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3단계,

세

  • 권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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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3일 07시 47분 등록

한참 주저앉아 있었다.   
한 발자국씩 계속 걷는 이는 길 끝에 닿으리라 듣긴 했다.   
나에게 힘을 주는 이를 따라 간다.   


 꼭두쇠꽹가리.jpg       동굴연초록원피스여자106.jpg
 
 비 온 뒤 미끄러운 바위계곡을 긴다.                동굴. 문으로 가는 계단 8부쯤 올라갔다. 
 바위는 크고 물은 검푸르다.                          한 걸음 올라갈 때마다 뒤로 당기는 힘이 강해진다.
 내 앞에 가는 이는 꽹가리를 가진 꼭두쇠다        연초록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미소의 여자가 간다.
 땅 위를 걷듯 태연하다.                               바람 속을 걷듯 태연하다.

                             
3가지내놓을것107.jpg      보라색쉐타를입은5개월임산부108.jpg
                                                                                                                                                                                                                                                       
돌무더기 유적을 오리걸음으로 줄지어 순례한다.   그들을 연민해 맨살 위 단벌 겉옷을 벗어주려 한다.
여기서는 흰꽃을 이삭 주웠다.                         하루벌이 장사 다시 못 나올텐데, 유산할텐데...
어느 날 빈 책에 복숭아도장을 받으리라              당신, 그러지 말아요
3가지를 내어 놓으며 스스로 증명한다. 
              자신을 지키세요, 더 많이 자기를 사랑하세요.


1. 제목 :
계속걸음
2. 방향
: 천일간의 자기사랑을 마무리하며 인생 후반전의 전망을 세운다.
3. 목표

1) 벌려놓은 현장연구를 마무리 한다. 현장연구가 내 천복인지 탐색하겠다며 얼기설기 가볍게 뎀볐다가 사정없이 깨지고  있다. 괜히 시작했다며 나를 미워하고, 남탓을 한다. 포기하지 않겠다. 성실하게 해본 사람의 결론을 가지고  싶다. '성실하게' 를 계량화한다.  
   - 매일 아침에 2시간 현장연구 논문을 다룬다. 그리고 질 상관없이 완성해서 제출 (12월 8일 제출)               
   -
매일 오후에 1시간 통합교육 실천 사례 연구를 다룬다. (1월 8일 제출)
2
)
나에게 힘을 보급하는 에너지 탱크 풀 가동한다. 절하기, 월미공원의 나무 터널을 달리고 정상에서 바다로 지는 노을 보기, 저녁기도, 아티스트 데이트, 단군 300일차 함께 하는 힘, 힘이 되는 책 읽기, 기운 나는 사람 만나기......그래서 할 일을 마무리하고, 하루 2번 기도를 백일간 한 후 스승님을 뵈러 가고 싶다. (12월 24일) 이걸 하려고 단군의 후예 프로그램에 온 건데 당면과제에 짖눌려서 주객이 전도되었네.
4. 활동

구분

할 일

시간

목표

자세히

새벽

안전기지

(1)
모닝페이지

2:15~3:20

100

기상알람 2시, 출첵기준 3시
일어나 첫 시간은 나에게 준다. 

(2)
아침정진

3:30~4:50

100

300배(천수경)-명상10분-일지 작성 (절을 늘임)

(3)
필살기 수련

5:00~7:00

80

*현장연구 (특수교육총연합회)
[생태놀이활동이 장애아동의 사회기술과 사회적 상호작용 및 비장애아동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
*권장도서 읽기

달리기

7:00~7:50

72
(주5)

*클레어 코왈칙 <여자의 달리기> 8주 훈련법
*월 1회 마라톤대회 참석
       10월 8일(토) 영흥마라톤 하프
       10월 9일(토) 아라뱃길마라톤 10km 
       11월 20일(일) 부천일주마라톤 하프
*11월에 동구보건소 운동처방 다시 받기
*좋아하고 내게 에너지를 주니까 넣었다. 정신을 위한 20분 달리기임. 안해도 됨, 저녁에 해도 됨,됨

필살기

탐색

(4)
8:20 출근

8:20 am

80

*나의 쥐약 민폐는 ①1~5분 지각, ②기한내 기안처리 못함 ③회계업무 취약
*이 중 우선순위 ‘시간’

업무시간중전략적
태스크

3:00~5:00pm

80

①특수학급 수업준비
-매일 3학년 기본교육과정 국어 40분수업 약안작성
②통합교육 실천사례 연구 1시간
[스물네살 happy ending story의 열 살치 모자이크 줍기]
*<필살기> 책에서 본 걸 시도한다. 
 이번 300일차의 우선순위는 아님.

베이스캠프

(5) 저녁정진
(6) 아티스트데이트

7:00
매주 2시간
 주 1회

80
14주

108배-명상 10분
좋아하는 것 하면서, 에너지 주는 곳에서 놀기

-모닝페이지,아침정진,필살기수련을 매일 한다. 어려울 때도 모닝페이지-아침정진은 최저선으로 지킨다. 

5.예상난관 및 극복방안 
 
출렁거리며, 불안과 두려움을 품은 채 100일간 계속 걷는다.

6. 팀 공헌 : 단군부족 개인을 생각하며 매일 1번 기도하기

7. 보상
: 남도여행. 12월 21일 방학식 마치자 마자 여행가방을 들고 떠난다.
          
부산, 통영, 거제, 여수, 제주도...

8. 목표 달성 평가

구분

할 일

시간

목표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새벽
안전기지

모닝페이지

2:15~3:20

100

 

 

 

 

 

 

 

 

 

 

 

 

 

 

 

아침정진

3:30~4:50

100

 

 

 

 

 

 

 

 

 

 

 

 

 

 

 

필살기 수련

5:00~7:00

80

 

 

 

 

 

 

 

 

 

 

 

 

 

 

 

달리기

7:00~7:50

72(주5)

 

 

 

 

 

 

 

 

 

 

 

 

 

 

 

필살기
탐색

8:20 출근

8:20 am

80

 

 

 

 

 

 

 

 

 

 

 

 

 

 

 

업무시간중전략적 태스크집중

3:00~5:00pm

80

 

 

 

 

 

 

 

 

 

 

 

 

 

 

 

베이스
캠프

저녁정진
아티스트
데이트

7:00
주2시간

80
14주

 

 

 

 

 

 

 

 

 

 

 

 

 

 

 

  [1주][2주]

9. 골인 & 너머

IP *.114.49.161

댓글 125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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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05 17:31:27 *.114.49.161

1일차

* 2:25, 9:25 (5:00) / 모닝페이지 3:05~4:00, 아침정진 4:15~5;30(300배), 필살기수련, 달리기 없음. 다시 잠듬
*8:35 출근 / 업무시간 중 전략적 태스크 없음.
*저녁정진 6:45~7:50 (300배)

300일차 첫날이다. 알람을 2개 맞춰놓고 긴장을 하고 잠들었다. 정진을 마친 후 블루베리를 넣은 요플레를 먹고 6시부터 8시까지 다시 잠들었다. 나는 현장연구논문 관련해 다루는 걸 몹시 싫어한다. 차라리 웹써핑을 하고 잠을 잘 지언정. 그게 읽히네. 현장연구 관련해서 하지 않아도 좋다. 그 시간에 300일차 권장도서를 읽자. 지금은 그릇의 내용을 채우는 때가 아니라 그릇 자체를 짓는 때다. 5시~7시 즈음 2시간을 업 관련한 필살기수련에 쓰는 연습, 습관 속에 의지로 새기기, 이게 핵심이고 꺼리는 중요치 않다. 콩두씨 그러니 논문 하기 싫어도 자버리지 않기를 약속합시다요. 19금 영화를 보든, 산책을 하든, 요리를 하든, 청소를 하든 깨어있기로 해요. 근데 300일차 재수하는 입장에서 보면 <리더란 무엇인가> <탈렌트 코드> <익숙한 것과의 결별> <필살기> 이런 책들이 좀 재미지지 않던가요? <깊은 인생>의 유려한 선동도 매혹적이었고요. 콩두씨가 딱 좋아할만한 주제, 말투지 말입니다. 

출근해서 어쩐 일인지 종일 보글보글했다. 힘이 있어진 건지, 성질이 더 더러워진건지, 분노 때문에 그런 건지 화르륵 하면 삭이지 않고 내질러 버린다.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아서 대변실수를 하고서 눈치를 살피는 아이한테, 또 다른 이에게 의자에서 일어나서 버럭한다. 업무 관련해 상대가 마구 말해도 하나도 물러서지 않고 나도 버럭버럭 소리지르고 얼굴을 굳힌 채 목소리 떨면서 말해 버린다. 근데 별로 앙금이 남지를 않는다. 아이와 점심 먹으면서 또 눈 마주치며 웃는다. 그 순간 내 안에 아까 부르르 했던 것들이 없다. 상대가 하는 말도 듣고 있다가 반영한다. 이건 또 무신 일일까? 나는 그동안 분노를 표현하지 못해서 오랫동안 싸안고 있느라 그랬던 걸까? 아이와는 흔적없이 다시 웃지만 어른과는 어떨지.....기대할 수 없다.        

저녁 300배 후 벌렁 누웠다가 바로 잠들었다. 1시간 절은 바로 골아떯어지게 하고 숙면을 취하게 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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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06 05:39:36 *.154.223.199


2일차
* 2:10, 8:30 (5:40) / 모닝페이지 2:20~3:10, 아침정진 3:45~5;10(300배),  달리기 20분
  필살기수련 6:00~7:20 : 생태놀이 활동 12회기 치기, 교수학습과정안 양식 만들기
*8:27출근 / 전략적 태스크 집중 없음.
*저녁정진 6:30~7:10 (300배)

어제, 새벽일정을 위해 저녁일정을 포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다.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65~67쪽에서다.


전업 소설가가 되고 나서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수 있게 된 것이었다....그렇게 해서 아침 5시 전에 일어나 밤 10시 전에 잔다고 하는 간소하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루를 통틀어서 가장 활동하기 좋은 때라는 것은,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 그것은 이른 아침의 몇 시간이다. 그 시간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중요한 일을 끝내버린다. 그 뒤의 시간은 운동을 하거나 잡무를 처리하거나 그다지 집중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들을 처리해나간다. 해가 지면 느긋하게 지내며 더 이상 일은 하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며 편히 쉬면서 되도록 빨리 잠자리에 든다...그 덕택에 20년 정도 매우 효율성 있게 잘 지내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생활을 하고 있으면 나이트 라이프 같은 것은 거의 없어져버리고, 사람들과의 교류는 틀림없이 나빠진다. 화를 내는 사람도 생긴다. 어딘가를 가자, 뭔가를 하자는 권유가 있어도 전부 거절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주위 사람들과의 친밀한 교류보다는 소설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된 생활의 확립을 앞세우고 싶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특정한 누군가와의 사이라기보다 불특정 다수인 독자와의 사이에 구축되어야 할 것이었다. 내가 생활의 기반을 안정시키고, 집필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질 높은 작품을 완성해가는 것은 많은 독자들은 분명 환영해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소설가로서의 나의 책무이며 최우선 사항이 아닐까? 그러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독자의 얼굴은 직접 볼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관념적인 인간관계이다. 그러나 나는 일관되게 그와 가틍ㄴ 눈으로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관계'를 나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의미있는 것으로 정해서 인생을 보내왔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하면 그런 뜻이 된다.

블루베리 요구르트 한 컵 먹으면서 일지를 쓴다. 두 가지 아침 일정을 마치고 컴퓨터로 일지쓰는 이 시간이 즐겁다.

오랜만에 생태놀이 작업을 1시간 했다. 원래는 5시부터 7시까지인데 밍기적 거리다 6시에 출발한다. 자꾸 웹써핑을 하니까 작은 방으로 노트북을 들고갔다. 그리고 2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쓸데없이 미뤄둔 청소를 한다. 물먹는 하마를 교체하고, 귀걸이들을 정리하고 요 껍데기에 요를 넣는다. 오랜 만에-8월 10일부터 손 놨으니까 한 달 만에- 돌아왔다. 그 자체가 기쁘고 감사하다.
 
방과후에 교실에 혼자 있었다. 이런 일은 일년에 몇 번 없다. 특수학급에는 보조원, 인턴교사, 공익이 상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태스크로 잡은 수업 준비를 하지 않았다. 까먹고 있었다. 오늘의 까먹고 있다는 걸 알아챈 정도다. 마치기 10분 전에, 사례연구를 같이 하는 동료에게 쭈쭈바 두 개 들고가서 공원 달리기 얘기하며 낄낄대다가 내려왔다. 폐렴으로 아이가 2주째 입원중이라서 부딪힐 일이 없었다. 은근히 회피하는 심정도 있었다. 에너지탱크들이 나에게 힘을 주니까 배짱이 생기는 것 같다. 어제 부딪혔던 동료와는 원만히 해결했다. 나는 그의 입장을, 그는 나의 입장을 살피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싸우면서 조율해나가는 건 내가 이전에 사용하지 못하던 삶의 기술이다. 나의 이것도 기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동료와의 감정적인 문제가 없으니 마음이 가벼워서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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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06 19:16:41 *.154.223.199
국향님 ^__^
요즘 300+에서 신나게 활동하시는 듯 합니다. 종종 보러 갑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므흣~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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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06 12:39:37 *.246.77.2
여전하시죠? ^^

깨알같은 윤정님의 그림을 단군이 3기들도 감상할 수 있겠지요?
더 깊어지는 300일이 되시기를요~~^^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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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
2011.10.01 08:43:26 *.109.154.254
지나가다 우연히 들렀는데, 좋은 글 읽고 갑니다.
하루키 책 읽고 싶어서 바로 주문 들어갑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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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07 06:55:41 *.114.49.161

3일차


*2:50, 7:30 (7:20)
*모닝페이지 3:10~4:20, 아침정진 4:40~6:00 (300배), 필살기 수련, 달리기 없음
*8:35 / 업무 시간 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없음
*저녁정진 없음

늦잠을 잤다. 이번 주부터 돌려야할 현장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때문에 회피하느라고 잠이 늘었지 싶다. 새로 시작한 저녁 300배가 고되서 끝나자 마자 잠들어버리네. 오른쪽 무릎과 양쪽 발목 안쪽이 쿡쿡 아프다. 저녁에는 오늘쪽 다리가 무겁다.  몸이 변화에 저항을 하고 있다. 엊저녁에 미역국만 한 사발 먹고 잠들었다. 6시에 두가지 필수일정을 마치고 밥부터 차려 먹고 오는 길이다. 아침부터 상추쌈을 먹었다. 끝나고 화장실 가고, 밥 먹다 보니 1시간이 지나고 8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긴 했지만 채우고 다듬어야할 생태놀이 프로그램 한글 파일을 끝내 열지 않았다. 2시간 동안 갈짓자로 낮술 먹은 이처럼 비틀거리는 것 같다. 해가 훤히 들이치는 동쪽 창 앞에 앉아 쥐포나 구워 먹으면서 부끄러워한다. 인제 출근해야겠다.
 
오늘 보건실에서 소화제를 2번 먹었다. 출근 직후, 점심식사 후. 점심 때 매운 것, 튀긴 밀가루를 먹어서 부대꼈다. 속을 끓이니 소화는 안되는데 입은 자꾸 궁금하다. 보건샘은 둘째 아이를 5살까지 키워놓고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 이다. 그녀의 푸근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보면 위로가 된다. 생록천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쉬는 시간마다 약을 받으러 출근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듣는다. 자주 아프고, 신체검사 회신서 같은 거 제일 늦게 내고......돌봄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 저녁에 퇴근해서 두통이 계속되어 30분쯤 누워있었다.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내가 사랑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퇴근 후 누워 밍기적거리다가 교실 공사 후 가구를 넣고 삭신이 쑤시는데도 할 일을 하러 가는 이와 통화를 하며 그 전화가 나에게 하늘이 주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기력 떨어지는 거 핑게대고 주저앉을 수도 있었던 길을 힘내서 나섰다. 서각전시회에  출품한 이의 작품을 보러 인천예술회관에 갔다. 전시 마지막날이다. 7시 철수인데 7시 10분에 도착했다. 양해를 구하고 20분 둘러보면서 내 집의 주제를 잘 정한 후 집 이름을 짓고, 나무로 만든 현판을 하나 가지고 싶어졌다. 전시, 공연, 연주가 다양하게 열리는 그 공간의 공기가 퍽 마음에 들었다. 들러붙어 있던 문제에서 환기가 되는 듯 했다. 더 자주 오자, 문화적으로 풍부한 이 동네에서 더 자주 놀자.

길 건너 교보문고에 가서 조지아 오키프 전기,  프리다 칼로 전기, <리더란 무엇인가>, <탈렌트 코드> 네 권을 샀다. 뒤의 두 권은 지난번에도 샀는데 책이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했다. 마치고 친정어머니 상을 당한 이를 문상갔다. 지리를 모르니 택새를 타고 간다. 장례식장 앞 슈퍼에서 스타킹을 사서 신고 들어갔다. 절을 드렸다. 늦은 시간이라 밥은 먹지 않았고 10년 전 첫 학교에서 만난 이들의 테이블에 끼어 앉았다. 교사집단은 집성촌처럼 좁다. 문득 지금 내가 직장에서 만나고 있는 일들, 관계들을 10년쯤 먼 시각으로 보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 자체가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인 듯 하다. 내가 먼 시야, 넓은 시각으로 보면서 닥친 일들을 풀어나가라는 하늘의 힌트처럼 생각되었다.

꼭 가야할 장례식에 불참했던 자책을 풀어내려면 100번쯤 남의 장례식에 가서 울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내년에는 업무 중에 친목회 총무나 지원해볼까? 육개장이 놓인 테이블에 앉기 좋은 길이의 검은 정장을 한 벌 마련하고? 직원 회식 장소 예약하고, 천편일률적인 술 회식이 아니라 좀 문화적이고 창의적으로 놀면서 화합할 꺼리를 만들고, 소수만 참여하는 먼 곳 직원여행보다 청소하는 분까지 참여하는 칼국수, 부침개 막걸리 저녁을 제안하고? 그것도 재미있겠다.  

나에게 <살아있는 것은 모두 소중하다> 데니 그레고리의 그림책을 권했던 쌤을 거기서 만났다. 내가 앉은 테이블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았다가 내 이름을 부른다. 어찌 지내냐고 해서 이런저런 줄거리를 말한다. 주제없이 쓰는 모닝페이지는 충분히 했으니까, 의외로 그 작업을 하는 이가 적다며 아이들에 대해, 아이들과 지냈던 일상을 글로 써서 매일매일 성실하게 기록해보길 권한다. 실험설계보다 이런 단일사례연구가 내게 더 맞는 방식일까? 어쨎든 올해는 이대로 가 내야 한다. 그리고 보여주기 위한 수업실기대회, 일회성 현장연구 말고 같은 주제로 몇 년 하는 것을 해 보라고도 한다. 실제 그녀는 아이들과 그림 일기를 쓰고, 동화 읽기를 하고 글쓰기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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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08 06:29:46 *.154.223.199

4일차

*2:10, 10:00 (4:10)
*모닝페이지 2:20~3:30, 아침정진 4:10~5:40 (300배), 필살기수련, 달리기 없음
*8:40 / 업무 시간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없음
*저녁정진 11:30~12:00 (108배)

산만하고 심란하여 절을 한 배 한 배 천천히 한다. 어제치 일지를 쓰고 나니 7시가 되었다. 현장연구논문으로 돌아가지 않고 8시까지 다시 잤다. 금요일에 생태놀이부 2학기 첫 수업이 있다. 잠들다가 일어나니까 신경이 곤두선다. 무슨 일을 하고, 일의 양을 얼마를 하든 따뜻하고 편안한 상태로 아이들을 만나러 가야하는데......

수업을 마친 후 바람에 나부끼는 비닐처럼 부대낀다. 마음 속에서 폭풍이 부는 것 같다. 아무 일도 못하고 서성인다. 프로그램 협의를 하자는데 작업된 것이 없었다. 견디는 표정이 되었다. 추석이라서 보조인력 선물을 개인적으로 마련한다. 이럴 때 '다른 이들의 기준은 어떤가?' 알아보고 거기 맞춰서 하고자 한다. 뭐든 함께 가길 원하는 나에게 작년부터 혼자 가도록 하는 훈련이 여기저기서 온다. 영역이 분명한 이들의 영역 밖에 내가 놓이게 되는 경험이 반복된다. 당황스럽다. 한편 나는 업무에서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인간관계와 감정이 얽히면 해야할 일을 못하고 꼼짝 못한다. 개인적인 일에 영향을 덜 받는, 지침 안에서, 필수적인 서류를 갖춰놓는 걸 중시해야하는데 너무 약하다.   

퇴근하자마자 삼계탕을 먹고 들어와서 한 숨 자고 일어났다. 0시 이전은 아직 오늘이지 하면서 간소한 저녁정진을 한다. 0시가 넘었으니 인제 내일이라는 구분이 작위적이고 편리하다. 조지아 오키프와 프리다 칼로 전기를 왜 사왔을까? 둘 다 영화화되었고, 문장이 유려했다. 이걸 읽은 후 영화도 보고 싶다. 우선 복제본 오키프 그림이 한 장 내게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그녀의 고통 때문이고, 고통 속에서도 자기 길을 걸어간 모습에 기대어 힘을 얻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 역시 자신의 고통을 정직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습과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걸 나는 갖지 못했다. 의식적으로 그 부분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자꾸 생긴다. 그 다음 행동하는 힘은 어디서 가지고 오지? 달리기나 절이 주리라 기대한다. 나에게 힘을 주는 것을 생각하는 요즘이다. 전사들이 했듯 몸에 문신을 새기고, 얼굴에 그림을 그려넣고,  갑옷이라도 입어야하는 걸까? 근데 일지 쓰면서 문득 느낀 건데 내가 요새 '힘'이란 단어를 자주 쓰고 있다.

새벽 1시. 인제 현장연구논문 프로그램을 손봐야겠지. 회피하고 싶구만. 모닝페이지 하러 가자.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건 외롭고 쓸쓸하다. 정말 내가 두려워하는 건 혼자 깨어있는 게 아니라 깨어있긴 있으되 웹써핑이나 하면서 내내 도망다닐까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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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8 23:39:14 *.44.190.25
윤정님 응원왔습니다.^^
출사표만으로도 윤정님 300일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가 됩니다. ㅎ

저는 계속 달려볼 생각이에요. 꾸준히 달리고 성취감도 얻고 공헌도 해볼 생각입니다.
일단 지금 예정되어 있는 대회는
9월 19일 스마일마라톤(하프)
10월 23일 조선일보춘천마라톤(풀) 입니다. 
9월 19일에는 시각장애인 마라토너와 함께 달릴 예정이에요.
지난 100일 달리다가 발견한 해피레그란 커뮤니티가 있는데,
시각장애인 마라토너와 함께달리는 아주 좋은 모임이랍니다.
해피레그 바로가기
윤정님도 달리는 거 좋아하시니 관심있으시면 언제든.
꾸준히 달려주셔야 하는거 아시죠?
함께 달리기! 기대하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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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09 00:33:13 *.114.49.161
진호님 응원 감사합니다.
춘천마라톤과 시각장애인 달림이 지원을 하시는군요.
저도 한 번 해 보고 싶은 일입니다. 멋져요 ((@-@))
댓글 읽고 냉큼 달려가서 스마일마라톤 하프 신청했습니다만 꾸준히 안 달리면서 하프 신청한 것에 후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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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09 08:04:38 *.114.49.161

5일차

*어제 6:30~11:30 자고 5시까지 깨어있다가 다시 잠들어 7시 30분에 일어남
*모닝페이지 1:10~2:20, 아침정진 3:00~4:15 (300배), 필살기 수련, 달리기 없음.
*8:35출근. 이로써 이번 주 내내 8:20 기준을 한 번도 못지켰네 / 업무 시간 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시간 없음 

일을 하러 일찍 일어났다가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만 하고 다시 잠들었다.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모든 것이 싫다.

추석연휴 전 금요일이라 마음이 푸근하다. 아침에 학교 건너편 시장에서 대추와 밤, 콩 1단, 송편 6근을 샀다. 이 집 송편이 이 시장에서 제일 맛있다. 깨만 속으로 넣는게 아니라 콩가루를 섞고 간이 맞다. 작년에는 이 집에서 익반죽하고 고물도 주문했는데 올해는 어쩐지 이런 계기교육을 기획하질 못하고 넘어간다. 아이들과 추석이야기를 하면서 나눠 먹었다. 대추와 밤으로 수세기를 했다. 10년동안 3을 못 넘어가네. 꼬투리에 든 콩을 혼자 까지 못하는 아이와 콩을 깠다. 아까 먹은 떡 속에 든 콩이 이것이라고 하면서. 내가 반 벗긴 꼬투리에 담긴 콩알을 흔들어서 주면 아이가 뜯어내어 담았다. 할머니더러 밥에 넣어주세요 하라고 했는데 모르겠다. 밥 글자를 말하지 못하는 아이가 어떻게 말할 지...

우리 교실 보조샘들이 하도 안타까와하셔서 오늘 아침에는 이 아이를 데리러 주러 오신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오직 이 순간만이 하루 중에서 이 아이가 엄마를 독차지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저기 혹시 어머님, 00이가 예쁜 얼굴인 걸 아세요?" 엄마는 택도 없는 소리라며 절대 그렇지 않단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 모르고 계신 거였나? 이마도 이쁘고, 눈도 이쁘고, 스마일도 최고인데 머리를 집에서 깡충 잘라놓고 옷을 너무 몸과 나이에 안맞게 입히셔서 우리끼리 아마도 엄마가 이 딸이 이쁜 줄 모르는 것 같다고 의견을 나눴었다.    

보쌈을 먹으면서 1시간 동학년샘들과 수다를 떨고 명절을 잘 보내라 인사하면서 헤어졌는데 정작 가장 가까이의 이에게는 그러질 못했다. 다툼에는 앙금이 남는다. 도자기처럼 관계에 실금이 가는 것 같다. 안에 있는 줄 알면서 모른체 지나가고, 나는 칼퇴근하는 줄 알면서 나가보지 않는다. 마음이 없어서가 아닌데 나는 이 무신 고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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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여명
2011.09.09 14:43:52 *.219.66.62
윤정온니~ 안녕하세염 ^^
오~ 언니 부족장 이셔요? 이거할려구 일부러 재수 하셨구낭 ㅋㅋ
언니의 300일 시작에 큰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람당
신나고 배부른 추석보내세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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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0 07:04:30 *.154.223.199
여명랑 납시었소? ㅋㅋㅋ
아무래도 그랬나봐요. ㅋㅋㅋ
밝은 여명랑 임담배전 잘 쓰시구요. 300+ 에서 재미지게 지내시고요. 종종 또 같이 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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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11.09.10 00:12:47 *.97.192.235
콩두.. 보고싶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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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1.09.10 07:06:03 *.154.223.199
^^ 날 잡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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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0 07:01:45 *.154.223.199

6일차

*2:40, 6:00 (8:40)
*모닝페이지 3:00~4:00, 아침정진 4:30~6:00, 필살기수련, 달리기

잡념깡통을 딴다.

비즈장난감을 가지고 싶어하는 조카의 마음이 읽힌다. 소꿉놀이 식량이 필요했구나. 이마트  후식 비즈 장난감은 약속했으니 사다주고, 언젠가 밥상에 농사짓은 팥을 팬하게 부어놓고 썩은 걸 골라내다 손바닥으로 쓰다듬던 엄마의 말 "사랑스럽지? 바쁜데 요것들 사랑스러워서 자꾸 농사짓는다" (나는 옆에서, '곡식 말고 딸래미인 나나 좀 사랑해주지, 나한테는 한 번도 사랑스럽다고 쓰다듬어주지 않았으면서 쳇' 하며 팥을 질투하고 있다. 내 앞에 앉은 이가 내 엄마 말고 다른 면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처음 느껴본 장면이기도 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 그 말처럼 사랑스런 열매들을 색색이 종류별로 구해다주면 좋겠다. 이담에 이 소녀가 프시케신화를 읽을 때 섞인 곡식 무더기를 종류별로 분류하는 과제의 어려움을 떠올릴 수 있도록 일곱살짜리가 고사리손으로 골라낼만큼 알 굵은 걸로다. 자주색 강낭콩, 검은색 서래태콩, 붉은 팥, 얼룩덜룩 동부팥, 호박씨, 해바라기씨, 통밀, 통보리,  분꽃씨앗, 봉숭아씨앗...이것들을 스스로 키워서 얻으면 더 즐겁겠지만.

그에게 해줄 대사 "내가 친구입장에서 말한다면, 퇴근 후 저녁식사 전이든 후든 공원에 나갈 기회가 일주일에 3번 있다면 그 중 최소 1번은 함께가 아니라 혼자 가면 어떨까 해요. 나무가 내는 피톤치드, 산소 속을 걸으면 몸은 운동도 되고 마음은 쉴 것 같거든요. 관찰자 입장에서 보면 여자든 남자든 정해진 역할에 맞추느라 너무 무리들 하시는 듯 해요. 직장과 가정에 봉사하기 전에 자기 시간을 가지면 더 잘 할수도 있고요. 자기 시간 가지는 것에 대해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듯 한데요. "

현장연구는 한다. 하지만 아침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내련다. 하기 싫은 이것 회피하느라고 잠자느니, 내가 좋아하는 읽기를 하면서 깨어있다가 달리러 가는게 백 번 낫다. 남도여행 가기 전에 읽어가고 싶은 토지, 난중일기도 읽고...어렵게 낸 시간 싫어하는 것, 의무에 잡혀 하기가 싫다. 이것도 장애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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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1 06:03:26 *.154.223.199
7일차

*0:30, 새벽 첫차를 타러 나가야한다.
*모닝페이지 1:00~2:30, 아침정진 4:00~5:30(300배), 필살기수련, 달리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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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3 07:40:40 *.154.223.199
8일차

*2:00, 9:00 (5:00)
*모닝페이지 2:15~3:30, 아침정진 3:30~5:10, 필살기수련 5:20~7:20 <리더란 무엇인가?> 달리기 없음, 오후에 자전거 1시간 30분 탐

추석날이다. 컴퓨터 있는 방에 새부부가 사고 남자와 여자가 모여 잔다. 올해는 7살 조카가 새로 태어난 동생과 남은 제 엄마 대신 아빠만 따라와서 할머니가 데리고 잤다. '감사'가 주제인 명절. 일어나 부엌으로 나가 커피를 만들어 어제 내내 부친 전이 놓인 주방식탁에 앉아 모닝페이지를 한다. 홑이불을 접어서 절을 했다. 아무 일도 없이 가족이 유지되고 함께 함이 감사하다. 부모님의 건강이 나빠지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하며 친구분들과 즐겁게 지내시는 듯 해 감사하다. 큰동생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올케가 아이 얼굴 들여다보며 지내는 걸 좋아하면서 잘 조리하고 있어 감사하다. 취업준비중인 동생이 건강과 용기를 잃지 않고 밝은 모습이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감사한 인연들

나에게 감사는 투정부리고 트집 잡는 분노를 드러낸 다음에 온다. 그러니 그 가시덩굴 작업이 필요하다. 그게 내 몫이다. 

식탁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이 행복했다. 조카아이가 와서 같이 놀자고 한다. 싫다고 했다. 너도 옆에서 조용히 읽든 그리든 쓰든 하든지 들어가 더 자라고 했다. 그 아이를 사랑하지만, 내가 저녁에 일찍 자버리고 아침에 공부하는 걸 원하는 걸 조카는 받아들인다. 옆에서 1시간동안 만화책 2권을 조용히 읽는다.  이건 내가 아이의 양육을 책임진 엄마나 아빠가 아니라 고모기 때문에 가능한 태도다. 나는 이 가족과 어쩐지 뜻이 통해서 올 때마다 같은 방에서 잤고, 아이가 놀자고 해도 초저녁이면 골아떨어졌고 '고모가 나하고 안놀아주고 자버렸다' 고 아이가 운 것을 기억못한다. 아이 엄마가 새벽까지 놀아주고 재웠다. 새삼 어린아이 양육을 책임지면서 자기를 가꾸는 시간을 가지려 고군분투하는 엄마, 아빠인 분들에 대한 존경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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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4 05:20:41 *.154.223.199
9일차

*2:00, 9:30 (4:15)
*모닝페이지: 2:30~4;00, 아침정진 4:30~6:00, 필살기 수련, 달리기 없음

모닝페이지 노트에다가 꿈일기 2개를 쓰고 그린다. 어제 저녁에 잠을 적게 자서 아침내내 졸았다. <리더란 무엇인가>를 읽으려고 자전거에 나갔더니 없다. 어제 여기 짐칸에 묶어서 유년의 강가를 돌아다니다 왔다. 유년의 강가는 거기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은 변해있었다. 강이 넓어지고 수심이 깊어져있고, 늪처럼 물이 고이는 곳마다 물풀들이 자라나서 내려가 놀만한 길, 장소는 아예 없어졌다. 어제 갔던 길을 되짚어서 책을 찾으러 나갔다. 자전거 타고 혼자 가겠다는데 아버지가 1톤 트럭을 타고 같이 나선다. 혼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딸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아버지 마음이 읽힌다. 옆자리에 덜렁 올라탄다. 창고에 보니까 엄마가 사다놓고 개시하지 못한 바베큐 불판이 있다. 우리도 모여서 지글지글 소고기를 구워보자는 얘기를 여러번 하셨는데 이번에도 불발이다. 당뇨에 고혈압인 양반의 고기타령이 달갑지 않았다. 식구들이 모여서 고기를 굽는 장면은 엄마의 '가족 로망' 인 듯 하다. 이것도 같은 마음일거라 짐작해본다. 술 한잔 하자는 말이 시간을 내자는 말인 것처럼 이것도 '고기 한 번 굽자'고 쓰고 '식구들이 모이는 자리를 갖자' 로 읽어야 하는 것 같다. 이번 명절에 자식들은 모두 늦게 왔다. 나는 금요일에 가겠다 해놓고 아예 내려가지 않았고, 다음날 내려갔다. 나만 느끼는 척력이 있는 것 같다. 집을 떠난 이래 나는 내려가기 전에 예외없이 내 어머니가 나를 밀쳐낼 것이라는 (이유는 항상 다르다. 이번 같으면 혼자 늙는 딸의 꽃지는 얼굴을 보기 싫어서 화장하고 이쁜 옷을 입으라는 구박과 ) 불안을 만나야하고 진이 빠진다.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하다보면 막차시간이 되곤 했다. 이건 내 안의 것, 내 몫인 듯 하다. 그럴 넘든 안든 해야 가게 된다.  

콩두씨, 마흔 먹어서 어린애처럼 이러고 있는 게 지루하고 수치스럽다고요? 지금 안하면 나이 더 들어서 그럴텐데요. 그나마 지금이 제일 빠른 때인 것 같고요. 콩두씨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 아이의 부족한 마음이 시작된 것은 글쎄 어린아이인 시절이 콩두씨한테는 초경 전까지로 보면 12살까지라면 그 때까지의 소녀와 그 소녀의 젊은 엄마였던 그녀 (스물 둘에 엄마가 되어 그 딸이 열두살이 된다고 해봐야 서른넷이거든요. 그래봐야 지금 콩두씨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이고요) , 지금의 콩두씨 이렇게 세 여자를 놓고 볼 때, 지금의 콩두씨가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만큼 되니까 자꾸 들어달라고 내밀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이 장면 저 장면으로 초대를 자꾸 해쌌는 것도 지금의 콩두씨가 그걸 지긋이 봐낼만 하니까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스스로의 힘으로 듣고 보아내지 못하겠다 판단이 되면 이 여자가 전문가를 찾아가서 연결시키겠거니 뭔가 믿는 마음이 있으니 그러는 거겠죠. 콩두씨를 응원합니다. 콩두씨가 하려는 작업이 세 여자 모두를 위한 일이 아니던가요? 아 또 오지랖 부리고 있지요? 오지랖이 장점이자 약점이 아닐까 하는데요. 최고의 장점은 최고의 단점과 통하거든요. 암튼 세 여자가 아니라 콩두씨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게 맞겠죠.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검색해 보니까 '마흔' 키워드의 책이 많더구만요.  지금이 때이기 때문에? 빙고!  콩두씨가 믿든 믿지 않든 자신이 해 낼 수 있습니다. 속는 셈 치고 함 믿어보시죠. 그리고 믿든 말든 이런 아우성은 계속 될겁니다. 제길 쳇! 대신 욕 한 번 해 줬으니까요 힘내시구요. 욕 대리 뿐만 아니라 짠짜라짜라짜라 짠짠짠 말씀만 하시면 응원가 뽕짝도 틀어드리겠습니다요.^^

책은 자전거를 타고 쏟아지듯 내려오던 숲 비탈길에 떨어져있었다. 그 강가 조약돌 위에 한참 앉아 있었다. 물소리를 듣고, 노을을 보고, 바람에 쓸려가는 구름을 한참 보았다. 그 숲은 초등학교 6년 내내 봄소풍을 간 곳이었다. 나는 근 20년만에 그 숲에 갔었다. 그리고 고속도로가 생긴 후 닦인 길가의 15년생은 되어보이는 벚나무길도 처음 보았고, 강의 지형이 나 어릴 때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처음 보았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더니 고속도로와 강 제방공사 때문에 상전벽해란 말이 더 어울린다. 나는 스무살 이후 마흔살 될 때까지 도대체 어디를 다니다 온 걸까? 늘 뭔가 해야할 일이 있었다. '나는 내 할 일 열심히 하고 있다. 너도 니 할 일 열심히 해라'라는 지상명령이 있었지. 그런데 내가 원했던 삶은 할 일 없이 조약돌 위에 앉아 강물 소리를 들으며 그 근처에서 식구들이 있는 그런 풍경 정도였는데 싶었다. 감춰진 질서에 포함되는 삶, 주어진 사명을 따라 모험에 나선 자의 삶에 나타나는 동시성에 대해 자기 삶을 들어 간증하는 조셉 자보르스키의 책은 하필 거기 떨어져서 나와 아버지를 그 숲으로 이끌었나 싶기도 했다. 

초등학교 동문인 아버지는 왜정 때 송진을 채취해 내던 자국을 나무가 기억하고 있다며 짚어주었고, 솔잎혹파리 약을 주입하는 구멍을 손으로 가리키며 시에서 구입해서 공원화하면 좋겠는데 개인에서 또 다른 개인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이야기를 하신다. 소나무는 세월을 자람으로 보여준다. 나보다,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다. 그 나무들은 초등학생이었을 때 할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와 앉던 아버지와, 내 엄마가 싸준 볶음밥 김밥을 먹고 묏등 위에서 장기자랑을 하던 우리 형제들의 초등학교 시절도 다 보았을 것이다. 나무가 모두를 아는체 하며 아버지한테 "어, 너구나. 저게 네 딸이구나. 뒷머리 납작하니 젊잖던 까까머리가 인제 환갑이 되었구나." 쓰다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나무는 강 건너에 살던 그 남자의 아버지가 자라는 것도 보았을 것이다.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던 집이 저기라고 했다. 그래서 나를 이 조약돌 강가로 불렀군요. 

또 한 군데 가보고 싶은 조약돌 강가가 있다. 죽이라고 명령이 내려졌지만 차마 죽일 수 없어서 경찰들이 강 건너가서 납작돌 2개씩 주워오라 했더란다. 그런데 황소처럼 순한 이 무식한 젊은이들은 그 길로 도망가지 않고 납작돌 2개씩을 주워서 되돌아갔다고 했지. 영순 냇가였다고 했다. 1950년의 사건. 이 동네에 아홉집이 같은 날 제사가 든다. 그 시체더미를 헤매던 젊은 아낙들은 다 늙어서 돌아갔다. 그 때 태어난 자식들이 이제 육십대다. 나더러 조약돌 강가로 가라고 하는 목소리는 그 강가도 가보라 하는 것 같다.    

가장 늦게 남아 있은 덕에 엄마와 한 판 하고 차비를 받아서 올라온다. 가면서 먹으라고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한 가방 챙겨주신다. 졸면서 돌아왔다. 인제 이곳이 내 집이고 내 터전이다. 나는 그곳을 떠나왔다. 싸움없는 장례식이 없듯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섞인다. 명절은 평소의 모습을 드러내는 장이 되는 것 같다. 드러내는 것도 풀어내는 중인 것 같다. 

이번 추석의 또다른 껀수는 열아홉살 때 '너랑 나랑 마흔살이 되면 설날에 만나자'고 약속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서울 가서 만나자 한 것이다. 친구는 마흔 아홉이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그럼 그 때 다시 보자고 내가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꺼내 고향집 번호를 눌러서 통화를 했고 핸드폰 메모장에 번호를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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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4 07:15:20 *.154.223.199
10일차

*2:30, 5:00 (9시간 30분, 많이 잤네=_=)
*모닝페이지 3:00~4:40(중간에 40분 어정어정), 아침정진 5:30~7:00 (300배), 필살기수련, 달리기

오랜만에 출근한다. 셔터 올리고 이것저것 정비를 해야겠지? 오늘은 좀 일찍 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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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5 06:44:39 *.154.223.199
11일차

*2:00, 8:00 (6:00)
*모닝페이지 2:40~4:30, 아침정진 5:10~6:30 (300배), 필살기수련, 달리기

어제 서른아홉살 친구가 6살과 3살 아이와 처를 남기고 과로사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선량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 다시 진로를 찾아 대학을 다시 가서 마치고 원하던 일을 하던 친구다. 오늘 새벽에 그 충격에 골똘하다. 명복을 빈다. 6살 짜리 아이가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엄마나 삼촌이 정확한 사실을 이야기해 주라고, 안그러면 아이는 '내 탓'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때여서 자기가 받아들인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처리를 할 가능성이 있지않겠냐고 그 와중에 충고를 하고 있는 나는 정말 문제다. 이미 아빠의 매장이 끝났는데 장례과정에 아이를 참여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를 대상으로 죽음을 설명한 그림책이 뭐였더라?  엘리자베쓰 퀴블러로스 여사 책을 읽을 때 그런 책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게 번역이 되었던가? 퀴블러로스 여사가 그런 책을 만들어야했던 것은 어린 나이에 부모의 죽음을 만나거나, 자신이 직접 죽음을 만나야 하는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준비하고 설명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죽음이 오늘 새벽 내게 하시는 말씀. 콩두씨는 어떤 우선순위를 갖고 살고 있는 걸까요? 목욕물과 함께 목욕통에 든 아이를 버린다는 말이 나에게 똑 맞아요. 나는 일과 사람 사이의 우선순위를 잘 모를 때가 많거든요. 어제는 물 뜨러 가느라 등교하는 아이를 내가 받지 못하고 보조샘이 받았어요. 이 아이에 대해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됩니다. 나는 담임 자리를, 그 아이에 대해 정면으로 대해야 하는 자리를 스스로 지키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내 어머니에 대해 엄마의 일, 돈에 대한 관심과 집중보다 덜 중요한 취급을 받았던 것에 대해 투덜대고 분노하면서도 그 모습이 바로 내 모습입니다. 나는 그런 책임을 부담스러워하는 듯 해요. 자주 그럽니다. 핑게는 많아요.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엄마처럼 주로 돌보는 보조선생님한테 애착을 형성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들여다볼 수 있는 보조인력을 따오고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리고 아이의 사랑을 잃은 듯 고심하는 것은 그녀와 내가 질투하는 것과 같다....뭐 이런 따위들입니다. 하지만 이건 우선순위를 사람으로 두고 있지 않을 때가 상당히 많다, 나는 겉으로는 다정하고 친절해보이지만 사실 냉정한 사람이라는 말이겠죠.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았다. 더는 어쩔 수 없다. 나더러 더 요구하지 마라"는 내 어머니에 대해 "엄마는 대학공부시키기 위해, 돈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지요. 우리는 늘 빈 자리를 보면서 기다리고요. 부모님의 우선순위는 일, 돈이었지 자식들과 관계를 쌓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어요."라는 말을 개구리나 뱀처럼 입에 물고 있었던 나는 뭔가요? 마흔 먹은 내 안의 이런 목소리는 어찌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할까요? 수치스러워요.  

절 하는 내 앞에 몇 개의 액자가 있다.  한정화님의 붉은 튤립 수채화, 조지아 오키프의 해바라기, 모네의 아티스트의 정원, 은미님이 2백일차 완주 기념으로 만들어주신 양귀비꽃밭 사진을 갖다 놓았다. 이것들을 매일 보다보니 하필 이 꽃그림을 매일 보게된 인연은 뭘까? 잡념이 올라와서리 꽃말을 찾아보았다. 붉은 튤립은 사랑의 고백, 노랑 해바라기는 일편단심, 모네의 프랑스 지베르니 정원에 핀 붉은 장미와 흰 장미는 사랑이다. 붉은 양귀비는 위로, 위안이라는 꽃말이 있었다. 오후 콩두씨에게 위로, 위안, 사랑을 주는 꽃밭이군요. 오호 콩두씨는 뭔사랑을 이리 많이 받는대요? 그리고 노랑과 초록의 한낮 해바라기의 색깔은 나에게 위안을 준다. 나는 요즘 노랑색과 초록색이 끌리고, 빨강은 꿈에 자주 등장한다. 이것도 필요한 색깔인 듯 하다.   

오늘 문득 거기 적힌 2백일차 내 출사표 제목 '자기를 아름답게 가꾸는 새벽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저게 내가 단군 기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이었지. 3백일차 '한 마디 매듭짓는다' 나 재도전 3백일차 '그냥 한다' '계속 걸음'은 모두 힘든 것, 싫은 걸 억지로 견디는 제목이구나. 타고난 한량과인 내가 언제 억지로 견뎌서 뭔가를 이룬 적이 있었던가? '자기를 아름답게 가꾸는 새벽정원' 시절이 그립구나. 돌아가자.  그동안 욕심을 너무 냈지. 그냥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하고, 좋은 책 몇 쪽 읽고 단군일지 쓰고, 시간 되는 대로 20분이든 30분이든 매일 달리고...내게 힘을 주는, 나를 아름답게 가꾸는 꺼리로 어렵게 낸 새벽시간을 채울거다. 인정한다. 현장연구 싫다. 내겐 일꺼리다. 일꺼리를 새벽에 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현장연구 생태놀이 그건 프로그램만 잘 해놓으면 그냥 돌리고, 분석하면 되는 거잖아? 한동안 집중하면 끝이 나는 거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는 <필살기> 책에 의하면 그의 마리츠버그역이었던 영어를 가장 못하고 평가모델을 잘 모르는 심사관으로 조용히 앉아있어야 했던 11년차 때 그늘체험 후 업무를 대하는 관점을 혁신했고, 그 방향대로 업무시간 중 최소 4시간을 전략적인 태스크에 집중한 7년 정도를 보낸 후에 어느날 한 달 포도단식을 하다가 '글을 쓰자'는 마샤 그레이엄의 재능이 동 뜨는 길을 따라 나서라는 순간을 맞이한 후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다고 했다. 그건 정말로 자신의 재능(천복)이 뒷받침하는 껀수였다. 나는 지금 11년차 출발점에 서서 이것이 내 재능(천복)이라고 자신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듯 한다. 자신에게 정직해야하는 순간이다. 나는 잘못 짚었다. 다시 돌아간다. 나는 11년차의 그늘 속에 여전히 놓여있다. 누군가는 그늘체험을 통해 도약했다. 모두가 그늘체험을 통해 도약하는 것은 아니지.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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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6 06:42:14 *.154.223.199
12일차

*2:30, 8:30 (6:00)
*모닝페이지 3:05~4:40, 아침정진 5:10~6:30, 달리기 7:10~45

어제 MBTI 해석을 준비하면서 관련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직업선택과 학습전략 관련해서 읽을 것이 있었다. 단체든, 개인이든 부부나 연인이든, 내가 준비하는 대상의 해석 자료를 읽을 때 늘 먼저 펴보는 부분은 나의 유형과 관련된 페이지다. 거기서 한참 놀고 난 뒤에 대상에 대한 부분을 읽는다. 애초부터 나를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공부였고, 근본주의자 기질이 있는 나로서는 좀 유형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부작용이 따르기도 했지만 이 공부가 여전히 만족스럽고 재미가 있다. IUFP에서 부기능이 무엇이지 탐색중이라 보기 때문에 두 유형에 대한 설명을 모두 읽다가 어이쿠 했다. 내가 ISFP이든 INFP이든 정한 목표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목표를 변경하지 않고 장애물을 넘거나 극복해가는 것은 중요한 과제인 듯 하다. 더불어 실제적인 스텝을 밟아서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추진해가는 것도 중요하다. MBTI 를 공부하려는 초기 목적이 바로 나를 이해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지를 알고, 다름을 인정하는 공존, 평화를 위한 적응전략을 마련하는 툴 하나를 가지려는 거였지. 새삼 새벽 공부로서 현장연구를 던져버리려는 찰라 이런 기회가 온 것을 감사히, 신비롭게 여긴다.  

내가 특수교사가 아니라 다른 직업이었어도, 그 직업에서 정업을 이루도록 하는 정진과 연구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 중 한 가지로 나는 새벽마다 단 몇 페이지라도 그 직업 관련한 관심사가 이어질 수 있는 독서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 내가 농부라면 농사 관련해서, 요리사라면 요리 관련해서...교사이기 때문에 나름의 '연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인데 그걸 이러시면 안되지요. 그러니 '자기를 아름답게 만드는 새벽정원' 안에 그 시간이 짧든 길든 포함되는 것은 내가 꿈꾸는 삶의 한 조각이 맞다. 구체적인 목표와 마감일이 있는 것은 평소의 나의 방식과는 매우 다르지만 매일 하는 일을 수치화하고 눈에 보이도록 만드는 좋은 방편일지 모른다. 어쨎든 나는 IUFP의 정체성에서 부기능이 직관이든 감각이든 체계적이고 점진적으로, 그러니까 매일 매일, 공부가 하고 싶든 말든, 기분이 나쁘든 말든 할 일을 해서 벽돌 한 장씩을 매일 찍고, 한 장을 말리고, 한 장을 쌓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는거지. 그러면 소박한 나의 흙집은 언젠가는 지어질 것이다. 나는 청사진만 지웠다 그렸다 하고 있군.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어제 어린아이를 위한 죽음에 대한 그림책을 추천받았다. 미술치료 선생님이 우연히 어린이동화읽기 모임을 하고 있었고, 거기서 나온 권장도서 목록을 얻었다. 애완동물의 죽음을 가지고 애도하는 내용의 책을 2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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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7 07:03:57 *.154.223.199
제목 : <리더란 무엇인가?>를 읽고

이 책은 조셉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영웅의 여정 단계를 조셉 자보르스키가 아메리칸리더쉽포럼과 국가보다 재정과 영향력 범위가 크고, 세계의 평화가 기업의 이득과 맞물리기 때문에 세계의 미래 시나리오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는 다국적 기업 셀의 미래 시나리오 관련한 일에 헌신하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일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아니 이 말은 맞지가 않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단지 말하고 있을 뿐이고, 우연히 그것이 캠벨의 책에서 나온 단계와 같다는 걸 발견했다.  

조셉은 그 일에 어느날 함께 한다. 그러면서 일어난 동시발생적인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감춰진 질서에 대해, 예측가능한 기적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흐름에 있지 않게 되는 순간도 증언한다. 그는 이런 것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그는 이것이 존재방식에 대한 사고전환을 기반한다고 본다. 세계관을 단절된 것이 아니라 상호연관된 것으로 보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열린 관계가 우주의 존재방식임을 인정하는 것, 또 하나는 그것에 헌신하는 것이다. 이것은 의지라기 보다는 기꺼이 내어맡김의 의미다.  

그에게 일어난 동시성의 예가 수두룩빽빽하다.
 
1) 아들의 출산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만큼 일에 파묻혀 지내는 삶의 방식으로 살다 아내에게 이혼을 통고받은 후 주변을 정리한 후 떠난 7주간의 유럽여행에서
  - 자동차 경주의 입장권을 구했고,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우비를 빌렸다.
  - 육체관계에 기반하지 않는 이성 사이의 진심을 다하는 관계 경험
 - 하필 가지고 떠난 책 <사랑의 기술><갈매기의 꿈>

2) 누나 아들이 죽었을 때 통화, 장례식 과정에서 누나와, 죽은 조카와 느낀 일체감

3) 그의 앞에서 묘기를 넘던 산족제비와 부딪힌 산 속 오솔길에서의 일체감

4) 아메리칸리더쉽포럼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반복되는 우연적인 만남
  -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
 -개인의 의지, 힘으로 닿을 수 없는 수많은 고급 전문가들과의 만남이 다음 사람이 꼬리를 물고 다음 사람을 소개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우연히 집어든 잡지, 우연히 들른 곳에 그가 우연히 있었다는 식으로 연결됨

5) 공동현안에 대한 합의된 대응을 위한 1년 과정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리더쉽포럼 중 야외체험학습 중 자연, 구성원과의 일체감,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에도 수많은 전문가들과 우연히 닿았다.  

6) 재혼한 아내 메이비스와의 만남, 새로 태어난 아이들과의 순간적 연결

7) 다국적 기업 셀의 미래 시나리오 기획팀에 초빙받아 런던 이주

8) 예비된 것들 - 아버지를 통한 것

9) <리더란 무엇인가>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신화의 힘>의 근원이 된 모이어스 캠벨 대담을 기획한 베티 수와의 연결

10) 전범재판의 검사였던 아버지와 그의 아들, 그 수용소에서 죽은 아버지와 그의 딸...대담에서 연결되는 사람들..결국 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조셉은 마흔살까지 법정변호사였다. 그의 아버지도 그랬다. 아버지는 전범 재판의 검사를 하면서 나치에 학살된 유태인의 실상을 보았고, 인류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화두를 가졌다. 그리고 워터게이터 사건의 검사가 되어 대통령을 탄핵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조셉은 아버지의 기록을 보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 같은 화두를 가졌다. 마흔에 이혼을 당한 후 그는 갑작스럽게 어떤 흐름에 참여하게 된다. 그것은 세계와의 일체감, 연결감을 느끼는 것에 기반한 행동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이러한 동시성이 일어나는 특별한 상태를 가져오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리더란 무엇인가?> 질문에 참구한다. 나는 그가 동력이라고 말한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기반한 세계관', '연관되어 있는 개인이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 '이것에 헌신하는 상태'에 대해 이해가 어렵지 않다. 그건 내가 스무살 이후 절에서 들었던 무상, 무아, 연기법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성적인 의미에서 이해와 삶에서의 체득은 다르다는 걸 안다. 조셉 자보르스키는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체험했다. 결국 변화는 그 체험에서 올 것이다. 

마지막에 나왔던 언어가 개인의 세계인식에 미치는 영향 부분에 대해 더 읽고 싶어졌다.

그는 다국적 기업의 미래 시나리오 팀과 함께 세계를 위한 시나리오를 만든다. 자유화와 세계화의 두 조류 안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지를 예측하고 변화의 흐름을 설정하는 일을 한다. 그가 작업했던 1990년대 초반에서 20년이 흘렀다. 세계는 어떤 시나리오대로 움직여가고 있는걸까? 궁금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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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7 07:05:16 *.154.223.199


13일차

*3:00, 9:00 (6:00)

*모닝페이지 3:25~4:40, 아침정진 5:10~6:15 (300배), 달리기 6:20~50

줄간격이 어찌 이리될까? 눈이 아프다.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내 집 멀어봐야 몇 미터, 교실도 그렇고, 좀 지평선까지 시야가 시원하게 닿을 수 있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데로 나가고 싶다. 눈이 아프다. 어두운 데서 무언가를 해 버릇하니까 더 그런듯.

절을 한 후 바로 달리러 갔다. 30분 슬슬 달리다 내려왔다. 어제 저녁에는 저녁밥을 먹고 나서 이 곳을 슬슬 걸어다녔다. 새벽이 아침으로 변해가는 시기, 저녁이 밤으로 변해가는 그 찰라의  증인이라도 된 것처럼 신비롭고 뿌듯하다. 귀뚜라미가 여기저기서 소리를 내는 걸 들으며 달리고 걸었지. 행복하다. 참으로 행복하다. 정진을 한 후 바로 달리는 것이 나에게 더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그 다음에 간단히 채비해서 출근한 후 1시간쯤 업 관련한 공부를 할 수 있으면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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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11.09.18 07:51:19 *.109.60.182
윤정님~~ 저예요^^
음... 그거 아세요? 제가 300일을 다시 또 다시 할까말까 막 머릿속이 복잡했을 때...
'해야한다'가 아니라 '하고싶다' 이어야 하는데 그게 안돼서 계속 머리채를 끄잡아 당길 때...
윤정님의 "그냥 한다" 이 말에 완전 감동 먹었다는거....
그래 그냥 하는거지. 뭐 어쩌구 저쩌구가 필요한가~ 뭐 그리 이유가 있어야 하나~~ 이랬다는거.
이 외로운 길을 윤정님과 함께 갈 수 있어 전 참 다행이랍니다.
고. 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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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8 12:58:07 *.154.223.199
^^ 은미님 어서 오세요. '그냥 한다'는 저도 베껴온 거예요. 저도 은미님과 함께여서 넘넘넘넘넘넘~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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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8 12:52:38 *.154.223.199
14일차

*7:00, 1:30 (5:30)
*모닝페이지 7:30~9:40, 아침정진 10:45~12:00(300배)

술 먹고 새벽에 들어왔다. 소주, 소주, 맥주를 홀짝거리며 3차까지 따라다니다 택시를 탔다.  샤워를 하고 나니 조금만 버티면 기상시간이다. 0시 지났으니 출첵을 한다. 철야를 하겠다는 용기, 부지런을 안내고 몸을 극진히 모셨더니 아침에 이러쿵저러쿵 후회와 참견이 많다. 몸이, 시간이 어떻든 하루 안잔다고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시간되면 딱 할 일 하자면 매월 1회 법당에서 하는 3000배 철야정진이라도 다녀야 엄두를 내어볼까나? 배 고프면, 졸리면, 아프면, 피곤하면 짜증과 어린양이 하늘을 찌른다. 여전히 자신에 대해 시니컬하네. 어허 콩두씨 전환! 전환! 노력하겠습니다. 하고 넘어가세요. 근데 수련 못하면서도 출첵했던 내가 퍽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그래주길 기대한다. 나는 도무지 이런데 너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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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19 06:09:50 *.114.49.161
15일차

*2:00, 9:00 (5:00)
*모닝페이지 2:40~4:00, 아침정진 5:00~6:00(300배) , 달리기 6:15~7:00

달리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일지를 쓴다. 새벽에 30분 이상 달리는 것이 하루 종일 나에게 에너지를 준다. 좋기는 300배를 한 후 핸드폰 알람을 맞춰놓고 30분 명상을 하는 것인데, 오늘처럼 모닝페이지 후에 웹써핑을 하고, 이것저것 딴 짓을 하면서 1시간 정도를 그냥 흘려버린다. 놀지 말고 짬지게 자기를 아름답게 가꾸는 새벽정원 일을 해보도록 합시다요 콩두씨.    

해뜨기 전에 달렸다. 하룻밤새 기온이 내려가서 긴 팔옷을 입었다. 귀뚜라미 소리를 들었고 바람이 시원하다. 새 운동화를 사야겠다. 달리고 와서 집을 싹 치웠다. 손잡이 달린 물걸레로 닦았다. 단촐한 살림인데도 버릴 것이 한 아름이다. 생수병, 구멍난 빨래삶은 양은대야, 요플레통, 비닐 쓰레기, 화장실에서 나오는 휴지들, 제습제 통...절에서의 새벽일정이 생각났다. 도량석 소리에 일어나 찬 물에 세수하고, 옷을 단정히 입고 예불 모시고, 청소 하고, 정성껏 지은 아침공양을 먹으면서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곤 했다. 아, 식욕에 휘둘려서 눈 데굴거리는 날이 더 많았다. 잡동사니들을 치울 수 있는 힘을 새벽일정이 내게 주었다. 그리고 오랜 도반과 저녁 먹고 수다 떨었던 것이 관계를 쓰레기들로 대체하지 않도록 힘을 주었다. 고맙다. 내 몸과 내 집이 모두 내 마음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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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2011.09.19 22:54:39 *.108.88.133
윤정님~~^^
출첵부탁만 드리고 일지 한번 와본 적이 없었네요 ㅜ.ㅜ
체력도 돌아왔으니 이제 저도 수련에 더 열중하고자 합니다^^
300일 재도전 겉이하게 돼서 기쁩니다
300일차를 할까말까 고민했는데 윤정님이 하신다고 해서 저도 과감히 도전했답니다
저는 언제쯤 윤정님처럼 알찬 내용으로 일지를 쓸 수 있을까요?
이번주 토욜에 만날 수 있겠죠? 기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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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1 06:09:46 *.154.223.199
^^ 경희님 반가워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지난 300일차부터 건강이 그래서 염려스럽습니다.
든든한 경희님, 곧 뵙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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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희
2011.09.20 09:11:53 *.250.167.112
콩두님!
현장연구 마무리를 잘 하시기 바랍니다. 12월 9일과 1월 9일에 논문을 완료하여 제출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릴게요.
저도 다시 출발합니다. 콩두님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기억하시고, 부디 자신을 더 많이많이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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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1.09.21 17:22:00 *.131.50.130
저런!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요.
그 소리에 제가 괜히 마음이 찡해지네요.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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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1.09.20 17:20:58 *.114.49.161
명희님 응원 읽고 울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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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0 17:51:00 *.114.49.161
16일차

*2:30, 7:30 (7:00)
*모닝페이지 2:50~4:30, 아침정진 5:00~6:00, 달리기 6:20~7:00
*8:00 출근

정진만 마치고 일찍 달리러 가는 게 오늘 역시 좋았다. 어제 저녁에 너무 일찍 잔 것은 저녁정진이 하기 싫어서 누워 미루다 그랬다. 어려운 일이 있어 넘어갈 힘을 내기 위해 조석기도를 시작한 도반과 일요일에 우연히 만났고, 도반을 따라 나도 저녁기도를 하기로 약속했다. 나를 돕는 손을 보내주셨다. "시작하기가 힘이 드니 하면서 자신을 제어하는 힘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아침에 108배를 두 번 하는 것보다 아침저녁으로 108배씩 하는 게 훨씬 힘이 든다.

아침에 해뜨는 광경을 보았다. 6시 30분에서 40분 사이에. 어제 저녁에는 그 시간에 해지는 걸 15분동안 보았다. 간만에 보는 노을, 정말로 행복했다. 충만한 일정을 보내고 출근했더니 오늘 여유가 있다. 고집부리며 주저 앉는 아이를 혼내키거나 설득하는게 아니라 그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두 곡 혼자서 옆에서 불렀다. 아이 마음이 풀어지고 나도 마음이 풀렸다.

관계를 푸는 데는 불편한 마음을 가진채 '노력'하는 것보다 불편한 내 마음을 푸는 게 먼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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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1 06:07:07 *.154.223.199

17일차

*2:00, 9:00 (5;00)
*모닝페이지 2:25~3:40, 아침정진 4:15~5:45 (300배), 달리기 6:10~50

어제 저녁에도 저녁정진 없이 웹써핑을 하다 잠들었다.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3번 놓쳤다. 하늘의 선물인 조석기도 도반과의 약속을 비빌 언덕 삼아 냉큼 편승해야하는데 나는 뭉개고 있다. 명희님의 응원댓글을 보고도 냉큼 현장연구논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어정거린다.

10분동안 그림책 이광익 그림, 박윤규 그림 시공주니어사 <버리데기>를 보았다. 짧고 쉽고 아름답고 깊다. 이제 달리러 나간다. 해를 맞이하러 간다고 큰소리 치고 나갔더니 근린공원이 소리없이 북적거리고 금방 해가 떠버렸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조금 달리니 가래와 코가 고인다. 사람 안 보일 때 나무 쪽으로 코를 바닥에 팽 풀고 손을 대충 옷에 닦았다. 어제는 석탄재 바닥에 떨어져서 누가 보면 경범죄, 저 여자 요앞 초등학교 교사 아니냐.... 어쩌지 뜨끔했다. 가래도 뱉고 싶었는데 이건 참았다. 나는 코를 팽 푸는 교양없는 사람류다. 해가 떠서 자외선에 거뭇거뭇 기미 올라올 것이 새삼스레 걱정스러워서 후딱 내려왔다. 내일부터는 조금 더 일찍, 새벽푸른빛이 남아있을 때  나가야겠다. 시티 오브 엔젤에서 천사들이 바닷가에서 노을 질 때 죽 나와 있는 장면이 있었지. 그게 참 적절한 상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 지고 해 뜰 때는 신비한 시점이다. 근데 객관적으로 신비한 시점이 있을까? 정정한다. 나에게는 신비한 시점이다. 어쩌다 보니 아침저녁으로 그 장면을 목격하네. 행복하다. 내 친구 수우족 노랑 종달새의 노래를 나도 외우고 싶어지는구나. 체력 때문에 고생하시는 경희님도 당분간 아침활동으로 운동을 해보시라 할까나? 잡념들이 나를 지나간다. 이 힘으로 집에 와서 냉장고에 있던 유통기한 지난 것을 버리려 내놓고,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을 까먹고 쟁여두기만 했던 밤을 삶고, 한과를 챙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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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1 14:30:07 *.114.49.161
^^
전화를 받는데 순간적으로 국향님이 연결되었어요.
그 분이 찾고 있는 이와, 국향님의 관심, 준비해 오신 게 저가 아는 건 없지만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찾아가기까지 하십니까? 대단한 정성이십니다.
이럴 때 동시성이라고 하는 거지요. (요새 <리더란 무엇인가?> 를 읽었더니 다 이소립니다.)
제가 그 순간 허브 역할로 쓰인 듯 합니다? ㅋㅋㅋ 기뻐요. 
저는 마음 쓰시지 말고 편하게 하셔요. 제가 별로 마음 안쓰거든요. 옆에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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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1 08:53:43 *.246.77.2
윤정님 잘 지내시지요?
우리는 왠지 글자로 맺어진 인연에 글자가 더 편한 관계인가 했더니 이젠 관계들이 그것을 넘어서나 봅니다. 갑자기 전화하셔서 쬐매 놀랐는데, 내용듣고는...... 조금 재밌다는 생각도 들고 좋다는 생각도 들고 또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담당 선생님과 통화했고, 메일 주소 받아서 오늘 아침에 선생님께서 원하실 것 같은 자료를 일단 보내드렸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것 있으시면 연락주시구요, 뒷감당 워찌할라고 절 추천하셨는지 모르겠지만 ㅎㅎ 윤정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마음써야 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과정에서 말씀하실 것 있으면 해 주시고, 만약 진행될 경우 학교로 한 번 찾아가서 오프라인에서 ㅋㅋㅋ 얼굴도 보고 연수에 필요한 내용에 관해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 만나게되면 제가 시게 밥 한 번 사지요..^^

컴퓨터 화면을 넘어 현실에서도 단군이들 근처 윤정님 근방 어디쯤 살아 숨쉬고 있나보다 생각되어 그 것이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뵈어요.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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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2011.09.22 12:40:26 *.94.41.89
윤정님, 부족장님, 윤정언니,
써놓고 보면 너무 식상해져 버리는 말이지만
윤정님과 같이 300일차 지나게 돼서 정말정말 기뻐요.
가끔씩 마주치는 그림선물들도, 따뜻하게 열어주시는 아침 대문도,
우리말이 이렇게 곱구나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글투도 다 너무 좋아요.
맞습니다. 저 윤정언니 풴이에요.
토요일에 오신다니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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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3 04:20:07 *.154.223.199
소연님 좋게 보아주시는 거예요. 계속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고, 남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내 모습을 알게 되시면 어쩌지...숨겨두고 싶어 안달이 나는군요. 움화화화화. 소연님의 칭찬과 격려의 댓글 감사합니다. 서로의 팬이 되고 휀스가 되어 가는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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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2011.09.22 23:19:19 *.15.87.233
윤정님, 요즘 계속 출첵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체력은 돌아왔으나 근력(?)이 떨어지는지 요즘 계속 헤롱거립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문자에 답을 못 드려 죄송해요;;
제가 요즘 정신이 반 나간 채로 지낸답니다. 하하...ㅜ.ㅜ
벌써 목요일입니다.
단군이들은 만날 토욜을 손꼽히 기다리고 있답니다
주말까지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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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3 04:21:07 *.154.223.199
경희님 기력이 떨어져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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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3 04:03:14 *.154.223.199
18일차

*5:45, 12:30 (5:15)
*모닝페이지 6:00~7:20, 아침정진 7-30~8;10 (200배), 저녁정진 11:30~12:00(108배)

음주가무 후 걸어서 돌아온 후 0시 넘길 기다렸다가 출첵만 하고 벌러덩 드러누우면서 나의 잔머리에 간사하고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눈을 뜨니 창이 훤하다. 간밤에 토를 하고 난리를 피웠고 눈이 붓고 손가락 마디가 아프다. 2차 닭집에서 숯불에 닭은 잘 굽는데 매운 소스를 직접 만들지 않고 시판되는 걸 따라 쓰나? 그 냄새가 내내 났다. 두 가지 일정만 하고 출근했다. 미뤄둔 일들을 싸안고 다니자니 어깨가 빠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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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3 04:06:55 *.154.223.199
19일차

*엊저녁 퇴근후에 된장국 먹자마자 누워 잠들었으니 6시에 취침. 11시에 일어났다. 어정거리다 저녁기도를 하고 22일 목요일을 보낸 후 23일 금요일을 맞이했다 치고 모닝페이지를 했다. 어제는 짬짬이 눕거나 빈둥거렸다. 밤늦게자면 다음 날 나는 어영부영이다. 
*모닝페이지 12:30~2:00, 아침정진 2:00~3:30(300배)

4시에 아침을 먹었다. 조기새끼를 사와서 건져둔 걸 한 뚝배기 쪄 먹고, 마라톤 간식으로 받아서 냉동해두었던 소보루빵을 돌려서 먹었다. 오늘 마감인 과제를 내야해서 일찍 일어났다. 아 하기가 싫다. 배 부르고 고만 자고 싶구만 .................................................자버렸다! 일어나니 7시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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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4 11:46:25 *.154.223.199
20일차

*3:30, 10:00(5;30)
*모닝페이지 4:00~5:10, 아침정진 5:30~7;00 (300배)

아침을 먹고 다시 잠들어서 11시에 일어났다. 아침식사량이 과했다. 이런저런 주말의 여유를 기뻐하는 계획들이 잠 속에서 모두 물건너 간 것을 우유 항아리 지고 장에 가다 깨버린 하녀처럼 어이없어 하고 서글퍼한다. 에라이. 

어제 일산 킨덱스에서 있었던 좋은 학교 박람회에 다녀왔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이 주관하는 행사라 동원령이 떨어졌는지 전교직원이 여비부지급 출장을 달고 수업 마치고 달려갔고, 옆 학교 옆학교에서도 와 있었다. '좋은 학교 박람회가 뭐래?' 호기심에 주말에 혼자 가볼까 했는데 길치인 나를 차로 달랑 데려다 주니 이거 웬떡이냐 고마웠다.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들을 찾으러 일행들이 돌아간 뒤, 그들과 다른 시간표를 살고 있는 자유부인은 늦은 점심을 그 건물의 부가세 내는 식당에서 혼자 먹고 천천히 둘러보았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안에서 몇 개 학교가 유치원부터 초중고 특수학교까지 부스를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사립학교와 대안학교는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창의인성교육 어쩌고 저쩌고 다 그소리가 그 소리 같은데 자세히 보니까 학교마다 특색이 한 두가지가 있었다. 섬 고등학교 중에서 6학급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 방과후학교에서 1인 1기 교육을 하는 초등학교, 학부모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가진 초등학교...특수학교는 대구보명학교, 청주 선화학교, 대전 혜광학교, 인천의 미추홀학교가 참여하고 있었다. 앞의 세 학교는 학교기업을 운영한다. 학교기업? 저 얘기 들어본적 있지. 정부(아마도 교과부?)에서 많은 예산(20억은 몇 년 동안에 나눠서 지급되는 걸까?) 을 지원받아서 특수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직업재활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지. 특수학급도 몇 개 학교를 모으면 거점학교가 될 수 있다고 했던 것 같다. 학교마다 생산품은 비슷비슷해서 천연비누, 제과제빵, 카페, 천연염색 머플러가 나와있다. 만든 것을 어떻게 판매하고 있냐니까 학교 안에 매장이 있다고 한다. 특수학교들이 통합을 위해서 몇 개의 협력학교를 정해 1년에 1번 음,미,체 수업이나 그 학교 행사 참여를 통한 통합을 시도하고 있었고, 지역사회와 연관맺으려는 노력으로 JC의 봉사활동을 받아서 학생들과 현장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뭔가 시도하고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그 생각으로 새벽 내내 골똘했다. 공교육 나름의 발버둥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가지로 생각이 흐른다. 내가 근무하는 공립초등학교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여건을 참조하면서 주특기로 삼아 육성할 한 두 가지 포인트는 무엇일까? 그러자면 무엇을 버려야하는 걸까? 또 하나는 특수학교든 특수학급이든 학령기가 끝난 후 만 20세 이상 되었을 때 장애가진 성인의 삶에서 직업을 가지고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교육과 복지의 꽃일텐데 어떻게 준비해가야하는 걸까? 이런 질문들 속에서 '통합'과 '지역사회와 연관'에 맥이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본다.

거기서 내가 특수교사의 모델, 멘토로 생각하는 분을 만나 악수를 했다. 죽을 쑨 내 수업도 그 분이 뒤에서 보고 계셨지. 인천에는 아직 거점학교, 학교기업으로 지정받은 학교가 없다. 만약 시도한다면 그 분이 아닐까?  그 분 나이만큼 되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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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4 12:24:51 *.154.223.199

<제리 맥과이어> 

제리 맥과이어를 몇 년 전에 봤다. 다시 보려고 화도진도서관에서 DVD를 빌렸는데 연체만 되고 보지 못했다. 노트북 안에 재생하는데 필요한 게 없대나 뭐래나? 뭐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 공공도서관은 연체시킨 날짜만큼 대출이 금지된다. 자주 해본 짓이다. 이번에는 컴퓨터로 다운 받았다. 웁스!!!! 한글 자막이 없는 영화다. 아니 나더러 어떻하라고요? 나는 '웁스' 밖에 못 알아듣는단 말입니다. 오호라 문맹이 통재로다. 영어로 흘러가게 틀어두고 세미나 갈 준비를 한다. 어제 새로사온 화장품들을 개시한다. 마스카라와 아이라인이 번지도록 눈물이 났는데 싼 색조화장품을 써서 그렇다는 중론이다. 나이들면 나이에 맞게 좀 좋은 걸(비싼 걸) 써야한다니 옷, 장신구도 그렇고 돈 많이 벌어야겠네.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쉐도우를 사고, 파우더는 도로 놓고 나왔다.  

궁시렁거리고 투덜대다가 결국 자막없이 영어로 영화를 본다. 엉? 저런게 있었어? 싶은게 여러가지가 눈에 띈다.

영웅의 여정을 참고하면서 영화를 보라고 했지. 1인기업가의 관점도 견지하라고 했고. 제리의 급작스런 독립은 스포츠 에이전시 회사에서 잘 나가던 제리가 해고되면서 온다. 많은 영향을 끼치고 연봉이 높은 제리 대신 그 역할을 할 사람은 많았겠지. 부속품처럼 언제나 다른 존재로 대체될 수 있는 존재가 직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한 줄에 묘사할 수 있는 문장이겠지. 모두가 그를 등질 때 ADHD 성인을 연상시키는 미식축구 1명과 싱글맘인 여자, 금붕어 1마리가 남는다. 한 세계가 갑자기 없어져버렸다.  

잘 나가던 제리는 성과를 많이 올리지만 사람에 대해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아빠가 걱정스럽던 아들에게 엉뚱한 이야기를 해서 욕을 먹는다. 그런데 어려움을 겪고 나서 자신을 따라 퇴사한 여자의 아들과 진심어린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소중하게 대한다. 

비행기 안에서 르네 젤위거가 연기하던 싱글맘인 여자와 제리가 연결되는 것은 배우 때문이다. 이 여자는 퍽 솔직하고 용기있고 매력적이다. 그녀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요'라는 수화를 알아듣는 것 말고도 그 여자의 매력을 짐작해볼 에피소드는 많았다. 그녀 옆의 언니 (이혼한 여자들의 자조모임을 여는)가 동생에 대해 가지는 근심어린 애정도 보기 좋았다. 제리와 여자가 결혼을 했었구나. 그런데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다. 여자는 그 남자가 잘못 결정했다고 생각을 했다. 요건 기억이 안났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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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5 08:04:52 *.154.223.199
21일차

*3:20, 10:30 (4:50)
*모닝페이지 3:30~5;00, 아침정진 5:20~7:00 (300배, 30분 명상)

씨게 단 초컬릿 케이크를 먹으면서 일지쓴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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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차
2011.09.26 07:52:48 *.114.49.161
*2:40, 9:00 (5;40)
*모닝페이지 3:00~5:00, 아침정진 6:40~7:40 (300배)

오늘 대단히 정진이 하기가 싫은 날이었다. 아마도 출근하기 싫어서다. 편두통에 머릿가죽이 쿡쿡 쑤시는 걸 보면 내가 안에 넣어두고 견디고 있는 압력이 제법 높겠다. 꿈일기 2개를 쓰고 그린 후 남는 시간 동안, 이 동네에서 제일 먼저 문을 여는 구멍가게에 나가 과자를 사와서 뽀샤 먹고, 떡국 끓여 먹고, 쓰레기를 2번 버리고 쌓아두었던 설겆이를 하고, 손빨래를 몇 가지 하고...또 뭘 했지? 암튼 왔다갔다 왔다갔다 왔다갔다 했다. 정진은 억지로 했다. 어쩌면 월요병의 징후나 증상 속에 직업 안에서의 내 어려움, 두려움, 싫음이 있고, 그걸 통찰하는 것이 동전의 양면처럼 새로운 길이 될지로 모르겠다. 출근 준비는 일요일 점심을 먹으면서 부터 시작되어야하는데 어제 늦게까지 영화를 보았더니 이렇게 미적거리게 된다.  기진맥진이지만 한 고비를 300배를 통해 넘는다. 이 과정이 없었다면 일어났을 많은 것들이 미연에 방지된다. 수고 많았습니다. 콩두씨, 결국 자신을 이기고, 자기를 사랑하는 게 제일 큰 전투고, 보시인듯 합니다. 고이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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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7 06:47:46 *.154.223.199
*2:20, 8:00 (6:20)
*모닝페이지 2:40~4:40, 아침정진 5:30~6:45 (300배), 달리기 6:50~7:30

퇴근하자 마자 쓰러져잤다. 난 역시 저녁 늦게 남아서 야근하는 건 체질에 안맞다. 차라리 아침일찍 가는게 낫다. 초코칩 쿠키 두 봉다리를 먹으면서 절을 했다. 뭐냐? 기도는 좀 경건해야하는데 이건 산행이나 운동이냐? 고 투덜대는 소리와 함께 '콩두씨, 과자 먹으면서도 하고, 아플 때는 약 먹어가면서 해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진짜 괜찮거든요! 잘 하고 있어요. 화이팅!! 아싸라비아, 짠짠짠 힘내요.' 응원의 소리가 뒤섞여 내 안에서 울려나온다. 어제는 거의 2시간을 우왕좌왕했는데 오늘은 1시간 이내로 그랬다. 단축된 것도 어디냐? 다행이다.

달렸다. 해야할 일 중 부담스런 2건이 출근하기 싫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퇴근시간 이후에 SK 와이번즈 프로야구를 보러가는데 아이 일곱에 특수아동 2명인데 봉사자를 구하지 못했다. 최측근 지인에게 매달렸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아이를 잃어버리는 극단의 각본으로 휘달린다. 학교안전공제회의 보호를 받도록 내부기안을 하고, 나는 무급출장을 달고, 모든 학부모와 통화를 하고... 취할 수 있는 모든 안전장치를 구한다. 달린 에너지가 그것과 나 사이에 1cm 정도의 틈을 만들고 숨쉴 수 있게 한다. 달리기만의 에너지는 아니겠다. 달리기는 일정 양이 채워지는 전환의 순간에 있기 때문에 표적 감사를 받지만 새벽일정 전체가 상호작용해서 그런 효과를 낸 것이겠다. 나는 들러붙어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다만 지고 다니며 끙끙거릴 뿐이다. 웃으며 출근했다. 아침마다 떨어진 팔다리를 여기저기서 주워와서 성긴 바느질로 꿰매고 얼굴을 그리고, 하루치 태옆만 간신히 감아서 데리고 나간다. 아 자의식 과잉이다. 시간이 남아돌고, 몸을 덜 써서 그런다. 물레를 돌리든 물을 긷든 밭이라도 갈아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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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28 08:08:51 *.114.49.161

24일차

*2:20, 10:30 (3:50)
*모닝페이지 2:40~4:00, 아침정진 7:00~8:00 (300배), 저녁 달리기 7:00~8:00  

모닝페이지를 하고 어정어정하다가 다시 잠들었다. 어제 아이들과 10시에 헤어졌다. 안전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별 일없이 잘 끝났고, 함께 보낸 시간만큼 같이 간 7명의 아이들에 대해 새로 알게된 것과 내 마음에 남은 장면이 많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많이 본 게 가장 기쁘다. 그래도 야근을 한 셈이라 아침에 기도방석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가 자버렸다. 문득 현장연구논문의 주제가 되는 생태놀이를 자연생태로 국한하지 말고 사회적인 생태로 해석해서 브론펜브레너의 생태학적 이론을 근거 삼으라는 지도교수님의 말씀이 이해가 된다. 내가 원했던 것과 교수님이 지적하신 방향이 같은 거였구나. 자, 다시 시작하자. 오래 버려두었던 그 장소로 돌아가자. 오호 콩두씨 어제 야구장에서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요. 화이팅!!!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콩두씨, 그리고 함께 기뻐합니다. 아싸라비아 짠짠짠 짠짠   

근무시간에 피곤했다. 학생 인권과 교사인권을 함께 다룬 공개수업을 보고 퇴근할 때 머리가죽이 군데군데 쿡쿡 쑤시고 눈알이 뻐근하다. 퇴근 후 혼자 삼계탕을 먹고 월미공원에 가서 한 시간 달렸다. 부두와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고요하고 안전한 공원의 둥근 길을 세 바퀴 돈다. 은은하고 깊이 행복해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이 곳은, 이 곳에서 이러고 있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분명한 코드 중 한 개임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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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22:35:52 *.66.180.69
윤정 님 일지에 오면 기분이 좋아져요. 기운이 나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면서 아이같이 인사합니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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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30 07:40:39 *.154.223.199
보미님 (안 보이시겠지만 속눈썹 깜빡깜빡 반복하고 있어요.^^ ) 반갑습니다. 저도 놀러갈께요.
금요일입니다. 좋은 날 되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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