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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6일 09시 13분 등록
건강한 자존감의 소유자가 일하는 방식

두 번 째로 그의 책을 읽으면서 들어온 것이다. 현장이 숨쉬는 그의 이야기는 자칫 진부해 보이고 너무나도 뻔히 알고 있지만 머리로 아는 만큼 행동하기 어려운 지난한 노력이 적당한 깊이로 채색되어 있어서 공감과 소통의 장으로 사람을 이끈다.

나처럼 남의 꿈에 기대사는 품팔이 인생은 꿈을 좇아가는 댓가를 치른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뻔한 영웅들의 이야기로 읽기 쉽다. 다행히 내게 남아 있는 어떤 불씨 하나가 이 책을 두 번째 읽는데도 지루함이 없게 하고 여전히 열린 마음으로 내 일상에 그녀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적용해 볼 수는 없을까 궁리하게 만든다. 그녀가 자신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서 내가 내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고 있나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내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자기가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을 접고 일하는 그. 그도 그 가슴에 끓는대로 살지 못하는 대부분 대한민국 직장인중 하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아상이 오늘 새벽매미들처럼 여러번의 탈피를 겪어내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매미들은 더워지면 더 세게 맴맴거린다. 그건 매미 목소리가 아니다.

매미의 날개짓이다. 날개로 제 몸통을 부벼 더위를 식히는 거란다. 열대야에 매미소리에 깊은 잠을 놓치고서 매미의 살아있으려는 날개짓을 생각한다. 겨우 일주일 환한 빛속으로 들어오기 위해 7 년 세월을 땅속에서 에벌레로 견딘다.

이 책속에서는 긴급구호요원들간의 일하면서 어떻게 서로를 북돋으면서 소통하는가를 볼 수 있다.
베데랑 검은 천사 로즈가 초짜 한비야에게 충고하는 장면은 전에는 들어오지 않았으나 새롭게 뇌리에 박힌다.
초짜라도 자기자신의 못하는 부분들을 닥달하지 않으며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은 그의 변화에 대한 건강한 태도에 사로잡혀 반복해서 그 부분을 읽어보게 되었다. 나의 잃어버린 마음을 그의 글을 통해 찾아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전에 메모에 두고 수없이 읽어보던 글을 다시 찾아보았다. 일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 일에 대한 그녀의 정의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천직을 찾아헤맨 오지 여행 7년후, 세계시민으로서 기여하고 싶다는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이 찾아낸 일에 대한 기록. 멋지다.

솔직히, 조직에서 쥐어주는 내 일의 범주와 내 일의 정의로서는 왜 열정을 바칠 수 없는가하고 다시 회의적인 물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 안에서도 내가 정의하는 일과 일의 범주에 대한 신념도 없이 그저 외부에서 닥달하고 시달리는 대로 일하기는 싫다. 비록 내가 품팔이라고해도. 앞으로 다니엘 핑크라는 사람은 프리에이전트의 시대라고 하고 찰스 핸디라는 사람은 포트폴리오 인생이라고 내다본다. 피터 드러커가 내다본 지식창의산업의 시대에 직장인들은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 무한질주에 박차를 가하는 조직속에서 자신의 일과 일의 범주를 어떻게 잡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놓쳐버린 풍선같은 것이 꿈이라지만 이 조직안에서도 일로서 제대로 된 소통을 느껴보고 싶은 것이 나의 남은 풍선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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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변화에 대한 건강한 태도라고 생각하는 바를 기술하기 위한 용어를
만들었다.

바로 공감적인 자기 직면이라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연민을 가지면서도 변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채찍질하나,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느낄 때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비난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게 용서해 버린다.

변화의 과정은 고통을 수반한다.
깊게 내재하고 있는 패턴들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같이 분투하고
그러한 성장과정이 얼마나 많은 좌절을 안겨주는 지 잘 알고 있다.
성장과정의 진척과 후퇴에 대해 좀 더 잘 대비하는 길이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변화란 변덕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타고난 성향 - 각자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러한 타고난 소망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타고난 성향 - 각자가 지닌 일련의 개인적인 선호, 나에게 충족된 느낌을 주는
관심사, 대인관계, 활동 등-을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단서는
감정과 신체적 감각이다.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타고난 성향을 무시당하고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훈련받는다. 인습과 일상적인 방식을 강요당한다.
가장 선한 의도를 가진 부모와 교사들이 어떻게 근본적인 기질을 무시하도록 조장하는 지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 결과 이기적으로 행복해지는 방향만을 따르기가 어렵게 된다.
우리가 자기애적인 인생철학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과도하게 길들여져 있고, 지나치게 사회화 되어 있다.
남들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너무 많은 압력을 받은 것이다.
많은 이들이 변하기 위해 이런 과정을 역류해 간다.







p13-14 [견딜 수 없는 뜨거움으로]

이 일을 하기로 결정한 직후 한 대학생이 물었다.
"재미있는 세계 여행이나 계속하지 왜 힘든 긴급구호를 하세요?"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

이렇게 대답하고 속으로 깜짝 놀랐다. 긴급구호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맛보기로 갔던 케냐에서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곳의 이동 병원에 사십대 중반의 케냐인 안과의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를 만나려면
대통령도 며칠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한 의사였다.
그럼에도 그런 강촌에서 전염성 풍토병 환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지며
치료하고 있었다. 궁금해진 내가 물었다.
"당신은 아주 유명한 의사이면서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런 험한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러자 이 친구, 어금니가 모두 보일 정도로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몸에 전율이 일고 머릿속이 짜릿해졌다.
서슴없이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 의사가 몹시 부러웠고, 나도 언젠가 저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방금 그 말을 한 것이다.

그 의사의 다음 말도 떠오른다. 그는 구호 일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기술을 습득하느냐보다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거칠게 이분화한다면 이런 게 아닐까. 자기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힘있는 자에게 보태며 달콤하게 살다가 자연사 할 것인지,
그것을 힘없는 자와 나누며 세상의 불공평, 기회의 불평등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할 것인지. 혹은 평생 새장 속에살면서 안전과 먹이를 담보로 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지, 새장 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창공으로 비상할 것인지.
나는 지금 두 번째 삶에 온통 마음이 끌려 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해도 현실은 다르지 않느냐고. 물론 다르다. 그러니 선택이랄 수밖에. 난 적어도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새장 밖은 불확실하여 위험하고 비현실적이며 백전백패의 무모함뿐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새장 밖의 삶을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새장 밖의 충만한 행복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새장 안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이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다.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긴급구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기쁘다.
2001년 10월 드디어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이 되었다. 거의 10년만에 다시 명함이 생겼다. 아침 8시라는 출근 시간도 생겼다. 혼자서 계획하고 결정하는 독립군에서 조직의 시스템과 함께 돌아가야 하는 연합군이 된 것이다.


한비야, 신고합니다!

앗살람 알레이쿰(당신에게 평화를 빕니다)

아프가니스탄

백번을 생각해도 훈련과 경험이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온 것은 사실이다.
위험한 현장이지만 두렵다거나 몸 고생하는 것은 조금도 무섭지 않다.
다만 나의 미숙함이 현장 팀 전체에 방해나 누가되면 어쩌나 하는 게 큰 걱정이다.
물론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하겠지만, 그 열심만 가지고는 안 되는 일도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런 배짱이 생겼다.

태어날 때부터 전문가인 사람이 어디 있는가
누구든지 처음은 있는 법, 독수리도 기는 법부터 배우지 않는가.
처음이니까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도 많겠지.
저런 초자가 어떻게 이런 현장에 왔나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니 이 일을 시작한 지 겨우 6개월 된 나와 20년 차 베테랑을
비교하지 말자.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을 비교하자
나아감이라 내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 데 있는 거니까.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는 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거야.

그러기 위해선 일단 같이 일할 요원들에게 내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 상책이다. 기꺼이 도와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귀챦게 생각하는 사람, 심지어 깔보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자. 명심할 것은 모르는 걸 아는 척하며 어물쩍 넘어가면 절대 안된다는 거다. 순간을 모면하느라 처음 파견지인 여기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다른 현장에서, 또 다른 현장에서 계속 창피하고 무안해질 일이 많을 거다. 내 나이와 다른 분야의 경력을 염두에 두고 뻗대면 뻗댈수록 나만 손해다. 자, 나는 이제부터 세 달간 집중 훈련을 받으러 온 훈련병이다. 나이 같은 건 잊어버리자. 세 달간 죽었다 생각하고 모든 상황과 사람을 스승 삼아 열심히 배우는 것만이 살 길이다. 이렇게 하면 뭐가 남아도 남겠지.

사실 내가 긴급구호를 시작한다고 할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물었다.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80년, 사람의 인생을 하루라고 친다면 그 절반은 마흔 살은 겨우 오전 12시, 정오에 해당한다. 그러니 사십대 초반인 나는 이제 점심을 먹은 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에 와 있는 거다. 아직 오후와 저녁과 밤 시간이 창창하게 남았는데, 늦기는 뭐가 늦었다는 말인가. 뭐라도 새로 시작할 시간은 충분하다. 하다가 제풀에 지쳐 중단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p23
"무전 교신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죠?"
순간 당황했다. 몰랐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전 매뉴얼에 있는 교신법을 독학할까 생각했지만 일단 모르는 것은 정확히 모른다고 말하자는, 방근 전에 세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서 대답했다.
"저어, 잘 모르는데요. 딱 한번만 가르쳐줄래요?"
그러길 정말 잘 했다. 안전 요원의 얼굴에 한심하다는 빛이 잠깐 스치긴 했지만, 매뉴얼을 앞에 놓고 무전기로 실습을 하니 15분도 안 되어서 작동법은 물론 지명이나 사람 이름, 전달 내용을 짧게 축약한 교신 암호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유사시 내가 본부 교신요원 노릇을 해도 될 것 같지 않냐며 우쭐대니까 안전 요원이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는다.

전체적인 사업 설명을 듣고 있는데, 솔직히 한국 지원 사업을 뺀 다른 내용은 무슨 말인지 반도 못 알아듣겠다. 무슨 전문 용어와 약자가 그렇게 많은지 영어가 아니라 우주인의 말을 듣는 것 같다. 큰일 났다. 명색이 사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홍보요원인데.... .. 별수 없다. 홍보 요원의 권한으로 사업 담당에게 귀챦을 정도로 묻는 수밖에. 상냥하고 진지하게, 동양 여자의 매력도 십분 살려서.

국제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소개받을 때는 완전히 졸아들었다. 말로만 듣던 월드비전 긴급구호의 전설들이 총 집합해 있었다. 모두 10년 이상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경험을 합쳐보니 2백년도 넘는다. 잠시 기가 죽긴 했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설렌다. 각 분야의 최고수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 이게 바로 주요 재난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특권이다. 인간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일로만 보면 다시없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땡 잡은 기분이다. 언젠가 이들과 실력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꿈같은 상상까지 해본다.

p29
사무실에서는 나 없는 사이에 생난리가 났던 모양이다.
들어가자마자 안전 담당이 험상궂은 얼굴로 좀 보자고 한다. 아차, 무전기! 아까 급하게 나가는 바람에 무전기 볼륨 올려놓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 그러니 본부에서 아무리 호출을 해도 들렸을리가 없지. 더군다나 외출 시 30분마다 교신해야 하는데 두 시간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 혼이 나도 싸다. 욕먹기 전에 내가 먼저 자수했다.

"안전 담당은 요원들의 베이비시터가 아닙니다. 하루 종일 따라 다니며 안전을 지켜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자기 안전은 자기가 알아서 책임져야 하고 그 기본은 안전 수칙을 지키는 일입니다. 알겠습니까?" "월코(무전 용어로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들었고, 들은 대로 수행하겠다는 뜻.)" "로저 앤드 아웃.(잘 알았음. 이것으로 교신 마침.)"

내 방에 들어와 시장에서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며 생각하니 내가 봐도 좀 심했다. 어떻게 두 시간동안이나 교신하는 것을 새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아직까지 오지 여행가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깊이 반성한다. 관계의 습관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 혹은 어떤 사람과 어떻게 처음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설정되는 관계의 틀 말이다. 평소 늦잠을 자던 버릇이 새 집으로 이사한 뒤 말끔히 고쳐진 것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좋은 틀을 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디 일뿐일까.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시간, 그 어떤 것이라도 처음 시작은 우리에게 좋은 관계의 습관을 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준다. 지금 나에게 그 기회가 왔다는 걸 잊지 말자.

p38
케냐 고위 외교관 부인으로서의 모든 특권과 안락함을 뒤로 한 채 15년째 긴급구호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 르완다, 수단 등 기근과 전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이 검은 천사는 지난 석 달간 이 지역에 배분할 식량을 확보하고 영양급식소를 운영하면서 자고 매일 찬물 샤워를 하면서도, "현장에 오면 힘이 펄펄 나요. 사람을 살리는 일에 내 힘을 보탠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죠"라고 말한다.
우리에게도 남녀노소, 국적에 관계없이 껴안기 세례를 퍼부었다. 김혜자 선생님도, 조지도, 나도 그 넉넉함 품에 안기는 그 순간이 참 좋았다. 현장에 있는 동안 로즈가 하는 말 가운데 반은 이 세 마디가 차지했다.
"내가 뭐 해줄 것 없어요?"
"그거 한번 해볼까요?"
"와, 참 잘했어요."
어느 때는 과장되게, 어느 때는 잔잔하게 하는 이 세마디에는 내가 요원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었다. 진심어린 배려, 도전 정신, 그리고 칭찬과 격려. 정말 멋있다. 나는 로즈에게 이렇게 중요한 것을 배웠는데 정작 본인은 뭘 가르치는지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 날 로즈가 나를 자기 사무실로 조용히 불렀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언쨚게 들으면 안 돼요. 동료로서 서로 잘 해보자고 하는 말이인까, 알았죠?"
"물론이죠. 무슨 말이든 하세요."
진심으로 대답했다. 분위기로 봐서는 내 실수를 지적하려는 것같은데.....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로즈의 총고나 질책은 언제라도 무엇이라도 대 환영이다.
"Lovely Biya."
로즈는 나를 한 번 껴안아주고는 얘기를 시작했다. 이야기의 요지는 두 가지. 첫째는, 우리 팀이 쿠차마을에서 너무 울더라는 거다. 처음으로 그런 비참한 광경을 목격했으니 그 눈물을 어떻게 참을 수 있겠냐만, 구호 요원이 주민들 앞에서 너무 놀라거나 우는 등 감정에 휩쓸리면 오히려 현장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란다. 둘째는, 식량 배분 계획이 없는 곳을 방문할 때 우리가 식량을 가져다줄 거라고 오해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한다. 그것은 주민들에게 헛희망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 단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두 가지 다 너무나 중요한 지적이었고, 긴급구호 요원으로서 꼭 알고 있어야 할 현장 근무 수칙이었다. 이렇게 스승은 도처에 있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스승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느냐다. 사랑스런 로즈. 아름다운 로즈. 이 고마움을 어떻게 전할까.




p61
현장으로 떠나기 얼마 전에 받은 이메일에서 누군가가 그랬다. 당신들이 목숨 바쳐 일한들, 아프가니스탄에서 고통받는 사람 전체 중 얼마를 돌볼 수 있느냐, 잘 해봐야 10만 분의 1도 구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나도 그런생각이 들면 맥이 빠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되새긴다.
[바닷가에 사는 한 어부가 아침마다 해변으로 밀려온 불가사리를 바다로 던져 살려주었다.
"그 수많은 불가사리 중 겨우 몇 마리를 살린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동네 사람의 물음에 어부는 대답했다.
"그 불가사리로서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건진 거죠."
이것이 내 마음이다. 그러고 전 세계 긴급구호 요원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호다하페스 헤라트 (헤라트여 안녕!)
첫 근무지 - 6년전 여행지..아프카니스탄의 헤라트


말라위.잠비아

작년에 한정된 구호 자금 때문에 한 마을은 씨를 배분하고
그 옆 마을은 주지 못했단다. 안타깝게 비가 오지 않아서 파종한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씨를 나누어준
마을 사람들은 씨를 심어놓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수확기까지
한 명도 굶어 죽지 않았는데, 옆 마을은 아사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똑같이 비가 오지 않는 조건이었음에도 단지 씨앗을 뿌렸다는
그사실 하나가 사람들을 살려놓은 것이다.
이곳에서 씨앗이란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다.


p66
"남부 아프리카에 무슨 일 났어요?"
무슨 일이라니. 거기가 바로 서울시 인구보다 훨씬 많은 1천 3백만명이 굶어 죽고 있는 초대형 긴급구호 현장이다. 사람의 목숨도 환율처럼 1달러 대 1천원, 1달러 대 3만 리라 하듯, 그 값이 각각 다른 걸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13명만 죽는다고 해도 전 세계가 들썩거렸겠지만 남부아프리카에서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아사 직전인데도 세계 언론은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그러니 한국에서인들 이곳에 무슨 일이 났는지 알 수가 없다. 나 역시 이일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현장이다.
이번에 가는 곳은 말라위와 잠비아. 기근 구호가 절박한 남부아프리카 6개국 중 두 나라다. 뭉뚱그려 기근 현장이라 부르지만 엄격히 말하면 굶주림과 더불어 에이즈라는 괴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곳이다.
아프리카 하면 드넓은 초원, 동물의 왕국, 빨간 옷의 마사이족,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와 빅토리아 폭포 등 이국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을 8개월 넘게 여행한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긴급구호를 시작하고부터 아프리카의 키워드가 내전, 굶주림, 대규모 난민, 막대한 외채, 그리고 에이즈 등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직업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두 번째 현장인 이곳은 먼저 다녀온 아프가니스탄과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아프가니스탄 구호는 워낙 잘 알려져 그 자체로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현장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마치 벽하고 얘기하듯 막막하기만 하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나? 생명의 반대 역시 죽음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외면하는 곳이라도 식량이, 깨끗한 물이, 기초 의약품이 없어서 사람이 죽어간다면 우리는 달려가야 한다.
이런 '외면당한 현장'을 구호하려면 우선은 대중매체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것도 전방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해야만 사람들이 '아, 그런 일이 있구나' 하는 정도니, 나 혼자만으로는 당연 역부족이다.
그러나 아무리 육중한 쇳덩이로 만든 문도 작은 열쇠 하나에 열린다.
그 문을 여는 것은 힘이 아니라 꾀다.


p185
네팔은 분쟁 지역에서 무장 세력과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 본격적으로 훈련받고 실습하기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다. 이번 파견 근무를 계기로 내 전문 영역이 홍보에서 물자 배분으로 바뀌었다. 한국 사무실은 그동안 국제 기준에 익숙한 물자 배분요원이 없어서 대규모 물자를 기증 받았을 때 직접 수행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북한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긴급구호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물자 배분 전문 인력이 꼭 필요하다는 지도부의 판단도 있었다. 전문 능력을 키우려면 훈련과 실습은 필수. 마침 아시아 물자 배분 담당이 나와 잘 알던 조지라 그가 나를 네팔에 갈 수 있도록 애써주었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국제 기구에서도 시스템이 일하는 것 같아도 개인적인 네트워크가 결정적인 때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p187
벌써 10년도 지난 일이구나. 내 세계 일주의 첫 번째 나라가 다름아닌 네팔이었다.
가장 힘이 왕성할 때 가장 힘든 곳을 먼저 가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몇 개의 트레킹 코스를 엮어 해발 4천, 5천 미터의 히말라야 산속을 한 달 이상 실컷 누벼볼 생각이었다. 어릴 때부터 꿈에 그리던 희말라야 산맥을 걷는다는 기대와 흥분도 최고조였다. 등산이라면 걸음마 할 때부터 한 일이라 자신 있었다.
오죽하면 내 별명이 산다람쥐일까.
그런데 이게 웬일! 트레킹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못 되어 복병을 만났다. 고산증이 난 것이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고 영하 15도가 넘는데도 온몸에 불이 붙은 듯 더웠다. 한시바삐 산을 내려가서 몸을 추스려야 하지만 나는 이미 탈진한 상태여서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었다. 네팔인 안내자 겸 포터는 얼른 주머니에서 마늘을 꺼내 찧어서 입에 물게 했다. 고산증에 특효란다. 그러고는 이마에 끈을 걸어 나를 둘러업고는 100미터쯤 가서는 나를 내려놓고 다시 돌아가 배낭을 가져오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며 하산했다. 내가 그의 등에 여러 차례 마늘을 토해놓아도 싫은 표정은커녕 "잘 참았어요.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돼요"라며 나를 격려하고 안심시켰다. 나는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그렇게 포터의 이마에 업혀 무사히 산을 내려왔다. 며칠 후 내가 다시 트레킹을 시작하자니까 두말없이 내 짐을 이마에 이고 성큼 앞장서던 몸집 작은 그 포터, 나중에 알고 보니 가다 또 고산증이 날까 봐 몰래 주머니에 두둑하게 마늘을 준비해두었단다. 다행히 그 후로는 마늘의 도움 없이 예정했던 트래킹을 무사히 끝냄으로써 세계 일주의 첫 장을 멋지게 장식했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나에게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그는 쑥쓰러워했다.
그때 나는 아주 짠순이 여행을 하고 있었지만 감사의 표시로 이 친구에게 근사한 저녁과 함께 튼튼한 등산화를 사주고 싶었다. 등산화는 꼭 필요하던 거라 받겠는데 그 대신 저녁은 자기네 집에 가서 먹자고 했다. 못 이기는 척 따라가니 그 집 엄마는 나를 보고 산에서 고생한 얘기를 들었다면서 영양 보충하라고 집에서 키우던 닭을 잡아 카레 양념을 듬뿍 얹어주었다.
내가 앞으로 긴 여행을 할 거라니까 힌두교 신자인 그 집 아버지는 인주같이 빨간 가루에 쌀을 섞어 내 이마에 붙여주며 여행의 안전까지 빌어주었다. 한 명 한 명 모두 고마운 가족이다.
그 후 지금까지도 나는 네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고 만나면 반갑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잘해주고 싶다.

몇 년 전 한국에서 네팔인 두 명을 만났다. 우리 집 앞 가게에서 과자로 끼니를 때우고 있던 이십대 초반의 노동자였다. 한 달에 두번 쉬는데 쉬는 날에는 공장에서 밥을 안 주기 때문이란다. 월급 중 5만 원만 빼고 모두 본국으로 보낸다니 밥 사먹을 돈이 어디 있으랴. 우리 집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뭘 먹고 싶냐니까 계란프라이란다. 그래서 달걀 한 판을 사서 30개 전부를 부쳐주었더니 숨도 안 쉬고 말끔히 먹어치웠다. 밥 먹고 나서 뭐가 제일 하고 싶냐니까 목욕이란다. 공중목욕탕 값이 너무 비쌌던 모양이다. 그날 저녁 조카들이랑 어울려 요란하게 목욕하고, 몇 마디 못 하는 한국말과 영어를 절묘하게 섞어 한바탕 이야기꽃을 피우다 돌아갔다.
그날 이후 그 친구들은 휴일은 물론 설날이나 추석도 우리 집에서 보냈다. 올 때마다 뭘 먹고 싶냐면 예외 없이 계란프라이. "그래, 그걸 못 해주랴. 너희들 네팔로 돌아갈 때까지 올 때마다 한 판씩 부쳐주마.' 이건 순전히 나에게 순수한 친절을 베풀어준, 그 고마운 포터 때문이다. 사람 심리가 이렇다. 단 한사람 때문에 어떤 나라 사람 전체가 고맙고 좋기도 하고, 반대로 그 나라 전체에 거부감이 생기며 꼴 보기 싫기도 하다. 대단히 단면적이고 다분히 감정적이지만 이게 인지상정이다. 이러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한민국 대표라고 할밖에.

우리는 또한 각자 속해 있는 분야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중 한 사람만 잘못해도 그 분야 사람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욕하고 믿지 못하게 되지 않나. 나 한 사람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싶겠지만 바로 그 한 사람이 자기 나라와 자기가 속해 있는 분야의 호감도와 이미지를 좌지우지한다. 나 역시, 네팔에 있는 동안 '비공식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점을 잊지 않을 작정이다.


p197
다시 한 번 라주 대령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썩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눈매가 서늘하고, 웃는 모습도 천진하다. 무엇보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품위가 배어나왔다. 신기하다. 도대ㅔ 그 품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군인라는 직업이나 지휘관이라는 직책은 아닐 거다. 군 지휘관이라고 모두 라주 대령 같지는 않을 테니까. 사람의 품위를 결정하는 게 외적 조건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그럼 답은 분명해진다.
결국 품위는
자기 존재에 대한 당당함,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통제력,
타인에 대한 배려 같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오는 거다.
이것이 없다면 왕이라도 전혀 품위가 안 날 것이고, 이것이 있다면 일개 농부라도 품위가 넘칠 것이다. 나는? 난, 아직도 멀었다. 저 소프트웨어가 대단히 탐나지만 하루아침에 얻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p206
'탁, 탁, 탁.'
주물라에서의 나의 일과는 남자 가정부 나렌드라의 장작 패는 소리로 시작된다.
그 소리는 앞으로 20분 후면 우유를 듬뿍 넣은 홍차를 마실 수 있다는 신호다.
얼른 일어나 세수하고 대충 옷을 입은 후 앞마당으로 나간다. 새벽 6기, 마을이 훤히 내다보이는 마당에서 에쁜 아침을 맞는다. 아직 완전히 밝지 않아 푸른색을 띤 해발 4천 미터급 산들이 사방에 병풍처럼 들러 있다. 아랫마을에서는 밥 짓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어디선가 일찍 깬 새들이 즐겁게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마당 가득 피어 있는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꽃들이 이제 막 봉우리를 펼치려는 시간, 이 시간은 내가 하느님과 은밀히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날의 성경구절을 읽고 묵상을 한 후 기도를 하고 있으면 나렌드라가 뜨거운 밀크티와 사과 한 접시를 가지고 나온다. 달콤하고도 따뜻한 차 한 잔의 온기와 향기가 쌀쌀한 새벽 공기로 약간 곱아진 손과 몸에 당장 엔도르핀을 불어넣는다.
그때쯤이면 부지런한 윗마을 사람들은 벌써 가축을 몰고 꼴을 베러 오고, 산 중턱에 사는 사람들은 아랫마을로 일하러 내려온다. 돌산을 깨서 그 등짝만한 돌을 이마로 지고 산 밑으로 옮기는 어린 여자아이, 남자아이 들도 지나간다. 우리 집 꽃나무 울타리 앞을 지나가는 사람마다 "나마스테" 아침 인사를 건네면, 바로 "나마스테" 수줍은 인사가 되돌아온다.
매일 새벽 6시부터 8시 반, 이 시간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두 시간 반 동안 나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묵주신공을 바치든지,
기도하고 싶은 사람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는 호명기도와 중보기도를 하든지,
기도할 무드가 아니면 책을 읽든지,
그것도 아니면 일기를 쓴다. 특히 이때는 글이 참 잘 써진다.
마치 누군가 불러주는 걸 그냥 받아쓰는 것같이 술술 써지는 게 신기하다.
실제로 주물라에서는 일기장으로 두꺼운 대학 노트 한권을 다 쓰고도 모자랐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모두 고품질 아침 명상 시간 덕이다.
8시반이 지나면 언덕 밑 초등학교로 등교하는 아이들의 떠느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 직원들이 하나 둘 출근하기 시작한다. 이때쯤 되면 이미 햇살이 너무 눈부셔 더 이상
마당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그러면 집 안으로 들어가 홍차를 한 잔 더 마시고는 나도 출근 준비를 한다. 그런 날 보고 나렌드라가 눈을 치켜뜨며 소리를 지른다.
"왜 아침밥은 안 먹는 거예요?"
"도대체 내가 뭘 만들어주어야 먹겠냐구요?"
"밥 대신 사과랑 당근만 먹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나렌드라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한 줄 오솔길을 따라 사무실로 간다.
업무 시간은 9시부터 6시까지. 일을 방해하는 건 전기다.
마을 발전소로 공격당해 자체 발전기를 쓰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시끄러운지
온 동네가 쩌렁쩌렁할 지경이라 아침 두 시간만 쓰기로 했다.
그 사이 컴퓨터와 디지털카메라 베터리를 충전하고, 프린트와 복사도 빨리빨리 해야 한다.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이 층 내 사무실에서는 아침마다 15분간 각 부서장 회의가 진행된다. 업무 파트별로 전날 업무 보고를 하고 그날의 일을 서로 점검한다. 그리고는 각자의 업무로, 이 지역에서 우리 단체는 식량 배분과 함께 이동 보건소 및 직업 훈련소 운영, 그리고 소자본 창업 지원 등의 일도 하고 있다. 금요일 오후에는 전 직원 미팅이 있다.

나는 월, 수, 금 오전에는 식량을 배분하고, 화요일이나 목요일 오전에는 공항에서 비행기로 실어논 쌀부대가 우리 창고까지 잘 운반되는지 관리 감독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사업 마을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한다. 오후에는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거나 방문한 외부 손님들을 맞거나 보고서 작성 등 볼 일을 본다.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팩스 한 통, 이메일 한 통이 없다. 위성전화가 있지만 수신 상태가 몹시 나빠 일주일에 두 번만 카트만두 본부와 연결되어도 대만족이다. 처음엔 몹시 불편할 것 같았는데 천국이 따로 없다.
일의 집중도가 100퍼센트다. (참 부러운 마음가짐이다.)
그렇게 일하다 눈이 아프거나 싫증이 나면 옥상으로 올라간다.
거기서는 언제든 잘생긴 산과 아랫마을을 볼 수 있고 파란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도 볼 수 있어 눈과 마음이 단박에 시원해진다. 윙 윙, 전깃줄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나면 이제오후가 되었구나 한다. 주물라는 지형상의 특징으로 정오부터 해 질 때까지 바람이 몹시 분다. 맞바람을 맞고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세다. 그래서인지 주물라라는 이름의 뜻이 '바람의 문'이란다. 덕분에 빨래는 무지 잘 마른다.

p214
"애썼다" 한 마디면 족하옵니다.

눈을 들어 산을 보아라. 너의 도움이 어디서 오나?
천지 지으신, 너를 만드신 야훼께로다.
네 발이 헛디딜까, 야훼 너를 지키시며 졸지 아니하시리라.
너를 지키시는 자는 졸지도 잠들지도 아니하신다.
야훼는 너의 그늘, 너를 지키시는 자는 항상 네 오른편에 서 계시어
낮의 해와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못하리라.
야훼께서 너를 모든 재앙에서 지켜주시고 네 목숨을 지키시리라.
떠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너를 지켜주시리라.
이제로부터 영원히 너를 지켜주시리리라.

시편 121편

사방이 산으로 둘어싸여서일까, 아침 기도는 언제나 시편 121편 '순례자의 노래'로
시작하게 된다. 한 달이 넘었는데도 질리기는커녕 소리 내어 외울 때마다 온몸이
찌릿찌릿하다. 이곳은 이미 해발 4천 미터, 하늘이 가까워서인지 기도가 참 잘 된다.
내 기도를 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하느님이 내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가도 귀 기울여
듣게 된다. 그분은 아침, 저녁 만나면서도 만날 때마다 반갑고 새롭다.
기도가 끝날 때쯤은 아쉽기까지 하다.
이렇게 나는 그분과 매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하느님,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 아침, 이렇게 기도 드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말씀이 적혀 있는 성경책, 그리고 자연이라는 성경책을 한꺼번에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가족, 제 친구들, 제 팀원과 전 직원들의 건강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느님, 이 아름다운 네팔을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우리 나라와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오니
부디 간청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기억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저를 세계 곳곳에 보내셔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합니다. 왜 저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이토록 좋은 기회를 주시는 건가요?
왜 저를 택하셨을까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얼마나 허술한지 누구보다도 잘 아시면서
계속 일을 맡기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하느님, 제가 힘은
부족하지만 있는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제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무조건 하느님한테 딱 달라붙어 있어야 해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라는 말, 한시도 잊지 않으면서요.

컴퓨터가 아무리 최신 성능과 온갖 기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전깃줄을 통해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그저 네모난 쇳덩이에 불과한 것처럼,
저 역시 제 에너지의 원천인 당신과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하느님, 저의 재능도 건강도 시간도 모두 당신께 받은 것이니
제것이 아니옵니다. 제 생명 역시 제 것이 아니옵니다. 바라옵고 원하옵기는
저이 모든 것으로 당신의 이름을 가리는 일이 아니라,
기리는 일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해주시옵소서.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서, 기쁨과 충만함과 함께 고난과 시련도 있을 것이라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시키는 일이라면,
'저요, 저요, 제가 할래요'라며 기꺼이 하겠습니다.
맡기신 일이라면, '이런 것쯤, 괜챦아요'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즐겁게 하겠습니다.
하느님, 제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하오리까? 저를 온전히 바치오니 준비하신 대로
쓰시옵소서. 순종하겠나이다. 저는 당신의 "애썼다" 그 한마디면 족하나이다.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p216
시골 마을 현장 방문을 가게 되었다. 명색이 오지 여행가인 나도 주물라 정도면 망설임 없이 오지로 쳐주는 곳이건만, 더 산골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곳도 뉴욕이나 서울보다 번화하고, '없는 거 없이 다 파는' 세계의 상업 중심처럼 여기고 있다. 네팔이 오지 '나라'라면, 주물라는 오지 '지역'이고, 이 지역에서도 제일 오지, 그야말로 '오지의 제일 끝동네'가 바로 우리가 지금 가려는 마을들이다.
주물라 읍내부터 걸어서 최소한 4일은 걸리는데, 시골 마을 20여곳을 직접 방문하여 현황 조사, 사업 평가 및 보고서 작성을 하게 된다. 방문 기간은 10일. 같이 가는 5명에 나렌드라도 끼여 있다. 나렌드라는 이번에 식사 및 장비 담당 외에 현지 코디라는 중책을 맡았다.
기려는 지역이 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가정부에서 임시 직원으로 한 단계 신분 상승을 한 셈이다. 영어 공부도 계속할 수 있으니 더욱 잘됐다.

-그녀의 일에 대한 태도-

이곳 직원들은 한 번도 국제 기준에 맞추어 사업 평가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관련 내용에 대해 차트와 도표까지 정성껏 준비해 떠나기 직전 이틀 동안 특강을 했다. 이런 교육에 목말랐던 직원들의 반응은 역시 진지하고도 뜨거웠다. 출장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이런 교육을 한 것은, 나도 예전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할 때 누군가의 아주 작은 도움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곤 했기 때문이다. 몇몇 현장에서의 내 경험이 충분하거나 완벽할 리는 없지만 그 일천한 경험이 그 일을 처음 해보는 누군가에게는 어떻게든 보탬이 될 거라고 믿는다.
게다가 여태껏은 피교육자였는데, 교육자로서 현지인 역량 강화에 일조를 했다는 점도 뿌듯하다.
* 현장 방문을 끝낸 후에 다시 한 번 마무리 교육을 하기로 약속하고 길을 떠났다.
(마무리 교육이라니.. 그녀의 태도에 감탄. 처음 읽었을 때로 이 책의 중반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지. )

p227 228 229
*초라한 화분에서도 꽃은 핀다.
맹세코 나는 내가 지도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자칭 타칭 지도자라는 인물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다. 표리부동에, 언행불일치에 이기기만 하면 된다며 온갖 반칙을 범하는 수많은 자들을 지도자라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그런데 나더러 지도자라니, 큰일 났다. 지도자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아 한 번 있었구나.

지난 봄에 베란다의 화분을 정리할 때의 일이다.
꽃봉오리가 맺혀 있지 않은 화분을 다 버리려니까
옆에 있던 큰언니가 미처 올라오지 못한 게 있을지도 모르니 며칠만 더 두고 보자고 했다.
그런데 글쎄 이 주일 만에 베란다 가득 꽃들이 활짝 피어나는 게 아닌가.
저걸 버렸으면 어쩔 뻔했나. 그러나 그때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이파리만 남아 있는 화분에 그렇게 예쁜 꽃이 숨어 있었을까.
이파리만 남아 있는 화분에 그렇게 예쁜 꽃이 숨어 있을지.....
그러나 눈 밝은 사람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싹이 앞으로 크고 소담스러운 꽃을 피울지,
또 어느 한철 자기 혼자 피었다가 지는지,
피고 나서 많은 씨를 맺어 널리 퍼뜨릴 수 있는지.
그때 초라한 화분 안에서 활짝 핀 꽃을 보는 것이 바로 지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피어 있는 꽃을 보는 것이 바로 지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피어 있는 꽃을 알아보는 것은 누군들 못 하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잠재력을 보고 밀어주는 사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합산으로 사람을 보지 않고
그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합산이라고 믿어주는 사람이 지도자일 거다.
그 가능성을 발견하면,
어린 싹일 때는 비바람을 막아주고 물도 주는 사람.
그러다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시련을 이기며 혼자 크는 모습을 뒤에서 응원하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찍히는 건' 정말 일생일대의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내게도 이런 은인들이 계시다. 한 분은 우리 양아버지.
또 한 분은 월드비전 오재식 전 회장님이시다. 지금도 궁금하다. 전 세계를 돌아다녔을 뿐,
업무 능력이 하나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서 도대체 무엇을 보셨기에
긴급구호 팀장이라는 중책을 맡기셨을까. 나중에 듣기로는 나의 영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데 그런 부담까지 안으면서 나를 택하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물어보면 오 회장님은 늘 싱긋이 웃으며 대답하신다.
"싹이 보이던걸. 그러나 한 선생 부디 겸손하시오. 아직도 갈 길이 머니까."
나는 오 회장님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더 열심히 일할 거다. 그래서 이런 말씀, 꼭 듣고 싶다.
"한 선생, 참 잘했소이다. 자랑스럽소이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우리 양아버지나 오 회장님처럼 '싹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분들이 내게 했듯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날개를 달아줄 차례가 된 것이다.

내일이면 네팔을 떠난다.
이곳에 온 제일 큰 목적은 물자 배분 훈련과 실습이었는데, 일을 배웠을 뿐 아니라
가르치기도 했으니 목표 달성이다. 그리고 일 외에 산을 실컷 걸은 것, 일기를 많이 쓴 것, 깊은 기도를 드린 것,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그에 못지않은 수확이었다.
돌아보니 이번에도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고 간다. 잔소리꾼 나렌드라, 멋있는 라주 대령, 올리비아 핫세처럼 예쁜 얼굴의 딜리안 내 그리움을 엄마 아빠에게 전해주겠다던 왕할머니,
그리고 내 혈압을 올리기도 하고 마음을 녹이기도 했던 주민들.... 10년전 트래킹 포터 덕분에 시작된 네팔과의 정겨운 인연은 이번에도 이렇듯 풍성하게 영글고 있다.
모두모두 다시 만날 때까지 나마스떼!

*그녀의 글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어느 문장만 떼어내면 전체적인 그림을
읽어내는 즐거움이 감소 된다. 그래서 요약문장으로 선택한 글을 치다보면 전체 구절을
찾아 치게 된다.

p232
세계의 화약고
팔렛타인. 이스라엘

도대체 팔-이 문제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


그동안은 평화롭게 같이 살았는데 갑자기 왜 전쟁이 일어나고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진 것일까? 사람들은 말한다.
이건 이스라엘의 유대교와 팔레스타인의 이슬람교 간의 대립이라고.
현장에 가보면 이 문제는 종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서구 사회가 문명의 충돌이니 뭐니 하며 전 세계를
기독교 문화권과 이슬람 문화권으로 나누고, 이교도인 모슬렘을 악의 근원으로
여기는 것은 서방 언론들의 무책임한 이분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양측 누구도 종교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관한 어떤 협상이나 합의에도 종교가 언급된 적이 없다.
내가 만난 팔레스타인인들 가운데 유대교인이 밉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삶을 파괴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을 미워할 뿐이다.

아마추어의 눈으로 봐도 이건 명백한 영토 분쟁이다.
한쪽에서는 우리가 대를 이어 살아온 땅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수천 년 전에 우리에게 예정된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분쟁의 시작과 끝은 땅 때문이고, 그 땅에 누가 사는 것이 옳은가 하는 주권의 문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자기네 역사에 씌어 있다며 2천년간 다른 곳에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곳 사람을 몰아내고 들어와 살겠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을 국제 사회가 묵인한다면 우리도 고구려 광개토왕 시대의 영토까지를 한국 땅이라고
할 수 있고, 몽골은 중국과 이란을 넘어 바그다드까지 자기 영토라고 주장해도 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잘 들여다보면 이곳은 영토뿐만 아니라 우리의 남북 문제처럼 강대국의 정치적 역학 관계와 맞물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1인당 국민 소득이 한국보다 높은 1만 4천 달러의 부자 나라다. 그런데 미국의 대외 원조를 가장 크게 받는 나라는 아프리카의 최빈국이 아니라 바로 이스라엘이다. 미국 대외 원조 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천문학적인 액수다. 그러나 미국도 이해관계가 없다면 국제 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렇게 이스라엘에 공을 들일 리가 업삳. 즉 미국은 석유로 세계 패권을 장악할 수 있는 중동 지역을 이스라엘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장악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서 그렇다지만 아랍권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팔-이 문제애 관해 왜 이스라엘에게 편파적일 만큼 호의적인 걸까? 유대인이 미국 언론계를 장악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겠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을 대상으로 동유럽과 독일, 소련에서 벌어진 홀로코스트(대량 학살)에 대한 죄의식도 한 몫 한다고 한다.

또 기독교적 배경도 무시 못 할 요인일 거다. 많은 서구 유럽 국가들의 문화적 배경이 기독교인 만큼 이슬람교보다 유대교 쪽에 교감과 공감의 폭이 큰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까.

이렇듯 편파적인 호의와 동정심과 대 언론 플레이의 결과는 전세계 사람들이 이 지역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인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언론들은 '시위 진압, 안전장벽, 테러리스트'처럼 이스라엘 측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쓰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진실 왜곡의 길로 빠지는 것이다.

p283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이 떳떳함과 만족감, 일에 대한 자부심 외에 특별히 뭘 얻을 생각도 없고 무엇을 더 얻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혹시 하나를 더 원한다면 워리 조카들과 형제들에게 당당한 꼬미야, 동생, 누나가 되고 싶다는 거다. 그러나 엄마 아버지의 딸, 한국의 딸로만 머물기는 싫다. 한국은 나의 베이스캠프일 뿐이다. 이왕 세상에 태어나고 세상으로 나섰으니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서 온 세상의 딸이 되고 싶다. 세계를 무대로, 세상 사람들을 모두 친구로 형제자매로 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는 세상이 만들어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 수가 없다. 안전하고 먹이도 거저 주고 사람들이 가끔씩 쳐다보며 예쁘다고 하는 새장 속의 삶, 경계선이 분명한 지도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다. 그 안에서 날개를 잃어버려 문이 열려도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새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다. 나는 새장 밖으로, 지도 밖으로 나갈 것이다.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다닐 거다.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하고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것은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이자 수업료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를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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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품위는 자기 존재에 대한 당당함,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통제력, 타인에 대한 정직함과 배려 같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오는 거다(p197)

왜 계속하고 싶은 건데 답은 아주 간단하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다.(p282)

하기로 한 일을 끝까지 할 자신은 있다. 그 일을 하면서 내가 가진 어떤 힘도 아끼지 않을 자신도 있다.(p282)

'저 사람이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 그 말은 믿어도 좋아'라는 말은 내가 받고 싶은 최고의 찬사이다.(p283)
다른이가 길어낸 구절..


* 영업발령을 기다리면서 자신감없이 영업할 수 없음을 느꼈다.
자기 계발이라는 관점에서 이 글을 회사과제로 읽었지만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스스로에게 신뢰를 쌓아가려면 쓸데없는 호기심들을 묶어두고
초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혼자 글을 쓰다보면 처음에 머릿속에
그리던 것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다.
글에 몰입되어있지 않아 글을 쓰면서 몰입으로 가게 하는 과정이
그대로 글에 씌여진다. 긴장감없이 글을 쓰려고 노력하다 보니 더한것이다.
컴퓨터에 글을 쓰면 긴장감을 가지고 쓰게 되고 초점을 맞추려고 하다
보면 자기검열이 지나치게 되서 쓸 수 있는 내용이 한정되고
그러다보면 이 글을 쓴 동기들을 모두 빼버려 맹탕 글이 된다.
그렇게 장황하다보면 볼장 다 보는 것이다.
어떻게하면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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