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1단계,

첫

  • 권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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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4일 15시 04분 등록
1. 제목 : 그녀를 위하여


2. 새벽기상 시간 및 새벽활동 시간 

    2시 40분, 3시-5시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아침정진 ; 천수경-예불문-반야심경-해탈주-108배-명상 10분-경전 1페이지-수행일지-보시 천원)

 
3. 목표 : 새벽지구 안전기지 기초공사
  
   1) 새벽기상 90% 성공
   2) 퇴근 후 전환 신체활동 20분 70% (주 5회)
   3) 저녁정진 80%


4. 새벽기상을 위해 절제할 저녁활동 및 예상난관시 극복방안

1) 저녁 절제
-9시 취침 / 저녁 소식
-퇴근 후 전환을 위한 신체활동하기 : 전환이 안되면 탄수화물 과식, 웹써핑, 나를 짐짝처럼 부려서 잠을 잘 것이다.
동네 산책, 노을 보기, 시장 구경, 나무 아래 앉아 가벼운 것 읽기, 카페 가기, 달리기 등 뭐든 몸으로 하는 즐거운 활동을 하러 가방 놓고 옷 갈아입고 나와야한다.

2) 예상난관과 극복방안
-무리한 계획 ---> 주간 단위 평가. 오프모임에서 수정
-감정기복이 실행의 지나친 기복을 가져옴--->혼자가 아니고 방학이 아니어서 안전망이 많다. 기대어 가겠다. 
-직장 안의 인간관계와 업무가 몰리는 시기, 사이버대학교 시험기간 겹칠 때---> 업무 우선순위, 계획에서 자문받기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잘 때 어려움 --->알람 가지고 간다.


5. 목표달성 후 긍정적 변화
1) 더 자주 미소짓고 가장 사랑하는 자연인 해뜨는 구름, 해질녁 노을과 산그늘을 매일 보았을 것이다.
2) 습관에 구축하는 안전기기 기초공사 1년 과정 중 100일 진척 


6. 나에게 주는 보상 

1) 나에 대한 것과 회향(나눔)을 묶기
    자기 강화는 좋아하는 물건(확실한 창조적 사치일 것!!)과 활동(내 영혼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을 섞어 제공
    힘 받기 위해서 부족원이 모이는 중간모임과 벙개에 최대한 참석한다.  

2) 정기적인 보상
7일     (시작이반상_9.12)------> 아이크림과 에센스 emoticon
30일   (성층권상_10.5 )---------> 달리기 복장emoticon & 맛있는 인스턴트 커피 여러가지 구입  emoticon
50일   (반환점상_10.25)---------> 달마와 풀라의 가족세우기 웤샾(10월 30~31일) 참가권 (20만원)
75일    (계속걸음상_11.19)-----> 오션월드나 캐러비안베이 하루 놀기
100일 (알라뷰땡큐상_12.14)-->  아버지 환갑 기념이면서 최초의 가족 여행(나 일곱살부터 가자던 그 기차여행)  

3) 목표 달성상
아침기상 90% - 오제은교수 내면아이 워크샾 참가권 (50만원)  
저녁정진 80% -  쉽고 아름다운 그림책,동화책(힘,위로 되는 신화 충실히 들어있는), 식물 그녀들에게 보내기         
20분 달리기 60% - 제주 올레길 가기


7. 목표 달성 평가
 

구분

목표

1주

2주

3주

4주

5주

6주

7주

8주

9주

10주

11주

12주

13주

14주
(9일)

계(성공률)

3시 기상

90%

6

7

7

7

6

7

7

6

7

7

7

7

3

7

91

새벽활동

모닝 

페이지

100%

7

7

7

7

7

7

7

7

7

7

7

7

7

9

100

아침 

정진

100%

7

7

7

7

7

7

7

7

7

7

7

7

7

9

100

기타

활동

20분운동

70%

(주 5회)

3

7

5

6

2

7

5

4

5

1

2

1

3

7

58

저녁정진

80%

(주 6회)

6

2

2

5

3

5

0

1

0

0

3

0

0

1

29

 


[1주 점검] 기상시간, 새벽활동 순조롭다. 어려운 건 저녁전환, 정진이다. 퇴근 후 바로 자서 일어나도 불안정.
                   저녁정진 혼자 하기 너무 힘들다. 근처 향적사 저녁예불 참여로 바꾼다. 전환 효과 있음.
                   몸에 운동 필수적이므로 전환활동에 20분 달리기 넣기. 동기유발과 지식 위해 <여자의 달리기> 읽기   

[2주 점검] 아침 20분 달리기에 약진이 있었다. 주말 산행까지 매일 20분은 달리거나 걸었다. 큰 즐거움을 주었다.
                   저녁정진이 망했다. 향적사 한 번도 안갔다. 돌아와서 바로 잤거나 2건의 외출. 어쩔꺼나. 궁리 필요

[3주 점검] 알람없이 2시에 일어나고 있다. 추석연휴 무사히 지나갔다. 다행 
                   새벽활동 사이에 웹써핑이  끼어든다. 할 일 먼저 하길
                    운동처방, 추석연휴 고향동네 달리기, 30분으로 늘이기, 마라톤 대회 신청....달리기와 열애중  
                   저녁정진 고전 면치 못하고 있다. 하기가 싫고 시작이 어렵다.
                   ----> 저녁정진 시간을 7:00로 고정해서 일주일간 해 본다. 또 다른 자원을 내려주세요. 도와주십쇼.

[4주 점검] 알람 듣고 일어난다. 잠을 설치던 것이 줄었다. 저녁에 8:30 취침이 데드라인이고 2시에 일어나면 편안
                   저녁에 6시경에 자면 0시~1시에 일어남(커피 2잔 마시는데도 멍함. 오후 2시경 20분 누워 휴식 필요)  
                   7시를 정해서 저녁정진을 하는 것이 효과있어 보임emoticon 달리기 즐거움 지속됨.
                  PMS로 정서 불안, 슬퍼함, 과자, 라면 등 탄수화물 과잉섭취. 9/20 비교해 몸무게 2kg 증가  

[5주 점검] 아침일정 기록해 보니 웹써핑이 보통 1시간쯤 됨. 저조기. 낮동안 업무 효율 낮음.
                   달리기, 저녁정진에서 단군p 시작 이후 최저 수행 기록을 냄.
                   달리기 40분으로 늘인 것이 심적 부담이 되고 있음. 몸무게 여전.
                   매일 새 밥을 하고, 야채와 과일 비타민을 챙겨서 잘 먹이고 있음
                   다른 분들의 단군일지 읽음-일지에 30분 들여 성찰을 위한 글쓰기 해 보기로 함.

[6주 점검] 알람없이 일어나고 있고 낮동안 졸립지 않다. 대신 일어나기 싫어한다.
                   정서는 쉬 화내고 쉬 감격하고 쉬 운다. 민감해진듯 하다.
                   인천송도마라톤 10km 완주-9/17일(00:51:22), 공원 달리기로 저녁 스트레스 푼 경험(자유공원) 
                   주말 저녁기도가 어렵다. 출근시간이 일러지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나타난다. 

[7주 점검] 사이버대학교 중간시험기간. 시험1과목 놓치고 저녁기도 0회 최저점
                   예상난관이었고 극복방안도 미리 생각했지만 겨를없이 절룩거리며 통과.
                   50분씩 달리기 시작했고 저녁 전환을 위해 퇴근 후 달리기 시작함. 11월 14일 영흥마라톤 하프 신청.

 [8주 점검] 알람없이 일어나는 날이 대부분. 기상시간 불안정.
                  저녁에 전환 안되어 일찍 잤고 전환 저녁정진 망했으나 아침 일정은 순조로이 진행됨. 
                  PMS. 새벽활동 중 울거나 낮동안 짜증, 화 많이 냈고 전반적으로 과민했음. 업무, 인간관계 최저.
                  일주일 내내 핸드폰 사용 못해서 안전망 공중전화로 나감. 태만 있었음. 심연 2번째주.    

[9주 점검] 아침기상 알람없이 일어남. 저녁에 과식 후 지나치게 일찍 자는 날이 주중에 많았음. 저녁승리 안됨.
                  새벽에 할 일은 하는데 3시에 맞춰 기도 시작하는 날이 적고 집중도 낮다. 3시 시작 - 중점 노력사항.
                  핸드폰 타이머 틀고 일지 블로그에 씀. 평균 40분. 모닝페이지 합치면 매일 평균 1시간 30분 쓰는 셈 
                  마라톤 배번호 받고 떨고 있다. 하프 신청 여자 22명. 새벽에 영흥도까지 가는게 관건

[10주 점검] 주중에 한 번 안 달리고 일요일에 하프 완주. 달리기는 재미가 있다. 저녁기도 여전히 망한 채다. 
                   아침 잘 일어나고 있다. 마음 상태는 탄수화물 당기고 살 찌는 걸로 봐서는 스트레스 상황. 기말업무기인
                   필살기 책 읽으며 아침에 실천놀이 몇 번 했고, 근무시간 중에 전략적 태스크 실험 며칠 했다.  

[11주 점검] 알람없이 2시 전후에 일어나고 정신은 2:30에 듬. 아침활동 사이에 웹써핑을 끼워넣음. 20~40분씩. 
                    저녁예불로 간소화. 부담 적어짐. 그러나 역시 저녁전환 어려움. 2일 모두 저녁에 달렸음. 
                     년말 업무 마무리와 사이버대학교 마무리로 마음만 복잡하고 실제 일은 하지 않는듯. 
                                
[12주 점검] 금요일부터 인터넷이 되지 않아 문자출첵을 한다. 좀 느슨해진다. 더불어 시스템 다운. 

[13주 점검] 문자출첵을 하면서 3일만 제 시간에 출첵했다. 갖혀있다.
                     마지막주 원래 세웠던 목표를 향해 다시 일어나 회귀하길 발원한다.

[14주 점검] 뒷심 딸렸다. 막판에 허덕허덕 했다.

8. 골인선 & 너머 

1) 아침활동에 대한 목표는 달성되었다.
91일 3시 기상, 목표로 삼았던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을 100일 했다. 아침정진을 하루도 안 빠뜨리고 한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다. 처음인가? 모르겠다. 카운팅 해 본적이 없다. 가장 큰 소득이다. 혼자라면 못했다. 감사드린다.
 
2) 기타활동에서 달리기 즐거웠고, 저녁정진은 망했다.
달리기는 57일 했는데 이건 주 4회 정도 한 거다. 퍽 즐거웠다. 몸으로 하는 것이고, 자연과 교감하면서도 질 높은 혼자만의 시간이 되어 주었다. 복장을 구입했다.10km, 하프 두 번의 대회를 완주한 것은 작은 승리를 주었다.  계속 하고 싶다. 아침마다 하면 어딜 못 나서는 나에게 스타팅 타임이 되어, 길 떠날 용기를 줄 수도 있겠다. 저녁일정은 다스려지지가 않았다. 30%가 안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3) 200일차 단군에 지원했다.
다음에는 달리기를 아침에 넣으면 어떨까? 7시 이전에 모든 일정이 끝나면 좋겠다. 일지쓰기도 자기발견의 재미를 주더라. 저녁 단도리가 더 되면 좋겠다. 작은 승리의 내용이다.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은 그대로 가는데 이것이 일에서의 필살기 수련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한 집중이 더 필요. 방학기간이라 부담이 적다. 학년초가 포함이 되니 그때 또 허덕거리겠지.

4) 강화
(+) 가족세우기 웍샆, 내면아이 웍샾, 실내 수영장 가기로 한 약속은 지킨다. 
      가족 기차여행은 소구제역 끝나고 아부지 환갑 즈음해서 의논해보겠다만 어려울 것 같다.    
(-) 제주 올레길, 책 나누기는 다음 기회에. 권선수 아쉽습니다. 한편 속시원하다. 여행은 내게 강화가 아니다. 

5) 자신에 대한 발견 & 다음 100일을 위한 궁시렁
강화계획 너무 세밀하고 거추장스러웠다. 담에는 30일, 60일, 완주 정도의 계획만 세운다. 체크리스트 좋았다. 요건 좀 더 자세해도 되겠어. 주간 평가는 밑에 단군일지가 있으니 1줄로 딱 요약하고. 뒷심 약하네. 하지만 끝까지 걸어 완주하네. 저녁 승리의 내용은 5시~8시의 저녁일정을 관리하는 건데 구체적으로 과식 않기, 바로 씻기, 출근 준비해놓기가 들어가는데 핵심은 낮동안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제대로 푸는 거다. 웹써핑, 과식 또는 서성임이 많았다. 천복과 천직 탐구 관련하여 아침활동을 좀 더 연구했으면 싶은데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후에 2시간 아침공부를 넣어? 그리고 달리고? 필살기책 참고해서 200일차 해가면서 만들어가보자. 나도 1만시간을 들여 집중할 나의 천복이 실린 천직을 구현하고 싶다. 단군일지가 일기와 헤깔리고 자기개방이 부담스럽다. 아침활동에 대해서만 쓰고 일기는 따로 다른 데다 저녁에 쓰면 어떨까? 안전망에 집착하고 오버하더라.....그래서 콩두씨의 결론은? "고맙죠. 자신에 대해 알라뷰 땡큐하고요. 함께 가주는 인연들 고맙습니다. 올해 들어 제일 신기한 일이었어요. 계속 걷겠습니다" 며 감사를 표현하고 싶고, 자기훈련계획을 좀 더 잘 설계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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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9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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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선
2010.10.18 04:46:01 *.170.1.182

우와! 10km 축하해요. 대단한걸...
재미있겠다 마라톤...
마라톤하기 좋은 체격이라는 말이 맞나봐요. ㅎㅎ
가을분위기 맘껏 느끼면서 뛰는 즐거움
영화 마라톤이 생각이 나네요.
즐거운 월요일 맞으시길..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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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18 06:01:38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43일차 _ 10.18 월

기상 : 02:3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50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NO

알람없이 일어났다. 일어나기 싫고 짜증스럽다. 오늘부터 사이버대학교 시험기간이고, 여러가지 일들이 있다. 어휴 무거워. 도망가고 싶다. 어제 초저녁부터 자기 시작해서 방과 거실에 불이 환히 켜있다. 이럴 때 내가 혼자 산다는 걸 알게된다. 어릴 때 낮잠을 늦게까지 자고 아침인지 저녁인지 모르고 혼자 눈 떴을 때 밖에서 들리는 어른 목소리에 안심이 되던 느낌을 잠깐 느낀다. 동생들과 살 때는 늦게 들어오는 동생이 다 껐는데. 주말에 다시 허물어지듯 일정이 그러네. 저절로 굴러가도록 주말 일정도 정해야겠다. 목욕을 가든 산에 가든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에 가든. 나는 낮에 갈 곳이 있어서, 나를 포함하는 구조가 있는 것이 반갑고 고맙다. 혼자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정말 존경한다. 나는 완전히 퍼져버린다. 

모닝페이지, 아침정진을 하고서 된장밥과 미역국을 새로 끓이고 종이학을 한 마리 접었다. 일단 해 본다.

오늘부터 1시간 달리기를 해볼까 한다. 내가 인천에 오면서 가장 살고 싶었던 곳은 자유공원 옆 동네다. 매일 큰 나무 아래를 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근처 내동, 전동을 돌아다니며 방을 보다가 말았다. 이제 먼저 달릴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떤 인연이나 방편이 오겠지. 그 근처에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거기를 달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영흥마라톤 하프를 신청해볼까 한다. 11월 14일이다. 영흥 김을 한 톳 기념품으로 준단다. 코스가 바닷가였으면 좋겠다.   

실제로는 동네의 트랙을 50분 돌았다. 어제 마라톤대회에서 52 쯤 달렸으니 내 몸에는 50분 달릴 수 있는 힘이 있는데 그동안 쓰지 않았구나. 하긴  처음에는 20분 달리기도 힘들었지. 이제 매일 50분~1시간씩 달릴 것이다. 체지방을 꺼내 태우는데도 아침 공복의 달리기가 좋다고 읽었다. 특히 30분 이후부터 체지방이 연소되기 시작한다고 했다. 동구보건소 운동처방사가 몸무게를 47~48kg으로 줄이라는 이유를 알았다. 체질량지수가 18.5~6 일 때 장거리 러너들이 최고기록을 낸다는 걸 어제 읽었다. 내 키에 18.5가 되려면 그 몸무게여야 한다. 나는 또 한번 내가 믿는 나와 될 수 있는 나 사이의 시험에 든다. 나는 12살때 48kg이었고 그 이후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었다. 늘 통통했다. 5일 단식 후 50.3kg이었던 적이 있었다. 수수팥떡 최민희선생님은 나의 적정 몸무게가 그것이라고 유지해가라고 하셨는데 식탐의 쓰나미에 항복했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원래의 몸무게로 회복했지. 근데 아침에 자유공원가는 건 무리다. 공원 근처도 못가보고 시간 다 가겠다. 저녁이 좋겠지. 그 나무터널의 모습이 애인처럼 아른거린다. 28번이나 2번 버스 타고 하인천에 내려서 차이나타운 지나 올라가서 달리고 반대로 돌아오든가, 자전거 타고 가서 달리고 돌아오든가.  저녁기도는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해야겠다. 남묘호렌게교에 입교해서 마지막 십수년간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제목을 모시며 최선을 다하신 그 습관과 정성을 유산으로 잘 물려받고 싶다. 이제 할머니와 1년 동행하겠구나. 그 동안에 나는 저녁기도 습관이 들테고. 3~4년 미뤘던 일을 또 하나 시작하는구나. 신기한 일이다. 이래저래 돕는 손들이 많다. 

낮동안 업무집중이 잘 안됐다. 기분은 좋고 약간 들뜬 상태인데 그러하다. 저녁에 수업 들으며 일찍 잤다. 8:00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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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19 07:31:26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44일차 _ 10.19 화

기상 : 02:1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40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NO

알람없이 기상. 8:00 취침. 시험기간인데 잠을 더 많이 잔다. 아무래도 회피중.

오늘 현장학습, 출근시간 평소보다 일러서 달리는 시간 단축. 막걸리로 반죽해둔 쌀+밀가루 덩어리 부풀리기, 하나 시험삼아 쪄보기, 어제 소금쳐둔 전어 냉동하느라 들락날락하면서 새벽 일정 진행. 나는 아침에 강하고 저녁에 아주 형편없이 약하다는 걸 그냥 인정하는 게 좋겠다. 체력만 그런게 아니라 사회성도 더 떨어진다. 엊저녁에는 20년만에 문경사과 축제장에서 우리 엄마를 만나 연락을 하신 은사님의 문자에 왜 답을 안했냐고 지금 당장 전화드리라고 전화하셨는데 그냥 잤다. 달리면서 나는 왜 그럴까 자책하고 핑게대다가 아침 새벽일정으로 잔뜩 힘받았을 때 여러가지 저녁에는 어려운 모든 일들을 관계를 용기내어 쳐나가자 싶으다.  

현장학습으로 에버랜드 다녀오다. 2학년 아이 1:1로 갔다왔다. 2학년은 1반당 어머니들이 5~6명이 따라가서 아이들을 서너명씩 나눠서 데리고 다니고 담임교사는 따로 빠졌다. 나는 우리 아이 하나와 종일 같이 다녔다. 스스로 먹지 않는 아이와 1시간 달래고 을러서 밥을 먹였다. 화 나는 건이 몇 개 있었다. 화가 요새 너무 잘 난다......기 보담은 원래 잘 나는 화가 요새 잘 드러난다고 해야겠군. 딱 먹을 만큼만 주지 않고, 자기 몸을 잘 못가누는 아이에게 너무나 많은 음식을 이쁘지만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가방에 싸서 보낸 것을 보면서 '이걸 누구에게 들고 다니라는 거야?' 싶고, 돌아온 뒤 단 것을 먹고 난 지 2시간 이내라서 먹지 않았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 남긴 것을 풀어서 그 자리에서 먹이는 모습을 보면서는 '그래서? 당신이 나보다 더 잘 먹인다는 걸 지금 시위하는거야?'  맘이 불쑥 나온다. 말로 표현되지 않았어도 표정으로 표현되었겠지만 돌아와서는 그걸 드러내지 못한 것이 또 억울해서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돌아와서 샤워만 간신히 하고 잠든다. 아 힘들다 힘들어. 내일 새벽에 두 과목 사이버대학교 중간시험을 친다. 상담과정과 기법 , 건강심리학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emoticon

돌아와서 밀린 출첵한다. 왜 이리 많이 밀렸다냐? 저녁정진 패스. 하기가 싫다.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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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20 07:23:29 *.114.49.161
콩두의 단군일지 45일차 _ 10.20 수

기상 : 11:1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없음

어제 일어난 건가? 저녁에 7시 40분쯤 잤다. 저녁정진 시간으로 정해놓은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도 사이버대학교 수업 틀어놓고 계속 딴 웹을 열어 읽고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한숨자고 일어나서 모닝페이지 하고 내내 깨어 있었다. 시험공부랄 것도 없이 대략 한 번 훑고 2과목 시험을 친다. 기도는 4시부터 5시까지 한숨 더 자고 1시간을 무거운 마음으로 웹써핑 더 한 후에 6시 넘어 시작해서 마쳤다. 조금 가다듬어지지만 싫은 마음, 화나는 마음, 잘못하는 나를 탓하는 마음들로 가득하다. 칼산, 아수라다. 이것인 줄 알았기 때문에 낮에는 또  히히덕 거릴까? 그런 내 모습도 싫다. 나의 경계를 분명히 세우고 그 경계를 존중하지 않고 내 권리를 무시하며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고, 내 할 일을 쫌 똑부러지게 마쳤으면 좋겠는데 나는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듯 밋밋하고 멍청하게 왔다갔다하는 것 같다. 밀린 일들이 많고 그 중에는 중요도가 높은 일들도 많다. 자신들의 요구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가능하면 맞춰주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 보니 나는 과로하고 화 나고 내 것은 아무것도 손에 남지 않은 것 같고, 실적이나 문서로 남는 것들에서 저조한 기록으로 저장된다. 이 모든 일이 바보스럽고 한심하다. 오냐 열등기능으로 제대로 들어가는구나. 오냐 심연은 열등기능 외향적 사고와 동행하겠구나. 게다가 시험기간에 옆반 교사 현장학습 가서 3일간 애들 보강에, 업무 폭증에, 이런 때일수록 기운 통하고 따뜻한 이 옆에 있고 싶은데 강력한 외향적 사고형의 비판적인 말과 표정 선을 딱 긋는 행동에 찔리는 느낌을 느끼며, 집에도 내려오라 하고, PMS에 아주 찬란하겠구나. 이러다 사고 나는데...나에게 사고란 어딘가에서 엉뚱하게 터져서 비합리적으로 감정적으로 짜증을 내거나 태만으로 인한 대형 빵구를 내거나, 잠수를 타는 것이겠지. 오냐 이것들이 큰 파도로 와서 나를 덮치겠구나. 오늘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신없이 두리번거리고 있다. 근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확신이나 사랑이 부족하니 옆을 자꾸 두리번거리면서 구걸하고 있군. 가장 힘든 단식 3일째 이런 문자를 받았다. '힘들 때 일수록 원칙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화이팅' 오늘은 그 문자가 생각이 난다. 

새벽의 저런 분노에도 불구하고 새벽 표현으로 치면 '히히덕거리며' 하루를 잘 보냈다. 내 안의 분노를 들여다보긴 하는데 그것이 실재인지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일이 끝나면 헤드셋을 끼고 있거나 자기보호를 위한 경계 울타리를 지키는 듯한 태도로 지냈다. 땡깡으로 나를 조절하려는 아이한테도 냉정히 대했다. 업무를 몇 가지 쳐 냈고 아이도 밥을 수월히 먹은 걸 보면 효과 있었다. 내가 민감해져서 가만히 있는 상대가 나를 공격한다고 느끼는 것도 사실인 듯 하고, 한편 상대역시 나에게 그런 부정적 에너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인듯 하다. 유유상종이고 상대에게서 보는 것은 내 모습일테지. 

저녁정진 않고 잤다. 시험공부를 한 것은 아니다. 평소라면 정진을 했을 시간에 웹써핑을 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몇 중독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지금 답이 안나오는 문제에 고심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내 것인양 고민하며 댓글을 연구하고 있더라. 이것이 내가 자신의 당면과제로부터 도망치는 단골 방편이렷다.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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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21 07:36:06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46일차 _ 10.21 목

기상 : 01:4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 30분 달리기 OK, 전환을 위한 저녁달리기 50분 OK, 저녁정진 NO

알람없이 일어났다. 뒷머리쪽에 맨들맨들한 원형탈모가 생겨서 내가 만지는 꿈을 꾸며 일어났다. 진짜 만져보니까 그렇지는 않다. 커피 2잔씩 마신 지 좀 오래되었다. 은근 스트레스 받나보다. 착한 척 하고서 원형 탈모, 고혈압 걸리거나 자살하는 착한 과들과의 공통점에 대한 경계인가? 

또또또 시험공부 안하고 평소 잠을 다 잔 나한테 '젠장'부터 미간 세로주름이 포함된 못마땅하다는 비언어적인 표현을 수동적 공격 형태로 퍼 붓는다. 모든 동사에 '쳐'를 붙이고 싶어진다. 사약커피 만들어 마시고 일단 모닝페이지 한다. 출첵을 하고 웹써핑을 40분 한 후 (오늘도 남의 고민에 마치 초월한 듯, 경험이 많은 사람인 체 하며 댓글 달았다. 상당히 흥미로운 시츄에이션이다. ) 시험공부를 잠깐 하고 연구방법론 시험을 친다. 객관식 20문제를 오픈북으로 치는데 그 구절의 지점을 못 찾겠다. 하긴 교안도 어제 출력을 했으니....제발 교안 미리 출력해서 예습이란 걸 나도 한 번 해보고, 제대로 수업을 즐기면서 충실히 듣고 즐기면서 시험공부를 해 보았으면 좋겠다. 사이버대학교 마치기 전에 한 학기라도 한 과목이라도 그런 재미를 느껴봐야 보람이 있지 않겠나. 이거야 뭐 하루 만에 휘발되는 단기기억 수준에서 나의 공부가 끝이 난다. 오늘은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에서 궁수였던 아르테미스와 전략가이고 금빛 군장과 메두사가 그려진 덧입는 보호대로 무장한 군인이었던 아테나 여신부분을 조금 읽은 후 출근하고 싶다.     

그런데 일지를 쓰는 지금도 나를 향한 분노에너지의 총량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냉소적이다. 응? 냉소적이기만 한 건 아니고 비아냥거림을 좀 탔다. 타고난 공격성은 운동을 통해서 해소된다고 했지. 어린왕자의 별에 있다는 그 화산도 그 위에 후라이팬을 얹어서 계란 후라이를 해 먹을 수도 있지만 가만히 놓아두면 별을 폭파시켜버릴 지도 모를 것이고, 바오밥나무 역시 그러했지. 생쥐가 그리 열심히 나무를 갉아대는 것은 이빨이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모시키지 않으면 제 입술을 뚫어버리기 때문이라는 걸 어디서 들었더라? 내가 분노를 가진 사람임을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나? 그 책에서 그랬고 프로이트 할부지도 공격성, 죽음에 대한 본능이 있다고 했잖어. 나의 구원을 위해 달리러 가야겠군. 화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것을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삽질을 통해 나의 지표를 지나 좀 더 내려갔음에 틀림없다. 분노 매장량이 상당하구나. 그동안 읽어온 것(김형경씨 책)에서 '분노'는 '되돌아오지 못한 사랑' 어쩌고 저쩌고 하고 싶다만 그러고 싶지 않기도 하다. 아 밥 또 태웠다. 냄새 보아하니 오늘은 반 공기도 건지지 못하겠는걸.---> 누룽지로 3 숟갈 건졌다.   

나가서 30분 달렸다. 단풍나무 아래를 20분 달리니까 허리가 쭉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넙적다리 뒷부분이 뭉쳤다. 달리길 잘했다. 상기된 얼굴로 내려와서 집 앞 슈퍼에서 삔침으로 반바지 주머니에 찔러둔 만 원을 꺼내서 우유 1리터와 불가리스 한 병 샀다. 홈쇼핑에서 사놓고 안쓰던 요구르트 기계를 씽크대 상부장에서 내렸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홈메이킹 요구르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구나. 안 달리고 남았더라도 내가 일하거나 공부했을 것 같지는 않다.      

퇴근후에 달리러 갔다. 전에 계란 2개, 후에 얼려둔 홍시를 한 개 먹었다.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어도 집에서 재미있는 사이트를 읽어도 미간이 찡그려진다. 주로 자기 비난의 형태를 띈다. 세게 뛰지는 않고 숨 안찰만큼 살살 뛰었다. 어둠 속에서 내 금속 시계가 안읽히더라. 보름을 향해 가는 달을 보았고, 아이 몇이서 나에게 인사했다. 아침에 달리던 길을 저녁에 달리니 안정감이 있다. 이제 전환을 위한 저녁달리기를 하게 되는 건가? 달리고 나니 노곤하다. 자기비난은 증발된 듯 하다. 아까의 상태와 내가 분리가 되는 느낌이다. 다행. 아침달리기와 다른 점은 방구가 많이 나온다는 것. 낮동안 내가 구부려 지냈나보다.

달리기에서 돌아오니 7시 30분. 집 뒤 공원에서 혼자 내려오는데 두 사람을 마주쳤고 무서워서 냅다 뛰었다. 내일부텀 저녁에 달릴거면 좀 더 일찍 나가야겠다. 바로 잠들어 한참 자는데 베프가 9시 반에 전화를 했다. 다른 이들 같으면 초저녁인데 베프는 '자는데 깨워서 미안'이라고 하고 나는 '친구야, 미안하지만 다음에 통화하자' 했다. 어이쿠 잠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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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22 08:14:19 *.154.223.196
점숙님 그래도 반포고속터미널이 댁 근처일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심야고속은 열심히 자도 피곤하던데 말입니다.
오늘 금요일이니까 좀 만 더 힘내시고요.
함께 옆에 계셔 주셔서 힘이 납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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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점숙
2010.10.22 03:15:29 *.229.176.164
안녕하세요? 권윤정님
졸림을 참으며 여기저기를 돌아디니다 권윤정님 일지를 방문합니다.
권윤정님의 솔직하고 담백한 모습이 절로 나타나는 듯.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정말 더 열심히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창의적인 아침을 열어주심을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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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22 08:11:44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47일차 _ 10.22 금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저녁 50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NO

알람없이 기상.

모닝페이지를 2쪽 하고서 출첵한다.(2:40~3:20) 출첵하고서 바로 물러가질 못하고 이것저것 웹써핑을 하느라 늦어졌다. 뭣에 한 번 빠지면 아주 푹 간다. 샛길로 가도 그렇고. 이런 걸 경계해야지. 모닝페이지 1쪽 마저 쓰고 오늘도 성격심리학 시험을 치고서 아침정진했다. 아침 정진 마치니 6시 30분이다. 달리러 가지 않았다. 오늘 저녁때 한 번 달려볼까 한다. 전환이 되는지 궁금하다. 아침으로 계란 2개, 사과1/4쪽, 김과 양파 초절임, 막걸리로 반죽했다가 빵이나 떡으로의 성형에 실패해서 쪄서 넙떡하게 냉동해서 잘라둔 걸 후라이팬에 지져서 어제 만든 요구르트를 끼얹어서 먹었다. 막걸리 냄새가 아직 나더라. 이런 요상야리꾸리한 음식을 별 어려움 없이 먹으면서 내가 생각해도 나는 비위가 뛰어나게 좋음을 인정했다. 밥 먹다 깨달았다. 내가 이국향님께 며칠간 모닝콜 안했는지 기억도 안난다는 거, 어이쿠야.  

성격심리학 공부를 제대로 했으면 정말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교안 한 번 훑어보고 20문제 객관식으로 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융의 분석심리학, 애들러, 에릭슨 많이 들어본 이들의 이론에 대한 공부군. 이걸 이제 알게 되는 내가 부끄럽고 한심하고 안타깝다. 올포트와 케텔은 특성심리학이라는데 이름이 생소하다. 그렇군. 아직 7주차 수업을 듣지 않았는데 거기 나오는 심리학자다. 어제 달리기 하면서 '내게는 무진장한 분노가 있어' 했는데 그것에 대해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모든 존재는 쾌감을 추구하고 있고 (이건 행복을 추구한다는 말과 같은 듯) 불안은 만족되지 못한 원초아 때문에 생긴단다. 원초아가 이드, 에고, 초자아로 되어 있는 삼각형을 여러번 보았지. 엄마와 떨어지는 분리불안이 모든 불안의 조혈모세포이고 조혈모세포가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되듯 신경증적 불안은 성적본능과 공격적 본능이 주된 원인이고, 도덕적 불안은 자아가 초아아에게 과도한 기대를 받아서 생기고, 현실적 불안은 외부적인 위협요인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진다고 했다. 아하, 프로이트 할부지 가라사대로군. 이번학기에는 이상심리학도 듣는데 수업을 듣고 나면 내가 모든 신경증과 성격 미발달의 요소를 골고루 가지고 있는 듯 하여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똑같은 사람을 두고서 여러 학자들이 다르게 말한다는 거다. 그들 모두가 진실을 말하고 있고, 그들 모두가 툴일수도 있을까? 성격심리학 재미있다. 나는 나를 이해하고 개선하는데 흥미를 갖고 있고, 그래서 심리학과에 편입했는데 잘 했다 싶다. 

이번 주는 시험기간이고 저녁기도를 한 번도 안했다. 살아남기 위해 달리기는 열심히 했다. 그리고 아침정진을 제 시간에 하지 않았다. 그 시간에 시험공부하고 시험을 쳤다. 어제 '힘들수록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화이팅' 이라는 문자가 떠오른 후 내가 지킬 원칙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  남들이 말하는 '기본'에 대한 것이다. 오늘도 생각해 보련다.   

어정거리다 50분 늦게 퇴근. 뭔가 할 일이 많은데 안 하고 있는 듯한 찜찜한 느낌 때문이다. 오늘은 집에 들어간 지 5분 만에 반바지 갈아입고 운동화 신고 집 안 언덕을 뛰어 올라갔다. 달린 시간 5:45~6:35. 어제 잠그지 않고 온 현관문이 신경쓰여 오늘은 잠그고 열쇠를 쥐고 달렸다. 달리기 싫었다. 나중에 보니까 내가 다리는 안 움직이고 팔을 너무 흔들더라. 다리를 사리니 힘이 더 든다. 목 뻐근. 자세가 문제인가? 달리기 싫었다. 25분 넘어서부터는 두 바퀴 뛸 때마다 시계를 봤고 아직도 시간이 이렇게 많이 남은 것이 불만스러웠다. 그나저나 시계 하나 사야겠다. 밤에 안 보이네.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했다. 내 윗옷의 등, 겨드랑이, 허리가 젖어있다. 깜짝 놀랐다. 나는 달려도 땀이 잘 안나는데...중얼거리다가 나는 땀이 날 만큼 달려본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나는 이전에 해 보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 기분 좋다. 1시간 전과 나는 확연히 다르다.  내일 마감이라고 생각했던 1과목 중간고사를 놓쳤다. 중미고사는 80% 점수를 준다. 이 과목을 드랍시킬까 끝까지 가지고 갈까 골치가 지끈거리고 자신을 향한 폭풍 비난의 말이 있었다. 달리고 난 후 그 문제와 나 사이에 눈꼽만큼의 간격으로 분리가 된다. 비난이 적어지니 특히 유익하네. 매일 달리고 있으면 몸이 적정 몸무게와 음식을 조절해간다는 하루키씨의 말이 정말인지 궁금하다. 몸으로 경험해보고 싶다.      

저녁정진 안하고 그냥 잤다. 운동 마치고 와서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저녁 먹고 친구와 25분 통화를 하고 나니 8시가 되었다.  잠깐만 눕는다는게 또 잠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저녁정진을 무사히 마치려면 8시에 졸리니까 7시에 시작해야하고 그러자면 달리기는 훨씬 일찍 시작해야한다는, 칼퇴근신공을 연마해야한다는 소리인듯. 8시에 잔다면 저녁 약속은 다 잡았네. 뭐 사회성 떨어지고, 이렇게 말할 필요는 없겠다. 중립적이지 않고 자기를 욕보이는 말투다. 다시 한다면 '소수의 사람과 깊이 사귀는' 내향성향이니까 사람 만나는 약속이 적지. 그나마 저녁 때는 어려우니까 토요일이나 일요일 점심때 내가 찾아가서 만나면서 나의 충심을 보이기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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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23 06:36:54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48일차 _ 10.23 토

기상 : 01:4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알람없이 기상. 취침 8:00

모닝페이지를 하면서 막걸리에 개어놓았던 팔곡가루와 밀가루를 섞은 반죽을 양대콩을 두어서 쪘다. 출첵은 오늘도 2:40~3:20. 마지막 10분은 거기 묶여 있는 상태로 지나간 시간. 근데 컴퓨터 앞에 앉으면 감각이 컴에 집중되기 때문에 둔해진다. 빵 찌던 솥 밑바닥을 새까맣게 태웠다. 저절 어찌 닦나? 베이킹소다 넣고 끓이면 벗겨진대는데 베이킹소다는 또 어디서 산다냐? 불 끄고 나니 탄 내가 진동한다. 새벽에는 예민해져서 소리도 멀리까지 들리고 냄새도 잘 느끼는데 동네의 일찍 깨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어디서 불난 줄 아시겠네. 암튼 불에 뭐 올려놓았을 때는 가스렌지 앞에서 할 수 있는 일만 해야한다. 오늘은 2차 안전망을 했다. 정진 후에 스트레칭을 한다. 몸무게가 추석 전으로 회복되었다. 추석과 PMS를 거치며 불었던 2kg이 빠졌다. 스트레칭 하다가 신기했다. 몸이 저절로 원하는 것 같았기 때문. 몸의 리듬이 살아있게 하면 알아서 음식과 몸무게와 운동을 요구할테고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 되는 거로구나 라고 깨달은 듯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내가 원래 신 것, 삭힌 것을 잘 먹지만 이번에 발효시킨 요구르트에 굳이 단 것을 넣지 않아도 입에 맞는 걸 보면서, 또 탄수화물보다 과일과 야채가, 진한 반찬보다 담백한 반찬이 먼저 당기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아주 일시적인 것이고 지속적으로 해 가야 느낌을 명확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몸이 운동효과를 느끼려면 최소 3개월, 안정적으로 6개월은 필요하다고 했지. 호들갑을 떨며 잘난척하려는 걸 간신히간신히 누른다. 콩두씨, 까불다 안전사고 난다. 나의 호기심은 '몸이 알아서 제가 운신하기 가장 좋은 상태를 만들어갈 것이다'는 하루키씨의 말이 정말일까 확인해보고픈 데 있다. 그리고 단식할 때 기력이 완전 떨어진 상태의 50.3kg 이하의 몸무게는 12살 이후의 미답지인데, 운동처방사가 마라톤을 권하며 내게 제시한 체중은 그것보다 아래다. 단식같은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 점진적인 방식으로 몸에 익혀가며, 생기있고 힘 있는 생활인의 상태로 거길 밟아보는 느낌이 어떨까 궁금하고 과연 내가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나는 통통한 사람이다'는 신체상에 기반한 정체성의 선입견, 고정관념을 포기하고 몸의 리듬에 따라 YES 할 수 있을 지 실험해보고 싶다. follow your bliss 하자면 사소한 가슴뜀에 따라 행보를 결정하는 일상 속의 작은 체험,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현경선생님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이든 100%를 들여 해보라고 했지. 자기를 사랑하고 가슴뛰는 걸 따라가자면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운동시키고 잘 재워서 깡을 기르는 것도 강조하셨고.  몸의 리듬을 살려놓은 것도 중요할 것 같다. 그러다보면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을 신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중간시험을 놓친 이상심리학은 중미고사를 신청했다. 드랍시킬까 했지만 포기부터 하고 싶지는 않다. 완주할 것이다.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남들의 평가, 용서가 아니라 나의 평가, 용서였다. 내가 뭣하러 사이버대학교에 갔던가? 마음껏 공부하기 위해서다. 다른 욕심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렇다. 이렇게 맘 먹으니 후련하면 좋으련만 찜찜하다. 나의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구나. 내 살림을 먼저 견실하게 살아야지 눈과 몸이 밖으로 산만하게 나가 있어서 나름 바쁘게 지내지만 우선순위 내 것을 지키지 못하는구나. 반성한다. 이참에 나의 재정상태, 집과 몸의 살림살이, 인간관계, 일하는 모습을 점검해서 절단신공, 버림신공을 사용해야겠다. 사람의 에너지가 한계가 있는데 무분별하게 살고 있는 상태의 단면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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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
2010.10.24 10:16:41 *.114.49.161
콩두의 단군일지 49일차 _ 10.24 일

기상 : 01:4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 달리기 50분 OK, 저녁정진 NO

알람듣고 기상. 취침 10:00. 

시내버스 6번을 타고 인천터미널로 가서 안산 경유 문경행 시외버스 타고, 시내버스 막차 놓쳐서 택시 타고 집까지 가는 길이 지난했다. 12시에 나가서 과일을 사서 현대시장 앞 굿모닝정형외과에 갔더니 퇴원. 과일 산 김에 다른 이를 문병갈까 망설이는데 내 안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너는 한 개에 천 원짜리 최상품 연시는 다른 이들을 위해서만 사? 니가 구입한 과일을 좀 봐, 귤, 연시와 단감, 사과 이게 니가 좋아하는 과일의 이름들이야. 배와 포도가 옆에 있었는데 눈길이 가지 않는 이유를 알겠지? 그건 덜 좋아하기 때문이야. 너는 남에게 주기 위해서 과일을 사지 너 자신을 위해서는 사 본 적 없잖아? 아니면 니가 원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다른 이의 이름 뒤로 숨지, 엄마한테 흰 쌀 말고 현미를 빻아달라고 할 때도 수험생인 남동생에게 집중력을 높여준다니 달라고 했고, 설날 때 견과류가 든 검은콩 강정을 만들어 달라고 할 때도 그랬지. 남한테 먼저 주지 말고, 또는 남을 통해서 너에게 얻어먹게 하지 말고 너한테 직접 줘보면 어떨까? 네가 너를 소중하게 여겨야 남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헐떡거림, 껄떡거림이 줄 것 같은데 말이야. 게다가 콩두씨 직업은 남에게 퍼주는 일인데, 남을 돌보는 일인데 소진되지 않으려면 자신이 자신을 잘 돌보고 채워서 스스로가 그득해야하지 않겠어?'  나는 과일을 들고 내 집으로 돌아가 내 지펠냉장고에다 채워넣는다. 올해초 독립하면서 이담에 시집갈 때 새로 사야하니까 중고로 아무거나 사자던 엄마한테 언제까지 임시로 살겠냐며 지금부터 내 살림 살겠다며 산 냉장고다.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마치고 어둑한 것이 가셔질 때까지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을 30페이지 읽고, 동네를 50분 달렸다. 오늘은 내 아버지가 광부로 일했던 산 밑까지 길이 난 끝까지 달렸다. 동네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아래층에 차를 주차해놓고 2층에 살림집을 얹은 조립식 주택이 있었는데 그 집 개가 달려 올라갔다 달려 내려오는 나에게 무섭게 짖더니 깨물 듯이 달려온다. 이 노무 개시키가! 멈춰섰지만 종아리를 덥석 물릴까봐 꼼짝 못하고 서 있었다. 주인이 윗옷을 걸치며 나와서 '개 앞에서 달리면 안된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벗어나질 못하고 개주인이 데리고 갈 때까지 서 있었다. 단풍이 물든 산 속 길을 혼자서 달린다. 포장이 된 길은 마라톤 하고 안 된 길은 크로스 컨츄리 한다고 생각하니 혼자서 신이 난다. 길이 끝난 자리에 표고버섯을 키우는 검은 비닐하우스가 3동 있다. 그 자리에서 산을 향해 서서 3번 합장하며 허리를 숙인다. '저를 길러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저 산 밑에 있는 지하 갱에서 지붕을 두 개 쓰고 탄 캐서 저를 기르고 공부시켜주신 아부지 고맙습니다. 아부지가 당신 목숨을 걸고 저를 키웠으니 저는 참 귀하게 자랐네요. 인사사고도 많이 났는데 아부지, 죽지 않고 살아계셔서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아버지 없이 자란 우리 아부지'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는 눈물이 왈칵 났다. 이 산 여기까지 올라온 적은 2번이다. 한 번은 스무살 때인가 어디선가 '소년들은 나면서 자기가 자란 곳을 탐험한다. 자기 눈에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를 올라가 본다'는 쪼의 글을 읽고서 나도 우리 동네 제일 높은데 가봐야지 생각했던 때였고, 또 한 번은 그보다 훨씬 어렸을 때였다. 산에 나무하러 부모님이 리아카를 끌고 가셨는데 아버지를 데리러 사람이 택시를 타고 오셨다. 산에 갔다니까 급하다고 나를 앞장 세웠다. 그 때는 폐광되기 전이라 길이 더 검고 넓었다. 택시를 타고 올라가서 세워놓고 '아빠 아빠 용궁서 아빠 데리러 오셨대요' 산을 향해 소리쳐 불렀다. 딸램이 목소리가 들리고 길에 택시와 낯선 남자가 서 있는 걸 보고 아부지는 바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나를 숲으로 불렀다. 그 때의 아버지 나이만큼 먹은 지금의 내가 생각하니까 이미 그 장면에서 아버지는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낀 것 같다. 나는 개울을 건너 숲으로 갔다. 아버지는 낫을 든 채로 개울가 숲 언저리까지 나와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계셨다. 나는 들은 대로 말했다. 익사사고가 있었고 아이 아버지가 진정이 안되어서 그 외삼촌이 문경동생을 불르러 왔다고. 아버지는 한동안 그대로 앉아서 땅을 보다가 말없이 그를 따라 가셨다. 

산에는 단풍이 들었다. 늘어져 있는 노란 칡넝쿨이 아름답다. 내가 언젠가 한번은 피어나는 꽃을 단 식물이 아니라도, 아니면 나의 20대, 30대에 꽃 피우지 못했어도  단풍처럼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 곱게 늙은 할머니, 유쾌하고 환한 할머니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도 지금부터 남은 30년을 열심히 살아야 가능한 이야기겠지.

새가 나는 논 사이를 달려서 아나키스트 박열열사기념관과 그의 일본인 처 김자문자의 묘를 지났다. 그 일본여자분 앞에서 3번 목례로 예를 표한다. 이번에는 항시미기를 달려 부모님이 사과를 따러 가신 밭으로 갔다. 두 할머니 묘에 올라가서 절을 두 번씩 했다. 내 운동화는 늙어가는 풀잎에 남은 이슬에 다 젖었다. 부모님 일하는 데로 갔다. 엄마가 '사랑해' 사과를 따 준다. 집에 자고 있는 남동생, 올케, 조카 것 까지 따달래니까 아부지가 이쁘고 색 잘난 것으로 골라 주셨다. 그걸 방풍의에 싸서 쥐고 언덕길을 내려가려니까 "야야, 조심해라. 희딱 자빠진다" 낼모레 마흔인 자식을 두고 하는 말이 정겹게, 흡족하게 느껴져 나는 어린애처럼 '예' 대답하고 걸어서 내려간다. 우사에 달려가서 소들에게 '잘커라' 인사하는데 이 노무 소들은 달려갔다 달려 나오는 나를 보고는 지들끼리 놀래서 우왕좌왕 한다. 그렇군. 니들은 아까 개와는 다르구나. 꼭 내가 저 소같으네. 나를 (오늘처럼)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해 달라고 수우족 노란 종달새처럼 기도하고 싶은 아침이었다. 

하루 종일 6살 조카와 지냈다. 아침을 과식했는지 내내 졸았다. 아이가 '고모는 나하고 어쩌다가 하루만 노는데 잠만 자고' 했다. 맹세코 아이보는 일이 직장 일보다 더 힘들다. 엄마는 사과축제에 사과 팔러가고 올케가 판매에 재주가 있는지 평소 수입의 두 배도 더 번 것을 기뻐하며 일당을 쳐 주었단다. 엄마에게는 특유의 계산법이 있는데 돈이 들어오는 노동만 값어치 있다고 쳐주는 것이다. 집안살림, 애 보기 같은 일들은 그냥 '이딴 일'이다. 나는 좀 심술이 나서 다음번에는 그런 '이딴 일'을 자청하고 싶지 않아진다. 요즘은 남의 인생 들러리 서는 일같으면 예전같으면 별 생각없이 했을 일도 나의 주인이 되는 걸 회피하기 위해 착한 척하는 '미덕의 덫'이 아닌지 은근한 자기검열이 시작된다. 나는 이것도 나에게는 중년기 전환의 한 모습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주는 저녁기도를 단 하루도 하지 않았다. 사이버대학교 시험기간은 저녁기도일정을 더 난파시켜버렸다. 버스에서 잠시 천수경을 외웠는데 예불 시작하자 마자 잠들었다. 가을 단풍객때문에 고속도로가 밀렸는지 안 밀렸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저녁기도 했다고 치기엔 나도 양심이란게 있다. 에잉.  

돌아오면서 어제 연시를 샀던 과일 가게 앞에서 버스를 내린다. 늦게까지 과일을 팔건 주인이 2개 천원인 연시를 5개 이천 원 주겠단다. 나는 속으로 '흥' 하면서 1개 천 원짜리 연시를 3개 산다. '내가 나를 대접할거거든요. 나는 뭐 떨이 전문인줄 아세요?' 왜 쓸데없는 부아를 그 주인에게 부리나 알 수 없다. 그저 늦게까지 과일 파느라 피곤했을 그녀를, 봄부터 가을까지 나무에서 익느라 수고했는데 내일이면 쉬어질 연시를 헤아리기 보담 최고급 연시를 3개 삼 천원어치 사서 손에 들고 와서 내게 주는 내가 고맙다. 어디서 못 얻어먹고 죽은 귀신이 붙었나 정말 왜 이러시는지...그러나 그러고 싶은 만큼 그러시게 두고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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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25 07:17:54 *.129.74.119
콩두의 단군일지 50일차 _ 10.25 월

기상 : 03:15 (지각)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없음

알람없이 기상. 취침 10:00 어제 문경 집에서 6시 5분 시외버스 타고 인천터미널 9:05 도착, 시내버스에서 졸며 집에 도착하니 10:00였다. 만약 저녁에 찡그린 채 바로 자지 않고 뭔가 저녁 정리 의례가 있었다면 이렇게 늦잠을 자지는 않았을 것 같다. 또한 며칠동안 알람없이 일어나서 자만했다. 공간을 바꾸는 것, 일정변화는 언제나 나에게 적응을 위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알람시계 역시 시간이 틀려져 있다. 아침이 피곤하다.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하면서 내내 고민을 한 것은 다음주에 다시 내려갈 건지 말건지이다. 결론이 어찌나든 이것이 심연에서 만나는 몇 가지 씨름 중 하나가 될 것 같은 느낌.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딱 지각라인에 걸렸다. 교감님하고 부딪혔다. 그날 사내 쿨로 지각하지 말고 출근시간 잘 지키라는 전체 쿨이 떴다. 그걸 보는데 화가 나더라. 관리자에게 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시간이 많은데 왜 그래?' 근데 그 느낌이 싫지 않다. 자존심이 살아나는 분노인듯 해서다.  

아침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월요일이 바쁘다고 생각했고, 저녁에 달리자 싶었다. 근데 확실히 달리지 않으니 과식을 하고 있다. 저녁에는 갑자기 내려간 기온 탓에 뜨끈한 것, 에너지를 많이 주는 것으로 배불리 먹고 싶다. 달리러 가려다가 오늘이 신화모임이라는 문자를 보았다. 불 때주는 전철에서 신길역 올때까지 20분쯤 잤다. 그 정도 휴식했다고 저녁 모임에서 한동안 생생히 있었다. 전철 갈아타면서 천수경, 예불문, 반야심경, 해탈주 암송했다. 관음정근은 하지 않은채로 지나갔다. 그래도 저녁기도 시작은 했지만 마치지 못했으므로 스티커는 붙이지 못했다. 아쉽고 아깝군. 그런데 9시 넘자 비몽사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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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0.26 05:15:19 *.129.74.119
저도 그런 기대했다가 어제 지각했어요.
집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알람을 안 맞추고 자면서 기대했었거든요.
인제는 저녁에 들어오면 알람부터 맞춥니다.^^
만날 날을 기약합니다. 단풍이 익어가고 있으니 곧 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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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선
2010.10.25 19:11:47 *.170.1.12
당연히 일어나리라 생각했어요.자만이죠? ㅎㅎ 괜찮아요.
그 샘(핸드폰을 끈 샘)이 조금 원망스러웠어요. 하지만 그샘 탓이 아니지... 몸이 먼저 알아차리고 일어나리라는 기대도 했는데 .....
치즈.포도주 좋지요. 가을 단풍은 쥑입니다. 너무 좋았어요  나의 역마살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된듯...
콩두님과 언제 한번 갑시다. 치즈도 먹고 포도주도 먹고 눈오기전 가을 단풍도 보고..
아니 남한산성 단풍이 아직 덜 익었는데 한번 보러 오삼.. 그럼 치즈 포도주 모두 제공. ㅎㅎㅎ
    emoticon    o k ?  문경 갔다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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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26 05:00:21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51일차 _ 10.26 화

기상 : 02: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없음 (아침에는 출근하느라 허덕허덕, 저녁에는 전환이 안되어 헤매다가 급히 자다)

핸드폰 알람 듣고 기상. 10:00 취침.

삼청동 북성재. 신화모임이 있어서 왔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124쪽까지 읽어오기 였는데 10분 지각부터 책 읽는 것까지 나의 준비가 허술했다. 모임이 마치기 전에 먼저 누워 잠들었는데 이건 참 민폐스런 행동이다. 그냥 '난 그 이상은 못해'라면서 포기했지만 이야기하는 사람들 옆에 벌렁 드러누워 쿨쿨 자버리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모임이었다. 어제 여러 사람의 살핌이 다름이 흥미로왔다. 미노타우로스가 테세우스를 기다린 게 아니냐는 말, 드림웨이 책을 스스로 번역해서 읽고 꿈작업과 융심리학의 연관성에 대해 대학원에서 발표를 했다는 그녀는 귀하게 찾은 길에서 정진하고 있었다. 미노타우로스를 그림자로 보고 자기 안의 그림자를 어떻게 통합할 건지가 과제라고 했다. 좋은 자극을 받았다. 우리가 읽어온 신화 책 중에서 제일 좋다는 의견들이다. 좀 더 성실히 읽어올 걸. 부끄럽다. 

겨울 되면서 비염이 심해져서 거의 잠을 자지 못하는 그녀 옆에서 모닝페이지 하고 아침정진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내려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달풀 가족세우기는 다음 달에도 기회가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살핌의 내용이 무엇이든 근본적으로 가기 싫어하는 마음을 읽는다. 그리고 무엇을 선택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고 판단한다. 40대 60이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49대 51쯤 되니 고민을 하는 것일테지. 선택을 위한 고민의 과정이 힘들다. 이런 걸 힘들어하는 자체가 싫다. 선택하는 주인공의 자리를 남에게 내어주거나 선택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보내는 걸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졌다. 낮동안 졸립거나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 근데 4시간 자고 온 것, 공간을 바꾸어서 움직인 것은 나에게 몸과 마음에 부담이 된다. 과민하여 화내기 쉬운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었다. 어떤 순간에는 넘치는 때도 있어서 아이에게 버럭해서 삐지게 하기도 한 듯 하다. 핸드폰 밧데리를 고향집에 두고 왔다. 빵구가 여럿 나고 있다. 점점 코너로 몰리는 기분이다. 단군의 후예 프로그램이 아침기상과 아침활동 2시간에 대한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근데 다른 목표들인 저녁전환과 운동에 대한 것도 일지에 있고, 낮동안 업무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쓰려고 한다. 첫번째는 이 프로그램에 얹어서 이것의 에너지를 동력삼고 싶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이 프로그램이 기반한 필살기 책을 한 번 읽었기 때문이다. 나의 직업은 크게는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안에 놓여있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가야할 지, 당면한 여러가지 직업적인 문제점과 과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할 지에 대한 '지금은 모르지만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리무중의 삽질, 더듬이질. 

자신이 한심하다. 이렇게 온건하게 말하는 게 마음에 안든다. 다시 한다. 자신이 한심해서 콱 돌아가시겠다. 어라?  이렇게 쓰고 보니 안 그래도 거친 내 마음이 거친 말따라 더 거칠어지고 더 취약해지는군. 내일은 한심해 리스트를 작성해야할 것 같다. 불안정하고 탄수화물 과식과 웹써핑 늘고 집안의 정리정돈, 청소 상태가 흐트러지고 있고 주의력이 많이 떨어지고 현실적인 문제해결력 최하급이다. PMS가 한 몫 거들고 있는 듯. 아는 손님인데 반갑지 않다. 그에게 테이블을 내어주고 따뜻한 차나 밥을 비벼주고 내가 지핀 난로를 당겨주며 이 뜰에 머물다 가시는 시간 동안 편안히 계시도록 마음을 쓰고, 혹 말이나 행동으로 전할 것이 있으면 이야기를 들어주기 보담  나 하나를 어쩌지 못해서 헐떡거리고, 쩔쩔 매고 전전긍긍 하고 도망다니고 있다. 이 집은 허술하고, 뜰은 시들하고, 부엌은 황량하구나. 평화는 싸워서  마음에 안드는 것, 자신과 다른 것을 궤멸시키거나 미궁 속 괴물 취급하며 숨기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관용을 갖는 것, 다른 것들이 목소리를 내어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건강하고 굳건하게 중심을 잡아나가고, 어둠과 싸우기 보담 내 안의 촛불을 밝혀드는 과정에서 올텐데 중심이 너무 취약하다. 기억한다. 이 생의 유일무이한  사명, 내 삶의 0순위는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책임지는 것임을. 욕심때문에 어두워진다는 말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진리를. 

이 많은 '나'와 '나의' '내' 단어들이 피곤하고 지루하고 보기 싫다. delete 키 누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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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27 05:05:07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52일차 _ 10.27 수

기상 : 00:15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 20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NO

알람없이 기상,  엊저녁 7:00 취침

일어나니 보일러 틀고 잤는데도 한기가 든다. 바로 모자, 조끼를 입고, 어제 입은 레깅스 위에다 개량한복 바지를 덧입었다. 이거야말로 단군이 새벽수련 레이어드룩이렷다. 그러고도 모잘라서 어깨를 옹송거리고 사타구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쭈그리고 앉아서 커피를 훌훌 불며 마신다. 모닝페이지를 하면서 한심해 리스트 19까지 적었다. 시작할 때는 아주 아작을 내고, 한 100가지 적을 기세더라만 적다보니 에너지가 전환이 되었다. 고마운 도반 모닝페이지, 당신에게 기꺼이 '당신으로 인해 나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나와 언제나 언제나 언제까지나 함께 해주세요' 응? 이건 좀 곤지럽고 '나는 니 없이는 못산다.' 해볼까나. 암튼 아침부터 달다구리 찬사를 바쳐도 좋을 생존전략임을 기꺼이 인정한다. 아침정진 먼저 한다. 그 후에 안전망을 하러 주민등록증 들고 염주 쥐고 학교 지나서 송림5거리 공중전화에 뛰어갔다와야하나 어쩌나 하는데 할 필요가 없어졌다. 고맙다. 교안을 그 자리에서 다운 받아 열어서 이상심리학 중미고사를 친다.  15문제 5지선다형이다. 치고나니 그렇게 겁 먹을 건 없는 일이었는데 싶다. 문득 이번학기 6과목 중 끌려서 신청했으면서도 이상심리학 수업을 특히 들어내지 못했던 것은 내가 '이상'을 대하는 걸 힘들어하고 싫어했기 때문이로구나. 불안장애, 우울장애 이런 말을 듣는 것조차 싫어했었구나. 듣기 싫은데 '왜? 너의 우울, 너의 불안을 만나는 것이 싫어서?'라는 말이 들리네. 그래 싫었다. 그래 나의 미노타우로스 보기 싫었다. 그래 나는 우울하고 불안하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구? 그리고 세상일이 어디 그렇게 단순하더냐? 외워야 할 전문용어, 정의도 많고, 시간관리 잘 안되고....어쩌고 저쩌고 하더라도 나의 미노타우루스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인정해야겠다. 

20분쯤 달린 것 같다. 손목시계를 어디 벗어두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여름부터 입고 달리던 반바지 안에 레깅스를 입으니 춥지 않고 달릴 때 불편하지도 않아 딱 괜찮았다. 하늘이 정말 어여쁘더라. 걷는 사람들이 모자와 장갑을 끼었다. 나도 빵모자 쓰고 나갔다. 벚나무는 노랗게 진다. 여기 단풍나무는 잎이 아직 푸르다. 붉어지다 잎 지는 과정을 낱낱이 목격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더 달리고 싶은데 출근시간이 임박해서 돌아왔다. 천미리 우유를 사와서 이전 요구르트를 퍼담고 발효기계에 꽂았다.  두부를 잘라넣고 오늘은 된장찌개를 끓였다. 혼자 살기 시작한 지 6개월만에 끓이는 된장찌개가  맛있다. 작은 뚝배기를 하나 사고, 싸면서 맛있고 영양가 있는 콩나물무침, 미역줄기볶음 이런 반찬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한다. 달리기가 주는 이런 전환이 소중하다.  

출근해서 읽어보니 일지 쓴 품새가 마음에 안든다. 싸그리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올라온다. 공들여 내 손으로 만든 것들에 대한 이런 반응을 심연을 지나는 나의 한 특징으로 봐도 될까? 알 수 없다. 영웅편지의 구절을 통해 일상의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관점 이것도 마음에 안든다. 변경연 사이트가 새로운 중독사이트가 되는 것, 하루에도 몇 번씩 꼴방쥐 들락거리듯 단군일지에 목줄을 매고 묶여지내는 것, 방문자 수를 보면서 '내게 응원을 보내는 분들이 고맙구나' 하는건 잠시 어디서 받지 못한 인기나 사랑을 그것으로 대치하려는 듯 연연하는 태도도 다 싫고 짜증스럽다.    

오늘 동호인의 날이어서 직원모두가 2시에  퇴근해서 인천대공원 관모산 올라갔다가 회식했다.  낮동안 군것질을 많이 했다. 걷지 못하는데 운동량이 절대로 부족한 우리 아이가 고도비만이라 움직이기 싫어해서 체질량지수 재서 다이어트시키는 중이라 우유 말고는 간식을 주지 않는다. 다른 아이도 최고도비만이라서 과자를 주지 않고 점심먹은 후 런닝머신에서 10분 걸려서 보낸다. 그래서 지난번 10월 생일잔치때 어머님들이 주신 과자가 많이 남아있다. 그 중에서 감자칩 먹었고, 급식 잘 먹으면 주려고 내가 사둔 초코파이 1개와 관모산에서 강냉이 2/3자루 먹었다. 뭔가 계속 씹고 싶고, 평소 안 먹던 초컬릿을 달고 사는게 PMS 군것질 특징인 듯 하다. 저녁 회식때도 과식했다. 보쌈과 파전, 해물찜, 칼국수가 나왔다. 소주를 평소보다 여러 잔 마셨다.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는 않았다. 2시부터 8시까지의 일정 중 일행을 놓쳐서 혼자서 길 아닌 길을 뚫어 산을 걸을 때가 제일 좋았다. 진심으로 행복했고 마음이 긴장하지 않고 편안했다. 질 높은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나? 자연과 더불어 고요한 시간을 보내길 원하나? 그런 시간을 갖도록 이 여자를 배려하면 좀 위로받으려나 마치 내가 그녀의 엄마나 코치나 선생인 것처럼 생각해 보는데 산길은 끝나버렸다.    

집 가까이 사는 동료가 태워다 주는 차 안에서 8시가 지난다. 나는 정신없이 꾸벅꾸벅 존다.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저녁정진은 잊어먹었다. 과식과 과음으로 혹사시킨 속이 너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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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28 06:42:13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53일차 _ 10.28 목

기상 : 01:1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 50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NO

알람없이 기상. 엊저녁 08:10 취침, 회식 후 취한 상태에서 잠들다. 샤워하고 잠깐 정진하고 자려면 몇 만년, 명 생이 필요할까? 한숨 쉬는 식으로 나에게 욕하고 짜증 부리며 깨어나다.   

모닝페이지, 아침정진을 했다. 오늘은 정진하면서 안전망을 하러 공중전화로 나갔다. 개량한복 몸빼바지 입고 히수그레한 색의 통짜로 된 긴 코트 입고, 모자를 두고 퇴근해서 목도리로 머리수건을 한 나는 영락없이 새벽기도 가는 할머니 권사님 차림이다. 누가 해꾸지할까  하면서도 겁 많은 나는 초등학교 담벼락 낙엽더미 밑에서 발견된 시체 뉴스를 떠올리며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겨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주민등록증을 주머니에 넣고, 혹시 길 가던 술주정꾼이 뭐라고  하면 냅다 달려서 도망칠 요량으로 운동화 신고, 드라큘라를 대적하는 사람이 십자가와 마늘을 쥐고 나가듯 108염주를 오른손에 쥐고 나갔다. 나도 안다. 내 상상이 지나치고 내 겁이 지나치다는 걸. 이 동네 주민이 되고나서 그 시간에 밖에 나가는 게 처음이다. 고양이가 뭔가를 뒤지다 도망가는 기척에 흠칫 놀라 걸음이 빨라진다. 학교 담장 너머 길로 걸어오면서 4시도 안된 시간에 우리 학교 주차장 쪽 우유 냉장고에 우유를 채워넣는 머리 허연 아저씨를 보았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배달된 거로구나. 앞으로 우유 유통기한 놓쳐서 버리지 않도록 신경써야지. 다행히 공중전화는 파출소 앞에 있었다. 그게 거기 있었는 줄 처음 알았다. .   

커피 2잔으로 속을 혹사시키면서 나의 소화기라인의 장기들에게 미안했다. 정진을 하며 좀 울었다. 평소와 같은 내용을 읽고 발원하는데 마음이 힘들었나? 그랬을 수 있고 PMS 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지나친 변경연 사이트 들락거림은 의존심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보인다. 습관적으로 내 존재 전체를, 내가 가진 삶의 과제 전부를 의탁하고 있었구나. 의존하지 말아야겠다.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진리(대로 사는 것)일 뿐이다. 종교가 나를 구원할 수 없고, 정토회가 구원할 수 없고 변경연이 구원할 수 없고, 단군프로그램이 그럴 수 없다. 단군프로그램 고유의 것에 대해서만 기대를 하고 전 존재에 대한 것은 놓는게 낫겠다. 내가 현재 이해한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첫째, 자신의 천복과 직업을 연결시킨다. 둘째, 변화 도약을 위한 1만 시간, 10년의 법칙을 이행한다. 세째, 하루 중 새벽 2시간을 자신의 직업 직무중 자신이 잘 할 수 있으면서 필요로 하는 필살기 수련에 쓰고, 직업시간 동안 일정 시간을 고정적으로 투자한다.'이다. 그리고 나는 그 본래 목적에 대한 관심이 물론 있지만 더 큰 것은 새벽정진을 해 가야겠는데 혼자는 못하겠어서 옆에 함께 있어줄 동행이 절실히, 간절히 필요했다. 단군프로그램은 선물처럼 주어진 고마운 인연이다.  

달리기 시작한 시간 7:00. 단풍나무 나무뿌리에서 제일 먼 잎부터 붉어지기 시작했다. 설레었다. 추운 날을 보내기 위해 나무가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뿌리에서 먼 잎, 가장 나중까지 간직하는 것은 뿌리. 나무에게 배워서 나도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지켜야겠다 다짐하며 달린다. 신트림을 많이 했다. 30분을 넘겼을까? 고요한데 내 안의 어떤 목소리들이 들린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이렇게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 내가 고요히 뭔가를 생각하기에 좋은 상태인듯 하다. 

출근시간 8:38. 두 보조샘, 휠체어 탄 아이가 이미 도착. 퇴근시간 6:00.

오늘 쉼없이 열심히 일했다. 일단 기안 처리와 출장 신청을 왕창했다.  어제 과음과 과식으로 종일 속이 좋지 않았다. 자잘히 짜증이 났다. 그동안 안내고 있던 화를 모두 낸 듯 하다. 근데 이런 상태가 또 일처리 하는데는 에너지가 되어주는 것도 같다. 땡깡놓는 아이한테 휘둘리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의 사정에 신경을 덜 쓰게 되는 듯 하다.  

7시에 누워 바로 잠들다. 정진 시작하기가 귀찮고 싫다. 저녁 정진 안한지 12일째. 그동안 쌓아온 저녁정진 흐름이 다 무너졌겠군. 심연기간은 63일까지다. 가장 힘들고 하기 싫은 지금 저녁정진을 물고 버팅겨야, 울면서도 하고, 취해서도 하고 방석에 엎어져 졸 지언정 먼저 드러누워 포기하지 않아야 콩두씨, 저건 내가 기어코 해야하는 거로구나 뼈에, 살에 새길 수 있어요. 지금 이 여자가 얼마나 버팅기나 고집 좀 부려보는 거거든요. 관성의 법칙^^ 무게를 가진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방향을 변화시키려면 더 큰 힘으로 밀어야지요.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이런 상태를 만들기 위해 삽질을 또 53일만큼 해야하는 거거든요. 콩두씨 힘을 내요. 이 기회를 꼭 붙들길 바래요.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이 이루어지려고 하고 있어요. 이 속에서도 해 내야해요. 12일 못해도 괜찮습니다. 콩두씨까 저녁정진에 대해 세웠던 목표 달성이 물건너 가는 것도 괜찮습니다. 12일 못했으니까 때려치워버리려는 그 마음은 욕심이고 퇴불심이고 아만입니다. 자신을 숙이세요. 힘들면 '힘듭니다. 도와주십시오' 기도를 들으시는 님들께 절을  하며 엎드려 우는 정성을 마련하세요. 콩두씨 포기하지 말고 해 봅시다. 콩두씨는 할 수 있어요. 자신을 믿으세요. 3년 걸려 갈 길 15년 걸려 가더라도, 순위 따위 다 날아가고 해 지고 불 다꺼진 스타디움을 홀로 걷고 있어도 괜찮아요. 포기하지만 않고 계속 걷고 있으면 언젠가는 길 끝에 닿을 겁니다. 아프면 약 먹으면서 가고, 눈물 나면 울면서 가고, 넘어진 자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스승님의 말씀대로 오래 누워 있지 말고,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기로 해요. 천천히 계속 걷기로 해요. 히말라야를 어떻게 넘어왔냐는 질문에 할머니가 '한 걸음씩 걸어서요'라고 대답했듯이 말입니다.  콩두씨를 응원합니다. 콩두씨 안에는 힘이 있어요. 콩두씨에게 사랑을 보냅니다. 라고 쓰면서 새벽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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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29 05:51:40 *.114.49.161
콩두의 단군일지 54일차 _ 10.29 금

기상 : 01:3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 달리기 1시간 OK

알람없이 기상, 취침 7:10

아이폰 충전기를 구하지 못했다. 오늘 새벽 안전망을 하기 위해서 공중전화까지 4시, 4시 20분, 5시 10분 3번 다녀왔다. 편도 312걸음. 나서면 왼반달과 별빛을 보면서 새벽산책을 즐기지만 나서는 순간 딱 딛고 나서는 그 순간에 생각이 많다.  기도할 때도 천수경, 예불문, 108배 어느 부분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 찰라, 한 생각 꺽기가 어렵다.  가로수는 메타세콰이어고 5시 20분에 터미널로 가는 첫차가 가더라. 법정스님은 안거를 해제하면서 짐을 꾸려두었다가 첫 차를 타고 딱 떠나는 맛이 있다고 하셨지. 다음에 고향에 갈 때 새벽수련을 마치고 딱 나오면 저걸 타고 터미널 가겠구나. '네가 꺽여진 꽃, 쓰러진 나무 같을 지라도 너를 믿어. 나를 믿어'라는 최점숙님 통화연결음이 마치 내게 불러주는 응원가 같다. 오늘 새벽에 여러번 울었다. 그것이 주는 슬픔에 젖어들려다가 이 눈물은 실제 일어나는 일과는 별 상관없는 호르몬의 영향, PMS라는 생각으로 경계한다. 얼마쯤은 무의식이란 커다란 창고 속에 쟁여둔 것들과 연관을 갖고 있겠지만 신경 안쓰려한다. 몸과 정서와 정신과 일체의 것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실체인양 즉시 뛰어들지 말고 조금 거리를 두는 내공은 명상시간을 늘이면 길러지려나? 연륜과 경험이 필요하다면 나이듬 환영이다. 그런데 나이들면 그 나름의 변화의 과제들이 또 있을 것이다. 오늘은 적당히 가볍고 부드러운 걸 보고, 듣고, 곁에 두고 싶다. 나를 소중히 보듬자고 마음 먹는다. 잘 보내길.     

달리기 시작한 시간 6:45.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았다. 아파트 단지 위로 붉은 해가 떠올라 '저것이 향수 노래 속 그 해설피 금빛인가?' 싶은 햇살 속, 나무 아래 트랙을 달렸다. 까치 소리를 '힘내. 좋은 소식이 올거야' 내 맘대로 해석해서 들었다. 단풍나무는 어제보다 더 붉은 기가 돈다.  오늘 본 해 뜨는 광경을 마음이 잊어도 몸은 기억할 것이다. 처음으로 1시간 달린 날이다. (어이쿠 축하합니다. 콩두씨^^)  달리면서 1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숨이 턱에 찰 만큼 힘들지 않았기 때문에 더 신기하다. 매일 하는 것의 힘!  달리며 뇌택귀매, 상향평준화를 생각했다. 내가 청룡부족 안에서 너무 깝치고 있는 듯 해서 후회스럽고 불편하다. 언제가 주역하는 이한테 들었던 그 말이 왜 생각이 난 거지? 상향평준화는 직장에서 나를 넘치는 이를 경계하지 말고 나를 강력하게 키우겠다는 의미로 생각한 것. 돌아와 몸의 열이 식기 전에 압력밥솥을 올려놓고 환기시키고 집을 닦았다. 절에서 기도 마친 후 도량을 청소하듯이. 절에서는 청소도 마음을 살피고 닦는 과정이었다. 밥 먹는 것도 그랬지. 그러나 다시 출근에 쫒긴다. 달려서 간신히 지각을 면했다. 많은 충만한 일정을 새벽에 보내지만 전력질주로 간당간당 출근하는 건 좀 아니다 싶다.  

8:38 출근. 퇴근 5:35. 오늘은 9시부터 2시30분까지 쉬지않고 수업했기 때문에 말도 하기 싫다. 보조샘 휴가인데 계발활동이 있었고 급식시간에 훈육을 해야했다. 이런 시간이 싫지만 담임인 내 몫인 듯 하다. 이걸 안하고 도닥거리기만 하면 아이는 민폐스러운 독불장군이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좋은 역할'만 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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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30 06:20:09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55일차 _ 10.30 토

기상 : 02:3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 30분 달리기 OK, 저녁정진 OK emoticon

알람없이 기상, 7:10 취침 (7시간 20분 잠) 

어제 도착한 송도마라톤 기념풍 방풍의를 시험가동하느라 입고서 새벽일정을 보냈다. 흰 색의 점퍼인데 왼쪽 가슴에 "42.195,  I'm a road runner"라고 적혀있다. 가슴뛰는 문구다. 85 사이즈 주문했더니 어깨는 맞고 소매 5cm 모자르다. 달리기 복장으로 제작되어서 그런지 겨드랑이가 숭숭 뚤린 천으로 되어 있고 양쪽 주머니에 지퍼가 달렸다. 재단이 꼼꼼히 된 것 같지 않다. 실밥이 나와 있고 손목 가장 가느다란 뼈 위에 걸친 소매주름이 살에 새겨진다. 팔이 길지 않은 편인데 이렇게 작고 좁다. 이걸 입고 오늘 달려볼 참이다. 안전망 4:20, 5;20에 달려서 공중전화 다녀왔다. 전속력으로 달렸다. 새벽 스피드훈련이다. ㅋㅋㅋ 재미있었다. 오늘은 고양이가 나에게 놀라 달아난다. 새벽의 소득이 둘 더 있다. 왼반달이 어제보다 더 얄상해져 있다. 왼반달은 지는 달이었군. 그리고 파출소 옆 슈퍼가 문을 5:30에 열더군. 이제 신새벽에 커피 떨어졌을 때 걱정없다. 

오늘부터 새벽수행일지와 단군일지를 합치기로 했다. 아이에게 훈육을 하는 시간을 너무나 힘들어하는 이유를 참구했다. 떠오른 것은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데메테르 편이다. 데메테르는 그녀가 돌보는 페르페포네에게 의존적이다. 자신이 충족감을 느끼기 위해 자신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누군가를 돌보는 형태를 늘 필요로 하므로 상대의 자립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것이 데메테르의 함정이다. 자신의 '돌보려는' 선한의도 뒤에 가려진, 한계를 짓지 못하여 자식이 요구만 하는 반사회적인 특징을 가지는 것, NO 하지 못하여 과부하 걸린 자신이 분노를 품고 있는 것, 자립을 위한 시행착오와 탐색을 허용하지 못하는 과잉보호의 위험, 빈둥지 우울증에 걸릴 위험 등을 속에 품고 있다. 그녀는 성숙을 위해서 자신의 다른 원형(다른 처녀여신이나 남성적 자아)을 활성화시켜서 스스로 충족감을 느끼고,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추구해 가는 것, 한계를 밝히고 거절신공을 익히는 것, 자기 자신에게 좋은 엄마 노릇을 해야한다.

내가 어릴 때부터 경기 하고, 기관절개술을 하고 있어서 계속 비위를 맞춰주고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이쁘고 연민을 불러일으키지만 돌보는데 손이 많이 가고 진을 빠지게 하는 그 아이에게 쩔쩔 매는 것은 첫째, 내가 그 아이의 자립성보다 나의 '아이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 '돌보는 존재를 필요로 하는 의존성'을 쥐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둘째, 좋은 선생이라는 이미지 안에는 무조건 주는 것만을 포함한다. 그런데 그것은 자립심과 한계를 지키는 책임감을 상정하지 않은 퍽 이기적인 이미지이다. 스스로 착한 척 해서 이 아이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자신의 욕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자해도 불사하는 땡깡을 쓰는 독불장군 괴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아이를 믿는 것은 혼자 할 수 있음을 믿고 요구하고 기다려주는 것을 포함한다. 지능제한이 있어서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환되려면 무수한 반복을 거쳐야하고, 습관으로 정착시키려면 생활 속에서 가르쳐야 한다. 꼭 필요한 생존전략을 반복해서 입력해야 한다. 고등학생이 되고, 스물다섯 살 지나, 서른 여덟이 될 어떤 여자의 어린 시절을 보고 있다. 선생 이미지에는 돌봄과 함께 라푼젤을 높은 탑에 가두는 마녀같은 면도 있어야 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그런 것도 필요한데 한 쪽 면의 이미지와 역할만 가지려는 것은 직무유기다.  

나는 자신에게 좋은 엄마 노릇을 하고 있나? 모닝페이지, 정진, 달리기는 나를 챙기고 키우는 활동이다. 다른 여신 원형이 활성화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헤카테, 헤스티아, 아르테미스?) 이것이 나의 충족감과 자립심, 다른 사람을 통하지 않은 직접적인 자신의 욕구를 명징하게 하고 의존심을 많이 없애줄 것이다. 내가 데메테르 원형을 가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책꽂이에 꽂힌 책을 봐도. 그리고 산가 중인 그녀들에게 문병을 가지 못하는 것을 봐도. 그러나 산가를 끝내고 다음 주에 출근하는 베프에게 선물이라도 보내야 겠다. 산가중인 여자들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그녀들이 내가 되고 싶었으되 되지 못한 것의 상실감을 자극할 것이 싫었기 때문일테지. 

잘 하고 있어요. 콩두씨. 그런데 오늘 보니까 콩두씨는 읽은 것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그걸 생활에 적용해서 활용하고 있는데 그런 자신의 좋은 특성을 살려 쓰지 못하고, 너무 적게 읽고 있는 감이 있습니다. 쫌, 연예인 누가 속옷이 비치는 드레스를 입었느니, 누가 누구와 만나다 헤어졌느니 가쉽성 기사, 남의 일에 들러리 서는 사이트 죽순이 노릇 말고 질 높으면서 재미있는 책, 영화, 음악을 읽어주시면 안될까나? 이거야 뭐 양식 떨어져서 빈 항아리 벅벅 긁는 것 같습니다요. 그리고 자신 안에서만 구하지 말고요. 친구나 스승이나 좋은 책이나 이런 자원이 더 있으면 좋겠습니다요. 퇴근 후 1시간 놀기 어떻습니까? 뭘 하고 놀든 무조건 재미있게 놀기        

달리기 시작한 시간 7:15. 방풍의 괜찮다. 반팔에 입고 달리니 춥지 않고 가볍다. 무엇보다 큰 그 옷의 장점은 그 대회 완주의 성공경험과 관련되어 있어 자긍심을 높인다. 겨울 털모자는 너무 털렁거리고 덥다.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양쪽 발목 안쪽이 아픈 것 같다. 코너 돌 때도. 운동화가 낡아서 그런 것 같다. 30일 선물로 달리기복장과 커피를 생각했는데 아직 주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커피 딱 떨어졌다. 내 입맛에 맛는 맥심 빨강색, 아라비카를 살 것이다. 조금 더 쓴 건 없나? 그리고 달리기 복장은 등산복으로도 쓸 수 있는 긴 팔 윗옷 1개, 빨강색 나이키운동화를 사려한다. 나머지는 다 있는 것 같다. 캡모자 1개는 살까말까 한다. 나이키는 그 로고가 마음에 든다. 'just do it' 이건 에니어그램에서 3번의 캐치프레이즈라고 했다. 내가 전혀 쓰고 있지 않다는 3번의 에너지를 땅에 닿는 신발, 흔히 삶의 토대에 비유되는 영역에서 확보하고 활성화시키겠다는 선언의 의미이고 , 남에게는 선물한 적 있지만 나에게는 한 번도 준 적없는 고가의 신발을 선물하고 싶기 때문이다. 컬러 테라피 하는 분이 아래부터 빨강색을 친다고 했지. 아멜리에의 방은 침대와 이불까지 빨간색이었고 <미래에서 온 편지> 빨간색 표지다. 지금 그 색이 필요한가? 신념테마를 가진 사람은 근본주의자가 될 위험이 있다. 성전에 순교하는 사람, 가미가제 특공대가 다 그런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근데 진리의 이름으로 하는 모든 전쟁은 진리에 맞지 않다. 책 1권만 읽을 때의 부작용을 경계한다.       

출근 8:40, 이미 불 켜있고 아이의 휠체어 앞문 밖에 세워져 있다. 고마운 마음보다 눈치보는 마음이 먼저 올라온다. 퇴근 1:30 

퇴근해서 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4시 30분에 자서 9시 10분에 일어났다. 시계를 보고 2시 45분인줄 알고 출첵하려니까 아직 저녁이었다. 냉동실에서 내린 홍시가 더디 녹아서 14일만에 저녁정진을 시작했다. 12시까지 내라는 공문이 있었는데 나는 전일제 아이가 있어서 수업은 꽉 찼고 뒤에서 보조원 두 사람은 쉬고 있다. 공간이 분리가 되면 좋겠는데 그들의 속닥거리는 소리가 신경쓰인다. 오늘 할 말이 있었는데 끝내 하지 못했다. 부정적인 피드백 하기가 왜 이리 어려운가? 기간제 완료되어서 점심 낸다고 했다. 올라가 먹는 동안 보니까 이름이 정해진 학년업무를 나눠 맡은 것에 대해 감사하고 내가 맡았던 친목은 감사하지 않는다. 일테면 집 안에서 여자가 하는 업무인 거다. 자잘구레 일은 많은데 표 안나고 이름 안나는 것. 또 업무가 자신에게로 가는 것에 나이 많은 것 따지지 않고 성질 부르르 낸 이를 대접하고, 말없이 업무를 떼받아 전전긍긍하고 있는 나는 흔적도 없는 것이 쓸쓸하다. 좀 성질을 부려야 대접이 달라지나 보네. 하긴 보조원도 나에게 성질 확 부려서 자기 영역만 딱 하게 되었지. 짜증 형태로 하지 말고 나도 온건하면서 강력하고 분명하게 거절과 의견을 말할 수 있다면 퇴근 후 지분거림은 없었을까? 과자 먹고 떡 먹고, 나중에는 스타벅스 텀블러에 커피 타서 버스 타러 가려는데도 이륙 에너지가 나지 않았다. 웹써핑을 하면 시간이 더 빨리 가고 더 주저앉게 되는 듯 하다. 예약해둔 표를 무르고 싸둔 가방을 옆에 둔 채 지쳐서 잠들었다. 오늘 제사였다. 가기 싫었던 마음을 끝내 꺽지 못했다. 1시반에 퇴근해서 3시간 동안 한 것이 그 퍼포먼스구만. 고집은 디따 세다. 내가 꺽으려는 학교 아이의 고집을 선명히 가려 볼 수 있는 것은 내게 그 모습이 있기 때문일테지. 너는 무슨 인연으로 내 앞에 있느냐? 그리고 당신은 또 무슨 인연으로 내 앞에 와 있습니까? 나는 당신이 힘든데요 내 모를 다듬는 인연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관계를 끝냄으로써, 또는 도망감으로써가 아니라 부딪힘을 통해 나를 살피고 정련해가길 바랍니다. 분명 나의 어떤 특징이 이 문제와 괴로움을 만드는데 관여하고 있습니다 는 개뿔 나는 자꾸 상대 탓을 하면서 날카로운 마음의 총을 쏘아보내고 있다. 그래도 집에 전화 한 통해서 차차차차선을 다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쨎든 퇴근후 탄수화물 과식과 웹써핑은 대부분 근무시간 중의 스트레스에서 전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 책을 꺼내놓았다.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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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31 07:57:01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56일차 _ 10.31. 일

기상 : 00:0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없음. 두문불출

알람없이 기상. 엊저녁 9:30에 일어나 아침일정을 마치고 5시에 다시 잠들었다가 8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안전망을 하지 않았고 모닝페이지를 2번 했다. 너무 자신에게 갖혀있다. 밖으로 밖으로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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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01 06:48:31 *.114.49.161

콩두의 단군일지 57일차 _ 11.1. 월

기상 : 00:3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 30분 달리기 OK

알람없이 기상. 엊저녁 7:30 취침, 아침일정 마치고 오늘도 5시부터 6시에 한 시간 더 잤다. (수면 : 6시간 역쉬 이것이 적정수면시간)

커피를 빨강 맥심 5봉다리를 마셨다. 4봉다리로 일어나자마자 한 사발, 1봉다리로 6시에. 안전망 안했다. 커피가 자꾸 늘고 있어서 조금 염려되네. 내성이 생겨서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양을 늘여야 하는 중독의 문제도 있지만 너무 일찍 자서 5시간을 자고 0시에 일어나 활동하더라도 뇌와 몸이 깨어나지를 않고 효율이 낮은 것 같다. 그걸 커피로 쨍하게 만들려 해도 안된다는 걸 알겠다. 제일 좋은 것은 2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자면 나는 졸음이 쏟아져도 9시 가까이까지 버텨보는 게 저녁의 승리겠구나. 습관은 안정인데 이건 불안정 자체구나.

오늘부터는 일지를 내 블로그에서 먼저 쓰고 옮겨가기로 했다. 내 살림을 먼저 살기로 마음 먹었다. 이렇게 쓰는 것이 무슨 쓸모가 있나 싶은 날이다. 어제 인지행동심리학 리포트 내는 날이었다. 한 달간 말미가 주어진 과제였는데 나는 11시 55분에 세 가지 질문 중 한 가지는 대답을 못한채로 냈다. 그 많은 시간동안 무얼 했을까? 그리고 아침에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이 많은 것을 치고 있는데 그러는 것이 정말 아연하다. 눈에 보이는 실적에 이렇게 무용하다.

10대 풍광 중 4가지를 생각했다. 단군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여서 공간의 영향을 받았다. 거기서는 다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이 담긴 10가지 장면을 현재형 그림으로 그려보더라. 

콩두샘의 무지개교실
콩두샘은 연구하고 실험한다. - 매년 현장연구논문을 낸다.
러너, 도보여행자, 도시농부로 자연과 함께 산다.
아침은 생활 속 수행자로 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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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02 20:44:59 *.154.223.196
네 함 만나요. 제가 전화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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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화
2010.11.01 10:46:36 *.250.251.254
커피를 내가 보기에도 많이 마시는듯  해요.
나는 상상도 못하는 커피량.... 걱정..
콩두샘의 무지개 교실
나도 땡기는 것이 있어요
도보여행자, 수행자,
나의 미래에 사는 곳은 오롯이 자연과 함께....
생각만해도 좋아요
콩두님!! 함 봅시다.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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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02 07:09:55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58일차 _ 11.2. 화

기상 : 02:43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 일지쓰기 40분, 아침 달리기 30분 

알람없이 기상. 취침 7:40 (수면 6시간)

제물포역에서 회식 마치고 은행나무 아래를 걸어서 돌아왔다. 볼링장에서 생애 첫 볼링을 두 게임 치고, 학교 회식을 한 적 있는 고기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지나치게 빨리 많이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지하상가에서 컵에 담긴 가짜 탕수육을 한 컵 먹었다. 음식에 취해도 몽롱한 상태가 되는걸까? 둔해지니까 걷다가 보도블럭 튀어나온데에 번번이 채이면서도 좀 흥얼거려진다.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는 잊어먹었다. 두만강 푸른물에 노 젓는 뱃사공은이나 처녀뱃사공은 아니었다. 가방만 던져놓고 바로 잠들었다. 나는 조금씩 혼자 사는 사람들이 왜 밤이 어렵다 말하는 지를 알게되는 것 같다. 이전에는 그것이 성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며 혼자서 수줍어한 적 있었는데 그건 오해다. 명징하게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새벽시간, 출근해서 돈 받는 일꺼리와 많은 사람들이 메워주는 낮동안에 알지 못하던 여러가지가 저녁에 돌아와 불을 켜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근데 워낙 일찍 자고 새벽에 할 일이 많은지라 그 시간이 길지는 않다. 근데 이 여자를 위해서는 챙겨볼 간단한 행복기술이 있다. 저녁에 들어오자 마자 옷 갈압고 씻는 것, 불은 끄고 잠드는 것이다. 아침에 이빨이 아프고 휜히 켜둔 형광등 불빛 아래서 잠자느라 눈이 좀 아픈 듯 하다. 나의 배갯머리를 지키고 있는 사랑초는 밤에 불이 꺼지면 잎을 오무리고 쉬는데 아침에 보니 펼치고 있다. 안구건조를 호소하는 눈에게 인공눈물을 넣어주었느데 사랑초에게는 해 줄 일이 없다. 미안하구나. 양계장 닭들처럼 너의 생체시계를 자연스럽지 않게 했다. 눈 뻑뻑하고 자고 났는데도 고단하겠어요. 나하고 붙어살기 힘들지요? 그래도 계속 옆에 있어주시기를요. 오늘은 내 집에서 나와 함께 살고있는 식물들 하나하나에게 눈길을 주면서 또는 베란다에 있는 이들에게는 마음을 보내며 아침 인사를 했다.   

커피 두 잔을 마셨다. 오늘은 좀 산만한 일정이었다. 다른 때보다 늦게 일어난데다 안전망을 한다는 핑계로 웹에 오래 머물렀다.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 동안 관계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 뭐 이따위로 어렵게 말한다냐? '버림받을까 하는 두려움'이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이라는 걸 다루려다 오늘 산만하여 건드리지 못했다. 지난 주말에 나는 두문불출했다. 내가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그 잠수다.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거기 가서 하루 거들면 내 얼굴이 빛나고, 게다가 나에게는 길러주신 분일수도 있는 증조할머니의 제사가 있었다. 이 분을 집 안에서는 가장 큰 어른, 은인으로 생각을 하고 그 분 손에 자라난 손주들이 여럿 모인다. 그 중에는 나를 이뻐하셨던 고모도 계시다. 근데 나는 가족세우기 웤샾을 간다고 했다. 원가족에서 독립하고 싶은데, 나는 뭔가 내 인생이 묻어가는 것이 아니라 좀 다르더라도 내 살림을 살고 싶은데 명확하지는 않지만 거기서 도움을 얻을 것 같은 감을 갖고 있다. 내 선택은 그랬다. 엄마와 며느리는 사과축제에서 사과도 팔고 제사도 잘 쳐내고 아이도 보고 싶어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고향집에도 내려가지 않고 가족세우기 웤샾에도 가지 못했다. 집 안에서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기만 했다. 불안을 달래자니 이것저것 먹어대었고 쉬 살찌는 내 체질은 주말동안의 과식의 결과를 고대로 보여준다. 가지 않겠다는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폰 밧데리를 집에 두고 오긴 했지만 공중전화도 있었고, 내가 번호를 못외우긴 하지만 그래도 고향집 번호와 아버지와 남동생 것은 외운다. 무엇을 선택해도 되고, 나는 내 선택의 책임을 지면 되는 건데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었다. 

오늘도 몇 가지를 버린다. 지난 여름을 보내며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것은 내게 필요하지 않은 옷이므로 버린다. 여름 점퍼 하나와 브이넥 쉐타 2개다. 매몰비용이 있는 경우가 버리기 어렵다. 가장 버리기 어려운 것은 책들이다. 오늘은 버리거나 남에게 줘버릴 책을 4권 골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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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는 내가 좋아하는 책이다. 법륜스님의 결혼주례법문을 녹취해서 타이핑하기도 했었다. 결혼법회 실무를 하면서 정말 즐겁게 들었다. 2주 전에 결혼한 직장동료에게 선물로 주어야겠다. 그녀에게 직접 청첩장을 받았는데 가보질 못했다. 베란다의 시클라멘 화분을 하나 이쁘게 포장해서 가야겠다. 돈이 없기도 하다. 근데 돈이 없을 때도 내가 가진 것을 선물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키우던 식물을 주고, 앞에다 편지를 쓰고, 내가 아끼는 책을 줄 수도 있군. 주지 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진짜 애장서 맞군. 
<그녀들은 왜 점집에 갔을까>는 읽기를 좋아하고 점집에 가보고 싶은 보조선생님한테 내가 아는 용한 점집 전화번호를 적어서 드려야겠다.
매일 태아와 산모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써놓은 임신책은 입덧 중인 그녀에게 주고서, 나도 만난 적 있는 성실하고 영어 잘 하는 남편 읽으라 하면 좋겠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는 이야기>는 내 집에서 들고나가서 학교 아이들과 매일 한 꼭지씩 읽어야겠다.
오늘  버리고 있는 것 또는 물건을 버림으로써 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였다. 그것이 무엇이든 가을 나무가 잎을 버리듯 때가 되었음을 서로 받아들이며 강요하거나 재촉하지 않고, 그렇다고 조화로 머물려 욕심내지도 말며 변해가길 기도한다.

7:25 달리기 시작. 바람이 많이 불었다. 하늘이 맑다. 앞 뒤 누가 오나 살펴서 수풀 속으로 코를 몇 번 팽 풀었다. 그 바람에 내가 달리고 있는 송현배수지가 1905년 무렵 일본인들이 만들 거라는 걸 읽었다. 그럼 저 단풍나무도 100년 되신 어르신인가?

8:40 출근 2:00 출장. 문제행동에 대한 긍정적 행동지원에 대한 연구학교 보고회였다. 문제행동이 일어나기 전에 일과 시간표, 주변환경을 구조화하는 등의 방법을 쓴다고 했다. 유용했고, 다른 동종업자들을 만나는 것이 숨통 뚫리는 듯한데 시간과 깊이가 미진하다.

저녁에 '전환을 위한 신체활동을 겸하면서 정진을 빠뜨리지 않으려면 절을 하면 되잖아' 싶어서 200배 했다. 천수경을 절하며 암송. 내일부터는 예불 후 200배 하고 짧은 명상 해보기로 한다. 날이 추웠다. 집까지 태워다 줘서 편히 왔다. 첫 학교 발령 동기인 두 사람이 반말을 쓰면서 10년 가꾼 직장 인연을 확인할 때, 돌잔치, 장례식, 결혼식 부조금 봉투를 들고 다니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사, 출산 선물을 보내는 이런 일에 내가 너무 멀리 떨어져있고 챙기는 것도 잘 못하는 걸 본다. 날이 갑자기 추워졌고 은행잎은 더 노래졌고, 추워서인지 마음이 스산해 지는 것 같다. 오랜만에 저녁정진을 하니 기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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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03 08:22:07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59일차 _ 11.3. 수

기상 : 02:2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 일지쓰기 40분, 아침 달리기 20분

알람 듣고 기상(5시간 10분 수면) - 8:40 에 누웠는데 30분 뒤척임. 11:18 깨어남. 1:40 알람에 눈 떴는데 개운하지 못하여 더 잠. 9:10~2:20 . 

수면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 저녁 취침의례를 만들라고 조언하곤 한다. 방닦고, 이불 깔고, 양치하고 옷 갈아입고, 불 끄고 눕거나 뭐 집집마다 다르지만. 나는 그동안 딱 졸릴 때 머리 대면 자는 식으로 했지 정해진 시간에 자는 것은 안해보았다. 한동안 이것을 버릇 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보통 책을 읽다가 불 켜둔 채 자거나 TV를 보다가 잠드는 것이었던듯 하다. 어제는 저녁정진을 해서 제법 정돈이 된 저녁이었다. 차이가 뭘까? 어제는 2시에 특수학교로 출장 가서 '학교 차원의 긍정적 행동지원을 통한 문제행동 예방 및 감소방안' 을 들었고(이런 공부를 좋아라 한다. 내가 부딪히고 있는 과제해결에 도움을줄 수 있는 이론을 적용한 결과를 듣는 것), 뜻 통하는 동종업자들과 차 안에서 수다를 떨고, 호빵을 사먹고, 주차장이 멀어서 은행나무 아랫길을 걸었다. 오후 시간을 즐겁게 보낸거지.  

모닝페이지 2:30~3:20 (50분), 아침정진 3:30~4:45 (1시간 15분)

모닝페이지 중간에 출석부 올리러 갔다. 출석부 여는 소임이 부담 되지 않게 하려고 내게 필요한 말을 하고 필요한 만큼 하려고 한다. 정진 중간, 천수경, 예불, 108배 마치고 명상 전에 안전망 전화 했는데, 나의 마음이 도탑게 정비되기 전이라 상대의 목소리 뉘앙스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나를 싫어하면 어떻하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 같다. 새벽시간의 여러 정진 프로그램은  나의 에너지 탱크를 채우는 활동이다. 내 탱크가 채워지기 전에 쓰는 것은 자신을 화나게 할 것이다. 그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시간표를 궁리한다. 모닝페이지가 50분쯤 걸리는 것 같고, 정진은 역시 1시간 15분 걸린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새벽 3시에 정진을 시작하는 것이지. 시간 계산 나온다.  사이버대학교 수업 듣는 일이 늘 관리 못해서 허덕이고 있다. 저녁정진을 퇴근하자 마자 절을 200배나 300배 하는 걸로, 정진과 전환을 위한 신체활동을 겸하기로 했지. 수행일지와 단군일지를 합치더니, 이제 저녁전환활동과 저녁정진을 합치고, 출석부 소임을 나를 응원하는 걸로 합치면서 많은 것이 간소해지고 있다.

어제 전화를 받았다. 주말동안 어영부영 지내고 나서 전화해야지, 해야지 하고서 못했다. 내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는데 먼저 전화를 해 주어 고맙다. 역시나 사과를 고부가 팔았고, 두 사람 모두에게 그 일은 재미가 있었다(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거웠고, 가격을 높이 불렀는데도 비슷한 상자수를 파는 성과도 낸 것 같다.) 아이는 아이 아빠가 봤는데 오히려 부녀가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계기가 되었다 했다. 제사 준비는 고모가 많이 거든 것 같다.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갔네. 8번의 제사 중에서 내가 직접 본 조상 두 할머니의 제사가 제일 크고 두 할아버지의 제사는 그것보다는 작은 것 같다. 며느리 혼자였을 때와 비교해서 수가 늘어나니까 교통정리할 것이 많이 생긴다. 호칭부터 집안 제사가 몇 번이고 그 중 필참은 뭐고, 참석하지 못할 때는 가만히 있지 말고, 똑같이 직장 다니는데 애 키우고 제사 장 봐서 시댁 와서 낮에는 일 거들고 저녁에는 3시간 제사일을 보는 이한테 전화를 걸고 돈을 보내는 등. 근데 이 모든 것의 기준은 현재 제주인 아버지의 관점에서 정리가 되어야할 것 같다. 결혼한 여자의 시댁관계는 어렵구나 싶으면서도 나는 '내 아버지도 이 집안 여자들의  서열이 큰 며느리 중심으로 재편되길 바라는 눈치같은데' 하면서 시누이 입장에 머물러서 약간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보려고 한다. 자기는 아무것도 안하면서 결혼하면 갑자기 아내를 통해서 효를 하려는 남자들을 비판했는데 나 역시 며느리들을 통해 내 조상이 모셔지고 내 부모의 일이 처리가 되는 걸 보고 있군. 그녀가 며느리 입장에서 작은 며느리를 염두에 두고 했던 교통정리는 모두 나에게도 해당이 된다. 들으면서 뜨끔뜨끔했다.     

역시나 '나를 싫어하면 어떻하지'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은 내 마음  속에 있었던 걸까? 내내 남의 인생에 간섭하려는 오지라퍼의 태도를 경계하였다. 누구의 인생도 간섭, 참견하지 않고 본인의 선택의 결과나 과제는 본인들이 지고 가도록 하고 미뤄두었던 내 인생 좀 책임져 보려고 한다. 진인사대천명 이것이 두 번째 태도다. 11월 13일에 공의존에 대한 강좌가 서울사이버대학교에서 있어 들으러 가고 싶다.

책을 버리는 것에 대해 캐런 킹스턴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읽었다. 낡은 신념을 버리고, 관계를 책으로 대체하는 걸 버린다는 마음으로 45권 버렸다. 다시 3권 주워왔으니까 42권 오늘 아침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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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04 06:23:38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60일차 _ 11.4. 목

기상 : 01:40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 일지쓰기 40분

알람없이 기상. 8:20 취침 (5시간 수면)

오늘 네이버 블로그 점검이어서 노트북 한글 파일을 열어서 일지 쓴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후예 출사표 댓글에 쓰던 걸 블로그에 쓰더니 이제 한글파일이라....한 걸음씩 가고 있다.


새벽활동에 대해 살펴본다. 모닝페이지 2:13~2:45 (32분 2쪽 넘고 3쪽째 1/3. 남은 것은 모든 일정 마친 후 일지 쓰러 들어오기 직전에 했다.) 좀 의심스럽고 치대고 싶은 날인 듯 하다. 오늘은 내가 좀 산만하게 중간에 노래를 불렀다.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리마 같은 논길 따라 꿈 속을 가듯 정처없이 걸어가네......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꿈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 뜬금없는 노래다. 천수경도 노래하듯 불렀다. 그러고 보니 나는 되게 힘든 순간에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타령조의 노동요 가락처럼 음정박자 무시한 흥얼흥얼 노래. 아는 노래가 별로 없으니까 어릴 때 배운 동요나 주일학교에서 배운 캐롤, 꽃 피는 부산항에 같은 노력 안해도 알아지는 한국인의 트로트다. 우리 애들도 이런 노래 한 두 곡쯤은 외우고 있어야 하는데 뭘로 하지? 애국가? 


출석부로 가서 3:30까지 머물다 (45분) 이렇게 오래 지체할 꺼리는 없었는데 자신이 정비되기 전이라 어디 정신을 팔면 전환 더디고 균형을 쉬 잃는 듯 하다. 아직 인형의 머리, 팔다리 목 몸통이 꿰매어지지 않았고 표정을 담은 눈코입 그려지지 않았다. 돋바늘 정교하지 못한데 홈질 더디고 손 서툴다.


3:30에 아침정진 시작해서 천수경, 예불 하고 안전망 1개, 108배 하고 나서 1개, 명상을 하고 나서 1개, 마침 삼배를 스승님과 도반님들께 드린 후 1개 했다. 마음이 일어날 때가 있었다. 부족장님이 제안한 같은 시간대 챙기기 상관없이 전화를 한 거고, 다른 하나는 부담스러워하는 느낌을 받은 때다. 이건 나도 염려하는 바다. 자율성을 침해할 수도 있으니까.  면밀히 흐르는 것은 ‘나를 싫어하면 어떻하지?’라는 것이다. ‘이거 승천에 집착해서 오버하는구나, 오지라퍼 또 가동하네, 너나 잘하세요‘ 하면서도 전화 걸고 있다. 칭찬에도 비난에도 구애받음 없이 그저 필요한 도구로 잘 쓰이면 좋으련만 물 속 돌멩이처럼 비껴보내지 않고 담는 것은 거기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얻을 것이 있으니 눈치를 보고 당당하지 못하게 된다. 나의 쓰임새가 무엇이라고 고집하지 않고 인연따라 잘 쓰였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강약점과 모양, 용량을 갖고 있는 그릇인 것 같고 이런 취향을 가진 것 같다고 스스로 자신을 탐색하고 계발하고 안을 제시하는 것은 내 몫의 할 일이고, ’할 일‘을 하는 것도 내 일이다. 하지만 남의 일에 간섭하고 참견하느라 나를 돌보고 키우는 내 할 일에서 도망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한다. 이럴 때는 멈추는 것이 잘하는 짓이겠지. 출석부 소임이 주는 공부가 크구나. 


우공이산을 생각한다. 가장 깊게 와 닿는 것은 사람들이 상식을 가지고 비난해도 ‘수 년 수백년, 수천년 수만 년이 걸려도 내가 못하면 내 아들 그 아들이 해도 하겠어. 암 그렇고 말고’ 부분이다. 눈물을 쏟으며 인정한다. 힘들어서 끙끙거렸음을, 그리고 내가 한 1년쯤 애쓴 후 열매를 내가 따려고 했음을. 힘드니까 징징대고 투덜거리고 옆에 시비 붙이고 있다. 얼마쯤은 나 좀 거들어달라는 투정이 들었다.


어제 수업실기대회 입상한 이들의 공개수업 참관을 갔다가 둘 다 가슴에 불이 지펴져서 함께 근무했던 샘과 보쌈과 옹시미를 먹었다.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과 수업을 재미있게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데서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 내가 보기에는 후배 샘의 장점을 살리는 좋은 방편은, 컴퓨터와 특수교육을 모두 전공했고, 학생들과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한 계획서를 짜고 자료를 만드는 걸 즐기니까 수업실기대회를 도전꺼리로 가지면 좋을 것 같다. 그녀더러 ‘샘 보기에 저는 어떤 쪽을 기르면 좋을 것 같아요?’ 물었을 때 세 가지를 말해주었다. 첫째는 지역사회에 기반한 생태적인 학급운영이다. 맨날 선긋고 색칠하고 고등학교까지 가르쳐서 30까지 세기가 어려운 학생들과 숫자만 반복해서 덮어쓰는 것 말고 인근에 주말농장 분양받아서 텃밭에 나가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걸레 털어 너는 기능적인 생활기술을 가르치고, 교실 안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하는 지렁이를 키우고 쓰레기분리수거 하러 다니는 것 해보고 싶다니 그거 잘 하겠다며 맞장구 친다. 둘째는 그림책과 동화책을 가지고 하는 독서심리치료 같은 것, 셋째는 특수교육과 상담을 접목시켜서 특수아동 상담이나 특수아 부모(가족) 상담, 또는 특수교사 상담 쪽. 우리는 서로가 말하는 것의 전모를 알지 못하면서 감으로 말했다. 교사로 정년퇴직을 한 그녀의 아버지가 던진 화두 ‘너는 공립학교 교사를 그만 둘 상황이 생겼을 때 지금 학교라는 안정된 구조 안에서 일하면서 길러놓은 다른 밥벌이 특기를 가지고 있어? 지금부터 그걸 고민해보고 길러봐’ 가 단군프로그램의 필살기 화두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달리기 싫었다. 7:25 시작. 슈퍼에서 과자 한 봉 사서 쥐고 달렸다. 20분 되자 마자 뜯어서 먹으면서 내려왔다. 근데 과자 먹고 싶을 때는 고기가 필요한 때인 것 같던데. 순대국? 우리 애들도 싫을 때 뭘 하게 할 때는 꼬시면 100% 오는 뭐라도 구비해 놓아야겠다. 몸에는 좋지만 맛없는 설득, 훈계, 조언 NO, 지루해. 됐거든. 근데 나도 우공이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그러고 있네. 콩두씨 지루해. 됐거든. 인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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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05 08:13:19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61일차 _ 11.5 금

기상 : 02:20
■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일지쓰기 40분, 아침 달리기 40분

알람없이 기상. 취침 8:00 (6시간 20분 수면)

저녁에 과식했다. 먹은 것은 사과 1개, 감 1개, 몸에는 좋지만 맛은 젬병인 현미오곡가루 콩,막걸리를 넣어 내가 찐 술빵 작은 조각 1개, 삶은 밤 5개 잠자기 1시간 전에 먹었다. 양보다 시간이 문제다. 문제로 삼는 것은 오늘 아침에 몸이 무거워서 일어나기 힘들었기 때문. 눈은 1:40에 떠졌는데 일어나기 싫다. 그럴테지 밤새 소화기관이 야근에 특근을 하느라 무리를 했을 테니. 결국 커피양이 늘었다. 오늘 맥심 노랑색 5봉다리 마셨다. 3봉다리는 기상직후, 2봉다리는 좀전에.

어제 하루종일 중학교진학 서류를 쳐내느라,오늘 결재받을 6개의 기안을 만들어놓고 퇴근하느라 몸이 잔뜩 긴장을 해 있는데 습관적으로 웹써핑을 하면서 먹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전환에 실패. 1시간 달리고 왔다면 몸의 리듬이 살아났을 거고 그러면 다른 저녁을 맞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초겨울의 저녁 5시와 6시 사이에 달리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노을 속을 볼텐데. 그러면 수우족 인디언 노란종달새처럼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해주세요. 저 석양이 지듯 때가 되면 가뿐히 당신께 갈 수 있기를, 다른 이들보다 낫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안의 나와 싸울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주소서' 기도하며 돌아올 지도 모른다. 누구 챙기고 돌보고 구조하는 직업, 또는 남한테 착한 사람, 고마운 사람으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처음으로 할 일은 자신을 챙기고 돌보고 구조하고, 자기한테 착한 사람, 고마운 은인이 되는 것이겠구나. 새벽시간은 그런 용도의 모든 활동을 포함해야 한다. 누구의 간섭과 침해도 받지 않고 순전하고 오롯한 걸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 스튜디어스들이 비행기 사고났을 때 해야할 첫번째 일은 자신의 산소마스크를 찾아쓰는 일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다른 이미지들은 꽃은 누군가를 챙기거나 기쁨을주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아름다움을 피어내고 있을 뿐인데 존재로 위로를 주고, 촛불은 그저 저 자신을 밝혀들었을 뿐인데 빛은 어떨 때 등불이 되기도 한다. 평생 노가다를 하는 아부지는 내게 말했다. '자기 가진 힘의 100%나 90%를 다 쓰면서 살려고 하면 지쳐서 오래 못한다. 한 70% 정도 일하고 내일 또 하면 된다'

버릴 것의 목록을 작성한다. 이사하면서 많은 것을 버리고 왔는데 버릴 것이  아직 많다. 이번 주에 버리면서 알게 된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책을 버리면서나는 책을 소유함으로써 책 속의 것을 가진 듯 착각했었다는 게 첫번째 발견이다. 10년 이상 가지고 있던 것도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읽지 않은 것이 1/3이었다. '이제 책읽기를 시작해야지' 맘 먹고 책 읽기에 대한 책을 사서 그 책이 권하는 책을 왕창 산적이 있었다. 그 책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책 읽을 때 밑줄 그은 것을 블로그에 정리를 해 두었으면 한다. 도서관에서 빌려읽기도 하고. 이제 내 책은 책꽂이 하나 분량만 남았다. 책장도 흘러야겠다. 두번째는 미룬 것은 흐르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 오래 갖고 있기만 하고 공부는 실제로 하지 않은 교과서와 전공책을 버리지 못하는 걸 보면서 하는 생각이다. 이것들은 현재에 집중해서 살지 못하고 다음으로 미뤘기 때문에 붙은 군 살림들이다. 그 때는 왜 공부를 안했을까? 아마도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못하고 있는 이유들이 그 때도 여전히 있었을 것이다. 이전의 공부에 대한 것은 그냥 그모양 그대로 인정하고 보내주고 지금 내 앞에 와 있는 사이버대학교 공부에 전력을 다하면 될 것이다.

또 하나 내 취향이 아닌데 다른 이들이 내게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서 챙겨준 것들, 이를테면 선물을 버리지 못하더라. 이번에 이불 두 채를 택배로 보내려고 한다. 엄마가 친정 혼사에서 예단으로 받은 건데 둘다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추위를 많이 타서 한여름 빼고는 두꺼운 요와 이불을 쓰는 나는 봄가을 이불이 필요 없고 손님용이라고 하지만 자고 가는 손님은 1년에 한 두번이 다다. 그 두 채가 장농에 그득 들어있다. 엄마는 당신에게 좋은 것, 새 것을 골라서 내게 보내셨을 것이다. 이건 버릴 것이 아니라 다시 돌려드리면 될 것 같다. 이전에 엄마는 나한테 드르륵 돌려서 채널을 바꾸는 태레비를 한 대 주었는데 내가 너무 태레비를 많이 봐서 선배네 집에 갖다 주었다니까 "내 걸 니가 왜 맘대로 갖다주냐?'고 했었다. 가방 하나를 내어놓았고 집에 내려가는데 이쁘게 입고 오라고 재촉을 하셔서 급하게 고른 가디건과 머플러 2개도 내놓았다. 이 물건들을 보면서 알게되는 것은 내가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음에 쏙 들고, 나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질 좋은 물건을 사서 아끼며 오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짧은 시간에 후다닥닥, 싸구려를 사서 덜 존중하고 덜 좋아하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건 이런저런 이유로 준거집단과 다른 집단에 속하기로 선택했으면서 지금 옆에 있는 사람, 속해있는 직장, 학교를 무시하고 좋아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 것처럼 치사하고 반칙스럽고 교만한 행동이다. 물건들을 확 버리고 나면 나는 무엇을 하게될까 기대가 된다.먼지와 얼룩을 지우는 청소를 하게 될까? 몸에 가지고 있는 군살이나 병, 습관들을 버리려고 할까? 인간관계를 정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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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놓은 것 : MBTI 해석지는 마무리를 미루는 것을 보여준다. 안경 닦는 손수건은 라섹수술 했으므로 정말 필요가 없고, <30대 출산>,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는 내놓기 아까워 들춰보았다. 밑줄치면서 열심히 공부했더라. 가방은 달리러 가면서 의류 재활용통에 던져넣었는데 방석은 아직 그 자리에 있다.

달리기 시작한 시간 6:55. 안개가 많이 끼었다. 내려오는데 근하신년 연하장에나 나올법한 해가 아파트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날마다 새 날, 새 해군. 흑 하고 눈물이 나려는데 내리막길 옆 집의 문이 벌컥 열리며 노부부가 나오는 바람에 감격모드 쑥 들어간다. 시계 하나 필요하다. 나는 매번 달린 시간을 확인하는게 지루하다. 타이머 딱 정해놓고 알람소리 듣고 멈추면 그게 달리기 명상 아니겠나? 내려와서 슈퍼에서 귤과 두부를 사 와서 된장찌개를 끓였다. 달리고 난 후에는 이런 것이 땡기고, 저녁에 스트레스 잔뜩 받았을 때는 과자, 라면, 빵, 달고 기름진 것이 당기니 참. 

귤의 계절이 왔다. 6개 천원. 달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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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06 07:45:54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62일차 _ 11.6 토

기상 : 00:20

■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일지쓰기 40분

알람없이 기상. 6:20 취침 (6시간). 11시 40에 잠 깼는데 누워 뒹굴거리다 잘 것 같지 않아 일어났다. 12시 되기전에 저녁정진 108배라도 할까 하다가 '에잇' 이왕 늦은 거 집어치우자는 포기하는 마음이 나서 내 단군일지를 읽으며 자정을 맞았다. 유쾌하지 않았다. 만약 108배를 했더라면 작은 승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커피 만들어 마시고 모닝페이지 했다.  

저녁식사 팥칼국수. 국수 양 절반만 달라고 했지만 탄수화물음식의 전라도 출신 지존이시다. 해물칼국수에는 홍합, 바지락, 감자, 호박도 들어가지만 양갱과 칼국수만 들어간다. 어제 오후 내내 뛰다시피 종종거렸는데 사진 빼먹고 공문 보냈다. 아이 어머님이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우리 아이가 꼬집혀 왔고 몸에 멍도 있다. 내일 학교 안 보내겠다'는 전화를 받은 샘과 저녁을 먹었다. 우리는 그 전화를 '당신은 뭐했냐? 당신이 잘못 했다'는 메세지가 삽입되어 들리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당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라 뛰어다니는데 '이럴거면 학교 안보낸다'시니 한 방 먹은 느낌, 솔직히 말해 날카로운 걸로 한 번 푹 찔린, 화풀이 당한 느낌이다. 내 새끼한테 이런 일이 있으면 나도 그 순간에 눈 뒤집혀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암곰처럼 사나워지리라 생각하며 이해해보자며 받아내려니 우리는 내상이 좀 있다. 둘이서 칼국수집에서 대처방법을 의논하면서 서로를 위로한다. 묘하게도 이런 어려움이 동료를 가깝게 만들어주고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간사하게도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걸 감사히 여긴다. 직접 들었으면 힘이 더 들었을 것 같다. 우리는 왜 이리 이런 것에 힘들어할까? 또하나 새벽 2시에 일어나서 하루종일 종종대다 그 시간대에 피곤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데 자기한테 너무 가혹하게 대하는 듯 하다. 콩두씨 그러는거 아닙니다.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 주세요. 삼천배 철야정진하는 이들, 3교대 근무하는 이들도 있는데 왜 그러냐 하지만 말고요 매일 하면서 오래 하자면 상식적인 선에서 합리적으로 해야 합니다. 저녁 메뉴를 일일이 손꼽으며 들들 볶지만 말고 저녁 일정에서 작은 승리를 거두는 것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연구해보시구랴. 거 왜 콩두씨가 사이버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과목 중에 이것에 대한 팁을 얻을수 있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공부해서 이런데다 써 먹는 거지요. 그리고 콩두씨를 가지고 먼저 실험한 다음에 학생들에게도 적용을 하는 거고요. 재미있겠지요?       

아침정진 3:25시작. 단군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하려던 것은 3시기도다. 일찍 일어났는데도 이런다. 다 습관인듯 하다. 그러니 앞으로는 아침정진을 몇 시에 시작했는지를 기록할 것이다. 남은 기간동안 만이라도 아침정진 시간을 맞추고, 11월 지금부터 저녁정진도 다시 시작하겠다. 30일이면 습관이 든다고 했다. 나는 다음 100일에도 계속 저녁정진을 해볼거니까 지금이라도 시작하겠다.  

핸드폰 스톱워치를 켜놓고 일지를 쓴다. 오늘은 2010년을 마무리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일을 더 벌리지는 말고 애초에 하려던 것을 마무리해나가야 겠다 싶은데 아직 시작도 안 한 것이 많이 있다. 그래도 임박착수인 나는 해내긴 해 낼 것이라 믿어본다.  

아침정진때는 산만하였다. 6시까지 아침일정 마친 후 다시 잠들어 7시 45분에 일어났다. 오늘 아침에는 달리지 않았다. 출근하는 토요일.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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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07 07:14:47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63일차 _ 11.7 일

기상 : 02:20
■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일지쓰기 42분.

알람없이 기상, 어제 토요일 오후 3시 30부터 잤다. 1번 깨어나서 단군일지를 읽으며 찐 밤과 사과로 저녁을 먹었던 1시간 여를 제외하면 거의 10시간 잤군. 아침정진 4:30 ~ 6:00, 모닝페이지 2:30~3:30. 모닝페이지 할 때는 두레반 앞에 앉아 있었고, 아침정진때는 책상과 의자, 바닥을 들락날락했다. 방의 가구배치를 바꾸고 싶어졌다. 단군일지 쓰기 싫다. 응? 쓰는 건 흥미가 있고, 나를 드러내는 게 싫다. 쪽 팔리고 남사스럽다. 드러낼 좋은 것이 없으니 그렇다. 나의 좋은 점만을 드러내려하니 그런 거겠지만 올려놓고 전전긍긍하는 걸 견딜 에너지가 오늘은 딸린다. 블로그에 쓸란다. 돌 밑으로 스며도 흐르긴 흐를거다. 일지와 일기의 구분이 모호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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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08 07:20:13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64일차 _ 11.8 월

기상 : 02:05
■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일지쓰기 50분. 저녁달리기 1시간, 직장에서 수업준비 2시간

알람없이 기상. 8:00 취침 (6시간20분 수면)

모닝페이지 2:20~3:20, 출석부 3:20~4:00, 집 먼지 청소 4:00~4:15, 아침정진 4:15~5:30, 5:30~6:00 샤워, 욕실청소

중간에 50만원 상품권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108배 하다 말고 가방을 몇 번씩 뒤지고 열이 나서 왔다갔다 했고 못 찾겠어서 누가 가져간 거 아니야 의심하고, 그걸로 30일 선물, 50일 자축선물 사려고 했는데 진작 사줄걸 후회도 하는 생쇼를 하다가 바구니에 얌전히 담겨 있는 걸 보았다. 물욕이 없는 편이라는 건 거짓말이다. 인정한다. 시원하고 통쾌하다.

출석부 대문 여는데 오버했다. 출첵먼저신공 쓰고서 모닝페이지 3쪽을 다 마친 후 수정하러 갔다. 다른 일을 내가 처음에 정한 새벽수련에 끼워넣지 않은 것은 작은 승리다. 근데 거의 40분을 거기 매달려 있었다. 오버는 균형이 깨어졌기 때문에 오는 듯 하다. 일요일의 두문불출은 스스로 만든 혼자임을 견디느라 에너지를 탕진해서 나의 세계를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만든다. 이럴 때는 어떤 일에 대한 몰두보다는 전체적인 균형잡힌 시각을 회복하고 몸의 리듬을 깨우는 것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모닝페이지와 정진이 그런 역할을 한다. 한편 직접 찾아가 얼굴을 맞대고 같이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관계를 가꾸지 않으면 그걸 보상하려는지 만나본 적 없는 온라인 관계에 과잉 몰두하게 한다. '잘 주무셨어요? 월요일 잘 다녀오세요' 가볍게 인사하면 될것을 굉장히 어렵게 만들게 하거든. 시간을 많이 들여서 출석부 대문글을 작성했지만 이런 점이 읽힌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삶의 여러 영역을 고루 균형잡히게 사는 것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등용문과 광장은 나에게는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첫인상 같은 이미지이다. 어찌된 일인지 변경연 관련한 꿈을 자주 꾸는데 첫번째 꿈이 등용문 한자를 두 마리의 용이 들고 있는 꿈이었다. 거기는 광장이었는데 진시황릉에서 출토된 듯한 병사들이 홀로그램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월요일이라서 일지쓰는데 마음이 바쁘다. 그래도 좀 달리고 와야겠다. 머리가 특정 부위만 아픈 것 같거든. 아침에 컴퓨터를 써서 타이핑 하는 것이 변의를 놓치게 한다. 몸의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한다. 다시 공책에 메모한다.  

그런데 이렇데 일지쓰는데 40분씩 들이는 것이 나의 천복과 관련이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후에 남는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하는게 좋을까? 그것은 천직과 연결되는 어떤 활동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일지를 더 길게 쓰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거야 뭐 뽕잎을 먹지도 않고 토해내려는 것과 같다.

직장에서도 두 시간 한 가지에 집중하려 한다. 수업에 오늘은 집중했다. 3:40~5:40 한 일은 선긋기, 색칠하기, 칠교놀이 3명 것 출력, 숫자카드와 동물 시트커, 요일 오렸다. 내일 코팅할 것이다. 도대체 수업준비에 이렇게 시간을 써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특수교사 백날천날 선긋기만 한다고 투덜댔지만 수평선, 수직선 긋기, 색칠하기 3달 해서 자기 이름 쓰면 그것도 천지개벽이다 싶으다.

사진 001.jpg

저녁에 달렸다. 바람이 많이 불었고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는 너무 추워서 준비운동할 겨를이 없었다. 추우니 트랙에는 나까지 달랑 3사람이다. 조금 무서웠다. 바람 속을 달리는데 하늘의 흰 구름이 서늘한 푸르스름한 하늘빛 사이를 빨리빨리 흐른다. 나는 저런 하늘 보는 걸 아주 좋아라 한다. 사랑하지. 두어번 울음이 난 적도 있었는데 들뜨지도 우울하지도 않았고 전반적으로는 편안했다. 근데 양쪽 발목안쪽이 아팠다. 그래서 어깨를 더 긴장했던 것 같다. 아,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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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09 07:24:13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65일차 _ 11.9 화

기상 : 02:20
■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일지쓰기 1시간, 2시간 수업준비

알람없이 기상. 9:00 취침 (5시간20분 수면), 가볍게 출첵하고서 모닝페이지 2:55~4:00, 아침정진 4:10~5:45

새벽부터 일어나서 움직이고 화장실 다녀오니 배 고프다. 아침을 먹으면서 일지를 쓴다. 아침식사 막걸리오곡빵 1조각, 비지전 1조각, 취나물, 총각김치, 사과 1알. 역시 나는 아침형 인간 맞다. 아침 식욕 최고다. 매일 아이의 급식일기를 며칠 썻더니 메뉴 재생 자동이네. 내일부터는 새벽수련 동안 들락거린 수를 헤아려보려 한다. 모닝페이지 시작~정진 끝난 후 '원이차공덕 보급어일체 아등여중생 당생극락국 동견무량수 개공성불도' 하면서 반배하는 데까지. 바둑돌이라도 구해볼까나. 싸인펜 세트를 가지고 하면 되겠다. 재미있겠다.

어제 공적조서를 쓸 일이 있었다. 이번 학기가 마무리되면 10년을 꽉 채우게 된다. 나의 10년 특수교사 생활 중 잘한 일을 몇 줄로 요약해야했다. 그런 기회 자체가 동시성으로 주어지는 우주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히 받았다. 오늘 아침에 그것을 1시간 동안 썼다.

1. 약한데 반드시 보완 필요한 부분 : 페이퍼웤, 적시성, 홍보
                                                                관계

2. 관심 또는 강점 -    사례연구
                                      기능적 생활중심 교육과정
                                      지역사회자원을 활용하는 것
                                      대내상 대외상으로 강점을 길러주는 것

3. 관점 : 교사는 그래도 수업에 최강점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나는 10년 땅 속에서 삽질하며 공들일 각오가 되어 있다. 필살기 책의 관점을 만난 것 내게 큰 행운.
               지난 10년은 목표를 세워서 이뤄가는게 아니라 무턱대로 흐르는 대로 왔다.

4. 아침 필살기(직업영역) 수련 : 사례연구 및 그것의 이론적인 바탕 또는 전문성, 학력을 갖추는 일
    직장 근무시간 안의 수련 : 수업준비 2시간 확보하기.
                                                    문제 일으키고 있는 페이퍼웤, 적시성 분야에 1시간 확보하기.
                                                    관계 다지는데 30분 쓰기 (통합교사와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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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배번호 도착. 저녁에 1시간씩 달리려고 한다. 다이어트에 효과 있을까 궁금하여 아침에 몸무게를 재며 의기충천했다가 저녁에 퇴근해서는 날씨도 추워지고 저녁 먹고 나니 달리러 나가기도 싫고 아니다 아니다 2시간 30분 안에 완주만 하면 대만족이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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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1.09 19:13:24 *.154.223.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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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일이다. 2시간 수업을 준비하고 늦게 퇴근하는데도 피곤하지만 마음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오늘 업무시간에도 2시간 수업준비했다. 3:30~5:30. 어제 오린 것 코팅, 알림장 양식과 글씨 못쓰는 아이들을 위한 날짜 요일 스티커 편집해서 칼질까지 마침.

인구통계조사 봉투를 건네주며 나왔다. 내일 저녁에는 우리 학교 가족 학예회가 있고 낮에는 근처 12개 초등학교의 연합 학예회가 있다. 학습결과물도 전시하는데 오후에 내려가서 1시간 부장님 반 것을 붙였다. 특수학급은 아이들이 '특수반' 소속이 될까봐 다 통합학급 소속이다. 근데 이럴 때는 특수학급이 이럴 때 따로 칸을 받아서 해야하나, 나는 그런 것 없는데, 또 학예회 때도 우리 아이들만 모아서 연습을 시켜서 무대에 올라야 했던 걸까 싶으다. 사진을 찍어두었다. 같은 색칠하기를 해도 전통문양을 가지고 한 이, 명화를 사포에다 크레파스로 한 이가 있고 매직으로 투종이나 쿠킹호일에 한 이도 있더라. 간단한 문양이면 우리 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나는 우리 아이들 반을 다니면서 이름이 있나 보았다. 개인작품을 출품한 반에는 거의 이름이 없고 단체작품을 만들어 낸 반에는 있었다. 아, 나는 뭘 했던걸까? 이럴 때 특수교사와 특수학급은 학교 전체의 작은 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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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10 07:30:30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66일차 _ 11.10 수

기상 : 02:20
■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일지쓰기 1시간, 업무시간 수업준비 40분.

알람없이 기상. 8:00 취침 (6시간 20분 수면)

모닝페이지 2:40~3:45, 출첵은 1쪽 쓰고서 출첵먼저신공, 모닝페이지 마치고 2줄, 안전망하면서 1줄 추가했다. 정진 4:15~5:45, <구본형 필살기>40쪽 읽음. 사이버대학교 인지행동적 상담 틀어놓고 일지를 쓴다. 일지 쓰기와 수업 모두에 집중할 수 없었다. 오늘부터 짧게라도 필살기 책을 읽기로 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실행하기 위해서였다.

산만하게 들락거린 횟수 7번. 주로 변경연사이트를 보았음. 출석부만 보고 안전망을 하는데는 1분 정도인데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저앉아서 내 단군일지, 남의 단군일지 읽더라. 모닝페이지 마친 후 3;45~4:20 (35분) 동안에는 화초의 시든 잎 떼고, 물 마시고, 씽크대 위의 마른 그릇을 정리했다. 나는 1타임 집중한 다음에는 잠깐 휴식시간을 갖길 원하는 듯도 하고 산만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진 마친 후에는 화장실 갔다가 아침식사를 했다. 일어난 지 3시간 지난 후다. 저녁식사후에는 부대끼고, 범죄를 은닉하기 위해 돌이 매달려 물 속에 던져진 덩어리처럼 둔하고 무겁게 느껴지는데 아침에는 그렇지 않다. 역시 소화력이 저녁에 떨어져서 그런듯. 6시에 퇴근한다면 그리고 저녁에 달리기를 하길 원하고 9시에는 자니까 저녁을 아주 간소히 먹거나 안 먹으면 좋겠는데. 마음은 매우 좋은데 오후에 다른 사람들이 피곤하냐고 물어보는 때가 자주 있다. 눈이 풀려 있어서 그렇다.    

2010년을 마무리하면서 버릴 것들을 적었다. 많더라. 나무가 잎을 버리듯 군 것을 버리고 빈 몸으로 마흔을 맞이하려니 마음이 바쁘고 단풍이 특별하다. 우선 신체상을 변화시켜 자아상에 변화를 준다는 의미로 몸무게를 버릴 것이다. 마흔부터는 좀 가볍게 살고 싶다. 나의 목표는 5일 단식을 마쳤을 때의 몸무게다. 그것이 수수팥떡 선생님과 운동처방사의 공통된 권장 몸무게다. 두번째 나의 양대 중독사이트 하나를 버린다. 그걸 버린다는 의미는 이제 내 삶의 1순위를 조절한다는 의미다. 그것을 대체할 1순위가 떠오르지 않은 상태이더라도 그 자리를 다른 쓰레기나 잡동사니로 채워서 나의 허전함이나 외로움, 전망없음을 위장하려 하지 않고 시원하게 비워둘 것이다. 1순위가 무엇이든 0순위는 변함없이 정진이다. 세번째는 업무를 다 쳐내야겠지. 올해 업무도 그렇고, 이번 학기를 마치면 이제 공립학교 교사로서의 나의 10년이 마무리된다. 그런 시점에 단군프로그램을 하게되어 기쁘고 고맙고 소중하다. 고마워할 사람에게는 고마움을 표현하고, 미안하다 할 것은 미안하다 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해서 이 선에서 마무리를 할 것이다. 나를 위한 공적조서를 다시 한 번 써보면 좋겠다. 네째는 집안의 잡동사니를 버리고, 관계의 잡동사니도 좀 버리고, 가지고 있는 책도 좀 정리를 해야겠다. 핸드폰을 세탁기에 돌려서 새 핸드폰을 장만하는 과정에서 나는 연락이 오는 사람들 것을 저장하고다. 많은 번호들이 저절로 날아가버렸고 백일이 지난 후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는 이들, 한번도 연락할 일이 없던 이들의 연락처가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또 뭐가 있지? 다 버리다 보면 빈 몸만 남겠지. 그 때 정말로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될 것이다. 또 채우기 전에 버리는 것이 우선이다.

***오늘의 숙제 : 자신의 직무 세분화 하기

이거 별 세 개짜리다. 필살기 수련 교본에 의하면 1시간 내외의 작업으로 꽤 머리를 쓰고 마음을 다해보아야 하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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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1.11 08:05:44 *.154.223.196
오늘 수업준비 40분. : 이름 스티커 만들어 칼질하기

어제 만든 알림장 두 아이에게 시켰더니 수평선, 수직선 긋기 안되는데 이름을 아이 주먹을 내가 쥐고 따라쓰자니까 너무나 싫어하여 쓰기는 포기하고 읽기만 가르치기로 하고 이름 스티커를 만들었다.  

사진 004.jpg 이름 스티커

출장 가서 KISE-SAB 검사를 배웠다. 너무나 오래전에 표준화된 사회성숙도검사로 정신지체(지적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지능검사 + 적응능력 제한 부분 도구로 쓰면서 죄책감, 갑갑함 있었는데 개발자 중 한 분이 와서 강연하셨다. 강의 마련해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나도 저런 류의 강의를 마련해야하는데 예산낭비가 아니고 필요한 영양식을 제공하는.

다시 돌아와 학교 가족 학예회를 뒤에서 보았다. 가족이 와서 음을 맞추면서 눈 맞춰 웃을 때, 피아노의자 위에서 달랑거리는 다리길이의 막내, 바이올린을 치는 둘째, 아빠는 기타, 엄마와 큰 아이는 노래 부를 때, 우리 아이들이 나와서 이런 저런 것을 할 때, 저녁시간이라서 아빠들도참석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아보였다. 나는 지독히 외롭고 소외감이 느껴진다. 반에서 잘하는 학생들만 몇 명 모아서 연습해서 하는 발표회였다. 특수학급 학생들은 언제 저 무대에 서 볼건가? 그 부모는 저 관람석에 꽃사탕을 가지고 올건가? 나는 저걸 연습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내 자리가 없는 듯한, 주인이 아닌 듯한. 교사 중창단에라도 들어가서 연습을 해야했나? 섬이 아니고자 하는 발버둥을 쳤어야하나? 하지만 나는 11월에 쳐내야할 특수교육 업무가 너무 많은데, 행사 치를려면 장소다 공문이다 다 도와주시지만 그래도 혼자인듯한.......거기다 가족을 갖지 못했다는 상실감이 더해져 잘려고 누우니 베개로 절로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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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11 07:53:14 *.154.223.196
 

아침기상 : 02:45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아침 쓰기 및 아침공부 2시간


알람없이 기상. 9:30 취침 (5시간 15분), 모닝페이지 3:00~3:45, 아침정진 4:00~5:20

아침 쓰기 및 아침 공부 5:40~7:40 : 어제와 오늘 단군일지 쓰기, 업무 세분화


깔끔하고 담백한 새벽이었다. 자청하여 지닌 소임과 내 할 일이 하나로 합쳐졌다. ‘기냥 한다’는 삶을 단순화시키는 묘안의 맛을 오늘 좀 본다.

오늘 단군일지는 컴퓨터를 방에서 가지고 나와서 거실의 두레반에 앉아서 쓰고 있다. 이것은 인터넷에서 나를 차단하는 동시에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다. 몇 번이나 웹써핑으로 도망가는지 모르겠다. 물질중독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활동과 관계중독도 있다고 했다. 중독까지는 아니라고 믿거나 우기고 싶고, 법으로 금한 물질이나 활동에 대해서는 아니므로 드러낼 수 있는 인터넷과 카페인 중독은 있지. 예전에는 드라마 중독도 있었는데 TV를 없앤 올 1월 이후로는 그 버릇은 차단되었다. 기능은 회피나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 정도.


필살기 책의 조언에 따라 직무를 최소단위인 20여개 태스크로 세분화해본다. PAPER를 고려하라고 하두만 people, activity, paper, event, research다. 부가가치 행위를 명확히 하여 동사를 활용하여 문장을 만든 후 명사화하여 키워드를 뽑아내는 과제다. 나는 people과 activity의 개념을 잘 이해를 못하겠는데 activity에 대해서는 ‘다수의 사람들과 모여서 시너지를 내는 활동, 회의같은 거’라고 설명이 되어있다. 전체 회의가 별로 없고 개별적으로 수업을 쳐내는 교사들에게는 이런 개념이 좀 낯선 것인지, 또 일반학교 10년 특수교사를 하면서 교육과정을 의논해본적이 없고 특수선생 알아서 하라는 식이어서 더 그런 것 같다. 특수학교라면 중견부장들이 모여서 업무를 같이 할테지. ‘부가가치 행위를 명확히 한다’는 것도 무슨 말인지 아리까리하다. 돈을 버는 일이 아니고, 게다가 장애학생들과 함께 있는 일은 성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미미하기 때문이다. 개념이 안 잡힌다. 그것으로 얻어지는 게 뭔지, 목적이 무엇인지를 밝히라는 말로 이해를 한다. 애들 가르치는 일인데 뭘 그리 복잡하게 그래 투덜거리면서 적다가 나누자고 드니까 다른 성격 가진 일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옴마나, 이렇게 다양한 일들을 내가 하고 있었단 말이야?’ 새삼 신기하고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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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12 05:48:39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68일차 _ 11.12 금

기상 : 02:20
■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알람없이 기상. 취침 6:00 (8시간 20분). 모닝페이지 2:50~3:50, 아침정진 4:10~5:25

떨어진 인형의 팔, 다리, 머리, 몸통 꿰매는데 시간 많이 걸리고 힘이 든다. 두 가지 이미지. 뱀이 제 몸보다 큰 쥐를 한 마리 삼키고서 꺽꺽 대는 장면, 그리고 발굽소리 천지 진동하고 먼지 일으키며 달려드는 소떼에게 쫒기는 말 탄 카우보이. 어떻게 하면 깔려 죽지 않고 소모는 법을 익힐건지. 오늘 쳐낼 행사가, 그것보다는 인간관계 갈등이 납작하게 눌러서 할딱거리고 있다. 버티기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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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13 09:26:40 *.154.223.196
기상 : 01:20
■ 새벽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기타활동 : 일지쓰기 및 아침공부 2시간


알람없이 기상, 6:40 취침 (6시간 40분)


모닝페이지 01:45~02:40, 아침정진 : 3:10~5:25, 아침공부 6:00~8:00 태스크의 필요적성과 업무중요도 파악하기 


다산 정약용 선생의 근검에 대한 교훈을 오두막편지에서 읽었다. 법정스님은 옛 어른이 그리워질 때는 강진의 다산초당에 내려가 마루에 걸터앉아 보고, 어떨 때는 거기 앉아서 ‘유배지의 편지’에서 멀리 떨어져 자라는 아들에게 하던 당부를 기억한다. (그분의 책을 달랑 한 권 읽었는데 자꾸 인용하게 되는 것이 불편하군. 근데 나는 올해 안에 전작주의해 버리고 말 것이다.)


‘나는 논밭을 너희에게 남겨줄 만한 벼슬을 못했으니 오직 두 글자의 신비로운 부적을 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이것을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한 글자는 근勤, 또 한 글자는 검 儉 이다. 부지런함과 검소함. 이 두 글자는 기름진 논밭보다 나은 것이니 평생을 두고 필요한 곳에 쓴다 할지라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부지런함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아침에 할 일을 저녁 때 미루지 말라. 맑은 날에 해야 할 일을 비 오는 날까지 끌지 말며, 비 오는 날에 해야 할 일을 날이 갤 때까지 늦추어서는 안된다. 집안 식구들이 하나도 놀고먹는 사람이 없게 하고, 한 순간도 게으름이 없는 것을 부지런함이라 한다. 또 검소함이란 무엇인가. 한 벌의 옷을 만들 때마다 이 옷을 먼 훗날까지 입을 수 있는 지 헤아려 보아라. 가는 베로 만들면 머지않아 해지고 말테니 질박한 천으로 만들어 입으라 (오두막편지 211쪽)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이 안 좋다. 엊저녁에 했어야 했던 일들로 아침에 빚진 상태처럼 할 일이 많아 짜증이 펄펄 난다. 흥미로운 것은 오늘 출석부, 안전망 하면서 웹써핑을 더 많이 하고 삼천포로 더 잘 빠지더라. 위로와 재미를 주는 글을 읽으려 든다. 저녁단도리가 없었기 때문인듯. 엊저녁 현장학습 다녀와서 1시간 30분 웹써핑 하더라. 특수학급 아이들과 형제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성인 5명이 함께 저녁을 먹기에도 힘들만큼 지쳐서 돌아갔다. 나는 고대로 쓰러져 잤고 아직 엄마가 끓여주는 것을 먹을 수 있는 두 사람은 엄마집에서 쉬었을 테고, 휠체어를 밀고, 1급과 2급 복지카드를 가진 꼬맹이 둘을 데리고 다녔던 두 엄마 보조샘들은 도착하자마자 좀 누워쉬고 나서는 자식들을 위해 저녁밥을 지었겠지. 오늘이 휴업일이어서 다행이다. 새벽일정을 하면서 내 몸이 읽힌다. 양쪽 어깨와 목근육이 단단히 뭉쳐있다. 하루 종일 사고날까, 애 잃어버릴까 긴장하던 것을 풀지 않고 혼자 웅크리고 잤고나. 일은 그래도 하면 된다. 인간관계 갈등은 암이나 후레자식처럼 에너지를 많이 소비시킨다. 나를 토닥거리는 새벽일정.

 

필살기 세부 테스크와 관련된 업무적성과 중요도 분석하고 매트릭스 그리다. 상사의 관점으로 업무의 중요도를 파악하라는 것 읽고는 교감샘이나 특수교육 분야에서 멘토로 모실만한 분을 떠올렸다. 정확한요도 파악은 그분들께 자문을 구한 뒤에 알아지겠지만 나는 일반 회사라면 고객으로 칠 학부모(학생)와 학교 상사가 요구하는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인데도 흘리는 것이 있음을 알게되었고 그런 나의 태도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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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14 05:49:19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70일차 _ 11.14 일

기상 : 01:40
■ 새벽활동 : OK
기타활동 :

알람 듣고 기상, 9:40 취침 (4시간 수면) 서울 미아역에서 특강 [사랑-관계중독 / 마음챙김 인지치료] 듣고 전철에서 숙면 모드로 내려왔다. 모닝페이지 02:12~03:06 (54분), 아침정진 03:30~04:54 (1시간 24분), 웹써핑하면 꿈지럭 25분 (단군일지 몇 개+러패) 

오늘 유달리 꿈지럭댔는데 이 추운 날 영흥 해변마라톤 신청해놓은 걸 후회하고 도망가는 마음이 있어서다. 이번 주는 하루도 달리지 않았고 수요일에 만난 이들은 마라톤하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집중치료실에서 누워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2명의 이야기를 해 주면서 겁을 주는 건지 조심을 당부하는 건지. 빨래통에 뒤집어 던져놓은 속옷도 잔뜩 있는데 마라톤 하다가 못돌아오면 어쩌나, 석 달 연습하고 하프 신청하다니 미쳤어 미쳤어, 소문을 괜히 냈어, 달리기 반바지랑 옷도 안 샀는데, 돈도 안 찾아놓았는데, 마라톤 끝나고 주는 순두부 일회용 그릇에 주는 거 싫은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아침정진까지 마치고서야 2시간 30분 안에 들어오는 걸 목표로, 아니 그 시간에 못들어오더라도 포기하지만 말고 걸어서, 너무 무리하지 않게 끝내기만 하자 싶다. 모험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뒤따르고 그걸 넘어설 때인 거 같다. 그렇지 나는 달리기가 용기를 준다고 해서 이거 하고 있지. 지는 건 괜찮다. 도전도 안해보고 주저앉지 말자. 그제야 용현동 종점 가는 길을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휘리릭 된장국에 밥 한 공기를 말아먹고, 근육에 에너지가 되어줄 탄수화물 탄수화물 증편 3쪼가리 더 먹고 옷을 챙겨입는다. 콩두씨 화이팅

사진 142.jpg  

영흥 해변마라톤 후기를 쓴다. 조력자를 여럿 만났다. 두려움을 떨치고 가기로 결정은 했지만 길눈 어둡고, 미리 알아보는 실제적인 능력도 떨어지는 내가 모험을 하기로 결정 하길 문 밖에서 대기하기라도 한듯 친절한 택시기사를 만났다. 영흥 마라톤 가는데 영흥도 가는 버스 790번을 타기 위해 용현동 종점, 제물포역, 시청후문 중 어디로 가얄 지 모르겠다. 그는 주안사거리에서 불안해 하는 나를 위해 ‘버스 올 때까지 기다려주겠다’고 했고, 그의 친절이 고마워서 ‘그럼 시청후문으로 가자’는 내가 도착했을 때 ‘추우니까 차 안에서 기다리라’ 하더니 400원을 깍아주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나의 돕는 손이라는 걸 즉석에서 알아보았고 그분과 그분을 보낸 배후에 감사드렸다. 두 번째는 영흥발전소 운동장 여자탈의실에서 한눈에도 러너임을 알아보겠는 복장과 몸을 가진 여자분에게 오늘 처음인데 이 복장으로 뛰어도 될란가 불었더니 두꺼운 방풍의를 입고 뛰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잘 했다. 세 번째 조력자는 9km 지점에서 만났다. 올해 1회 대회인 이 코스는 바다를 보면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달릴 수 있지만 거의 산악마라톤 코스라고 할만큼 언덕이 많았다. 나는 관세음보살 소리가 절로 나오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한 판 울고 용을 쓸 참이다. 어떤 이가 옆에 와서 나와 함께 18km까지 뛰어주었다. 고개 올라갈 때 핫둘핫둘 해주고, 발을 너무 무겁게 땅을 밟으면 발목이 아프니까 살살 밟으라고도 조언해주고 나 달리느라 정신이 없는데 초코파이를 하나 주었다. 그는 울트라마라톤을 뛰고, 집 안에 있는 옷은 정장 2벌 빼고는 모두 마라톤대회에서 받은 것이고 11월에 3회째 참가여서 오늘은 슬슬 뛰기로 했다는데 나이는 50대 후반쯤 되어 보였다. 어쩌다 울트라마라톤까지 하게 되었냐니까 달리다보면 저절로 그리 된단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트랙으로 가는 평지길만 남았을 때 휭하니 달려가 버렸다. 국수라도 가져다 드릴려니 찾을 수가 없다. 네 번째 조력자는 돌아오는 길에 만났다. 올 때 종점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들어왔길래 갈때도 그러려고 동호회 사람들이 맞춰 타고 온 대형버스들이 나가는 걸 보면서 정문에서 기다리는데 일요일에는 790번 종점까지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단다. 정문 경비실에서 차를 한 대 잡아준다. 몇 대는 사람이 가득 차서 그냥 보내고 혼자 탄 작은 차를 잡아준다. 바지를 둥둥 걷고 빵강 방풍의를 입고 운전중인 젊잖게 생긴 그 분한테 경비가 친절하게 종점까지 태워다 주십사 부탁을 한다. 아무도 종점이 어딘지 몰라서 길 가다가 동네분한테 물어봐야했다. 동인천 산다니까 소래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호회에서 떠들썩하니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달리기를 정말로 좋아하는 9년차 러너였다. 매일 아침 달린다고 했고, 내가 신청했거나 참여한 모든 마라톤대회 무리 중에 그도 있었다. 신기했다.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보았고 실제적인 대답을 많이 들었다. 마라톤 완주의 성공감, 또는 달리는 사이에 나온다는 엔돌핀 때문에 내가 너무나 고양된 상태여서일까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동인천까지 태워다 주었다. 경기권을 주로 다녔고 강화해변마라톤의 경치가 가장 좋다고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귀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단군 100일차가 끝나면 200일차가 되고 그럼 안전망은 필요가 없어지겠구나. 나도 저 울트라마라톤 러너처럼 필요한 때에 핫둘핫둘 외치다 필요한 때에 사라져야겠구나 싶으다. 오늘 나를 도와주신 분들에게 진 신세를 갚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내가 그런 기회가 올 때겠지. 고맙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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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15 07:23:19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71일차 _ 11.15 월 


emoticon기상 : 1:55

emoticon아침활동 : 모닝페이지 2:20~3:10, 아침정진 3:30~5:00

emoticon기타활동 : 일지 쓰기 1시간 


알람없이 기상, 2:00 어제 취침

(대낮부터 12시간 잤구나. 중간에 저녁무렵 한 번 일어나서 된장국 1 보시기와 사과 2/3, 귤 3알 먹으면서 웹써핑-중독사이트 자유게시판 읽기, 단군2기분들 일지 읽기-한 것 1시간택 빼면 11시간 수면. 마라톤 달린 후 오는 노곤하면서 기분좋은 피로감을 동력삼아 아주 잘 쉬었다. 몇 달 묵힌 피로 확 풀렸다. 이대로 방학식 오는 날까지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방학 전 1달인데도 체력이 달리는 느낌이 전혀 들지가 않네. 달리기의 힘이고, 단군프로그램 덕분에 나를 채우는 새벽활동이 날마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주어서인듯 하다.)  


아침활동 중 들락날락 자주 있었고 딴 짓 길었다.

(2:45에 출첵하고 모닝페이지 마친 후 수정, 안전망 몇 번 하는 동안 바로 할 일로 돌아오지 않고 웹에 머물러 나와 남의 단군일지 읽었다. 역시 저녁 단도리 부족과 관련된 듯하고, 어제가 마감이었던 퀴즈를 하나 놓친 신경질과 당혹스러움을 어쩌지 못해서 이러는 듯. 그러니까 웹써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묵히는 기능이 있는 건 확실하다. )


오늘은 일지를 작은 방에 두레반과 노트북을 갖다 놓고 쓴다. 물건을 많이 버렸더니 작은 방이 거의 비었다. 아직 버리지 못해 구석에 한 뭉치 세워두었는데 대학교 졸업앨범과 Bliss file 이다. 그 옆에 1층이어서 베란다에 내어걸지 못하는 빨래를 실내에서 말리는데 쓰는 빨래건조대와 선풍기는 천을 깔고서 얹어두니까 꼭 그들을 위한 앉을 자리를 마련해준 듯 흐뭇하다. 낡은 책 잡동사니가 버티고 있던 빈 자리에 월동 준비 하느라 들여다 놓은 화분들과 햇볕 안드는 거실 냉장고 옆에 두었더니 비실비실했던 테이블야자를 옮겨왔더니 작은 온실처럼 되었다. 살 때부터 성숙했던 테이블야자는 내 앉은키보다 커서 왼쪽에서 나를 수호한다. 나는 나무 아래, 나무 옆에 나를 두는 것을 정말로 소원한다. 하늘이 나를 평균 해발 200m 산골에 사는 부부에게 보낸 것은 필연이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가능하면 나무 근처에서 살고 싶고, 죽어가고 싶고, 수목장을 하고 싶다. 나는 베란다 가든에서 자라던 것들을 쳐다보면서 야자나무 왼쪽, 증조할머니 때부터 쓰던 두레반, 나무무늬 선명한 상에 앉아 뭔가를 쓴다. 이 두레반은 거기 앉아 일기 쓰고 책 읽고 차 마시고, 편지 쓰고, 이런 저런 것들을 하는 나의 존재의 테이블이다. 또 다른 것이 온다면 그건 내 손으로 직접 짠 테이블일 것이다. 오래 묵은 나무무늬가 드러나는 앉은뱅이 직사각형의 테이블을 하나 만들어 거실에 놓고 거기서는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를 가꾸고 싶다. 차 마시고 밥 먹고, 이야기하면서. 어떤 형태와 분위기로 구체화될런지는 모른다. 그냥 그런 감만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나는 관계에 서툴다. 먼저 내 방을 안정시키고 그 다음에는 헤파이스투스의 화산 아래 대장간처럼 나를 구원해줄 작업실을 만들 것 같다. 오늘 새벽이 참으로 행복하고 충만하구나. 이 느낌을 기억할 것이다. 요즘 들어 내 방이 분화되기 시작하거나 방의 형태로 나 안이 분화되길 원한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언젠가 꿈에서 본 것들이 생각이 많이 난다.

필살기 책에 따라 직무를 세분화하고 필요적성과 업무 중요도를 살피고 중요도 강점 매트릭스를 그렸다. 알게된 것은 나는 하고싶은 것만 하고 하기싫은 것은 안했다는 것. 그럼 꼭 해야할 일은? 민폐끼쳤겠지. 보고공문 늦어서 전화오게 하는 식으로. 또 놀라운 일은 내가 지금하는 일이 비교적 나와 잘 맞는다는 것. 위로받은 것은 나는 그동안 제 때 못해내고, 페이퍼웍이 약한 것 때문에 전체적으로 무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 근데 태스크 분석, 중요도, 강점 분석에서  의구심이 많이 들어서 이걸 믿을 수 있을까 싶다. 일단 끝까지 한 번 후루룩 해놓고 다음 기회에 깊이 살펴보기로 한다.  

                        사진 143.jpg

                                           <중요도,강점 매트릭스> p-85, 실천놀이 5

                                  <나의 전략적 태스크 설정> p-92, 실천놀이 6

 
 1. 업무시간 활용할 것

    1) 특수학급 수업 준비 
-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어떤 영역은 강하고 어떤 영역은 견디고 어떤 영역은 형편없다.  
- 먼저 특수학급 수업의 질을 높이고 그 다음에는 통합학급 협력수업의 질을 높이면 좋겠다ㅏ.
- 교사의 책무성. 전문성에 대한 부분.
- 수업실기대회와 연결해서 이론적인 배경 찾아보고, 수업모형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

    2) 사례관리
- 특정학생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자원, 가족지원 등 다양하게 접근한다.
- IEP - progress note - 평가서로 연결
- 통합학급에서의 활동 기록 : 보조원일지, 관리, 통합교사 지원과 연결
- 알림장과 연결(: 학부모 의사소통, 기능적 읽고 쓰기 기능의 방편)
- 통합교육사례발표대회와 연결 : 매년 1편 응모-->현장연구논문으로 발전시키기

    3) 특수학급 운영계획 짜기, 실행
-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치료지원, 지역사회적응훈련, 일상생활훈련, 방과후활동)
- 교육과정과 연결

    4) 연수, 강좌 기획 진행 - 재미있어함.

2. 더 필요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 :
이것이 아침수련의 내용이라고 했는데 나는 감 못잡고 있다. 나는 아침에 나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모닝페이지, 아침정진이 0순위이므로 이걸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럼 일은 그 이후 2시간인데..이건 비현실적인 계획 아닌가 싶기도 하고.근데 쓰기와 정진을 합칠수 있는 것은 토요일에 특강들은 마음챙김 인지치료 정도 되시겠다. 내가 심리상담전문가인데 명상에서 방법을 빌어오고 인지치료를 하는 사람이면 아침 3시간의 수련은 고대로 나의 전문성과 관련된 것이 된다. 뭐 이런 저런 잡념이 많군. 
 
    1) 학위과정 공부하기 - 특수교육 전문가
    2) 학교 홈페이지 활용하기 - 애들에 대해 쓰기를 좋아함.
    3) 애들과 그림책 읽는 것을 매우 즐김

**매우 보완이 필요함 : 적시성 (공문을 기한 내에 보내고, 일찍 출근하기, 서류 잘 챙겨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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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1.15 19:21:39 *.154.223.196
<전략적 태스크에 집중한 업무 시간> 2시간 30분 
1) 수업준비 : 2:10~4:10 (2시간) .
   - 의사소통판 출력해 클리어파일 넣음, 가~하 쓰기 자료 출력해서 코팅, 거~허 / 가거고구그기~하허호후흐히 출력, 손오공의 특수교육 읽음. 읽고 오리는 과정이 즐거웠다. 교실 난장판이고 처리할 공문 있는 듯 하여 불안하나 퇴근할 때 마음 그득했다.
2) 사례관리 : 30분
알림장에 1~4교시 급식까지 모든 것을 적어 보냄. 그 과정에서 보조원 담당 시간까지 모니터링함.  쉬는 시간마다 적고, 점심시간에 적음  

<일상 업무 처리>
1)공문처리 : 4:45~5:45 (1시간) 골치 딱딱 아프고 이러다 원형 탈모  생기지 싶게 특정부위 머리가죽 당기다.
2) 교실청소 : 20분, 6시 넘어 청소하려니 부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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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15 21:44:03 *.180.75.152
콩두님 안녕^^ 일지가 넘 디테일하외다. 해서 감희 다 읽을 엄두가 안남다. ㅋ 콩두님 일지 읽고 있으려니 10년전인가 특수시책으로 장애아동 학습도우미를 양성하여 학교에 배치시키는 프로젝트 한거 새삼 떠오르네요. 혹 콩두님도 아실란가. 권주석교수님을. 그분의 도움을 꽤 받았었죠. 저두 장애우 시설에서 5년 근무한 경험이 있죠. 콩두님 아이들 좋아하는거 일지에 베어있어서 좋아보여요. 존재의 테이블 얼른 만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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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1.16 20:12:05 *.154.223.196
이헌님도 오늘 하루 안녕하셨어요?
단군일지는 저도 다시 읽기에 엄두 안날 때가 있어요. ^^ 
우리 학교에도 자활후견기관에서 오신 장애통합보조원 있습니다.  
아, 5년간이나 일을 하셨군요. 그러셨군요.
오늘밤 편안히 쉬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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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16 20:07:17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72일차 _ 11.16 화 


emoticon기상 : 1:00

emoticon아침활동 :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OK

emoticon기타활동 : 저녁 1시간 달리기 OK, 저녁예불 OKemoticon

아침을 과식하는 바람에 새벽일정 후 1시간을 더 잤다. 뜻대로 되지 않는 수업분석이 힘들어서도 그랬고, 상추를 너무 좋아해서도 그랬다. 퇴근 후에 예불하고서 달렸다. 1시간 알람을 맞추고 달렸는데 17분, 10분 남겨놓고 자꾸 핸드폰을 꺼내 본다. 나중에는 시장까지 달려 내려가서 마른미역, 표고버섯, 두부를 샀다. 달리고 난 후에 이런 음식을 사고 싶어지는구나. 특수교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착하겠다, 희생정신이 강하겠다'는 선입견을 갖고 대할 때가 많다. 그것을 불편해 하거나 후광효과의 이득을 누리기도 한다. 지금 나는 '니가 과연 장애 가진이들,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한다고 할 자격이 있는 지 증명해보여라. 너는 과연 화평을 이룰 수 있나? 그리고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어디 보자.' 언제나 내부갈등이 외부의 적보다 위험하고 어렵다. 엇나가는, 삣대는 내 마음을 어쩌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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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1.17 06:23:27 *.154.223.196
업무 시간 중에 전략적 태스크에 집중한 시간은 총 3시간이다. 수업준비 1시간 했고, 2시간 수업분석을 하느라 28분짜리 수업 동영상을 두 번 들었는데 인터넷으로 링크된 파일을 에듀슈가에서 읽지 못하는 바람에 열을 좀 냈고, 세 사람에게 물으러 다녔다. 그 이들 말이 그 작업에 3시간 걸린댄다. 하나같이 친절하다. 새삼 일반 초등학교 안에서 여러 사람이 애쓰는 구나, 나 혼자 어쩌지를 못하는 이런 일을 통해서 내가 특수학급 밖으로 나가게 되는 구나 싶다. 하지만 역시나 나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한 것은 인간관계 갈등이다. 전체 에너지의 절반은 거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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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17 06:18:17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73일차 _ 11.17 수 


기       상 : 2:30, 알람 1시간 후에 일어남. 8:40 취침 (5시간 50분 수면) 
                    잠자기 직전에 달린 달리기로 다리근육 뻐근하고 피로하다. 좀 더 일찍 달려야겠다.

아침활동 : 모닝페이지 3:10~4:00, 아침정진 4:00~5:20

기타활동 : 저녁예불 Okemoticon, 1시간 저녁 달리기 OK

 

새벽에 오랜만에 선명한 꿈을 꾸다 일어났다. 푸르고 초록빛이 나면서 물이 맴돌아 나가는 용쏘가 내 앞에 있다. 거기는 익사사고가 제법 많이 나는 곳이다. 나는 거길 뛰어들어야 한다. 죽을까봐 겁이 많이 난다. 오른쪽에서 아부지가 '아빠가 여기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 내가 건져줄께' 소리친다. 나는 뛰어들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를 건지지 못했다. 그런데도 물굽이 따라 한참 맴돌더니 스스륵 하류쪽으로 벗어난다. 거기는 자갈이 많은데 물높이가 내 무릎 정도다. 물길을 걸어서 간다. 아직 한참 더 가야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옆에서 같이 걷고 있다. 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부모님이나 고향 마을이 나온 꿈, 그리고 인터넷으로 만나는 이들에게 다는 댓글에 지나치게 고민하는 행동이 징후다. 직접 만나서, 마주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해야겠다. 연락하면 만나질 사람, 찾아가면 반길 이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럴 때는 관계에 슬그머니 더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외롭다고 인정하는 것이 어쩐지 불편하고 부끄럽다. 캐런 킹스턴의 풍수회로가 맞든 맞지 않든 관계를 인터넷과 책으로 대치시키지 말고 비어있음을 여실히 볼 수 있도록 잡동사니를 버려야겠다. 이건 그 동안 내 방의 중심이었던 책상과 노트북의 위치를 바꾸는 걸로 구체화할 수 있겠다.  

 

어제 일 중 두 가지를 써 두고 싶다.

 

단풍나무를 찾아갔다. 10남매의 막내였던 그녀에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늙거나 노인이었다. 당연히 공부는 큰 오빠네 집에서 했다. 내가 맏이노릇을 벗어놓지 못하는 것처럼 그녀는 싫으면서도 받아들이는 막내노릇을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했다. 독립을 하기로 방향을 잡을 때 내게 와서 그녀가 말했다. 너도 버겁겠지만 형제들도 네가 편하지 않을 거다. 그녀가 노인이 된 엄마 아빠를 일찍 떨어져 학교를 먼데서 다닐 때 날마다 학교 마치고 찾아가는 나무가 있었다고 했다. 그 나무 발치에 앉아서 그날 있었던 일을 종알대고 속상한 일을 털어놓고는 그늘에서 놀다가 돌아왔단다. 그녀는 지금 학교 선생이고, 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상담을 전공했고, 아침마다 명상을 1시간씩 하고, 고등학생인 아이들 둘을 키운다. 나는 언제나 자유로운, 사람들이 함께 모일 때 굳이 뭔가 일을 하지 않더라도 그녀만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놀고(!) 이야기하게 되는 걸 신기하게 여기고, 질투하곤 했다. 그녀처럼 나도 어제 큰 나무를 찾아갔다. 9월부터 달리기 시작한 송현배수지에는 백 살 넘으신 할머니, 할아버지 단풍나무가 트랙을 삥 둘러 여러 그루 있다. 나는 할아버지와의 기억이 없어 할머니 나무라고 하는게 더 편안하다. 본가의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무학자 촌로가 서울 자식들 집을 잘 찾아다니던 외할아버지는 자주 뵙지를 못했다. 트랙을 1시간 달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마음을 고르면서 내 얘기를 저 할머니 단풍나무들의 써클이 들어주고 있는 듯,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몸으로 풍기는 느낌도 읽어주고 있는 듯 위로를 받는다. 1시간을 달리면서 단풍의 핵심은 색이 바래는 것이 아니라 말라가는 것이구나 혼자 헤아려본다. 그리고 나무의 뿌리를 짐작하게 된다. 둥치가 굵고 아마도 더 오랜세월 더 깊이까지 뿌리를 내렸을 법한 단풍나무의 잎은 아직도 새파랬다. 단군 프로그램 하면서 아침이든 저녁이든 달리다 보니 달리는 재미를 조금 맛보았다. 큰 소득이다. 노을, 녹색광선으로 꼬시지 않아도 되지만 그것이 궁금하기는 하다.  

 

어제 드러눕는 아이를 일으켜서 달래서 급식실에 가야했다. 나는 오전 4시간 수업시간을 보내며 벌써 지쳐있는데 이 아이는 나에게 자신을 위해 봉사하라고 한다. 이번 주는 점심을 먹고 나서 여러번 체했다. 아이 손을 잡아 끄는 내 손에 힘이 들어가 있다. 나는 노래를 흥얼흥얼 부른다. 1절을 다 부르기 전에 내 몸의 힘이 좀 빠진다. 아이는 손을 잘 잡는다. 몸에 힘 들어가는 그 순간의 느낌을 알아챈 것은 어제의 소득이었다. 천수경을 외우든 노래를 부르든 결국 나는 나를 위해 그 모든 일을 하고, 공중곡예사가 저 하나만 책임지면 되듯 나 하나만 잘 데리고 다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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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1.17 20:05:35 *.154.223.196
단풍나무 할머니들 써클을 달렸다. 1시간 타이머를 설정했다. 15분  남겨놓고 지루해서 시계 꺼내보았다. 1시간을 내 앞에서 달리던 어떤 사람이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나더러 마라톤 나가냐고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해서 눈을 피하며 '예' 했다. 어느 대회에 나가냐고 묻는다. '아직 안정했어요' 대답하고는 휭 달렸다. 머리 염색을 했더라. 여기서 나한테 말을 건 이는 석 달 만에 저 사람이 두 번째다. 뜬금없이 이 트랙이 몇 미터냐고 물어본 이가 있었지. '모릅니다' 한 마디 던지고 그때도 휭 달려나갔다.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데. 공원 올라가는 길에 중학생 6명이 한 학생을 꿇어앉혀놓은 걸 봤다. 놀래서 꿇은 앉은 아이더러 부모님 연락처를 알려달라니 전화가 없댄다. 또 스타킹에서 발 저릴 때 이렇게 하면 풀린다고 나왔대나. 한참 번호를 묻다가 지네끼리 친구라 하길래 그냥 올라가긴 했다만 찜찜하다. 달리기는 재미있고, 신기한 것은 달리기 전에는 주로 탄수화물이 당기는데 달린 후에는 오늘도 두부, 생선, 야채, 과일 이런게 먹고싶다. 그래도 곧 자는데 이거 입맛이 너무 좋아지네. 곤란한데. 체질량지수를 재서 몸무게를 관리하는 아이가 2명 있다. 두 아이 모두 너무 빨리 먹는 것과 운동량 부족이 최중도비만의 원인인 것 같다. 나 역시 너무 빨리 먹고 있다.  

오늘의 전략적 태스크 집중 시간은 수업준비 30분, 수업분석 2시간, 알림장 30분 해서 총 3시간 되시겠다. 통합교육사례를 같이 쓰기로 한 이와 약속을 잡았다. 교실청소는 5시 전에 하는게 6시에 하는 것보다 기분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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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18 07:39:43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74일차 _ 11.18 목 


기상 : 2:00

아침활동 : 모닝페이지 2:05~3:00, 아침정진 3:30~5:00

기타활동:

 

알람 들었는데 바로 일어나지 않고 이불 속에서 꿈지럭거렸다. 속이 좀 쓰리다. 이런 저런 트집을 잡고 까탈부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새벽에는 이 여자의 상태가 좀 민감하고 까다로와져서 신경질을 부리는구나 싶으다. 새벽을 위해 저녁에 이런저런 번거로운 일들을 좀 해주면 좋겠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작은 친절을 생각한다. 20분 내외의 시간, 2만원 내외의 돈이면 충분히 줄 수 있는 것인데 웃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 모닝페이지 줄리아카메론은 이걸 '창조적 사치'라고 불렀다.

 

2주 정도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되는 넉넉한 수의 양말과 스타킹

좋아하는 꽃이나 식물을 가까이에 두기

냉장고에 쌈통, 치즈, 사과, 귤, 계란과 삭힌 장아찌를 넣어둘 것

저녁에 불 끄고 재우기

저녁 집청소와 정리정돈----우렁각시는 그 총각만 필요한 게 아니다. 내 손이 내 딸이라는 말은 엄마들의 슬픈 고백이네. 

아침식사를 할 된장찌개 한 뚝배기나 미역국

옆에 있으면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사람 곁을 떠나 있기

나무 아래에서 노을 보기   

출근 마감 시간에 쫒겨 뛰지 않기

떨어지면 바로 곤란해지지 않도록 치약, 칫솔, 비누, 샴푸, 휴지, 커피 같은 생필품을 좀 쟁여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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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1.19 07:08:38 *.154.223.196
오늘 업무시간에 전략적 태스크 집중 거의 안했다고 쓰려니까 좀 했다. 교사 언어 사용 분석하면서 공개수업 20분 보았다. 방과후활동 미술치료 하는 날 지친 성인들을 보면서 방과후활동까지 특수학급에서 책임을 지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된다. 퇴근하는 옆반 샘을 잡고 문가 사물함에 기대선채로 1시간 가량 울었던, 답답했던 이야기를 했다. 그반 아이가 그 반 다른 아이, 자기 방어를 할 수 없는 아이를 어른들 안 볼때 물어서 물린 아이 어머님이 항의를 하셨단다. 약자라고 보호하려 하는데 그 안에서도 좀더 약한 아이한테 자기 스트레스를 푸는 걸 본다. 참 어찌해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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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19 06:59:12 *.154.223.196

콩두의 단군일지 75일차 _ 11.19 금 


기상 : 2:30

아침활동 : 모닝페이지 3:05~4:00, 아침정진 4:30~6:00

기타활동:


알람없이 기상. 7:30 취침 (7시간 수면), 어제 저녁을 안 먹었더니 오늘 아침에 속이 아주 편하다. 오늘 핸펀 충전기가 없어서 안전망 생략. 어디다 케이블을 버렸는지 가방이란 가방은 다뒤졌는데 찾지 못했다. 산만하네. 11시쯤 낯선 물 똑똑 거리는 소리에 깨어났다. 거실 지붕에서 맑은 물이 떨어지고 있다. 이사오면서 내가 쓴 일기장과 편지를 모두 모으니까 한 상자 되었다. 그것이 다 젖었다. 상자 둔 곳이 좀 낮은가보다. 빈 김치통을 대어 놓고 다시 잠들어 새벽에 일어났다. 물은 그쳐있다. 물 새면 집이 상할텐데 집 주인 걱정되시겠다. 나는 세입자여서 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한편 속편해서 소유하지 않은 것의 가벼움도 있네 한다. 그래도 나는 내 명의 작은 집을 갖고 싶다. 모닝페이지 마치고 30분을 웹써핑했다. 단군일지와 손오공의 특수교육 읽었다. 사랑과 결혼을 향하던 마음을 은유하던 두 중독사이트가 서서히 이것으로 대치되고 있는 걸 본다. 댓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이런 때는 딱 끊고 나가는 것이 내 할 일을 먼저 하는 것이라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언뜻 보기에 챙기는 말이라도 내 할일을 안 한 상태의 회피, 나의 불안을 감추기 위한 쇼라는 걸 안다. 그런 상태는 엉겨붙는 거라서 상대에게 불편을 준다. 그래도 할 일을 하자고 다독이고 몰아가니 몸을 앞뒤로 흔들며 천수경을 한다. 시작하니 끝까지 간다. 그래 고마워. 수고했어. 잘했어. 콩두씨. 힘든데도 해내려 애쓴 거 다 보고 다 알아. 멋져부러. 이뻐, 최고, 최고. 우리 애들에게 하는 추임새가 나를 향해서 나온다. 유치하네. 유치찬란해. 그래서? 나는 이런 유치한 게 좋거든. 앞으로도 이렇게 유치하게 쭈욱 살란다.


비 새는 집과의 인연에 대해 생각한다. 손에 든 단풍잎을 보면서 가을을 읽듯 내 앞에 벌어진 걸 보면서 나에게 주는 메세지를 읽으려 한다. 내가 제대로 읽지 못해도 뭔가 메세지가 있다는 관점을 가지낟. 집을 몸에 성전에 절에 비유하는 걸 접했다. 생활 전체를 수행, 명상으로 대하는 헤스티아식 관점이겠지. 동생들과 10년 살던 봉천동의 엄마집은 여름마다 비가 샜다. 그것은 결혼해서 4남매를 낳아기르고 집을 짓고 땅을 산 후 가지게 된 엄마 명의의 집이었다. 이층인데 비가 새는 건 옥상 방수의 문제거나 원체 집을 날림으로 막 지어대던 90년대 초반 건설경기 붐을 타고 지어진 거라서 그런 것 같다. 빌라는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협조를 전제할 수 없어서 정말로 고생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수리를 했다. 비 새는 집과의 인연이 다하지 않고 다시 반복이 될까? 많이 좋아지고 수리되었지만 아직 내가 비 새는 집같은가 보다. 지금 나는 나를 가꾸어 가고 있다. 밑 빠진 독같고, 비 새는 집 같다고 느꼈는데 내가 처한 환경, 나에게 오는 인연을 보면서 내 안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읽는다. 그리고 이제 단군프로그램이 3/4 고지를 넘어서고 있다. 끝마무리에 많은 에너지가 들건가 보다. 나는 요즘 정말 퍽퍽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제 방학 1달 전으로 진입했고 마무리할 일이 많거든. 평범한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초대해서 기념하는 날, 결혼식, 장례식, 돐, 예전에는 성년이 되는 의식도 중요하게 다루었는데 요즘은 아니니까 관혼상제의 관은 빼고 제사도 빼지만 태어나는 우주적인 사건에도 공이 많이 들지만 사람이 죽는 우주적인 큰 사건에도 공이 많이 들지. 엄마는 '아파야 죽지' 하셨다. 백일을 잘 마무리해 가길 기원한다. 마무리에 약해서, 마무리를 안해버릇해서 힘이 더 든다. 콩두씨 잘 견뎌주길, 잘 버텨주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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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20 08:12:03 *.154.223.196
점숙님 주말 잘 쉬세요. 일단 짧은 댓글 달고 출근 퍼뜩 했다가 오겠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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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점숙
2010.11.19 16:52:41 *.134.56.1
안녕하세요? 권윤정님
살짝 다녀가셨더군요. ㅎㅎㅎ
항상 권윤정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출첵을 한답니다. 일지에서도 윤정님의 소박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듯
건강 조심하시고, 끝까지 화이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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