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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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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30일 22시 31분 등록
하늘의 뜻을 묻다, 이기동 역, 열림원

1. 읽고난 느낌 하나, 생각 파편들
주역...
감히 주역에 대해 글을 쓰려니, 두려움만 앞선다. 주역은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었다. 물론 이 책은 주역의 또 다른 역서에 불과하므로, 이것으로 주역을 말할 순 없지만, 쉽게 쓰여져 처음 접하는 사람도 크게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초장에 점치는 방법도 간단히 소개되어, 혼자 해봤는데 그것도 참 재미가 있었다. 물론 결과의 신뢰도야 매우 낮지만, 덕분에 괘사가 더 잘 들어왔다.
처음 64괘가 생기고, 그다음에 괘명이 생기고, 그 다음에 괘사(괘설명)가 생겼다고 한다. 사람들이 보다 그 의미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말이 전해주는 한계가 있어 현재 많은 왜곡됨이 생겼다고 여겨진다.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야말로, ‘말’이 아닐까. 말이 진리를 나타내기에 참으로 보잘것 없다는 것.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주역의 괘를 읽을 때에는 우선 괘의 모양을 읽고 직접 이해하는 것이 최고의 이해 방법이다. 괘명과 괘사 등은 괘가 표현하는 여러 이치 중에서 대표적인 이치만을 언어로 설명한 것이다. 이 때문에 괘명이나 괘사로만 이해하게 되면 그 괘사나 괘명이 표현하는 것 이외의 다양한 의미는 놓쳐버리고 만다. 이름으로만 이해하면 전체의 능력과 성격을 다 이해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79p

공자가 책 끈이 3번이 떨어져 나가도록 읽고 또 읽었다는 책. 주역은 읽을수록 당겨지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주역이 무어라 ‘말’할 수는 못하겠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주역을 ‘행’해갈 수 있지 않을까. 다만, 내가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의문들에 대한 답이 체계적으로 숨겨져 있음을 살짝 엿보았을 뿐이다. 진작 보았더라면...하는 아쉬움도 들었고, 수천 년 축적되어온 우리 인간들의 지혜가 참으로 엄청나다는 것에 경의로움을 넘어서 경건해졌다. 많은 이들이 주역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나 역시 주역을 되풀이해 읽고 또 읽을 참이다.

2. 주역으로 맺어진 인연
나는 주역보다, 주역을 읽으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을 이야기 하고 싶다.
맨 처음 필독서로 주역이 올라왔을 때, 꼭 읽어보리라 다짐했다.
1차, 교보문고에 가서 1시간 반 동안 살펴보았지만 좌절했다. 여기서 동양철학에 굉장히 밝아 보이시는 ‘아저씨’를 만났다. 나이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거의 평생을 학문에 몸 바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기운의 사람이었다. 이후 내가 주역에 관해 책을 찾으러 갈 때마다 보았다. 2번 만났지만, 3시간 정도 이야기 한 것 같다. 주역부터 시작해 동양 철학서를 쫙 읊어주셨으나, 나의 용량의 한계로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동양철학에 문외한인 나에게 여러 책을 추천해 주었고, 더불어 우주의 원리에 대한 강의도 들을 수 있었다. 나의 호기심을 건드리고, 풀어주기 시작했던 분이다.
2차, 간디님이 읽고 계신 책을 택해 나도 읽기 시작했다. 읽을수록 오묘한 이치에 감탄하였다. 전에 알고 있었지만, 말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던 사람과 우연히 마주쳤다. 그리고 한 시간 넘게 이야기 했다. 그 역시 주역을 읽고 있었다. 나는 이즈음 ‘몸’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 그에게서 내가 궁금해 했던 몸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3차, 주역을 읽는 중이었다. 아직 소화는 되지 않았지만 읽어가며 내가 궁금해 하던 우주의 원리, 삶에 대해 더불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공원에 팬플룻 불러 갔다가 우연히 무술수련을 하시는 분을 만났다. 30년 넘게 운동하여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라 한다. 그 분와 더불어 ‘삶’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나는 주로 들었다. 주역을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같은 말들이었다.

불교에 의하면, 사람이 한 번 만나는데 팔 천 만 번의 윤회를 통해 쌓아진 인연이 있어야한다고 한다. 빗방울이 하나 내 머리에 떨어지는 것도 다 인연이 있기 때문이고,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저 사람은 어떻게 하여 나에게 왔을까. 나는 왜 저 사람에게 이러한 감정을 가지는 가. 좋지 않을 때도 많았고, 그냥 헤어져 버릴 때도 있었고, 인연이 되어 오래 남는 경우도 있었다. 자기 현실에 허우적대는 사람도 있고, 그 현실을 넘어선 사람도 있고, 아예 산속으로 들어가 사는 사람도 있다. 누구든지, 그게 무엇이든지 모든 일은 때와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내가 배울 필요가 있는 무언가가 있을 때 사람들이나 상황이 나에게 다가왔다. 주역을 통해서 나는 그런 인연을 다른 때보다 자주 얻을 수 있었다. 그게 신기하다.


3. 책 속 인상적 구절.
▪봉변이란 변화에 대처하지 못할 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 복잡한 인생길에 잘 대처하지 못해 봉변을 당할수록 멀미를 계속하는 고달픈 인생이 된다. 이 고달픈 인생길을 해결하는 방법은 먼저 운전자처럼 인생의 길과 그 대처방안을 파악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제일이다. (…) 주역에 완숙한 사람은 더 이상 괘를 뽑을 필요가 없고, 괘의 지시를 따를 필요도 없다. 머리가 텅 빈 상태에서 몸이 저절로 최선의 인생길을 택하게 된다. -26~29p

▪주역의 괘는 우연이 아니다. 자기의 본래세계 속에 있는 무한한 심비의 힘이 의식 세계에 있는 자기에게 깨우쳐 주는 메시지이다. -36p

<주역이란>
1.지혜의 보고이다.
2.역할론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지혜란 어떤 것일까?
자신이 처한 때와 장소에서 취해야 하는 마땅한 일과 역할을 말한다. (…)삶의 지혜는 사람이 처한 시간적 상황과 공간적 상황에서 하나로 융합되어 나타나는 최적의 지혜여야 한다. -37p
3. 수양서이다.
4. 소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욕심을 버릴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
5.‘다운’ 삶을 유도하는 안내자이다.
모든 삶에는 욕심이 좌우하는 삶과 태극에 입각한 삶의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주역을 읽는 목적은 욕심에 좌우되는 삶에서 태극을 따르는 삶으로 전환하는 데 이T다. 그러한 삶이 ‘다운’ 삶이다.

<주역의 뜻>
1.變易: 잠시도 쉬지 않고 변화하는 원리.
2.不易: 바뀌는 것은 없다.
3.易蕑: 천국이 바로 지옥이고, 지옥이 바로 천국이다.
욕심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한없이 복잡하고, 험악해보이지만 본심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바로 진리다.

▪태극을 실천하는 삶은 인식과 실천이 분리되지 않은 삶이다. 태극은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태극으로서의 삶은 인식을 초월한 상태에서의 실천만이 있는 세계이다. -46p

▪‘역경’은 몇 천 년 동안에 유기적으로 성립된 것으로서, 중국 사상의 중요한 시기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는 것이며, 64괘는 자연과 인간의 도의 패턴을 나타내는 우주의 원형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68p

▪보어의 표현을 빌리면 분리된 물질의 입자는 추상개념이며 입자의 성질은 다른 입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정의되고 관측된다. -69p
(가지붙이기: 이를 사람에 적용하였을 때, 에고는 추상개념이며 인간의 성격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정의되고 관측된다. -귀자생각)

▪무의식세계의 능력은 의식세계에 있는 욕심에 가려져 차단되기 때문에 이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마음을 비워야한다. -72

▪성장을 해야 할 상황일 때는 이웃한 효가 동효인 것이 좋지만 조화를 추구할 때는 이웃한 효라 하더라도 이효가 좋다. -85p

▪뜻이 좌절되고 일이 막힐 때는 무리하게 나아가려 하지 말고 가만히 정지한 상태에서 실력을 쌓아 다음에 대비해야 한다. -92p



5.내가 저자라면
1차에서 만난분도 지적해 주셨듯, 사람마다 해석이 제각각이라 해석본이 오히려 본래의 것을 어그러지게 한다. 재미는 있되, 이 역시 '이기동'교수의 생각이라는 것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괘사 설명이 부분에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알게 모르게 유학의 냄새가 난다. 그래서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역은 어떠한지, 그리고 주역의 원본문은 어떠한지.
말로 전하는 한계라 여겨진다.

(**참고: 이기동 교수
성균관대 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 동양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일본 쓰쿠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유학, 동양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IP *.145.12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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