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1단계,

첫

  • 권윤정
  • 조회 수 8308
  • 댓글 수 219
  • 추천 수 0
2010년 9월 4일 15시 04분 등록
1. 제목 : 그녀를 위하여


2. 새벽기상 시간 및 새벽활동 시간 

    2시 40분, 3시-5시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아침정진 ; 천수경-예불문-반야심경-해탈주-108배-명상 10분-경전 1페이지-수행일지-보시 천원)

 
3. 목표 : 새벽지구 안전기지 기초공사
  
   1) 새벽기상 90% 성공
   2) 퇴근 후 전환 신체활동 20분 70% (주 5회)
   3) 저녁정진 80%


4. 새벽기상을 위해 절제할 저녁활동 및 예상난관시 극복방안

1) 저녁 절제
-9시 취침 / 저녁 소식
-퇴근 후 전환을 위한 신체활동하기 : 전환이 안되면 탄수화물 과식, 웹써핑, 나를 짐짝처럼 부려서 잠을 잘 것이다.
동네 산책, 노을 보기, 시장 구경, 나무 아래 앉아 가벼운 것 읽기, 카페 가기, 달리기 등 뭐든 몸으로 하는 즐거운 활동을 하러 가방 놓고 옷 갈아입고 나와야한다.

2) 예상난관과 극복방안
-무리한 계획 ---> 주간 단위 평가. 오프모임에서 수정
-감정기복이 실행의 지나친 기복을 가져옴--->혼자가 아니고 방학이 아니어서 안전망이 많다. 기대어 가겠다. 
-직장 안의 인간관계와 업무가 몰리는 시기, 사이버대학교 시험기간 겹칠 때---> 업무 우선순위, 계획에서 자문받기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잘 때 어려움 --->알람 가지고 간다.


5. 목표달성 후 긍정적 변화
1) 더 자주 미소짓고 가장 사랑하는 자연인 해뜨는 구름, 해질녁 노을과 산그늘을 매일 보았을 것이다.
2) 습관에 구축하는 안전기기 기초공사 1년 과정 중 100일 진척 


6. 나에게 주는 보상 

1) 나에 대한 것과 회향(나눔)을 묶기
    자기 강화는 좋아하는 물건(확실한 창조적 사치일 것!!)과 활동(내 영혼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을 섞어 제공
    힘 받기 위해서 부족원이 모이는 중간모임과 벙개에 최대한 참석한다.  

2) 정기적인 보상
7일     (시작이반상_9.12)------> 아이크림과 에센스 emoticon
30일   (성층권상_10.5 )---------> 달리기 복장emoticon & 맛있는 인스턴트 커피 여러가지 구입  emoticon
50일   (반환점상_10.25)---------> 달마와 풀라의 가족세우기 웤샾(10월 30~31일) 참가권 (20만원)
75일    (계속걸음상_11.19)-----> 오션월드나 캐러비안베이 하루 놀기
100일 (알라뷰땡큐상_12.14)-->  아버지 환갑 기념이면서 최초의 가족 여행(나 일곱살부터 가자던 그 기차여행)  

3) 목표 달성상
아침기상 90% - 오제은교수 내면아이 워크샾 참가권 (50만원)  
저녁정진 80% -  쉽고 아름다운 그림책,동화책(힘,위로 되는 신화 충실히 들어있는), 식물 그녀들에게 보내기         
20분 달리기 60% - 제주 올레길 가기


7. 목표 달성 평가
 

구분

목표

1주

2주

3주

4주

5주

6주

7주

8주

9주

10주

11주

12주

13주

14주
(9일)

계(성공률)

3시 기상

90%

6

7

7

7

6

7

7

6

7

7

7

7

3

7

91

새벽활동

모닝 

페이지

100%

7

7

7

7

7

7

7

7

7

7

7

7

7

9

100

아침 

정진

100%

7

7

7

7

7

7

7

7

7

7

7

7

7

9

100

기타

활동

20분운동

70%

(주 5회)

3

7

5

6

2

7

5

4

5

1

2

1

3

7

58

저녁정진

80%

(주 6회)

6

2

2

5

3

5

0

1

0

0

3

0

0

1

29

 


[1주 점검] 기상시간, 새벽활동 순조롭다. 어려운 건 저녁전환, 정진이다. 퇴근 후 바로 자서 일어나도 불안정.
                   저녁정진 혼자 하기 너무 힘들다. 근처 향적사 저녁예불 참여로 바꾼다. 전환 효과 있음.
                   몸에 운동 필수적이므로 전환활동에 20분 달리기 넣기. 동기유발과 지식 위해 <여자의 달리기> 읽기   

[2주 점검] 아침 20분 달리기에 약진이 있었다. 주말 산행까지 매일 20분은 달리거나 걸었다. 큰 즐거움을 주었다.
                   저녁정진이 망했다. 향적사 한 번도 안갔다. 돌아와서 바로 잤거나 2건의 외출. 어쩔꺼나. 궁리 필요

[3주 점검] 알람없이 2시에 일어나고 있다. 추석연휴 무사히 지나갔다. 다행 
                   새벽활동 사이에 웹써핑이  끼어든다. 할 일 먼저 하길
                    운동처방, 추석연휴 고향동네 달리기, 30분으로 늘이기, 마라톤 대회 신청....달리기와 열애중  
                   저녁정진 고전 면치 못하고 있다. 하기가 싫고 시작이 어렵다.
                   ----> 저녁정진 시간을 7:00로 고정해서 일주일간 해 본다. 또 다른 자원을 내려주세요. 도와주십쇼.

[4주 점검] 알람 듣고 일어난다. 잠을 설치던 것이 줄었다. 저녁에 8:30 취침이 데드라인이고 2시에 일어나면 편안
                   저녁에 6시경에 자면 0시~1시에 일어남(커피 2잔 마시는데도 멍함. 오후 2시경 20분 누워 휴식 필요)  
                   7시를 정해서 저녁정진을 하는 것이 효과있어 보임emoticon 달리기 즐거움 지속됨.
                  PMS로 정서 불안, 슬퍼함, 과자, 라면 등 탄수화물 과잉섭취. 9/20 비교해 몸무게 2kg 증가  

[5주 점검] 아침일정 기록해 보니 웹써핑이 보통 1시간쯤 됨. 저조기. 낮동안 업무 효율 낮음.
                   달리기, 저녁정진에서 단군p 시작 이후 최저 수행 기록을 냄.
                   달리기 40분으로 늘인 것이 심적 부담이 되고 있음. 몸무게 여전.
                   매일 새 밥을 하고, 야채와 과일 비타민을 챙겨서 잘 먹이고 있음
                   다른 분들의 단군일지 읽음-일지에 30분 들여 성찰을 위한 글쓰기 해 보기로 함.

[6주 점검] 알람없이 일어나고 있고 낮동안 졸립지 않다. 대신 일어나기 싫어한다.
                   정서는 쉬 화내고 쉬 감격하고 쉬 운다. 민감해진듯 하다.
                   인천송도마라톤 10km 완주-9/17일(00:51:22), 공원 달리기로 저녁 스트레스 푼 경험(자유공원) 
                   주말 저녁기도가 어렵다. 출근시간이 일러지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나타난다. 

[7주 점검] 사이버대학교 중간시험기간. 시험1과목 놓치고 저녁기도 0회 최저점
                   예상난관이었고 극복방안도 미리 생각했지만 겨를없이 절룩거리며 통과.
                   50분씩 달리기 시작했고 저녁 전환을 위해 퇴근 후 달리기 시작함. 11월 14일 영흥마라톤 하프 신청.

 [8주 점검] 알람없이 일어나는 날이 대부분. 기상시간 불안정.
                  저녁에 전환 안되어 일찍 잤고 전환 저녁정진 망했으나 아침 일정은 순조로이 진행됨. 
                  PMS. 새벽활동 중 울거나 낮동안 짜증, 화 많이 냈고 전반적으로 과민했음. 업무, 인간관계 최저.
                  일주일 내내 핸드폰 사용 못해서 안전망 공중전화로 나감. 태만 있었음. 심연 2번째주.    

[9주 점검] 아침기상 알람없이 일어남. 저녁에 과식 후 지나치게 일찍 자는 날이 주중에 많았음. 저녁승리 안됨.
                  새벽에 할 일은 하는데 3시에 맞춰 기도 시작하는 날이 적고 집중도 낮다. 3시 시작 - 중점 노력사항.
                  핸드폰 타이머 틀고 일지 블로그에 씀. 평균 40분. 모닝페이지 합치면 매일 평균 1시간 30분 쓰는 셈 
                  마라톤 배번호 받고 떨고 있다. 하프 신청 여자 22명. 새벽에 영흥도까지 가는게 관건

[10주 점검] 주중에 한 번 안 달리고 일요일에 하프 완주. 달리기는 재미가 있다. 저녁기도 여전히 망한 채다. 
                   아침 잘 일어나고 있다. 마음 상태는 탄수화물 당기고 살 찌는 걸로 봐서는 스트레스 상황. 기말업무기인
                   필살기 책 읽으며 아침에 실천놀이 몇 번 했고, 근무시간 중에 전략적 태스크 실험 며칠 했다.  

[11주 점검] 알람없이 2시 전후에 일어나고 정신은 2:30에 듬. 아침활동 사이에 웹써핑을 끼워넣음. 20~40분씩. 
                    저녁예불로 간소화. 부담 적어짐. 그러나 역시 저녁전환 어려움. 2일 모두 저녁에 달렸음. 
                     년말 업무 마무리와 사이버대학교 마무리로 마음만 복잡하고 실제 일은 하지 않는듯. 
                                
[12주 점검] 금요일부터 인터넷이 되지 않아 문자출첵을 한다. 좀 느슨해진다. 더불어 시스템 다운. 

[13주 점검] 문자출첵을 하면서 3일만 제 시간에 출첵했다. 갖혀있다.
                     마지막주 원래 세웠던 목표를 향해 다시 일어나 회귀하길 발원한다.

[14주 점검] 뒷심 딸렸다. 막판에 허덕허덕 했다.

8. 골인선 & 너머 

1) 아침활동에 대한 목표는 달성되었다.
91일 3시 기상, 목표로 삼았던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을 100일 했다. 아침정진을 하루도 안 빠뜨리고 한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다. 처음인가? 모르겠다. 카운팅 해 본적이 없다. 가장 큰 소득이다. 혼자라면 못했다. 감사드린다.
 
2) 기타활동에서 달리기 즐거웠고, 저녁정진은 망했다.
달리기는 57일 했는데 이건 주 4회 정도 한 거다. 퍽 즐거웠다. 몸으로 하는 것이고, 자연과 교감하면서도 질 높은 혼자만의 시간이 되어 주었다. 복장을 구입했다.10km, 하프 두 번의 대회를 완주한 것은 작은 승리를 주었다.  계속 하고 싶다. 아침마다 하면 어딜 못 나서는 나에게 스타팅 타임이 되어, 길 떠날 용기를 줄 수도 있겠다. 저녁일정은 다스려지지가 않았다. 30%가 안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3) 200일차 단군에 지원했다.
다음에는 달리기를 아침에 넣으면 어떨까? 7시 이전에 모든 일정이 끝나면 좋겠다. 일지쓰기도 자기발견의 재미를 주더라. 저녁 단도리가 더 되면 좋겠다. 작은 승리의 내용이다.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은 그대로 가는데 이것이 일에서의 필살기 수련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한 집중이 더 필요. 방학기간이라 부담이 적다. 학년초가 포함이 되니 그때 또 허덕거리겠지.

4) 강화
(+) 가족세우기 웍샆, 내면아이 웍샾, 실내 수영장 가기로 한 약속은 지킨다. 
      가족 기차여행은 소구제역 끝나고 아부지 환갑 즈음해서 의논해보겠다만 어려울 것 같다.    
(-) 제주 올레길, 책 나누기는 다음 기회에. 권선수 아쉽습니다. 한편 속시원하다. 여행은 내게 강화가 아니다. 

5) 자신에 대한 발견 & 다음 100일을 위한 궁시렁
강화계획 너무 세밀하고 거추장스러웠다. 담에는 30일, 60일, 완주 정도의 계획만 세운다. 체크리스트 좋았다. 요건 좀 더 자세해도 되겠어. 주간 평가는 밑에 단군일지가 있으니 1줄로 딱 요약하고. 뒷심 약하네. 하지만 끝까지 걸어 완주하네. 저녁 승리의 내용은 5시~8시의 저녁일정을 관리하는 건데 구체적으로 과식 않기, 바로 씻기, 출근 준비해놓기가 들어가는데 핵심은 낮동안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제대로 푸는 거다. 웹써핑, 과식 또는 서성임이 많았다. 천복과 천직 탐구 관련하여 아침활동을 좀 더 연구했으면 싶은데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후에 2시간 아침공부를 넣어? 그리고 달리고? 필살기책 참고해서 200일차 해가면서 만들어가보자. 나도 1만시간을 들여 집중할 나의 천복이 실린 천직을 구현하고 싶다. 단군일지가 일기와 헤깔리고 자기개방이 부담스럽다. 아침활동에 대해서만 쓰고 일기는 따로 다른 데다 저녁에 쓰면 어떨까? 안전망에 집착하고 오버하더라.....그래서 콩두씨의 결론은? "고맙죠. 자신에 대해 알라뷰 땡큐하고요. 함께 가주는 인연들 고맙습니다. 올해 들어 제일 신기한 일이었어요. 계속 걷겠습니다" 며 감사를 표현하고 싶고, 자기훈련계획을 좀 더 잘 설계했으면 싶다.

IP *.154.223.196

댓글 219 건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1 13:57:04 *.23.19.122

콩두의 단군일지 16일차 _ 9.21 화

1.기상 : 2:00
2.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마친 후 첫차 타러 나감
3.저녁활동 : NO

추석연휴라 집에 내려가느라 평소보다 아침이 빨리 지나갔다. 알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은 너무 일찍 잤기 때문. 저녁정진을 계속 안한다. ㅠㅠ

점심 때 도착. 차가 밀리는 지 마는 지 정신없이 잤다. 운동처방에 대해 전도를 좀 했다. 전은 안 부치고 전꺼리 준비하는거 좀 하고, 송편 만들고 도라지 까고 일찍 잠들었다. 대단히 겁을 냈지만 뭐 할만 하다. 백일천하 청룡승천은 추석연휴에도 계속된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2 12:17:25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017일차 _ 9.22 수

1.기상 : 02:00
알람보다 일찍 일어났다. 긴장했던 것 같다.
2.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20분 러너 OK
3.저녁활동 : NO

추석날이다. 큰동생네 식구들과 자던 방에서 일어나 핸펀 불빛으로 컴퓨터를 켜고 출첵을 한다. 새벽활동 짐을 싸들고 나왔다. 거실은 너무 썰렁하고 넓어서 부엌으로 간다. 커피 한 잔 만들어 마시면서 포도, 전 소반과 기지떡 소쿠리가 둥개진 식탁에서 모닝페이지 하고, 절은 주방매트 위에 수건을 한 장 깔고서 했다. 다 끝나고 전날 저녁때  전을 주워먹고 비가 약간 오는 동네를 달리러 나갔다. 신발장 엄마의 운동화를 내어신는다. 봄에 취직한 동생의 첫월급 선물인데 나이키도 아니고 프로스펙스인데 아끼느라 못신고 모셔둔 것이다. 고향 동네를 혼자 새벽에 달리자니 뭐랄까 정복감, 후련함 비슷한 느낌이 든다. 고향동네가 달리기에 퍽 아름다운 곳이네. 아부지가 10년 일했던 광산이 있던 산을 향해 뛰다가 여러 꽃들이 있는 동네 가운데로 난 길로 내려가서 일제시대 이 골짜기에서 나서 일본까지 가서 천황암살 계획을 가졌다 감옥에 갔고, 북한으로 갔다가 74년에 죽은 아나키스트 박열의사 기념관과 그의 옥사한 일본인 부인의 묘를 둘러서 연못과 논들 사이를 달렸다. 팰 때가 안된 부추꽃이 허옇게 핀 걸 보면 저 집 아지매는 아직 중풍이 안나았나보네, 저걸 저렇게 내버려둘 양반이 아닌데 혼자서 생각하다. 사위라인을 제안했던 오버에 대해 후회하였다. 단군프로그램의 승천기준은 80일인데 그럼 20일은 휴가처럼 쓸수도 있는 일인데 명절 스트레스를 얹었구나 싶은 미안함에, 이러다 미움받을까 하는 눈치보기와 불안에 좀 볶이다. 언제나 이 망할 놈의 지혜없는 오지랖이 문제다. 너나 잘 하세요. 제발 쫌. 나를 향한 입이 거칠다. 모든 아침일정을 마치고 샤워하고 화장을 했다. 7시. 엄마와 큰올케가 부엌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청소하고 조카 옷 입는 걸 거든다. 올케가 시댁에 적응하면서 부엌에서 엄마 옆 자리가 자연스레 넘어갔다. 그리고 결혼전에는 제사상 차리는데 움직이지 않던 아들들이 자연스레 청소와 다림질, 상 차리기에 나섰다.  

저녁에 그냥 자버리다. 새벽활동은 어렵지 않은데 저녁활동이 내게는 어렵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3 05:46:07 *.154.223.196

콩두의 모닝페이지 18일차 _ 9.23 목

1. 기상 : 01:20
2.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20분 러너 OK 
3.저녁활동 : OK
emoticon
너무 일찍 잤다. 그리고 저절로 깨어났다. 오늘은 출석부 그림 그리기보다 모닝페이지를 먼저 했다. 내 할 일 먼저 다 한 후 시간이 되면 그리고, 안되면 안 그리겠다 생각했다. 커피가 없다. 카페인 금단증상 있음.  


7시까지 동네달리기까지 모든 아침일정을 마치다. 어제 일으킨 것들이 있어 마음이 불편하다. 오늘은 두리번 거리지 않고 바로 동네를 돌았다. 박열의사의 부인의 이름이 기미코후미코라는 걸 읽었다. 엄마는 오늘 놉 해서 일하러 간다고 새참 준비하느라 마음이 바쁘다. 나는 7시까지는 살림을 살지 않는 자유부인의 혜택을 누린다. 8시차로 인천 올라왔다.   

이번주에 한 번도 저녁정진을 하지 않았다. 추석명절이 되니 더 어렵다. 저녁정진을 할 이런저런 방안을 연구한다. 내가 왜 저녁정진을 일과 속에 넣으려고 하는가? 필요성과 당위성을 내 안과 신뢰하는 멘토들의 책과 말씀에서 만들어내고, 동기를 만들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몸으로 디립다 해봐야 습관이 될텐데. 저녁정진에다가 많은 경품을 걸까? 우리 청룡모둠 두 분 김선화씨와 김보미씨는 하루에 1만원씩 모아서 100일 완주 후 자신을 위한 선물로 준다고 했다. 저녁정진 80% 성공했을 때 향적사에 대중공양을 내고, 경로당에 음식을 2가지 만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이런 나눔/회향이 나의 개인적인 욕망을 가지고 하는 것보다 동기유발이 덜 된다면 착한 척 버리고 내 욕망의 손을 덥석 잡아줄 것이다. 목적은 꼬심, 동기유발이니까. 옳고 그름을 다 던지고 그걸로 꼬시면 제까닥 넘어올 만한 걸 내걸 것이다. 그게 뭔지 모르겠다. 솔직하게 나를 연구할란다.      

추석맞이 몇 건의 부딪힘이 있었다. 혼자 온 늙은 딸은 나라 팔아먹은 사람이나 장애인, 놀고 먹는 유휴인력처럼 불편하고 거슬리는 듯. 명절맞이 장기여행을 고려하다 성질 죽이기로 하나 잘 안되는 꼬인 상태다. 이런 일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거실에 전기후라이팬을 놓고 전 부치는 옆에서 송편을 빚고 있다가 내가 "2011년 겨울에 모닝같은 경차를 살거다. 대학원을 갈 건데 여기서 교통이 불편해서 고속도로를 타고 가야한다"는 얘길 주방에서 듣고 있던 엄마 뒤집개를 든 채로 달려나오신다 "집 사야지 차는 무슨 차냐? 대학원은 무슨. 시집가야지" "내가 언제 차를 사달라고 했어요? 차 값을 보태달라고 했어요? 분수없이 큰 차를 산다고 했어요? 필요해서 내 돈 모아서 산다는데요. 그리고 언제까지 시집, 시집 하기 싫어요. 인제 시집 안가도 나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살래요" 눈물까지 삐죽 고일만큼 버럭 한다. 엄마 내 대답을 다 듣기도 전에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다른 이야기로 황급히 화제 돌린다. 근데 이게 싸잡아서 여러 사람 욕하는 소리다. 옆에 있던 한 사람 민망해한다. 두번째,  전세금 대출 갚느라고 원천공제되고 나오는 월급, 몸에 좋다는 올리브유 선물세트 5개 추석선물로 샀다. 고모, 큰아버지 나머지는 우리가 곁에 없을 때 옆에 있어주는 이웃 세 친구분네 것이다. 그걸 엄마는 추석날 점심 먹고 나서는 세 아들들에게 불하했다. "그 애들 부부 연봉 합치면 내 두 배인데 그걸 왜 그 집 줘요? 엄마는 내 마음을 정말 몰라줘요. 다신 안 사와요. 그리고 나는 뭐 일 없어서 남겠다고 한 줄 아세요?" 엄마는 마음이 또 아들한테로 가는 거 아니냐, 이게 그렇게 큰 소리낼 일이냐 하신다. 선물로 들어온 조기새끼 남자들에게는 한 마리씩 구워주고 나하고 엄마 몫으로 달랑 한 마리 갖다주는 것도 새삼스레 부아가 난다. 낼 모레 마흔인데 먹는 것 가지고 이러는 거 치사해서 이건 말 안했다. 내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인 '엄마가 딸램이를 아들들 뒤 닦는 식모 취급하고 이렇게 귀하게 안하니까 맨날 남이 먹다 남긴 생선 대가리 여분데기 살이나 바르고 배 주고 뱃속 얻어먹으면서도 화낼 줄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하죠'  모질고 모난 대사도 입 안에 고인다. (어어어, 이건 아니다. 엇다 대고 희딴 화풀이야.)  나는 나오고 엄마도 나갔다. 나는 한 바퀴 돌다 들어가고 엄마는 그 세 집에 뭘 갖다 주러 나간 거였다. 이 동네는 모두 아는 사람들이라서 나가서도 "너 누구 아니냐? 나 너 1학년 때 받아쓰기 해주던 아저씨다. 올해 몇 살이냐? 아이고 아직 시집 안갔으면 아부지가 걱정이 많겠다. 애가 늦는데 왠만하면 눈 좀 낮춰라." 이런 소리를 또 듣는다. 이럴 땐 남의 일에 관심없는 도시가 낫다. 빨리 집에 가야겠다. 다른 며느리들 친정 갈 때 나도 나서야지. 마지막 손님의 술상을 차리느라 낮 일의 화해모드 잠깐 조성되다가 엄마가 "젊고 일 있고 내 손으로 뭐든 할 수 있을 때는 괜찮지만 늙고 병들어서 아무도 없을 때는 너 어쩔거냐? 부모 다 돌아가고 남동생들 다 지 식구들 건사하느라 너를 거들떠 볼 것 같냐?"고 한다. "나는 결혼해서 싸우면서 사는 것보다는 혼자 사는게 낫다고 생각해요. 엄마 아부지 결혼해서 사는 것 봐도 그렇고요.  나는 자신없어요" 라고 어디 있다가 튀어나오는 지도 모를  진심인지 거짓말인지도 모를 말들을 쏘아붙여서 "니가 시집 못 간 거면서 왠 부모 원망이냐?" 소리를 들었다. 이게 발전인지 퇴보인지 모르겠지만 없던 것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것이 드러난 것은 알겠다. 명절 휴유증 며칠 갈건가? 아쌀하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5 12:30:04 *.154.223.196
저 일지를 읽는 분이 계시군요. 감사합니다.^^
그림들을 깔깔깔 거리면서 보았어요. 지금은 이렇게 댓글을 쓰구요. 또 들르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셔요.^^
프로필 이미지
최영옥
2010.09.25 12:03:13 *.158.234.30
윤정님 모녀간의 애정이 넘쳐나 보입니다
읽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본인은 흐뭇할 리 없겠지만 나두 엄마 이고 보니 엄마 마음도 알겠고 님의 마음도 이해가 되는
모녀간의 애정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아마도 중3인 내 딸도 성인이 되면 나도 딸과 함께 애정싸움을 하겠지요
그래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엄마옆엔 말 맞받아 줄 딸이 최고이니까요.
님의 글을 읽다보니 어제의 제 사건이 떠 오릅니다.

우리집 궁합은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짝짝꿍이거든요 그런데
처음으로 고3 아들에게 한 방 된통 얻어 맞았어요
아이 아빠에게 다람질을 부탁했다가 "도와 주려면 부탁하기전에 시스템적으로
미리 알아서 좀 해 달라고요
난 지금 설겆이하고 있고 빨래도 널어야 하고 안 보여요
나 " emoticon

남편 emoticon

아들 emoticon  엄마 ! 
왜 별것도 아닌것 같고 싸우세요

 

웅 이제는 아들 눈치보면서 아들 말 들어야해요
맞는 말 인지라 다다다 잔소리 줄여야겠어요
많이 많이  도와 주는데도 제가 나무 많은 걸 바라고 있다는 걸 고쳐야해요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젊어서는 남편을
나이들어서는 자녀의 말을 따르라 하잖아요

윤정님 화이팅요 멋지게 삶을 즐기세요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4 08:22:10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19일차 _ 9.24 금

 

기상 : 02:2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방 안 운동 20분 OK
저녁활동 :

1.취침시간 저녁 8:50. 추워서 자다말고 겨울 이불을 내어 덮고 창문을 살폈다. 조금씩 진행되던 계절의 변화가 눈에 보이게 드러났다.

2.일찍 일어났는데 달리러 가지 않았는데도 정해진 아침시간이 많이 지나가서 8시가 넘었다. 왜 그렇지? 중간중간 엉뚱한 행동을 많이 하고 있다. 출석부 올리다가 웹써핑하고, 커피 2잔 마시고, 이불 개어 넣고 화장실 몇 번 들락거리고, 오늘은 정한 분량보다 책을 더 읽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해가 환하게 떴다. 아침 달리기를 나갈 시간이 지나가 버리니 달리기 싫어진다. 떠오른 해가 쏘아보내는 자외선에 찔려서 죽기라도 할 것처럼. 

방 안 운동 : 장농다리에 발등 끼고 윗몸일으키기 15번*3회(요건 바지잡고 일어나는 반칙 좀 함), 누워서 다리 들어올리기 20번*3회, 무릎 꿇고 팔굽혀펴기 10번*3회
내 평생 가장 많이 해본 근육운동이다. 한 번 하고도 근육생겼나 안 생겼나 팔뚝 만져본다. ㅋㅋㅋ


아침정진 시간에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몇 가지 살핌이 있었다. 첫째, 나는 엄마 뱃속에서 나왔고 엄마와 같은 거푸집에서 비롯된 성정을 공유하기 때문에 엄마를 가장 아프게 공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딸이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딸에게는 약자이고, 그래서 내가 엄마를 아프게 할 수 있었다. 엄마를 가장 상처주는 공격 대사는 '엄마 탓이다'는 것 하고 자해이다. 내가 그걸 했다. 둘째, '늙어서 너 혼자서 아프거나 외로울 때 어떨할 거냐?'는 것은 엄마의 입으로 나왔지만 사실 내 안에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이다. 엄마는 후환 생각하지 않고 딸에대한 애정으로 그걸 건드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공격했다. 나도 정말로 무섭다. 아플 때 아무도 돌봐줄 사람 없을 때를 위해 간병인비가 나오는 보험을 하나 들까나? 외로움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지? 특히나 아파야 죽을텐데 그때 무의탁행려병자가 될 것만 같은 두려움에 대해서는 더 살펴보고 이것도 진인사대천명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세째, 엄마는 추석 명절을 기해 나의 수행점검을 하셨다. 내 현행수준이 여실히 드러난다. 먼데 스승을 일부러 친견하지 않아도 된다. 네째, 혼자 있는데 연락이 안되면 밤잠을 못잔다고 하니 연락을 자주 드리고, 특히 엄마나 아버지가 걸어오신 전화에 대해서는 1일내에 전화하는 걸 노력 해 보자.  끝.    

3.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돌아올 때 전철 안에서 천수경과 예불. 나머지는 생략. 돌아오니 8:30 바로 잠들었다. 과식했지만 쌀, 찐 단호박, 야채여서 다음날 기상이 괜찮았다. 오자마자 108배를 했어야했는데.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5 07:55:06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20일차 _ 9.25 토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30분 러너 OK
저녁활동 :   yesemoticon 잘했군잘했어. 훌륭하오 그대

알람보다 먼저 일어났다. 출석부 올리느라 일찍 일어난 것이 20일이 되니까 습관이 되는 걸까?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은 나의 안전기지다. 이것으로 2시간을 채우고 나면 나는 고요하고 안정화된다. 다른 어떤 것도 이것을 우선할 수 없다고 다짐을 둔다. 출석부 그림 그리기가 너무 재미있는데 반면 집착이 강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마음이 든다. 올리고 나서도 거기 묶여 있을 때가 있다.
저녁에 나를 부리듯 마무리를 했을 때 아침에 너무 황황하다. 시동이 잘 안걸려서 커피 2잔 마시고, 그제야 씻고 오고 뭐 그런다.  

처음으로 30분 달렸다. 10월 3일 일요일에 인천대공원을 달리는 10km, 10월 17일 일요일에 송도 센트럴파크 달리는 10km를 신청했다. 이번 주 부터는 30분씩 달리기로 한다. 평소 달리던 20분 넘어가니까 양쪽 뒷꿈치가 조금 당긴다. 오늘은 2시에 커피 마시고 화장실에서 굳은 것은 버린 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뛰었다. 입이 마르는 느낌이 들었고 몸은 가벼웠다. 달리기 마친 후 약간 어지러운 느낌이 있지만 대수롭지는 않다. 내일은 물을 더 마시고 먹지는 않고 뛰어보기로 한다.   

인천대공원 달리는 인천광역시 생활체육 건강달리기대회 10km 입금완료 (10/3 일 09:00)
송도마라톤 10km 입금완료 (10/17 일 09:00)

저녁에 남부터미널에서 모닝페이지 모임이 있었다. 9시 30분쯤 끝이 났고 전철을 타고 동인천으로 내려왔다. 2호선으로 신도림 가면서 기둥에 기대어 졸면서 천수경 외웠고, 1호선 갈아탄 후 예불문을 외우다 잠들었다. 서울에서 저녁에 약속이 있을 때 항상 모임에 만족하지만 밤에 거의 기둥에 머리를 쳐박으며 떡실신 실려 내려오는게 불쾌하다. 동인천에 내려서 집에 오는 버스 타면서 반야심경과 해탈주 외웠다. 108배 할 마음만 내면 했을텐데 도착하자 마자 쓰러져잤다. 불 켜지 않고 머리 댄 지 5분 내에 침몰. 그래서 형태와 질은 형편없어도 깨어서 하려고 노력한 걸 높이 사서 저녁정진했다고 쳐준다. 저녁정진에는 스티커를 붙여준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5 12:18:14 *.154.223.196
방금 거기서 오는 길입니다.
갈 때는 택시 타니까 4400원(가깝지요? )
올 때는 사람들은 대절버스와 자가용으로 가고 저는 혼자서 인천항을 거닐다가
우리집으로 바로 오는 버스 타고 왔어요.

인천항 제1부두에서 실었어요.
300개 분량의 컨테이너에 밀가루와 비누, 담요, 신발들이 간다는군요.
JTS 빨간하트를 들고 우리의 소원도 불렀어요.
뭉클했어요.
회원관리하시는 노고도 저기 들었겠지요.

사진 085.jpg

이 배가 오늘 12시에 떠나는 배예요. 일하는 사람은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동남아 얼굴이었어요.
27일에 남포항으로 들어가서 신의주 수해입은 곳에 지급된다는군요.
잠깐이지만 여러 얼굴들 보았어요.
다음에 놀러오세요.^^
프로필 이미지
최희선
2010.09.25 08:32:09 *.99.64.229
근육량 빵빵한 여자 마라토너가 탄생되는거 아닌지요? ㅎㅎ
경보 하는데는 없나? 나는 경보를 해볼까나?  ㅋㅋ
좋은 주말 보내시와요.  오늘 북한에 밀가루 보내는 선전식이 인천에 있어서 갈려고 했으나 엄마 병원가는 것이 우선일듯... 인천가면 콩두님 집에도 한번 놀러가고싶었는데...
아쉽지만 담에 기회를 잡아서 놀러갈께요.
프로필 이미지
2010.09.25 11:42:11 *.201.121.157
멀리서 응원왔습니다.
힘내세요. ^0^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5 12:10:05 *.154.223.196
레전드 부족장님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6 05:27:42 *.154.223.196


삼칠일

삼신할미에게 흰쌀밥과 미역국을 올리고 금줄을 내린다는 삼칠일. 그리고 아이낳고 삼가는 첫번째 기간. 삼칠일동안을 조마조마하면서 왔다.  가장 위험하고 면역력이 낮았던 시기, 더구나 추석명절도 끼어있었고. 나는 살아남은 것을 감사히 여긴다. 그 과정에 다른 부족여러분에게 막 치대고 기대면서 왔고, 추석 때는 며느리인 올케한테 미안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 가족이 불편을 감수해주었고, 일을 해주어서다. 21일차 인 오늘의 내 아침기상 성공은 20일이다. 기특하다. 그리고 내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모두 이 프로그램과 함께 하는 분들 덕분인 줄 안다. 고맙고 고맙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삶의 의무가 적은 나의 환경이 여기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또한 고맙다. 출석부에 첫 글을 여는 소임 또한 나를 지켜주었다. 요즘 일어나자 마자 내 할 일(모닝페이지, 꿈일기 적기) 보다 그것에 첫 시간을 보내고 놓아버리지 못하고 과민해진듯 하여 안전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잘 조절해 갈 것이라 믿는다.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의 일곱가지 습관>을 읽을 때 주도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어떤 습관을 바꾸고자 할 때 30일간의 실험을 한다는 걸 밑줄 친 적이 있었다. 새벽에 출석부 올리면서 그 구절을 검색했는데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나사에서 우주인들에게 거꾸로 보이는 안경을 쓰게 쓰게 했을 때 27일 째부터 바로 보이더라는 실험을 한 것을 뇌관련된 글을 올리는 사이트에서 찾았다. 며칠 후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며. 어떤 습관을 바꾸는데 뇌가 시각 및 지각체계를 변화시키며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30일 걸린다고 했다. 21일차를 맞이하며 그동안의 나는 초기 30일간 전력질주를 하기보담은 백일 전체를 흐지부지 달려왔다는 것, 글 초기 들이댐이 없었기 때문에 습관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썸씽이 일어날 수 없었다는 아하가 있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 백일기도를 그렇게 많이 했지만 백일기도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 시간에 한 적이 거의 없다. 남은 한 주를 잘 다지길 응원하면서 내가 내건 30일 자기강화계획 살펴본다. 달리기 복장과 인스턴트 커피다. 내가 원했던 물건인 이것들이 내게 올 것을 떠올리면 즐거워진다. 근데 지난 주에 신청한 두 개의 10km 마라톤의 기념품이 마라톤 복장이다. 
달리기 반바지.jpg    방풍의.jpg
--> 이 바지는 너무 짧아서 남사스럽다.
나는 쇼팬츠를 올 여름에 처음 입어보았다. 직원여행을 다녀오면서 한 방에 같이 잔 3명이 우루루 롯데백화점 j-vim에 몰려가서 마흔 전에는 이런 거 입어보아야한다고 산 게 최초다. 설마 이 사진 보다는 길겠지. 

마라톤 대회 기념품이 마라톤 용품인건 당연한 건데 나는 동시성의 선물인 것처럼 들뜬다. 더 필요한 것은 가볍고 쿠션좋은 운동화(첫번째 대회는 신던 운동화로 달려야한다.) , 스포츠브라 1개, 햇볕과 비를 가리는 캡모자, 땀 배출이 잘 되는 윗옷(반팔 살지 긴 팔 살지 고민)이다. 아침기상시간 습관화에 용을 쓰는 30일차 나에게 선물할 것이다. 커피는 추석 때 엄마가 준 맥심빨강색으로다 때울까 한다.  커피빈인가에 환상적인 인스턴트 커피가 있대는데 그 커피전문점 이름을 모르겠다. 정 생각안나면 30일 지나서 달리기 복장 쇼핑백 들고 룰루랄라 거리면서 커피 대신 커피빈 까망베르치즈케이크 하나 먹고 와야겠다.    

일요일 기념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최용훈님이 올리신 출석부를 살펴보았다. 현란한 초단위 출석부다. 이번주에는 참석률을 처음으로 보았다. 이건 지각여부와 상관없이 츨첵을 한 날을 체크한 것이었다. 이번 주 우리 부족 참석률은 93%인가 그렇다.

이것을 보면서 드는 몇 가지 생각. 우리 부족을 대상으로 떠올려 보는 팀 목표를 혼자서 생각한다. 뭣하러 이런 걸 생각하나, 그냥. 떠오르니 적어본다.

첫째 전원 참석한다. 
단군2기가 끝나는 12월 14일까지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없이 전원 출첵하고 새벽수련에 참석한다.
중간에 1~2 시간 지각이 있든 말든, 출석률이 승천기준 80%를 넘든말든 출첵을 한다.  
전원이 끝까지 참석하고 있다는 것만큼 값지고 기쁜 일은 없다. 아침기상 성공률 27%면 어떻고 40%면 어떤가?  
더불어 전원이 단군일지를 쓰고 있다. 수련의 내용, 일지의 질을 떠나서 일단 1줄 이상 '쓴다' . 쓰기싫다고 쓰고, 쓸 게 없다고도 쓰고 우울하고 저조하다고 쓰고 열흘치를 한 번에 몰아 쓰든 말든. 남에게 공개하는 것이라서 자신을 지켜주는 힘이 된다. 자기점검법은 그 자체로 수행률의 강화를 가져온다. 그러자면 늦게 일어나더라도 무조건 출첵을 하는 쪽으로 가면 좋겠다. 함께 가면 멀리 오래 갈 수 있다는 말이 맞다. 각자의 하늘길을 가고 있지만 팀으로 대열 안에서 가는 것이 작은 몸으로 바다를 건너야하는 철새들의 생존전략이었다.   

둘째, 전원 80% 출석률로 단군2기를 패스한다. 
80% 출석률 달성을 위해 쓸 수 수단과 방법을 모조리 동원한다. 특히 아침기상시간 습관화에 관련된 초기 50일간 함께 가는 힘을 적극 활용한다. 건강을 위해 생활체육을 지향하는 정책과 비스무리한 쪼다. . 5:30이 우리부족 출첵 마감시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겠다. 생각해보면 나는 새벽활동을 마치는 시간이라 기상 문자나 전화를 보낼 수도 있겠다. 사이버대학교에 출첵 안하면 조교가 문자 보내듯이. 나는 그 출첵하라는 문자의 단골손님이다.  품앗이.    

세째, 소수의 영웅이 태어나고 축하한다.
백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련하는 것은 정말 영웅스럽다. 우리 부족의 후보님들이 모두 되시길 바란다.  

나는 그 영웅을 몇 알고 있다. 단군프로그램의 영웅인 한정화님, 그리고 우리 절에서 삼 년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5시에 정진한 평범한 아줌마, 할머니 영웅들...나도 오십살 전에는 천일간 5시에 정진하는 걸 한 번 해 보고 싶다. 오십 전에 안되면 육십 전에^^ 인도불교유적지 순례를 팔순의 그 분이랑 같은 모둠으로 야간기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나는 춥고 덜컹거려서 잠깐 일어났지만 그 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인도의 흔들리는 열차안 침낭 안에 앉아 새벽정진하시더라.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저런 뒷모습을 구현하는 할머니가 되리라면서 그 모습을 내 가슴에 찍었다.

어제 모닝페이지 카페의 온마이웨이 100일 프로그램 쫑파티가 있었다. 거기서도 단군2기와 같은 프로그램 내용으로 했는데 나의 3시기도 성공률은 40%, 새벽활동 모닝페이지는 100%, 아침정진 98%, 저녁정진 38% 였다. 달리기는 이번에 새롭게 도입하는 도전꺼리다. 거기서는 건강을 위해 물 2리터 마시기, 비타민 매일 먹기를 했고, 아침에 단장하고 출근하기를 했었다. (이건 성공률 60%, 그러니까 나는 하루는 집에서 화장하고 출근하고 하루는 직장 화장실에서 찍어바른다는 것). 어제 모임에서 느낀 것은 혼자서 석 달 한 것이 모닝페이지 카페의 100일을 부여잡는 걸로 이어졌고 거기서의 100일이 변경연의 단군2기에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내 길을 가는데 오시는 돕는 손들이다. 이 것을 만난 것이 내게는 꿈결같기만 하다. 하나 지적받은 것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나는 안전기지를 습관에 구축해서 나의 불안정함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번 100일간에는 아침기상시간을 확립하고 이미 나의 정체성을 설명하자면 필요한 것이 된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을 알차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하긴 했지만 감정기복이 워낙 심하니 일어나는 시간이 들쭉날쭉 했었다. 운동은 혈관이 딱딱해지는 과정에 있다니 필수적이긴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거니까 이번 백일 간의 목표는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이고 운동의 재미를 느끼는 것으로 하고(그럼 주 5회 20~30분씩 가벼운 달리기가 적당하겠다. 주말휴업. 놀러가야지), 저녁정진을 다음 안전기지로 개발할 거니까 안되게 하는 자신의 패턴을 발견하는 걸 목표로 삼기로 한다. 삼칠일 지났으니 백일 지나 돐 사진 찍을 때까지 그래서 영아로 사망할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될 때까지 죽지말고 살아주길, 잘 자라가길 기원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말을 빠뜨렸다. 사랑해요. 콩두씨. 언제나 언제나 언제까지나 옆에 있어요.  yes yes I will survive !
프로필 이미지
콩두
2010.09.27 05:15:14 *.154.223.196
창조성은 신념을 필요로 하고 신념은 통제를 포기하라고 요구한다. ..우리 각자는 내부의 꿈을 갖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인정할 용기와 그것을 믿는 신념이 있다면 그 꿈을 펼쳐볼 수 있다. 인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의심을 깨끗이 털어버리고 긍정할 때 길이 열릴수 있는 것이다. 좋은 긍정 중 하나는 '나는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나는 내 자신의 내적 인도를 믿는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중 하나가 결국 우리 자신의 방향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물론 거기에 저항하게 되겠지만. 이 저항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는자신에 대한 신의 의지와 자신의 내적 꿈이 일치한다는 생각에 익숙치 않다....우주는 항상 긍정적인 활동을 지원할 것이다. 가장 진실한 꿈은 바로 자신에 대한 신의 의지이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너의 복을 따르라. 그러면 전에는 없던 곳에서 문이 열리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우주의 지원을 받는 꿈을 따르는 것은 내적 의무이다....일단 자신의 진정한 목표와 소망을 긍정함으로써 내적인 승인을 시작하면 우주는 그 승인을 반영하고 확장시켜 나가게 된다. (아티스트웨이 318~319)  
프로필 이미지
2010.10.01 16:36:43 *.244.197.254
와, 단군일지 읽고 너무나 감동했답니다
전 참 멋진 사람과 동행을 하고 있군요 ^^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6 11:33:43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21일차 _ 9.26 일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저녁정진 NO


알람 전에 일어났다. 어제밤 취침시간 11:30.

새벽활동으로 정한 것에 완전히 집중하기 보담 다른 것을 끼워넣는다. 일어나자 마자 커피 타서 앉아서 모닝페이지 하다가 출석부 글 올린다. 출첵한 후 바로 돌아가지 않고 중독사이트들을 둘러보고 메일을 열어본다. 이 시간 웹써핑하는 읽을꺼리의 질이 높은 것도 아니고 아침시간 순수한 나와의 시간을 좀 둔하게 하고 잡것을 섞는데도 그러고 있다. 보통 15분~20분간 그런다. 일단일어나자 마자 모닝페이지부터 하기로 한다. 꿈일기를 못쓴지 한참 되었다. 모닝페이지의 저항점인 1쪽 반은 마치고 다른 일을 끼워넣으려고 한다.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 사이에 또 뜬다. 화장실 가서 버리고, 간 김에 벗어던져둔 스타킹 빨고, 물 먹고, 물 없어서 브리타 정수기에 물 담아놓고 기다리고 엊저녁에 어질러놓은 거 이리저리 정리하느라. 나의 새벽활동이 순수하게 가지 못한다면 그대로 굳어질 것이 뻔한데 두렵고 그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달리기 쉼. 누워서 다리 들어올리기 20회씩 3세트 반복함. 나무와 물을 볼 수 있는 곳 무의도 호룡국산이나 계양산의 부름이 들렸으나 떠날 순간을 놓쳐버리고 종일 요에 누워 쉬었다. 잠을 아주 많이 잤다. 슬슬 금붕어들의 생존여부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10월 3일의 10km 대회를 취소하고 싶은 마음 여러번 들다. 이유는 아직 대회에 나갈 만큼은 아니라는 것, 완주하지 못해서 성공감이 절실한 이 계몽적인 시기에 실패경험을 줄까봐 두렵고 그날 강화 마니산의 천제를 보러 가고 싶기 때문.

저녁정진 안함. 7시부터 잠들었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7 05:56:32 *.114.49.161
콩두의 단군일지 22일차 _ 9.27 월

기상 : 01:2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러너 OK, 저녁정진 OKemoticon

어제는 종일 이불 위에서 뒹굴뒹굴했다. 사이버대학교 출첵하면서 잠을 잤다. 너무 일찍 일어난 건가 싶지만 잔 시간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나중엔 허리가 아파서 더 못 자겠다. 이럴 때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정해진 취침시간, 기상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비일상적이고 부지런하지 않다'는 강박일뿐. '혼자 사는 여자가 좀 규칙적으로 살지' 내 안에 있는 내부 비판자여 쉿! 

커피를 만들어서 마시면서 모닝페이지부터 먼저 했다. 다 하고서 출첵을 했다. 이런 것이 나자신에게 편안하다. 그동안은 새로 시작한 단군프로그램에 전력투구?라기 보담은 내 성향상 홀딱 반하고, 확 빠져가지고 누굴 만나도 그 얘기만 하고 그 생각만 하고 그랬다. 내가 쫌 매료되는 스타일이긴 하지. 인제 좀 다른 것들과의 균형을 잡아가면서 사랑해야겠다. 그래도 초반에 막 들이대서 나와 기상습관 사이에 뭔가 썸씽이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 오랜만에 출근하려니 덜컥 불안하고 두렵다.  일주일간 물 안 갈아주고 먹이도 안 준 우리 교실 4마리 금붕어들아 제발제발 살아만 있어주라....교실 문 땄을 때 배를 뒤집고 떠 있고 냄새 진동할까봐,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죽은 뒤 한참된 후 백골화된 뒤 발견된 독거노인의 뉴스와 겹쳐져 해뜨길 기다리고 있다. 아침정진 때 쓸 108 염주 사오기

빗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달리기 못해 하면서 냉큼 달걀 하나 까 먹고 국수 삶을 표고와 다시마 다시물을 끓인다. 비 안오는 듯 하지만 달리기 싫은데 싫은데 하면서 나갔다. 트랙에는 사람들이 있다. 놀랍게도 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고 다리를 저는 분도 있고 멋진 달리기복장을 입은 이는 하나도 없고 우산을 들고 나오셨다. 나는 그래도 비 안 올 때 모자 달린 옷 입고 나왔는데 저분들은 비 오는 줄 알면서 운동하러 오신 거구나. 달리는 것이 습관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달리기복장이 아니라 그냥 정해진 시간에 비가 오든 말든 나오는 거구나. 나도 비올 때는 걸으러 나와야겠다. 30분 달렸고 홍조 띤 얼굴로 돌아왔다. 그 에너지로 집에 전화 드린다. 엄마아버지는 벌써 식전에 밭에 나와 일하고 계셨다. 아직 아침 전이라 한다.  

저녁 7시 맞춰 저녁정진을 했다. 이미 과식을 한 후다. 108배 하면서 전환이 되는 것 같다가 오늘 있었던 약속을 잊어먹었고 만나기로 한 이들이 전화를 했다. 으이그. 나는 9시에 자야하고 기존의 모임이 하나 있고 또 하나 하겠다고 했는데...으이그 불성실하다. 솟아오르려다 다시 침몰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8 08:05:20 *.154.223.196
주철은님 방문 감사해요.
종종 님의 글 읽고 있어요.
부부가 함께 수련하시는군요. 멋지십니다.
영웅 꼭 되시길 바라구요. 그리고 요새 날씨가 참 좋아요. 단군2기와 더불어 멋진 가을 되셔요.
저도 다른 부족 마실 다녀봐야겠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0.09.27 22:56:57 *.161.173.71
안녕하세요? 권윤정님!!!
청룡부족의 출석부댓글이 연일 엄청나기에 무슨일이 있나 하고
며칠전 들렀다가 권윤정님의 눈부신 활약상을 보았네요
어쩜, 매일 샘솟는 아이디어가 그렇게나 신선하신지...
그 이후로는 출석체크하고는 청룡부족의 아침문이 오늘은 어떻게 열렸을까 방문하게 되었네요^^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어서 현무부족이외 분들에게는 마실조차 못왔는데
오늘은 맘먹고 놀러왔습니다
단군일지도 참,,,멋지십니다
매일이 새롭고 앞으로 나가시는 날들 되시길 기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콩두
2010.09.29 06:17:51 *.154.223.196
자기회의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해가는 것이다.
'진정한 예술가들'은 자기회의를 경험하지 않는다고 믿기 쉽다.
사실 예술가들은 회의와 더불어 작업하는 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며, 회의하면서도 작업하는 사람들이다. 
                                                                                                                           (아티스트 웨이 341쪽. 9.29 새벽에 읽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8 08:00:25 *.114.49.161

콩두의 단군일지 23일차 _ 9.28 화

기상 : 02:3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러너 OK (06:55 am), 저녁정진 OKemoticon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알람이 책상 위에 있어서 일어나 컴퓨터 켜서 변경연 홈피 열어서 출첵 준비 해 놓고 커피 1잔 만들어 모닝페이지 공책을 펴서 앉았다. 57분에 출첵했다. 너무 바빴다. 내일은 2시 알람으로 해 봐야겠다. 며칠간의 기상 시간 기록을 보니 가능할 것 같다. 핸드폰에 내가 잠든 후에 3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8:22분 것을 들으며 잠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너 지금 당장 안 달려오면 다신 안본다'고 하던 목소리의 주인공 번호일까? 정말 버려질까봐 나는 두렵다.  이것이 아침 내내 안 놓여져서 달리러 가기도 싫었다. 

개량한복으로 후다닥 갈아입고 추워져서 덧옷을 하나 입어야했다. 모닝페이지를 예전처럼 할머니 두레상에 나가 결가부좌로 앉아서 했다. 그러면 몸이 좀 펴지는 것 같고, 빈속에 마시는 진한 커피가 가지고 온 쨍한 각성효과와 더불어 깨어난다.  아침정진을 하며 좀 울었다. 요새 눈물이 흔해졌다.  
어제 영웅편지를 받았다. 심연에의 접근 기간은 42일까지(심연은 63일)인데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정체기로 절단신공, 의례를 연마하며 정체 속에서도 계속 수련해가야 한댄다.  어떤 심연으로 접근해갈까? 내 속의 괴물이 두려우나 스킨스쿠버처럼 잠수장비 잘 챙겨서 결국은 내려갈 수 밖에 없겠지.
 
달리러 나가면서 허기가 져서 마가레트 한 봉지와 쫄병스낵 한 봉다리 까 먹었다. 과자를 달리며 먹고, 몸이 더워져서 옷을 허리에 묶을 때도 달리면서 한다. 이러면서 '나는 러너다' 생각해 보는 게 즐겁다. 하긴 아침 2:30에 일어났고 달리기는 6:30에 나가고, 변을 보고 난 후라 배 고픈게 당연하지. 내일부텀 허기지면 질 높은 것을 먹이리라. 달리는데 바람이 좋았다. 인라인스케이트장에 아카시아잎이 날려들어가서 오늘은 청소를 하두만. 내 머리털아, 온 몸의 모공아, 겨드랑이야 사타구니야 이 바람을 기억해줘. 이거야 이거. 어디 있다가 지금 내 삶에 불어오는지 몰라도 참 좋지? 환장하겠다구? ㅋㅋㅋ 10월 3일 인천대공원에 이번에는 그냥 달리기로 한다. 마니산은 내년에 간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도 내 패턴이다.  이번 마라톤대회의 기회비용이 마니산 개천절 행사다.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완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슴에 품은 채 그냥 최선을 다해보는 거지. 화이팅 콩두씨. 

저녁으로 도네누에서 삼겹살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이명박 대통령 어쩌고저쩌고 뉴스를 듣는데 시계가 7:05다. 천수경을 시작한다. 40분간 천수경과 예불 마친다. 라디오방송과 창밖 풍경이 한쪽 귀를 막고 외우는 작은 소리를 듣고 있는 나를 간섭한다. 저녁정진 mp3 파일을 핸드폰에다 담아서 이어폰으로 들으면 좋겠다. 찾아보면 천수경을 외는 무심한 스님의 청아한 염불소리와 유수스님 천일기도가 있을 것이고 없으면 전화 걸어서 보내달라고 도반에게 신세 한 번 지자. 집에 돌아와 부재중 전화했던 친구에게 전화 걸다가 108배 시점 놓쳤다. 염주 샀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29 08:24:30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24일차 _ 9.29 수

기상 : 02:3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러너 OK, 저녁정진 yes! emoticon
 
1시간 이상가는 통화를 하던 지인에게 저녁 8:30이 되었을 때 30분 밖에 통화안했는데 별로 미안해하지 않으면서 '나는 자고 싶다. 다음에 통화하자'고 말했다. 그렇게는 처음 해봤다. 11:30, 1:00, 1:30, 2:00에 깨어났었다. 핸펀 시계 확인하고 더 잤다. 나중에 알람시계 소리에 일어났다. 추웠다.

아침정진 하는 동안 매캐한 내음이 새벽공기에 섞여있다. 근처에 제철공장이 두 개나 있는 이 동네의 공기오염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근처 3학교에 중증 장애아가 많은가? 공기가 겁나네. 공기가 이러면 물도 오염되었을텐데 그냥 마셔도 되나 걱정되네. 살 곳에 대한 나의 초대로망은 공원 근처.    

반바지가 쌀쌀하고 손이 시려서 얇은 장갑 끼고 모자달린 후드티 입고 달리러 나갔다. 10분 달리니 열이 난다. 생리시작. 어제의 눈물은 PMS. <여자의 달리기>에는 주자들이 생리전기에 좋은 기록을 낸다는군. 생리전 증후군에도 운동이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달리면서 몇 가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힘든 하루였다. 생리첫날인데도 출렁출렁출렁출렁출러덩덩했다. 짜증 쉽게 내고 피곤하고 오늘은 생리통이 심해서 진통제 먹었다. 초컬릿 든 과자를 입에 물고 있었다. 동호인의 날이라 다들 2시 퇴근. 일하러 남았는데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냉장고의 저장식품을 거덜내려고 뎀볐다. 폭식....... (아씨 이런 건 단군일지에 적기 싫은데 젠장. 쯧) 몸과 마음의 불쾌한 상태를 해결하려고 몸이 당분과 탄수화물, 배부른 느낌을 도구로 쓰려는 것 같다. 여유있는 형편이 아니라 빨리 좀 어떻게 해 달라며 헐레벌떡, 이 상태와 이 상태를 다룰 수 없음에 두려워 떠는 품새다. 음식은 내게 익숙한 도구. 내가 만약 술꾼이었으면 술을 사러 나갔을 거고, 흡연자였으면 줄담배를 피웠을거고, 바람꾼이었으면 이성을 만나러 갔을거고, 도박꾼이면 땡기러 갔을거고 게임으로 이런 상태를 견뎌버릇했으면 게임하러 갔고, TV가 있었다면 태순이로 변신했을 것이다. 과민해져 있다는 걸 느끼고 보일러 틀고 6시에 잤다. 일어나니 12시 5분이다. 눈 뜨자마자 누워서 천수경시작한 후 반쯤 외우니까 일어나 앉았다. 저녁기도를 헐레벌떡 했다. 00시 넘겼지만 '늦었어 늦었어 늦었어 이미 늦었어 너는 놓쳤거든 포기해' 내적 비판자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진행한 나에게 저녁정진 했다고 하트 스티커 붙여주었다. 매일 이렇다면 사람 살겠나. 정말 죽을 맛이겠다. 어휴 PMS, 모든 여성이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만 나처럼 기복 심한 사람이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 같다. 또 예측되는 한 가지. 28일 주기에서 단군프로그램 동안 아직 2번의 PMS를 더 겪을 것이다. 메일에서 홍승완씨의 영웅편지를 열어보았다. 다음 PMS는 심연기간에 포함되니 안그래도 깊을 바다가 더 깊고 검어지겠군. 어쩌면 PMS가 하강 가속도를 보태주는 덕분에 두목급 괴물님 한 분을 친견할 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돌파와 부활기간 언저리니까 익사를 걱정할 만큼 위험하진 않겠네. 심연 기간의 생존전략을 좀 더 마련해야겠군. 내게 위로와 산소와 영양을 주어 생명을 구조하는 것들. 또 님들에게 막 빌고 매달려야겠네. 겁나 죽겠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09.30 07:58:35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25일차 _ 9.30 목

기상 : 00:05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러너 OK, 저녁정진 NO

어제 잠든 시간 6:00. 깨어난 순간의 꿈을 적었다. 그 꿈이 요새 그리고 까불기 시작하는 것에 대한 내부의 걱정을 대변하는 것 같은데 자기보호를 위한 자기 봉쇄를 유지하기로 한다.  

모닝페이지 마치는 동안 커피를 두 잔 마셨다. 정신이 멍하다. 아침정진할 때 예불 마치고 108배 전에 한동안 누워있었다. 쥐약을 줏어먹고 와서 여름 장마비 속에 누워있던 검둥이처럼 네 다리를 길게 뻗고 잠시 있다가 다시 했다. 움직이니 힘이 난다. 마치고 면생리대를 빨고 미역국과 얼려두었던 추석 기지떡으로 아침을 먹었다.

달리러 가기 싫었다. 달리기용 반바지와 티로 안갈아입고 개량한복 바지 입은 채 운동화 신고 나가긴 나갔다.  6:30에 며칠 나갔더니 관성이 붙는다. 아파트 앞 슈퍼에서 과자 한 봉다리 산다. 오늘 뛸 생각이 전혀 없다. 트랙을 과자 먹으면서 어슬렁거리다 들어올 생각이다. 세 바퀴쯤 조청유과 먹으면서 걸었다. 나무가 좋더라. 제강공장에서는 벌써 연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저기서 일하는 이들은 3교댄가? 우리집하고 2~300m 밖에 차이안나네. 내가 잘 가는 근린공원에 벤치도 놓아주고 그런 건 고마운데 여전히 저 연기와 공기와 물의 오염이 연관되면서 찜찜하다. 결론은 30분 뛰었다. 뛰면서 딱히 작정하지 않고 평소에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노래를 몇 곡 흥얼거렸다. 신나서 부른 것은 아니고 그냥.

심연기간 대비 읽을 꺼리 :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읽어두면 괴물님 친견에서 목숨을 부지하는데 도움이 될란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124쪽까지 읽어오라든데...... 그 괴물님은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서 오시는 건데 아랑 고사의 사또처럼 내가 지레 겁먹고 기절하지 않고 벌벌 떨면서도 버티는 용기를 내어서 그 이야기를 들어주면 되는건가? 이런 상상을 하면서 혼자 웃었다. 요새 빌브라이슨의 여행기를 읽듯이 즐겁게 그 상황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당황스럽고 즐겁다.   

낮에 2시경에 20분 누워서 쉬었다. 눈 풀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 20분의 힘이 크다. 또 집으로 바로 가면 자버린다며 동료와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다. 집에 돌아오니 8시 40분쯤 되었다. 근데 저녁정진 않고 바로 잤다. 머리를 대는 게 이미 항복 제스춰다. 두 가지 - 에너지 떨어지는 2시 부근 20분 정도의 낮잠 또는 휴식, 저녁시간에 무얼하든지 버티다가 8:30 이후에 자는 것을 해보아야겠다. 안그러면 저녁 퇴근후 바로 자는게 습관이 들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01 07:30:33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26일차 _ 10.1 금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달리기 안함. 저녁정진 NO

알람없이 일어났다. 어제 돌아오자 마자 그냥 자는 바람에 자고 일어난 나는 정장을 입은 채다.  8:40분경 잠듬. 나의 장점 또는 축복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머리만 대면 잔다는 것인데 요즘은 그 시간이 더 단축되었다. 그런데 뒷설겆이를 하나도 안해서 아침 20분이 시동에 들어갔다. 저녁에 할 일을 아침으로 미루는 게으름때문에 피부도 상하고 이빨도 상했겠지. 요리를, 먹고 안치운 그릇 설겆이로 시작하는 것처럼 짜증스런 일이다. 화르륵 욕쟁이 할머니가 빙의되었다.   

정진시간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단군프로그램 한 달차를 다와가면서 지각변동에 버금가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모든 에너지가 그 변화를 소화하는데 들어가는 것 같다. 직장에서 나의 업무효율이 떨어졌다. 점심 식사 후에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았다. 사람의 힘이 한계가 있는 건지 에너지가 딸리고 의욕도 낮아졌다. 일이 미루어진다. 민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 이것이 자리잡히면 못했던 몫까지 보충을 해야지. "네, 저도 저의 낮은 수행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이거 꼭 하고 싶습니다. 이거 이뤄서 그 힘으로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모닝페이지, 아침정진을 하고 오늘은 달리러 나가지 않았다. 허기가 져서 엄마가 밀어준 국수를 마지막으로 끓여먹고 사이버대학교 인지행동적 상담 수업을 한 시간 들었다. 주된 이유는 달리러 가기 싫어서였지만 이런 식의 시도도 괜찮은 것 같다. 아침에 나는 책을 읽거나 뭔가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드는데 하루 1시간 책을 읽든 강의를 듣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여전히 수업을 다른 사이트 열어보고 딴 일을 하면서 흘려듣고 있다. 그리고 아침을 과식한다. 달리기는 몸의 제 리듬을 찾아주는데 도움이 되는 지 과식하게는 안한다. 뭐가 좋을지는 두고봐야 할 듯. 그럼 달리기는? 저녁에 해 보자. 오늘은 말고. 오늘은 부족회의 간다.     

전철로 강남 갔다. 일찍 마쳤는데도 지각을 했다. 습관이다. 9년을 서울서 인천으로 출퇴근했던 그 라인을 오랜만에 간다. 1호선 안에서 20분 가량 단잠을 잤다. 과민하고 종일 돌려서 열 나는 기계처럼 뜨근거리면서도 시원찮은 마음과 몸이 쉬어진다. 동생들과 살면서 먼 거리 다니는 것에 대해 불평 또는 생색내는 마음이 많았는데 이건 내가 이후 저녁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휴식과 전환의 마디가 되어주었구나. 늦은 감사와 몰라주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저녁기도는 천수경과 예불을 시도는 했지만 곧 잠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이럴 때 특혜를 바라면서 아양 떠는 표정으로 하트스티커를 원츄하는 내 앞에서 입 닦기가 참 어렵다. 매정한 듯 하여. 그러나 신뢰가 소중하지. 신뢰로운 피드백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가 정확할 때 온다. 내가 학생이었다가 선생 또는 코치였다가 한다. 일일 몇 역의 모노드라마도 재미있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02 06:59:05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27일차 _ 10.2 토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20분 산책, 저녁정진 yesemoticon

동생네 집에서 잤다. 알람소리에 일어났는데 평소 있던 알람 자리가 아니어서 한참 찾았다. 일단은 다른 사람들이 깨면 안되니까 이불 속에 숨겨서 소리를 죽였다.

모닝페이지를 하다가 출첵을 했다. 3시기도를 하겠다고 했는데 모닝페이지는 또 일어나자마자 쓰는 거여서 나는 모닝페이지를 기도라고 생각하면서 한다. 이제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 사이에는 아무런 것도 끼워넣지 않을 것이다. 특히 웹써핑. 이전에는 내 방이었던 컴퓨터 방에 자고 거기서 새벽시간을 보낸다. 흘러가는 것은 아름답다. 내가 잘 흘러갔음이 감사하다. 그리고 동생 부부가 새로 시작한 일과 공동체에 잘 적응하기를 기원했다.새벽활동을 끝내고서 출석부를 보고 전화를 걸 때 망설여졌다. 10분 전에 걸겠다고 했지만 5분 더 기다렸다. 망설였다. 용기가 필요했다. 저 너머 첫 새벽의 통화는 친절하고 편안한 목소리시다. 이렇게 나의 안전그물이 되어주는 분들을 의지해서 나는 서커스단 공중곡예사 한 번 해 볼란다. 언제나 나는 떨어질까 무서워 그물만 보던 사람이었는데 이제 나도 한 번 공중그네 타보고 싶다. 전화를 걸던 4시, 5시 25분 어찌나 쿵쾅거리던지..그리고 우리 부족이 80% 출석률로 전원 승천의 목표 아름답지만 더 기쁜 목표는 100일을 함께 가는 것이라고 다시 다짐한다. 출석률 상관없이 백일을 함께 가는 걸 꿈꾼다. 어제 본 분들과 못본 3분 모두 100일을 함께 가게 되길 기원한다. 

내 구두를 벗어놓고 올케의 운동화를 꺼내신고 집앞 중학교에 달리러 나갔다. 아,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아침노을인가?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퍼레이드라고 여기며 즐긴다. 근데 올케의 운동화는 키높이 운동화여서 달리다 보니 발등과 뒷꿈치, 그리고 종아리가 당긴다. 이러다 발목 다칠 것 같아 산책만 간단히 하고 돌아와 일지를 쓴다. 어제 부족회의가 있었다. 우리들은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백일을 동행하게 되었을까? 오늘 아침에 류시화씨가 엮은 법정스님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읽었는데 이런 말이 나온다. "만남은 시절인연이 와야 이루어진다고 선가에서는 말한다. 그 이전에 만날 수 있는 씨앗이나 요인은 다 갖추어져 있었지만 시절이 맞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다. 만날 수 있는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지나고 있다가 시절 인연이 와서 비로소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만남이란 일종의 자기 분신을 만나는 것이다. 종교적인 생각이나 빛깔을 넘어서 마음과 마음이 접촉될 때 하나의 만남이이루어진다. 우주 자체가 하나의 마음이다. 마음이 열리면 사람과 세상과의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저녁에 인천집에서 부침개와 삼치구이를 놓고 막걸리를 5잔 마셨다. 낮에 있었던 걷기대회를 주관했던 직원들과의 뒷풀이. 2차 안가고 집에 돌아와서 7시 5분부터 저녁 기도 시작했다. 몸이 건들거려서 방석에서 뒷걸음 몇 번 치고 손바닥과 얼굴이 화끈거리고 발바닥에서 알콜 실은 혈관이 뛰는 게 느껴졌다. 비 오는 날 월미공원 참 좋더라. 일부러 시간내어서 가기 힘든데 일로 가게 되었다. 이런 저런 선물 패키지가 많은 날이었고 취중기도 즐거운 에피소드 하나 추가하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03 06:15:36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28일차 _ 10.3 일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러너 OK , 저녁정진 yes! emoticon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알람은 책상 위에 있다. 라섹수술 후 안구건조는 기상할 때 첫 눈뜸에서 가장 크게 느껴진다. 

커피를 만들어 모닝페이지를 일단 컴퓨터 앞에서 하다가 출첵을 한다. 그러고도 15분 홈피를 들여다 보고 있다. 끊지 않으면 계속할 기세다. 노트북 뚜껑을 덮고 모닝페이지 노트를 들고 거실로 나가 두레반에 앉는다. 아침정진 읽을 꺼리 읽고 수행일지까지 쓰는걸 5시 전후에 마치자면 기상 후 좀 더 부지런히 한 눈 안 팔고 해야겠다. 내 할 일을 먼저 하고, 나를 먼저 채우고 다른 일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새벽 첫 시간은 나에게는 0순위다. 1순위는 이것저것으로 인연따라 바뀔 수 있지만 0순위는 요지부동이다. 오늘 5시 25분에 안전그물망 했는데 출첵이 5:34에 완료되었다. 10분 걸리는구나. 그럼 내일부터는 20분에 가동해야겠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계속 되는 생각과 무거움. 살펴볼 일이다. 남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또 습관대로 남의 인생에 간섭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단군일지를 쓰면서 세운 목표에 집중해서 나에 대해 매일 쓰는 것이 발견과 개선에 좋은 자료가 됨을 체험한다. 학교 아이들의 기록도 그럴 것이다. 

오늘 인천대공원에서 10km 건강달리기가 있다. 9시 출발, 8시 집결이다. 인천대공원까지 택시 10700원. 먹고 입고 자는데는 돈이 별로 안드는데 꿈지럭대고 임박착수하느라 교통비가 많이 드네. 근데 행사장소 못 찾아서 달리기 참가는 불발되었다. 안내판 없고 핸펀에는 문자가 저장되어 있지 않다. 포기하고 나무 그늘을 혼자 달리는데 한떼의 번호 단 이들이 달리는 걸 보았다. 후문쪽으로 따라 가보니 동문 앞에서 출발했단다. 으이그 등신...열이 확확 올랐다. 출발점 만의골주차장을 물어물어 갔더니 행사가 끝나서 시상한단다. 완주자에게 주는 순두부와 인천 막걸리을 받아들고 자리잡는 상기된 주자들한테 주눅이 들고 부아가 난다. 기념품 반바지는 XL만 있어서 집어들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근데 공원 나무 벤치에 앉아 읽고 비를 피해 들어간 매점에서 커피 마시다가 까먹었다. 오래 안 가네, 음화화 이거야 말로 진화의 증거다. 나야 20분만 운동하면 오케이다. 후문쪽 벚나무 터널을 20분 뛰고 후문 밖 자전거 도로를 10분 뛰는데 버스정류장 5개가 지나가고 개나리 가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무궁화꽃이 가을 인사를 한다. 가을이다. 재미있네. 하이웨이주유소 아바이순대국을 먹고 돌아왔다. 큰 나무가 있는 공원 달리기 나의 로망이다. 집에서 바로 가는 버스라인을 봐두었다. 나의 로망 풍경 한 장면을 곧 살게 될 것 같다. 설렌다. 다음번에는 단군 30일 기념 선물인 운동화(빨간색이 든 걸 사서 내 빨갱이라고 부를거다)와 바지(쫄쫄이를 사든지 아식스 매장을 둘러볼 거다), 모자를 쓰고 와서 달릴 거다. 오늘 일이 내게 가르치는 것은 '기본에 내가 너무너무 형편없이 약하다.'는 것이다. 기본은 삶의 토대에 대한 것이 아닐런지. 1. 약속시간과 장소에 철저해져야 한다.-신뢰 때문 2. social network를 돌본다는 의미에서 현재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람인 부모님께 우선해서 아침에 안부전화를 드린다. 3. 돈 관련된 일을 깨끗하게 - 처리 덜 된 것 마무리 하기. 그러고 보니 요즘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혼자 있다고 밥 대충 먹지 말고 밥 해 먹어. 반찬도 질 높게 해 먹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많다. 4. 잘 먹고 운동 시키고 쾌적한 집에서 깨끗한 침구에서 잘 재우며 나를 돌볼 것이다. 를 추가한다. 끝.

5시부터 일요일 기념 낮잠을 잤는데 자다보니 밤잠만큼 잤다. 눈 뜨니 11시 35분. 5분은 낭패스러움에 신경질 내면서 드러누워 지났고, 남은 동안 108배 후딱했다. 천수경, 예불, 108배, 명상 중에 딱 1개만 선택해서 했다. 안하니보다 훨 자긍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이러는 것이 주어진 순간에서 차차선을 다하는 훈련이 되길, 그러고서 과거의 잡동사니들을 흘려보내길 기대한다. 이제 새 날이다. 콩두씨야 이쁘고 고맙구나.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04 07:12:22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29일차 _ 10.4 월

기상 : 00:1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저녁정진 yes! emoticon

어제 저녁 해 지기 시작할 때 잤더니(5시 30분에 잤다. 이걸 쓰는데 커밍아웃하는 기분이다.) 실컷 자고서 자정 직전에 일어났다. 어제치 108배를 한 후부터 오늘로 친다. 그런데 멍하고 행동이 굼뜨고 집중이 안되더라. 진한 커피를 2잔 마셔도 영 그렇더니 내 머리는 2시부터 깨어나기 시작해서 변의가 느껴지는 것도 평소 시간, 책이 읽히는 것은 거의 6시 이후다. 저녁에 일찍 누워도 나는 충분히 잠들지만 아침시간의 질이 떨어진다는 걸 알았다. 오늘부터는 제 시간에 자고 제 시간에 일어날 것이다. 몸의 리듬이 있고, 그 리듬대로 하는 것이 습관을 만드는 듯 하다. 

모닝페이지 부터 하고 출석부를 올리러 갔다. 다른 분이 올리셨더라. 아침정진을 한 후 오늘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었다. 나의 독서력에 대한 의구심이 있고, 이렇게 두껍고 무거운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 겁을 집어먹었는데 '심연에의 접근이 뭔 소린지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읽어보니 의외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미궁에 갖힌 미노타우로스를 테세우스가 죽일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반해 실타래를 만들어준 아리아드네라는 조력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리아드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디오니소스 남신이 결혼한 여자 이름이다. 디오니소스를 장딴지 인큐베이터에 넣어 길렀던 제우스는 아들이 사랑하는 그 인간 아내를 죽지 않게 만들어주었댔지.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와 결혼할 것처럼 둘러대더니 잠든 그녀를 해안에 버려놓고 줄행랑을 쳤다. 슬퍼 울던 아리아드네를 디오니소스 남신이 측은하게 여겼고 은둔, 신비주의로 일관하던 남신은 이 여자로 인해 인간적인 만남과 사랑을 하게 된다고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에서 읽었다. 나는 마음이 좀 복잡해진다. 테세우스의 길을 따라 심연에의 접근을 하려고 했더니 아리아드네가 걸리는 거다. 나를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보살피기로 한 결심한 첫 날이라 농심 새우탕 컵라면이 몹시 나를 유혹하지만 집에 있는 모든 재료를 모아 꽁치통조림과 표고버섯을 넣은 미역국을 끓이면서 생각해보았다. 압력밥솥으로 오랜만에 밥을 하는데 밥 타는 냄새가 아주 동네에 진동한다. 아리아드네에게는 '테세우스 나쁜 시키, 혼인빙자간음을 헌재에서 폐기하면 저런 놈 때문에 안되는데'라며 편을 들겠지만 시간이 그녀의 눈물과 분노를 잦아지게 하면 '아리아드네야, 그 사람과의 인연은 거기까지인거야. 그래도 같이 있으면서 좋았고 너도 배운게 있잖아? 새로운 사랑이 올거야' 위로를 할 듯 하다. 디오니소스남신이 온 뒤에 만나서는 '똥차 가고 벤츠 오는 것처럼, 아 그 때는 당나귀 가고 준마 온다고 해야겠군. 테세우스 가고 디오니소스 온다'고 했겠지. (또 까불기 시작한다. 나에게서 이런 까불거림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고 한편 당황스럽다. 30일이 되어가면서 일어나는 일인듯하다. 까부는 것과 과민해지는 침체되는 것이 함께 있다. 두 가지 모두 내 모습이 아닐런지)  어찌 보면 테세우스도 영웅의 길이었고 버림받더라도 그를 도왔던 것은 사랑에 뛰어든 아리아드네의 영웅의 여정이었고 그런 그녀와 결혼한 것은 디오니소스 남신으로서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웅적인 길이었을 것이다. 결국은 모두가 자기 천복을 따라간 것이 아닐런지. 이런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감동적인 아침이다. 심연 편은 내일 읽는다. 나에게 심연의 어둠은 무엇을 계기로 올 것인가 궁금하여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낮에 보건실 내려가서 20분 누워있었다. 옆 소리를 듣고 있었으니 자지 않은 것 같은데 꿈 비스무리한 것을 꾼다. 고향동네 언덕길을 넘어가고 있다. 고향동네가 꿈에 나올 때는 내가 힘이 들거나 부모님이 보고 싶을 때다. 00시 부근에 일어난 날은 낮에 쉬어주어야한다. 

저녁 7시 조금 넘어서 저녁정진 시작해 마쳤다. 시간이 앵커가 되어주고 있다. 그러나 그 전부터 거의 2시간 나는 웹써핑만 했다. 내일까지 마쳐야 할 일을 손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도망을 간다. 이럴거면 칼퇴근해서 달려보면 어떨까?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05 06:57:37 *.154.223.196
아바타 영화 볼 때 부족의 용사로 훈련받은 후 죽음의 골짜기로 가서 자신이 평생 타고 다닐 익룡과 서로를 선택하는 장면이 저는 인상깊었어요. 서로 죽을 각오를 하고 선택한다는 말도 멋지고요. 세상의 중심같은 나무, 죽어가는 짐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도 기억에 남아요. 수희향님의 사부님이 주셨다는 '먼 별 샤먼' 이름도 사명과 관련된 뭔가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후하하하하. 제가 너무 품잡고 있지요?  멋있게 말하려니 이렇게 되네요.^^;;;
수희향님
함께 옆에 계셔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따뜻한 눈길로 지켜보고 계심 알고 있습니다.
응원글 감사합니다. 용기가 막 불쑥불쑥 나요. emoticon
프로필 이미지
2010.10.04 16:47:25 *.207.0.12
윤정님 저에요, 수희향이요. 잘 지내시죠..? ^^
단군일지가 참 재밌어요. 윤정님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ㅋㅋ
그날 뵙게되어 좋았어요. 킥오프때는 워낙 많은 분들을 한꺼번에 뵈어 얼굴 기억할 수 있는 분이 거의 없거든요.
누가 이렇게 청룡부족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시는지, 저뿐만 아니라 청룡부족 전부가 궁금했을거에요^^
뵈니까 그런 느낌 들었어요. '아..이런 분이셨구나. 이렇게 편한 에너지를 지닌 분이니, 다른 분들을 위해 그런 애정을 그리 편안히 베풀고 계시구나.." 머 그런 느낌이요.

조용하지만 단단하면서 꽉 차오르는 그 느낌. 지금도 제 입가에 미소가 번지네요..^^
아무쪼록 윤정님께도 저희 단군 프로젝트가 보다 더 큰 생명수가 되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혼자서도 잘 해나가실 분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함께하면 기쁨도 행복가 확장된다하니
그런 행복 속에서 더 큰 전환의 계기 삼으시기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05 06:47:19 *.114.49.161
콩두의 단군일지 30일차 _ 10.5 화

기상 : 02:2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40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Yesemoticon

알람없이 일어났다. 엊저녁 잠든 시간 8:10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하는 내내 오늘이 제출기한인 것들을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달렸다. 임박착수여도 혼자서 즉흥적으로 해내는 일은 문제가 없는데 의료보험조합 컴퓨터에 날짜에 맞게 입력이 되어야 하는 등 내가 알지 못하는 연결망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미루어서 생기는 문제들, 한 나절 집중해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해야만 하는 일을 즐겁게 하기보담 좋아하는 일만을 즐겁게 하고 있으니 빵구가 안 날 수가 없군.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50쪽쯤 읽었다. 내 안에서 오늘 하루 발효가 되어줄 것이다. 30일 기쁘다. 다시 한 번 이 인연이 소중하고 신기하다. 이 쯤에서 물욕 오른 나는 30일 선물 챙길 생각에 들뜬다. 신나라.  

종일 동동거리며 뛰어다녔다. 목이 잠겼다. 그나마 *선수가 점심을 잘 먹어주어 다행이다. 퇴근시간 지나고 보조선생님들을 배웅한 후 내 자리에 교실 냉장고에 있던 초코맛 콘프레이크와 우유와 컵을 가지고 다시 돌아온다. 내 미간에 팔자주름이 새겨질 것 같다. 일을 할 것 같지 않아 그냥 퇴근했다. 바로 달리러 갔다. 달리기 시작한 시간 5:20. 30분 되니까 해가 아파트를 넘어가서 시원하더군. 오늘 처음으로 40분 뛰었다. 지난 주까지 뛰던 30분을 넘어가니까 양쪽 다리의 안쪽과 오른쪽 다리 무릎 안쪽이 당기는 느낌이다. 땀으로 몸 안에 고인 것을 흘려보낸다. 나를 향한 비난이 얼굴을 찡그리게 하고 볶이는 느낌을 준다. 칼산이군. 근데 나중에는 눈물이다. 이런 것이 내 안에 있었구나. 나는 왜 좋아하지도 않는 초컬릿과 우유를 먹으려고 했을까? 내가 달려줄께. 그래서 그것이 나를 향하도록 하지 않게 너를 지켜줄께. 돌아오면서 시장 들러 야채를 사왔다. 운동을 하면 몸이 살아나는구나. 안 그러면 공장에서 나온 음식을 먹었을 건데 밭에서 가져온 것을  먹네. 샤워하니 몸은 노곤하고 일은 안했지만 괴롭지는 않다.

저녁정진을 7시 5분에 했다.  저녁 설겆이가 늦게 끝났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06 06:09:40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31일차 _ 10.6 수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걷기 OK, 저녁정진 yes! emoticon

9:00 취침. 중간에 한 시간 단위로 여러번 깨어났는데 일 안 하고 알람 울릴 때까지 그냥 잤다. 오늘 출근 후 할 일이 많아서 일어나기 싫다. 짜증 내며 일어난다. 그런데 불안수준이 너무 높고, 미뤄둔 일이 너무 많으니 마구 도망을 가려고 한다. 이럴 때는 20분간 모닝페이지를 하면 1쪽 반을 쓰는데 가시와 검은 나무들이 있는 숲을 통과해서 다른 데로 가는 것 같다. 고마운 모닝페이지. 이런 날 그런 숲에서 눈 뜰 때가 많다. 시간여행자처럼 내가 눈 뜬 곳이 낯설 때가 있는데 꼭 자다 일어났는데 엄마가 없어서 무서워 우는 아이가 되는 느낌이다. 심연으로의 접근이 확연히 느껴지는 아침이다. 오른쪽 귀가 쥐었다 펴거나 이쑤시개처럼 길고 뾰족한 걸로 콕 찌르는 것처럼 아플 때가 있다. 삼일째 그러는데 엊저녁부터 좀 세게 쥐고 좀 자주 건드리네.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을 하고 나서 4차 안전그물망 하고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잠시 읽고 단군일지를 쓴다. 미궁에 갖힌 괴물은 미노스 왕이 당연히 신에게 돌려주었어야 할 포세이돈의 수소를 사유하려고 욕심을 부린데서 왔다. 왕비의 부정한 욕정이 원인이 아니라 그 왕의 욕심이 원인이었다. 나는 지금 어떤 욕심을 부리고 있는 지 생각하다가 내가 오늘 아침에 만나고 있는 이 짜증은 특수교사로서는 필수적인 IEP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준, 욕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것이 아니라 택도 없이 잘하려 하니까 자꾸 미루게 되고 미루다미루다 더 못 미루는 데드라인까지 오게 된 거고, 이상만 거창하지 날마다 일상 속에서 성실하게 해야할 일을 한 게 아니니 당연한데 말이다. 결국 이번에도 질이 아니라 제출이 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것만 해도 다행이다. 할 수나 있을까 싶다.  '하심하겠습니다'는 나의 기도문을 생각한다. 언제나 마스터키가 되어주는 기도문이 그 생활화두를 주신 스승님이 계심이 감사하다. 근데 반인반수로 태어나서 미궁에 가둬둔 채  지내다 더 괴물스러워지고, 남에게 괴물로 죽임을 당하는 그 아이가 나는 가엽다. 미노타우루스야 잘 가거라. 너도 본래는 왕자로, 공주로 귀하게 자라야 했을 아이인데 안됐다. 다음 생에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과 마음으로 햇빛 속에서 부모의 사랑 속에서 자라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길 빈다.  너도 다음번에는 나름대로의 영웅의 길을 갈 지도 모르지. 안녕. 미노타우루스. 근데 너의 이름은 꼭 공룡이름 같구나. (쳇 아무런 책임없는 남의 집 미노타우로스에게 잠시 측은지심을 갖는 (척 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이냐? 내 욕심과 욕정이 낳은 내 새끼를 만나야 할 때가 오고 있는데 콩두씨. 과연 당신 괴물 자식 앞에서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을 지 두고 보겠어. 오늘 아침에 만나고 있는 이것만 해도 그럴텐데 여유 부리시네. 지금부터 서둘러도 팔 하나나 다리 하나는 못 만든 채 낳을 것 같은데 말이지. 오늘의 콩두씨 괴물 자식 미노타우로스를 위해 아버지이고 어머니인 당신이 할 일을 해 줬으면 해. 알아챘을 때 돌이키지 않으면 미궁이 더 깊고 복잡해지고 또다른 미노타우로스를 또 낳고 또 죽이고 또또또....당신이 지은 것은 당신이 받아. 미노스 왕이 '다 내 욕심 때문입니다. 미안합니다' 했으면 끝날 일이었어. 당신이 해 줘. ) 나는 오늘 이걸 다 해낼 수 있을까 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 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 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 엉엉엉 6시 넘었으니 우리 아파트 앞 슈퍼 문 열었겠네. 커피 사러 가야쥐 한 사발 마시고 하는데까지 해 보자.   

낮에 보조선생님한테 2아이가 쌀을 가지고 숟가락질 연습하는 거 부탁하고 나는 컴퓨터에 앉아서 일을 했다. 그런데 일하는데 보낸 시간보다 스트레스를 회피하느라 웹써핑하는데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나는 거기 사로잡혀서 실제로 하지는 않는군. 커피만 많이 마시고. 그리고 출장을 갔고 기한이 지나자 미비된 채로 편안해졌다. 이런 식이 패턴인듯하다. 

집에 걸어서 돌아오면서 같이 출장갔던 이와 이야기를 했다. 우리집 옆 아파트 단지에 살더라. 동네에서 반바지입고 만날 수 있는 동네 아줌마 하기로 했다. 기쁘다. 7시 맞춰서 저녁정진했다. 그런데 저녁식사를 6시 30분쯤 했는데 좀 더 일찍하든 양을 줄이든 해야겠다. 아침에 에너지가 몸에 남아있어 불편하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07 07:14:12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32일차 _ 10.7 목

기상 : 02:1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운동 NO, 저녁정진 NO

알람없이 일어났다. 엊저녁에 상추쌈에 욕심을 부려서 과식을 했고 알람 누르는 걸 잊어먹었다.  취침 8:20. 2시부터 5시까지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읽을 것 읽고 수행일지 쓰는 일정을 마치면 좋겠다. 그 이후로는 산만해진다. 하루 5시간을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쏟는 매일이 쌓이면 저절로 행복해지겠다.

아침에 왔다갔다 하면서 여러가지 책을 한 꼭지씩 보았다. 묵은 것을 버리러 가는 화장실에서 읽은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집에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것이 자신의 내면을 거울처럼 보여주는 집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는 구절이 인상깊었다. 집을 치움으로써 마음을 치우고자 한다. 마음이 집이고 몸이 집이고 절이다. 안과 밖이 존중되고 가꿔지는 것. 살림살이는 중요한 일인듯. 이 책은 '버림' 코드가 화장실에 맞아서 거기 두고 매일 한 페이지만 읽으려 하는데 그럼 쓰레기통을 버리거나 빨래를 세탁기에 넣거나 출근하는 길에 종이나 재활용 비닐을 들고 나가는 힘을 준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집중하게 진득하니 엉덩이를 붙이고 읽어야 할 책이라서 읽히지 않았다.  커피를 2봉다리씩 넣어서 두 잔 마셨다. 예전에는 1봉다리 1잔이면 되었는데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점점 양이 느는 걸 보니 중독은 중독이다. 이번주는 매일 아침에 새 밥을 했다. 동생들과 살 때는 매일 밥을 했지만 독립한 후에는 일주일에 한 번도 하고 열흘에 한 번도 하고 나 좋아하는 것만 요리했다. 100% 현미에 많은 잡곡을 넣은 밥, 카레...밥 안하는 아침을 실컷 만끽했으니 이제 나를 위해 새 밥을 한다. 압력밥솥으로 혼자 하루 먹을 두 공기 양을 맞추는 것이 안되어 번번이 과식이 된다. 그래도 첫날처럼 태우지는 않는다. 그날은 한 공기를 완전히 태웠다. 이런 식으로 생활을 가꿔가는 것이 즐겁다. 이 즐거움을 안착시키려면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우선해서 할 일을 해야할 것이다. 내가 자신을 속이는 시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낮에 업무에 거의 집중할 수가 없었다. 수업을 마친 후 부터 단군일지를 읽었다. 그래도 업무시간 딴 짓이고 웹써핑일 뿐이다. 수단이 무엇이든 본질은 그렇다고 인정한다. 어떨 때 나에게 '좋은 것'이 나쁜 것의 수단이 되곤 한다. 지금의 행동은 회피 또는 유턴쯤 될 것이다. 남의 일에 측은지심을 잘 내지만 내 할 일을 안 하고 남의 일에 뛰어들어 골몰할 때, 또는 이번처럼 좋은 주제이지만 읽기와 웹써핑이 요즘 자주 사용된다. 

일은 안하고 앉았다가 늦게 퇴근했고 집에 돌아와서 과식을 했다. 정해진 양을 먹고 부추전을 2장 더 부쳐 먹는다.......달리기를 하러갈까 싶었지만 이럴 때는 '늦었어, 7시에 맞춰서 저녁정진 시작하려면 안돼 '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배가 너무 부르면 나는 아무것도 하질 못한다. 이륙 에너지가 딱 소멸된다. 저녁 정진 안하고 웹써핑을 30분 더 하다가 서둘러 잤다. 이럴 때는 절을 하든 종일 산 속을 걷든 몸을 쓰든가 자는게 최고다. 나를 둘러싼 것에서 관심이 철회되고 잠 자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정신없이 휩쓸리네. 그리고 아침일정은 저녁일정에서 승리하는데서 오고, 나의 퇴근 무렵의 기후는 낮동안 수업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 업무시간에 얼마나 충실했는지에 달려있다. 퇴근무렵의 기진맥진은 대부분 준비없는 수업을 형편없이 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기력을 탕진하고 뭔가에 지적을 받고 그렁저렁 보내던 시간의 결과일것이다. 통째로 다룰 수는 없으니 한 번에 하나씩! 그러자면 역시 새벽기상과 새벽수련의 충실도와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당면과제겠구나.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08 07:06:44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33일차 _ 10.8 금

기상 : 02:4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운동 NO, 저녁정진 NO

꿈을 꾸다가 벌떡 일어났다. 낯선 도시를 정신없이 헤매는데 어떤 무서운 것에 쫒기던 중이었던 것 같다. 꿈일기를 적지 못한 지 오래되었구나. 출첵을 먼저 한다. 출석부를 여는 소임에 대한 다른 욕심은 오늘 부리지 않기로 한다. 어제 저녁에 나를 버리듯 부리면서  알람시계 맞출 경황도 없었는데 꿈 속에서 나를 깨워준 무서운 존재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안 그랬으면 못 일어났을 것이다. 커피컵 큰 걸 꺼내 1회용 맥심커피 4봉다리를 넣어 한 사발 만들어 놓고 증조할머니 두레반에 안에 모닝페이지를 한다.

4시 안전망 모닝콜을 하기전에 모닝페이지 마치고 양치까지 한다. 양치할 때 핸드폰을 손에 들고 욕실에 들어가서 푸다닥닥 이를 닦는다. 내일부터는 천수경 암송을 마친 후에 모닝콜 드릴 수 있도록 해보자. 다른 곳에서 평소 습관대로 천수경과 예불을 조그만 소리로 하고 있으면 다른 이들이 '노래한다'고 한다. 내 생명을 살리는 나의 노래를 한 곡조 부른 후에 모닝콜을 하면 가라앉은 붙어버린 듯한 성대를 개시하는 모닝콜이 아니라 내 뜨락을 한 바퀴 돌고 난 뒤 한 번 쓴 성대로 콜을 할 수 있겠다. 천수경 15분~20분 걸리니까 모닝페이지를 3시 40분에는 마치기로 하자. 한 달 넘어가면서 저녁일정이 셋업되지 않아 정신없이 헤매고 특히 낮 업무시간에 형편없지만 아침일정은 나름대로 굳건히 구축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판단되어 고맙고 반갑다. 2시 기상해서 3시까지 모닝페이지와 출첵을 마치고 3시에 아침정진을 시작할 수 있다면 그래서 천일기도 후 10분 명상을 30분이나 40분으로 늘이고 아침 읽기와 수행일지 쓰기에 좀 더 공력을 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올라오고 있는데 이건 욕심인지 아니면 내가 follow your bliss를 처음 읽던 현경선생님의 책에서 전율하던 그 bliss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bliss가 천복으로 번역되고 또 가슴뛰는 삶을 살라는 그거라니 놀라웁다. 

오늘은 4차 안전망만 하고 댓글을 달고 싶은 욕구를 절제하고 아침읽기, 수행일지, 단군일지 쓰기로 돌아왔다. 아침에 모니카전기 어제 밑줄 친 부분 한 단락을 블로그에 타이핑하고 현경 <미래에서 온 편지> 2장을 읽었다. 커피를 아주 많이 마신 날인데 내 몸이 더 많은 카페인을 달라고 아우성친다. 나의 뇌가 좀 덜 활성화되는 시점인가? 그래서 그렇게 헤매나 싶다. 여기까지 쓰니까 아침 7시가 되었다. 오늘 시간을 쓴 것을 정리해본다.
2:40 기상, 출첵, 커피 만들기 
3:15~4:00 모닝페이지, 2차 안전망
4:00~5:15 아침정진
5:15~30 4차 안전망
5:30~7:00 읽기, 수행일지, 단군일지 쓰기---좀 더 쓰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다. 

어제 근무시간에 일 안하고 웹써핑을 했으므로 정명에 어긋나고 나의 임금을 도둑질한 것과 같지만 1기, 2기 단군일지를 읽고서 느낀 점이 있다. 첫째, 단군일지 쓰는데 좀 더 공력을 들이자. 우선 시간을 좀 더 충분히 주어서 자기 발견과 성찰을 위한 글쓰기를 해 보는 것이 좋겠다. 30분쯤 배당한다. 또 진솔하게 쓰는 게 좋겠다. 수확량을 매년 뻥튀기해서 보고해서 농업이 완전히 망한 북한을 봐라. 피드백은 기고 아니고가 정확한 것이 신뢰의 핵심이다. 나와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나를 포장하는 것은 공멸의 길임을 명심한다. 그런데 자기개방의 정도에 대해서는 자기보호가 우선이므로 강요하지 않는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안그러면 강요는 자신에 대한 폭력이다. 둘째, 나는 3시 정진, 이분정근 1년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달성할수 있는 돕는 손들을 간구하던 중에 평소 인연이 있던 모닝페이지카페를 만나고 그 인연을 통해 구본형변경연 단군프로그램을 만났다. 근데 이 단군프로그램 고유의 목적이 따로 있다. 자신의 천복과 천직을 연결시키려는 시도라고 감 잡고 있다. 내가 어떻게 되든 동행할, 아니 나를 의탁할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책을 읽고 홈페이지 다른 글을 읽어서 이해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 세째,  나는 저조기다. 명백하다. 인정한다.      

낮동안에 업무 효율 역시 떨어졌다. 대신 집중력 떨어진 2시 이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보담은 몸 쓰는 일을 했다. 극세사 걸레로 온돌마루 청소하고 쓰레기 모으고 화초에 물 주고 경기하는 아이가 덮고 쉬는 이불을 세탁기로 돌렸다. 학년협의실의 쓰레기를 버렸다. 우리 교실에 무릎으로 기어다니는 아이가 있다. 내가 교육프로그램을 잘 짜지 못해도 방은 매일 닦아야겠다. 물건들이 제자리에 정돈되고 바닥에 먼지가 없어지니 좋았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니까 오후 2시~4시 사이에 기력과 집중력이 최저로 떨어지는 듯 하다. 그 이후에는 또 힘이 좀 나는 것 같긴 하다. 아침이 강하니까 간당간당 출근하지 말고 남보다 일찍 출근해서 아침시간에 필요한 일을 다 쳐내면 어떨까? 단군프로그램이 천복과 천직을 연결짓는 내용인 것이 반갑다. 평생 일을 할거고 이왕이면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고, 아니 어쨎든 쓸모있는 사람이고 싶은데, 즐겁게 일하고 싶은데 그런 걸 다룬다니 고맙다. 나의 항로는 우연의 연속이었다. 대학과 학과 선택이 그러했고, 첫 직장이 그러했고, 인천에 온 것이 그러했고, 내가 계획을 세워서 했다기 보담 뛰어든 것들이 많았다. 항상 돌아보면 소발에 쥐 잡는다는 속담을 들어가며 감사할 일이 많았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기분은 매우 좋은데, 인간관계 갈등도 없고 있었던 것도 풀어지고 있는데 업무 효율은 너무 낮다.    

저녁으로 사과 한 알, 꼬다마로 먹었다. 이 정도가 몸이 가볍다. 저녁에는 머리도 안 돌지만 소화도 안된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09 06:00:43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34일차 _ 10.9 토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운동, 저녁정진 모두 안함

알람 안 맞추고 저절로 일어났다. 어제 6시부터 잤다. 기도 방석 위에 누웠더니 지붕과 책장의 모서리가 고정이 안된다. 겁을 집어먹고 그냥 잤다.  현기증은 내가 두려워하는 몸의 상태다. 한 달 달렸더니 귀가 따꼼거리고 현기증 난다. 구내염은 다행히 생기지 않았다. 인제 밥을 충실히 해 먹기로 했으니 나아지겠지만 이건 통과해가야할 것이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나는 냉큼 항복했다. 그래도 할 일(저녁정진)을 했어야했는데 자고 나면 아쉽네. 기회 놓쳤다. 7:00, 9:00, 11:30, 1:10, 1:40에 한 번씩 눈떠서 시간만 확인하고 잤다. 많은 시간 자는 줄 알았더니 숙면을 못 취하나?

오늘 5시 전에 모든 아침일정을 마쳤다. 모닝페이지 2쪽 넘겨 출석부 하러 갔고 2차 안전망 4시 전에 천수경을 마쳤더니 참 좋더라. 늘어지지 않고 빨리빨리 집중하니까 그 안전망이 내게 끼치는 유익이 크다. 어제 단군일지에 썼던 대로 수행일지까지 쓰고서 4차 안전망을 하러 갔다. 5시 10분부터 40분까지 30분 걸렸다. 이 정도 걸린다고 예측하는 것이 합당하겠다. 마치고 나서도 졸립지는 않다. 카페인 덕분이기도 하고 나는 오후부터 기력 떨어져서 해 지면 힘 못쓰나 확실히 아침에 강하다. 그런데 나는 이 다음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 지를 모르겠다. 보통 단편적인 책 읽기와 수행일지 쓰기를 하는데 그걸 한 후에 출석부 댓글을 단다. 댓글 달기는 석 달 쯤했던 20분쯤 걸리던 편지 1통 쓰기를 변형해서 해 오고 있는데 지혜롭게 적정방법을 찾아가길 기대한다. 이런 저런 궁리에 불구 오늘 아침에는 7시 15분까지 댓글 달고, 연구방법론 수업을 듣고, 9시까지 밥해먹고 낮잠을 2시간 잤다. 과식이다. 또 아침에 다섯시간이나 보냈기 때문에 식사한 후에 30분쯤 몸이 휴식을 원하는 것 같다. 전철에서 잤는데 가까이 사니까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없네. 사이버대학교 수업듣기와 달리기를 아침일정에 넣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침일정을 셋업하는 데 참고하는 것은 우리 부모님과 정토법당의 아침일정이다. 어제 보니까 우리 아부지 엄마는 7시에는 밭에서 작업을 시작하셨더라. 아부지는 5시 반에 우사에 가서 소밥을 주고 오신다고 했다. 평생 성실히 일하시는 분들. 정토법당은 6시에 기도 마치면 6:30까지 청소를 하고 6:30부터 발우공양을 하신다. 그게 끝나면 4시 30분 도량석 소리로 시작된 아침 정진 일정이 끝난다. 7시부터는 보통 사람들의 아침일정이 시작되니까 나도 모든 나를 가꾸는 일정은 7시까지로 마감지우리라.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더라도 7시 이전에는 다른 일정을 잡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새벽 일정은 마무리 될 것이다. 그럼 단군프로그램 동안에는 2시부터 7시까지 내 시간으로 잡는거로구나. 그 이후에 어찌 될지는 여건 봐서 하면 되는 거고. 나도 내가 이렇게 혼자 살면서 시간을 많이 가질 날이 올거라고 예측하지 못했으니 뭐. 달릴 때의 좋은 점은 몸이 깨어나게 해서 몸이 제 리듬을 저절로 찾아가게 한다는 것. 달린 날 과식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그렇지 않은 날 과식이 많았다. 아침에 달리는 게 더 행복한 지 아침에 책을 읽고 공부하는게 더 행복하지 살펴보고 쫌이라도 내게 행복하고 이득이 많은 쪽으로 선택할 것이다. 어쨎든 내 생명에 필요한 것은 0순위이고 다른 인가의 일이  시작되기 전에 한다. 내가 살림사는 업무가 있다면 그녀는 7시에 출근한다며 하겠다. 아침에는 개량한복을 입고 돌아다닌다. 이 일정이 불수의적으로 굴러가게 하려면 정해진 대로 계속 반복할 것이다. 
<새벽 시간>
2:00 기상, 정안수, 커피, 모닝페이지, 출첵
3:00 아침정진 (천수경20분, 예불15분, 108배 20분, 명상10분, 정토행자서원-보시-공식적 수행일지 15분=1:20)
4:30~6:00 아침 읽기, 쓰기 1시간, 휴식 30분(화장실, 왔다갔다, 4차 안전망)
6:00~7:00 몸
내일은 이렇게 해보자.

하루종일 연구방법론 출첵을 했다. 아침에 읽은 <아무것도 못버리는 사람> 책이 영향을 주어서 많은 것을 버렸다. 후련한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종일 집에 혼자 있으니까 시간을 잘 감당못해한다. 군것질이 늘고 누워지내려 한다. 주말에 저녁기도하기가 더 어렵다는 걸 발견한다. 종일 집에 있으면 좀 지친다. 나를 포함하고 있는 세상과의 연결을 더듬어  확인하는 게 필요한 듯.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09 15:16:46 *.154.223.196

미노타우루스에게



오늘 놀토다. 현기증을 핑게로 아침식사 후 식곤증을 동력삼아 낮잠을 푸지게 잤다. 요새 냉장고 몽땅 털어먹기를 하고 있지. 3년전 인도 보드가야 시장에서 사온 카레가루와 냉동된 방울토마토, 양파와 브로콜리를 넣은 카레를 만들었거든. 맛이 닝닝해서 크림치즈 한 숟갈과 표고버섯 가루를 한 숟갈 넣었더니 만든 사람은 매몰비용때문에 먹겠지만 남에게 권하기는 좀 그석한 카레가 되었어. 나는 카레에 든 감자가 싫더라 너무 배불러서. 라이타로 지져서 붙여주던 봉다리를 뜯어서 넣었어. 아직까지는 뱃 속에서 문제없다. 암튼 한 대접 비벼먹고 컴 앞에 앉았다. 조셉 캠벨씨가 쓰고 올 여름에 돌아가신 이윤기 할부지가 번역하신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너의 사연과 그림을 보았어. 하필이면 급소를 가눈 테세우스의 칼이 치명상을 입혀 목숨을 끊어버리기 직전 장면이다.
 사진 103.jpg
테세우스의 길을 따르거나  영웅을 후원하는 이들에게는 승리 직전의 순간이겠지. 미노타우루스야 너는 겁에 질려있구나. 괴물인 너를 찾아 미궁에 들어갔을 때 테세우스가 그런 두려움에 떨었겠지. 그런데 도망치는 너도 두렵지 않았을까? 나는 이 장면에서 테세우스에게 순전한 감정이입과 동일시를 바칠 수 없고 너에게 이런 편지를 쓰고 있으니 어쩔까나. 나는 영웅이나 영웅을 후원하던 아테나 여신이 아니라 다른 신화를 따르는 사람일 지 모르겠다 싶으니 세상사 복잡하게 꼬인다 싶어 못마땅하만 미노타우르스 너에게 '괴물됨'에 대해 내가 읽고 본 걸 이야기하고 싶어지고 막 그런다. 나는 뻔한 교훈조이긴 하지만 '괴물이어도 괜찮아. 괴물이어서 쓸모없는 건 아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인정해 이거야 말로 직업병이지. 산재다. 산재.  

부디스트인 나는 절에 갈 때 사천왕문을 지난다. 도깨비처럼 얼마나 험상궂게 생겼나 모른다. 함 볼텨? 이거 어제 지난 밤에 네이버에서 퍼 왔다. 부석사 사천왕이다. 암만 봐도 누가 동서남북 어딜 지키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겠다만 하여튼 무섭고 험상궂고 괴물스러울수록 쫄게 되니까 법을 수호하는 역할에 이득이 있을 것 같다.  
 부석사 천왕문 증장천왕.jpg  

또 이집트 세크메트 여신을 좀 봐봐. 세상에나 여신 머리가 사자다. 소머리 너나 사자머리 세크메트 여신이나 비등비등하지 않아? 솔직히 그 때나 지금이나 여자에게 외모는 달란트를 넘어 권력인데 사자머리가 여자에게 더 치명적이지 않겠냐? 그런데 세크메트 여신은 맹렬한 보호자로 그려지더라. 나도 언젠가는 세크메트 여신상 앞에 한 번 서보고 싶은 소망이 있어.
세크메트.jpg

포세이돈의 자식들은 하나같이 괴물스런 모습이었지. 영웅 중의 하나가 섬에서 잘 살고 있는 그의 아들의 하나 있는 눈을 찔렀던 것 같아. 하지만 포세이돈 아버지에게는 세상 끝까지 좇아가서 복수해줄 귀여운 아들이었어. (니가 성질이 더럽든 말든 포세이돈 같은 아부지가 아니라 너를 미궁에 가두고 숨기는 아버지를 가진 건 유감이야. 나도 슬프다) 어쩌면 너는 안면기형이었을 지도 모르겠어. 자꾸 기형적으로 자라가는 네 머리뼈를 보면서 네 아버지는 자신의 횡령을 떠올리고 네 어머니는 자신의 부적절한 욕정의 추억을 떠올리며 너를 보기 힘들어했을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해. 뭐 나야 21세기 여자니까. 그리고 지금은 치료받거나 교육받는 많은 이들이 처음에는 '괴물' 취급을 받은 역사가 있고.

헤파이스투스를 봐. 그는 아버지 엄마의 버림과 학대를 받아서 마음과 몸에 그늘과 장애를 가졌지. 또 기막히게 아름답지만 무수하게 다른 남정네를 만나고 그들의 아이들을 낳았제꼈던(읔 나는 내 일 아닌 걸 여기까지 말하는데도 마음에 불이 확확 난다. 그 년놈을 향한 무시무시한 욕이 막 떠오르네. 나는 아마도 강청댁처럼 했을 것 같다. '이 노무 살림살이 탕탕 뽀사뿌고 어쩌고 저쩌고 댓거리하고, 의심병 걸리고, 일상의 일을 해 내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 아프로디테의 오쟁이진 남편이었지. 화산 아래 작업장에서 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아름다운 것들을 봐. 헤라의 특제 여왕 의자, 제우스의 번개, 헤르메스의 날개달린 신발, 판도라... 분노를 힘으로 사용한 위대한 이였다고 나는 생각해.
 
또 있다. 스타워즈 영화에서 공화국 회의할 때 모인 여러 별의 우주인들을 봐. 정말 정말 재미있지 않냐? 지구인의 기준으로 괴물 취급하자면 거기 98%는 괴물일 걸. 또 전부 지구인 기준으로 그래픽을 만들었으면 심심했을 것 같지 않아? 

미노타우루스야. 자신들이 지은 걸 생각못하고 너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물 취급한 것은 네 부모의 사정이고 자신의 과제에 대한 네 부모의 실패였지만, 그 모든 걸 부모 탓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네 부모조차 너를 괴물 취급했다고 해서 네가 괴물이 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제일 큰 것은 스스로를 괴물로 믿은 데서 온 것이 아닐까? 뭐 기냥 내 생각, 내 생각. ^^ 어쨎든 미궁 속에 버려진 것이 너의 운명이었다고 해도 그 운명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멋진 말이 있다. '상처받은 치유자'. (이 말이 맞나? 내가 심리학책 더 읽어보고 확인해주마) 그 때 테세우스 신화 속 미노타우루스는 칼에 찔려 죽었지만 수많은 미노타우루스와 수 많은 테세우스 신화는 반복되고 있지 않을까? 나는 어제 행복전도사의 자살뉴스를 읽으면서 순간의 선택은 끝까지 계속되는 과정이어서 계속 노력해야하는 거라는 생각을 했어. 아슬아슬하다 싶어. 이런 걸 단군일지 쓰는 댓글에다 쓰는 것도 꺼려져. 하지만 내일 어떻게 되든 '지금'은 이리 생각하는 거라고 들어주길 바래. 며칠간 너에 대한 생각이 계속 되어서 에따 모르겠다 하면서 쓴다. 

나는 왜 너에게 이런 편지를 쓰고 있는걸까? 네게 격하게 측은지심을 보이는 것은 내 속에 미노타우루스가 있기 때문일테지. 너는 남의 집 미노타우루스여서 맘 편하게 이렇게 말하고 있지.  하지만 지나가는 누군가는 우리집 미노타우루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많이 해 주었던 것 같다. 나도 품앗이 할 것이다.  콩두씨 안의 미노타우루스, 나의 아가를 봐야할 때인듯 해. 너에게 말한 것은 사실 나에게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해. 오늘은 여기서 줄인다. 더 할 말이 많아지면 한 통 더 쓸께. 아님 말고. 안녕.    

ps. 카레는 버렸어. 식은 걸 다시 뎁혀 먹을 걸 생각하니 딱 싫어지더라. 버리는 김에 김치국물도 버리고, 통을 씻어 엎었어. 후련하다. 온 집안에 냄새를 풍기며 튀겨놓은 전어도 한 끼 먹어주셨으니 버릴까 어쩔까 재고 있어. 신선하지 않아서 먹기 싫었고 냉동실에 묵힌 거였어. 그렇지 않으면 머리 꼬리 자르고 내장 빼낸 후 손을 여러번 씻었는데도 이렇게 비린내가 날 리가 없어.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10 06:38:18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35일차 _ 10.10 일

기상 : 01:4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운동 NO, 저녁정진 NO 

취침시간 : 8:00 즈음. 연구방법론을 하루 종일 들었다. 3주치를 한꺼번에 달린다. 전어 튀긴 저녁 설겆이를 하고서 벌렁 드러누우니 기도하기가 싫다. 누우면 자는 나. 아침에 저절로 일찍 일어났다. 평소 나의 수면시간은 5~6시간이면 충분한 듯하다.

새벽수련 관련해 시간 쓴 것을 자세히 적어본다. 안전기지를 구축하겠다고 시작한 기초공사. 면밀히 정성을 들여 찬찬히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견실한 공정이 이루어지리라. 
1:40~2:15 웹써핑 (내 단군일지), 설겆이 해놓은 그릇 치우기, 커피 만들기
2:15~40 모닝페이지
2:40~3:00 출첵
3:00~3:20 웹써핑 (뭐 읽었나 기억이 안나네. 아마도 중독 사이트)
3:20~4:40 아침정진, 커피 1잔 더
4:40~5:00 수행일지 쓰기
5:00~5;30 4차 안전망 하면서 <미래에서 온 편지 읽기>
5:30~6:30 화장실, 미역국 끓이기, <모니카 전기><오두막 편지> 타이핑 10분
   
---웹써핑에 55분 쓰고 있다. 쓰잘데기 없는 시간 낭비다.
---아침 정진 후 하루에 명심이 될만한 글을 읽기를 원하는구나 이건 지속하는 것이 좋겠다.
    근데 산만하게 이것저것 읽고 있고 새로운 책이 아니라 이전에 읽었던 것을 읽는다.
    시간이나 페이지를 정해서 매일매일 정해놓고 읽어보면 좋겠다.
    사이버대학교 수업 1과목 3교시 천체는 아니어도 아침 읽기 시간에 들을만한 과목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지심리학이나 성격심리학도 좋겠지. 아침에 읽고 싶어하는 책들과 비슷한 성격이니까.
---아침 글쓰기는 수행일지, 단군일지에서 만족한다. 내 삶을 돌아보는 글쓰기. 매일 아침에 쓰는 훈련 
---내일은 웹써핑없이 '할 일 먼저' 해보도록 하자. 
---나에게 아침 달리기는 몸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을 위한 것이고, 전환의 성격이 강하다.
    근데 운동처방이 하프마라톤으로 내려지고, 마라톤 10km 신청하고, 뛰는 시간 늘이는 욕심부리며 주객전도. 
    아침 20분 달릴 때의 즐거운 느낌이 그립다.

하루 종일 사이버대학교 수업을 들었다. 오늘은 건강심리학과 성격심리학. 3주치를 몰아 듣자니 곤욕이다. 아주 졸립고 무엇보다도 심적 부담과 주말을 통째로 여기 붙들려 있는 불편함이 있다. 누구나 나에게 매달리는 존재에 대해서는 도망가고 싶어지는 지 수업 돌아가는 종종 딴 짓을 한다. 그리고 집에만 있으니 운동과 저녁정진을 놓친다. 주말, 혼자 있는 시간을 내가 운영하질 못하는구나. 일요일 아침마다 주간 평가를 하는데 매번 그날 저녁의 두 가지를 할 거라고 믿고 1씩 올렸다가 다시 내리곤 한다.  
프로필 이미지
콩두
2010.10.10 09:16:45 *.114.49.161

새벽수련 후에 달릴까? 공부할까?

창조성의 지속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머리에서 벗어나 몸 전체의 작업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창조성은 활동을 필요로 하고 이 활동의 일부는 반드시 신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목표는 바깥 세계와 연결하는 것, 자아에 초점을 맞춘 강박에서 벗어나 그저 가볍게 외부를 탐색하는 데 있다. 정신이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출 때 자아가 휠씬 더 정확하게 초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니는 몸이 아니라 정신을 위해서 달린다. 그녀가 일상 속에서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고 어렵게 꼬인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정신 덕분이다....율동적이고 반복적인 동작은 뇌 에너지를 논리영역에서 예술의 영역으로 바꿔준다. 바로 이 곳에서 논리의 압박에서 자유로이 풀려난 영감이 솟아나오는 것이다. (308)<아티스트 웨이> 

달리기는 신체적 보상 외에도 정신적 이득을 준다. 여성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17퍼센트는 운동이 긍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갖는데 도와준다고 말했다. (25) 내 친구는 퇴근에서 집에 돌아오면 저녁 먹을 때까지 소파에 늘어져 있곤 했다. 많은 여성들이 달린 후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증언했다. 달리면서 소모하는 에너지는 몇 배로 커져서 당신에게 되돌아온다. (26) 당신이 불안하거나 놀라거나 화날 때 달리기를 하면 쌓인 스트레스가 간단히 해소된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몸에서는 심장박동과 혈압을 높이는 카테콜아민이 분비된다. 이는 해로운 어떤 상황을 접했을 때 나타나는 본능적인 반응으로 이 때 몸은 싸우거나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다. 당신이 달리기로 카테콜아민을 다써버리면 심장박동은 안정되고 분노는 진정될 것이다. (27) 러너스 하이가 나타나는 데는 엔돌핀이 큰 역할을 한다. 몸은 감정적인 또는 신체적인 스트레스에 반응해 엔돌핀을 분비한다. 이 천연진통제의 양은 달리기를 하면 뚜렷이 증가된다. (28) 연구에 의하면 일생을 두고 적당한 양의 운동을 반드시 하는 사람들은 단시간에 많은 일을 해 낼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잘 조절할 줄 알았고 일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때 더 재치있게 해 내는 경향이 있었다...아인슈타인, 소로, 워즈워스 등 많은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열성적인 운동가이기도 했다. 달리기가 이들에게 주는 것은 아마도 일상생활의 산만함과 혼란을 벗어나 고독한 시간을 가질 기회일 것이다. 달리기는 스스로를 강하게 느끼게 해 주며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때로는 두려운, 창조의 공간으로 한 걸음 내딛게 하는 용기를 준다. (29) <여자의 달리기> 

묵묵히 시간을 들여 거리를 뛰어 나간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 해도 그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쓴다. 장편소설을 쓸 때와 똑같은 요령이다....계속하는 것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

내가 착실하게 달린다고 하는 말은 구체적인 숫자를 들어서 말한다면 일주일에 60킬로를 달린다는 것이다. (21)

나는 1982년 가을, 달리기를 시작한 이해 23년 가까이 계속 달렸다. 거의 매일같이 조깅을 하고 매년 적어도 한 번은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고(계산해 보니 지금까지 23번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 밖에도 세계 각지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장단거리 레이스에 참가했다. (24)

장거리 달리기는 원래 성격에 잘 맞았고 달리고 있으며 그저 즐거웠다. 달리는 것은 내가 이제까지 후천적으로 익혔던 몇 가지 습관 중에서 아마도 가장 유익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생각된다. (24)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에는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35)

자진해서 고립과 단절을 추구했는지도 모른다..특히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인간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정도의 차는 있을 지언정 피할 수 없는 여정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타인으로부터의 고립과 단절은 병에서 새어 나온 산처럼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고 녹여버린다. 그것은 예리한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보호하는 동시에 그 내벽을 끊임없이 자잘하게 상처 내기도 한다. ..나는 끊임없이 신체를 물리적으로 움직여나감으로써 어떤 경우에는 극한으로까지 몰아감으로써 내면에 안고 있는 고립과 단절의 느낌을 치유하고 객관화해 나가야 했던 것이다. 의도적이라기 보담은 오히려 직감적으로. (41)

막 전업 소설가가 된 내가 맨 처음 직면한 심각한 문제는 건강의 유지였다. 본래 주의하지 않으면 살이 찌는 체질이다. 지금까지는 매일매일의 격렬한 육체노등을 해왔기 때문에 저체중의 안정 상태로 머물러 있었지만 아침부터 밤중까지 책상에 앉아서 원고를 쓰는 생활을 하게 되자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체중은 불어났다. 정신을 집중하는 와중에 나도 모르게 담배도 지나치게 피우게 되었다. (60)

매일 운동을 하고 있으면 자기의 적정 체중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몸을 가장 움직이기 쉬운 지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덧붙여 먹는 것도 조금씩 변해갔다. 식사는 야채가 중심이 되고 단백질은 주로 생선에서 취하게 되었다. (70)

솔직히 말하면 매일 계속해서 달린다는 것과 의지의 강약과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느낌마저 든다. 내가 이렇게 해서 20년 이상 계속 달릴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달리는 일이 성격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그다지 고통스럽지는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71)

올림픽 마라톤 영웅인 세코 도시히코씨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그 때 나는 "세코 씨 같은 레벨의 마라토너도 오늘은 어쩐지 달리고 싶지 않구나, 아, 싫다. 오늘은 그만둬야지. 집에서 이대로 잠이나 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라고 질문해보았다. 세코씨는 말 그대로 눈을 크게 뜨고는, '무슨 그런 바로 같은 질문을 하는 거야'라는 어조로 "당연하지 않습니까? 늘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확실히 어리석은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때도 그것이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래도 나는 세코 씨 입에서 직접 그런 대답을 듣고 싶었다....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오늘은 달리고 싶지 않은데'라고 생각했을 때...만원 전철과 회의의 광경을 떠올리면 나는 다시 한 번 스스로의 의지를 북돋아 러닝슈즈의 끈을 고쳐 매고 비교적 매끈하게 달려 나갈 수 있다. '그렇고 말고. 이 정도도 하지 않으면 천벌을 받을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쨎든 나는 그렇게 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서른세 살. 그것이 그 당시 나의 나이였다.(76)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우하하하, 달리기를 꼬시는 책만 인용하고있군. 달리고 싶다고? 
OK 콩두씨 그럼 아침에 달립시다요. 아, 재미있다. 그 얘길 뭐 이렇게 어렵게 한다냐? 자기도 몰랐나보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11 05:07:52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36일차 _ 10.11 월

기상 : 02:15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OKemoticon

알람없이 일어났다. 어제 저녁 단도리가 안되어 불이 훤히 켜있고 씽크대에 행주가 담겨있고 옆방 문은 열어둔 채다. 어이쿠. 뒷마무리가 참 약하구나 나는.

오늘은 할 일을 먼저했다. 웹써핑 하지 않았고 출석부에 집착하지도 않았다. 일어나자 마자 안구건조가 느껴지는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컴 켜서 출첵하고 냉큰 거실로 나가서 커피만 만들어서 모닝페이지를 한다. 씽크대에 서서 그릇을 정리하거나 머리를 감지도 않았다. 할 일 다하고 출석부 다시 들렀다. 이것이 나에게 훨씬 큰 안정감과 자긍심을 준다. 오늘 아침정진 시작 시간 3:15. 내일은 3:00정각에 시작할 수 있도록 해보자.  단군일지까지 5시에 마쳐보려고 한다.

5:00~6:40 사이버대학교 수업, 인지행동적 상담 들었다. 집중 못하고 왔다갔다하면서 다른 것 했다. 어차피 1주 후부터 중간시험이라 출첵해야해서 연구방법론 틀어놓고 달리러 감. 이런 잔꾀와 요령도 진화중이라고 우긴다. 사이버대학교 4학기 째인데 매번 수업을 다 못들었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 매일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달리러 가니 고향에 온듯 기쁘더라. 안개가 끼고 노래지는 나무잎이 보인다. 요란스레 짖는 까치를 여러번 눈으로 찾았다. 나도 반갑다야. 허리와 배에 군살이 느껴졌다.

퇴근 후에 피부과 들렀다가 재래시장 간다. 냉장고를 비웠으므로 채우려고. 증편, 콩찰떡, 우유식빵, 오곡식빵을 사서 냉동. 바쁜 아침의 구황식품이다. 어제 부추김치, 양파초절임을 만들었다. 이제 멸치, 쥐포, 견과류, 잡곡류만 더 채우면 잘 먹일 수 있겠다. 뜬금없이 콩나물을 좀 키워볼까 싶어지니 이건 또 왠 일인가 싶다. 현대시장 갈 때 마다 들르는 꽃집에 가서 새로 나온 것을 한참 구경했다. 여기 내 참새방앗간이다. 교실에서 키우던 김기아난, 안시리움, 백냥금이 죽어서 빈 화분이 된 지 오래. 내일 여기서 사다가 심어야겠다. 국화가 나왔더라. 이 집이 이 시장에서 제일 싸다. 여기 오는 건 그 이유만은 아니다. 주인이 선하게 보이고 뭔가 나하고 좀 마음이 통한다고나 할까 그런게 있다. 그것으로 퇴근후 전환이 되었다. 퇴근 전 소보루빵 반쪽 뜯어먹긴 했다. 하지만 다 먹지 않고 반 남긴 것, 시장 간 것이 모두 아침 달리기 또는 충실한 아침 일정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낮동안 졸립거나 주의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은 아예 수업 끝난 후에는 의도적으로 청소를 일 삼아서 1시간 가량 했다. 아주 개운하다. 그 뒤로 몇 가지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도 습관처럼 웹써핑을 하고 전체를 균형잡아서 하지를 않더라. 내일은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할 것이다. 그리고 칼 퇴근 할 것이다. 좀 근무시간의 업무수행 질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하긴 하는데 불안하다.

저녁정진을 7시에 못 맞췄다. 9분 늦었다. 또 절하다 보니 오른쪽 발가락이 쿡쿡 쑤셔서 발톱을 깍느라, 생각난 김에 약 먹고 오느라 딴 짓이다.  108배 하면서 소화가 되는지 트림을 하면서 딱딱했던 위가 좀 말랑해졌다. 7시에는 정신이 맑았다가 8시 되니까 무겁고 졸립다. 나는 뭣하러 이러고 있는 걸까? 요새 나랑 급식시간마다 전쟁을 하는 아이가 있다. 오늘도 밥은 단 한 숟갈도 먹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정말 궁금하고 한 애를 데리고 1시간 먹여야 하는 식사시간이 곤욕스럽다. 진을 뺀다. 식사 시간을 좀 단축해야 하는데. 근데 나는 후딱 먹고 아이 앞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내일부터는 아이  속도에 맞춰서 30분동안 천천히 식사를 해 봐야 겠다, 아이의 식사일지를 써야겠다는 게 저녁정진의 결론이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12 05:20:08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37일차 _ 10.12 화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알람 듣고 일어났다. 취침시간 8:40. 출석부 먼저 올리고 모닝페이지 하러 갔다. 20분. 화장실, 이불개기, 커피 등 자질구레한 일 마치고 모닝페이지 시작 시간 2:30. 어느 것을 먼저 하든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네. 그럼 원하는 것, 중요한 것을 먼저 하면 되겠네. 최소한의 출첵을 한 후 모닝페이지 먼저 하길 가슴이 원한다. 살풋 기억나려던 꿈이 휘발되었다.

 네이버에서 테세우스에 대해 검색해서 읽었다. 많은 그림과 조각이 만들어진 것을 보았다. 테세우스도 단지 하룻밤을 보냈을 뿐인데도 아들의 아버지인 남자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여자의 아들이었다. 아버지의 증표를 찾아서 아버지를 찾아갔고 그의 용기와 능력을 증명한 후 왕자가 되었다. 고주몽도 그랬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아손을 도왔다가 배신당하자 남편에 대한 복수심에 이아손과 낳았던 두 아이를 죽였던, 어머니 역할보다 아내 역할이 우선이었던 여자가 그가 찾아간 아버지와 살고 있었다. 야 신화가 엄청 재미있네. 

나는 영웅 테세우스가 대결하던 미노타우로스에게 마음이 계속 간다. 오늘은 영웅이 싸웠던 미노타우로스가 그 영웅과 능력이 삐까삐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호쌍박의 싸움이 아니었을까? 아버지를 찾아 나서고, 스스로 용기와 능력, 지혜를 증명했어야 했던 테세우스의 과제를 미노타우로스는 선뜻 가지질 못해서 그런게 아닐까? 모험에의 소명을 거부했을 때 놓여진다는 황무지와 미궁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미노타우로스 너는 능력이 있어. 다만 방향을 잡지 못했을 뿐. 사람을 움직이는 각본, 신화를 무엇으로 삼을 건가? 미노타우로스에게 괴물의 각본이 아니라 소머리 영웅의 각본을 구해보면 어떨까?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구할 수 없으면 다른 문화권, 다른 시대의 신화에서 구하면 되지.

   
프로필 이미지
콩두
2010.10.12 06:03:54 *.154.223.196
기타활동 : 25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yesemoticon 


단군일지 비밀번호를 잊어먹었다. 수정을 할 수가 없어서 댓글로 단다.

미궁 그림을 보았다.
가야할 길을 가지 않고 사는 것도 힘들게, 복잡하게 사는 방법이군.

미궁.jpg 이 사진을 안 깨지게 다운받는 법을 모르겠다. 

미노타우로스, 낳아준 아버지와 키워준 아버지가 다른 경우는 참 많았다. 가장 유명한 대표 주자는 예수님이지. 고주몽도 그러하고. 수많은 설화 속 위대한 아들들이 그러했어. 내가 우리 아이들과 즐거이 읽고 있는 그림책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은 푸에블로 인디언설화 속 태양신의 아들이 나오는데 똑같애. 너 또한 사춘기든 언제든 진짜 네 아버지를 찾아나서며 통과의례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겠지. 시간과 공간을 넓게 잡아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 신화에서 너를 위한 새로운 각본을 찾아보고 지구에 없으면 우주에 있다고 언젠가는 찾아질거라고 믿어보자. 어쩌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무의식과 의식이 진화를 거듭해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고, 어떤 예술가는 그걸 쓰고 그리고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찾다가 없으면 니가 하나 만들든지. 내가 남 일이라고, 쉬운 말만 하면 된다고 너무 가볍게 말하지? 미안미안. '내 각본을 내가 선택하겠다'는 관점이 첫번째인듯 하다. 캠벨 할부지는 모든 종교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그러시네. 나는 영웅, 영웅을 후원하는 아테나 여신 신화를 따르지 않는 건 확실해. 그런데 너에게 새로운 각본을 찾자고 하는 것이 나의 신화 중 일부에 대한 힌트를 주는 걸까?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나의 신화가 너무도 궁금하다. 그리고 그 신화를 살고 싶다. 

오르스테스를 생각해. 가계를 통해 내려가던 정신장애를 끝장낸 사람이지. <아직도 가야할 길> 에서 읽었어. 미노타우로스, 너를 생각할 때 왜 그가 생각나는 지 궁금해. 반가운 소식. 네이버에서 그리스로마신화를 열심히 모아놓은 블로그를 하나 찾았어. 냉큼 이웃추가했지. 꼴방쥐 골방 보리쌀 소쿠리 들락거리듯 한동안 뻔질나게 마실 갈 것 같은 예감이 드네. 잘 보고 와서 너한테 이야기를 해 줄께.

근데 아침에 단군일지를 이렇게 길게 쓰는 것은 화장실 갈 시점을 놓치게 하네. 변비 곤란한데....

25분 달리고 왔다. 달동네가 있던 이 곳 언덕배기를 오늘은 달려서 올라갔다. 아이구,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스피드훈련 한 셈 ㅋㅋㅋ. 비가 좀 왔나보네. 까치 소리가 나는 곳 어디에 까치집이 있는지는 잎이 다 지면 알게되겠지, 비 오면 까치는 어디로 피신하나? 집이 배수 잘 되나? 저 나무가 꿈에 나왔던 그 아카시아인가? 달리는 나를 내려다보는 나무들의 나이는 나보다 많을 것 같다. 어르신들이네. 까치집이 보이는 겨울까지, 저 아카시아 꽃향기가 바람에 날려올 때까지 내가 달릴 수 있을 지.

일기를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데 단군일지 덕분에 새벽활동에 대한 것은 아침에, 그외의 것을 쓰자니 저녁 일기처럼 쓰게 된다. 신기한 일이네. 오늘 낮동안 몸과 마음 좋았다.  1시간 일찍 출근하겠다 했는데 정작 10분 전에 출근했다. 집중도 높았다. 빵구 많이 났더라. 단군일지 읽느라 웹써핑 1시간.

점심시간 아이와 급식실 가면서 4시간 내내 쉬지 않고 말을 해서 몸과 목이 이미 지쳐있는데 '밥 먹으러 가자' 했을 때 '싫어'하면서 바닥에 주저앉는 아이를 억지로 일으켜세울 때부터 나는 이미 과열된 기계같다. 오늘은 가는 길에 천수경을 외웠는데  교감님이 가꾸신 비닐하우스의 지붕에 달린 채 익어가는 수세미와 박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동안에 없던 내 마음의 여유가 몇 초 있었구나. 아이가 내 손을 끌어다가 입에 댈 때 그게 내 손등에 뽀뽀를 하려는 거라는 것도 알아챘다. '선생님 손에 뽀뽀했어? 우와 기분 좋다' 하니 아이가 폴짝폴짝 따라온다. 평소 10분동안 먹던 밥을 아이 속도에 맞춰서 30분간 씹어먹었다. 내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너무 빨리 먹었기 때문에 돌아와서 뭘 더 먹고 싶었던 거로구나. 그리고 아이가 경미하게 1초 정도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약을 바꿔고 최근 1달간 경기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의 패턴 변화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최근 1달간 전반적으로 집, 학교 급식실, 방과후교실 간식시간 모두 먹지 않고 있었다. 약과 식욕부진이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내일부터는 1/3만 주고 다 먹으면 요즘 아이의 일용할 양식이 되고 있다는 초코파이 비스무리한 것을 줘 볼 것이다. 이쁜 가방에 담아갈까나? 나도 너랑 싸우는 것 때문에 급식시간마다 골치가 딱딱 아팠는데 너 역시 너한테 화내는 선생때문에 식사시간이 더 싫어졌겠구나.   

퇴근 전에 소국 화분을 사오고, 가랑코에를 분갈이 했다. 흙을 손으로 만지고, 꽃을 보며 기뻐할 것을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비어있는 화분 3개는 아껴두었다. 후딱 해치우기 싫다. 1개씩 아껴가며 오후에 분갈이 하려고 한다. 퇴근 후에 동네 위 공원에 올라가서 혼자 15분 나무 아래 길을 걸었다.  전환이 잘되었다. 저녁기도 7시 10분 시작. 오늘 사이버대학교 퀴즈 마감날인데 눈이 꿈뻑거리니 야단났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13 08:17:11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38일차 _ 10.13 수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yesemoticon

아침에 폭파되는 줄 알았다. 저녁정진 후 잠깐만 눕는다는 게 내처 자버렸고 인지행동적 상담 퀴즈를 놓쳤다. 밴댕이와 전어가 그물에 잡히자 마자 죽는 건 나와 같은 이유다. 성질나서. 다량의 카페인이 든 커피와 모닝페이지, 아침정진으로 간신히 구조.

오늘은 사이버대학교 인지행동적 상담 수업 들으면서 딴 것을 읽거나 쓰지 않았다. 에론백의 생애에 대해 했는데 동생을 잃고 우울즈에 걸린 엄마를 지켜보는 어린 시절의 영향이 컸단다. 거실로 나가면 노트북 소리가 안들리니까 수업을 들으면서 방 안에서 책상 위를 닦고 걸레를 세탁소 옷걸이에 끼워서 장농 밑을 한 번 훑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또한 탈모의 계절. 털갈이하는 짐승의 둥지처럼 치울 것이 많다. 나이는 먹고 몸은 늙어가고 우울하고 서글프네. 달리기 30분은 현관문을 나서면서 부터 뛰기시작해 언덕을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아이고 경보하는 사람처럼 팔만 흔들며 오른 것, 트랙주변 어르신 나무는 단풍나무고 내 또래쯤 되어보이는 나무도 있고, 벚나무는 나보다 젊은이 같다. 그들도 나처럼 가을 탈모를 겪고 있구나 확인하며 위로받은 것, 트랙 돈 것, 계단을 뛰어 내려온 것 까지 친 것이다. 내리막을 신나게 뛰어내려오는데 3층 창문에서 어떤 엄마가 교복조끼 입은 아들에게 교복 마이를 던져 주더라.  

오늘은 밥 안했다. 냉동실 떡을 일어나자마자 내려놓았더니 녹았다. 다음부터는 시장에 아침에 가야겠다. 그럼 녹았을 때 지금보다 더 말랑하겠네. 출근한다. 어제는 10분 전에 들어갔는데 날마다 기록 단축하길!

어제보다 출근시간 5분 단축했다. 대신 블라우스 뒷지퍼를 내리지 않아서 길 가던 차가 빵빵 거리며 알려주었다. 큰 일 날뻔 했다. 오늘 발견한 것은 급식실 갈때 내 손등에 자기 턱을 가지고 찧는 것은 뽀뽀라기 보담 화를 내는 표현인 것 같다는 것, 그리고 아이는 밥 잘 먹으면 초코파이 주겠다는 말에 제 시간에 급식 전부를 싹 먹었다. 이것이 무슨 조화인지. 체육수업 들어간 뒤에 헐레벌떡 슈퍼 가서 초코파이 사왔다. 오늘 2개의 분갈이를 하고 조용하고 안온한 창가에 직사광선 안비치게 두었다. 편안해지면 제 자리를 찾아줄 것이다. 환경판을 했다. 점심시간에 내가 지치는 것은 모든 아이가 내려오는 4째시간 수업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깽판, 개판을 쳤다나 죽을 쑤었다는 말이 맞으리라) 이라는 걸 알았다. 오늘 오후에는 내일 4째시간 수업준비를 하는데 시간을 보냈다.업무에 집중해서 일하진 못했어도 괜찮은 하루였다.

저녁 정진 7:05 시작. 지금 일하는 곳의 여러가지 세팅은 내가 전면에서 선임노릇을 해야한다. 그건 이전에는 있지 못했던 상황이다. 나를 그리 훈련하시는 듯 하다. 나는 자꾸만 뒤로 숨고자 하는데 작은 모임의 리더 역할을 해야 연배이고 경력인 듯하다. 그런데도 서툴고 매번 실수하곤 한다. 6시 30분에 불려둔 현미로 밥을 했는데 너무 늦은 식사시간이다. 저녁정진 마치면 거의 바로 자 버리는데 며칠동안 속이 너무 차 있는 느낌이 든다.
프로필 이미지
2010.10.13 16:28:22 *.124.233.1
안녕하세요 윤정님!
좋은 정보 정말 고맙습니다. ^-^
단군일지를 보며 치열하게 정진하시는 모습 보며 많은 것 배우고 갑니다.
무엇보다 저와 비슷한 관심사와 생각을 가지신 분을 찾은 것 같아
너무나 기쁘네요! ^^
정말 반갑구요~ 자주 오가며 소식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13 20:27:27 *.154.223.196
방문 감사합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14 05:43:28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39일차 _ 10.14 목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YES emoticon

알람 듣고 일어났다. 책상 위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끄기 위해 맨발로 디딘 방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온다. 모닝페이지 마치니 2:45. 10분부터 했는데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  출첵하고 나니 3:20, 올리는 것은 3:10이었는데 10분간 못 떠나고 어정거린다. 좀 망설임이 있었다. 너무 나대나 싶기도 하고 종교가 다 다른데 나의 관심사를 너무 드러내나 싶기도 해서 전전긍긍. 39일차이다. 예수님은 40일을 기도하셨댔지. 40일 금식기도, 49일 천도재 이렇게 날짜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들이 있을 것 같다. 5시 10분까지 공식적인 메모식 수행일지 마쳤고, 30분까지 안전망했다. 5:30~6:30까지가 단군일지를 통한 쓰기 시간을 가졌다. 홍승완씨의 영웅편지 심연에의 접근 편을 아침에 다시 읽는다. 허물 벗기,  미로를 헤맴, 나를 준비시키기 위한 시련....나는 어떤가? 자고 일어나는 것은 좀 자리가 잡히는 것 같다. 9/20에 비해 2kg 분 몸무게가 계속 유지되는 걸 보면 계속 군것질을 하고 있다는 거고, 이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 나의 심연은 어디일까? 낮동안 몸이 좋은데 그렇다고 업무 효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이번 주 부터는 내 공간을 쓸고닦고 분갈이를 하고 환경판을 손보고 있다. 근데 좀 과민해지는 느낌이 있다. 이러다가 뭔가 계기가 오면 그걸 가지고 수직하강하게 될 것이다. 없던 것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이 드러나는 것일테지. 
  
숨을 헉헉거리며 오른 오르막을 내리막길으로 달려내려올 때 안쓰던 근육을 쓰는 것 같다. 오늘은 인라인스케이트장 주변 타원형 트랙 아래의 한 줄 나무 아래, 나무 옆 길을 달렸다. 여길 내가 더 좋아한다. 이 곳 안개의 절반은 저 제철공장의 매연이 만든 스모그일 것이다. 찜찜. 오래 살고 싶지 않다.  

7:00 정각 저녁정진 시작. 10분 전에 방석 펴고 준비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것 같아 웹써핑.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가 느껴진다. 감기기운이 있고 목이 잠기고 코가 막힌다. 좀 화가 나있다. 보조원 1인 빈 자리를 소리 질러서 메운 듯. 목요일과 금요일은 방과후활동이 있어서 8:40부터 3:00까지 단 10분도 혼자, 조용히 있어본 적이 없구나. 싫다. 그러면 아이들이 이쁘질 않다. 아이들은 솔직해서 재미가 있으면 집중하고 재미가 없으면 엎드려버린다. 수업이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비난하고 비판하는 이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신경 끄질 못하고 마음이 펴지지 못하고 짓눌린 내가 무언가 계속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 에너지 소모가 아주 많다. 퇴근 후 웹써핑은 지친 것을 쉬려는 것과 당면한 과제에서 도망가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이 뻑뻑한 상태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어떻게 느껴지든 할 일을 해 나가면 지나갈 것이다. 나는 거기 휘둘리고 있다.

프로필 이미지
콩두
2010.10.14 19:00:25 *.114.49.161
열등기능 경험 유발 시킬 수도 있는 현재 여건 : (1) 사이버대학교 중간시험 기간 (18~22)
                                                                                     (2) 마감일 다가오거나 놓친 몇 가지 일
                                                                                     (3) 편치 않은 관계 : 내가 눌림
                                                                                         - 분리 가능한 상대(T)에 비해 나(F)의 에너지 소모 큼
                                                                                          - 뒤끝작렬해서지만 자책은 말자.  

대처하는 자세 궁리
    (1) 혼자서 일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 아침에 1시간 일찍 출근한 후 칼퇴근하기,
                                                                      헤드셋 끼고 우선순위 처리하기
                                                                      애들 간 다음에 협의실 올라가서 혼자 20분 앉아있기 (내향 존중)
                                                                      천수경 외우며 교실 청소하기로 수업에서 업무로 전환하기... 
    (2) 몸 쓰기 - 머리 복잡하고 과민할 때는 특히      
    (3) 의례들 - 말없이 정해진 순서대로 굴러가기 / 의례적으로 처리하기 - 배우처럼 적당히.
프로필 이미지
콩두
2010.10.14 06:30:23 *.154.223.196
내향적 감정형들의 열등기능

과민함을 키워드로 <성격유형과 열등기능>을 꺼내 읽는다. 한국 MBTI 연구소, 2004
 
내향적 감정형들의 열등기능경험 유발 계기는 (1) 부정적 시각과 과도한 비평, (2) 절박한 상실과 분리에 대한 두려움, (3) 가치에 위배됨 이다. 스트레스원은 (1) 복합적인 과업의 요구, 역할 (2) 엄격한 구조와 시간적 압박 (3) 직장에서의 갈등과 적대감 (4) 혼자서 일하는 시간의 부족 (5) 사람들에 대한 통제, 요구, 직면 (6) 인정할 수 없는 가치나 절차에 동조를 구하는 정치적인 분위기 등이다.

열등기능 경험에 사로잡히기 바로 직전 내향적 감정형들은 주기능을 과도하게 쓰게 되고 예민하게 되고 실제적인 감각이나 직관적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서 가상의 하찮은 부분에 지나치게 행동한다. 내향적 감정의 과도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신경이 예민하고 민감해 진다. 내향적 감정형의 주기능의 과도한 사용은 감정기능의 더 큰 실패를 유도하고 열등기능 외향적 사고가 올라오게 된다. 무능하다는 판단, 공격적 비평,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된다.

벗어나기 위한 자원과 치료법은 (1) 당황스럽지만 남들에게는 그것을 숨기기 (2) 개인적 가치와 우선순위에 대해 명상하기 (3) 즐거운 시간 갖기, 여가활동에 참여 (4) 가까운 친구 동료와 대화하기 (5) 필요한만큼 충분히 혼자만의 시간 갖기 (6) 틀린 것보다는 옳은 것에 초점을 맞추기
프로필 이미지
콩두
2010.10.14 17:20:44 *.114.49.161
심연에의 접근 기간의 꿈

1. 내 커피주전자에 속옷을 삶는 여자를 비난하는 꿈
커피를 마시려고 내가 전기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있다. 실제 우리집에는 전기주전자가 없고 이사하면서 엄마가 준 편수냄비를 쓰고 있는데 그 전기주전자의 모델은 아마도 교실에 있는 것인가보다. 흰 색과 미색의 플라스틱 전기주전자다. 물 끓는 소리가 나서 주전자 뚜껑을 열었는데 어떤 여자가 그 속에다 속옷을 삶고 있다. 흰 색인데 좀 야시시하다. 열이 뻗친 나는 그 집에 살고 있는 전체 사람을 고래고래 소릴 질러서 불러모았다. 여자 아홉에 남자 여섯명이 왔다. 내가 그 집에서 오래 살았거나 나이가 많은 것 같았다. 음식 만드는 데다 빨래 삶는 미친 년이 어딨냐면서 그 여자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비난하는데 여자나 불려온 사람들이나 시큰둥하다. 더 열을 내며 핏대를 올리고 몇 번 반복해야 속이 풀릴 것 같았지만 그러면 내 교양이 하향 평가될 것 같아서 참았다. 그런데 잠시후 나는 그 젊은 여자와 단 둘이만 방에 있다. 여자는 벌거벗었다. 한 손은 아래에 있다. 무심히 스물 셋에서 다섯 정도의 젊고 아름다운 몸을 가진 젊은 그 여자를 지켜보다가 그녀가 마스터베이션 중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깜짝 놀라서 잔소리를 시작하려는데 저 쪽으로 통짜로 된 유리창문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우릴 보고 있었다. 그런데 침 꼴깍 삼키는 음탕한 시선이 아니라 진신사리탑이 보이도록 유리로 된 법당의 창문을 보듯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시선이다. 카페의 밖으로 향해 난 자리에 앉아 거리를 보듯 보지만 보지 않는 시선같은.  나는 여자와 구경꾼들에게 훈계조의 말을 하면서 나의 당황스러움을 표현한다. 여자가 시큰둥하니 일어나서 마치 신입사원같은 공손한 인사를 하면서 나간다.      

2. 새 소나무관을 자동차에 싣는 꿈
같은 날의 다른 꿈. 나는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다. 뒤에 열 살 미만의 여자 아이 둘을 태웠다. 언뜻 느낌에는 내가 특히 사랑하는 우리 반 2학년 아이들인 것 같다. 운전을 해서 어떤 절의 주차장에 갔다. 꽤 큰 절이었는지 절의 기와 지붕과 벽화가 그려진 미색 벽이 저기 멀리 담 위로 보이고 아스팔트에 구획이 그어져 있는 너른 주차장이 있고 내 차 한 대만 주차되어 있다. 거기에 뭔가를 갖다주는 심부름 중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뒷자리에 태우고 실수하면 안되는 심부름의 운전을 하자니 신경이 산만하면서도 곤두선다. 무사히 갖다주고는 불에 덴 사람처럼 달려서 주차장으로 갔다. 아이들 걱정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대단히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있다. 그 예감이  실현되기 전에 안전밸트를 매고 좀 급하게 출발을 하려는데 절 쪽에서 사람이 뛰어나온다. 손짓으로 나를 부른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으면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소리가 들린다. 그가 와서 나하고 같이 온 여자가 그예 자살을 했으니 데리고 가라고 했다. 곧 덜 마른 소나무로 짠 관이 내 앞에 놓인다. 무게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무서웠나? 모르겠다. 나이테 무늬가 선명하고 색깔은 손때가 전혀 타지 않아 속살같고 송진의 냄새가 난다. 나는 그 관의 무늬와 냄새가 당황하는 와중에도 좀 아름답다고 느낀다. 싱싱한 소나무송판 관에 막 자살한 싱싱한 시체라니. 나는 그것이 불길한 예감의 내용인 걸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도망가고 싶었을 뿐 그걸 맡는 것이 내 일이라는 것도 알았던 것 같다.  말없이 내 차에 싣는다. 어떻게 실었는지는 기억 안난다. 마음이 편하다기 보담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체념이 된다. 애 둘과 소나무 관을 싣고 어디로 가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출발한다.

3. 흔들리던 오른쪽 윗 어금니를 하나 손으로 빼는 꿈
비슷한 꿈을 두 번 꾸었다. 첫 날은 이로 어금니가 흔들리는 게 느껴지질래 흔들어 보았다. 뽑으면 뽑힐 것 같았지만 왠지 망설여져서 그냥 두었다. 사나흘이 지난 다음번에는 흔들어서 내가 빼냈다. 유치를 갈 때처럼 뿌리가 깊지 않은 것이 뚝 떨어져나왔고 뿌리 쪽이 까슬까슬하다. 이빨 빠진 데를 만져보니까 오돌도톨한 것이 있어서 그걸 왼손 엄지와 검지의 손톱으로 간신히 쥐고 마저 뽑아내려다가 잠을 깬다. 진짜 내 이빨을 뽑았나 싶어 만져보니 내 이빨은 멀쩡하고 흔들리는 것이 없다. 진짜 내 치열보다 꿈 속 나의 치열이 더 복잡하고 이빨은 더 두껍고 크고 아픈 이가 더 많은 것 같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15 05:09:57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40일차 _ 10.15 금

기상 : 01:3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yesemoticon

중간에 몇 번 깨어났는데 알람이 울기 전에 일어나서 알람을 껐다. 어제 8:40 취침. 5시간 잤고,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에 잠들었으니 충분히 잔 것 같다. 자꾸 지켜볼 수록 나의 적정수면 시간은 5시간 정도인 듯 하고 주말 낮잠으로 보충해주면 되는 것 같단 말이지.

1:40에 시작한 모닝페이지를 마치고 나서 출첵하는 일정이 매우 편안하고 여유로왔다. 퍼펙트 타임테이블이란 상이 있다면 오늘 새벽에게 주겠다. 3시 전에 방석을 깔아놓았다가 (비록 15초였지만) 4시 15분까지 마치고 5시까지 여유있게 수행일지 쓰고, <아직도 가야할 길> 오르스테스 나오는 몇 쪽 읽었다. 108배까지 마치고서 모닝콜을 드리니 기분이 좋다.  

내 마음의 집에 잡동사니가 많다. 그것들이 많은 공간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밀린 일들이다. IEP, 예산 떨기, 12월 초 정산보고 맞춰서 아카데미 쳐 내기, 보내겠다고 말만 하고 보내지 않은 선물들, 싹 버려서 비워버려야 소중한 이들이 머물 수 있을텐데 그럴 여유가 없네. 그 빚 원금에 덧붙여  이자, 연체료가 붙어 있다. 그걸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자꾸 사과를 해얄 것 같고 뭔가 보충을 해얄 것 같은. 오늘 왕건이 몇 개 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 아침에 공기 나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알고 있더라. 이 곳에서 자식을 기르고, 평생을 사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뭐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제철공장 용광로를 식힐 수 없으니 3교대로 계속 가동된다고 했다. 비오는 날에는 부두에서 올라오는 비린 냄새와 황냄새 같은 매케한 내음이 섞여서 밤 11시부터 해뜨기 전까지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고, 방안을 걸레로 훔치면 시꺼멓다고 한다. 이 냄새는 확실히 목, 금에 진해진다. 지표에서 1.5m까지인가에 역전층이 형성된다는 것도 읽었는데 이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하는 효과가 있을까 한동안 고민하였다. 그런데 나는 아직 운동습관이 없으므로 습관이 형성되는 최소 3개월간은 걱정스런 공기 속에서라도 달리기로 합의봤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제 막 시작한 것을 그만 두는 게 아닐지.

달릴 때 장갑이 필요하다. 반바지는 이제 춥겠다. 오늘 후드티 모자를 벗지 않았고 소매를 당겨서 벙어리장갑을 만들었다. 샤워, 머리감기 생략하고 출근한다. 출근시간 8:00. 운동장에 3명의 중학생과 비둘기가 놀고 있더라. 여기 온 지 2년만에 처음 있는 일. 그런데 귀한 30분을 허수로이 보내더라. 그래도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또 내가 주인된 느낌, 공간에 녹아든 느낌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내일도 일찍 가고 싶어진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좀 피곤했다. 오전 10시 경에 커피를 한 잔 더 마셨다.

7시 정각에 저녁정진 시작. 배가 너무 부르네. 도처에서 오는 돕는 손들, 특히 '기도를 들으시는 모든 님들'의 손길이 놀랍고 신기하다. 된장밥, 성경구절, 여기까지 출사표를 들고 오신 도반님, 어쩔까나. 어쩔까나. 졸려서 일지는 여기서 마친다. 나는 꾸벅꾸벅 졸면서 타이핑 하기는 또 처음이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16 06:02:45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41일차 _ 10.16 토

기상 : 01:45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달리기 OK

알람보다 먼저 어렴풋이 깼다. 어둠 속에 누워 눈 감은 채 살얼음처럼 표면에 뜬 간밤의 꿈조각들을 살랑살랑 건지고 있는데 알람이 울린다. 튕겨 끄고 오는 동안 모두 사라졌다. 뭔가 중요한 꿈이었던 것 같았는데 아쉽군. 취침 8:30

2:40까지 모닝페이지를 마쳤다. 워낙 취침시간이 일러서 저녁이 소화되기 전에 잠을 자서 7시 전에 먹은 저녁식사인데도 나에게는 야식의 효과가 있는 듯 하다. 속 그득하니 거북하고 군살이 느껴진다. 커피를 진하게 두 잔 마신다. 오늘 출근하는 토요일이다. 10월 생일인 아이들을 모아서 생일잔치를 하기로 했다. 4명. 10월은 결혼하기에도 좋지만 아이가 태어나기에도 좋은 계절인가보다. 이 아름다운 날들, 무엇을 하기에는 좋지 않을까? 아침에 그 아이들이 태어남으로써 엄마로 태어난 분들을 생각한다. 예정일보다 훨씬 일찍 나와서 아이를 인큐베이터에 두고 돌아가 몸조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을 한 분, 염색체 이상이 있다는 말을 '공주님이에요. 몇 kg이예요' 와 함께 들었을 한 분, 이 두 분에게는 첫 아이다. 그리고 십 년 걸려 둘째 아이 복지카드를 만든 한 분, 아직 만들지 않은 다른 한 분. 아침부터 미역국을 끓이고 있을 엄마들. 산모와 아이가 있는 풍경 어딘가에 서 있을 젊은 아빠들은 이제 십년차  이상 중견 아빠가 되고 있겠구나. 어제는 여섯살 안동 조카의 생일이었는데 올케는 서울에 연수 들으러 오고 아이 아빠가 김밥을 싸서 딸램이를 유치원 소풍 보냈다고 했다. 학교 아이들의 아빠들도 그런 모습일테지. 아이들과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빌었다. 그리고 지켜주시기를. '

안전망 하려고 다른 부족 출석부에 들어갔다가 한계령 노래를 링크해 놓으신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나도 어쩐 일인지 그 노래가 아침부터 흥얼거려졌거든. 한계령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단군일지를 쓴다. 권정생선생님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밤마다 예수님이, 외로움이 나를 따라와서 함께 눕는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 말이 정말인 줄 알고 어제도 왔냐고 물었대지. 바람이나 구름처럼 홀로있음을 눅눅하고 쓸쓸한 외로움이 아니라 자유로움으로, 집착없는 가벼움으로 살 수 있을까? 나도 산에 가고 싶다. 오늘은 헤파이스투스에 대해 읽어보고 싶다. 사회성 떨어지고 외모 보잘 것 없고 또 이미 외로움이 업, 평생 동행할 이가 되어 있지만(슬픈 것은 그가 가진 아프로디테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표현되지 않았고, 그녀를 외롭게 했고, 그녀의 수많은 바람은 남편의 무관심이 거든 면이 있다는 것이다. 헤라 친모에게서, 제우스 아버지에게서 거부될 때 헤파이스투스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사랑받는 존재, 사랑하는 존재로서의 자기 확신, 자신감같은 존재와 관계의 첫번째 전제에서 ) 화산 아래 작업실에서 자신의 열정으로 뭔가를 만들어냈던 남신, 손으로 만드는 그것, 만드는 시간은 그에게 구원이 되었겠지. 그와 같은 마음과 여건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구원하는, 손으로 만드는 뭔가를 발견하고 기술을 연마하는 행운을 갖지는 못할텐데 정말 잘 되었네. 그런데 콩두씨 오늘 아침에 '외로움' 단어를 연속 사용하셨습니다. 어쩐 일이다요? 외롭습니까? 

달리면서 생각해봤는데 대답은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다. 달리기 시작한 시간 6:15. 희부윰하다. 이제 30분은 노력하지 않아도 달릴 수가 있다. 책에서 읽은 구절들이 연결된다. '외로움은 홀로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마음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는 법정스님과 법륜스님의 글. 먼저 손 내밀지 못하더라도 내민 다른 이의 손을 잡는 용기는 내야 하지 않겠나?  그도 어려우면 도망가지는 않는, 상대가 다가오는 걸 견디는 용기는 내야하지 않겠나? 전해주라는 고맙다는 말을 블랙홀처럼 닦아먹지 말고 전해주어야겠고. 자신의 정서를 잘 못느끼고 못 알아채는 듯 하다. 그런데 한 가지 단서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목 아프고 열 나는 걸로 감기를 추측하듯 '외로움' 단어를 포함한 문장이나 신화나 누군가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날은 어쩌면 외로와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진짜 그런가 어디 한 번 볼까나 하면 될 것 같다.       

퇴근 후에 낮잠을 잤다. 2시~4시 40분. 1시간 알람을 맞추었지만 더 잔다. 자고 나서 첫 감정은 화다. 뭔가를 집어더던지고 싶을 만큼 화가 나 있다. 어라? 근데 왜 그 당시에 표현을 안했지? (안 하긴 너 다 했거든. 그런 얼굴로 그러고 있는데 누가 모르냐? 너보다 나이와 경험 많은 이들인데. 단지 말로만 안했을 뿐이지. 너만 참은 거 아니거든. ) "거기 앉아서 손님 치는 윗사람 행세하지 마시고요 (아, 아직도 말에 서린 독기와 냉기는 빠지지 않았다) 이 바닥청소하고 뒷정리하시는 걸 맡아 해주세요"라는 말을 하는 대신 나는 걸레 밀대를 놓고 굳은 표정으로 애들을 데리고 다른 공간으로 갔다. 그리고 그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알아서 해주면 좋으련만 내가 그런 말까지 해야해 싶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데 어쨎든 이런저런 상황에서는 내게 판단권을 줘야지 (네가 그 역할을 해야할 상황인데 뒤로 물러난 것은 너면서 누가 줄 때까지 왜 기다려?) 배려하면 사람을 아주 물로 본다니까. 내 입에 고이는 훅훅 열기 섞인 말들. 아, 이 여자는 성질 나면 자는구나. 빠른 속도로 먹은 것들은 하나도 소화가 안되고 뱃속에서 곤두서 있다. 이번에는 자고 나서도 여전하구나. 이것도 열등기능 상황인가? 외향적 사고 역할이 나는 매우 어려운데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이들은 외향적 사고들이다. 나이와 경험으로 할 소리들을 딱딱 한다. 정말 무섭고 화나고 소화 안되는 상황이다. 으이그. 근데 말도 못 하고 한편 굳은 얼굴로 손님으로 초대한 2사람 썰렁하게 하면서 한껏 착한 척 해놓고 이 좋은 주말 오후에 부글거리고 있는 이 꼬락서니 하고는 (아이쿠야 독기, 냉기, 화가 나에게로 향하고 있다. 털고 일어서자. 아직도 화내고 욕할 꺼리가 많다만 일어나서 바람 쏘이러 가야겠다. ) 콩두씨 이럴 때 어떻게 할 건지 생존전략 하나 다듬으십쇼. 툴 하나 건질 절호의 찬스네^^  찬스! 찬스! 찬스! (찬스는 무슨 찬스, 이미 늦었고 성질 다 냈는걸...늦었어. 소용없어...씨부렁씨부렁시렁) 일단 화로부터 콩두씨와 관계를 보호하면서도 화를 존중할 비폭력적인 화내기를 좀 하고, 분석과 대처법 연구는 그 다음에. 짜잔 콩두씨의 창의력을 여기다 써볼 차례입니다. 짜잔, 짜잔, 짜잔....오케이. 잘 들어주고 바람 잡아줘서 단군일지씨도 땡큐. 내 뭔가 해 보고 와서 무용담 이야기하든말든. St. Anger가 하시는 말을 들어보든지말든지
 emoticonemoticon겉-----------------속 emoticonemoticon
   장비 빙의되다                                               아수라    &    칼산지옥

자유공원에 걸어가서 30분 달리고 30분 나무터널 아래 벤치에 앉아 있다 돌아왔다. 인천교통방송에서 하는 한중 관광 어쩌고 녹화방송이 있어서 시끌시끌했다. 처음엔 거슬렸지만 어제 목포에서 있었던 공원 근처 여대생 살해사건 뉴스를 읽고 나간 뒤라 저렇게 사람 있을 때 자유공원 첫 달리기를 시도하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 더 안전할테지. 나는 달리기 코스 전체가 큰 나무 아래인 백년 넘은 이 공원에서 매일 달리고 싶다. 현재로서는 방법이 안 보이는 그 꿈을 위해 가장 가까운 아파트의 사진을 한 장 찍어왔다. 넘치는 집착, 염력 에너지를 보내며 매일 뚫어져라 볼 것이다. 달리고 나서 좀 눈물이 났다.  대민지뢰 피해자들의 글을 읽어보면 가끔 잘린 곳이 아플 때도, 가려울 때도 있다 하더라.

돌아와서 바로 잤다. 기도 생략. 졸리면 만사 귀찮다. 졸릴 때도 하는 난행고행을 하면 내 마음의 근육이 강화될텐데 하는 것은 지난 다음에 늘 중얼거린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17 06:52:58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42일차 _ 10.17 일

기상 : 02:3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30분 달리기 OK

취침 9:40. 중간에 11:20, 12:40, 1:00, 2:00에 깨어났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기 싫었다. 잠이 부족해서라기 보담 '모든 것이 싫어지는' 시즌이어서인 듯 하다. 일어나기도, 무엇이든 하기도 싫어진 듯.

일어나서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1잔 마지고 부족해서 다방커피 1잔 더 조제해 마신다. 어제 달리러 갔던 복장 그대로다. 모닝페이지 하고 아침정진했다. 중간에 꾸물거려서 명상 전에 안전망 시간이 왔고 그렇게 시작한 웹써핑이 40분을 넘겼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댓글을 달았다. 정진을 마무리 안 한 채, 아직 방석이 방 바닥에 깔려 있는데 화장실 가고 홍시 먹고, 떡을 돌려 먹는다. 지금도 댓글에 대해 고민한다.

어제 자유공원을 달리면서 하루 동안 부딪힌 화나는 꺼리들이, 그 분노가 제법 깊은 데 있는 마음들을 끄집어 낸다는 걸 알았다. 그런 것들을 저장해두는 마을 지구로 나를 데리고 가는 것 같다. 옆 집 옆 집 할 것 없이 그러하다. 그 껀수는 표면적인 것, 계기의 역할을 해주었다. 공원에서 첫번째로 내 눈물을 뽑은 것은 아이를 앞에 매달고 남편 손을 잡고 걸어가는 젊은 여자의 뒷모습이었고, 두번째 것은 쌍둥이 딸과 함께 가야금 병창을 부르던 푸근한 중년 국악인의 모습이었다. 아씨 이런 걸 건드리는 것이 싫은데. 

화를 내지 못했던 것은 잘 화내는 법을 모르거나 연습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고, 또 성질을 확 부리면 '저 여자 오늘 생리하나?' 보다 더 무서운 말 '노처녀 히스테리 좀 고만 부리지' 그것의 최상급인 '그러니까 시집을 못갔지' 입 안 밖의 말이 무섭기 때문이다. 쌓아두다 보니 티끌 모아 태산 속담도 작용하고 발효가 되기도 해서 제법 폭발력을 가지게 된다. 이혼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듯.

오늘 마라톤 뛰러 또 다른 공원에 간다. 화이팅 콩두씨.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emoticon

결론부터 말하면 송도센트럴파크마라톤 10km 완주했다. 기록은 내일 나온댄다. 나는 분홍색 줄이 달린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이 후기를 쓴다. 출발 전 5분전에 대회장에 도착하기 위해서 2명의 귀인이 있었고 이 메달을 챙겨오는데 1명의 귀인이 더 왔다. 버스에서 돈이 없었다. 만 원짜리 두 장이어서 아저씨한테 욕먹으면서 쩔쩔 매고 있는데 '나 돈 바꿀 것 있는데. 쓸 데가 있어서 챙겨왔지. 왜 잔돈을 준비안했어?'하면서 개량한복 입은 어떤 어머님이  불러서 돈 바꿔주셨다. 지하철 갈아타려고 했는데 지하철 타고 가면 지각할 시간이다. 택시 탔다. 택시요금 11,400 아저씨가 담배를 태워서 멀미가 났지만 문 열어놓으니 괜찮았다. 120km로 달렸다. 송도 들어가서는 60 도로인데도 120으로 달렸다. 사진만 찍고 완주메달 돌려주고 오는데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온 이가 완주메달이 나중에 추억거리가 된다면서 부스까지 따라와서 챙겨주었다. 근데 개인적인 것을 너무 꼬치꼬치 물어서 나중에는 '궁금한 것이 많으시군요'  했고, 적어준 전화번호를 동인천역에 버렸다.

아침으로 증편2개와 콩찰떡, 연시 하나, 달걀 1개를 먹었다. 반바지를 입고 티셔츠에 번호표를 붙였다. 송도는 널찍하고 시원하더라. 송도 그 근방에 갔었던 여름을 떠올렸다. 오늘의 성취감이 그 추억보다 강할까? 알 수 없다. 
 
달릴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했다.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하고 싶은 것을 이렇게 하는 것이 감격스럽다. 찔끔찔끔 눈물이 여러번 났다. 요즘 쉬 화내고 쉬 감동하고 쉬 우는 것 같다. 달리며 느낀 점. 매일 30분씩 40여일 달린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아침에 언덕달리기 한 것도 다리에 힘으로 남았다. 매일 하면 오래 할 수 있고, 연습을 실전처럼 하면 실전에서 연습처럼 쉽구나. 아침수련 때 쓸데없는 것을 끼워넣지 않으리라.  여유있게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헉헉대며 골인라인에 들어왔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런 내가 사랑스럽고 고맙다. 달리기는 인생의 은유라고 했다. 또한 단군2기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콩두씨를 응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0.10.18 07:41:08 *.154.223.196
감솨 ^^
송도신도시는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는 없었어요. 대신 넓직넓직해서 속이 시원했어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4 [단군2기 출사표- 현무부족 ] 나태해지려는 나에서 ... [177] 최 영옥 2010.09.04 5014
63 [단군2기_출사표_청룡부족] 나를 꿰뚫다 [116] 김보미 2010.09.04 4535
62 [단군 2기_출사표_주작부족] 자기경영의 첫 걸음, 10... [141] 신은하 2010.09.04 4080
» [단군2기_출사표_청룡부족] 그녀를 위하여 [219] 권윤정 2010.09.04 8308
60 <단군 2기-출사표-주작부족> 내 인생의 계란 한판 [26] 나리 2010.09.04 4199
59 단군2기 출사표 주작부족- 깨어있기. [149] 최희선 2010.09.04 4956
58 [단군 2기-출사표-현무부족] 항상 깨어있는 삶을 위해 [135] 김신희 2010.09.04 4459
57 [단군2기_출사표_청룡부족] 내 마음의 텃밭가꾸기! [38] 박미옥 2010.09.04 4012
56 단군2기_주작부족_출사표 [11] 이두나 2010.09.04 4146
55 [단군2기_출사표_청룡 부족] 나에게 치열한 즐거움을 ... [57] 이문연 2010.09.04 5777
54 [출사표_꿈벗_이효정] 강으로 난 길을 따라 바다에 ... [7] 바람처럼~ 2010.05.24 4272
53 (출사표)외국어부족/변화한다. [2] 2010.05.24 4511
52 [출사표-수탉반, 문화부족] 든든한 엄마가 되기 위한 ... [57] 박선영 2010.05.24 5193
51 [출사표_문화 부족] 혼자가 아닌 함께 가는 꼬마영웅... [36] 조한규 2010.05.24 4967
50 [출사표 부산부족] 논어랑 연애하기 [75] 김나경 2010.05.24 5888
49 (출사표_꿈벗부족) 九雲夢 [216] [6] 최성우 2010.05.24 12624
48 [출사표-먼별샤먼: 현대판 샤먼, 문화기획자를 꿈꾸며] [214] 수희향 2010.05.24 6313
47 [출사표-수글부족] 흔들림 없는 나로 다시 서라. [13] 김명란 2010.05.24 4223
46 [출사표 - 꿈벗부족] 백일을 넘어 신화로 태어나자 [11] 이효은 2010.05.24 4419
45 새로운 나을 위해서~~~! [3] 지효철 2010.05.24 4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