동안 등한시하고 있었던 영업과 마케팅 공부도 계속한다. (이 것이 또한 필살기다. 이 공부는 회사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내 것이 될 것이다.)

내 관점에서는 많은 수량으로 나를 찾는 이들...그들은 왜 나를 찾을까? 공통으로 하는 애기들 '특이한 재주를 가지셨다. 이런 걸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 했다.' 내가 어줍잖은 아마추어이기 때문일까? 상업 공방이라면 그들 관점에서 봤을 때 많은 수량도 아니고 해봤자 돈도 별로 안 되는 작업들은 하기 싫어한다. 나는 재미있을 듯하니 한다. 난 하이에나?!!!  타조와 하이에나 사이에 끼여 있음을 새삼 실감한다.

교수님께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서 여쭈었다. (몇개월 사이에 우리는 가구 디자인을 꽤나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생각'이 중요하다는 말씀... 자기 생각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인터넷에서 몇가지를 따와 섞이 시작하면 어느새 자기 색깔은 없어진다. 자기 작품으로 '너는 누구냐?' 에 대답해야 한다.

의뢰 받고서도 못 하고 있는 물건들도 있다. 영훈형 만년필, 영은이의 Stool, 작업실 건너편 아주머니의 심플한 Consol, 이헌님의 거치대. 고객사 담당자 신혼집에 놓일 Stool, 또 다른 담당자의 샤프, 그리고 한국에서 그다지 기술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 내 목선반 기술로 각양각색의 Stool 만들기(같이 작업하시는 분과 만든 예쁜 Stool 하나는 이미 명동 옷가게에 다소곳이 자리하며 가게를 빛내고 있다.) 목표 선화님 의자, 승완형 와인컵 장식품...  나의 작업 순위는...음... 거참...

매일 새벽 2시간 작업실에서 보낸지 일년...아름아름 소문을 타고 주문이 들어온다. 들어오는대로 작업을 할려고 하건만,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고 나아가고자 하건만,  어느새 Overflow 할 기미가 보인다. 단순한 작업들은 다른 곳에 맡기고 디자인과 Proto 제작에 열을 올리고 싶건만 맡길 곳을 아직 찾지 못 했다.

어느새 여름이 느끼지는 도심의 아침 출근길이 부산하다. '그래...6월말부터 8월까지 가구학교 방학이니 정리를 좀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발검음을 옮긴다.



휴대폰 벨이 울린다. 어머니다. '여보세요?'
'여자는 안 만나고 대체 뭐 하고 다니는 게냐? 장가 안 가니?!'.......뚜뚜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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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2 12:14:13 *.136.209.2
저야말로 인사가 늦었지요. ^^
이번주부터는 좀 여유가 있을 듯 하네요.
일년전 단군 1기 100일차에서 만난게 엊그제 같은데 일년 돌아 다시 여기서 뵙네요.
조만간 일지 놀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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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점숙
2011.06.02 08:50:44 *.32.130.1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케 다시 같은 부족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인사가 늦었슴다. 꾸뻑 ㅎㅎ
저도 소풍 가고 싶었는데 못가서 많이 아쉽네요.
준비 많이 하신 것 같던데,..
행복한 새벽 수련 이어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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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2 08:31:56 *.136.209.2
감사합니다.
그저 걸어갑니다. 걷다 보면 많은 일들이 있겠지요.  
같이 가실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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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2 00:02:33 *.121.41.237
ㅋㅋㅋ
재밌어요 성우님 일지.

고생 많으셨죠 소풍 치르느라?
선물도 마음도 감사했습니다.

성우님의 진가는 이제부터 발휘되는 것이겠죠?
100% 확신합니다.

눈부신 성우님을 기대하며,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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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2 12:25:41 *.136.209.2
< VAREKAI_019>
다른 교수님의 수업...지난주에 가구 학교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결석을 했다. 회사에서 다음날 있을 입찰의 수주전략 심의자료를 만들고 있었지. (어찌 시간 조정을 못 했다...) 이번에 나온 숙제는 전통가구의 부품을 다 분리하여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물론 머리속으로...)

지난해 말부터 목선반 사부님의 지도 아래 소반을 만들어 오고 있다. 교하 신도시에 사부님 공방이 있어 최근에는 한달에 한번꼴로 다니고 있고 목공 사부님이 건강이 나빠져 한동안 뵙지도 못 했기에 진도는 무척이나 느리다. 지난번에 갔을 때는 호족 소반 다리는 풍부하게 깍아야 된다고 하셨는데 그 감각을 익히기까지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소반을 만들면서 소반의 각 명칭, 높이, 폭, 종류 등등등에 대해서 점점 많이 알게 된다. 그리고 예전에 사부님 공방에서 본 Daniel Libeskind 의 소반...(목공 사부님이 그가 디자인한 소반의 제작을 맡았었다.) 그는 한 신문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곡선을 재해석 했다고 했다. 꽤나 충격을 받았었다. (전시회에서 다른 작가들도 소반을 재해석해 내 놓았지만 팔린 건 Daniel Libeskind가 디자인한 소반 뿐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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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래쪽에 있는 검은색 4번 소반이 그의 것이다. 실물이 훨씬 낫다.>

내가 선택한 전통가구는 역시 '소반'이다. 위의 사진의 작가들 제품과 같이 새로운 재해석이 아니라 각 부품의 재구성하는 정도의 레벨이라 위의 소반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떤 소반이 나올까?

처음에는 교하 신도시에 있는 목공 사부님 공방에 가서 완성 직전에 있는 소반을 가져올려고 했다. 아직 고정을 시키지 않았기에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 오를지도....그런데,  거기까지 갈 시간이 없다. ㅠㅠ

두번째, '그래, 실물이 없으니...' Sketch up 으로 소반 부품의 3D 모델을 만들고 컴퓨터 화면상에서 자유롭게 배치...음... 괜히 만들려고 하니 시간도 그렇고 귀찮다.

세번째. 걍 머리속으로 돌려본다. 이것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그려서 발표해야 되는데...핵심만을 담은 아이디어 스케치를 가지고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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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3 11:57:39 *.136.209.2
< VAREKAI_020>
어쨌거나 실타래처럼 엮인 일들은 진행되어간다. 인터넷에서 사용할 이름 짓기로 며칠간 고민 중이다. 일인 기업가로 나서는 찰스 핸디에게 친구가 명함에 회사명은 어떻게 쓸거냐고 물었더니 '그냥 찰스 핸디지'라고 했다지만…이번에 쓰는 내 전체가 아닌 일부분이라는 느낌이 들어 아껴 두기로 했다. 애꿎은 유니타스브랜드를 난폭하게 넘겨봐도 그다지 떠오른 것은 없다. 

부엌에 놓일 식탁의 Stool을 만든다. 상판은  Maple Burl... 귀하기 쉽지 않은 나무... 다리는 Soft Maple....

Stool은 내가  Wood turning을 배우면서 자연스레 만들게 된 물건이다. 의자이면서도 만들기가 쉽고 다양한 얼굴을 가진 매력적인 아이템. 가장 오래된 의자의 형태이면서 등받이가 없기에 자유롭게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다.

이름 짓기...'Stool'  어떤가?

           Stool.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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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4 19:27:32 *.123.218.237
< VAREKAI_021>
Stool 만들기...지난번 첫번째 Stool로 우리만의 예쁜 의자 다리의 형태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상판의 형태를 바꿔 작업해 본다. Stool 이 주는 자유로움은 무척 많은 듯 하다. 예전에는 그저 의자의 한 종류로만 보였는데 목공 친구와 작업하다 보니 나만의 차별화된 아이템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혼자 작업하면 객관화가 되지 않는다. 주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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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다리로 사용할 Soft maple. 다른 목재에 비해 질긴 성질이 있다. 각재로 만들기 위해 Band saw에 밀어넣는다. Band saw의 톱날은 초경 tip이 붙어 있어 Table saw 까지는 아니지만 깨끗한 면을 얻을 수 있다. 사진의 톱날이 드러난 부분을 최대한 줄이고 작업해야 만약의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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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선반(Wood turning)에서 원형으로 1차 가공, 길이가 길어질수록 회전하면서 진동이 오기 때문에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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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선반에 사용하는 기본 칼들. 칼 끝의 날을 잘 연마해 두어야 작업 결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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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공까지 마친 Stool 다리들. 형태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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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ol 좌판이 될 Maple burl. Maple 나무에 곰팡이 등이 들어가 독특한 아름다음을 선사한다. 구하기 어려운 목재다. 좌판은 앉을 부분의 가공, 다리가 들어가는 부분의 가공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수압 및 자동 대패로 상하 면의 평을 잡아놓은 상태.>


'짜잔~'하고 완성된 Stool 사진이 나왔으면 좋겠으나... 완성은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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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4 23:03:06 *.123.218.237
< VAREKAI_022>
최근... 작업실을 방문하는 손님이 많다. 조용하기만 하던 작업실에 손님이 찾아와도 무언가 바뀌는 것은 없다.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햇살 좋은 오후, 혹은 네온 불빛 가득한 저녁... 방문객들은 셔터문을 통과해 좁다란 계단을 내려와 깜깜한 문 앞에서 잠시 기다린다. 이윽고 그들은 작업실에 들어선다.

그리고,

어떤 이는 이 작업실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떠올라 그리워한다.
어떤 이는 이 작업실에서 자기 사업의 가능성을 엿본다.
어떤 이는 이 작업실에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줄 가구로 들떠한다.

누군가에게 이 작업실은 과거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 작업실은 현재이고 미래이다.

작업실은 그저 가구를 만들기 위한, 목공을 하기 위한 공간일 뿐이다. 하지만 이 곳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공간은 무언가의 의미로 바뀌어 있다.

나에게 이 공간은 무엇인가? 

가구가 완성되는 막바지에 이르러 클램프를 풀고 오일을 칠하고 나서 가만히 땅바닥에 앉아 하염없이 완성된 가구를 응시한다. 떠나야 될 시간이건만 자석이 붙은 것처럼 꼼작도 할 수 없다. 작업을 하지 않고 하염없이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을 잊어 버린다. 새벽의 어느 날... 나는 나무 원목 위에 누웠다. 편안함...그대로 있을 뿐이다. 끼니 때가 되어겄만 밥을 거른 것이 부지기수다. 마치 어느 동화에 나오는 신으면 춤을 멈출 수 없는 빨간 구두처럼 나는 무언가에 홀려 쉬지 않고 작업한다. 나는 나무가 되었다가 기계가 되었다가 가구가 된 듯 하다.

나는 여기서 그저....'나 자신' 이다.  이 곳에서 나는 말 그대로 '나'일 뿐이다. 


그대에게도 새벽을 보내는 성소가 있을 것이다. 그곳은 강가의 산책 코스일수도 있고 자기 집의 작은 방일수도 있고 혹은 체 온기가 식지 않은 침대(?!  - -;;;)일수도 있다.



그대가 새벽을 보내는 성소... 그 곳은 그대에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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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6 11:06:38 *.123.218.237
< VAREKAI_023>
사진 거치대 작업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형태에 관한 고민도 없다.
그래서 쉽다.
그리고 양이 많다. 
그러므로 재미가 없다.
(작업을 해 보니 20개가 내 한계인듯...--;)

다만 톱날에 대한 이해는 좀 더 깊어졌다고나 할까? 정밀하게 목재를 절단하려면 Table saw, 혹은 원형 톱을 써야 한다. 두톱의 운동 원리는 같다. 단단히 고정된 상태에서 원형 톱날이 돌며 나무를 절단한다. 이에 비해 Band saw는 띠톱으로 아래 방향으로 회전하며 목재를 절단한다. TV에 가끔 나오는 벌목용 엔진톱 역시 띠로 된 톱날이 회전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기계톱을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kick back 이다. 목재에 톱을 잘 못 가져다 되면 톱날이 튀어 오르거나 목재가 회전하며 내쪽으로 날아올 때가 있다. 아직도 Table saw 앞에 서면 약간의 식은 땀이 흐른다. 멋 모르고 Table saw를 쓰다가 목재가 날아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목공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식겁한 기계 앞에는 다시 서기가 힘들다.) 육체적인 상처나, 마음의 상처 모두 치유하는데는 시간이 걸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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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조금 생각을 하게 해준 것은 자작 합판에 구멍을 뚫는 작업, 원형이 아니라 가로로 긴 원(?)이기 때문에 지그를 잘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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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꾹 참고 의뢰받은 수량만큼 다 만들고 나서야 드릴링을 300번이나 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도미노'라는 기계를 쓰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거늘... 많은 양을 만들 때는 처음 Proto를 만들 때 많이 생각해야 한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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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6 11:48:51 *.123.218.237
< VAREKAI_023_2>
사진 거치대 작업을 마무리하고 Muddler작업 속행...

지난번 첫번째 Proto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두번째 Proto를 만든다. 직경도 조정했고 옆선의 형태도 정리하여 스카치로 지그를 만들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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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부분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선을 넣어둔다. (선의 위치 및 갯수는 다시 정리를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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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st Proto>                                                                         <2nd Proto>

의뢰하신 분에게 사진으로 Proto 물건을 보여 드렸다. 흡족해하신다.  ^^

이제...같은 형태로 99개만 더 만들면 된다.  - -;;;;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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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7 12:45:50 *.136.209.2
< VAREKAI_024>
작업량이 많아서 그런지 톱밥도 양이 많다. 잘 치우지 못 하는(?) 작업실이지만 너무한 듯 하여 바닥을 정리한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생각에 3M 방진 마스크에, 작업시에는 귀마개까지 하지만 최근에는 가슴이 답답할 때나 귀가 멍멍할 때가 있다. (신경성?) 오래도록 좋아하는 일을 할려면 그에 못지 않은 준비와 믿음도 필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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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안 치웠는데 포대자루가 차 간다. 포대자루가 차 가는 만큼 내 실력도 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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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7 12:50:50 *.136.209.2
< VAREKAI_025>
작업실에 가지 않고 책상에 앉자 가구학교 숙제를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아이디어 스케치, 디자인 스케치, Sketch up 프로그램을 통한 2D 작업만 해 왔는데 이제 3D 작업이다. 3D라 하더라고 그리 거창하지 않다. 우드락이나 폼포드를 자르고 붙이고 휘어서 자기가 만든 디자인을 작게 세워 보는 거니까... 작업을 하고 있으니 마치 어린 시절 미술시간의 공작을 하는 듯 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가장 좋아했던 수업은 미술시간이었다. 꽤나 잊고 지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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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미술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미니어쳐 제작>

초등학교 시절 나는 사람을 그릴 때 남들과 다르게 가슴, 배, 허리로 삼등분해서 그렸다. 내 나름의 해부학적인(?) 이유에서 그렇게 그렸다. '다른 아이들이 허리띠를 기준으로 사람을 그릴 때도 절대 소신을 굽히지 않았지.' 그럼 나는 언제부터 사람을 허리띠로 구분해 그리기 시작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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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8 13:20:28 *.136.209.2
<하나>
2D, Sketch up으로 만든 디자인안을 폼포드로 3D로 만들어 발표. 헐.... 3차원 같이 느껴지는 2차원의 컴퓨터 그래픽과는 무언가가 많이 틀리다. 그래픽으로는 그렇게 예뻐 보이던 형태가 동기들의 질문 세례 속에 힘을 잃어가는 듯... 내 눈에도 무언가가 부족해 보인다.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바꿔보고 해도 오리무중... 뭘까?

교수님의 코멘트

- '거울'을 사용하는 디자인이나 폼포드에서는 그 물성이 표현되지 않아 어색함.

- 거울과 거울 주변의 조합을 잘 해야 한다. '거울'이라는 속성이 너무나도 강하고 화려하다. 주변이 받쳐주지 못 하면 거울에 빨려들어가고 만다. (촌스럽게 되어 버린다.) 다양한 소재를 써봐야 할 듯.

- 곡선을 많이 사용한 디자인이다. 2D에서는 모든 곡선이 1,2차원 이상을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Consol부분은 3차원적인 곡선이 된다. (원래가 3차원적인 곡선이다.) 1.2차원의 곡선의 인간의 세계다. 3차원의 곡선의 신의 세계다. 모든 자연물이 3차원의 곡선이다. 그 3차원 곡선을 완벽하게 표현해 낼려는 것은 하나의 이상향이다. 도달하려고 해도 도달할 수 없는... 그러나 그 이상향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둘>
방학은 1학기보다 빡세면 빡셌지 덜하지는 않을 듯 하다. 디자인론/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Tool 이라는 세가지 주제로 Study 그룹이 만들어졌다. 방학기간 같은 시간대에 주제를 맡은 그룹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스케줄이 짜여 졌다. (나 혼자 놀려고 했는데...6--)

나는 교수님과 동기들에게 지목당했다. - -;;;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담당....
뭘 해야 하나? (바들바들....)

<셋>
동기의 Table 디자인안 발표를 들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제약은 단 하나.... '통상의 테이블 다리 4개는 사용할 수 없다.' 그 제약을 너무나도 탐나는 디자인안으로 해결해내는 동기...부럽다. 한 학기가 끝나가는 지금 여기를 입학하기 전과 비교해 우리 모두가 많이 변해 있음을, 무언가를 얻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혼자였으면 얻지 못 했을 경험이고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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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9 12:17:35 *.136.209.2
< VAREKAI_026>

"모든 사람은 꿈을 꾸지만 똑같은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밤에 먼지 쌓인 마음의 한 구석에서 꿈꾸는 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것이 헛된 꿈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한낮에 꿈꾸는 사람은 위험한 인물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실제로 행동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바로 그렇게 행동했다."
T. E. Lowrence, Seven Pillars of Wisdom


예전에 외국어를 열심히 배우던 시절... 잠자리에 들면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어로 애기하는 꿈을 꿨다. 언제쯤 한밤중의 꿈에서도 가구와 공간을 디자인하고 만들고 영업하는 꿈을 꾸게 될까? 새벽과 한낮에 내 꿈을 꾸고 있다. 이제 자면서도 나의 꿈을 꾸고 싶다. 
 
오늘 새벽 이불 속 잠자리에서는 꿈꾸지 못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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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6.09 22:35:39 *.123.218.237
< VAREKAI_027>
전통적인 가구를 해체해서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가는 작업. 맘은 급한데 원을 자를 컴퍼스가 안 보인다. '우짜지?' 두리번 두리번... "Get!!!" 지지난밤 마신 맥주캔이 눈에 띈다. (방에 이런 맥주캔이 굴러다니다니....--;;;) 맥주캔을 붙잡고 폼포드에 원을 그린다.

이 맥주캔...그 동안 마셔 주었건만 이 맥주캔의 디자인을 찬찬히 들여다 본 것은 오늘 새벽이 처음이다. 아사히의 Super dry는 아사히를 회생시켜준 히트작이다. 당시 고기맛에 길들여지기 시작한 일본인들에게 Super dry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Super Dry"라는 붉은색 문구가 선명히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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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주 중 가장 맛있어 하는 맥주는 '에비스'... 그리고 여름에만 나오던 '아사히 아쿠아', 산토리의 '프리미엄 몰츠'는 거품이 매력적이기는 하나 나하고는 궁합이 안 맞다. 고객과 일본 출장을 (특히, 여름에) 갈 때는, 일단 맥주집을 잘 잡아야 한다. 비싼 곳일 필요 없다. 내가 늘 가던 허름한 동네 술집들 중 한 곳을 고른다. 거기서 우리는 맥주로 하나가 된다. 그 맥주는 덥고 습한 일본을 금새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일본 소주가 나올 때 쯤이면 이미 다들 웃음이 가득하다. 가끔  VIP를 접대해야 될 때는 '장어덮밥' 집이 추가될 때도 있다. 돌고래 쇼도...--;;;

애기가 삼천포로 빠졌네.... 

친구로만 보이던 애가 갑자기 여자로 느껴지듯... 맥주캔은 깡통으로 다가와 디자인으로 내 눈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이럴 때 머뭇거린다면...당신은 애.송.이... 이리저리 사랑스럽게 바라보다 살포시 빈 맥주캔을 감싸쥐어본다. 손에 딱(!) 감겨오는 맥주캔...이것이 보편성이다. 대다수의 성인 손에 감기는 맥주캔의 직경. 한글자 한글자의 디자인을 노려보기도 하고 뒤집어 보기도 하고 가려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높이도 재어 보고....

놀다보면 해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어린아이의 심정처럼 어느새 다가온 출근 시간에 못내 아쉬워하며 맥주캔을 놓는다. 

"맥주캔....너무나도 완벽한 보편성을 추구하는 맥주캔, 그리고 기초적 보편성 위에 Unique한  Design을 더할려는 나...너와 나는 어떤 사이?" 



'친구와 연인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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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단군2기_출사표_단군부족] 心正安 – 진정한 나로 거듭나기 [115] 최점숙 2011.05.08 5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