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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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100일
책을 써야겠다.
독립해야겠다.
할 것 :
- 그동안 써둔 글 모으고,
- 글 새로 보강하여 책으로 엮는다.
- 그림은 계속 일주일에 2개씩 그린다. 디테일을 살리는 그림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그림 2가지를 병행한다.
- 이미지 에세이는 계속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서로를 보강하여 더불어 살게 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 :
- 동영상에 푹 빠져서 다른 일을 손 놓고 있는 것 ---> 하루에 일정량 이상 해야할 것들을 한다. 종이 위에서 손이 놀게 한다.
- 아픔을 그냥 두고 지내는 것 ---> 아프면 아픔을 인식하고, 적절히 대처한다. 즐기지 않는다.
보상 :
- 그리는 손이, 쓰는 손이 움직일 때마다 기억할 수 있게 손에 팔찌 하나 채워야겠다.
- 500개의 엽서
양(量)은 내가 맡고, 질(質)은 신(神)이 맡는다.
2012년 11월 1일 (2일째)
기상시각 : 7시 20분
- 어제 밤 그림그리다가 새벽 2시에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었다.
- 새벽에 해야할 것이 갑자기 많아졌다. 책 쓰기로 작정했으니 기상시각을 앞으로 당겨야 할 듯 하다.
운동은 계속하려고 등록해버렸으니 확실히 조정이 필요하다. 무엇인가 하겠다는 결심은 무엇인가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함께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피곤하거나 졸리거나 하는 일이 없다. 5시간을 넘어가면 피곤할 때도 있지만, 5시간 정도면 한장을 천천히 그리는 데 충분한 것 같다.
Love Virus 가을버전 보내고 싶다. 500장의 그림엽서는 아직도 유효한 목표다.
2012년 11월 5일 (6일째) - 100일 창작 시즌 6 1st
기상시각 : 6시 40분
주말 동안에 일찍 일어나는 건 포기했다.
100일 창작 시즌 6 - 같이할 멤버들이 없다.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최종 문턱을 스스로 넘어오지 않으니 같이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에는 혼자라도 잘 가보자.
그림 모아 놓은 USB를 분실했다. 다시 사진 찍거나 스캔해야 한다. 다행이 원본 그림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괜찮다.
관리가 안되는 것은 여전하다. 디지털 자료는 복제가 쉬운 만큼 분실도 쉽다.
해야할 일들을 너무 많이 늘어 놓았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어느 것 하나 마무리를 못했으니 이런 일이 일어난 거다.
2012년 11월 8일 (9일째)
기상시각 : 6시 40분
새벽활동: 운동
- 오늘은 중요일정을 하나 취소했다. 이미지에세이에 넣을 그림을 아직 안 그린 상태, 구상은 되어 있는데 그것을 그릴 정신적 힘이 없다.
결국은 오후가 되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연필로 스케치하면서 지우고 하는 거 좋다. 불분명한 선들이 교차하는 곳에서 지우개를 써서 내가 원하는 선 하나를 남기는 것 좋다. 최종적으로 봤을 때는 지우개를 쓰는 게 좋지 않을 때도 있다.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2012년 11월 9일 (10일째)
기상시각 : 6시 40분
새벽활동: 운동
2012년 11월 10일 토요일 (11일째)
기상시각 : 6시 30분
새벽활동: 러브 바이러스 그림엽서 제작 예정
- 어제 들었던 팟캐스트(나는 딴따라다)에서 모든 '예술가는 꿈꾸는자'라는 말을 들었다. 꿈을 꾸고 그것에서 깨어났을 때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꿈을 향해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예술가라고도 했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꿈에서라도 꼭 되었으면 하는 것을 간직한 자, 그리고 현실을 바라 보았을 때 그것을 꿈과 일치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자, 그가 바로 꿈꾸는 자이다. 예술가는 실제하지 않는 것을 작품 속에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내는 것은 있을 법한 것이고, 그가 만들어 낸 그것으로 인해 현실이 파괴되고 그가 꿈꾸었던 그 모습으로 세상이 조금씩 바뀌게 된다.
*
아침에 1시간이 조금 안되게 엽서에 그림을 따라그리고, 아침밥을 준비하면서 그림그리기를 중단.
한가지 일에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일로 중단이 되면 이어 붙이기 어렵다.
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13일째)
기상시각 : 5시 20분
- 오랫만에 모닝페이지를 썼다. 머리 속에 가득한 생각을 털어내야 할 것 같아서 털어내는 글을 썼다.
오후에 러브 바이러스 엽서에 색칠을 하고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예쁜 색들을 보고 나니 기쁘다. 그것을 더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저녁을 먹고 다시 그림엽서를 그렸다. 지난 월간지를 보고 사람을 그리고, 그러고 나서 또 색을 칠했다. 사람을 잘 그리고 싶다. 그것도 특징있는 사람을 그리고 싶다.
색깔선은 내 특징이 맞다. 사람, 형태에서는 나만의 특징은 아직 없다.
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18일째)
기상시각 : 7시
- 포토샵과 일러스트 배우는 거 2시간과 4시간 중 어느 것 할까 고민이다. 학원 수업은 거의 독학이라고 하니 4시간까지는 필요 없을 듯 하다. 그렇지만 내가 집에와서 또 별도로 2시간을 내지 않는다면 2시간 수업도 의미가 없다. 딜레마. 학원에서 4시간 보내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1개월 안에 활용까지 제대로 배우고 싶다.
뭐든지 좋은 것과 나쁜 것은 꼭 붙어있다.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19일째)
기상시각 : 7시
- '검은 문'으로 단군 활동 하는 사람을 자극을 줬으니 나도 계속 날 자극해야 한다. 아, 이 살짝 무거운 느낌. 좋다.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20일째)
기상시각 : 6 시 반
- 상담 : 학원은 그린컴퓨터 아트학원. 4시간을 즐겁게 보내자.
포트폴리오 만드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 하다. 학원들 강의는 거기서 거기란다. 자신이 얼마나 실습하냐에 따라서 다른거라고 한다.
하루종일 진통제가 필요했다. 다행이다. 약이 들어서.
아침에 택시가 길을 잘못들어서 목적지에 가지 못하고 내려서 뛰었다. 달리기가 혈액순환에 좋았는지 그 뒤로 한시간 동안 몸에 열이 팍팍났다. 겨울이라 옷을 껴입고 모자까지 눌러쓴 사람들 틈에서 나는 겉옷도 벗어두고 강의에 열중했다.
강의장과 인사동이 가깝다. 학원과도 가깝다.
학원에 들러서 올때마다 인사동가서 그림봐야겠다. 한지파는 곳에 동양화 교본 많다. 그렇게 그림을 잘그리는데 나는 왜 그 사람들 그림을 한 점도 보지 못했을까. 친구에게 농담으로 '난 이제 그림 그만그려야겠다'라고 했지만, 정말이지 엄청나게 그림 잘그리는 사람들 많다. 거기에 비하면 난 보잘 것 없다. 그림책 보고 그들의 중요한 기술이라든지 스타일 받아들여야겠다.
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21일째)
기상시각 : 7시 반
- 몸에서 단내가 난다. 땀흘리고 자고 몸에 열이 있고, 상쾌한 맛이 안 나는 게 느껴진다. 고풀전에 단내가 난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 사람을 그린다는 게 어떤 걸까 궁금하다. 만화가 정말 대단하다. 자연스런 볼륨감. 그런 얼마나 그려야 평면에 입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건지 .... 수천 번을 그렸겠지. 옷을 그리지 말고 사람의 몸을 그리라는 말이 떠오르는 원화를 보고 있자니... 이 양반은 사람을 어떻게 쳐다볼까가 궁금해졌다.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22일째)
기상시각 : 7시 반
- 그림을 수정했다. 세부적인 부분. 지우개로 일부를 지우고 선을 다시 넣는 것을 하고, 색이 칠해지지 않은 부분을 칠했다.
전체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자세히 보면 보이는 것. 그 세부사항이 그림이 많이 달아보이게 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게 좋다. 세부적인 것까지 이쁜 것이 나는 좋다.
2012.11.21 밤에
내일 이미지 에세이에 넣을 그림을 뭘 그릴까 하는데.... 놀고 싶어졌다. 웃음이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왜 자꾸 그 장난스런 동물들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웃음이 있는 그림이 나는 좋다.
2012.11.23 밤에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소품만으로 흩어버리는 그림 말고, 마디가 있는 모아지는 것을 만들어보라는 말을 들었다. 맞다.
내년의 내 경제적인 삶이 어둡다. 제대로 모아진 것이 없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림을 진통제처럼 사용했다. 괴로움을 피해서 그림 속에 색 속에 들어가서 그냥 잠시 동안 웃었다.
어제 밤에도 역시 그러했다. 그런데, 그렇게 낄낄거리며 장난스런 그림을 그리는데 그게 또 살만하게 느껴져서 문제다. 그림에 색을 칠하다가 이야기를 하나 만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풀을 찾아 헤매는 동물들의 이야기. 콩풀먹고 방귀 풍풍 뀌는 녀석, 풀먹고 털이 홀랑 빠져버린 녀석, 이쁜 풀이 제일 좋은 풀이라고 여기는 녀석, 영지버섯이 제일 좋은 풀이라고 여기는 녀석, 풀은 한번도 먹어 본 적도 없으면서 제일 좋은 풀을 찾겠다고 나선 녀석. 각각이 무엇을 얻게 될지는 그리다가 이야기를 구상하다가 발전시키면 어떨까.
그림쟁이는 그림이 약이 되기도 한다.
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30일째)
1) 기상시각 : 6시 30분
2) 한일 : 새벽엔 운동, 낮엔 이미지 에세이를 위한 그림
- 이미지 에세이에 넣을 그림을 그리지 못해서 한참을 여러 책을 뒤적였다. 메시지는 갖고 있는데 마땅하게 무엇을 그려 넣어야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디테일이 중요한가와 리얼리티에 대한 글을 쓰려고 준비하는데, 나는 디테일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서 소재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었다.
디테일 약한 것은 어쩔 수 없으니 그림이라도 그리자는 생각에 그렸는데, 나중에 스캔하고 보니 영 마음에 안찬다. 다른 그림을 에세이에 넣었다.
책을 뒤적이다가 느낀건데... 나는 여전히 아주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랜드스케치라는 한 분야에서도 이렇게 다양하게 멋진 그림이 있는데, 나는 다양한 분야를 잘 그리고 싶어하면서도 그것에 따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만한 그림을 잘 그려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2012년 12월 3일 월요일 (34일째)
1) 기상시각 : 5시 10분
2) 한일 : 책(떠남과 만남) 읽기
- 갑자기 많아진 일에 피곤하다. 새벽운동을 주말로 바꾸고 학원 수업과 그림으로 전환하려고 시간을 다시 배정했다.
어제밤(3일밤)은 9시부터 급피곤이 몰려왔다. 낮에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 뭔가 하겠다는 것은 살을 말리는 고행인 듯 하다.
난 하품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육체의 쇠함을 막기 어렵다. 시간을 다시 배정해야겠다. 하고 싶은게 있으니까 2달은 견디고 싶다.
갑자기 그림의뢰와 해야할 일이 많아졌다. 그 이유는 지난주에 만난 사람이 이전에 만난 사람들에 비해 3배는 많았고, 또 그들이 모두 나를 자극하여 뭔가 하자고, 뭔가 해달라고 졸랐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이 힘이다.
2013.2.1 -88일째
글쓰기... 작가,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림에 대한 생각이 새록새록이다.
얇은 종이와 붓펜 사용. 안정효의 글쓰기가 인생을 전체를 두고 해야할 일이라면 그림 그리기를 위한 모든 일도 인생 전체에 대응하는 일이어야 한다. 재료를 실험하고, 소재를 모으고 그것으로 시험해보고 결과물을 내는 것이 일상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