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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일 21시 48분 등록
이미지와 환상
The Image(A Guide to Pseudo-Events in America)

다니엘 브어스틴 지음 / 정태철 옮김 / 사계절


Ⅰ. 저자에 대하여
대니얼 J. 부어스틴(Daniel J. Boorstin)
역사학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학자이며 교육자, 저술가인 저자는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에서 출생하여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였고, 예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옥스퍼드 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런던 및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저자는 25년 동안 시카고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미국 의회도서관 관장, 미국 국립 역사·기술 박물관 관장,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선임 연구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저자는 또한 소르본, 케임브리지 등 세계의 유명 대학에서 강의하였으며, 교토 대학, 제네바 대학 등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저자가 저술한 많은 책들은 세계 20개국에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데, 주요 저서로는 퓰리처 상 등 각종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3부작「미국인들 : 식민지 경험 The Americans : The Colonial Experience」(1958),「미국인들 : 국민적 경험 The Americans : The National Experience」(1965),「미국인들 : 민주적 경험 The Americans : The Democratic Experience」(1973)이 있으며, 이 밖에도「미국 정치의 천재성 The Genius of American Politics」(1953),「기술의 공화국 The Republic of Technology」(1978), 미국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로 채택된「미합중국의 역사 A History of the United States」(1980) 등이 있다.

그리고 보편성에 기반한 통찰력과 특유의 합리적인 감수성으로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지성사를 탐험한 이 책「탐구자들 The Seekers」(1998)은 가히 부어스틴의 또다른 3부작 ―「발견자들 The Discoverers」(1983),「창조자들 The Creators」(1993)의 완결편이라 할 것이다.

《탐구자들(The Seekers: the Story of Man's Continuing Quest to Understand His World )》에서의 저자의 말

‘이 간략한 책으로 철학이나 종교의 역사를 모두 개관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진 않았지만, 적어도 나는 서양의 위대한 철학자와 종교 지도자들이 수행한 탐구 행위의 표본을 보여주고자 한다. 실제로 이 책은 위대한 철학자나 사상가들이 발견한 진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 탐구하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하여 나는 탐구자들, 다시 말해 나에게 여전히 가장 설득력 있게 말하고, 또 인간의 삶과 역사의 의미에 대한 탐구 여정이 후대로 하여금 스스로 탐색을 하도록 촉구하는 탐구자들을 선택했다.
인간은 운명적으로 '왜'라는 물음에서 인간다움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기 때문에 사실 끝이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해서 의미를 탐구하는 것으로부터 탐구하는 행위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으로 전환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 번역에 대하여(스토리가 있는 번역)
이 책은 정태철 교수가 미국 유학 시절에 만난 팻 도노반(Patrick L. Donovan) 박사와의 인연으로 “IMAGE”를 번역하게 되었다. 팻 도노반 박사는 교수직을 은퇴하고 초야에 묻혀 운동선수들을 개인지도 하는 시골훈장 같은 분이다. 정태철 교소가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던 1989년, 팻 도노반 박사는 정태철교수에게 “IMAGE”를 작별선물로 주었다.
10년이 지나, 안식년을 얻어 미국에 간 역자는 그때 “IMAGE”를 읽고, 한국인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 번역을 하게 됐다 역자 서문에서 자신이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인연을 밝히고 있다.

역자는 매우 세심하게 주석을 달았다. 번역자의 말대로 고등학생이 읽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주석을 달았다. 저자 다이엘 부어스틴의 표현으로는 애매한 부분에 그 말의 속뜻을 달기고 했고, 책에 나온 수많은 인물들에 대해 인물의 직업을 알려주어서 이해를 돕기도 했으며, 저자가 예를 든 사건들에 대해 우리나라에도 같은 사례가 있으면 언급하기도 했다.

번역을 하게 된 계기를 밝힌 스토리는 책을 읽는 독자를 더 흥미를 갖게 만든다.

Ⅱ. 가슴으로 읽는 글귀(인용)
역자서문
초판 저자 서문
[10] 이 책은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방법을 소개하는 입문서(How-not-to-do-it book)'이다. 이 책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속이는지, 다시 말하면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뻔히 눈에 보이는 현실(reality)을 어떻게 감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발간25주년 기념 저자 서문

[14] 책을 쓰는 사람들은 자기가 쓴 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특히, 오늘날, 저자들은 자기의 말과 시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 족자들과 마찬가지로 안과 의사들이 복시(diplopia)라고 부르는 시각장애자처럼 이미지와 환상의 착각에 빠지곤 한다.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때론 혼란스럽고, 때론 화가 나며, 때론 즐거웠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이 책이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 ‘출판 25주년 기념 서문’ 자체가 부정적인 우리 미래를 앞당기고 있는 가짜 사건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아닐까?

일러두기

-부어스틴은 각주 없이 책을 썼다. 이 책에 나타난 각주는 단 하나의 예외도 엇이 역자의 주석이다. 청소년들과 이 책의 내용을 공유하고 싶은 옮긴이의 욕심 때문에, 각주는 가급적 청소년의 입장에서 작성했다.
-() 표 안에 나난 글이나 단어는 원본의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오늘’은 1960년대이고, ‘우리’는 미국인이며, ‘나’는 부어스틴이다.
-책 제목은 《》표로 처리했다.
-신문, 잡지 이름, 영화 제목은 <> 표로 처리했다.
-아래의 []표와 그 안의 숫자는 책의 페이지 번호를 의미한다.



용어설명

[16-17] - 이미지(image) : 이미지는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조작되고 만들어진 것이며, 따라서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것이다. 이 가짜 이미지가 오히려 진짜 현실을 압도하는 사람들이 더 따르고 믿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지적한 미국 병리의 핵심 내용이다.

- 가짜사건(Pseudo-event) : 언론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일으키는 사건들. 시상식, 증정식, 기자회견, 판촉행사 등이 가짜 사건의 예이다. 이미지를 만들어 팔기 위해 벌이는 모든 인위적인 행위가 곧 가짜 사건이며 이 책을 이해하는 중심 개념이다. 유사(類似)사건, 의사(疑似)사건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 경험(experience) : 부어스틴은 산업화, 민주화, 영상화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사람들이 날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상적인 활동을 부어스틴은 경험이란 개념으로 표현했다. 부어스틴은 이 미국인들의 경험이 가짜 사건을 통해서 가짜 이미지를 믿고 진짜 현실을 외면하는 방향으로 변질되었다고 보고 있다.

- 거울효과(mirror effect) : 부어스틴은 연예인 스타 숭배와 가짜 사건의 범람 등의 문제는 모두 미국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하고 편승한 것에 불과하므로 결국 미국 사람들의 환상은 미국 사람들의 자화상이라고 했다. 부어스틴은 이것을 이미지의 거울효과라고 불렀다.

- 가짜 사건의 법칙 : 하나의 가짜 사건은 연관돈 다른 가짜 사건을 또 부추기고 증폭하는 특징이 있다고 부어스틴은 말했다. 언론 플레이는 또 다른 언론 플레이를 낳고, 우리가 한 스타를 숭배하면 다른 스타의 출현을 끝없이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짜 사건은 다른 분야로까지 계속 어어져서 가짜 여행, 가짜 베스트셀러, 가짜 광고, 가짜 현실, 가짜 이미지, 가짜 예술 등으로 전체 사회에 퍼지게 된다는 것이 부어스틴의 주장이다.

- 동의반복어(tautology) : 부어스틴은 모든 사회문제가 기본적으로 가짜이미지와 관련되어 있고 그 가짜 이미지가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가짜 예술, 가짜 사건, 가짜 영웅을 설명할 때 비슷한 언어를 계속 반복한다. 한국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은 아니지만, 부어스틴은 이것을 이미지의 동의반복어적 특성이라고 했다.

- 자기만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 사람들은 자기가 갈망하는 방향으로 사물에 대해 표현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다. 부어스틴은 이것을 자기 만족적 예언이라고 했으며, 사람들이 자기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사물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 것이 바로 이미지라고 보았다.

* 여기 용어설명은 저자가 아닌, 역자가 한 것이다.



서론

[21] 미국은 미국인들에게 국가가 기회와 자원과 좌표를 제공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 말은 자기도취적이며 환상이다. 우리들 개개인은 국가가 아닌 우리 스스로가 환상을 요구해왔고 돈을 주고 환상을 사왔다. 그리고 그 환상이 지금 우리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21] 우리가 환상을 믿고 또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리가 ‘과도한 기대’라는 심리현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원한다. 우리 기대는 “이성이나 중용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는 과도함의 사전적 정의 그 자체처럼 그저 지나치다. 우리 기대는 한마디로 너무 과도하다.

[23] 오늘날 다음과 같은 과도한 기대들이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
(1)세상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기대
(2)세상을 만드는 힘에 대한 기대
* 역자는 (1)과 (2)의 의미를, (1)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대이고 (2)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대, 즉 환상이라고 주석을 달아서 설명했다.

[23] 환상을 만드는 장사는 가장 정직하고, 가장 필요하고, 가장 존경받는 돈벌이가 되고 있다.

[24] 기대는 충족시키려고 애를 쓸수록 더 과도해지고, 환상은 충족시키려고 애를 쓸수록 더욱 매력적이 도니다. 환상을 만드는 이야기(즉, 뉴스 뒤의 뉴스)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24] 우리는 환상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현실과 환상을 혼동한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곁에 더 크고, 더 좋고, 더 생생한 환상이 있기를 원한다. 그 환상들이 바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세상, 즉 이미지 세상이다.

01 뉴스 모으기가 뉴스 만들기로 (가짜 사건의 범람)

[30] “뉴스는 독자로 하여금 ‘세상에 이런 일이!’하고 말하게 하는 것이다. 좀더 직접적으로 말한다면, 뉴스란 기자가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신문에 싣기로 선택한 사건이다.” - 아서 맥이웬(Arthur MacEwen), 의 편집자

[31] 자연발생적인 사건이 부족하면, 인공적인 사건으로라도 보충해야 한다는 뉴스에 대한 이러한 태도 변화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태도는 물론 정보와 권력과 신문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 우리는 세상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요구하게 되었고 세상이 채워주지 못하는 그 무엇을 조작해서 얻으려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환상에 대한 우리의 과도한 기대이다.

[33] 뉴스를 만드는 주체가 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은 현대사회의 가장 이상한 특징이다. 신이 아닌 사람이 일으키는 뉴스나 사람들이 만드는 뉴스는 진짜가 아니다. 사람이 만든 사건과 신이 만든 사건 사이에는 애매한 차이가 있다.

[33-34] 가짜 사건의 특징
(1)가짜 사건은 자연발생적이 아니며 누군가가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일어난다. 가짜 사건의 전형적인 예는 열차 사고나 지진이 아니라 인터뷰이다.
(2)가짜 사건은 주로 언론에 보도되거나 반복 시행되어야 할 다급한 목적을 위해 실행된다. 그러므로 가짜 사건은 미디어에 보도되기에 가장 편리한 시기와 장소에서 일어나도록 준비된다. 가짜 사건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많은 언론에서 다뤘느냐는 것으로 평가된다.
(3)가짜 사건과 연결되어 있는 진짜 현실은 대개 모호하다. 가짜 사건은 바로 이런 진짜 현실의 모호함으로부터 출발한다.
(4)통상적으로 가짜 사건은 자기만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49] 오늘날 유능한 기자는 뉴스 기획자이거나 뉴스 산파역이어야 한다. 유능한 기자는 인터뷰 테크닉을 발휘하여 고위 인사들이 뉴스가 될 만한 발언을 하도록 유도한다.
* 내게도 어느 정도는 필요한 스킬이다.

[61] 우리 사회의 가짜 사건은 간단한 사건을 더욱 미요하게 만들고, 애매하게 보이게 하며, 추측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선전은 우리 경험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것이고, 가짜 사건은 우리 경험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든다.

[64] 고정관념은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만족시킴으로써 사람들 경험을 좁히고 제한시킨다.
그러나 가짜 사건은 사람들 흥미를 자극함으로써 경험을 조작하고 극화시킨다.

[71] 가짜 사건은 가짜 자질을 부각시킨다. 가짜 사건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기만족적 예언이다. 만약에 대통령 후보들을 퀴즈쇼에서 발휘되는 능력으로 평가한다면, 우리는 퀴즈 잘 푸는 대통령을 선택할 것이다.

[72] 가짜 사건은 매력이 있다. 그래서 현대인은 이제 가짜 사건만이 유일하게 중요한 사건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의 기술적이고 민주적인 진보는 우리 경험의 원천을 가짜로 오염시켰다. 그리고 그 오염은 너무나 달콤해서 진실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마비시켰다. 과장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가짜 사건이 과장된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02 영웅이 유명인사로 (인간 가짜 사건들)

* 한비야
위대한 삶을 사느냐, 혹은 잘 팔리는 책을 쓸 것이냐... 잘 쓰느냐의 문제에 대한 답을 준다.
한비야.... 그녀는 ‘미디어의 도움을 받아서 그렇게 되느냐 or 자신이 직접 만들어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준다.

[75] 셰익스피어가 분류한 위대한 사람은 위대하게 태어난 사람, 노력해서 위대함을 쟁취한 사람, 억지로 위대함을 만들어서 가진 사람 등이다.

[79] 우리는 유명인을 만들 수 있지만 영웅은 절대 만들 수 없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생각이지만, 모든 영웅은 스스로 영웅이 되었다.
* 조셉 캠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80] 영웅이란(실존 인물이든 혹은 상상의 인물이든) 위대한 업적을 남겼으며 인간의 모습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영웅은 위대한 일을 한 남자, 혹은 여자이다.

*[82] 조셉 캠프벨(Joseph Campbell)은 1949년에 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에서 (동양이든 서양이든, 현대든, 아니면 원시시대든) 모든 영웅들은 “종교나 신화 속에서 우리에게 감춰진 진실”을 가진 복잡한 표현물이라고 말했다. 프로이드의 견해에 따라서, 캠프벨은 모든 영웅은 위대한 영웅으로 그려진 일종의 이야기, 즉 ‘신화’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 신화에 따르면, 신화 이야기는 언제나 (1)사회와의 분리 또는 격리단계, (2)시도와 성공단계, (3)사회로의 회귀와 재통합단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90] 대중(mass) 미디어, 대량(mass) 생산 등에 쓰이는 매스(mass)란 말은 수단인 화살이 아니고 목표인 타깃이다. 대중은 목소리가 아니고 그것을 듣는 귀이다. 대중은 인쇄물, 사진, 영상, 음향을 만드는 사람들이 팔려고 다가가는 대상이다.
민중(folk)은 영웅을 창조하지만, 대중은 영웅을 단지 듣고 보기만 한다. 대중은 누눈가가 보여주고 들려주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96]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악이 아니라 공허함이다. 우리는 TV 같은 기계로 일상이 공허함을 의도적으로 채워넣으려고 초조하게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공허함을 느낀ㄷ.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우리는 일상경험을 공허함으로 채워넣으려고 애쓰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공허감을 단조롭지 않고 화려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97] 한 칼럼니스트는 “가장 이색적으로 여자에게 구애하는 사람 중 한 명”이며, 한 정치가는 “세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고, 한 운동선수는 “가장 시끄럽게 경기를 하고 입담이 거친 사람”이고, 한 기자는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분개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며, 어떤 전직 국왕의 애인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이 말들은 모두 실제 여러 잡지들에 실린 특정 유명인들에 대한 찬사의 내용들이다.
유명인들에 대한 찬사는 이렇게 엄청나게 미화된 표현들로 꽉 차 있지만, 유명인 몸 안에 실제 들어있는 내용물은 평범한 것들뿐이다.
* 어느날 미디어가 나를 “꿈을 그리는 행복한 화가”라고 나를 소개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내 모습일까? 나는 그러길 바란다. ‘브랜드를 갖는다’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찬사’와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98] 과거 영웅은 그가 이룬 업적에 의해서 평범한 사람들과 구분되었지만, 오늘날의 유명인은 이미지나 등록상표에 의해서 평범한 사람과 구분된다.
과거 영웅은 스스로 자신을 만들었지만, 오늘날 유명인은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다.
과거의 영웅은 큰 사람이었고, 오늘날 유명인은 큰 이름이다.

[99] 영웅은 시대를 타고 탄생한다. 한 사람의 영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세대가 필요하다. 한 속담의 표현처럼, 영웅은 ‘한 시대라는 시험대를 거친’ 사람이었다. 영웅은 전통에 의해 만들어지며 전통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99] 한 유명인을 탄생시민 주체는 장기적으로는 그 유명인을 어쩔 수 없이 파괴해야 한다. 신문들은 이름을 실어서 한 사람을 유명인으로 만든 것처럼 그 유명인의 이름을 신문에 싣지 않음으로서그 유명인을 파괴한다. 이것은 유명인을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질식사시키거나 아사시키는 것이다.

[100] 여자들은 자기가 아는 스타가 누군지를 말하는 것으로 자기들 나이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101] 유명인들은 너무 생생하고 너무 개성이 뚜렷해서 특징 없이 균형만 잘 잡힌 그리스 조각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113] 유명인이 창조될 때, 그곳에는 누군가의 이익이 항상 걸려있다.

[114] 유명인은 사람들의 기대감의 반영이며 자기가 만든 것을 자기가 칭찬하는 동의반복어적인 현상일 뿐이고, 영웅은 좀더 큰 세상이 반영된 것이다.

[114] 유명인은 보통 우리보다 널리 알려졌다는 것 말고는 우리보다 위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가 유명인을 모방하려 하고, 그들처럼 옷을 입으려 하고 그들처럼 말하려 하고, 그들처럼 보이려 하고, 그들처럼 생각하려 하는 것은 단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닮으려 하는 것과 같다. ....... 유명인들이 우리를 닮았고, 우리는 유명인드을 닮았다. 우리는 우리가 대표하는 것을 대표하고 우리가 이미 되어 있는 상태가 되려고 애타게 노력하는 동의반복어적 상태에 빠져있다.

[115] 형편없는 사람이 유명인으로 출세하면, 그는 2배의 뉴스가치를 갖는다. 그의 허풍이 그의 개성이 된다.

[116] “영웅일지라도 날마다 시중을 드는 비서에게는 보통사람으로 보인다”는 속담에 비유하여, 칼라일은 “영웅도 <타임>지 기자에게는 보통사람으로 보인다”고 표현했다.

*이번장은 주변의 인물들에 대해서 ‘이미’ 영웅이 된 사람, 지금 스스로 무엇인가 위대한 일을 해서 영웅의 길에 들어선 사람, ‘스스로 유명인이 된 사람’, 만들어진 유명인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 작가로서 나는 이들을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번 장의 영향을 받은 후이기 때문에 ‘영웅’과 ‘유명인’을 갈라놓을 것이다. 한비야, 이희석, 사부님, 써니, 그리고 꿈을 그리는 화가 나, 린드버그, ...........
내가 저자라면에서 책이야기를 하자. ‘부정, 비판에서 시작하는 현실직시’ ‘안타까운 현실’에서 출발해서 저자는 한쪽으로 생각을 몰아갔을 것이다.

03 여행이 관광으로 (여행 본질의 상실)

[121]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유람선에서 15가지 유럽 식도락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라인 유람선의 광고카피

[122] 옛날 사람들은 어느 길을 가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면 낯선 쪽을 모험삼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것이 곧 옛날 사람들의 여행 동기였다. 어디론가 가고 싶어하는 인간의 멈추지 않는 욕망은 인간이 얼마나 낙천적이고 그칠 줄 모르는 호기심을 가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123]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서 경이로움과 환희를 발견했으며, 여행에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삶이 답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서 고양이 가죽을 벗기는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그들의 사고능력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사물들이 땅과 하늘 사이에 있다는 사실과,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 삶의 가능성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사실들을 배웠다.

[123]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면 언제나 생각을 변화시켰다. 여행은 보편적은 촉매였다. 여행은 사람들을 바르게 생각하게 하고, 크게 상상하게 하며, 더욱 열정적으로 탐구하게 한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현실을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함께 가져온다.

[125] 후기 18세기 귀족 출신 학자인 드 볼니 백작은 작은 유산을 상속 받았을 때 다음과 같은 진지한 태도를 표현했다.
‘생각해보면, 총 유산액은 내 수입에 큰 도움이 되기에는 하찮은 액수이고 하찮은 용돈으로 낭비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이다. 아무튼, 나는 이 행운 때문에 공부를 하게 되었다. 나는 인생의 멋과 지식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얻은 더 큰 행운은 내 희망을 성취하고 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신선한 수단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 마음을 빛나게 하고 판단력을 기르는 가장 효과적은 방법이 바로 여행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되 세상 어디를 가든지 내 여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원히 선택되도록 정했다. 나는 여행을 통해서 항상 새롭고 멋진 것을 관찰하기를 원했다.’
드볼니 백작은 중동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이 처음 여정은 1783년부터 1785년까지 시리아에서 이집트까지 여행하는 것이었고, 이 여행코스를 바탕으로 한 권의 고전 기행문을 썼다.
* 여행을 하고 싶다. 장기간의 여행.

[126] 영국의 농업전무가인 아서 영(Arthur Young)은 농사 짓는 방법을 독자적으로 조사하기 위하여 1787년, 1788년, 그리고 1789년 세 차례에 걸쳐서 프랑스 근방을 여행했다. 그 후 1792년에 발간된 그의 기행문은 영국 농업의 혁명적 개혁에 도움을 주었고 건국 초기 미국 농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26]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거의 같은 시기에 여행했던 토머스 제퍼슨은 여행중에 열심히 버지니아 주에 적합한 농작물을 찾아다녔고 버지니아 대학을 상징하는 건축물 모델을 탐색했다.
*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알려진 박지원은 북경을 다녀와서 거기서 본 문물을 우리나라에 어떻게 도입할까를 생각했다. 박지원에게도 여행은 삶의 뭔가를 달라지게 하는 뭔가를 제공한 셈이다.

[127] 17,18세기 대부분 유럽국가에서 남자들은 여러 나라를 조국으로 삼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였다. 여행은 유럽인들에게는 세계인이 되는 길이었다. 세계인이 되지 못한 남자는 자기 조국에서 그 나라 사람으로 지내기가 어려웠다.
* 《미완의 시대》에서 ‘세계인’에 대해 언급한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와 미완의 시대의 저자 홉스봄은 역사학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129] 과거의 여행은 하나의 모험이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많은 경비를 누구나 쉽게 댈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위험한 고비를 누구나 쉽게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130] 오래된 영어 단어인 ‘영어(Travel)’은 원래 ‘문제’, ‘일’, ‘고뇌’를 뜻하는 고통, 즉 ‘트라베일(Travail)’이란 단어에서 유래했다. ...... 여행, 즉 트래블(travel)이 된 이 말은 무언가 노동이 필요하고 골치하픈 일을 하는 것을 의미했다. 여행자란 능동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 영화 속의 한 장면 중에, 유혹하고 싶은 여인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남자는 “I am a traveler.”라고 첫마디를 꺼낸다. 나는 그것을 무척 낭만적인 자기 표현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보니 이 남자, 영국여인에게 이렇게 자기를 소개하는 것은 정말로 유혹적이었구나.

[130] 여행자는 사람과 모험과 경험을 열정적으로 추구하다. 반면에 관광객은 수동적이다.

[131] 14세기 말 초서(Chaucer)의 《캔터베리 이야기(Canterburry Tales)》에 나오는 타바드 여관의 유식하고 관대한 주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당신을 더욱 확실히 즐겁게 하기위해서,
내 자신 기꺼이 당신과 같이 길을 나서겠습니다.
그리고 내 경비를 들여서 당신의 가이드가 되겠습니다.’

[141] 아무리 여러 세대가 지나가도, 그곳에 간다는 감동은 그 곳에 가면서 얻는 경험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150] 원래 있던 자리에서 옮겨져 박물관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같이 자리잡은 예술품들은 아무리 보기에 현하다 해도 동물원의 동물들과 다를 바 없다. 그 예술품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은 초원을 떠난 동물처럼 옮겨지자마자 죽었다.

[153] 가이드북들은 빌헴름 황제로부터 과테말라의 치체카스테난고 마을주민에 이르는 관광지의 원주민들에게 관광객들이 언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리스트와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정보들은 원주민들이 관광지라는 무대에서 연기자로서 무엇을 연기해야 하는지를 기록한 가장 최신의 연극대본 같은 것이다.

[154] 베데커의 무결점을 자 보여주는 예는 “나중에 이 책의 저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법적인 소송을 제기할 것 같은 호텔은 본색을 알 수 없어서 이 책에 소개하지 않았다”고 쓴 그의 서문이다. 베데커는 여행가이드북의 독자들에게 원주민과의 불필요한 접촉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알려주었으며, 모기, 빈대, 벼룩, 씻지 않은 과일, 익지 않은 샐러드에 대해서 조심하라고 언급하였고, 우표값이 얼마이고, 팁은 얼마를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154] 베데커의 최대 발명은 ‘별표 시스템’이다.

[155] 1942년에 루프트바페(Luftwaffe)를 이끈 헤르만 괴링은 “영국에 있는 거의 모든 역사적 건물과 문화재들이 누군가가 낙서해 놓은 베데커의 별표로 망가지고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가끔 관광지에 누군가가 낙서해놓은 별표를 ‘베데커의 습격’이라고 불렀다.
* 영화 평론가 중 누군가가 자신이 진정으로 마음에 드는 영화에는 ‘별점’을 줄 수가 없다고 했다. 그것은 자신의 마누라에게 별 몇 개짜리라고 평을 하는 것과 같다고 그는 말했었다. 별표시스템은 가이드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헤르만괴링의 말처럼 ‘낙서’와 같은 것이기도 하다.

[165] 최근 고속도로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는 완전히 환상적인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로리타(Lolita)>에서 아주 명쾌하게 묘사된 모텔들은 미국인들의 경험이 동질화되고 있다는 것을 가장 적절하고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그 어떤 곳도 모텔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과거 호화 유람선이 그랬던 것처럼 1주일이나 그 이상이 휴가를 모텔에서 보낸다. 사람들은 림보(limbo)나 여행지 중간처럼 어정쩡하게 특별히 좋아하는 곳이 없다.
* 여행을 그렇고 그런 것으로 만드는 요인, 숙박시설. 집에 있는 것처럼 편리한 숙박시설.

[166] 앞으로 또 무엇이 향상되어 여행경험의 무엇을 앗아갈지 이제는 상상하기조차 겁이 난다.
* 잘 갖추어진 도로, 편리해진 교통편(비행기, 빠른 유람선), 편리한 숙박시설, 가이드가 딸린 패키지 관광

[166] 시간은 ‘길다(long)' 혹은 '짧다(short)'라고 표현되는데, 이 말의 다른 의미는 ‘멀다(remote)’ 혹은 ‘가깝다(near)’는 것이다.
오늘날 삶이 묘하게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아마도 비밀스런 공포의 하나일 것이다)은 이 공간이란 도피처를 잃었기 때문이다.

[167] 많은 기행문들을 오랫동안 마르코 폴로의 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19세기 중반부터, 특히 20세기에 들어와서 기행문은 새로운 정보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개인적인 ‘반응’의 기록이 되고 있다.
* 역사의 주석에 ‘마르코 폴로는 동양의 풍물에 대한 본인의 느낌뿐만 아니라 풍물 자체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록했다. 그래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역사적 기록이기도 하다.’라고 씌여있다.

[168] 우리는 실체를 먼저 봤을 때 나중에 본 이미지가 실체와 맞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이미지를 먼저 봤을 때는 나중에 본 실체가 먼저 본 이미지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 가이드북에서 본 것을 찾아보고 싶어한다. 책으로 본 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한다.
‘당신에 대해서는 ○○에게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04 형태가 그림자로 (와해되는 형태)

[173] 첫 번째 아가씨 : 너, 옴니북(Omnibook) 읽어봤니?
대여섯 권의 책이 한 권에 요약되어 있어. 책 대여섯 권을 단 하루밤 만에 읽을 수 있다구!
두 번째 아가씨 : 그건 아무것도 아냐. 영화 한 편은 단 1시간 만에 책 몇 권을 보는 셈인 줄 아니?

[174] 예술도 사람과 같이 자기만의 혼과 생명을 가지고 있다. 모든 예술품에는 이러한 신비스러운 개성이 담겨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 그림은 시로 변형될 수 없고, 한 연극은 소설로 변형될 수 없다.

[174] ‘원본(original)’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그 가치를 값으로 따질 수 없고 입에 함부로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하다.
..... 예술작품은 비슷하게 모방할 수는 있지만 그 예술작품 자체를 본질적으로 재현할 수는 없다.

[175-176] 삭제는 주로 문학작품에 대해 행해졌다. 1807년에 발간된 찰스와 메이램의 《셰익스피어 이야기》는 셰익스피어를 젊은이들이 친숙하게 접하도록 고안된 책이었다. 귀에 거슬리는 문장들을 지운다는 뜻의 보우들러라이즈(bowdlerize)에서 이름을 딴 토머스 모두들러는 1818년에 《가족용 셰익스키어)》를 발간했는데, 이 책은 “원본에서 단 한 구절도 보탠 것은 없으나 가족들이 모두 모인데서 큰 소리로 낭독하기에 부적절한 단어와 표현들을 삭제했다.”고 적고 있다.
....... 보우들러는 기번(Gibbon)이 지은 6권짜리 《로마제국의 멸망(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의 가족판을 준비했는데, 여기에는 “가족들과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데 적합하게 비종교적이고 부도덕한 경향의 문장들은 원본으로부터 조심스럽게 생략하고 만들었다”는 설명이 적혀있다.
* ‘청소년을 위한’, ‘어린이를 위한’, ‘가족판’이란 말이 들어간 문학을 접할 때는 Original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도 그만큼 빠졌다는 말로 이해해야할 것 같다.

[181]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오리지널 예술품들이 쉽게 대중화되고 수천 가지 형태로 이용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예술작품들이 싸구려 책, 전기 스탠드의 갓, 접시, 심지어는 아이들의 필통을 장식하게 되었다.
*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어떻구. 초인종, 오르골, 알람에 원본이 조금 훼손되어서 수도 없이 사용되고 있다구. 어떤 음악가는 몇 개의 소리밖에 낼 수 없는 초인종의 음으로 편곡하여 만들어진 그 음들을 ‘쓰레기일 뿐이야’라고.

[191] 형태가 해체되고 간접경험이 늘어가는 20세기 현상을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성공보다 더 확실하게 설명하는 단서는 없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잡지인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원본’이 아닌 다이제스트이다.

[196] 20세기 미국 잡지 편집자 중에서 원본을 제공하고도 독자들을 속였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잡지 편집자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편집자들이 유일할 것이다.
* 칼럼의 원본을 변형시키고, 요약하고 그리고 여기저기서 같은 내용을 무수히 떼어다가 짜깁기 식으로 편집한 20세기 잡지를 이렇게 가볍고도 혹독하게 비판할 수도 있구나.

[197] 인문과학자는 언제나 하나의 생각이 들어 잇는 독특한 형태('문학적 장식'같은 것)에 관심이 있다. 그는 언어, 수사학, 어휘, 드라마 구조 등을 생각과 분리될 수 없는 형태로 간주한다. 그러나 자연과학자들은 과거의 그 어떤 시기보다도 더 심하게 과학적 논문이나 택을 단지 하나의 전달수단 정도로 취급한다.
* 그렇게 단순화 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함량미달의 리뷰를 쓰는 것이 매번 마음에 걸렸었다. 내 역량 부족으로 좋은 책에 대해 나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은 내가 스스로 고른 책이기 때문에 혹시나 누군가 이 리뷰를 본다면 이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들끓었다.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주변 사람들의 관심사항들과 많이 관련이 있어서 나는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정리해서 말한단 말인가. 마음과 표현은 같이 가질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 저자가 인터넷을 경험하고서 이번 장을 썼다면 이 장에서는 난리가 났겠다라는 상상을 했다. 이미지에 대해서 복제된 이미지, 이것저것 마구 잡이로 끌어온 글들이 아름다운 것들이 섞여서 뒤죽박죽 된 세상이라니....

[204] 유럽의 고전이 영어로 소개되고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인쇄기를 발명한 이래, 영화가 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영화는 상상력을 요구하는 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변하게 했다.
* 영화 <화엄경>의 첫 장면을 보고 나는 무척 놀랬다. 그것은 단지 여름 비포장 길을 단지 '푸석푸석했다'라는 한마디로는 설명하기에는 모자란 많은 것들을 담고 있었다. 내 상상력의 부족을 보완해줄 수 있겠다 싶어서 영화의 영상처리에 푹 빠져 들었다.

[204] 오늘날에는 사실을 묘사하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바뀌었다. '꾸며낸 이야기(fiction)', 다시 말하면 '사실이 아닌 것(non-fact)'이 오늘날에는 더 진짜같고 더 자연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이 사실답지 못한 것으로 묘사되어야 했다. 즉,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는 꾸며낸 이야기가 더 실감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갖게 했다.
* 작년에 읽었던 책 중에서 이런 대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성실하게 열심히 착하게 살았는데, 그 점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했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실제로는 더 드물다고 한다. 열심히 일해서 성공했다는 것은 천에 하나, 혹은 만에 하나 있는 일이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 사람의 생애에서 권선징악으로 이야기가 결말이 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것이 더 이성에 맞게 호소력이 있지 않느냐고.

[206]그는 영화와 같은 내용으로 소설을 쓰려는 이유를 1955년 9월 3일자 <새터데이 리뷰>라는 잡지의 "내가 쓴 이야기를 영화사에 팔지 못할 소설로 써야 할 이유는?"이라는 글에서 유려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은 우리가 너무 자주 잊는 영화와 소설의 차이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슐버그는 이 영화가 매우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베니스 영화상 등을 수상했고 얻을 수 있는 모든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그처럼 아무리 잘 만들어진 영화라 해도 영화 속에서 자기가 못다 한 말이 있음을 느꼈다.
슐버그는 세상에는 두 가지의 이야기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두가지 방법은 서로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영화로 만들기 위해 쓴 스토리가 영화로 만들어지고, 거기에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다 담기지 못해 다시 소설을 쓴 사람의 이야기. 영화를 위한 글은 200쪽 짜리 글이면 충분하다. 한 페이지는 영화에서 1분쯤된다. 그래서 너무 긴 글은 영화로 만들었을 때 런닝타임이 길어지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된 그 작가 슐레그는 처음 영화<워터 프런트>를 위한 글은 115쪽 자리 였다. 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담아서 쓰니 그 책은 영화의 대본보다 5배가 더 길었다. 영화와 문학은 그렇게 다른 것이다.

* 그럼 글과 그림은 어떻게 다른 건데? 그걸 이 책의 저자에게 물을 수는 없지. 그건 내가 답해야하는 것이다.
글로는 못다한 것 같은 안타까움, 그림으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 그 둘이 모두 합쳐지게 한다? 모두 글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208] 영화에 대한 진짜 폭군은 헤이스 사무실이나 기타 검열기관들이 아니라 영화라는 형태 그 자체이다. 영화는 확실히 <워터프런트>가 그랬던 것처럼 실감나고 크게 '외부로 말할(speak-out)'수 있다. 그러나 소설은 슐버그의 말대로 "사람들의 가슴과 가슴 속에 있는 인생역정을 찾아서 안으로 말할(speak-in) 수 있다. "

[215] 영화, 연극, 소설 등의 형태를 달리한 내용물들은 서로 ‘진짜’라는 영예를 얻기 위해 경쟁한다. 이 경쟁 속에서 진짜 사건의 법칙에 의해 사람들의 의식을 사로잡는 승자는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원래 작가의 작품과 거리가 가장 먼 것이 차지한다.

[222] 스타들은 통상적으로 자기 이미지에 맞지 않거나 이미 수백만 명의 팬들이 잘 아는 가지 얼굴을 손상시키는 의상이나 배역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 전지현 나오는 영화
* 배트맨에 얼굴 가리고 출연한 배우는 뭐냐? 나중에 알렉산더에 애꾸눈왕으로 출연하더만. 발 킬머, 아무거나 막 먹는 겁니까? 아니면 정말 해 보고 싶은 것이었습니까?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는 중인가요?

[222] 또 장 가뱅(프랑스 배우)은 “사람들은 실제 생활에서도 영화에서와 똑같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그게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226] “우리 삶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진실을 위장한 것인지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226] 스타시스템은 작품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다. 스타 시스템은 자기 목적을 위하여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중시한다. 스타 시스템은 영웅을 유명인으로 바꾸는 과정이며, 이 과정은 모든 분야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스타 시스템은 모든 제도와 기관들에게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가짜 사건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32] 베스트 셀러가 될 조건은 가장 많이 광고가 되고 광고할 거리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책이다.

[232] 단기간에 가장 인기 있는 책이란 우리가 이미 알 고 있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해주는 책이다.

[233]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 밖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쳐다보는 일이 되고 있다.

[237] 사람들은 자연 대신에 자연을 찍은 사진과 카메라를 더 존경한다.
* 저자의 현대사회 비판은 막대기로 뒤적거리는 정도가 아니다. 감질나게 비판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확 삽으러 퍼서 뒤엎고는 ‘자 봐라. 이것이 진짜 모습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246] “당신은 <전쟁과 평화>를 아십니까?” “예” “당신은 <전쟁과 평화>를 좋아하십니까?” “예, 매우 좋아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전쟁과 평화> 책입니까, 영화입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축약되지 않은 원본이었습니까(축약되지 않았다는 부정의 의미가 여기서 중요하다), 아니면 ‘확실한 현대적 축약본’이었습니까?” 아무도 이런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이후의 책 <에션설, 디자인>은 그럼 뭐냐?

[247] 형태가 다양해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모든 경험이 상품으로 변했다.

[248]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이고 또 베스트셀러이다.”
거트루드 스테인이라는 여류 작가의 글 “A rose is a rose is a rose is a rose."를 보방한 표현. 이것은 장미는 독특하므로 장미 이외의 것으로 장미를 묘사할 수 없으며 장미는 장미라는 것 이상의 표현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이다.”라는 말의 뜻은 베스트셀러는 그 어떤 것으로 묘사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독특하다는 뜻이다.
* 나는 이 책의 주석이 정말 마음에 든다. 어떤 책을 읽다보면 누군가 좀 설명을 해 주었으면 할 때가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해석으로도 부족해서 그 해석을 해주는 해설서가 있었으면 한 적도 있었다. 번역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05 이상이 이미지로 (자기만족적 예언의 추구)

[253] “이상은 별과 같은 것이다. 여러분은 손으로 이상을 만질 수 없다. 그러나 바다 한가운데 있는 뱃사람들이 별을 보고 방향을 찾는 것처럼, 여러분은 이상을 삶의 지표로 삼을 수 있다. 이상을 추구하다 보면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가게 된다.”

[253] 내가 지금 묘사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삶은 많은 관중이 쳐다보는 운동경기와 같다. 우리는 그 경기에 필요한 각종 소품을 만들어서 혼자서 선수로 뛰고, 많은 관중이 우리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55] 이미지의 특징들은 ‘기업의 이미지’를 예로 들면 쉽게 설명된다. 기업 이미지는 물론 우리 시대의 이미지 중에서 가장 정교하고 가장 비싸게 만들어진 것이다.
* 역자는 이 책이 씌여진 시대와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우리 나라가 갖고 있는 병리현상)이 같다고 보았다.

[256] 이미지는 가짜 이상(pseudo-ideal)이다. 이미지는 인공적이고, 믿을 만하고, 수동적이고, 생생하고, 단순하고, 모호하다.

[256] 이미지는 인공적이다. 이미지는 계획된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지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인상을 심기 위해서 특별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258] “인쇄할 가치가 있는 뉴스의 모든 것”
* 뉴욕타임즈 광고 카피 => 흉내내기 : 그릴 가치가 있는 꿈의 모든 것

“나는 낙타를 위해 1마일을 걷겠다.”
* 낙타라는 뜻의 카멜(Camel) 광고 카피 => 흉내내기 : I am dreaming for my dream.

“비올 때 이것도 퍼붓는다”
* 모턴 이라는 소금 광고 가피 => 흉내내기 : I am dreaming for my dream.

“만족해 하는 젖소로부터 얻은 우유.”
* Carnation 이라는 커피크림 광고 카피 => 흉내내기 : 행복한 화가가 그린 그림

“쓰지 말고 전보를 치세요.”
* 전보회사 광고 => 흉내내기 : 쓰지말고 그리세요.

“꽃과 함께 말해라.”
* 꽃 배달회사 광고 => 흉내내기 : 그림과 함께 말해라

“눈에 띄는 사람”
* 와이셔츠 광고 카피 => 흉내내기 : 눈에 띄는 사람

[258] 이미지의 가공할 만한 위력은 설득력이다. 이미지는 그런 면에서 단순한 등록상표나 디자인이나 슬로건이나 쉽게 기억되는 그림 정도가 아니다. 이미지는 개인, 기관, 회사, 상품, 용역에 대해서 신중하게 제작된 개성 소개서이다. 이미지는 가치의 캐리커쳐이며, 3차원적이고, 인조물질이다.

[259] “여러분은 글자와 글자 사이를 읽고 계십니까?”라고 사람들에게 묻는 광고 가피다. “귀사 고객은 분명히 행간을 읽을 것입니다. 고성능 전축 마니아가 귀사의 팜프렛을 자세히 보고 있을 때, 그 고객은 종이에 실린 글과 그 이상을 봅니다. 그 고객은 무의식적으로 귀사의 성격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 행간을 읽고 있을 것입니다. 그 고객이 찾고 있는 귀사에 대한 양질의 이미지는 좋은 종이회사의 종이로 만든 광고지만 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260] 이미지는 믿을 만하다. 이미지는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면 전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미지는 이미지화된 기관이나 사람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 가장 효과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들을 믿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건축 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삼성사옥은 뭘 보나 삼성스러워. 대우 사옥은 대우스럽고.’

[261] 이미지의 신뢰성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우회적인 표현방법이란 “우리 물건을 사서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261] 이미지는 수동적이다. 사람들이 이미지를 현실과 일치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하자, 이미지 생산자들은 광고된 이미지에 부합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만들어진 이미지에 회사의 겉모습만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262] 이미지는 탄생하자마지 기업과 닮은꼴이 된다. 그 다음에는 기업이 이미지와 닮은꼴이 된다. 이미지는 (실제 행동과 달리) 완벽할 수 있다. 이것이 만인을 만족시키는 이미지의 정확한 실상이다.

[262] 이미지는 대외적으로 나타났을 때만 실체가 되는 이상이 일종이다. 이미지를 만들려고 결정한 회사는 가슴을 바꾸기 보다는 얼굴을 바꾸는 데 치중한다.

[266] 외판원들이 최근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래픽 혁명이 진행되면서 논쟁을 이용한 설득적인 접근방법이 이미지를 이용한 최면술적인 접근방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 상인들이 파는 것은 이미지이고 상품은 소비자들이 닮으려고 노력하는 이미지의 소품에 불과하다.

[267] 이미지는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이미지는 사람들의 감각에 호소했을 때 최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267] 이미지는 제한적이다. 이미지는 상품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징 중에서 꼭 소비자들에게 잡힐 수 있는 하나의 이미지에 집중되어야 한다. 상품이나, 개인이나, 기관이 자기 이미지에 부합하는 좋은 특징이 많아서 자기 이미지를 널리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성공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좋은 자질 중 하나 또는 몇 가지를 추려서 선명하고 집중적인 이미지로 묘사해야 한다.

[267] 이미지는 단순하다. 바람직하지 않고 의도되지 않은 효과를 없애기 위해서, 이미지는 나타내려고 하는 대상보다 더 간단해야 한다.

[268] 이미지는 모호하다. 이미지는 상상의 세계와 감각의 세계 사이, 또는 현실과 기대 사이 어딘가를 떠다닌다. 이미지는 어느 각도로 보나 모호하다. 왜냐하면 이미지가 뚜렷해서 그 이미지를 혐오하는 어느 특정한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미래환경과 사람들의 취향에도 적응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269] 1961년 초, 폴크스바겐 자동차 회사는 “실험적인 X-93 폴크스바겐”이란는 제목 아래 흐릿한 자동차 전면사진을 실은 광고를 내보냈다. 흐릿한 윤곽을 가진 사진은 보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기를 원하든지 간에 그들이 보고 싶은 대로 보도록 해주기 위해서 고안되었다. 광고에서도 회화에서처럼 비표현적인 표현기법이 더 인기를 끌기 쉽다.

[273] ‘이상적 사고’와 ‘이미지적 사고’의 차이는 그래픽 혁명 전의 사고방식과 후의 사고방식의 차이이다. 이상은 이미지와는 달리 인공적이 아니다. 이상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지 만든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통, 역사, 신에 의해 창조된다. 이상은 완벽하다.

[274] 이미지는 ‘우리’가 어떻게 해달라고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대상이다. 이미지는 우리의 목적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그래서 이미지는 수단이다. 만약 한 기업의 이미지 혹은 한 개인의 이미지가 유용하지 않을 때, 그 이미지는 버려진다. 대체된 다른 이미지가 더 효과적으로 새 목적에 부응할 수 있다. 이미지는 주문에 의해 만들어지며 우리 몸에 맞게 만들어진다. 반면, 이상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한다. 이상은 우리를 위해 봉사하지 않고, 우리가 이상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만약 이상을 추구하다가 문제가 생긴다면, 문제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지 이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276] 신문과 잡지의 괄목할 만한 증가도 이미지를 증폭시킨 원인이었다. 사람들이 책장을 건성건성 재빨리 넘기더라도 그 책 속에서 순간적으로 본 어떤 것이 오래 잊혀지지 않는 이미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소비자들을 좋든 싫든 판매할 상품에 모이게 한 뒤에 그들이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280] 어떤 시대든 그 시대의 지배적인 믿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지칭하는 독특하고 완곡한 표현들이 있다. 귀족사회 언어는 나리, 마님, 경, 여보라 등 계급 관련 언어로 가득했다. 종교시디에는 ‘신을 찬양하라.’ ‘신이 허락하신다면’ 등의 언어가 만연했다. 우리 시애에는 이와 비슷하게 이미지에 대한 맹종을 뜻하는 언어들이 넘쳐나고 있다.

[282] 광고업자들이 이미지를 계속 정교하게 만드는 이유는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사기를 원하는 것이 곧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283] 이미지란 언어는 실제로는 대상을 우회하는 완곡어법이 절대로 아니다. 이미지는 우리 경험을 강력하게 지배하는 단순하고 직접적인 언어이다.

[287] ‘브릭맨(brick man)'
* 광고인 바룸(P.T. Varum)이 광고를 위해 만들어낸 캐릭터

[289] 바룸이 발견한 위대한 사실은 우리가 통상 짐작한 것과는 달리 사람들을 속이는 게 매우 쉽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속임을 당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290] 우리는 지금까지 광고를 맹렬히 비판해왔고, 광고를 무서워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다락 속에 놓아둔 고물 같은 구시대의 경험으로 광고를 무리하게 이해하려 했다. 그런데 광고에 대한 이런 잘못된 태도 때문에, 우리는 현실과 현실에 대한 지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시금석이 곧 광고라는 중요한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291]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미쳤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부터 점차 자신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292] 오늘날, 진실(truth)한 사람은 사실(fact)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족적 예언을 하는 기술을 터득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중시하는 것은 진실 여주 자체가 아니라 진실처럼 보이느냐는 것이다.

[292] 사실을 찾는 것은 쉽다. 그러나 남들이 사실을 ‘믿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꿈을 실현하기보다는 환상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신은 우리 꿈을 실현시켜준다.

[293] 좀더 본질적인 광고의 문제는 거짓말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 생각하면, 광고의 본질적인 문제는 이와는 정반대이다. 광고는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거짓말을 하기 않기 때문에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광고는 특정 거짓말에 의해서가 아니라 특정 진실을 얘하기 때문에 우리 경험을 혼란스럽게 한다.

[295] 쉴리츠 맥주는 맥주병을 압력증기로 살균하기 때문에 깨끗하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광고를 전개시켰다. 쉴리츠 맥주는 전국 판매고 5위에서 1위로 빠르게 부상했다.
* 번역자 주석에 우리나라의 맥주 광고가 있다.
‘한국의 한 맥주회사는 깨끗한 물로 맥주를 만들었다는 광고를 했다. 다른 경쟁상대 맥주도 깨끗한 물로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이것이 광고의 속성이다.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을 어떻게 부각시키느냐가 광고의 묘미이다.

[296] 신뢰성은 광고카피의 교묘한 ‘진실’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유혹은 광고가피들의 교묘한 ‘거짓’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광고도 가짜 사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296] 오늘날 성공적인 광고업자는 한 상품이 진실하다고 말 한마디만 하면 그 상품이 진실인 것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 도윤이는 그런 놈이다. 도윤의 말이 진실인 것도 있지만, 그의 말이 좀더 그럴 듯해 보이는 것은 그가 이 기술을 배웠고 잘 이용하고 있어서 일 것이다.

[301] 어떤 사람이 유명인이라는 증거는 그의 이름이 그가 하는 일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되는 것이다.
* 추천광고에 대해서

[302] “우리는 리 장군이 일하시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이름만을 원합니다.” “내 이름은 파는 물건이 아니오.”
* 사부님의 이름은 파는 물건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은 팔리기도 한다. 내 경우에도 그럴 것이다. 아마도 내가 변경연과 관계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는 괜찮은 훈장을 하나 달고 있는 사람 정도로 취급받을 수 있다. 작년에 사부님의 강연에 가고 싶어 전화로 신청을 하다가 어디 소속이냐고 묻기에 백수인 나는 대뜸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입니다.’라고 소개했었다. 상대방은 변화경영연구소에 대해서 이름만 들었지 어떤 것인지를 잘 알지 못했다. 강의를 준비하는 그 쪽에서는 강의에 연구원이 몇이나 참석하는지를 물었었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뭐가 그려지고 있었을까. 아마도 그 순간이 사부님의 이름이 나에 의해서 팔린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그런 비슷한 일을 몇 번을 더 겪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에 의해 사부님이 이름이 팔리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스승님을 빛나게 하는 제자가 되고 싶기 때문에 “내 이름은 파는 물건이 아니오.”라고 한다 해도 어디선가 자신도 모르는 새에 팔게 될지도 모른다.

[316] 교육받은 사람의 표시는 자기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를 확실히 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이상이다. 그러나 오늘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학교에서 ‘최근 사건’에 대해서 배우는 것(대개 신문에 보도된 것을 배우는 것)은 과거에 역사를 배우는 것을 대체하고 있다.

[317] 지식이 희미해지고 이미지가 선명해지자, 이제는 우리 동기와 욕망이 흐릿해졌다.

[318]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은 1922년 그의 개척자적인 훌륭한 책 《여론(Public Opinion)》에서 아주 귀중한 구분법을 제시했다.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 있는 그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 다른 사람, 욕구, 목적, 관계에 대한 그림이 곧 여론이다. 집단, 또는 집단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개인이 행동의 기준으로 삼는 그림들이 대문자로 표기된 여론(public Opinin)이다.”

[323] 오늘날, 소비자들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서 광고를 읽는다(가장 유능한 제조자는 소비자들이 진실로 원한다고 생각되는 상품만 만든다).

06 미국의 꿈이 미국의 환상으로(위엄이란 자기 기만적 마술)

[327] 꿈은 우리가 현실과 비교해볼 수 있는 미래상이나 야망이다. 꿈은 언뜻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인다. 그러나 꿈이 생생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 꿈이 현실세계와 얼마나 다른지를 깨닫게 된다. 반면, 환상은 우리가 현실로 착각하고 있는 이미지이다. 우리는 환상을 잡을 수 없고, 갈망할 수 없으며, 환상에 의해서 힘을 얻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현재 환상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 환상이 가득한 세계라. 그게 어떻다구. 가득하다면 거기에 하나 더 환상을 추가해도 괜찮겠지. 환상은 일시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332] 이미지를 구경하는 구경꾼과 이미지를 만든 사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커다란 바나나를 예로 들면,..... 바나나가 가지고 있는 풍요, 건강, 영양, 복지 등의 이상은 바나나 구경꾼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 먹지 않는 한 즉, 사용하지 않는 한 무의미하다는 뜻.
* 주석 정말 마음에 든다.
* 그러나 이 책이 씌여진 1960년대는 바나나가 풍요, 건강 등의 상징이었겠지만, 지금은 바나나는 ‘가난한’ 사람이 먹는 과일의 상징이다. 우리나라도 옛날에 부자집 하면 생각나는 것으로 ‘TV', '전화기’, ‘바나나’ 였다.

[333] 세계 사람들이 미국의 이상이 아닌 이미지를 통해 미국을 배우기 때문에 미국은 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컬처코드
미국에 대한 프랑스인의 코드는 ‘외계인(Space Travellers)'이다.
미국에 대한 독일인의 코드는 ‘존 웨인(John Wayne)'이다.
미국에 대한 영국인의 코드는 ‘부끄럽지 않은 풍요함(Unashamedly Abundant)'이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는 ‘모세(Moses)'이다.
미국에 대한 미국인의 문화코드는 ‘꿈(Dream)'이다.

[333] 이미지가 퍼지는 이유는 이미지가 좋기 때문이 아니라 흥미롭기 때문이다.

[350] 한 청소년은 최근에 TV를 “눈을 위한 껌”이라고 불렀다. 19세기 한 날카로운 비평가는 싸구려 소설을 향기도 없고 양분도 없으면서 그저 음식을 씹는 기계적인 과정을 거들기만 하는 “문학의 껌”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껌(Chewing-gum, 미국적인의 발명품이며 미국적인 효현임) 자체는 상징적 중요성이 있다. 껌을 씹으면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 한다고 해도 껌 씹는 것 자체는 아무 위험성이 없다. 그러나 그래픽 혁명은 단맛을 계속 느끼게 하고 우리가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하는 정신적은 껌으로써 우리 경험을 망치고 있다.

[352] 우리 질병에는 신이 내린 특성이 있다. 알베르트 카뮈의 《페스트(Plague)》의 마지막 부분에서 류(Rieux) 박사는 “병을 고칠 수는 없어도 병을 알 수는 있다”거 말했다. 또한 류 박사는 의사가 해야 할 긴박한 일은 질병을 아는 것보다는 고치는 것이고 말했다. 우리가 앓고 있는 질병인 과도한 기대는 이 경와 다르다. 우리 질병을 아는 것, 우리가 왜 고통받고 있는지를 아는 것만이 질병의유일한 치료방법이 될 것이다.

[353] 우리 최대 환상은 우리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끝내면서
조지 윌(George F Will, 미국의 정치 평론가)
* 이 부분은 조지 윌(미국의 정치 평론가)이 쓴 부분이다.

[355] 정계를 떠도는 사람들이 가장 흠모하는 문구들을 생각해 보라. 그 문구들은 ‘사진 찍힐 기회’용 문구다. 우리는 그 문구들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안다. 사진 찍힐 기회라는 것은 분명히 연출된 것이고,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는 것이며(흔히 photo op 라고 부른다), 그 기회를 위해서 공직자들이나 공직 선거 입후보자들은 사진에 날 만한 어떤 일을 한다. 정치가들은 자기들 공약을 알리거나 자신의 정치적 태도를 상징화하는 데 유용한 제스처를보일 목적으로 사진 찍힐 기회를 활용한다.

[356] 사진 찍힐 기회란 누군가가 자기가 하는 어떤 일을 남에게 보일 목적으로 수해하는 중요한 어떤 일이다. 결과로 보도된 사진을 보는 정치가들이 희망하는 것은 기교 이상의 계산된 요소(교활하다고 말하지 말라)들을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해제

[361] 내가 이 책에서 20세기 미국의 특징과 약점이라고 주장한 것은 대부분 나 자신의 특징과 약점이다.

[370] 성경,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아이네이드 등이 영웅과 영웅숭배를 시대별로 보여주는 문헌들이다.
* 조셉캠벨의 책들과 더불어 읽어봐야 겠다.

[375] 우리들이 참조한 위대한 문헌들 대부분은 영웅에 관한 것인ㄷ, 이들 대부분은 동시에 여행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대다수 위대한 서사시들은 영웅과 그들의 여행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서사시를 영웅의 여행모험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는 그 서사시의 불명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게 된다.

[381] Conrad N. Hilton의 《Be My Guest》(1957)에는 미국 호텔 풍토에 관한 귀중한 자료들이 들어있다. 이 책은 사업, 홍보, 유명인, 결혼, 종교 같은 미국 관습에 대해 순박하고 자기폭로적이며, 의도하지 않은 고백 같은 내용들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다. 이 책은 힐튼호텔 객실 손님들에게 보일 용도로 제작되었다. 이 책은 분명히 숨은 작가가 쓴 것이지만, 이 책을 쓴 숨은 작가는 매우 훌륭한 일을 했다. 힐튼호텔측은 숨은 ‘작가’에게 자신이 진짜 드러난 작가처럼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고, 칭찬하고, ‘열심히’ 지껄이도록 허용한 듯 했다.
* 자신이 자료를 얻은 책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모든 것을 작가의 눈으로 보라는 사부님 말씀이 떠오른다. 앞으로 일년간 책을 쓰면서 보게되는 책들은 어떤 종료의 책을 보더라도 작자의 펜을 들고 밑줄을 그어가며 보게되리라.

[382] 자동차는 서사적인 주제이다. 자동차에 대한 개괄적인 역사는 현대 미국의 거대한 신화와 같다. 이에 대한 가장 유용한 책은 자동차 회사 역사책이나 자동차왕들 전기물이다.
* 그럼 그림과 에세이가 결합된 책들, 그림에 관한 책, 꿈에 관한 책은 어디서 부터 접근해 들어가야 되는거야?

[383] 관광 가이이둑은 사람들이 찾기를 원하는 것과 생각하기를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베데커의 책을 꼭 가지고 다녔다. 대부분 대형 도서관들은 옛날 베데커 책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여행의 즐거움과 이득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383] 관광 가이드북은 어떤 유적들이 ‘중요한 문화적 유산’이며 어떤 것이 중요한 정원, 탑, 궁전, 신전, 교회인지를 말해준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관광하는 곳의 사회적 풍습이나 건물 용처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가이드북은 없다.

[384] 물론 여행에 대한 태도를 가장 확실하고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문헌은 형행 신문, 잡지, 여행 포스터, 광고 브로셔, TV 광고에 나타난 글과 광고들이다. 이들은 모두 미래 역사학자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며, 우리는 미래 역사학자들보다 먼저 그 자료들을 더 많이 보고 있는 셈이다.

[385] 예술형태가 매우 유동적이면서 예술 표현 기술과 드라마가 재생산기술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시대에, 학계의 관습은 과거 어느 때보다 무모한 결과를 낳고 있다. 학계가 변화에 침묵하면, 일반인들도 예술, 문학, 드라마의 현행 행태변화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서 알 도리가 없다.

[390] 오래된 농담 중에는 성공한 뉴욕 출판업자는 ‘세계 삼계명’을 항상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 축약된 책이 하도 잘 팔리므로 차라리 모세의 십계명을 3개로 축약해서 ‘무엇을 하라’,‘무엇을 하지 말라’는 식의 단 세 마디가 내용의 전부인 책을 팔면 크게 돈을 벌 것이라는 농담

[393] 사고 방식이 변하는 것을 당시대 사람들보다 후대 사람들이 더 인식하기 쉽다. 자기 자신의 언어로 자기 자신의 사고방식을 표현하는 것은 빨간 유리잔을 통해서 빨간색을 보는 것처럼 신뢰할 수 없는 일이다.


Ⅲ. 내가 저자라면
0. 할말 많다.
요즘 부쩍 말이 많아졌다. 할말이 많다. 저자가 책에서 한 말에 대해서, 혹은 책 속의 어느 에피소드 대목에서, 거기에 붙이는 나의 감상, 혹은 반박, 그와 비슷한 경험 등이 마구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

이 책은 내가 올해 쓸 책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분야의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미지란 것에 대해서, 내 삶의 방향에 대해서, 왜 그렇게 많은 질문을 퍼부어대는지 머리 속이 다 시끄럽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뼛 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오직 쓰는 연습만을 하는 시간에 남의 글에 대해서 코멘트 하고 싶은 욕구를 다음 글에서 쏟아내라고 했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글로 쓰라고 말했다.)

1. 비판적인 그러나 뒤집어 읽으면 조금은 서글픈 현실.....
이 책의 색깔은 조금은 냉소적이다. 무거운 내용을 약간은 가볍게 유머 섞어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그 유머의 빛은 주위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아닌, 우울한 블루다. 오스카 와일드의 비평들은 곱씹어보면 우리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한 것들이지만,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 책의 유머도 그런 면이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 세상 자체가 쓴 소리 한 마디를 보태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같은 구절을 한번 읽고 잠시 후 다시 읽는 일을 반복했다. 처음 읽을 때와 두 번째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 사람들은 이것을 ‘행간읽기’라고 할 텐데, 살짝 비틀어서 논박하는 글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줄줄이 그냥 읽어가면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많다. 처음에는 문장이 말하는 사실 그 자체를 읽는다. 두 번째는 ‘왜?’ ‘그러면?’이란 질문을 가지고 읽는다.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1차이고, 그 사실이 말하는 진실을 읽는 것은 2차 이상이다. 어떤 사실이 말하는 것의 의미가 여러 개일 때가 있다. 두 번째 읽을 때의 느낌이 서글픔이다. 세 번째, 네 번째는 유혹이다. (그럼 지금은? 글쎄. 딱 잘라서 말하고 싶지 않다. 그걸 정확히 말할 수 있을 때, 나는 나의 삶을 방향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부터 나타나는 (그래서 다시 한번) 머리 속에서는 뒤집기를 시도한다. ‘저자가 비판하는 것이 이것이라면 그러면 반대로 따라가면 뭐에 도달하는 거야?’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저자의 말을 뒤집어 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미디어, 가짜 이미지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뭔가를 하기 위해 눈을 똑바로 떠야 하는 것인가라는 어려운 질문보다는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자라는 유혹이, 그보다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줘. 그럼 내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거야.’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끝이 없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방법을 소개하는 입문서(How-not-to-do-it book)'라고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조목조목 예를 들어서 설명한 것들은 현대에, 미디어에 얼마나 적합한 것들인가. ‘하지 말라는 것을 하면 성공이 보인다.’라는 유혹의 소리를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내 머리 속 뒤집기에서는 명제가 참이라면 그의 반대도 역시 참이다라는 자기 설득을 통해서, 이 책은 How-to-do-it Book으로 다가온다.

2. 목차에 대하여, 각 장의 제목에 대하여

서론 - 과도한 기대
01 뉴스 모으기가 뉴스 만들기로 (가짜 사건의 범람)
02 영웅이 유명인사로 (인가 가짜 사건들)
03 여행이 관광으로 (여행 본질의 상실)
04 행태가 그림자로 (와해되는 형태)
05 이상이 이미지로 (자기만족적 예언의 추구)
06 미국의 꿈이 미국의 환상으로 (위엄이란 자기 기만적 마술)
끝내며서 - 조지 윌
참고문헌 해제



각 장의 제목 옆에 작은 글씨로 장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언어와 저자가 정의한 말이나 저자가 발견한 사실에 대한 설명으로 장의 이름을 이중으로 배치하고 있다.
저자가 저술한 각 장을 시작하기 전에 친절한 번역 덕분에 이 책에 쓰인 용어설명을 먼저 보게되는데, 그것으로 인해 각 장의 내용을 잘 알 수 있다. 책에서 소개된 논문을 요약해주는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 용어설명이란 것이 이 책이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01 장은 매우 충격적인 장이다. 그 충격을 견디고 나면 그 뒤의 장의 내용은 술술 읽힌다. 비슷한 패턴으로 서술이 되기 때문이다. 06장은 이 책을 저술한 목적이 담긴 부분이다. 저자는 병리현상을 폭로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물론 현상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 나온 병에 대한 의사의 견해를 들어서 말한 것처럼 병을 진단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뭔가를 저술한다는 것은 그것으로 인해 자신과 타인에게 이익이 되는 뭔가를 한다는 것이다. 06장은 그것을 담고 있다.

각 장은 매우 흥미로운 것들을 담고 있다. 읽는 동안 여행에 관해서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었고, 영웅에 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었고, 유명인이 되어버린 친구와 신랄한 논쟁을 해보고 싶었다. 영웅에서 유명인이 되어버린 린드버그의 인생 이야기를 읽을 때는 가슴도 아팠다. 영화와 소설 부분을 읽을 때는 나를 확 빨아들여버린 영화의 주인공들을 저자가 말하는 것들에 대어보곤 했다.

저자는 참으로 방대한 것을 다루었다.

3. ‘참고문헌 해제’에 대하여
이 책의 저자는 주석을 단 한개도 달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는 ‘참고문헌’ 리스트가 아닌, ‘참고문헌 해제’를 실었다. 수련과정 중 책을 읽을 때, 나는 참고문헌들이 주석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늘 궁금했었다. 도대체 이 구절이 어디서 나왔는지, 왜 여기에 그것을 언급하지, 도대체 그게 뭐가 중요한데라고 질문했었다. 참고 문헌에 대해서 알려주는 주석들은 그것은 어느 시대와 누구에게서 사상의 뿌리가 시작되었고, 그것에 대해서는 누구가 무엇이라고 말했었다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이것을 확신하게 된 것은 이번이 참고문헌 해제를 보면서이다.

‘아하! 이런 것들이 이 저술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구나’라고 하는 대목이 많았다. 작년 한해 동안 읽었던 책들이 올해 내가 쓰게 될 책에 어떤 형태로든 담기게 될 것이다. 직접적인 언급에 의해서, 혹은 반대로 구성의 뼈대로, 혹은 바탕으로. 그동안 썼던 리뷰들에서 ‘가슴으로 읽는 글귀’, ‘내가 저자라면’이란 부분을 다시 살펴봐야겠다. 어느 지인은 다른 책을 읽더라도 이전에 읽었던 것 중에 매번 떠오르는 그런 글귀는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가장 나다운 것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것들은 내 안에서 꿈틀거리며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일게다.

‘참고문헌 해제’는 또한 자료를 찾는 법에 대한 힌트도 준다. 해제 또한 책의 구성을 따라서 각 장별로 하고 있는데, 어느 분야의 책은 발간한 책을 참고하였다라는 구절들이다. ‘‘○○협회’에서 발행’한 이란 것이 그것을 제시해 준다.
‘참고문헌 해제’를 읽는 동안 움베르트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법》에서 제시한 참고문헌 카드를 만들어라는 것이 떠올랐다. 이 해제는 카드의 도움을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들게 한다. 지금 읽은 이 책 《이미지와 환상》은 일종의 논문이다. 지금이야 편리하게 노트북 가지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자신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편리하게 정리하겠지만, 자료를 살펴보는 동안, 그 안에서 얻은 중요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놓기가 어디 쉬웠겠는가. 어디에서 무엇의 도움을 받았다던가, ‘이 책은 장황하게 설명하는 흠이 있기는 하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라는 식의 날카로운 통찰을 빠짐없이 달고 있는 것을 보면 자료 정리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거란 짐작이다. 그리고 움베르트 에코는 ‘참고문헌 목록 카드’이 떠올랐다. 올해 책을 쓰기 위해서 그런 카드를 한 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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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2.01 22:06:13 *.72.153.12
'오래도록 게으르지 말거라'라는 사부님의 당부를 이번에 지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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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lybuy365
2011.04.11 19:07:00 *.43.26.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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