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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7일 02시 22분 등록
'영혼이 있는 승부'
안철수



1. 저자에 대하여

그의 자료 중 가장 저자에게 편안하고 쉽게 다가 설 수 있는 기사를 올린다.

21세기 디지털 리더, 안철수
-글 곽소경 기자-

“내가 생각하는 부와 성공, 가족의 의미 그리고 기러기 아빠로 사는 요즘”

안철수(43). 국내 최초로 컴퓨터용 백신 프로그램 V3를 개발?보급한 그는 의사, 교수, 프로그래머,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이력을 거치며 각각의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인정 받아왔다. 안철수 연구소의 CEO인 지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21세기형 리더. 최근 아홉 번 째 저서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김영사)'를 펴낸 그를 만났다.

1995년 서초동 뒷골목에서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주식회사 '안철수연구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회사로 시작한 이 작은 벤처기업은 10년이 지난 지금 직원 수만 100배가량 늘어난 통합보안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그리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시대적 환경에 발맞추어 끝없는 도약을 거듭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중심에는 두말 할 나위 없이 CEO 안철수(43)가 있다. 국내 벤처업계의 기린아인 그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을 때, 그는 아이같이 천진(?)하면서도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표정과 어눌한 듯 논리적인 화법, 극도로 겸손하지만 CEO로서의 자신 있는 면모를 모두 동시에 보여주었다. 스스로 지향하는 인간상의 요건처럼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뿐 아니라 무언가 가늠할 수 없는 특별함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 내가 생각하는 성공과 부에 관하여…-

안철수의 철학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의대 박사과정에 다닐 때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새벽마다 일어나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도, 조용한 성격의 그가 모든 사람들이 만류하던, 기업의 사장이 된 것도 그 때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의대 교수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있었음에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운을 벗어던진 그는 사사로운 부나 명예에 얽매이지 않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기도 하다. 1996년 초창기 벤처기업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미국의 맥아피사가 1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인수제의를 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은 너무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다. 무언가를 선택함에 있어 그에게 우선되는 가치는 본질이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성공이나 돈과 같은 세속적 잣대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 '안철수 연구소'는 현재 국내 보안회사 중 1위 기업입니다. 창립 당시, 지금의 성공을 예상했는지요. -

“처음에 직원이 일곱 명이었을 때는 '열 명 정도의 직원이면 충분할 거야'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직원 수가 80명, 90명이 되었을 때는 직원들보고 '야~, 우리 회사 직원이 백 명 넘으면(웃음)내가 창밖으로 뛰어 넘어야겠다'고 그랬거든요. '설마 3백 명은 안 되겠지' 했는데 계속 판단착오가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도 저는 성공했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성공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장기적으로 결과를 봐야 하는 것이지 과정에서의 성공이나 실패는 없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전 지금도 절벽에 오르는 느낌이에요.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하고 무서운데 위를 쳐다보면 구름이 시야를 가려서 정상이 도대체 먼지 가까운지조차 보이지가 않아요. 그럴 때 혹시나 힘이 빠져 손을 놓으면 떨어져 죽거든요. 올라갔다고 안전한 장소가 아닌 거예요. 그리고 항상 자기가 최고다, 성공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그 사람이 추락하기 시작하는 지점이라는 생각을 해요.”

- 수백억 대에 달하는 주식 부자로 알려졌는데 돈이라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

“지금은 주식이 많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그게 회사 만든 지 10년 동안 한 주도 안 판 겁니다. 코스닥 다 뒤져도 그런 케이스는 없을 겁니다. 저는 그저 월급 받는 사람일뿐이에요. 돈은 제게 '필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 생각을 바꿔야 한다면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돈은 늘 상황을 고려하는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 은퇴한 뒤에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요. -

“없어요. 미리 생각했다면 가족들에게도 분산해 놨고 그랬겠지만 저는 그런 거 하나 없고, 지금까지 주식이동도 직원들 무상 나눠준 거 외에 없고 지금까지 그대로 월급 받아 생활하고. 연봉이 얼마냐고요? 음… 다 합치면 1억 정도 되나요.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이 받을 텐데(웃음).”

- 용돈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쓰고 있나요. -

“저희는 생활 규모가 작아요. 저나 집사람이나 거의 안 써요. 좋아하는 게 할인 매장가서 쇼핑하고 집 앞 우동 집 가서 외식하는 거예요. 그게 저희 스타일인데 요즘은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서 불편하니까 인스턴트 제품으로 집에서 (우동을)끓여 먹는데, 맛있어요. 재테크요? 안 합니다. 귀찮아서 신경 안 써요. 그런(돈에 관련된) 것은 부차적인 거라고 생각하지요. 지금 맡은 일에 백 퍼센트 관심과 전력을 쏟으면 좋은 결과를 얻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거든요. 좋은 결과가 없으면 그건 할 수 없고. 우리 부부는 통장도 하나예요. 누구 돈 인지도 모르고, 비자금도 없어요”


- 사회적인 성공을 하고 난 지금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386세대가 그러했듯 사회의식이 좀 있었거든요. 저는 운동권 쪽으로 빠진 건 아니고 오히려 기본적인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어떤 일을 하면 사회로부터 내가 받은 것들을 다시 나눠 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의과대학생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봉사진료밖에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가톨릭 학생회에 가입, 주말에는 구로동 무료진료를 하고 방학 때는 무의촌 봉사활동을 했어요. 거기서 해체된 가족들과 세상을 많이 봤고, 물질이나 돈이 사람 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지금도 바뀌지 않는 생각이지만 '최소한의 환경도 뒷받침되지 않으면 저렇게 허물어질 수 있구나'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백신 처음 만들고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사람들이 말해도 7년간 계속 무료 보급한 것도 그 때 생각이 잡힌 거예요.”

- 당신의 아버지는 지금도 형편이 어려운 동네에 병원을 개원하고 의료봉사를 한다던데? -

“부산에서도 굉장히 열악한 공작창(기차를 만드는 곳) 뒤쪽에 저의 집이 있는데, 교통편이 안 좋아 오지 같은 곳이 되어버린 곳이에요. 그 곳에서 아버지는 40여 년 간 개원하셨어요. 봉사활동까지는 아니고 상황별로 다르셨지요. 병원 앞에서 신문배달 소녀가 교통사고가 나 무상으로 치료한 적도 있고, 형편 안 되는 사람에게는 진료비를 절반만 받으신 적도 있대요. 제가 어렸을 때, 신문에 아버지가 조그맣게 실리셨던 기억이 나요. 건강이 아주 좋지는 않으시지만 지금도 병원에는 다닐 만 하신 것 같아요. 개업하던 당시 동네 할머니들이 '젊은 미남의사 왔다'며 '원장님예~ 저희들 다 죽고 나면 돌아가시이소'했다던데...(웃음)”

-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 관하여… -

안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좋아하던 학생이었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독서광이었다기보다는 활자광이어서 책에 쓰여진 모든 글씨들을 꼼꼼히 다 읽었다고 한다. 독서법도 특이해서 무조건 책의 내용을 파악하기보다는 각 등장인물들의 상황이나 처지를 이해하면서 읽는 식이었다. 그렇게 비판 없이 무조건적인 수용의 자세로 읽어댄 책들을 통해서 그는 직접 경험을 대체할만한 지식들을 많이 쌓을 수 있었고, 자신의 주장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고 사회의 다원성을 인정하며 타인에 대해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은 아내에게도 옮겨져 안철수의 아내는 그가 권한 책 한권에 인생의 진로를 바꾸어 유학 중이고, 안철수 본인은 CEO가 된 지금까지도 기업을 경영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쌓기 위해 경영학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 CEO 중에서는 가장 많은 저서를 쓴 것으로도 유명한 부지런한 그는 추석 즈음, 아내와 아이가 있는 시애틀에 한 달 동안 머물며 신간을 탈고했다. 그의 아내는 지난 2002년 4월 삼성의료원 진단병리학과 의사 자리를 박차고 나가 현재 미국 시애틀에 있는 20위권 로스쿨(law school;미국 법과대학)에 다니고 있다.

- 아내가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새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

“우리 부부는 책을 좋아해서 좋은 글이나 책이 있으면 서로 권해주는데, 언젠가 제가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을 보고 아내에게 읽어보라고 건네줬지요. 그리고 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자가 대단한 것 같아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니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였고, 중동지역 특파원이었다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죠. 그는 그렇게 전혀 다른 양쪽 분야의 전문성을 쌓다가 남이 보지 못한 연결고리를 발견했고 지금은 칼럼니스트를 넘어 세계적 석학 중 하나거든요. 대화를 하다보니 21세기는 한 분야의 전문가도 중요하지만 양쪽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남이 못 보는 걸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사회에도 많은 공헌을 한다는 결론이 내려진 거지요. 제 와이프는 이과지만 원래 문과 쪽이나 법에 대해서도 관심 많았고…. 인생 한 번 뿐인데 노환 오는 사십대 중반 되기 전에 하고 싶은 걸 해보기 위해 유학을 가게 된 거죠.”

- 아내의 졸업 이후 계획은? -

“그게 얼마나 고생되는 건지 알아서(그는 이미 미국 유학경험이 있다)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제가 먼저 의사 관두고 하고 싶은 다른 일 하는 '사고'를 쳐놨기 때문에 그만 두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속마음은 방해하고 싶었지만 서포트 해줬지요(웃음). 실제로 와이프는 고생 많이 하고 있어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고민 중이죠.”

안철수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다. 힘들겠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흥미로운 삶을 살았다고 느낄 수 있을 거다'라는 말로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는 아내를 위로한다고 말했다. 부부의 메신저는 주로 이메일과 전화. 서로 바쁠 땐 한 줄짜리 이메일도 주고받을 정도로 일상화되어있다. 그에게 있어 아내는 힘들 때 서로 보듬어주는 동반자 같은 관계. 그가 생각하는 사랑도 '동반자'라는 말과 울림이 비슷한 말이라고 했다. 처음 만난 것도 같은 학교 내 의료봉사 서클 이었고, 데이트를 하던 장소도 4년 내내 도서관이었던 그들은 서로에게 첫사랑이다. 안철수는 농담처럼 “도서관에서 서로의 자리를 잡아주고 만날 붙어 다녔더니 다른 사람들과 결혼을 못하게 됐더라”는 얘기를 했지만 그들은 언제나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곳에서 인생 길을 함께 걸어왔다. 그리고 어느새 그와 많이 닮아버린 아내는 남편이 과거에 그러했듯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도전하려 한다. 그 곁에는 부부의 하나뿐인 딸 설희도 함께 있다.

- 자녀 교육에 있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나요. -

“'함께 사는 사회에서 늘 다른 이에 대해 먼저 생각하라'며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지요. 그러다 보니 어릴 때는 (다른 이에게) 물건을 빼앗기면서도 대항을 안 해서 답답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행히 그런 문제없이, 원하는 대로 커가는 것 같아요.”

-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게 큰다는 것인가요. -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지요. 참 속이 깊어요. 저나 집사람에 대한 마음도 속이 깊은 것 같고. 보통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 그런 걸 느끼고요. 아파트 같은 동 사시는 분들이 다들 요즘 애 같지 않다고 칭찬하시고 그렇죠. 아주 어릴 때부터 기념일 같은 때에는 선물을 사준다던지, 큰 도화지에다가 저의 초상화를 그려서 주기도 했어요. 안 세어봤지만 몇 십 개는 되는 것 같은데 제 책상에 다 모아놨어요. 그걸로 뭐할 거냐고요? 제 관에다가 넣고 죽으려고요(웃음).”

-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해 딸이 불만스러워한 적은 없었는지요. -

“딸아이가 어릴 때, 대학교수 그만두고 나서 안연구소 만들 때까지 저에게도 1년 정도 백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참 많이 놀아줬거든요. 하지만 아이는 혼자 크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벙어리 부부의 아이라고 말을 늦게 배우느냐,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빨리 배우는 경우도 있고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보다 친구 같은, 사회적인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거든요. 저는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가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간에 저희 부부의 마음에 들게 크고 있어 고마울 뿐이에요.”

- 아이가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인데 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

“왔다갔다해요. 엄마나 아빠처럼 의사가 되어야 할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까 작가가 되어야 할지...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애니메이션 쪽 생각도 하고 있지요. 저는 그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말해줍니다.”

그는 자신에게는 철저하게 완벽주의자이지만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높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을 옳다고 주장하거나 다른 이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사회의 다원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모든 일의 성공과 실패는 과정상의 스타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접근방식을 그는 존중한다. 이러한 점은 그가 자신의 딸에게 어떤 아버지인지만 살펴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안철수는 자식이라고 해서 멋대로 자신의 기대를 투영하는 아버지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자신의 아이가 유학을 떠나고 진로를 선택하는 문제에 대해서 그것이 설사 어떤 결정이었을지라도 섭섭해하거나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 기러기 아빠 생활은 어떤가요. 집안 일도 직접 하는지? -

“지금 저의 집 살림은 어머니가 해주세요. 팔순 된 아버지는 부산에 있는 병원에서 환자보고 계시는데 저 때문에 올라와 계시지요. 어떤 사람들은 (아내와 아이를 유학 보낸)저보고 '밥은 어떻게 해먹고 있느냐, 고생한다'고 하는데 또 어떤 사람들은 '좋겠다'고 하거든요. 제가 그러지요. 고생한다는 사람에게는 '나는 편하고 예전하고 달라진 게 없다. 아버지가 고생이다', 좋겠다는 사람에게는 '아버지가 좋으시다'라고요(웃음).”

- 부모에게 불효하는 것 아닐까요? -

“사실 어머니께는 죄송하죠. 제가 내려가도 시원찮은데 칠순 가까이 되시는 분이 부산에서 올라와 아들 밥해주고 청소해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제 아이도 2년 반만 있으면 대학에 가고, 평생 떨어져 살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얘가 나중에 집안 사정 때문에 나보고 도와 달라하면 어떨까' 생각해보면 저는 굉장히 좋을 것 같거든요. 그 기회에 같이 사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부모님께 죄송한 한편 효도하는 게 아닐까…(웃음) 두려워서 사실 여부를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 만약 과거에 안철수 연구소의 CEO가 아니라 의대 교수의 길을 택했더라면 행복했을거라 생각하는지요. -

“의사를 계속 했으면 틀림없이 훨씬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긴 해요. 평생의 재주가 책보고 공부하는 재주밖에 없었으니까요. 처음 대학 교수가 되고 나서 첫 월급을 받는데, '야, 내가 좋아하는 일 하는데 돈까지 주네. 이렇게 좋고 나에게 잘 맞는 직업이 있을까.'했거든요. 그러니 계속 의사를 했어도 분명 좋아했을 것 같고 제가 계속 책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닌데 치열하게 고민하다 의사 포기하고 이쪽 길 왔잖아요. 하지만 옛날로 돌아가면 여전히 같은 선택했을 듯해요. 의사를 계속 했으면 더 행복이야 했겠지만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한 선택이니 다른 길로 빠질 여지는 없더군요.”

- 개인을 위한 투자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쓸쓸해지지 않을까요. -

“인생은 기니까요. 지나가면 눈 깜짝할 사이지 않습니까? 의대 다닐 때도 사년이 지옥 같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거든요. 그 순간에는 힘들지 몰라도 계속 전진할 수밖에 없는 상태거든요. 현재 상황보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좋은 예가 될지 몰라도 조직이 있다면 선진화된 조직은 개선의 여지가 없어 조금씩 퇴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엉망인 조직은 그래도 개선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보고 그 중에서 택하라면 지금 당장 좋은 곳보다 방향성이 어디로 잡혀 있는지를 보겠습니다. 힘들 때 방향성을 확인하면 견디는데 도움이 되지요.”

- 은퇴하게 될때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

“보고 싶은 책 굉장히 많고요. 그건 사실 어렸을 때부터 그랬으니까. 다른 나라 가서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미국에서는 (유학 시절)살아봤지만 일본이라든지 프랑스라든지, 이태리라든지. 그곳들의 문화나 언어 배우는 게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 '보고 싶은 책'은 어떤 책들인가요. -

“문학상 받은 책들부터 해서 못 읽은 거 많거든요. 예전에는 너무 두꺼워서 못 읽었는데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나 삼국지도 이문열 씨, 장정일 씨, 여러 사람들이 쓴 게 다 있잖아요. 황석영 씨도 있고. 그 버전별로 다 볼 수 있으면 얼마나...(행복할까)”

- 혹 일중독자 아닌가요. 일이 없어지면 공황상태에 빠지진 않을지요. -

“제가 일에 중독된 것은 아니거든요? 솔직하게 말하면 일을 하기 굉장히 싫어해요.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감이 워낙 강해서 그렇지 스스로 생각할 때는 게으른 사람이고 게으르고 싶어해요. 그런데 오히려 그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기가 죽기보다 싫더라고요. 죽으면 죽었지. 저의 임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게 정말로 싫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지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는 정말 하기 싫어하면서 일하니까 일중독자는 아니고 그래서 일이 없어진다고 공황상태에 빠질 일은 없을 것 같네요(웃음).”

- 나이에 비해 동안(童顔)인데, 혹 피부 관리를 하는지요. 스트레스 해소는? -

“관리 안합니다. 스트레스 해소도 못하고요. 스트레스 해소를 못해서 아마 아팠던 것 같아요(그는 3년 전, 과로로 인해 '97년 발병한 B형 간염이 재발, 재택근무를 하며 요양을 취한 적이 있다). 크게 스트레스 해소할 방법이 없고 거의 유일한 게 DVD 보는 거예요. 최근에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봤어요. 주로 사서봅니다. 예전에는 동네 대여점에서 빌려봤는데 이제 주인이 알아봐서 참 불편하더라고요.”

-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유명해지는 게 불편한가요. -

“저는 굉장히 불편해요. 적성에 참 안 맞아요. 그래서 굉장히 불행하고요. 외식을 잘 안하게 되고, 물건 사러 안 나가게 되고, 백화점에 안 가게 되고 지하철 타는 걸 좋아하는데 안 타게 되지요. 그래서 외국출장 가면 지하철만 타요. 즐기는 성격이면 행복하게 살겠지만 저는 제가 모르는데 누가 아는 체할 때 굉장히 불편합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계속해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던 게 90년도 초반부터 10년 정도 되었으니, 참 명도 길지….(웃음)”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안철수는 늘 기본을 강조한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기본을 추구한다는 것은 언뜻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방향성을 찾는다면 결국 제대로 된 길을 찾는 것은 올바른 소신과 원칙, 그리고 기본기이다.

원칙을 정하는 것이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그 삶 속에서, 행동에서, 일관성을 찾으면 그것이 바로 자기 나름대로의 삶의 원칙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일관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스스로 인식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무게 중심이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경영하는 CEO로서 인생의 원칙을 하나하나 정립하고 만들어간다면 그 삶은 의미있는 삶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원칙을 가지고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힘들 수는 있지만 불행하지는 않다.

-안철수 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中에서

안철수는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벤처기업의 경영인으로서도 성공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스스로를 그렇게 힘들게 하면서도 소신과 원칙을 놓치지 않는 것은 바로 의미 있는 삶의 주인으로, 불행하지 않게 살기 위해서다.

2. 가슴을 울리는 글귀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며, 결과는 하늘이 주신다’

1부 :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시작이다

24-“이제 사장님도 참 피곤하게 됐네요.” “왜요?” “생각해 보세요. 사람들이 예전에 사장님을 좋아했던 이유는 의사임에도 컴퓨터 관련 일을 했기 때문이었잖아요. 또 회사를 세운 후에도 전문경영자가 아니고 의사이기 때문에 실수를 좀 하더라도 봐주는 면도 있었을 테고요. 그런데 이제부턴 그런 여지가 싹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것은 값진 충고였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아, 이제 나를 보호해줄 안전판이 완전히 사라진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철저히 경영자로서 검증을 받아야 하고, 연구소를 성장하는 회사로 키우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6-한국과는 하루 평균 2시간 정도 이메일로 업무 연락을 했는데, 조직론을 배우면 그것을 회사 업무에 적용하는 식으로 경영기법을 응용해 나갔다.

31-미국에서 공부하며 가장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경영은 종합 예술과 같다는 것이었다. / 경영자는 인사, 재무, 마케팅, 영업, 고객지원, 전략기획, 비전세우기 등을 총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들은 자기 마음 편한 대로 하나 끝내고 또 하나 시작하는 식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더구나 한 번 결정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수시로 최적의 판단을 하면서 바꾸어 나가야 한다.

41-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쾌락에 탐닉하는 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 다만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57-바이러스 대란과 관련하여 혹자는 이것을 행운이라고 평가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행운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굳이 표현한다면 우리에게 ‘준비된 기회’ 였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는 행운의 모습을 한 기회가 오더라도 그것을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 설령 그전에 1등의 위치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기회가 열어줄 가능성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는 기회가 오히려 불행이다.

2부 변화한다, 그러나 변화지 않는 것
62-나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을 하면 우리가 좀더 잘 되겠지’라는 판단 기준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마인드로 제품을 기획하고 새로운 시장에 접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모든 결정에는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다’라는 기준을 적용하였다. PC보안이라는 인접영역 진출도 마찬가지였다.

66-독단과 이익추구의 함정을 피해 치밀한 계획 아래 이루어진 다각화였고,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관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외부와 만들어낸 협력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67-그런데 나는 발전기 다음은 변화기라고 생각했다. 우선 해이해지는 마음을 경계한다는 의미에서 일시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인식을 제거하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진정한 변화는 바로 이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73-국내에서의 검증은 그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면 문제가 발견되고, 이런 검증과정을 통해 마케팅과 관리, 고객지원 노하우가 쌓이게 되는 것이다. 또 이런 과정에서 해외 진출을 위한 자본도 축적되게 된다. 이런 것이 다 모여야 소위 오퍼레이션 노하우로 쌓이는 것이고 그래야 외국 시장에서도 성곡적으로 런칭할 수 있다.

78-이것을 수평적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누구를 위해 희생하는 수직적 네트워트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상호발전이라는, 철저한 수평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우리 회사의 리소스낭비를 최소화시켜 주며 함께 발전하는 동료회사로 존재한다.

3부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
85-저자들은 오랜 연구를 토대로 영속하는 기업에는 핵심가치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너무나 확고해서 시정상황에 큰 변화가 있더라도 절대 바뀌지 않는 가치이다. 그리고 그것을 포기할 바에는 차라리 회사 문을 닫는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절대적인 기준이다. 대신 그런 회사들은 핵심가치를 제외한 모든 것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모든 행동과 생각의 판단 근거는 알게 모르게 회사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핵심가치에 놓여 있다.

89-나는 이것을 나 나름대로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라고 정의 하였다. 이것은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것은 기업 활동의 결과이지, 그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전후가 바뀐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했다. (젝 웰치와 다른 시각?) 나는 기업이 영속하든 안 하든 원래의 핵심가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10년 후에 없어질지라도 그 과정에서 핵심가치를 늘 인식하고 그것을 지켰다면 경영자나 사원들은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 목적을 ‘영속 하는 성공 기업 만들기’에서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로 바꾸었다. / 핵심가치는 기업 구성원의공통된 가치관이자 신념이며 존재이유이다. 핵심가치가 분명하게 정립되고 신념화된 기업은 조직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 유무형의 성취감을 줄 수 있으며 지치지 않는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또 이상적인 핵심가치는 생계수단 이상의 가치를 개개인에게 줄 수 있으며, 기업이 위기에 처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영원한 힘이 된다. 회사는 개인이 모여서 이루어진 조지이다. 그런데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인생의 목적이 저마다 다르고 그 방향도 다르다. 회사가 영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이 방향을 조절하여 같이 한 목소리로, 한 지점을 향해 나갈 수 있게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을 제대로 잡는 데 꼭 필요한 것이 핵심가치이다. (상담소에 꼭 필요한 이야기) / 이 가치관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기업은 영혼이 있는 기업과 영혼이 없는 기엄으로 나누어진다. 영혼이 없는 기업은 그 회사 사람들에게 단지 개개인의 목적으 달성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영혼이 있는 기업에서는 전 사원들이 스스로 주제의식을 가지고 기업의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해서 공동의 발전을 이뤄나간다. 그런 가운에 기업은 영속하는 우량기업으로 자라날 수 있다. 아울러 핵심가치는 경영자의 소유물이 아니다. 경영자만 그것을 내재화하고 사원들은 내재화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는 영혼을 가진 기업이 될 수 없다.

92-영혼이 있는 기업을 위한 핵심가치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잘 유지될 수 있다. 1.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2.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3. 제도 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93-한 조직 내에서 조직원 스스로가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에 따라 살고 싶다는 마음이 변치 않으면 되는 것이지, 이는 결코 비교대상은 아닌 것이다. 즉 핵심가치란 각 기업이 선택할 몫이다.

95-또 핵심가치는 회사 경쟁력 높이기 등 경영효율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우리 회사 사람들이 이렇게 생가갛면 우리 회사 경쟁력도 그 만큼 높아지겠지 하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핵심가치를 정한다면(찾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96-나는 여기서 핵심가치를 설정할 때 CEO가 독단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예를 들어 나에게 있어 개인적으로 가장 소중한 가치관은 정직과 성실이다. 그렇지만 정직과 성실이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는 아니다. 핵심가치는 실제로 모든 사람이 수용가능하다고 믿을 정도의 설득력을 전제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97-따라서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에는 추상적인 정직이라는 말 대신에 구체적으로 고객과의 약속 지키기가 포함되게 되었다.

99-1.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2. 우리는 존중하고 신뢰하고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 즉, 서로 존중하지만 개인이나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업무적으로 이의 제기와 토론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100-3.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 우리의 존재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한다.

101-‘우리의 존재의미와 나아갈 길’

102-1번에서 회사 발전에 앞서 자신의 발전을 내세운 것은, 단체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속성상, 회사는 발전한 개인들이 모여서 만들어가야 개인의 목적과 회사의 목적을 한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 그러나 개인 위해서 공동체인 회사가 희생해서도 안 된다는 것은 2번에 담겨 있다. 회사를 절대 개인의 사욕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103-충성심에는 수평관계의 충성심과 수직관계의 충성심이 있는데, 위만 지향하는 수직적 충성심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수평적 충성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일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104-그리고 핵심가치를 보완할 완벽한 시스템은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제도는 끊임없이 보완되어야 한다. 또 승진면접에서 핵심가치와 비젼을 어떻게 자기의 업무에 적용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105-인사관리제도에서도 그가 정말 스스로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지, 아울러 다른 사람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는 사람인지를 인사고과 및 연봉에 반영하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

106-나는 것을 회사의 성장보다 더 가치있는 성공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외혀적인 발전과 무관하게 최초의 정신을 계속 지켜간다면, 성공적인 기업경영은 차치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경영했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07-그렇다고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서운함을 표현하지는 않을 거이다. 그 사람이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핵심가치를 발전시켜 가는 사람에게는 혜택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109-우리 회사의 홍보는 고객들이 정말로 알아야 할 정보를 정확히, 제때에 알려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의 확대재생산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 숨기기 보다는 정직하게 시인하는 것이 더 좋은 해결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거니와, 고객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핵심가치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도록 하려고 애쓰고 있다.

114-평등함과 공정함은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벤처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제활동에서 자신이 의당 가져야 할 권리나 몫을 부당하게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115-개인적으로 나는 노동자라는 말이 편안하지 않다. 물론 이 단어에 담겨진 역사적, 사회적인 의미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가한다. 그러나 이 말에는 상하간의 계층구분, 분리의식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러한 고정관념이 생겨난 데에는 많이 가진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공정함의 부재’ 또는 공정함에 대한 공감대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116-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바탕은 경영자와 일반 사원들 사이의 확고한 동료의식에서 나온다. 그리고 분재 차원에서의 동료의식은, ‘현재 우리는 함께 땀 흘린 결과를 매우 공정한 방법으로 나누고 있다’는 공감대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이익을 함께 나눈다’에는 유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익의 배분이 평등하게가 아니라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평등과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등과 공정은 다르다. 민주주의도 그러하지만, 자신의 연봉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평등하나 결과는 평등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보상도 평등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비슷한 자격을 가진 두 사람에게 똑같이 매니저의 역할을 주었다고 하자. 이것은 기회의 평등이다. 그런데 기회의 평등에서 같이 출발한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한 사람은 실패를 했다면 그 결과에 따른 보상에 차별을 두는 것이 더 정의로운 것이 아닐까. 기회를 평등하게 주는 것은 CEO의 역할이지만 자신이 해낸 결과치를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개개인의 양식의 문제라 할 것 이다. 물론 이런 결과가 나왔을 때 CEO가 결과의 평등만 운운해서는 안 된다. 결과에 대한 보상에 차별을 둠과 동시에, 열심히 했음에도 실패했다면 그 사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새로운 기회를 주거나 정말 잘할 수 있는 다른 무엇을 찾아주어야 한다.

117-매우 투명하고 합리적인 제도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제도는 철저하게 원칙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 동등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는 평등하게 주되 그 결과의 평가에 대해서는 만인이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4부 긴 호흡과 엄정한 자기 기준
121-접대문화를 보자. 기업의 경쟁력을 깎는 접대문화의 원인 중에는 개인적인 도덕성 외에도 상대적 박탈감이 한 몫 한다. 기업이 잘 되었을 때 그 결과가 직접 사원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보장되지 않으니까 접대 받는 것을 통해 그러한 보상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다. 윗사람은 밖에서 대접 받을 것 다 받는데 나라고 못할소냐 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바닥에 깔려 있다. 그러므로 자기는 접대를 받으면서 아랫사람에게 접대 받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23-회사 돈과 내 돈, 회사 시간과 내 시간은 엄격하게 구별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CEO는 회사 돈과 내 돈에 대한 구별이 강박증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24-성장기에 기업문화나 핵심가치를 유지하는 것의 최대 관건은 사람이다. / 회사문화는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그러하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도록 개인적인 차별점을 메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먼저 그들의 애로를 경청해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핵심가치는 주도적으로 전파하되, 그 사람이 가장 바라는 것을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125-새 사람이 들어왔을 때 그들과 1,2년을 같이 있을 게 아니라 적어도 10년은 함께 할 것이라는 동료의 자세로 그들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CEO의 경우 그 사람이 회사의 핵심가치에 동의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경력관리까지 책임져주고 싶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전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 회사의 경우 사람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가치관 중심의 면접을 하기 때문에 채용 후에는 미세조정으로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채용 시점에서의 이러한 선택은, 장기적인 차원의 회사 발전은 물론 단기적으로도 회사의 힘을 낭비하지 않게 해준다.

126-이러한 과정을 통해 경영진 영입은 사원 채용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원의 경우는 그의 가치관, 상호발전에 대한 마인드, 재능, 미래의 가능성을 확실히 점검하면 거의 성공한다. 그런데 경영진은 그것 외에도 경영철학이 맞아야 한다.

128-기업이 가장 정직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고객에게 정직해지는 법은 간단하다. 그것은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는 것이다.

129-그러므로 CEO가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기를 둘러싼 만족의 소리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불만족의 침묵’이다. 이것은 누구의 말을 빌리자면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것과 같은 예민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132-나는 내 스스로를 느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것을 먼저 이론적으로 습득하고 실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공의 길이라고 믿는 사람일 뿐이다.

133-느려야 할 것과 빨라야 할 것을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며 경우에 따라 정말 빠를 필요로가 있는 것은 빨라야 한다. 속도의 중심축에는 늘 기본을 중시하는 태도가 자리해야 한다. 빠름의 강박증을 초월하려면 남과 비교하기 전에 엄정한 자기기준부터 세우라고 당부하고 싶다. 남과 비교하기 전에 자기가 최초에 세운 기준에만 충실 할 수 있어도 그 회사와 개인은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34-돈이든 기술이든 그것은 사람 위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 기업이 존재하는 것에는 돈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가 있다. 고용창출 외에도 개개인의 자아만족과 사회공헌도 중요한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결국은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힘이 된다. / 먼저 서로를 신뢰하는 문화이다. 강제와 통제만이 능률을 올리는 첩경이 아님을 이미 오래 전에 밝혀졌다.

135-둘째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이다. 셋째는 서로의 발전을 생각하는 문화이다.

136-넷째는 동료의식이다. 나는 직원들을 아랫 사람이라고 생각 해본 적이 없으며 회사 사람들도 아직은 나를 권위로 막힌 울타리 너머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팽팽한 수직적인 관계에서 가능해지는 일시적인 효율보다, 넉넉한 수평적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가능성에 더 큰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다.

137-나는 개인적으로 비록 종이 한 장 차이라 할지라도 정신적인 성취감을 더 중시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것이 전제되면 물질적인 성취감과의 조화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는 인재를 ‘끊임없이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아울러 그런 가운데 동료의 발전과 회사의 발전을 두루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 회사가 요구하는 진짜 인재이다.

138-그 사람의 말하는 태도나 인상을 더 중요하게 본다. 즉 어느 정도 진정성이 있는 가를 보는 것이다.

139- (면접의 달인) / 우리 회사같이 작은 조직일수록 사람을 제대로 뽑은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일 만큼, 말만 번지르하게 하는 것과 아닌 것을 구별해야 하고, 면접에 임하는 사람이 이런 책을 보고 왔다는 가정 하에서 면접을 봐야 할 것 같아서였다. / 경력으로 들어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수습제도를 두고 있다. 현재 수습제도는 매우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으며 수습을 통해 그 사람의 인성을 검증하고 있다.

5부 신뢰받는 동료로서의 CEO
149-나는 사원들이 동료의식을 느끼는 CEO가 되고 싶다.

150-리더십에는 원칙을 매우 중요시한다. 작은 벤처기업이라도 사장은 자기 나름의 분명한 삶의 원칙, 일의 원칙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직원들이 대략은 인식하고 있는 것이 좋다.

151-리더십 자체는 크게 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이다.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듯 리더십에서도 신뢰의 형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신뢰만 형성되면 리더십의 절반은 채워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

신뢰를 이루는 구성요소.
1. 직원들을 이용하지 않는 마음이 직원들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공동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으며, 또 나는 CEO의 자리에서 당신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는 일이다.
2. 직원들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결과로서 약속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며, 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항상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3. 리더가 스스로 능력을 갖추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4. 솔선수범이다. 주변의 벤처기업들을 보면 잘못된 마인드를 가진 사람 밑에는 그 비슷한 사람들이 몰리고, 올곧은 정신을 가진 사람 밑에는 또 비슷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5. 신뢰를 받기에 앞서 신뢰를 하는 태도이다.
이러한 요소들 외에 신뢰의 형성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는데 그것은 ‘시간’이다.

153-동료의식이 느껴지는 CEO의 존재도 신뢰의 요소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숙되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156-사장은 고독한 존재라고 하는데 나는 회사를 세운 후 특별히 고독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직원들과 동료들과 동료의식을 느끼기 때문인데, 이렇게 된 데에는 그들과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 큰 힘이 되었다.

157-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을 과감히 그리고 정확하게 인정하는 태도는 무척 중요하며, 이것은 CEO의 중요한 재능 중 하나이다. /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일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58-오히려 그는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인식해서 자기 대신에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적절한 사람을 뽑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즉 빌 게이츠의 최대 장점은 모든 일을 처음부터 잘 처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 문제점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이를 적절하게 바로잡는 능력에 있는 것이다.

160-CEO가 자기 능력의 한계를 솔직히, 정확하게 인정하는 것, 이것은 이제 하나의 전략 차원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162-흔히 기술과 경영은 과학과 예술 또는 논리와 감성을 대표하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즉 기술은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를 두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분야인 반면, 경영은 전체를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상황에 따른 순간적인 판단력 및 실행능력 등의 감각이 요구되는 분야인 것이다.

163-“저는 과하적인 것을 좋아하며, 따라서 기술에서의 과학적인 영역도 좋아하지만 경영에서의 과학적인 영역 역시 좋아합니다. 기술과 경영에서의 예술적인 영역도 좋아햐냐구요? 한번 도전해볼 만한 분야가 아닐까요?”

168-그런데 자꾸 두다 보니깐 책을 읽어두었던 것이 큰 밑거름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으로 습득된 ‘내공’이었던 것이다.

바둑에서 배운 경영원리
1. 부분적인 이익보다 전체 국면을 보는 태도이다.
2. 바둑을 배울 때 정석을 외운 뒤 몸으로 체화했는데, 그런 경험 때문인지 경영을 할 때도 이론을 체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점이다. 기초적인 이론도 안 익히고 무조건 시장과 맞서는 것은 정석을 모르고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
3. 요소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략이다. 바둑에서 요소는 승부처이다. 급소를 차지하고 있으면 바둑이 편해진다. 이런 바둑의 원리는 상대방이 먼저 뛰어들면 가장 타격이 큰 곳은 내가 선점해야 한다는 지혜를 주었다.

171-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맞는 대접만 받으려고 하고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 그 해결은 아랫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174-의도적으로 고민을 떨쳐내는 것보다는 아예 고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175-내가 보기에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은 고집과 애착이다. 특히 회사가 순조로운 성장을 보일 때 이를 더 조심해야 하는데, 수시로 생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늘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176-늘 CEO에 대해 내부적으로 직언을 해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회사발전을 위해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건설적으로 자신을 비판하는 직원이야말로 회사 발전에 꼭 필요한 자산이며,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업삳면 매우 심각한 위기 일는지 모른다.

178-능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협조가 잘 되는 사람이 여럿 있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일은 뛰어난 한 사람보다 평범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작업하게 되어 있으며, 능력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6부 벤처, 희망이기 위한 조건
186-우리나라에서는 인수합병이 되면 그 기업이나 주변에서 마치 그것을 ‘당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당했다’는 표현보다 ‘성공했다’는 표현을 즐겨 쓸만큼 인수합병을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과정으로, 생산적인 의미로 해석한다.

187-윈윈의 관계일 수도 있는 것을 성패의 관계로만 해석하는 것은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시각이다.

190-우리는 좋게 해석하면 아직도 인간 중심적이다. 물론 이것도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그 사람이 회사를 떠나면 노하우가 남아 있지 않아 다른 사람이 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에너지 낭비가 많아지게 된다. / 명확한 퇴출 시스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퇴출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이다.

191-즉 인생에 있어서 여러 번 실패하더라도 한 번만 성공하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실패에 대해 너그럽지 못한 태도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즉 기업가의 경우 주변에서 실패했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회사를 어쨌든 살려보려고 무리수를 두다가 더 크게 실패하는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벤처기업가도 퇴출 그 자체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며 때로는 과감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207-사원은 회사 전체의 우선순위보다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의 범위 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그대로 방치한다면 모두들 열심히 일을 하지만 회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사람을 줄여서라도 두세 가지 핵심업무만 집중적으로 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 필요도 있다. 물론 이것은 CEO의 역할이며, 냉철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과제이다.

211-지금 당장 보유중인 기술에 대한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패러다임 변화에 너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즉 핵심역량 등 자기기반에 충실한 다음에 인식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 패러다임 변화를 읽는 정확한 눈의 출발점은 자기가 하는 작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과 고민이 이어질 때 다음 단계가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219-위기 상황은 벤처기업의 체질을 개선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222-번체기업에서 투자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차입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것은 돈을 빌려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27-‘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산중턱에 좋은 자리가 있으면 도로를 닦아주고, 청소부를 고용해서 청소하고, 경찰관을 동원해서 범죄조직이 들끓지 않게 하면서 터를 닦는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은 도로나 터를 닦는 인프라 구축이고, 투병한 경영제도를 지원하는 것이다.

7부 새로운 모험가를 위한 벤처 클리닉
231-벤처기업을 세울 때에는 어쨌든 나의 힘으로 회사를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나도 경험한 일이지만, 회사라는 것은 설립하기 전에는 뭐든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막상 세우고 나면 문제점만 눈에 들어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설립 당시의 자신감은 수그러들고 자꾸 외부의 도움, 시장의 우호적인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 그리고 벤처기업의 중요한 문화 중 하나인 다양성에 늘 주목해야 한다.

232-되도록 그 누구도 진입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를 찾고, 또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틈새를 찾는 줄기찬 노력이 필요하다. 진지하게 찾아보면 새로운 것은 어딘가에 존재한다.

233-첫번째는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짚고 넘어감으로써 많은 점들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234-두번째는 사업을 해나가면서 많은 점들을 되돌아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성공한 경우 철저한 사업 계획서는 자신들이 성공한 이유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향후 더 큰 성공을 반복시킬 수 있는 힘이 된다. 실패를 했을 경우에도 사업계획서는 매우 유용하다. 사업계획서를 통해 실패의 분명한 이유를 알게 됨으로써 향후 실패의 반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236-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문제이다. 우선 비전,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237-돈에 대한 가치관이 창업자들끼리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 사람 문제에 있어서는 재능의 균형도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독불장군이 되어서는 안 되며, 사람은 혼자서 모든 일을 다 잘 해낼 수 없다고 말한다.

238-벤처기업의 태동단계에서 기술자가 경영까지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모델이다. / 창업자의 입장에서 유능한 사람을 불러들이는 것을 자신의 주도적인 영역이 좁아드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불필요한 집착에 불과하다. 또 지금까지 어쨌든 꾸려왔는데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도 회사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을 수있다.

239-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무리 회사라 할지라도 늘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기가 쏟아부은 돈도 자기 주머니를 나가는 순간부터 공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240-단돈 1원이라도 투자받은 돈은 가볍게 처리해서는 안 되며 늘 그 앞에서는 두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241-우리는 함께 무엇을 지향한다는 공통된 마인드 맵이 있어야 한다.

242-그 사람의 가치관과 능력을 꼼꼼히 검증하면서 신중하게 채용하는 것이 일시적인 인력 수급 차질과 업무 불편을 불러오더라도 더 현명한 방법이다. / 개개인의 능력보다 소중한 것은 삶과 일과 회사를 바라보는 그 사람의 가치관인데, 그것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회사의 성장 속도에만 맞추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243-과거의 성공은, 과거의 대접은 다 과거사일 뿐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CEO 중에도 초심으로 다시 시작하는 분들이 꽤 되는데, 참으로 존경스럽다.

244-벤처기업이라면 회사의 성정과 구조조정은 동의어이다. 벤처기업의 구조조정은 위기 상황에서 행해지는 긴급조치와 같은 것이어서는 안 된다.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비즈니스 플랜으로서의 구조조정이다.

245-물론 여기서 구조정이란 인원 감축을 통한 관리비 절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핵심역량 강화차원에서 외부로 돌릴 것은 과감하게 돌린다는 의미이다. / 자금 조달에는 원칙에 근거한 분명한 당위성이 필요하다. 왜, 언제, 얼마나, 어떻게, 누구에게서 등을 꼼꼼히 짚어야 하는 것이다.

246-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와 규모’에 대해 엄정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250-나는 적어도 본인이 정의의 기준에서 옳다고 판단이 서면 CEO가 아무리 우기더라도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청렴성을 갖춘 사람이 어느 벤처기업이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53-‘잘돼야 할 텐데’하는 생각을 먼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벤처기업이다. 이보다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떤 결정을 할 때마다 반드시 생존의 문제와 결부시키게 된다. 늘 긴장하고 신중하게 되며 이러한 가운데 그 기업은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조금씩 갖춰나갈 수 있게 된다.

8부 나의 작은 생각들
266-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특히 양적인 면의 비교에는 거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비교의 대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67-어떤 사람들은 외형적인 실패에 민감하고 그것에 지나치게 좌절한다. 물론 실패를 거듭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의식해야 하는 것은 질적인 면에서의 실패이다.

276-그렇게 개인적으로 배려의 중요성을 늘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배려하는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 자체가 배려하지 않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286-누구나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때는 나와 같은 갈등과 자기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생성되었는데 자기 인식의 벽 때문에 자신감을 미리 꺾는 경우도 자주 본다. 그런 분들에게 감히 충고를 한다면, 자기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일단 시도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도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일단 시도한 것이라면 아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할 수도 있고 성공을 할 수도 있는데, 그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가운데 자기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며, 이 자체만으로도 무척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새로운 선택과 시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것이 꼭 직업, 회사 일과 관련된 선택이 아니어도 좋다. 그것이 꼭 직업, 회사 일과 관련된 선택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 무엇이든 자기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들고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특권 아니겠는가. / 자기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부단히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만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지 않게 될 것이다.

287-변화 가능한 성격이나 행동양식의 문제는 다르다. 더구나 어떤 성격이나 스타일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줄 여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회사의 존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CEO라면 더욱 적극적인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288-“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289-그가 평범한 사람들과 달랐던 점은, 거기서 좌절하거나 안주한 것이 아니라 재능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 그러나 나는 남들의 부러움이나 칭찬을 받을 때마다 스스로 으쓱해지려는 마음의 싹을 싹둑 잘라버린다. 세상에는 알게 모르게 나보다 휠씬 뛰어난 사람이 많으며, 나 같은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290-깨어 있는 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것은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공연한 겸손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안철수’ 그의 이름을 들어본 건, 기억조차도 나지 않는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V3 백신 프로그램으로 세상이 떠들썩 할 때도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발견이었는지 나는 관심도 없었으며, 그가 의사이면서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라고 다들 놀라워 할 때, 그냥 무심히 흘려보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도 CEO 안철수라는 글자는 나에게 꽤 낯설은 울림이었다. 그렇게 무덤덤하게 책을 펼쳤다. 그의 사진에서 풍겨져 나오는 향기대로 덤덤하고 고요하게 책은 읽혔다. 그러던 중 아래와 같은 문구를 만나면서 가슴에 강한 울림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41)”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춤이나 명상을 하러 가서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한 벤쳐 기업의 CEO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다니. 저자는 의식을 초월한 가치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기업을 탄생시키고 싶었던 걸까? 그때서야 그의 제목을 뚜러지게 보게 된다. “영혼이 있는 승부”. 그에게 우주와 영혼은 어떤 의미였을까. 국내의 대표적 벤처 기업인 안철수의 입을 통해 체험적 경영 사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면, 이 책은 당연히 주목할 만하다.

3-1. '기본에서 시작하자!
그가 6 년 동안 틈틈이 써 두었던 6.000 매의 권고를 2 년에 걸쳐 다시 정리한 이 책은 얼핏 보면 어눌하고 바보스러운 것 같다. 하지만 인생과 기업이라는 승부에서 영혼을 건 승리는 어디에 있는지를 생생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강하고 단호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책에 나온 내용들 너무 당연 한거 아니야?’라고 다시 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있다. <'기본에서 시작하자! Built to last!'>. 그가 제시하는 것에 비법은 없다. 그저 성실과 정직만이 살아 숨 쉰다. 그렇기에 뭔가 혁신적이고 기발한 것을 기대했다면 역시나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비전의 내용은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것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혁신을 수립하는가'가 아니라, '기본에 얼마나 몰입하는가' 이다.

그 기본과 몰입은 기업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리더인 자신에게도 포함되는 일이다. ‘이것은 타고난 성격이니 어쩔 수 없다.(164)’라는 그의 말처럼 책 곳곳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수용되어진, 안정된 리더로서의 안철수를 끊임없이 만날 수 있게 된다. 기본과 원칙을 승부수로 그가 꿈꾸는 회사는 바로 ‘영혼이 있는 기업’. 진정한 힘은 자기내면의 엄정한 기준에서, 기본에서 나온다는 가치를 연결시키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성공은 비즈니스에서 거둔 성공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본과 전략이라는 이름아래 왜곡된 가치와 전략이 난무하는 기업세계에서, 개인과 기업의 조화 속에서 기본과 원칙으로 승부하여 마침내 최고의 비전을 제시하는 ‘영혼이 있는 기업’을 피워냈다. 그에게 우주와 영혼은 세속을 초월한 무엇이 아닌, 바로 내 자신과 우리의 조직 속에 스며든 일상의 무수한 작은 점들을 말하는 것이었으리라.

3-2. 체험적 경영기
이 책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단연 경영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체험적 경영기라는 점이다. 책은 저자가 지난 6 년간 최고경영자로서 살아오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여과 없이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어 ‘자연인’ 안철수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엔 인수합병·자본참여·사업제휴 등 그가 안연구소를 키우면서 겪었던 생생한 경험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경영에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었던 그가 세계적인 보안 업체 사장으로 변신하기까지의 갖가지 얘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어설픈 허풍이나 자기 자랑을 경계하는 것이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3-3. 문체의 진정성
담담하고 기교 없는 문체지만 오히려 너무나 담담하고 솔직해서 믿음이 간다. 읽는 이의 마음을 소리 없이 움켜잡는다. 벤처 환경과 한 개인으로써의 생활 철학, 그의 일상과 작은 생각들이 영웅화 되지 않은 채 진솔하게 펼쳐진다. 이러한 어눌한 문체의 진정성이 가끔은 논리성이 떨어지거나 구성력이 떨어지는 목차의 약점을 희미하게 해준다.

3-4.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 경영(Bill Gates and the Management of Microsoft)>
앤드류그로브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히로나카 헤이스케 <학문의 즐거움>
파인만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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