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3단계,

세

  • 권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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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3일 07시 47분 등록

한참 주저앉아 있었다.   
한 발자국씩 계속 걷는 이는 길 끝에 닿으리라 듣긴 했다.   
나에게 힘을 주는 이를 따라 간다.   


 꼭두쇠꽹가리.jpg       동굴연초록원피스여자106.jpg
 
 비 온 뒤 미끄러운 바위계곡을 긴다.                동굴. 문으로 가는 계단 8부쯤 올라갔다. 
 바위는 크고 물은 검푸르다.                          한 걸음 올라갈 때마다 뒤로 당기는 힘이 강해진다.
 내 앞에 가는 이는 꽹가리를 가진 꼭두쇠다        연초록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미소의 여자가 간다.
 땅 위를 걷듯 태연하다.                               바람 속을 걷듯 태연하다.

                             
3가지내놓을것107.jpg      보라색쉐타를입은5개월임산부108.jpg
                                                                                                                                                                                                                                                       
돌무더기 유적을 오리걸음으로 줄지어 순례한다.   그들을 연민해 맨살 위 단벌 겉옷을 벗어주려 한다.
여기서는 흰꽃을 이삭 주웠다.                         하루벌이 장사 다시 못 나올텐데, 유산할텐데...
어느 날 빈 책에 복숭아도장을 받으리라              당신, 그러지 말아요
3가지를 내어 놓으며 스스로 증명한다. 
              자신을 지키세요, 더 많이 자기를 사랑하세요.


1. 제목 :
계속걸음
2. 방향
: 천일간의 자기사랑을 마무리하며 인생 후반전의 전망을 세운다.
3. 목표

1) 벌려놓은 현장연구를 마무리 한다. 현장연구가 내 천복인지 탐색하겠다며 얼기설기 가볍게 뎀볐다가 사정없이 깨지고  있다. 괜히 시작했다며 나를 미워하고, 남탓을 한다. 포기하지 않겠다. 성실하게 해본 사람의 결론을 가지고  싶다. '성실하게' 를 계량화한다.  
   - 매일 아침에 2시간 현장연구 논문을 다룬다. 그리고 질 상관없이 완성해서 제출 (12월 8일 제출)               
   -
매일 오후에 1시간 통합교육 실천 사례 연구를 다룬다. (1월 8일 제출)
2
)
나에게 힘을 보급하는 에너지 탱크 풀 가동한다. 절하기, 월미공원의 나무 터널을 달리고 정상에서 바다로 지는 노을 보기, 저녁기도, 아티스트 데이트, 단군 300일차 함께 하는 힘, 힘이 되는 책 읽기, 기운 나는 사람 만나기......그래서 할 일을 마무리하고, 하루 2번 기도를 백일간 한 후 스승님을 뵈러 가고 싶다. (12월 24일) 이걸 하려고 단군의 후예 프로그램에 온 건데 당면과제에 짖눌려서 주객이 전도되었네.
4. 활동

구분

할 일

시간

목표

자세히

새벽

안전기지

(1)
모닝페이지

2:15~3:20

100

기상알람 2시, 출첵기준 3시
일어나 첫 시간은 나에게 준다. 

(2)
아침정진

3:30~4:50

100

300배(천수경)-명상10분-일지 작성 (절을 늘임)

(3)
필살기 수련

5:00~7:00

80

*현장연구 (특수교육총연합회)
[생태놀이활동이 장애아동의 사회기술과 사회적 상호작용 및 비장애아동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
*권장도서 읽기

달리기

7:00~7:50

72
(주5)

*클레어 코왈칙 <여자의 달리기> 8주 훈련법
*월 1회 마라톤대회 참석
       10월 8일(토) 영흥마라톤 하프
       10월 9일(토) 아라뱃길마라톤 10km 
       11월 20일(일) 부천일주마라톤 하프
*11월에 동구보건소 운동처방 다시 받기
*좋아하고 내게 에너지를 주니까 넣었다. 정신을 위한 20분 달리기임. 안해도 됨, 저녁에 해도 됨,됨

필살기

탐색

(4)
8:20 출근

8:20 am

80

*나의 쥐약 민폐는 ①1~5분 지각, ②기한내 기안처리 못함 ③회계업무 취약
*이 중 우선순위 ‘시간’

업무시간중전략적
태스크

3:00~5:00pm

80

①특수학급 수업준비
-매일 3학년 기본교육과정 국어 40분수업 약안작성
②통합교육 실천사례 연구 1시간
[스물네살 happy ending story의 열 살치 모자이크 줍기]
*<필살기> 책에서 본 걸 시도한다. 
 이번 300일차의 우선순위는 아님.

베이스캠프

(5) 저녁정진
(6) 아티스트데이트

7:00
매주 2시간
 주 1회

80
14주

108배-명상 10분
좋아하는 것 하면서, 에너지 주는 곳에서 놀기

-모닝페이지,아침정진,필살기수련을 매일 한다. 어려울 때도 모닝페이지-아침정진은 최저선으로 지킨다. 

5.예상난관 및 극복방안 
 
출렁거리며, 불안과 두려움을 품은 채 100일간 계속 걷는다.

6. 팀 공헌 : 단군부족 개인을 생각하며 매일 1번 기도하기

7. 보상
: 남도여행. 12월 21일 방학식 마치자 마자 여행가방을 들고 떠난다.
          
부산, 통영, 거제, 여수, 제주도...

8. 목표 달성 평가

구분

할 일

시간

목표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새벽
안전기지

모닝페이지

2:15~3:20

100

 

 

 

 

 

 

 

 

 

 

 

 

 

 

 

아침정진

3:30~4:50

100

 

 

 

 

 

 

 

 

 

 

 

 

 

 

 

필살기 수련

5:00~7:00

80

 

 

 

 

 

 

 

 

 

 

 

 

 

 

 

달리기

7:00~7:50

72(주5)

 

 

 

 

 

 

 

 

 

 

 

 

 

 

 

필살기
탐색

8:20 출근

8:20 am

80

 

 

 

 

 

 

 

 

 

 

 

 

 

 

 

업무시간중전략적 태스크집중

3:00~5:00pm

80

 

 

 

 

 

 

 

 

 

 

 

 

 

 

 

베이스
캠프

저녁정진
아티스트
데이트

7:00
주2시간

80
14주

 

 

 

 

 

 

 

 

 

 

 

 

 

 

 

  [1주][2주]

9. 골인 & 너머

IP *.114.49.161

댓글 125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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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30 07:34:17 *.154.223.199
25일차

*3:00, 9:00 (6:00)
*모닝페이지 3:40~5:20, 아침정진 7:00~8:00 (300배)

노래를 들으면서 어정어정한다. 서성거리는 날이다. 꿈일기를 2개 쓰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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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9.30 07:38:56 *.114.49.161
26일차

*3:12, 9:30 (5:45)
*모닝페이지 3:40~5:40, 아침정진 6:00~7:00 (300배) , 달리기 25분

2시간동안이나 모닝페이지를 했군. 사실이 아니다. you raise me up을 무한 반복 들었다. 모닝페이지 하는 동안 가사있는 음악을 듣는 것은 별로다. 내일부터는 끊어야겠다. 한 군데 빠지면 훅 가는게 내 성향(중독기질이지)이긴 하다만 역시 모닝페이지는 사각거리는 펜 소리, 그 소리보다 작거나 나긋나긋한 마음의 소리가 들릴 만한 침묵이 필요한 듯 하다. 시간 많이 들었는데 산만하였고, 가만히 들고 있어야 고이는 빗물, 또는 알갱이들이 내가 바구니를 든채 흔들거나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고이질 못하는 듯 하다. 필요한 것은 아침의 이런저런 활동을 통해 반석처럼 굳건해지는 것이지요. 하루살이처럼 저장이 안되는 정도라 매일 해야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나날이 먹고 사는게 어딥니까?  

25분 달렸다. 썬크림이 떨어져서 못바르고 갔더니 19세기 하늘의 쨍한 햇살이 기미, 주근깨 땜에 덜 반가웠다. 달리다가 만세를 부르고 싶어져서 주위 눈치 좀 보다가 번쩍 두 팔을 들고 온 몸으로 바람을 안았다.  아, 좋다.  남들이 나를 신경쓸까? 그들이 신경쓸 것 같다고 나만 신경쓰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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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03 02:49:14 *.154.223.199
27일차

*2:00, 8:00 (6:00)
*모닝페이지 2:25~3:45, 아침정진 4:30~6:00

배가 고파서 바로 아침을 먹었다. 양이 과했다. 파리바게트 두부과자 한 봉을 다 먹고, 쌈을 욕심껏 먹었다. 바로 자 버렸다. 체해서 토를 하고 약을 먹었다. 이제 보건실에 얼굴 허옇게 해서 소화제 타러 가는 것도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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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03 03:09:44 *.154.223.199
28일차

*3:45, 10:00 (5:50)
*모닝페이지 4:00~5:00, 아침정진 5:00~6:00 (300배)

삼청동 북성재 왔다. 한옥의 지붕을 올려다 보며 잠을 잔다. 이 곳에서 고혜경선생님의 꿈작업을 한 학기 들었다. 꿈일기가 내 일상으로 들어왔지. 고마운 인연이다. 간밤에 꾼 꿈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들.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에서 만나 느끼한 고르곤졸라 스파게티를 먹었다. 고르곤졸라 스파게티는 인사동 정직한 주방이 최고다. 머리만 대면 자는 나는 가는 이들을 배웅하지 못했다. [천일간의 자기사랑]은 스스로 마무리짓기로 했다. 제안했던 이가 그 출판사를 그만두었다. 남은 동안 해야할 일, 현장연구 논문 커다란 설산을 내 발로 한 걸음씩 걸어 넘는 일, 또 다른 소망 몇 개, 그리고 잘 정리하기. 

서울역에 가서 ktx로 구미김천역에 다녀왔다. 결혼식에 간 거였다. 다녀오는 과정에 딱딱 아구가 맞는 고마운 일이 많았다. 결혼식 복장을 갖추기 위해 서울역 밖 옷전에 나를 기다리던 겉옷, 레깅스, 화장품을 간략히 사고, 파운데이션은 샘플 달라했다. 망설임없이 한 순간에 진행되었다. ktx 시간은 딱 화장할 만큼 남았다. 돌아오는 택시를 밑에 대놓고 혼주님들, 신랑 얼굴 보고, 부조금을 정리하던 동생부부와 인사만 하고 되돌아왔다. 신부는 폐백옷을 갈아입는 중이라 보지 못했다. 이 곳은 택시가 잘 안잡히는 외곽이었다. 그 개인택시가 마치 나를 기다린 것처럼 인연이 되었고, 내가 얼굴도장을 찍고 돌아오는 동안 다른 손님을 물리치며 기다려 주어서 간신히 기차를 탔다. 입석이라 자리가 없었다. 마침 군인이 바로 내려서 앉아 올 수 있었다. 5시 약속에 잘 맞춰 왔다. 한 번 울었다. 왜 나를 이렇게 바쁜 일정으로 추동하는 걸까 버거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 개 산을 넘었다. 분노로 만든 산이 녹아졌음을 이런 바쁨을 감수하는 과정을 통해 알아졌다. 생각만 하고 실행을 늘 못하는 내가 사소하고 실수 투성이지만 마음 먹은 1건을 실행하는 걸 보며 자긍심이 올라가는 기쁨이 있었다.  이 여행의 커다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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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04 07:25:19 *.114.49.161
29일차

*2:00, 10:00 (4:00)
*모닝페이지 2:15~3:40, 아침정진 4:20~4:50 (200배)

강화도로 5시 5분에 떠났다. 도착 6시, 콩나물국밥을 사먹고 계단 길 말고 숲길로 첨성단까지 올라갔다. 가는 길에 평생 함께 산을 다녔을 법한 50대 후반 남자 친구들 2사람이 쉬던 절벽에서 새로 돋는 햇살에 광합성을 했다. 그 자리를 떠나기 싫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한참 앉아 있었다. 아래로 경지정리된 논에서 누렇게 익는 벼와 반듯한 제방과 싱싱한 갈치비늘처럼 반짝거리는 서해바다를 보았다. 이 햇빛과 다음 쉬는 곳에서 꾸벅거리며 몸에 받은 햇빛이 가지, 호박, 산나물을 말리듯이 저장된다. 

천제는 보지 못했다. 11시 시작이라더니 그건 주차장 옆 무대에서 하는 것이고, 첨성단 것은 10시였는데 우리가 10시에 첨성단에 도착했기 때문. 안전때문에 통제되는 계단 아래에서, 인생 전체가 지각인 게 버럭버럭 화가 나서 팔딱거리면서 한참 자학했다. 이왕 온 것 마음만이라도 참여하자  손을 모으고 하늘께 기도 드렸다. 소지처럼 내 마음을 살라서 높은 곳으로 보낸다. 늘 빌어오던 개인적인 것을 먼저 꺼낸다.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시길, 언제가 되든 좋은 인연을 만나고 내가 좋은 인연으로 준비되길,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잘 마무리 하길, 단군부족들이 각자의 하늘을 열고 나라를 잘 건국해가시길...그래도 개천절이고 첨성단까지 직접 와 보니 나라에 대한 것도 눈물만큼 손톱만큼 쬐금 생각하게 된다. 전쟁이 없기를, 쓰레기가 너무 넘쳐나지 않기를, 굶는 사람 없기를...강화여고 학생들 중에서 뽑혀서 왔다는 선녀들은 예뻤다.
 
강화에서 돌아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계획없이 불쑥 떠나서였을 것이다. 일산과 강남으로 가야할 일행 역시 밀리는 차 안에서 맘을 졸였을 거고, 나도 내내 서서 오느라 나중에는 짜증이 나서 죽을 뻔 했다. 근데 자고 나니 힘듬은 가라앉고 좋은 것만 생각난다. 마니산이, 바다와 햇볕이, 좋은 이들과의 시간이 내 몸과 마음을 열어서 활기를 많이 주었다. 집 근처에서 70번이 가더라. 일찍 움직이고 일찍 돌아오면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산행이다. 내 인생에 찾아오신 마니산 월컴입니다. 당신도 쌍수를 들어 환영합니다. 자주 두 발로 찾아가 당신에게 깃들고 싶습니다. 한 번 가봤으니까 인제 더 자주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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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04 07:27:40 *.154.223.199

30일차

*3:15, 8:00 (7:15)
*morning page 3:40~5;00, 아침정진 5:30~6:40 (300배) 

전날 산행으로 몸이 좋다. 손바닥에서 발바닥까지 피가 콸콸 흐른다. 안좋은 것도 두 가지 있다. 우선 혼자 사는 여자가 지켜보기에 살짝 제한 수위에 육박하는 생명에너지가 부담스럽고, 몸무게는 장장 2kg이 불었다. '연휴동안 좋은 이들과 느끼한 스파게뤼, 피자, 포도주와 즐기자, 1kg 불리더라도' 모토로 마음의 허리띠를 풀어놓았더니 너무 잘 드셨나 보다. 하긴 첫날, 새로 개업한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에서 고르곤졸라 스파게티에다 쉐프의 서비스 샐러드(치즈 듬뿍, 칼로리 듬뿍)에 입에 쩍쩍 붙는 상그릴라를 여러 잔, 둘째날, 사브작자매님들과 인희님의 300일찿 선물이었던 아웃백에서 스파게뤼와 빵, 튀긴 양파를, 어제 강화에서는 목마름과 배고품을 구분하지 못하고 목마를 때도 바나나, 빵, 떡을 양껏 먹었지. 

출근하는 날. 더 놀고 싶다. 하지만 새벽일정을 통해 좀 마음이 준비된다. 내가 받은 것들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자.  오늘은 좀 적게 드시고요. 재고 몽창 꺼내놓고 땡처리하셔야지요. 저거 다 태우려면 오우 콩두씨 오늘 퇴근하고 달리기 좀 오래 하셔야할 듯 합니다만 오늘도 스파게티 약속을 잡았지요? 우짠답니까? 내일은 동그란 얼굴 못알아보겠네. 그리고 맛있는게 세상에 스파게티 하나만 있는 거 아니거든요. 좀 다양하게 맛 보시구랴. 콩두씨도 급식지도 좀 하시구요. 오늘도 고이 잘 다녀오세요.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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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11.10.04 23:55:44 *.109.60.182
윤정니임~~ 저야요^^
살짝 인사 건네러 들어왔다가 일지가 너무너무 재밌어 잠못들고 읽고 있다는....
어쩜 이리 이야기를 맛나게 하시는지요. 윤정님이 아니라 콩두씨인가~~
무튼 콩두씨는 참으로 타고난 재주꾼이군요... 홀딱 반해 버린다는... @@

참 제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웍샵이라 문자출첵 하겠슴다. 늘 신세집니다.
지금쯤 한참 꿈나라에 계실 콩두씨를 생각하며 저도 이제 자야겠습니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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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05 06:35:00 *.154.223.199
은미님 반갑습니다.^^
아, 인사와 칭찬과 관심에 덩실덩실 춤추고 있어요. 눈 깜빡거리며 웃음을 참지못하면서요.
웍샾 잘 다녀오시구요. 문자출첵으로 찾아와주심도 감사합니다. 
저 어제 은미님 일지의 국화 화분과 글 보고 확 동해서 그 길로 학교 앞 시장에 나가서 화분을 사왔답니다.
노랑 국화 한 개, 동백꽃 작은 것 한 개, 로즈 어쩌고저쩌고 허브 한 개, 부겐빌리아 한 개요.
단골화원이라 천 원 깍아주셔서 만 오천원 들었어요. 어찌나 행복하든지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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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05 16:04:50 *.114.49.161
31일차

*4:00, 9:00 (7:00)
*모닝페이지 4:30~6:00, 아침정진 7:00~7:30 (108배) 

어제 저녁 사례연구 같이 하는 팀이 밥을 같이 먹었다. 저녁준비를 위해 휴식하는 식당이라 자유공원을 산책하며 청설모를 보고, 번데기를 1컵 샀다. 수평선을 보니 속이 시원하다. 토마토와 치즈만 든 마르가리따 피자, 그릇까지 뜯어 먹을 수 있는 토마토스파게티, 카프레제샐러드를 나눠먹고 MBTI 해석을 했다. 체했다. 오늘 아침 먹고 체했고, 점심 먹고 체했으니 연속 3타다. 과식과 튀긴 음식이 원인이겠지? 일을 같이 하는 팀과  하는 MBTI 검사는 나의 취미다. 취미란에 'MBTI 검사 및 해석 & 오지랖' , 특기란에 '자다가 봉창 & 뒷북 두드리기'라고 쓰면 중립적인 느낌보다 비하하는 느낌이 드네. 오지랖을 전지구적으로 부리면 환경과 지속가능한 성장, 기아와 평화 어쩌고저쩌고 까지 관심과 생활을 적용해 갈 수 있어야겠지 하는 확산적인 사고는 여기서 그만.

오늘로 지각 8일차를 기록했고 30일을 지난다. 출사표에 썼던 현장연구는 손대지 않았다. 재도전한 300일차 즐겁다. 근데 하기로 한 일을 제대로 하면서, 새벽활동을 새벽활동답게 보내고 있나? 나는 이러다 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불안이 불안이 불안이 불안이 불안이 불안이 떠 다닌다. 해야할 일을 안하고 있다는 문제제기, 떳떳치 못한 느낌이 내 안에서 올라와 눈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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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06 06:37:10 *.154.223.199

32일차

*2:30, 8:30 (9:00)
*모닝페이지 3:00~4:40, 아침정진 5:20~6:30

지각하면 안된다. 어제 아파트 옆동 4층 자매 손잡고 달려서 교문을 주파하는데 장님이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지금 몇 시냐?'는 제스춰. 결심했다. 지각을 끊는 노력을 하기로. 존경하는 장님을 핑계삼아 또 내 갈 길 간다. 돕는 손이시구나. 오늘은 출근부터 할거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엄마없는 아이처럼 허물어지는 것을 본다. TV가 컴퓨터화면으로 바뀌었을 뿐. 어떻게 내 안의 고요함과 따뜻함을 회복할 건지가 관건이다. 2개의 현장연구, 사례연구 팀과 이틀 동안에 모두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고돌아 다시 이자리로 올 수 있음에, 내가 반대방향으로 내달려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동안 깃발처럼, 풍력발전소처럼 그 자리에서 지켜보고 기다려준 좋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주저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시작하자.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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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07 06:38:57 *.114.49.161
33일차

*2:30, 8:00 (6:30)
*모닝페이지 3:00~4:35, 아침정진 4:40~6:10
*7:30 출근. 1명이 이미 와 있다. 몇 시에 출근하는 걸까? 남보다 일찍 오고 칼퇴근, 주말에는 노래하는 이이는.

문득 내가 여자보다 남자들을 더 돌본다는 걸 깨닫는다. MBTI 검사를 했는데 중년기 전환 남성 쪽을 더 골몰해서 연구하고 당장 시험날이 40일 이내로 닥치고 있는 여자의 상황을 덜 연구하고 있다. 하던 습관인듯 하다. 공전만 하던 데서 자전을 하는 것으로, 남의 집 집사 노릇에서 내 집 살림을 사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는데 말이다. 주변에 딸만 둘 성인으로 잘 키워낸 인연, 아빠없이 엄마의 단독비행으로 자라는 인연, 여자 아이 셋을 여덟살부터 열한살까지 지켜보는 인연이 와 있다.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려는 걸까?

아침을 먹으며 일지 쓴다. 오늘은 새벽일정을 출발할 때 풀코스 마라톤 러너의 출발선을 상상했다. 나는 러너이고 주변은 아름답다. 내년에 달리러 갈 춘천마라톤이나 벚꽃 날리는 진해마라톤, 바닷길을 달리는 제주 마라톤쯤 된다. 5시간 내리 달린다. 나는 쉬지 않고 내 속도대로 달려서 완주하고 있는 상상을 하면서 모닝페이지, 아침정진을 한다. 중간에 빈 속에 마신 커피가 긁어온 변의에 화장실 다녀오고, 간단하게 아침을 끓여 먹고, 일지를 쓰고, 가방을 챙긴다. 5시간 집중해서 계속 달리는 시뮬레이션을 한다. 목 마르고 다리 아프고 도망가고 싶지만 끝까지 포기하지만 않아 길 끝에 닿는 시뮬레이션을 매일 아침 해야겠다. 매일 새벽 마음으로 풀코스 마라톤을 달린 후 출근해서 일을 하는 거지. 나도 7시에 출근해볼까나? 업 관련한 필살기수련을 출근해서 하는 거지. 직장 5분 거리에 사는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 9년간 장거리출퇴근을 했던 내게 주어진 10년 근속선물이다. 집, 직장, 절을 같은 지역사회 안에 넣어 살고 싶은 소망의 구체적인 모자이크 중에 이런 것이 들어있던가? 달리기할 큰나무 공원(물과 산을 같이 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 도서관, 공연장이나 전시장, 카페가 가까워 문화적으로 풍부하기(이건 내적 에너지가 충분하면 멀어도 걸어갈 수 있다. 물리적 접근성과 함께 심리적 거리가 영향을 미친다.)...그리고 이번에 한 가지를 첨가한다. 밥이 식지 않는 거리에 살고 있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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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08 06:07:12 *.154.223.199
34일차

*2:10, 9:30 (4:40)
*모닝페이지 2:30~3:30, 아침정진 4;40~6:00 (300배)

오늘 영흥도 영흥해변마라톤 하프 뛰러 간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뛰는 코스다. 화력발전소 마당에서 출발해서 바다를 보면서 파도소리를 듣고 풍력발전소를 비켜서 지나는 아름답고 가파른 길을 달린다. 잠시후에 제물포로 섬으로 가는 버스 타러 간다. 9시 30분 하프 출발. 탄수화물을 저장하기 위해 식빵 두쪽에 딸기잼을 발라 먹고, 해물된장떡국과 초컬릿 쿠키를 먹어두었다. 운동화 교체시기가 지났는데, 세탁시기도 지났고, 달리기 모자는 잃어먹었고, 오른쪽 다리의 무릎과 종아리가 아프고, 몸무게는 너무 불어있고, 기념품 셔츠는 볼품 없고, 햇볕의 자외선에 찔려서 3도 화상에 손바닥만한 기미가 올라올건데... 이런저런 궁시렁거릴 만한 것에 투덜거리며 완주할 수 있을까, 제 시간에 집결지에 갈 수 있을까, 다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투사한다. 유목민이라기 보담 정착민이어서 그런지, 방바닥에 껌딱지라도 붙었는지 떠나질 잘 못하는 나는 떠나는 순간이 제일 불만스럽고 못마땅하다.

제물포로 택시 타고 갔다. 개인택시는 개시하는 걸까봐 아침부터 카드를 내밀기가 미안하다. 790번 기다리면서 슈퍼 아줌마한테 노랑 고무줄을 얻어 머리를 묶는다. 졸면서 영흥도까지 갔다. 내 옆자리에서 달리기화를 입은 이가 코를 골며 잔다. 밀물 때인지 물이 드는 갯펄이 반짝거린다. 

작년에도 여기서 달렸다. 작년 기록 2:16:47, 올해 기록 2:14:01 이다. 1년동안 2분 단축했다. 처음에는 2:00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 달렸다가 쳐졌다. 정기적으로 달리지 않았고, 장거리달리기를 해주지 않아서 10km 넘어가면서 힘들었고, 기록단축은 애초부터 관심 없었다. 11km부터 염불을 한다. 다른 이들은 내가 노래한다고 생각할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내 속도로 끝까지 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풍력발전소가 보이는 곳은 바람이 많다. 손을 번쩍 들고 바람이 내 겨드랑이와 숨구멍을 통과해 가도록 한다. 웃음을 감추지 않는다. 나는 러너임이 좋다. 이 정체성이 좀 더 내 마음과 몸에 들러붙었으면 좋겠다. 기록과 상관없이 달리는 내가 사랑스럽고 기쁘고 마음에 든다. 그러나 '기록과 상관없이' '기록 상관없이'라고 두 번 부정하는 나를 보니 기록에 연연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ㅋㅋㅋ 매일 하는 힘을 더 알기를 원한다. 올해는 작년만큼 나서기가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역시나 길떠나는 마음의 저항이 많았다. 매일 달리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평소의 연습이 모잘랐다. 작년과 달라진 점 또 하나는 경운기를 타고 고구마를 캐러가는 여기 농부를 보고 내 부모님을 생각하며 연결되던 죄책감이 올해는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 19km 지점에서 2:15 페이스 메이커를 만나 골인점을 같이 들어왔다. 고마웠다. 그 이가 자세를 볼 수 있는 런닝머신, 거울 있는 데서 자세를 좀 교정하면 좋겠다 말한다. 내가 팔을 지나치게 안 흔든다 했다. 동사무소 체력단련실에 가봐야하나? 

완주메달을 꺼내 목에 걸고 어디 부녀회에서 나온 이들이 말아주는 잔치국수를 먹는다. 맛있다. 고맙다. 관광지도를 보니까 이 섬에는 영흥초중고 1개의 학교와 작은 분교가 있더라. 그 중 큰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왔다. 하프 정도를 뛰는데 종이컵을 버리면서 물과 게토레이를 마시면서 취미로 즐기로 있는 어른들의 치닥거리를 하는 학생들과 종이컵, 1회용 국수그릇을 부담으로 떠안을 초록지구님에게 미안했다. 자신이 먹은 그릇을 치우고 가지 않아 학생들 손을 가게 하는 것도 남사스러웠다. 가지고 간 플라스틱 찬통에 국수 말아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김치를 거기 받았다. 젖가락은 가지고 간 걸 사용했다.   
 
토요일이라서 마을버스가 잘 다닌다. 순전히 차를 잘못타는 바람에 장경리해수욕장에 갔다. 잘못타길 잘했다. 모닝페이지를 하면서 한 주 2시간을 자신과 데이트하는 시간을 보내본 것이 이럴 때 쓸모가 있다. 아티스트 데이트 하지 뭐 하면서 일부러 1시간에 1대 있는 차를 2대 보내고 그 바닷가에서 1시간 반 앉아 있었다. 기억 속 여름날의 바닷가가 떠오른다. 파도소리를 듣고, 꾸벅꾸벅 졸고, 욱신거리는 무릎과 발목을 주무르고, 먼 데서 지나가는 화물선을 보고, 사람들을 구경하고, 물이 자꾸 들어와서 뒤로 물러 앉았고, 제레미테일러의 책을 읽고, 사과 한 알을 깨물어 먹었다. 왼쪽으로 풍력발전소들이 서 있다.  아 좋다. 행복하다.

내가 생명을 기르는 엄마가 아닌 것이 불만스러웠지만 만약 나의 삶이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많은 이의 것이라면 그것도 괜찮은 삶의 방식이도록 즐겁게 잘 살고 싶다. 내게는 바쁜 이들이 갖지 못한 자유시간이 있고, 그것이 부담스럽지만 공력을 들여 가꿔나갈 사명이 있는 지도 모른다. 사명?까지 말고 지금 여기서 내가 괴롭지 않게, 행복하게 살기! 근데 '사명'이라는 말로 연결해버리면 철갑군장을 한 기사처럼 맹목적으로 집중하게 하는 특성이 있는 듯 하다. 4인가족의 로망에 맞지 않는 어른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게 현실이다. 통계청의 1인가구, 양 부모와 자라지 않는 아이들의 비율을 보더라도. 자연과 나의 몸과 마음과,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를 잘 마련해가길, 나의 안전망들을 잘 마련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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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09 06:48:51 *.154.223.199
35일차

*2:30, 8:30 (6:00)
*모닝페이지 3:00~3:50, 아침정진 5:30~6:40 (200배)

1시간 30분 동안 중간에 놀았다. 나가수 가서 음악 듣고, 참새방앗간 들러서 게시글 읽고, 단군의 후예 출석부 주변을 배회하는 지방령처럼 떠돌았다. 저 시간을 배회하지 않았다면 필살기수련도 할 수 있었겠지. 오늘 아라뱃길 마라톤 10km를 뛰러 간다. 어제 영흥해변마라톤 하프 뛰고 와서 오른쪽 무릎, 양쪽 발 뒤꿈치, 양쪽 다리와 골반 연결된 부분이 아픈데 일정을 이렇게 무식하게 잡은 자신이 밉고, 마라톤 마치고 ktx를 타고 김천 가야하는 일정이 더 중요한데 no를 하지 못한 자신이 답답하고, 부상에 대한 두려움에 달리러 가기 싫어서 뭉개고, 이것저것 맛난 것을 먹이고 있다. 절은 식빵 구워 발라 먹고 나서 시작했다. 결국에는 달리러 갈 거다. 약속을 해서 가야한다.  

계단 내려갈 때 '아이고, 아고고' 소리가 절로 난다. ktx 시간을 검색하며 늦게 나섰고, 계양역에서 셔틀이 늦게 왔고, 경인운하는 들인 돈에 비해, 파괴하는 환경에 비해 채산성 없는 밀어붙이기 공사이지 않을까? 그런데 그걸 개장하는 걸 축하하는 마라톤대회에 나가야 하느냐는 투덜대는 내 안의 문제제기에도 지친다. 출발시간이 다와 가는데 방광이 터지려하는데 달랑 2개의 화장실만 있고, 그나마 여자화장실의 줄이 길어서 짜증 폭발했다. 희생양 1마리를 정해 모든 죄를 짊어지고 가게 하는 이들처럼 나의 모든 분노와 불만을 화장실에 투사한다. 짜증나 미치겄어 정말. 

3km 지점 까지 갈 때까지 이번 것은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자는 마음이 굴뚝같다. 1:22:05 걸렸다. 한 번도 속도를 내지 못했고, 돌아오자마자 의료부스로 가서 소염진통제를 발랐다. 욱신욱신하는 것들이 화해진다. 하지만 finisher 메달을 옷 속에 넣고 흐뭇해져서 하루종일 돌아다닌다. 단 한 번도 속도를 내지 못했고, 후미그룹에 끼어 간신히 제한시간 안에 달렸지만 한 번도 걷지 않고 달린 게 자랑스럽다. 그래 오늘도 콩두씨는 러너였다. 오늘 여기 온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견디고 있는 BOSS님이 제안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어려움이 많은데 이런저런 토를 달기 싫었다. 억지로 골인해서 사모님이 사주시는 오뎅에, 칼집을 넣어온 사과를 얻어먹었다. 저런 걸 내가 좀 챙겼어야하는데 투덜대느라 거기까지 마음을 쓰지 못했다. 의외로 어제 뭉친 근육들이 오늘의 달리기를 통해 더 잘 풀어지는 것 같았다. 셔틀을 되타고 서울역으로 달렸지만 ktx로 가도 행사는 끝이 난 시간이다. 주저앉았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 양립이 불가능한 두 개의 선택이었다. 결국 나는 약간씩 늦으면서 두 가지를 모두 하는 식으로 한다면서 그 중 한 개를 선택한 셈이었다. 나의 신념의 핵심에 해당하는 행사다. 언제나 이것과 아버지스런 것 사이에서 나는 갈등했다. 아버지가 BOSS로 바뀌었을 뿐 패턴의 반복이지 않겠나 싶다. 두 가지 이원적인 것을 어떻게 다른 것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서로 충돌하지 않게 하면서도 자기 중심을 세워나갈건지 그게 나의 공부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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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0 07:20:09 *.154.223.199
36일차

*2:30, 8:30 (6:00)
*모닝페이지 3:00~4:00, 아침정진 5:00~6:00 남는 1시간동안 나가수 조용필 무한반복하면서 이틀치 단군일지에 마라톤 후기를 썼다.
*8:15 출근, 저녁정진 퇴근 직후 300배

아침을 먹고 와서 일지 쓴다. 출근한다. 음식이 좀 과한듯도 하군. 맨소래담 마사지 하고, 아고고 하면서도 달리고, 아침마다 절을 했더니 다리가 가볍다. 인제 좀 단군프로그램 출사표에 쓴 필살기수련하고 저녁정진 좀 해 봅시다요 콩두씨. 자 주말의 여러 일정이 준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도전해 봅시다요.

교실 안에 식물을 더 들여왔다. 아이들에게는 국화 화분을 컴퓨터 옆에, 나에게는 힘 내라는 의미로 빨간 크리스마스식물(이름이 뭔지 모르겠다)을 내 자리 바로 옆에 두고 김점선 닭 그림을 놓았다. 못쓰는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고 쓸고 닦는다. 그러고도 하루 종일 일에 집중하지는 못했다. 보글거리는데 이륙에는 에너지가 부족하다. 이런 임박착수 식으로 업무를 계속 쳐내도 되는 걸까? 기분은 굉장히 좋다. 주말의 자연 속에서 몸 쓰는 일정이 나에게 활기를 많이 주었다.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았더라도 남은 동안만이라도 하기로 한 일을 그냥 해 보길 원한다. 완주자, finisher가 되어보자.  

내게 3가지의 장애물이 있었다. 모두 감정적인 것이다. 첫째는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 둘째는 내향감정형의 열등기능을 유발시키는 부정적인 비난과 싸움을 자주 접해야 하는 것, 세째는 의존심. 세 가지 모두 어느 정도 겪어 지나왔다. 과한 커피, 점심 과식으로 생록천이 필요한 것 말고는 몸과 마음, 주변 여건이 최상의 상태인듯 하다. 돌고 돌아 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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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1 06:13:42 *.114.49.161
37일차

*2:10, 8:10 (6:00)
*모닝페이지 2:30~3:30, 아침정진 4:40~6:00 (300배)
*7:45 출근

절하다가 산만했다. 시작에 1시간 들었고, 가스렌지 약불에 올려둔 닭죽을 저으러 다녔고, 108배 할 때마다 좀 돌아다니고 싶어 방석 끝에서 발바닥이 달싹거렸다. 나에게 과잉행동은 해소, 분출되어야 할 내적 에너지가 많을 때 행동인듯 하다. 그 에너지의 성질은 어떨 때는 분노나 우울처럼 어두운 것일 때도 있고, 오늘처럼 기운이 넘칠 때도 있다.

뛸만했던 토요일 하프보다 힘들어서 울면서, 기도하면서 뛴 일요일의 10km가 나의 마음과 몸의 근육을 강화시켜준 것이 느껴진다. 요 정도는 힘든 거 아니니까 계속 가자 싶고, 몸의 진짜 고통으로 오는 순간을 견뎠으니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몇 번 들었다. 힘이 되었구나. 고맙습니다.  

일찍 출근했다. 하지만 필살기수련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고, 나는 메일을 확인하고 뭐 그럭저럭 평소 시작행동을 한다. 좀 더 일찍 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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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1 06:17:51 *.154.223.199
실천놀이 2


<나의 핵심가치>   2011. 10.11

신뢰 : 약속을 지키는가?
자기사랑 :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고, 일정시간을 매일 확보하는가?
책임 : 내가 속한 공동체의 동심원, 손녀를 고려하며 선택한다.
           (는 관점으로 너나 잘하세요. 자기를 잘 지키고 책임진다)

<나의 직업선택기준>

정업 : 남의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쌓지않으며 어둠에서 밝음으로 가는 방향인가?
            오계받는 불자, 불살생(무기제조), 불투도(장물아비), 불사음(매매춘), 불음주(마약판매)...등을 하지 않음.    
매혹 : 나의 bliss에 기반한 일인가?
밥/집/옷 : 자존심, 주권의 근거가 되는 물적토대를 확보할 정도로 벌 수 있는가?


* 절하는 방석 옆에 지난번 세미나 때 홍승완님이 주신 자료를 놓고 오며가며 생각한다. 
   핵심가치를 신뢰, 자기사랑, 책임이라고 한 건 내가 그걸 가져서가 아니라 아름답게 보며 지향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뢰, 사랑을 가지는 걸 '자기 중심에 굳게 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중심에 굳게 서서 사랑하는 삶'이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은 좀 어려운 것 같아서
 책임이라고 쓰고 조작적으로 정의한다.  

틀리든 맞든 내게 영향을 미치는 직업선택기준을 적어본다.

핵심가치와 직업선택기준 사이에 발라낼 살이 많다. 
숨을 고르며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세세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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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2 09:44:45 *.154.223.199
38일차

*2:00, 8:30 (5:30)
*모닝페이지 2:30~3:30 출석부 하고서 다시 잠들어 7:40에 일어남 
 아침정진 7:50~8:20 (108배) 

기류가 불안정하다. 사나흘 되었다. 퇴근 후 복닥이며 탐식,  집안이 어질러진다. 업무집중률 낮으면서 이러다 탈모 일어나겠다 싶게 머리가 지끈 따꼼거린다. 보조선생님 입원으로 3명 일을 두 명이 하자니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내게되고 일과시간이 끝나면 넉다운.  미뤄둔 일을 혼자 해 내야할 상황, 너무 혼자 하려는 게 있는 건 아닌지. 오늘 새벽에 모닝페이지 마치고 음악 듣다가 정진 전에 주전부리를 군것질 하다 다시 잠들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지나치게 혼자, 착한 척 하려는 건 아닌가 싶어 식이장애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책을 읽었다. 출근 시간 직전 일어났다. 108배를 사수하고 달려 출근했다.

불안정하고 과로한 상태에서 일을 더 벌이려고 한다. 몸이 지친 것은 오른쪽 눈밑의 경련이 계속되는 것, 잠을 자고 단 것을 찾으면서 소화가 안되어 생록천을 상자채로 놓고 마시는 것에서 볼 수 있고, 불안정은 느닷없는 오지랖과 남의 인생 간섭이 최대한 발동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수학교 순회학급에 소속된 아이를 전학에 대해 하필 지금 얘기를 하거나, 느닷없는 밀린 약속 들추고 있다. 열등기능 올라오기 직전 주기능 과잉투입 시기를 아슬아슬 지나고 있는 듯. 좀 있으면 과로한 주기능 마취되어 쓰러져 잠들고 나와 남에 대해 시니컬한 비판을 늘어놓는 상태가 될 것이라 일기예보 읽힌다. 감춰둔 개구리, 뱀, 동종교배, 잡종교배를 가리지 않고 잠긴 문 안 어둔 곳에서 지네들끼리 생식하고, 똥과 시체를 먹으며 유전자 변이된 괴물들이 출동 싸인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모래시계 차륵거린다. 

아무래도 <성격유형과 열등기능>의 에너지 회복방법을 다시 읽어야할 시점이구나. 내향 감정형, 혼자 일하는 시간, 우선순위를 반추하는 시간,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잘 지켜보는 것 등이 기억나네. 이 상황을 해석할 대안적 관점을 제공할 읽을꺼리, 볼꺼리를 제공하고, 말나지 않으면서 관계유지에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 지인에게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퇴근후 탐식하는 것보다 나은 생존전략일테고. 내가 쓴 것은 그저 흘러가는 영상일 뿐 이걸 기존사실로 취급해서 ISTJ적인 보수적 학교조직 안에 유포해서 자신을 손해보게 하는 짓은 하지 말길. 거북이 등껍질, 고슴도치의 가시 덕석, 달팽이집 같은 페르조나, 가면을 내 세우고, 잘 유지해서 자신을 보호할 시점인 듯 하다. 달이 차고 기울 듯 흐름이 있다. 나는 좀 흐름이 강한 사람이고 그건 지진이 많은 곳에서 집을 짓고 사는 이들이 내진설계 건축기술을 발달시키고 아이들에게 지진대피 훈련을 평소에 실시하는게 필요하다는 의미일 뿐이라 생각해본다.

힘내요 콩두씨. 콩두씨의 가까이 있는 이들에 대한 분노와 시비질 분출의 뒷면은 '나 힘들어요. 나 좀 사랑해주세요'라는 요구가 아닐런지요? 먼저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자신을 소중히 대하고 사랑해주세요. 콩두씨. 알지요?(찡긋) 콩두씨가 아이들에게 하려던 마법의 주문을 자신에게 외칠 시점입니다요. '콩두씨, 이뻐요. 아, 사랑스러워요. 어쩜 이렇게 이뻐요? 완전 멋져부러. 최고에요. 최고. 내 맘에 아주 쏙드는데요. 콩두씨를 사랑해요. 힘들지요? 어우 힘들어서 어떻해요? 애써주어서, 견뎌주어서 고마워요. 제 곁에 지금 함께 계셔주시는 분들 고맙습니다.  합장과 배꼽인사로 당신의 평화와 행복을 빕니다.  콩두씨를 믿어요. 콩두씨는 할 수 있어요. 지금 잘 하고 있어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  ㅎㅎㅎㅎ 낯간지럽고 스멀스멀 소름 돋고 삼 년 전에 먹은 것까지 토가 나옵니까? ㅋㅋㅋ 감각둔감법을 활용하여 잘 견뎌보세요. 이게 콩두씨가 원하는 게 아니던가요? 이걸 위해 역할을 감당하고, 돈을 벌고, 공부를 하지 않았던가요? 관심, 사랑과 인정. 자신에게 먼저 주세요. 그리고 우울이 표출되지 않은 분노의 모습이라면, 콩두씨가 부글부글 씩씩대면서 칼리여신처럼 칼을 휘두르고 핥을 피 냄새를 맡는 것은 에너지를 눌러서 죽음 상태로 자신을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살리는 것이거든요. 드러누워 잠자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 안에 타고난 공격성이 있다 하잖아요? 스포츠와 기타 등등의 것으로 문화적으로 안정적으로 표현, 해소하는 것은 인류평화(헉!) 를 위해서도 도움되지 않아요? (아, 너무 확산적으로 사고했다. ㅋㅋㅋ 하지만 맘에 들지요? 완전 맞춤 (립)서비스랍니다.) 암튼 콩두씨 힘내시오. 그리고 표현방식은 세련되지 못하지만 정직한 친구인 분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백만개의 화이팅을 부르짓고,  한 마을을 초토화시킬 정도, 보급용 비행기 한 대분의 탄약을 장전해서 사랑의 총을 난사합니다. 아, 오늘의 콩두씨한테는 관심표현까지 살상무기에 빗대어 하게 되는군요. '화염방사기를 어깨에 매고' '막걸리에 취한 망나니 칼을 휘두르며' 뭐 이런 장면을 떠오르니 말입니다. 이럴 때는 모든 극악무도 범죄자와 성인의 씨앗이 자기 안에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암튼 콩두씨를 웃기는 그 순간까지 까불어보렵니다요. 까불까불까불까불까불~~~~~ 메롱~~~일본신화의 빨래하는 무수리 여신 바우보(바우본가? 우즈멘가? 아리까리)는 삐져서 동굴 속으로 들어가버린 태양의 여신을 불러내기 위해 양 쪽 젖가슴을 한 손에 한 통씩 그러쥐고서 눈알을 굴리듯 춤추었다고 했지요? 신들이 다 웃음을 터트렸다고 했고요. 진짜 웃겼겠어요. 원조 몸개그 아니겄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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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3 07:42:15 *.154.223.199
39일차

*2:20, 8:20 (6:00)
*모닝페이지 2:50~3:50, 아침정진 6:00~7:20, 달리기 20분

중간에 비는 2시간동안 놀았다. 나가수 자우림 꿈, 박정현 그것만이 내 세상 무한반복하며 취해 놀다가, 어차피 놀거면 TV보면서 마늘 까고 파 다듬는 생산성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 어제치 단군일지를 늘여썼다. 이것도 재미있었다. 앞으로 죽 이렇게 가 볼까? 아서라. 이번 백일은 하고자 하던 원래 계획대로 가고, 다음 백일에 시도해 보든지. 이것도 다 중간에 갈짓자로 헤매는 모습이다. 하기로 한 일에서 도망다니고 회피하는 모습. 굴떡국을 한 뚝배기 끓여놓고 달리러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이실직고 하자면 달리러 나서기가 죽도록 미치도록 싫다.

20분 달렸다. 나서기 싫다고 엄살 떨고 어리광을 쫌 부리고 나니까  속이 시원해서 달리러 나가기가 더 쉬운 건 왜일까? 덕분에 굴떡국 먹을 시간이 없었지만 더 좋았다. 달린 에너지로 며칠간 나뒹굴던 손빨래감을 조물조물해서 널고 웃으며 달려 출근한다. 3층에서 45kg 넘는 아이를 업어 내리고 휠체어에 앉혀 와서 30분 운동장을 돌며 운동을 시키고 땀을 흘리면서 한 어머니가 이미 와 계셨다. 어머니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듯해 기쁘다.
 
퇴근  후 달리러 가든, 절을 하든 몸을 좀 써야할 텐데 지끈거리는 골치를 핑게삼아 밥을 먼저 먹고 자버린다. 식이장애에 대해 읽는 건 소용이 없군. 그 책에서 말하듯 내가 지나친 착함을 가장하고, 비현실적인 책임감, 죄책감을 많이 갖는 듯도 하다. 힘든 날이었다. 버럭버럭 할 일이 몇 번 있었다. 뜨거운 물이 든 전기주전자를 아이가 들어서 금붕어 어항에다 부을 때, 남이 내 반 아이들 중 일부만 편애하고 나를 넘어 나서려 때, 거의 시력을 잃어가는 아이가 움직이는 멀리서 책장을 짚어서 나동그라질 때, 세 명 일을 해야 해서 치닥거리에 지쳐 역시 내게 남은 세 건의 학교 차원의 기획을 하지 못할 때, 상대가 화내는 게 무서워서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그 앞에서 전전긍긍할 때, 오늘 대변 뒷처리 2번, 화장실 안에 들어가 뉘운 것 셀 수 없음, 어깨도 빠질 것 같다. 자른 채 교실 바닥 전체에 흘리고 다닌 제티 코코아 가루를 엎드려 닦아내야했고, 준비가 적은 수업시간은 지루했고....충만했던 아침의 에너지가 퇴근무렵에는  완전 바닥이 된다. 목이 꽉 잠겼고 머릿가죽이 당긴다. 말 하기 싫다. 이용당하는 듯 피해의식이 생길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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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4 08:25:29 *.154.223.199
40일차

*엊저녁 6시부터 잤다. 중간에 2시간 깨어있었고, 잠깐 깨어 지각출첵, 다시 잠들어 6시에 일어났다. 10시간 수면.
*모닝페이지 6:00~8:00,

두 개의 꿈일기를 쓰고 그렸다.

부엌문열다123.jpg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지금은 헐린 옛 고향집으로 달려갔다. 마당에 햇볕이 가득하다.
뭔가 자랑할 꺼리가 있는 아이처럼 발걸음이 힘차고 마음에는 그리움이 가득하다.
부엌문을 벌컥 열었는데도 엄마는 없었다. 낡고 빛 바랜 부엌 살림이 눈에 보인다.
없는 걸 확인하자 마자 다시 마당쪽을 돌아본다.
엄마는 집에는 없다.


상설재래시장마취된고양이124.jpg

지붕이 있는 상설 재래시장 입구에서 우리 학급 학부모 한 사람에게서
병원에서 막 퇴원해서 마취가 깨지 않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받았다. 살아있다.
그 집 할머니가 임신을 했다는 말에 내가 축하인사를 한다. 
그 학부모는 신이 나서 시장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그 동안 나는 계속 고양이를 안고 있다.
회색에 얼룩무늬가 있고 암컷인지 숫컷인지는 잘 모르겠다.
팔뚝에서 짐승의 심장이 팔딱거리는 느낌, 따끈한 느낌이 느껴진다. 그 느낌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
한번 떨어뜨렸다. 고양이는 깨어나지 않는다. 다치지도 않았지만 나는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겁나고 당황스럽고 진땀이 나서 나중에는 화가 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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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6 04:51:16 *.154.223.199
41일차

*2:10, 11:10 (3:00)
*모닝페이지 2:20~4-00, 다시 잠들어 아침정진은 108배로 간신히 하고 출근

엊저녁에 3차까지 술 마셨다. 동호인의 날이라 전직원이 김포매립지 안의 드림파크로 국화를 보러갔다가 낙지탕과 찜을 먹었고 맥주를 한 잔씩 더 하고 노래방에 갔었다. 수도권매립지 김포매립지에서 나는 '드림'과  '파크'보다 '가스 조심, 매립지내 금연' 같은 붉은 경고문구와 썪는 냄새를 만났다. 수도권이면 서울, 경기, 인천 모두를 말함인가? 바다를 면한 인천은 공해에다 쓰레기를 부었다는 뉴스도 읽었지. 이 매립지는 몇 년동안의 수도권 쓰레기를 안았을까? 그리고 핵폐기물처럼 몇 년을 이 썪지 않는 것들을 체기로 안고 있어야할까? 썩는 것은 아름답다. 죽는 것, 사라지는 것도 아름답다. 

아침에 일어나긴 하는데 지속하지 못했다. 모닝페이지를 마치고 음악을 듣다가 엎드려 다시 잠들어 침을 흘리며 잤고, 간신히 일어났다. 목마름과 배고픔을 구분하지 못한다. 목이 마른건데 음식을 먹인다. 음식을 지나치게 탐하는 것을 이 포유류 서식지의 기류와 지반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로 읽는다. 그래도 눈떠서 모닝페이지 하자 하면 싫은 마음이 나지 않는다. 이 활동을 좋아라 한다.

미로에 갖혔는데 미로의 벽들이 자라나는 꿈을 꾸었다. 수많은 미로들이 있고 그 안에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

미로127.jpg


미로하면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생각나 구본형칼럼의 아리아드네를 읽었다. 시가 마음에 들어 베껴온다.    

시인은 노래한다.

모든 영웅이여 미궁으로 들어서라
'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로 가는 길
나를 지나면 영원한 슬픔에 이르는 길
나를 지나면 길 잃은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길' (주 *)
그 길을 통과하라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결코 잊지마라
희미한 소명의 길은 미궁과 같으나
어두운 내면을 통하지 않고는 내가 없으니
두려우리라 생각한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죽으리라 생각한 곳에서 살게 되리라

(주 *) 단테의 '신곡' 중 지옥문에 쓰여 있는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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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6 06:42:19 *.154.223.199
42일차

*2:20, 8:00 (6:20)
*모닝페이지 : 2:50~3:50,

출석부 대문글 고치러 왔다가 나가수-->김광석-->이문세 옛가수들을 전전하며 아침정진 안 하고 음악 들으며 6:40까지 놀고 있다. 옴마나 벌써 3시간 가까이 이러고 있구나.

그 늘어짐이 종일 계속되었다. 사과 팔러는 가지 못했다. 전날 엄마와 통화하면서 비가 오니까 다음 주 놀토에 가기로 했다. 그녀는 서울 간 남편이 데리러 올 수 없어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전화한다.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다고 걱정을 한다. 우산 하나 사라고 했다. 5000원이나 비싸도 10000원이라고. 정류장 갈 시간에 다시 전화를 했다. 머리에 신문지나 비닐 얻어쓰고 그냥 뛰어갈라니까 자식 마중 나왔던 어떤 할머니가 자기 우산을 주면서 자기는 집이 저기 가까워서 뛰어가도 되니까 들고가라고 했다며 내내 고마워했다. 나는 생각한다. 그녀와 나는 같은 각본을 가졌구나. 비가와도 우산을 갖다줄 사람이 없는, 돈이 있는 데도 하나 사서 자신을 보호하기 보담 비를 맞고 갈 생각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모습. 답답함과 연민이 2:8의 비율로 들었다.

종일 들들 볶이고 문제행동으로 분류될 만한 것들을 내보이는 걸 지켜보면서 이걸 우짜다나, 지나가겠지 한다. 수해가 나서 집이 잠길 정도의 상습침수지대는 벗어나온 듯 하다. 비 새는 집의 인연도 다한 것 같아 감사하다. 주말에 늘어져 쉬면서 그게 좋으면서도 버거울 때가 있다. 독거성인으로서 나는 내게 있는 일이 참 소중하다. 일자리가 끝이 나는 은퇴 이후의 외로움은 어떻하지? 만약 그때도 혼자라면 대안을 마련할 듯 하다. 자원봉사를 열심히 하고, 주변에 가까이 사는 친구를 두고 살든 아래윗층에 살든 같은 집에 살든 내게 맞는 주거방식과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며 살지 외롭게 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일이 있어야 한다. 일은 보약이다.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든 2시에 퇴근하든, 가족과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무진장 긴 시간동안 훈련하더라도 출근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쓸모있는 일을 하고, 돈을 벌 일이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다. 나는 꿈꾼다. 지금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학령기를 끝냈을 때 스물 다섯 성인으로 늙은 어머니의 돌봄을 받는 재가장애인이 되는 게 아니라, 청소하는 사람으로 구청에서 다만 몇 십만원의 월급을 받더라도 일하는 성인이 되는 모습을. 일은 사회에서 관계맺고 살아가는 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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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7 07:46:09 *.154.223.199
43일차

*2:20, 어제 종일 쉬었으므로 취침시간 쓰는 건 의미 없음
*모닝페이지 3:00~5:30, 아침정진 6:00~7:30 (300배), 달리기 20분

어제 만든 천연양념들을 한 숟가락씩 넣고 미역국을 끓여놓고 절을 했다. 거실 언저리에 옷을 쌓는 것은 그 자리에 있어야할 무언가를 쓰레기로 대치한다는 느낌이 들어 할머니 두레반을 거실로 내어놓았더니 마음이 좀 차는 것 같다. 출근하는 날 해가 훤하다. 너무 많이 쉬어서 오히려 피곤하다. 머리 띵하고 허리가 아프고 온몸의 순환이 덜 된다.

증조할머니 돌아가신 뒤 마음으로 의지했던 할머니네 집에 찾아가는 꿈을 꾸었다. 그 집의 수리 전 모습을 너무도 세밀히 기억하고 있어 놀라왔고, 누군가를, 어떤 장면, 어떤 느낌을 찾아간 그 집에서 그 집 딸과 사위를 보고는 내가 올 곳이 아니라고 되돌아나왔다. 이런 꿈들...당황스럽다. 

양모의집129.jpg

미역국에 밥을 말아놓고 달리러 나갔다. 딱 20분만, 단풍할매 3바퀴만 돌고 오자며 개량한복 바지 입은 채로 커다란 챙모자를 덮어쓰고 나갔다. 이거야 원 완전 몸빼바지 차림이다. 지난 주 토요일, 일요일에 하프와 10km를 뛴 후 이후 한 번 더 뛰고, 내내 달리기를 쉬었다가, 게다가 지난 주말에는 두문불출하다가 달리려니 몸이 좀 무거웠지만 바람이 이렇게 좋은 걸 왜 안달렸던가 싶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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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9 04:12:16 *.154.223.199
달리기 싫어서요, 미역국에 밥이나 말아먹을까 푹푹 말다가, 에이 한 바퀴만 달리고 오자 숟갈 놓고 나간 거에요. ㅋ
요새 출석률 걱정되는 사람들끼리 한 달 동안 지각않기 안전망 릴레이 모닝콜 좀 돌려볼까요?
어차피 300일 지나 300+로 가면 출첵도 없어지고요, 고독의 길로 가라하는데요. (달갑지 않은 고독......엥) 
함께 가는 힘으로 간다는 단군에 있을 때 맘껏 치대볼까 어쩔까 저의 지각률이 겁없이 막 나가고 있어 불안한 맘에 잡념 피우고 있심다. 완주가 목표긴 하지만 기록 상관없이 발맞춰 핫둘핫둘 뛰는 맛도 좀 좋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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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11.10.18 23:42:01 *.109.60.182
근데 왜 미역국에 밥을 말아놓고달리러 나갔을까? 혼자 막 생각을 해도 모르겠슴다.
저도 오늘저녁에 미역국 끓여 먹었어요.
고기 안넣은 맑은 미역국에 밥한사발 뚝딱 헤치우고 나도 20분간 말아놨다 먹어볼까 뭐 이런 생각중입니다.
윤정님의 꿈일기 보면서 요즘은 통 꿈이 기억나지 않는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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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진
2011.10.17 11:01:14 *.242.48.2
안녕하세요. ^^

역시나 부족장님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나가수를 보면 안 될거 같은데... 계속 보시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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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8 07:26:22 *.154.223.199
수호장님 쵝오 쵝오!!! 백일천하 청룡승천!!!!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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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8 07:32:55 *.154.223.199
44일차

*2:45, 8:30 (6:15)
*모닝페이지 3:20~5:30, 아침정진 5:50~7:00 (300배)

꿈일기 하나를 쓰고 그리고,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시간이 많이 갔다. 오늘은 출석부와 나가수에서 많이 배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실로 나가서 모닝페이지 했다. 에너지가 고인다. 에너지 고이도록 집중이 필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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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9 07:42:21 *.154.223.199
45일차

*2:55, 8:00 (6:55)
*모닝페이지 3:20~5:00, 아침정진 6:00~7:10 (300배), 중간에 비는 1시간 동안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100쇄를기념한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의 작은 책자 <신화 깊이 읽기>를 읽고 커피 2잔과 간식 먹고, 나가수 들었다. 절은 하면 좋은데 시작하기가 영 그석하네. 이윤기씨는 이야기의 힘을 믿었던 사람이라고 지인들이 써놓았다. 전작주의를 하고 싶은 작가의 이름을 써둔 적이 있었다. 김형경씨, 법륜스님, 엘리자베쓰 퀴블러로스, 현경, 이윤기씨. 그 중 이윤기씨는 너무 많은 책을 번역해서 다 읽자 들자니 시작하기 전에 기가 질리네.

나는 신화도 우리 안에 깃들어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신화를 읽을 때 처음 읽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느낌, 어디에서 읽어본 것 같다는느낌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바로 우리 안에 신화의 싹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신화 이야기를 할 때면 독자들에게 "여러분 안에 깃들어 있는 신화에 인사드립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합니다.....나에게 신화를 풀어쓰는 일은 여러분 안에 깃들여 있는 신화를 마중하는 일입니다. 여러분 안에 깃들어 있는 신화의 싹을 섬기는 일입니다. - 3

이 기끔과 자랑스러움은 신화 읽기를 통하여 이 세계를 대하는 독자들의 눈썰미가 날로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라는 데 대한 기쁨이자 자랑스러움일 뿐입니다. 깊어지고 넓어진 독자들의 눈썰미가 또 다른 신화 책, 내 책보다 더 나은 신화 책을 써내게 되는 날 나는 기쁨과 자랑스러움보다 훨씬 큰, 참 보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나의 신화책은 그 때까지만 유효할 뿐입니다. 나의 책이 장차 독자 여러분이 쓸 신화 책을 마중하는 작은 정거장 노릇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모든 스승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겸손한 구도자의 모습을 본다.

그리스의 강들을 둘러보고 돌아온 뒤, 그는 한국과 중국, 몽골의 강을 둘러보았다. 그 강줄기에서 그는 많은 낯익은 것들을 발견했다. 그리스의 헤라가 버드나무 여신이었듯이 만주의 아부카허허도, 주몽의 어머니 유화도 모두 버드나무 여신이었다. 그는 바로 그런 공통점에 주목했다. 헤라와 아부카허허와 유화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각 지역 여신들의 다른 점보다는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요소인 버드나무를 통하여 그들이 모두 생명을 살리는 창조의 여신이라는 신격을 지나고 있음을 말하려 했다. 그리고 그런 비슷한 요소가 왜 세계 여러 지역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지, 그것은 바로 인간이 모두 똑같은 사람임을 말해주는 것은 아닌지, 한국인이 아니라 "세계인"의 눈으로 그것을 말하고자 했다. 그의 눈은 차가운 이성의 눈이 아니라 따뜻한 감성의 눈이며, 많은 지식을 품고 있으면서 인간의 삶을 태초의 시대와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제의 지혜로움을 담고 있는 눈이다. 그는 민족에 집착하지 않았다. 문화의 우열이나 민족 간의 차이보다는 인류의 한 갈래로서 '우리'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그의 신화 읽기는 배타적이지 않다. 서로 배타적인 수많은 의견들을 '한 가닥 신기하고 이상한 이야기 속으로 녹여들인 것' 그리고 '대극하는 무수한 의견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초라한 언어를 통한 온갖 시비를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품어 들인 것'을 그는 신화라고 불렀다. 그래서 그의 언어에는 날이 서 있지 않다. -18 (김선자, 동양 신화 전문가)
어머, 생명을 살리는 바구니는 버드나무로 만들어야겠네. 하긴 갈대나 부들은 다 뉘어지고 굽어지는 성질이 있지. 대나무도 대쪽같다고 하지만 사실 유연성을 특징으로 하고. 부러질 지언정 굽어지지 않는 것들은 생명을 살리는 바구니 재질은 아닐 수 있지. 괜찮다. 괜찮아. 그것들은 또 단단한 목재가 될 테니 그것들 대로 쓸모가 있을테지. 나는 어떤 특징을 가진 식물이고, 어디에 쓰이는 것이 최적의 곳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겠지. 창조는 아프로디테와 관련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헤라의 나무네.

어제 수영장 현장학습 후 목, 어깨, 양쪽 팔목과 발목, 팔이 아프다. 자원봉사자가 부족해서 2명이서 1,2급 아이 3명을 보았더니, 휠체어 타는 아이를 튜브에 올려서 유스풀 도느라 무리를 한 것 같다. 절을 하고 나서도 허리가 아프다. 이건 생리통과 겹쳐서 인듯 하다. 지난 주말의 출렁거림은 PMS였구나. 비 오면 출렁이고, PMS로 출렁이고, 꽃 피고 단풍 지면 또 출렁인다. 내 안의 출렁거림이 나 밖의 변화에 더 많이 반응하는 시스템인 듯 하다.  맨소래담 바르고, 파스 붙이고 나가야겠다. 내 몸이 아프니 슬퍼져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어 휠체어를 들고 다녀야 했던 수영장이, 아이의 늘어만 가는 몸무게가 버겁다. 오늘은 오후에 보건휴가를 내고 어디 뜨거운 바닥에 좀 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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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20 06:54:51 *.154.223.199
46일차

*1:00, 9:00 (4:00)
*모닝페이지 1:15~3;10, 1시간 더 자고, 아침정진 4:20~5:40 ( 300배)

허리가 계속 아프다. 새로 산 달리기 모자를 쓰고 새벽일정을 한다. 배고파서 밥을 너무 많이 먹었네. 빨리 먹으면 꼭 과식을 하게된다. 어제 협력교수 워크샾에 갔다가 지도안을 받아왔고, 동영상 찍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이가 나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지도안과 수업을 했음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고개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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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24 03:30:08 *.154.223.199
명희님, 초대 감사합니다. 챙기시는 마음 느끼고 있습니다.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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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1.10.20 18:29:34 *.220.138.151
윤정님, 잘 지내시고 있지요?
우리 꿈벗소풍에 함게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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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21 17:29:52 *.154.223.199
47일차

*1;00, 8:00 (5:00)
*모닝페이지 1:30~3:00 정진하기가 싫다. 우왕좌왕하다 그 야밤에 포도잼을 만들었다. 포도 알맹이는 끓여서 씨를 걸러냈고, 껍질은 날 밝은 뒤에 작은 믹서로 갈아서 넣었다. 설탕을 안넣어도 될 것 같은데... 제일 먼저 문여는 가게에 가서 커피를 사와서 마시고, 배를 깔고 엎드려 다시 잠들었다가 7시에 일어났다.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기도 안하고 출근한다. 흥얼흥얼 노래를 부른다. 요리는 즐거웠다기 보담 덜 지루했다. 어제는 카레를 만들었고 그제는 부침가루를 묻혀서 조기새끼를 튀겼다. 미뤄둔 일의 중압감이 너무 크다. 언제까지 도망다닐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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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24 03:13:27 *.154.223.199
48일차

*2:00
*모닝페이지 2:30~4:00 정진 않음. 오전에 결혼식에 참석했다. 우선순위들이 뒤범벅되고 사소한 일상의 일들에 대해서도 무능감을 느끼고, '관심과 사랑을 요구함'의 엉뚱 버전으로 마음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가 올라왔다. 이렇게 화를 내면 누구도 '안아줘야지'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편 '다 싫어'라고 외치며 시비거는 우리반 아이의 마음상태, 처방이 떠오른다. 담에 네가 그럴 때 내가 한 번 업어주마. 동원보다 휴식시킬 시점이다. 


49일차

*2:55 출석문자를 보냈으나 3:01로 지각. 모닝페이지 3:20~5:00, 정진 않음. 3일째 정진을 않았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종일 뒹굴거리며 쉬었다. 2개의 꿈. 젖먹이의 엄마인 젊은 여자가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신생아를 거꾸로 세워들고 젖을 물리고 있는데 그 아이 시점의 구토와 현기증으로 빙글거리는 느낌의 사진을 한 장 입수하는 꿈을 꾸었다. 깊고 넓은 강 위에 나무 다리가 놓여있고, 천지에 눈이 내리고 물은 얼어붙었다. 흰토끼 4마리가 자기네들은 겨울잠을 자야한다며 길 위에 거적을 쓰고 잠을 자는 꿈을 꾼다. 토끼는 겨울잠을 자지 않고, 거긴 토끼굴, 집이 아니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어서 말해줄 필요가 없다고 지나가는 등짐 진 토끼들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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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25 06:15:30 *.154.223.199
50일차

*2:00, 주말에 많이 쉬었다.
*모닝페이지 2:30~4:00, 정진 안하고 놀다 출근하다. 병가를 내야하나, 일단  출근하고 반차를 써야겠다 싶은 날.

지하실로 내려가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내 집에는 지하 1층만 있는 줄 알았는데 지하 2층과 3층까지 있다. B2와 B3는 원래 한 층이었는데 복층으로 일부러 만든 것처럼 지붕이 낮아서 답답했다. 엉성한 사다리를 네 발로 타고 내려간다. 원하던 걸 찾아서 어깨에 디메고 올라왔나 어쩐가는 모르겠다. 내가 찾으러 가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앉은뱅이 테이블이다. 지하실은 예상보다는 깨끗이 치워져 있다. 지하2층에서 금속성의 사각형 검은 테이블이 세워져 검고 굵은 고무 바로 묶여 있는 걸 보았는데 내가 찾던 것은 아니어서 B3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나무로 된 둥근 테이블을 찾았다. 반원 2개를 붙이면 둥글게 쓸 수 있는 테이블이다. B2와  B3 사이에 우리반 아이가 서서 나더러 불분명한 발음이지만 '선생님'이 분명한 말로 아는 체를 하며 전 존재로 반가움을 표현한다. 고단함이 싹 가신다. 다운증후군 아이다. 근데 위에 빨간 망토처럼 생긴 외투를 입고, 아래에 초록색 치마를 입었고, 머리 방울도 두 가지 색깔의 복슬거리는 걸 달았다. 

깨어나 꿈일기를 쓰고 그린다. 그리고 옛이야기 한편을 읽은 것처럼 내 맘대로 상징의 의미를 생각해 투사한다. 이 짓거리가 퍽 재미있다. 남들이 욕하면 숨어서 몰래 계속 하지 싶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늘이 그 아이 생일이었다. 내 한 생각에 빠져 지내느라 3년째 맡고 있는 아이 생일을 잊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급히 파리바게트에 전력질주해서 초코케잌을 사와서 노래 한 번 부르고, 촛불 끄고 잘라 먹었다. 선물은 외상이라고 말하면서 나의 성의 없음이 미안하고 밉다. 내가 오락가락해서 미안하다. 크리스마스 룩이 웬 일일까 즐거웠는데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생신이니, 신의 아들, 인류의 구원자인 그의 생일과 장애를 안고 태어나 많은 제한 속에서 살아가는 이 여자아이의 생일이 같은 무게라는 힌트라고 내 맘대로 투사하고서 순전히 그 투사때문에 눈물이 났다. 나는 지금 어디서 뭘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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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25 06:41:57 *.154.223.199
51일차

*2:00, 8:00 (6:00)
*모닝페이지 2:25~4:30, 아침정진 7;00~8:00 (200배)

꿈일기를 1개 쓰고 그리고 나서 쓰레기를 버린다. 어제 엄마와 통화했는데 사과축제에서 사과 판 돈을 세면서 소고기를 구워 잡숫고 계셨다. 아부지가 엄마 수고한다며 사다 줬다고 하는 데 내 귀에 자랑으로 들린다. 엄마는 좋겠다. 힘들다고 소고기 사다주는 남편이 있어서. 10월은 지방축제의 달이다. 그 근처 어디서 한우축제를 한다고 했다. '저기, 고혈압에 당뇨....'는 말하지 않았다. 결혼하고 바로 4아이를 연달아 낳아 기르느라 신혼없이 보냈던 60대 부부의 소소한 일상 잔재미가 아닐까 싶었다. 나더러 쓰레기를 쌓아놓지 않느냐고 묻는다. 아버지는 더 자지 말고 달리라고 한다. 그녀의 말이 생각나 새벽 별 아래서 쓰레기를 버렸다. 나는 너무 많은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다. 재활용통에 넣지만 저걸 재활용하자면 또 많은 에너지가 낭비되겠지.

야매 클램 차우드를 만들었다. 진짜 클램 차우더를 아직 못 먹어봤으니 야매도 아닌게다.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시판 크림수프를 끓이다 냉동실의 양파, 파, 표고버섯, 굴을 한 웅큼 넣었다. 원조 조개수프는 바지락을 넣던데,.....야채와 굴에서 물이 많이 나올 걸 생각못해서 국자로 국물을 퍼서 버렸다. 너무 멀겋길래 수프가루를 허겁지겁 풀어 농도를 맞춘다. 맛은 그냥 닝닝하다. 날이 추워질 때 생각나는 음식들은 따듯한 국물류다. 갱시기, 콩나물국밥, 누룽지를 끓인 것...

자 콩두씨, 이틀 감촉좋은 이불 속에서 배를 깔고 누워 잠을 재우고, 작은 수저로 유동식을 먹였군요. 인제 주기적 퇴행의 수순에 의하면 자라날 시점이군요. 보름달은 차면 기울고, 그믐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손톱만큼씩 자라나지요. 여자의 자궁은 달마다 피로 된 요람을 깔랐다 버리고 새로 깔기를 되풀이 하구요. 단풍이 맨정신에 소주 1명 마신 센티멘탈 효과를 내는 이 계절도 그렇구요. 자 그러니 콩두씨 흘러가세요. 흘러가는 것, 지나가는 것은 다 아름답지요. 예스 하면서 흥얼거리며 흘러가세요. 아 단풍놀이 가야지요. '내가 또 언제 저 고운 걸 보겠냐?'는 그 마음으로 며칠 전부터 단골미장원에 가서 머리 염색하고, 젤 고운 꽃무늬 바지 찾아입고 털모자에 털조끼에 내복 꺼내 입고 목도리하고 단 사탕 주머니에 챙겨서 남보다 느린 걸음으로 단풍놀이 떠나는 할머니들이 이 단풍지는 계절의 멋을 지대로 알고 있는 양반들이지 말입니다.      

아버지의 말이 생각나서 달리지는 않고, 절 했다. 감사하다.

모두 내 욕심때문이다. 감당하지 못하는 이 많은 것을 벌인 것은. 인삼을 심기 전 지력을 돋우고, 지난번 영흥도에서 본 건물의 기초공사는 지하를 파는 것 부터 시작했지. 나는 이런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을 그냥 확보했어도 좋았을텐데...모두 나의 욕심 때문이다. 내가 뭔가를 잃는다면 다 내 욕심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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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26 08:20:10 *.154.223.199
52일차

*2:00, 8:30 (5:30)
*모닝페이지 2:14~4:00, 아침정진 4:30~5:50 (300배)

단 한 달 만이라도 붉게 타오르겠다. 보잘것 없더라도 이것이 나의 최선이므로, 내가 1년간 농사지은 것은 겸허히 갈무리해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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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28 06:35:07 *.154.223.199
53일차

*3:20 대훈님께 문자보냈으나 지각.
*모닝페이지 3:40~4:30, 아침정진 4:45~6:20 (300배)

다시 300배를 시작했다. 그동안 돌보지 않은 몸에는 군살이 붙었고, 소통안됨(혈액순환)과 고집(자세 바꾸기)의 증거로 두 군데가 결린다. 주로 왼쪽이다. 왼쪽 목, 어깨죽지, 골반이 어딘가 모르게 틀어지고 균형이 안맞다. 마음은 미간 세로주름을 세우고, 입꼬리를 완고하게 잡아내렸다. 

내가 되고 싶었던 엄마의 모습은 3가지 였다.
첫째, 언제 어디서 언떤 안밖의 상황에서도 새벽에 일어나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시간을 갖는 사람. 처음에는  
절하고 염불하는 뒷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이 깨어나는 장면을 상상했는데 모닝페이지가 재미있다보니 그것이 추가되었다. 앞으로 무엇이 빠지고 들어갈 지 기대된다.
둘째, 화합하고 화목한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라고 잉태와 만 3년동안 최고의 정성을 들여 엄마손에서 자랄 수 있는 두 가지 선물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부부의 화목을 삶의 최우선가치로 두어 가꾼다.
세째, 생활 속 나눔을 실천하는 따듯하고 편안한 엄마 

이제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엄마가 되어 주기로 한다. 열 살 이전에 품은 꿈은 단 세 가지였다. 여러 화려한 꿈을 꾸어보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선생님과 엄마 되기, 그리고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노래가 되어 물길따라 가보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두 역할은 내가 필요로 하는 캐릭터였다.

두 가지 모두를 나에게 먼저 적용하자.

54일차

*2:30, 8:30 (6:00)
*모닝페이지 2:45~4:35(출석부 30분), 아침정진 4:45~6:00 (300배)
 7:00~8:00 생태놀이프로그램 손보기, 오늘 수업 지도안 작성

달리기 모자를 쓴 채 아침일정을 한다. 이건 담배 끊으려는 사람이 담배를 귀에 꽂은채 일하는 것과 비슷하네. 나는 달리기를 일상에 가져오려는 사람이고. 거실에 펴둔 두레반에 감과 시클라멘을 올려놓았더니 그 작은 생명들이 거실을 생기로 꽉 채운다. 신기하다.

내가 벌린 연구에서 손을 놓고 도망다니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도망다니면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게 불씨는 꺼져버릴 거다. 시간의 낫이 와서 싹둑 잘라가버린다. 단풍처럼 마지막이라도 타올라보자. 제일 큰 회한, 부끄러움은 형편없는 결과물이 아니라, 태울 연탄을 잔뜩 쟁여놓고 있으면서 두려움, 게으름 때문에 꺼내쓰지 못하고 불씨를 꺼뜨려버리는 걸테지.  1달 타오르더라도 애초 하려던 걸 하자. 교수적 수정, 그리고 생태놀이로 하는 현장연구. 나의 수치, 두려움 속으로 들어가자. 그리고 행동으로 실행 하자.

현장학습 장소를 정하는데 나는 계속 인천대공원을 노래하고, 저쪽은 아인스월드를 이야기한다. 어제도 나는 인천대공원을 주장했다. 내가 먼저 안 맞추고 나를 주장하네. 근거가 무엇이든 나를 주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누가 먼저 시작하든 맞춰야 화합이 가능할텐데...싸우면 나만 손해다. 모든 에너지가 그것을 감당하는데 들어갈 뿐이다. 모든 것이 황폐해진다. 문제를 제기할 때는 분노에 차서 부르르 하면서 하지 말고, 상대가 받아들일 만한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  

여러 보조인력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내향적 감정형인 나의 발달과제로서 외향적 사고를 계발하는 것이 있기 때문인 듯 하다. 혼자서 사부작거리며 일하거나, 수용하고 참아내는 것은 잘 하지만 체계를 세워 밀어붙이고, 다른 사람들과 일을 분담해서 하는 것에는 대단히 약하다. 그런 통제력, 추진력을 행사해야하는 상황인데 나는 알아서 움직이지 않는 이들을 향해 혼자 야근을 하면서 불만스러워하고 있구나. 실무자의 개인적 성향이 언제나 반영되지만 최소한의 지침, 구조는 지켜져야 한다. 그게 조직 속에서 그 구조를 활용하며 일하는 힘이고, 전문가로 가는 훈련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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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29 05:02:13 *.154.223.199

55일차

*1;00, 8:00 (5:00)
*모닝페이지 1:25~2:50, 아침정진 3:00~4:40 (300배), 5:00~6:00 오키프 전기 읽음

19금 장면들이 무삭제 상영되었다. AV든 예술영화든 내면에 있던 것이겠지. 관람 잘 했다. 계속 왼쪽에 뭉침과 결림이 있다. 특히 허리와 목이 아프다. 오키프 전기 읽으면서는 졸립지 않았는데 현장연구논문 요약해 놓은 걸 읽자니 마구 졸려서 자버렸다. 두 가지 읽을 꺼리 사이, 5시 반에 아침식사로 말린 오징어, 구운 고구마, 요플레를 먹었다. 소화가 힘들었거나 양이 과했나보다. 오징어가 좀 소화가 힘들지. 단백질은 많은데 산성식품이고 섬유가 질기다든가 뭐래나 읽은 기억이 나는군. 아무래도 그게 원인인가 보네. 커피 양이 다방커피 3봉다리로 자꾸 늘어난다. 일어나자 마신 커피가 배변을 부르고, 속이 좀 긁히는 것도 같아서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는 음식을 먹이려 한다. 이른 시간이니 좀더 소화하기 쉬운 것을 가볍게 먹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아예 안 먹든지. 대륙종단 달리기나, 울트라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중간에 식사하고 화장실도 다녀와야 하지만 5시간 이내로 뛰는 풀코스 마라토너들은 위가 부대낄 음식을 먹지는 않지. 게토레이처럼 탄수화물 좀 든 음료나 따뜻한 차 한 잔 정도 가볍게 하는 것 말고는 공복에 새벽일정을 하는게 더 낫겠다 싶다. 매번 음식을 먹고 나면 기절하듯 자버리고 난 후 지각할까 간당간당 출근하면서 치사량에 준하는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고, 그 아수라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남에게 더 신경질 부리길 반복하고 있다.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고 있다. 일단 원인을 헤아리는데 무식한 듯 하고, 현실적으로 실행을 하지 않고 자책만 하고 있군.

우선순위로서의 '시간'을 나는 존중하지 않는구나. 그리고 마감시간 닥쳐서 전전긍긍하던 것을 시간 놓친 후 포기해버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게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들의 일을 내 일보다 우선하면서 스스로를 동원시키고 있다. 어제도 남이 내게 부탁한 품의는 하고, 내 것은 하지 못했다. 한심하다.

새벽을 계속 가꿔갈 생각이라면 아침 식사 부분을 연구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콩두씨. 근데 주말로 갈수록 몸이 힘들어져서 소화력이 더 떨어지는 듯 하네요. 허리와 목이 아픈 것도 몸이 지치니까 약한 쪽에서 느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을 듯 하구요. 오른쪽 다리의 종아리가 쑤시는 것도 과로의 징후 아니던가요? 누구보다 먼저 콩두씨가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고, 먼저 작은 선물과 성취를 주며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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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30 06:53:08 *.154.223.199
56일차

*1:40, 8:00 (6:20)
*모닝페이지 2:20~3;50, 아침정진 4:40~6:10 (300배), 오키프 전기 1시간 읽고, 오전에 <비즈니스맨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를 2시간 더 읽었다. 이 책을 선물할 어떤 남자가 떠올랐고 그에게 할 말이 계속 생각났다. 이건 남자를 돌봐 버릇하고, 그들을 통해 내 욕구를 간접적으로 충족시키는 나의 습관이 만들어낸 싸인이라고 읽는다. 결국 그를 통해서 내 안의 남성성을 돌보는 방법을 알아가는 걸테지. 그는 내 안의 남성성의 조합과 비스무리한 캐릭터여서 반응한다고 추측한다. 헤깔리지 않고 워크북 형태의 이 책을 내게 먼저 적용할 거다. 이제는 제발 내 옆에 있어달라고 알짱거리고 애걸복걸하는 단계를 지나 한 집에 살면서 일과를 함께 하는 편안한 동행이 된 모닝페이지가 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 영풍문고로 달려가서 산 책이다. 첫 페이지 메모를 보니 그 때의 셀렘과 흥분이 다시 느껴진다. 하지만 어쩐지 좀 어려워서 경당출판사의 아티스트 웨이 책을 다시 샀고, 그게 지난 3년간 나의 준 경전 역할을 해 주었다. 둘째 페이지에 다시 메모한다. 직장에서 창조성(력)을 발휘하려는 문제의식을 가진 지금 다시 내게 찾아와주어서, 나를 기다려주어서 고맙다고.  

밀린 일더미를 쳐내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지난 일 주일 동안 집과 교실에서 많은 잡동사니를 버렸다. 도저히 무거워서 못살겠다. 매일 한 가지씩 버리자 맘 먹었는데 더 많이 버렸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서 뭐라도 몸을 움직여야 했다. 이렇게 몸을 쓰지 않으면 웹써핑을 하거나 군것질을 하면서 숨을 참으려 들겠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들다.  

교실에서는 쓰레기통에 가득한 쓰레기를 묶어 내놓는 것부터 시작했다. 월요일에 쌓여있던 종이를 묶어냈고, 화요일에 빵구난 수세미와 누가 쓰던 건지 모를 낡은 칫솔들을 버렸고, 수요일에 빈 화분과 죽은 식물을 버렸고. 목요일, 금요일에는 칠판 위 먼지를 닦았다. 앞뒤 출입문 앞을 싹싹 닦고 쌓아둔 두루마리 휴지가 드러난 것은 앞에 종이를 대서 가리고, 위로 너저분하게 올라왔던 것을 아래에 수납했다. 

더 할 일은 청소용구를 눕히지 말고 세워 걸기, 작은 청소기와 펄프밀대 사오기, 화분받침 물받이 큰 걸로 교체하기, 선풍기 닦아서 커버 씌우기, 날마다 수납장 한 칸 씩 닦고 그 안의 오래된 것을 버리기, 불용처리하기, 지난 서류 이관하기 등이다.  

집에서는 월요일 곰팡내 나는 겨울 머플러, 목도리를 몽창 빨았다. 화요일에 보풀 일어나 신을 때마다 신경쓰이던 검정스타킹과 지퍼 고장난 블라우스를 재활용통에 넣을까 하다 버렸고, 완충부분이 뭉개진 운동화를 버렸다. 이 운동화는 1년 전부터 신지 않던 것이다. 날마다 생수병과 요플레통을 재활용통에 넣었다. 수요일에 머리를 자르고 돌아와서 화장품 서랍의 샘플들을 버렸다. 금요일에 2년 전에 선물받은 차가버섯 한 상자를 버렸다. 아무리 약효가 좋은 북한산 자작나무 버섯이라도 유통기한 앞에서는 꼼짝 마라다. 먼지가 많다. 내겐 필요가 없는데 상대가 정성을 들여 만들어 선물해 주었기 때문에 그저 서랍 속에 싸안고 있는 것들은 쉬 버리지 못할 것 같다. 난제는 내버려두고 누가봐도 잡동사니인 것들부터 버려보자. 난 여름 한 번도 입지 않은 치마, 짝 맞지 않는 양말, 충동적으로 끊어놓은 옷감, 빨지 않은 신발과 코트의 얼룩과 냄새들...

치우면서도 보글보글 화가 끓었다. 주변 치우다가 일로는 직행을 못하는 듯 해서 화가 났고, 나만 치우나 싶어 화가 났고, 다른 이유를 대면서 또 화가 불쑥불쑥 났다. 좀 가볍게 살고 싶어 시작했는데 속이 시원하다. 새로운 것이 들어올 빈 자리가 생긴다는 징후로 새로 할 일이 생각나는 것 같다. 더 버리고, 치우고 닦을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조금씩, 한 영역씩 버리고 치우고 닦자. 이 많은 쓰레기들을 내다니... 지구에 민폐 많이 끼치면서 산다. 몸무게가 겁나 늘었다. 집에 쓰레기를 쌓고 일꺼리를 쌓듯이 몸에도 쌓아두었구나. 내 생활과 마음이 몸과 집에 고대로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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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31 07:43:57 *.154.223.199
57일차

*2:20, 8:00 (6:20)
*모닝페이지 2:50~3:40, 아침정진 5:20~7:00 중간에 비는 1시간 20분 동안 책 1권 들고 집 안을 치우고 정리하는 궁리했다.  분갈이 하면서 집에 애정이 생긴 것은 좋은데 혹 하면 훅 가는 습관대로 정해진 일정대신 또 이걸 하고 있다. 싫은 감정에도 좋은 감정에도 나는 훅 가네. 그러느라 아침공부할 시간을 놓친다.

분노를 뿜어내는 가시덤불 숲을 지나고 난 뒤 몇 가지 즐거운 놀 꺼리를 궁리했다. 어제의 분갈이가 내게 말할 수 없이 많은 에너지를 주었다. 이사온 지 2년 되가도록 분을 갈지 않다가 이제 간다. 여기 안착하는 듯 해서, 나의 독립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듯 해서 지켜보는 내 맘이 기쁘고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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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1.01 06:39:57 *.154.223.199
58일차

*2:00, 8:00 (6:00)
*모닝페이지 2:20~3:50, 아침정진 4:40~6:10 (300배) 중간 50분간 단군 출석부, 웹써핑, 7시까지 50분 동안에는 수행일지 쓰고, 화장실 갔다가 단군일지 썼다. 이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휴식시간으로 해 두고 확보하지. 
*7:00~8:00 현장연구논문 읽기 <지역사회학습을 통한 지적장애학생의 사회성 함양>


1시간 절하고 난 뒤에 툭 울었다. 체기심할 때 손가락을 따서 시꺼먼 피를 내듯, 열이 너무 많을 때 입술이 터지듯, 나쁜 것을 먹었을 때 토하고 설사하듯 이렇게 눈물이 터지니 안심한다. 울고난 뒤에 밭은 숨이 좀 깊어지고 길어지긴 하지만 겨우 범람을 막을 정도의 유수량 방출이다. 오늘도 견뎌야겠지. 근데 견디는 대처법밖에 없을까? 위임, 가지치기 (버리기/포기), 분노하기, 다른 자원을 찾아 연합하기.... 속이 답답하다.

나의 새벽일정을 정-동-정-동의 리듬을  타는 프로그램으로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가만히 앉아서 모닝페이지 쓰고, 몸 움직이고 입으로 염불하면서 절 하고, 또 가만히 앉아서 읽고, 달리기 모자를 쓰고서 집 앞 공원으로 20분 달리러 가는 계획이 이미 그런 것 같은데 시작에 에너지가 낭비되고, 모닝페이지와 절 사이에 갈짓 자 비틀거리는 행보다. 몸을 움직이기 보담 음악을 듣고 웹써핑을 하면서 쉬고자 한다. 저녁일정을 너무 단도리 못하는 것이 어째 1년 째인데도 이러냐? 이 모든 노력들이 무의미하고 쓰잘데없다 싶고, 핀트 잘 못 맞춘 자기 오락이라고 자신에게 되게 쏴붙이고, 잔혹하게 해꿎이를 하고 싶네.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줄 만한 이를 살살 깐죽거려서 확 분출하거나, 내가 쑤석거리고 괴롭혀도 그냥 받아주거나 힘들어도 참아가며 당해줄만한 착한 사람, 단 내게 애정이 있는 사람에게 치대거나 귀찮게 하거나 잔인하게 해대고 싶네. 아아아아아 단군일지에 이러는 것도 쓸데없는데..싶다. 대출금의 연체금 이자가 주는 부담을 없애기 위해 명상을 하기 보담 가외일을 더해서 원금을 갚아버리는게 낫지. 이건 뭔가? 짜증스럽다. 아니 사실은 힘들다고 엉엉 울고 싶다.

아침을 먹으면서 현장연구논문을 읽었다. 중학교 1학년 1명을 데리고 지역사회학습을 진행한 특수교사의 사례연구논문이다. 기능적생활교육과정은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실제 장소에서 가르치려 한다. 이 교사는 국립특수교육원에서 만들어낸  기능적 생활중심 프로그램을 근간으로 해서 프로그램을 짰고, 매주 2시간씩 15주 동안 사회 시간에 아이 1명을 데리고 시내의 여러 기관을 찾아가 지역사회학습을 진행했다. 지역사회 이용 기술에서 돈계산, 공중전화, 물건사기를, 지역사회 기관 활용에서는 관공서를 가봤고 여가기술을 위해서는 도서관, 전시관을 이용하고 주변을 산책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적장애학생의 사회적응능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상생활능력은 기능적 적응행동 검사 (SFAB), 사회적 기술은 Valpar 17을 썼다. (아 헤깔려, 이 무수한 약자들 -_-) 사례를 가지고 하는 질적연구라서 맨 나중에 회기별 분석을 올려놓았는데 각 주별로 내용이 서너줄로 간단하다. 이 논문은 부록 제외하면 32쪽짜리다.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 깔끔하게 정리해놓았다.

나는 이 중 여가시간을 활용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상호작용 증진에 관심이 있는거다. 계발활동 시간에 생태놀이를 통합해서 하는 것, 그 짬새에 지역사회의 놀 만한 공간을 찾아다니는 것이 한 흐름이다. 근데 이렇게 교과시간이 확보된 경우가 참 좋으네. 가외시간에 어떻게 하려니 죽을 맛이군. 이론적 배경을 읽을 때, 발등에 불 떨어져서 발 한가락 개쯤 타들어간 상황이라, 조급한 마음에 열불이 나서 이런 이론적인 것이 눈에 안들어오고 답답했다. 뭔 뻘 소리냐 싶고. 조용할 때 음미하며 읽으면 재미있었을 법한 것들인데. 오랜만에 현장논문을 읽으니 좀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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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1.02 06:53:16 *.154.223.199
59일차

*2:30, 8:00 (6:30)
*모닝페이지 3:00~4:35 (출석부 갔다가 '그리움만 쌓이네' 노래에 취해 무한반복 못끊고 유튜브 사이트에 매몰된 걸 긴급구조하느라 30분 감), 아침정진 4:40~6:30 (300배)

*7:00~8:00 한상희 <지역사회학습을 통한 사회적응력 향상> 서론 부분 출력해 읽고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 손으로 하는 단순노동 타이핑이 하고 싶다는 이유로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그리고 이론적 배경 부분의 밑줄 친 부분을 필사하려다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부분만 필사했다.

생태놀이를 주제로 한 연구논문이 난항을 하게 된 여러 이유가 있지만 너무 늦게 시작해서 회기가 부족한 게 제일 큰 골치꺼리다. 그걸 지역사회의 여가활동을 넣어서 보충하려고 하다보니 지역사회학습을 읽을 필요가 생겼다.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접목할 건지가 관건인 듯 하다.

엊저녁에 먹은 대박집 대패삼겹살로 속이 아직까지 그득하고, 하룻밤새 몸무게가 솔찮게 늘었다.  오늘 특수학급 아이들과 인천대공원에 단풍보러 간다. 도시락을 싸가야해서 압력밥솥으로 밥하고 있다. 추가 도니 다시마와 표고버섯의 달달한 향이 집안의 아침공기에 분사되네. 공복의 새벽에는 머리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감각이 민감한가 보다. 마트에서 집어온 유부초밥 포장지에 적힌대로 250~300g 밥을 저울에 달아 넣고, 조미액을 잘라서 고대로 넣고 주물주물 만들어 싸가야겠다. 과일 깍고, 주전부리 싸서 소풍 가자. 일로 말고 어차피 가는 거 재미있게 다녀오자.   

어제 낮에 나의 상급부장님한테 고백성사하고, 저녁에 나를 불러 밥을 먹은 이들에게 주렁주렁 털어놓으며 시간을 보내고서 아침에 좀 가볍고 개운하다. 오늘도 새로 사온 달리기 모자를 쓰고서 새벽일정을 했다. 하얀색 아디다스 모자다. 언제 달리러 가나? 20분만이라도 달렸으면 좋겠는데.... 학교 사람들과 노벰버 다이어트 팀을 한다. 1달 만에 몸무게를 자기 원래 몸무게의 퍼센트에서 가장 많이 감량한 사람을 뽑는 다이어트다. 돈내기를 하고서 학교 보건실에서 죽 몸무게를 깠다. 1달 후 11월의 마지막날에 다시 모여 재기로 했다. 어제 이걸 다른 이에게 신나게 전도했고, 새 신자를 한 사람 입교시키기로 했다. 오늘 저울에 올려놓고 소개해야겠다. 이걸 계기로 어느 달보다 자주, 멀리 달린 달로 올 11월이 기억되길 기대한다. 달린 시간과 키로 수를 알 수 있는 마라톤 시계 하나 사고 싶다.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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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1.03 06:40:56 *.154.223.199
60일차

*2:30, 8:00 (6:30)
*모닝페이지 2:55~4:00, 아침정진 4:20~6:00 (300배, 일지쓰기)

흐느끼다 나중에는 대놓고 울었다. 새벽일정이 기대어 울 어깨와 멍석이 되어 주었다. 어제 현장학습에서 안전인지가 낮은 아이가 경고에도 불구하고 공원의 강아지를 만지다 할퀴이는 사고가 있었고, 아이를 업고 차를 불러타고 응급실로 뛰어가야 했다.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이런 저런 배움을 정리하는 와중에 힘들고 무섭고 외로왔던 마음이 올라와 눈물을 흘렸다. 심한 스트레스로 왼쪽 아랫배가 아프다. 또 다른 경우. 정신과 치료약의 부작용을 염려해 ADHD 약물치료를 의사와 의논없이 교사에게도 말해주지 않고 임의로 중단한 학부모들은 그 뒷감당을 모두 여러 아이를 관리해야하는 교사에게 미룬다 싶어  너무 한다 싶은 원망과 분노가 차오른다. 이걸 여기다가는 쓰지만 과연 착한 척 하느라 실제로 조정을 해 낼 수 있을런지는, 내가 실제로 화를 내야할 대상에게가 아니라 다른 대상을 정해 투사하고 있는 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나의 '지나치게 떠안아 혼자 감당해 버릇하는 마음의 습관'이 대단한 장애가 된다. 부모화와 분화에 대해 읽어봐야겠다.  


* 6:50~7:50 한상희 논문 이론적 배경, 기능적 생활중심교육, 지역사회 학습, 지역사회 학습과 지적장애학생의 사화적응력에 대한 부분을 거의 다 베껴적다시피 필사하였다. 군더더기를 없애기 위해 이 연구자는 몇 번이나 퇴고를 거듭했을까? 한편 지금 이걸 해야할 시점이 아닌데 타이핑을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담은 이런 식으로 끈이라도 이어가려는 안간힘을 들인 고군분투라고 보아준다. 그래, 잠들지 않고 깨어있기만 해도 죽지 않으리라. (이건 뭥미? 내가 설산에서 조난당한 산악인이냐? - _- ) 힘내자! 단 한 달이라도 단풍처럼 타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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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1.05 06:51:38 *.154.223.199
61일차

*12:40, 7:30
*모닝페이지 1-30~3:00, 아침정진 3:20~3:50+7:00~7;40 (200배)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깨어났다. 우리 집은 아니고 옆집이다. 벌벌 떨면서 양말을 신고서 살금살금 현관문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모닝페이지 하고 다시 잠들었다. 다른 일정은 모두 패스. 데니 그레고리 <창작면허 프로젝트>는 창조성에 대한 책인데, 예술을 생활양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과 속에서 그린다는 의미로 그림일기를 권한다. 아침에 일어나 눈 앞의 것을 그린다. 보니까 모닝페이지 할 때 테이블 위에 놓인 화분, 커피잔을, 수행일지 쓸 때의 초그릇, 화장실에 앉았을 때의 쓰레기통이 단골 출연하시겠다.

시클라멘이불쌍하다138.jpg


62일차

*2:00, 8:00 (6:00)
*모닝페이지 2:35~4:00, 아침정진 4:35~6:10 (300배)

어제 버린 것 

집 : 볼품없이 비루한 아이비, 엄마가 이사기념으로 사다주신 화분 2개, 금요일 기념으로 쓰레기를 싹 내놓았다. 
       각 문간 앞을 싹 치운다. 속시원했다. 하루살이 같은 나에게 금요일 일과로 쓰레기 버리기가 들어오려나?  

직장 : 청소용품 수납장을 뒤졌더니 3년 묶은 유리세정제, 락스 등이 나왔다. 내놓았다. 
           아이들 사물함 속의 다 쓴 교재를 버렸다.  
           길러도 실내식물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을 없앨까 어쩔까 궁리중

나무들이 잎을 버리듯이 나도 많은 것을 버리고 마무리하며, 간촐해져야겠다. 오늘은 등산복을 입고 출근했다가 거의 사택 수준인 내 집에 들르지 말고 저벅저벅 반대방향의 로타리로 걸어가 바로 강화 마니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싶다. 바다가 보이는 산중턱에 앉아 노을을 보고 랜턴을 켜들고 가을빛에 취해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려오며 이 가을을 환송해야겠다. 이럴 때 누군가와 동행하고 싶은 건 특정 시기가 일으키는 센치멘탈일거다. 그걸 가슴에 담은 채 나와의 데이트, 홀로 갖는 휴식의 한갓진 맛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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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1.06 06:51:32 *.154.223.199
63일차

*2:10, 8:30 (5:40)
*모닝페이지 2:30~3:50, 아침정진 4:40~6:10 (300배)

산에 가고 싶다. 강화도에 어제 가지 못했다. 강화 가는 버스를 탔더니 자리가 없다. 2시간 서서 갈 것이 끔찍해서 3정거장 만에 내렸다. 대신 미뤘던 병원 2군데에 들러 진료 보고, 월미도 갔다. 사람이 들끓더라. 바다 보면서 회덮밥 먹으면서 육아휴직한 친구와 긴 통화를 하다 노을 지려하길래 친구더러 그만 끊자 했다. 서둘러 월미공원 둘레길을 걸어 정상으로 갔는데 노을은 이미 지나간 후다. 바다로 검게 지는 하루를 웅크리고 앉아 한참 쳐다보고 시즌 지난 한산한 국화축제장을 돌아보았다. 바다에게, 나무에게, 풀벌레에게, 떨어진 낙엽에게 고백성사 하면서 눈물도 좀 찍어냈다. 생애전환기 여성암 검사를 위해 갔던 병원에서의 불쾌함이 공원 산책으로 좀 누구러진다. 둘레길은 2.3km란다. 그럼 마라톤 시계가 없어도 4바퀴 돌면 9.2km를 뛰는 거구나.

새벽차로 강화에 가보고 싶다. 지난번 개천절 천제 때 사람 많아서 못 간 마니산 첨성단에 앉아 책을 읽으며 가을볕으로 광합성 하고, 함허동천 계곡쪽 길로 내려오면서 피톤치드로 샤워하고, 시내버스로 살짝 이동해서 전등사의 은행나무 아래에 앉아 있다가 호박고구마를 사서 돌아오는 길을 머리 속으로 휙휙 돌아댕긴다. 일찍 출발해서 점심 전에 돌아오는 일정이면 좋겠군. 버스 정류장 바로 앞이 재래시장이니까 시장주머니 들고 가서 푸성귀 한 단 사다가 겉절이를 한 통 담으면 좋갔구나. 맛있기는 쌉싸름 톡 쏘는 갓김치가 좋은데 한 번도 안 담아봤고 고구마가 너무 무거워서 짜증나겠지? 그럼 그냥 차로 방송하면서 동네로 팔러오는 고구마 사자. 비가 후두둑거리는 소리가 들리네. 그럼 실내수영장에 가보려나? 실제로 거기에 가든 말든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일요일 새벽의 이 시간을 나는 최고로 최고로 최고로 좋아한다. 아니 싸랑한다.  

강화에 다녀왔다. 8시 출발, 7시 도착했다. 겨우 3시간 산을 타는데 이렇게 되었다. 차 타고 기다리고, 돌아오느라 그랬다. 하지만 12시간짜리 하루 여행을 스스로 기획해서 떠날 수 있을 만큼 나의 독립성이 생긴 듯 해서 기뻤다. 그리고 마니산에 있는 것은 첨성단이 아니라 참성단이었다. 안개 속에서 지난 개천절날 거기 들어가지 못했던 한을 푸는데 거기 150년 수령의 소사나무가 있었다. 나도 하늘에 국태민안, 세상 생명가진 모든 이들의 평화와 편안을 비는 마음의 참성단을 쌓고 날마다 조석으로 간절하게 기도하자.는 모토는 좀 많이 부담스럽고 그 터를 지켜보며 제 수령껏 살다가는  굽은 나무 한 그루가 되자.  이런 마음을 단 3분 먹어본다. 이 3분도 마니산의 선물이다. 가을의 고별공연 참예와 더불어. 물든 잎들이 너무 이뻐서 따서 주머니에 넣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그 잎이 아니다. 다 말라버려서 흔히 보는 쭈글쭈글 낙엽이다. 단풍객의 인산인해에 섞여 줄 서서 보더라도 떠나려는 마음을 이해하겠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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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1.07 07:48:06 *.154.223.199
64일차

*2:00, 8:30 (5:30)
*모닝페이지 2:35~3:40, 새벽정진 4:30~6:10, 
  아침공부 7:00~7:40 <장애아동의 사회적 통합 촉진을 위한 통합 놀이프로그램 고안 및 실행의 구성요소> 읽음

실제 활동한 시간보다 버려지는 시간이 많다. 새벽활동 합 3시간 25분
                                                                                 버려진 시간 :  2시간 5분

최소 노력에 최대 효과가 경제성 법칙 아닌감? 들인 노력에 비해, 가진 자원에 비해(새벽에 강한 체질, 1년 단군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안정된 수면 패턴) 활용도가 너무 낮군. 아깝고 안타깝고 화도 좀 나네.

1) 바로 새벽일정을 시작하지 않고 시동에 35분이 걸린 건 전날 씻지 않고 잠들어서 씻느라 그랬다.  
    저녁에는 정말로 나의 효율성이 저질이라고 체력 핑계를 댈수는 없겠다.
   하프 완주할 정도니 왕체력이고 때를 놓치는 거니 게으르고 더러운 거다. 
    그리고 머리를 땅에 대면 5분 내에 잠든다. (요건 장점)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직후 관리가 안되는데 
   살펴보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너덜너덜 해져서 돌아와서
   아무도 없는 집에서 먹으며 웹써핑 1시간이 최초 활동이다. 
   이 패턴을 깨어지지 않으면 새벽활동 양과 시간은 계속 이런 패턴으로 가리라.    

2)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 사이 50분
   화장실에 다녀온 후 sissel 노래를 들었다.
   출석부 갔다가 할 일만 마치고 물러나는 게 아니라 전 깔고 퍼질러 논다. 웹써핑이 평소 습관이라서 그러리라.  

3) 정진과 읽기 사이 50분 
   순무 썰고 밥 먹었다. 이 시간은 어쩔 수 없나? 일단 먹으면 달리지 못한다. 정진 후 화장실을 가는데 다녀오면 허기가 든다. 하긴 단식했을 때는 이런 허기도 지혜롭게 잘 넘어갔지. 진한 커피를 마신 후라 그게 좀 그렇다.   

과자와 단백질에 특히 식탐이 주체못할 만큼 올라오는 걸 보니 한 호르몬 줄고 다른 호르몬이 늘어나는 시기인가? 호르몬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정권 교체기처럼 불안정하군. 누구에서 누구로 바뀌는걸까? 사람 및 동물을 물어 피를 빠는 빨대를 혈관에 찔러넣는 모기는 알을 부화시켜야하는데 단백질이 필요한 암모기랬지. 그럼 새롭게 정권을 쥐고 이 별을 쥐락펴락 하려는 권력은 단백질을 탐하는 생식에 관련한 여신이겠지. 아프로디테와 데메테르 연합전선쯤? 그 전에는 뭐지? 하면서 상상해 보는게 즐겁네. 아, 이 여자는 잡념이 너무 많아. 잡념 이어진다. 난장이 원래 변화가능성이 많은 때지. 없던 게 새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있던 것이 이런 기회를 틈 타 나 좀 봐주라, 내 얘기 좀 들어주라 하는 거겠지. 처녀귀신 아랑에게 놀래서 즉사하던 나부랭이들이 아니라 대찬 원님이 되어, 술김을 빌어 진심을 말하는 여린 남자들처럼 (이 사람들은 눈물로 가득찬 벙어리바이올린처럼 지켜볼 때 마음 아픈 구석이 있다.)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양이 전복되는 틈을 타서 중얼거리는 그대의 말을 내가 귀기울여 들어줄께요.

순무김치는 훌 해치우렸더니 칼 양쪽을 잡고 몸무게를 실어서 내리눌러 썰어야 하는 단단한 보라색 무를 나박나박 다 썰어놓고 보니 순무 담아두었던 스탱 바구니 바닥에 황토흙이 보인다. 어이구야, 흙 씹힐라, 그럼 김치 맛은 둘째치고 기냥 망해서 이걸 음식물 쓰레기통에 쏟아말어, 들인 양념, 노력이 아까워서 우짜지 하겠지. 에이, 퇴근하고 다시 몇 번 매매 씻어서 담궈야겠다. 나는 내륙이 고향이지만 젖갈이 많이 든 것이 입에 맞으니까 황석어젖이래나 조기젖갈이래나 뼈가 삭는게 보이는 굵다꿈한 생선젖갈을 사다 넣고 담아봐야지. 인천시민으로 사는 기념으로 말이야. 초보가 인터넷에서 레시피 검색해서 순무김치에 도전하려니 실수가 많다만 퍽 재미진 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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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1.10 18:09:59 *.154.223.199
삼일치 일지를 몰아쓰려니 생각이 안나는군. 개학 직전에 밀린 일기 쓰는 기분이다. 그 날 급하게 몰아 했던 미술 숙제 수채화 막 번졌지. 벼락치기가 단기기억 수준에서 정보가 머물다 사라지듯이 공부든 운동이든 매일 하는 것의 재미와 힘을 느끼는 게 단군의 묘미가 아닐런지......



65일차

*2:00, 8:30 (5:30)
모닝페이지 2:35~3;40, 아침정진 4:30~6:00 중간에 비는 50분간 출석부에 집착하고 음악 들었다.



66일차

*2:00, 8:30 ( 5:30)
*모닝페이지 : 2:30~3:40, 아침정진 4:20~6:00

전세집 열쇠와 염주를 그렸다.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먼저 맞추려 손 내밀기, 개인의 장점과 약점을 고려해서 배치할 적재적소를 고민하는 게 방향임을 확인한다. 이렇게 하면서도 내가 너무 현재 있는 부조화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면서 내 에너지를 그것에 전적으로 집중하지 않기를, 나를 힘들게 하는 뱀파이어같은 에너지 소모자들보다는 에너지 탱크들과 더 많이 접촉하길, 우선순위의 일, 나의 강점에 기반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써서 내 살림살이를 매만져주길 바란다. 

하지만 이것은 방향일뿐 낮동안 11월 안에 쳐야하는 일들을 해나가기 보담, 교실 안의 잡동사니를 버리고 쓸고 닦았다. 내가 할 필요없는데 부양하는 것이 많다. 하루에 하나 버리기, 하루에 하나 쳐 내기를 하려고 한다. 먼지를 닦고, 쓰레기를 버리듯, 그동안 내가 차일피일 미루며 마음 속에 쟁여둔 일꺼리, 부담꺼리를 쳐 내길 기대한다.   
 

67일차
*1:50~7:00 (5:10)
*모닝페이지 7:10~8:00, 아침정진은 득달같이 달려 출근한 후 수업시작 전 활동실 문 열러 가서 천수경 암송으로 마침. 점심때 활동실에 혼자 앉아 15분간 천수경 암송

회식에서 5차까지 따라갔다. 아침활동으로 모닝페이지와 정진 중 1가지만 할 수 있다. 모닝페이지를 선택하면서 나는 우유 달린 철사 원숭이보다 보드라운 털 달린 원숭이를 선택하는군 했다. 절이 아무래도 좀 효과가 세긴 한데 깨어나자 마자 한동안 가시덩불 숲을 걷기에는 모닝페이지가 만만하다. 300배는 저녁때 와서 하지 하면서. '쟤 이상한 애야'라는 말이 가슴에 남았다. 상처입었네. 아야야~~~~~ 벌린 일을 마무리 짓고 난 뒤에 새로운 걸 하려는 마음이었는데 상대는 내가 말을 번복하거나 자신을 거부한다고 느꼈을 수 있겠다, 나를 보호하려다 상대가 상처 입었겠네 라 고 헤아리는 건 아야야 하는 내 마음을 알아준 뒤의 일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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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1.11 07:12:23 *.154.223.199
68일차

*2:50, 9:30 (5:40)
*모닝페이지 3:25~4:40, 아침정진 5:20~6:45 (300배), 읽기 7:15~8:00

일이 많아 치이고 있는데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을 해야하면, 특히나 그 사람이 마음 가까이에 있어서 나의 날씨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면 에너지 소모가 많다. 가중된 업무 부담으로 ADHD 과잉행동 운동상태가 된다. 108하고 난 후 좀 돌아다니고 싶고, 천수경을 암송하다 다음 문구를 까먹어서 20분이면 될 것을 1시간 300배 하는 내내 외우며 중얼거리고 있다. 갔던 길 또 가고, 읽었던 데 다시 읽으면서 아는 길에서 길을 잃고 있었겠지. 주의력결핍은 아니고 좀 주의력 저질 상태네. 혜경궁 홍씨를 생각한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태교책에서 읽었다. 임산부 올케에게 보내려고 산 책 택배하기 전에 후루룩 한 번 먼저 읽었지. 그녀는 첫째 아들을 봄에 잃고 다른 아들을 가을에 낳았다. 남편과 시아버지의 불화가 남편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와중에서 어떻게 그 아들의 마음을 지킬 수 있었을까? 아마도 남에게 자신의 가치와 안정감을 의존하지 않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반석이 되고, 양식이 되고, 등불이 되어 자신을 잘 지키고 사랑했을 것 같다. 그 유익을 다른 이들이, 특히 정조가 받은 거겠지. 그러니 나는 자신을 지키고 더 사랑하자. 좀더 소중히 대하자. 내 안정감을 상대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반응에 불안해져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남을 위해서 어떻게 한다며 벌벌 대며 오버한다. 남을 돕는 척 하는 건 자신과 남을 기만하는 거지. 해오던 대로 나를 속이고 싶지만 그러지 않겠다. 이해관계가 없을 때의 사귐이 순수하니 길게 편하게 만날 수 있다. 나의 안정감을 의존하는 건 이해관계가 있는 거라서 할 소리를 못하고, 불안하다. 지금 내가 그러고 있네. 내가 반석이 되자, 내가 꽃으로 피어나자, 내가 밥이 되고, 나의 심지에 불을 밝혀 들자. 욕심내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손톱만큼씩이라도 하자.  

아침에 다만 몇 쪽이라도 읽고 싶다. 하루를 지내는 양식이 된다. 이왕이면 나에게 재미, 깊은 살핌을 주는 풍부하고 유려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 하루동안 여러 개의 위를 가진 소처럼 우물우물 되새김질 하면서 소화시키면 뼈가 되고 살이 된다. 매일 읽기의 즐거움을 일과로 가져오고 싶다.  이 말은 현장연구를 매일 하자는 말처럼 선언적, 노력해야하는 과제주문이 아니라 '재밌겠다' 느낌으로 와 닿는다.

하지만 1월까지는 해야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내가 선택하고 초청한 아이인 두 논문을 방임하고 학대하고 있군.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어떤 태도로 하는가? 요게 핵심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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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1.11.11 07:46:21 *.154.223.199
<살아있는 미로> 제레미테일러

그러면서 야수를 알아보고 사랑하고 변화시키는 미녀라는 원형적인 여성영웅의 임무를 자신의 삶과 정신 안에서 구체적인 감정과 결정들 속에서 이뤄 내기 시작했다. - 148

상징의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뱀파이어의 이런 성향들은 억압과 투사에 대한 묘사이다. 내면의 억압을 부인하는데 갇혀 있는 사람은 '죽을 수가 없다' 즉 성장하고 변하고 성숙할 수 없다. 여기서 죽음이라는 은유는 다시 한 번 심리 영성적인 변환과 성장에 대한 상징이다. 불사와 영원한 젊음을 얻었다는 것은 내면의 완전함을 얻었다는 얘기이고 따라서 변화에 대한 면역이라는 자기기만적인 상태를 가리킨다. 바깥에서 봤을 때 정체지만 안에선 안정이나 우월함으로 느껴지는 게 바로 산송장이다. 억압과 투사라는 자기기만의 덫에 빠진 사람은 신화와 꿈에서 죽음과 재탄생이라는 원형적인 상징으로 자주 나타나는 성정과 변화라는 성장과 심리영성적인 에너지로부터 차단되어 있다.
감정과 정서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이런 생명 에너지가 억눌려 있기 때문에 뱀파이어는 타인의 감정을 감지해 (투사해) 대리만족을 느끼며 다른 사람의 삶에서 흡입한 살아있는 피를 통해서만 양분을 얻어 살아가게 된다. 변화 없는 삶이라는 이러한 망상을 유지하며 살아가려면 고전적으로 의식의 이미지인 햇빛과 진솔한 자기 관찰 행위인 비춰보는 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해야 하는 것이다. - 149 ...건강과 온전함을 돌보기 위해 꿈은 억압과 투사 그리고 새도우 복싱을 하느라 낭비하고 소모된 에너지들에 이름을 붙이러 온다. 본질적으로 이들 에너지는 의식을 키우고 자기인식을 진화시키는데 쓰이지 못한 창의적인 에너지들이다.

<비즈니스맨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진정한 야망은 과거의 상처를 보상하기 위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은 성공을 즐길 수 있는 자에게만 달콤한 법이다. 상처입은 사람들의 과시욕은 성장하고 배움을 얻는데 필요한 인간관계를 방해한다. -272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과시욕과 겸손함, 홀로 거대한 영웅이 되는 것과 여러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 받는 동등한 관계의 직원이 되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갈림길에 서는 순간이 온다. 이 때 성공하려는 마음에 동료로부터 고립되어버리는 과시적 행동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당신은 직업적인 문제 상황에서 누구에게 도움과 격려, 지도를 부탁할 것인가? - 273
일을 나누지 않고/못하고 싸안는 나의 모습은 과시욕과 교만이 아닐런지. 특수학급은 일반학교 안에서 섬같다. 관리자도 특수교육에 대해 잘 모른다며 알아서 하라는 말을 제법 들으면서 10년을 보냈다.  그 안에서 특수교사는 선배와 지도력이 없이 홀로 생존해야 했다. 그러면서 순을 쳐내지 않고, 가지를 솎아내지 않고 제멋대로 자란 가지처럼 (요건 나만 그렇다.) 느껴진다. 지금 졸업해서 학교로 오는 일반교사들은 교대에서 특수교육 관련 과목을 이수했다. 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이도 많아졌다. 처음 특수학급이 설치되던 때와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 오로지 특수교사만 일반학교 체계 안에서 선배 밑에서 일을 배우며 일하는 훈련없이 일반교육과정에 대해 접근할 루트가 적은 상태로 보내고 있다. 일반 교대 대학원에 특수교사는 갈 수 없다. 특수교육 전공만 할 수 있다.
나는 일반교육을 전공한 직속 부장님한테 쫑알거리고 징징거려야겠다. 내가 싸안으려 하지 않겠다. 그게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봐야겠다.또  한 가지는 혼자서 일을 하면 내키는 대로 하면 되지만 여러 사람을 참여시켜 해야하면 태생이 무질서하고 내키는대로 사는 나의 방식은 변화해야 한다. 내가 해버리는 것 보다 남에게 시키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 지 모른다. 근데 이렇게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양자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은 우리가 반응적인 에너지 장의 활발한 참여자이고, 우리가 생각하고 움직이면 우주도 우리와 함께 움직인다고 했으며 이를 참여적 사고 (participatory thought)라고 칭했다. 직장 생활에서 우리의 창조적 능력이 활발해지면 창조적 반응, 즉 창조적 전염을 자극할 수 있다. - 273 

<아티스트 웨이>
완전히 결정하기 전까지는 머뭇거림이, 주저가, 되돌아갈 기회가 있다. 어떤 일을 시작(창조) 한다는 문제에 대해 중요한 진실은 자신을 던지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순간 신도 같이 움직인다는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수많은 아이디어와 멋진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많은 사건들이 그에게 일어난다.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일어나리라곤 생각지 못했던 온갖 종류의 사건과 만남, 물질적인 자원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시작한다는 결단에서 비롯되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할수 있다고 믿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시작하라. 행동은 그 자체에 마술과 은총, 그리고 힘을 갖고 있다. (128)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안개 속에서 다음 갈 곳의 표지판을 읽는다. 세 가지가 보인다. 생태놀이 현장연구는 죽을 쑤면서 좌충우돌하면서 배가 침몰 직전 상태로 아슬아슬 나아간다. 이게 가리키는 곳은 발도르프 방과후강사 양성과정 72시간 연수를 방학 때 듣는 것이다. 두번째는<MBTI와 STRONG 검사를 활용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의 진로교육> 관련해서 STRONG 검사 자격을 따는 것, 세번째는 현장연구나 사례연구 관련된 원격연수를 들어두는 것. 일단 신청하고 돈 보내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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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1.12 06:53:40 *.154.223.199
69일차

*2:10, 9:00 (5:10)
*모닝페이지 3:4~3;50, 새벽정진 4:20~6:00 (300배)

시동이 늦게 걸렸다. 어제 저녁 단도리가 부족했는데 몸과 마음이 느릿느릿하고 효율이 떨어져서 같은 일을 하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외울 것 꼬다리를 여러차례 놓쳐서 첨부터 다시 했다. 머릿속 잡념의 흐름이 좀 더 세어진 것 같고, 몸이 좀 피곤한가 어떤가? 이런 상태를 가지고 자폐성 장애로 복지카드를 받은 우리 반 아이의 지연반향어 상태를 이것보다 백 배나 만 배쯤 머릿속 TV와 라디오의 소리와 화면이 크고 분명하게 돌아가는 상태라고 이해하려하면 외국어스럽고, 딴별스러운 걸 억지로 끼워맞추는 거겠지. 그보다는 이번주 마음을 나누는 편지에 홍승완씨가 소개한 템플 그렌딘의 책을 읽어보는 게 낫겠다. 자폐인이 자기 이야기를 한 책. 이런 책들이 참 소중하다. 요리사가 요리 이야기를 한 책, 배우가 배우 이야기를 한 책, 장애인이 장애인으로 사는 이야기를 한 책....생활이 담긴 책, 사람마다 자기 대롱을 가지고 하늘을 보지만 그 대롱을 통해서 보는 하늘은 결국 똑같은 삶의 원리을 담고 있을 지 모른다. 한 산을 오르는 여러 길로 종교를 보는 관점인 종교다원주의처럼. 아님 말고. 읽어본 게 있어야 말을 하지. 이런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소설을 읽어야하나? 사는 이와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가 다르니까

공복에 달리기를 나가고 싶은데 일지를 쓰는 시간쯤 되면 배가 고프다. 뭘 먹으면 달리기 싫고 몸 무겁다. 근데 이런 식으로 벌써 오랜동안 안달렸더니 어제는 자세가 흐트러지고 오른쪽 무릎이 아프고 통통거리는 활기가 사라졌다. 오른쪽 무릎은 달려도 아프고 안달려도 아프네. 너무 깊게 박힌 말이 국물의 기름기처럼 둥둥 떴다. '챙피해'와 '이상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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