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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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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5일 17시 42분 등록


<1> 저자 소개

Richard E. Nisbett
예일대를 거쳐 현재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
미국의 양대 심리학회인 미국심리학협회와 미국심리학회의 학술상 수상.
2002년 사회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미국 과학원 회원으로 선출됨.
저서로 , , 등이 있음.

<2> 소감

이 책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의 차이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책이다. 개체를 중요시하는 서양에서는 인간의 본성과 논리를 중요시하는 반면에 동양에서는 인간이 처한 상황과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저자에게 인간의 사고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주장들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했다. 사실 이 책에 실린 몇 가지 사례들은 흥미로웠다.

1991년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받던 중국인 학생 루강이 논문심사와 교수직 획득과정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지도교수를 살해하고 주위에 총을 난사한 후,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미시간대학 신문에서는 루강의 개인적인 특성에만 초점을 맞추었는데 반해, 중국 신문에서는 루강의 인간관계와 중국사회의 학력에 대한 압박, 미국 사회의 문제점 등을 그 사건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 사건의 요약문을 미국과 중국의 대학생에게 제시하고 어떤 요인이 그 사건의 원인으로 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중국 학생들은 상황적 변수를 더 중요시하고 미국 학생들은 살인자의 개인적 속성에 중요성을 더 많이 부여했다.

아주 재미있는 실험도 있었다. 팬더곰과 원숭이, 바나나를 예시하고 관계있는 것끼리 묶으라고 했을 때, 동양인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선택하는 반면 서양인은 팬더곰과 원숭이를 같은 범주로 묶는다는 것이다. 서양인은 범주화를 기본으로 하고 동양인은 관계를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것이다. 나역시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법률에서의 동서양 차이는 상당한 시사점을 안겨 주었다.

“중국에서의 판사는 법을 추상적인 실체가 아니라 각 개인에게 따로따로 적용되어야 하는 융통성있는 것으로 본다. 각 개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될 수 없는 법은 인간적이지 못하며 결코 법이 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법이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205쪽

이러한 입장은 명명백백한 법적 해결만을 신봉하는 서양식 사고체계에 비해 이상적이고, 철학적이며 심오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법을 집행하는 판사는 물론 모든 재판절차가 ‘완전’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때 위와 같은 심오한 철학은 임의주의로 전락하여 최소한의 정의도 구현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크고작은 갈등을 법적으로 해결하며, 기꺼이 그 결과에 승복하는 서양사회만큼도 법적 판정이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의문점이 생겼다. 위에서도 인용했듯, 반사회적 행위를 포함해서 모든 결정적인 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기본 원인은 무엇인가? 개인인가 상황인가, 두리뭉실 복합요인으로 보기엔 너무 미흡하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이런 것이다. 인간에 대한 전제와 사고체계가 그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처럼 외국사상을 선호하는 곳에서 무차별하게 외국이론을 도입하고 원용한 데서 오는 부작용은 없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학문적 태도를 조금 재미없다고 생각해 오고 있었다. 반드시 검증된 이론만을 말하기보다 직관을 더 선호해왔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달라졌다. 직관과 학문을 선호하는 사람들 간의 차이도 흥미롭고, 상식과 직관을 학문적으로 검증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지식이 좀 더 책임성있고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점에서 우리는 학자들에게 빚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동양과 서양이라는 거시적인 성향 분석보다는 개개인의 성향 분석에 대해 알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코너에 올리는 북리뷰만 보아도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특정한 책의 시대적 의미에서부터 좁혀 들어오는데 비해, 나는 어떤 책이고 ‘내 안에 일으킨 반향’이 첫째이다. 이런 습관이 서구식 논리체계에 대해 훈련이 안된 탓일수도 있겠지만, 개체간의 영원한 차이~~ 그것이 흥미롭다.


<3> 내가 저자라면

각 장의 앞부분에 해당 실험양식을 간단하게라도 첨부해서, 독자가 책을 읽기 전에 직접 체크해 볼 수 있었더라면, 실험결과를 납득하기에 좋고 독자 자신의 성향을 분석해 보는 재미도 있었을 것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광고는 서양에 비해 동양에서 월등 광고효과가 높다고 한다. 동양의 침술과 서양의 수술 부분 등 동서양의 차이와 수렴에 대해 좀 더 많은 부분이 할애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이 일반 저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실험경과를 최소화하고 실생활에서 드러난, 혹은 응용될 수 있는 측면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4> 책 속에서 인용한 부분

17-심리학자인 나에게 인간의 사고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주장들은 그 시사하는 면에서 가히 혁명적이었다.
28-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강한 신념은 개인 정체성에 대한 강한 인식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을 ‘독특한 특성과 목표를 가진 상호 개별적인 존재’로 파악했다.
30-영어의 school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schole 가 여가를 의미한다는 것만 보아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스인들에게 있어서 여가란 다름 아닌 지식을 추구하는 자유를 의미했다.
44-그리스인들은 개인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존재로 보았고, 진리를 발견하는 수단으로서의 논쟁을 중시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중국인들은 인간을 사회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존재로 파악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조화라고 생각했다.
54-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이러한 차이를 저맥락 사회와 고맥락 사회의 구분을 통해 설명하였다. 저맥락 사회인 서양에서는 사람을 맥락에서 떼어내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개인은 맥락에 속박되지 않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자로서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이 상황에서 저 상황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고맥락 사회인 동양에서 인간이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동적인 존재로서 주변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동양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내집단에 대해서는 강한 애정을 보이지만, 외집단이나 그저 아는 사이인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거리를 둔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자신과 내집단 사이에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어하며, 내집단원이나 외집단원을 크게 구분하지 않는 보편주의적 행동 원리를 따른다.
71-동양인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호의존적 단서들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의존적인 사람이 되도록 유도<점화>되고 있고, 서양인들은 독립적 단서들을 통해 독립적인 사람이 되도록 늘 점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5-현대의 동양인들은 고대의 동양인들처럼 세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전체 맥락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사건들 사이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데 익숙하며, 세상이 복잡하고 매우 가변적인 곳이라 믿는다. 이와는 반대로 현대의 서양인들은 고대의 그리스인들처럼 세상을 보다 분석적이고 원자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사물을 주변환경과 떨어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변화가 일어난다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개인이 그러한 일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119-기본적 귀인 오류란, 행동을 유도한 상황의 힘을 무시하고 행동의 주원인을 성격으로 파악하는 경향을 말한다.
155-동양인들은 세상을 관계로 파악하고 서양인들은 범주로 묶일 수 있는 사물로 파악한다. 이러한 차이는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에서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보인다. 즉 동양의 어린이들은 관계에 주목하도록 양육되고 성양의 어린이들은 사물과 그것들의 범주에 주목하도록 양육된다. 여기에 덧붙여, 언어의 문화 차이 또한 일정 역할을 한다.
194-두 문화의 사고 방식의 기원은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설명될 수 있다. 즉 두 사회의 생태 환경이 경제적인 차이를 가져왔고, 이 경제적인 차이는 다시 사회 구조의 차이를 초래했다.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차이는 각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규범과 육아 방식을 만들어냈고, 이는 환경의 어떤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주의 방식은 우주의 본질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민속 형이상학를 낳고, 이는 다시 지각과 사고과정-인식론의 차이를 가져왔던 것이다.
199-실제로 장의존적인 사람은 장독립적인 사람보다 남과 어울리기를 더 좋아하고, 사람의 얼굴을 더 잘 기억하며, 사회적 상황과 관련된 파티나 방문같은 단어들도 잘 기억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 더 가까이 앉는 습관이 있다.
203-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심리학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지금까지 서양인들만을 대상으로 수행된 많은 연구에 근거한 문화 보편성 결론이 틀린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5-중국의 판사는 법을 추상적인 실체가 아니라 각 개인에게 따로따로 적용되어야 하는 융통성 있는 것으로 본다. 각 개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될 수 없는 법은 인간적이지 못하며 결코 법이 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법이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226-헌팅턴 교수가 지적했듯이, 서양인들은 산업화, 복잡한 직업 구조, 부, 사회적 이동성, 도시화 등의 근대화를 서구화로 착각하여 모든 국가가 근대화될 것이고 따라서 서구화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근대화를 달성했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서구화되지는 않았다. 싱가포르나 타이완, 그리고 정도는 덜하지만 이란이 그 예이다.
229-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이중문화적이다.
230-결국 우리 모두는 어떤 경우에는 동양인처럼 행동하고 어떤 경우에는 서양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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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6.25 19:00:23 *.145.124.204
ㅋㅋ 거의 동시에 올라와서 깜딱 놀랬어요~
같은 책을 읽어도 이렇게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
재밌네요.
한선생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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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2006.07.07 12:40:49 *.7.246.108
잘 읽었습니다. 책의 맥락을 잡을 수 있는 듯 한 느낌이네요..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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