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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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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3일 11시 29분 등록

 <힘든선택들> Tough Choices 칼리 피오리나, 공경희 역, 해냄


 

 

책을 읽고 나서

 

“…..두려움에 평생 젖어 살아온 터라 두렵지 않았다. 난 옳다고 생각한대로 행동했다. 내가 믿는 것에 모든 것을 바쳤다. 실수도 있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내가 한 선택과 그 결과를 평온하게 받아들였다. 내 영혼은 여전히 나의 것이었다.” ---프롤로그 마지막 문단

 

“…나는 살면서 난 두렵지 않아란 말을 여러 번 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그 말을 되뇌었다. 그리고 오늘, 정말 그렇다는 걸 안다. 내 영혼을 나의 것이다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수영장에 울린다. 아이들(손주들)이 풀에서 다이빙을 하는 바람에 종이에 물이 튄다. 2005년이 마무리되는 지금, 내가 바라던 것을 얻었다는 것을 안다. 내 삶은 자연스런 기쁨의 순간으로 충만하다. 나는 행복하다.” ---에필로그 마지막 문단

 

칼리, 이사회가 최고위직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어요, 미안해요.”

 

이사회가 느닷없이 그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그에게 미리 알려주거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 자신, 이런 식으로 끝날 줄은 정말 몰랐다. 그 동안의 힘든 작업에서 회사는 엄청난 이익을 얻을 찰나에 있었다. 이사회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는 팀들을 모아놓고 우리가 함께 이룬 성과가 얼마나 대단하고 자랑스러운지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그러나 이사들은 그에게 감사인사는 커녕 작별 인사도 하지 않았다.

 

2005 2 9 공식발표가 있었다. 예상한대로 언론은 큰 뉴스거리로 떠들어댔다. 그는 여성이었고, 그 동안 근거없이 수많은 비난에 시달렸던 터였다. 외로웠다. HP CEO로 일한 지난 6년의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신뢰했던 이사들이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진실을 말해주는 정도의 존중심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데 그는 커다란 배신감을 느꼈다.

 

그는 책을 썼다. 마음을 추스리고 시작한 원고는 같은 해 말에 완성되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이 멋진 댓구, ‘내 영혼은 나의 것이다라고 다시 선언하는 그는 이제 상처를 딛고 내면으로 더욱 깊어졌다. 배신감에 대한 그 식의 복수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상대를 찌르는 정공법보다 더 예리해보인다. 그는 역시 남다르다. 이 책을 완성하는 힘에서, 그리고 멋진 댓구로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하는 센스에서 여전히 그의 CEO적 카리스마와 현명함을 본다. 그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다시 슬기롭게 자신의 방식대로 넘어선 것이다.

 

에필로그를 읽고

 

억울하게 HP CEO자리를 물러난 그는 배반감을 깔끔히 정제하고 넘치지 않게, 공감을 끌어내는 글을 썼다. 자신을 해명하기 위해 책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해도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수고와 고통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요즘 책을 하나 써보려고 애쓰는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책 쓰기의 고통에 완전히 눌려 버렸다. 그는 훌륭히 해냈다. 치욕의 해가 저물기 전에 원고의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상사는 책임을 더 많이 지는 사람이라는 소신을 가졌떤 그답게 그는 이 책 한 권으로 자신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책임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어쩌면 방어 본능으로 시작한 일이 정작 글을 쓰는 동안에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더할 수 없이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말로 하는 것에 비하면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놀랍다(28)’고 고백한 그의 글에 대한 숭배가 이렇게 좋은 책을 쓰게 하는 힘이었을 거라고 믿는다. 일기를 열심히 쓰고 친구들에게 긴 편지 쓰는 것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과 일주일에 1,000쪽을 읽고 2쪽 분량의 핵심만 정제해내던 스탠포드 대학시절의 글쓰기 훈련도 그가 기성작가 뺨치게 훌륭한 글을 쓰게 도왔을 것이다. 한 가지를 잘하는 사람은 결국 다른 것도 잘한다는 것을 여기서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과 성실의 문제라는 것을 

 

어떻게 책을 집필했는가(보겔스타인과의 인터뷰)


보겔스타인: 이 책을 직접 쓴 이유는 무엇인가?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인 나도 이러한 종류의 고통 속으로 자신을 몰아갈 준비가 된 경영자들은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칼리: 고통스럽다기보다는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작가니까 잘 알겠지만, 그건 많은 훈련을 요했다. 나는 이 일을 하며 작가들을 매우 존경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직접 쓴 이유는 일을 완수하기에 그것이 가장 진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내가 진실로 믿는 것과 내가 정말로 이루어놓은 일, 그리고 나의 진심을 대변해주기를 바랐다. 내 자신의 목소리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나를 왜곡되게 그린 수많은 이야기들과는 반대로, 나는 꼼꼼한 사람이다
.
보겔스타인: 캐서린 그레이엄(故 워싱턴포스트지 사주)이 자신의 자서전을 내놓았을 때에는 자료조사 방면에서 도움을 받았던 걸로 안다. 당신도 그렇게 했나, 아니면 그 모든 일을 혼자 다 했나
?
칼리: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했다. 막대한 양의 자료를 갖고 있어서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자료에 미비한 점이 있으면 그 점을 채워줄 사람들을 찾아가 묻곤 했다. 나를 위해 이 책을 읽어주고 미비한 점을 지적해주며 코멘트를 해 줄 사람들은 있었다. 그러나 조사를 도와준 사람은 없었다. 나는 실리콘 밸리에 있는 내 집 차고에 작업대를 차렸다
.
보겔스타인: 그래서 얼마나 오래 걸렸나
?
칼리: 다 합쳐 약 6개월이 소요됐다.

 

 

번역자ㅣ 경희

 

20년간 번역자로 일했다. 얼떨결에 시작한 번역이 이제는 운명이 되었다. 대학시절 활달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할 수 있는 기업체에 취직했다. 대기업 홍보부였다. 반 년 동안 유니폼 입고 명찰 달고 근무하며 한 일이라곤 복사하고, 계열사 임원 사진 정리, 회사관련 기사 살펴보기 같은 일들 뿐이었다. 출근하면 퇴근시간만 기다렸고 퇴근하면 출근할 걱정이 앞섰다.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그것은 그가 생각한 직장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인가를 창출해내는 활기찬 생활이 전혀 아니었다. 결국 사표를 냈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궁리하던 와중에 번역 일거리가 들어왔다. 그냥 해봤다. ‘영어 문장을 들여다봐야 하는일이 재미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 흐믓한 경험이었다. 그것으로 끝일 줄 알았다. 그런데 마침 저작권협약이라는 것이 발효된 시기였고 대형 타이틀을 독점하고 번역자를 물색하던 한 대형출판사에 그 책이 흘러 들어갔다. 연락 받고 달려간 그에게 덜컥 한 권의 책이 주어졌다. 그 책은 그 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는 매우 흥분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그는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그의 변역은 언제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 책 역시 그의 문장과 함께 더욱 빛난다.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20년 동안 그가 번역한 책은 100권이 넘는다. 2개월에 한 권 꼴로 번역한 셈이다. 그의 번역서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정제된 문장들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여자들의 성실성(자꾸 편을 가르는 것을 용서하시라, 피오리나가 삼킨 쓴 눈물이 아직 내 안에서 마르지 않았기 때문이니), 그것이 죽인다.

 

저자 소개


두통
 

'행복해지려거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쓰면 안 된다'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내게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점이 왔다. 마음을 정하니 두려움은 물러갔다. 그날 나는 스스로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 선택하기까지 많이 외로웠고 선택 후의 결과가 두려웠다.

나는 일찌감치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은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아버지는 캘버트라는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열두살이 되던 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족은 큰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졌다. 형 마빈 마저 독성 감영으로 죽자 아버지는 집안에 유일하게 남은 남자가 되었다. 아버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아버지는 머리를 쓰는 일에 자신의 장래가 걸려있다고 믿고 캘버트를 벗어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해 로스쿨에 등록했다. 그리고 그는 2차 대전 중에 공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프랑스 출신의 우아한 어머니와 포드 자동차 조립공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어머니는 오하이오 로스포드에서 살았다. 그런데 어머니 10살 되던 해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바로 재혼했다. 고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어머니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했으나 딸이라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고향에 남아 결혼을 해야한다는 것이 할아버지의 생각이었다. 어머니의 생각은 달랐다. 어머니는 어느날 작별인사도 없이 고향을 떠났다. 18살에 육군여군부대에 입대한 어머니는 텍사스 공군기지인 세퍼드 필드로 갔고 거기서 부대장의 비서가 되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만난 것도 그곳이었다.

두 분은 자신들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과 자식을 위해 더 나은 삶을 꾸리겠다고 결심했다. 두 분다 더 좋은 교육으로 나은 삶을 모색해야한다고 믿었다. 아버지는 법학 교수가 되었고, 자식들도 공부로 성공하기를 바랬다. 나는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늘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집안 사람들의 외교관이 되었다.
그분들이 기대하는 것은 분명했다. 두 분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내가 딸이라는 사실은 기대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피아노 공부도 성적도 늘 유지해야 했다. 부모님은 젊은 날의 두려움과 결핍을 자식들이 겪지 않게 하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분들이었다.

대학에 진학했다. 재미있게 지낸 기억이 없다. 나는 늘 공부하고 일을 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특별한 목적이나 방향이 없었다. 여러방면에 관심이 있었고 소방관에서 댄서에 이르기까지 되고 싶은 게 많았다. 아버지는 법과 강의실을 뜨겁게 사랑했다. 그러니 별 생각 없던 내가 로스클에 진학하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머니의 뒤를 따를 순 없어도 아버지의 길을 따를 수 있었다. UCLA에 로스쿨에 진학했다. 다른 선택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내 결정에 아버지는 만족하셨고 어머니 역시 그랬다. 졸업식 날이 되자 두려웠다. 안전한 대학을 떠나는 게 겁났고, 이제 사회에 나가 나 혼자 선택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로스클에 열정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 매일 심한 두통이 찾아왔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러나 포기는 실패였다. 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집에 다니러 갔다. 당시 난 혼란에 빠졌고 두통으로 늘 괴로워 했다. 드라마틱하게 들리겠지만, 일요일 아침 샤워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몸은 몇 달간의 두통을 통해 내게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지금도 그 장면이 훤히 그려진다. 샤워실의 타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로스쿨에 다니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난 스물 두 살이었고, 인생의 목적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나 자신을 가지고 뭔가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부모님이 실망하든 아니든 내 인생은 나의 것이었다.


최고의 결정, 프랭크

 

첫 남편 토드가 신뢰를 저버렸다. 믿을 수 없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나의 재능에 분개할 수 있을까. 나는 처음으로 남자들이 유능하고 성공한 여자에게 얼마나 위협을 느끼는지 알게 되었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나는 지금의 나는 신이 내게 주신 선물이다라고 믿으며 성장했다. 내가 내 자신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하나님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배웠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러나 신은 한쪽 문을 닫을 때 다른 쪽 문을 열어주기 마련이다. 나는 마침내 토드와 결별했다. 다시는 그를 신뢰했던 방식으로 사람을 믿지 않겠노라 맹세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처음 프랭크를 본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13살에 아버지를 잃은 그는 누나들과 어머니에 둘러싸여 살았다. 프랭크는 여자들을 제대로 이해했고 제대로 평가했다. 그는 능력있는 나를 좋아했다. 그는 나의 가능성을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 짜릿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프랭크도 배신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린 상처받을까 서로 외면했다. 프랭크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그 두 딸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는 그 애들에게 사랑을 느꼈다. 그 때부터 그의 인생에 깊이 끌려 들어갔다. 부활 주일, 그가 나에게 청혼했다. ‘좋아요란 대답은 내가 내렸던 모든 결정 중에 최고의 결정이었다. 프랭크와 함께 소중한 것들이 따라왔다. 멋진 두 딸, 사랑이 넘치는 이탈리아 대가족, 전혀 새로운 삶. 25년간 우리는 함께 했고, 로웰과 크리스를 사위로 얻었다. 그들에게서 나는 손녀 카라와 모건을 얻었다.

해마다 부활 주일에 나는 나를 부활시킴에 감격하며 특별한 감사 기도를 올린다.

(칼리는 정말 훌륭한 파트너를 남편으로 둔 것 같다. 글 이곳 저곳에서 아주 조금, 스치듯이 언급하는 프랭크의 이야기에서 나는 그 둘의 이상적인 관계를 본다. 힘든 시기에 늘 서로가 함께였다는 것, 그것이 그들의 결혼을 아름답게 하는 힘이리라)
  

어머니의 죽음

 

<포춘>이 나를 비즈니스계의 최고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처음 선정했던 1998, 어머니는 이미 편찮으셨다. 어머니는 독하다고 할 만큼 독립적이었다. 자신을 돌볼 수 없어 남에게 짐이 될까 평생 두려워하며 살았다. 그런 어머니는 <포춘> 잡지를 품에 안고 내려놓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내게 말했다.

혹시 누가 아니, 어느 날 네가 HP CEO가 될지.’

어머니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른다. 나는 큰 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그건 모른단다 칼리. 사람 일은 몰라.’

그 해 11 30일 회사 비행기로 유럽 출장길에 오른 나는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혀 집에 전화를 했다. 어머니는 이미 병원 치료를 단념하고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집으로 옮겨진 후였다. 암스텔담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다시 캘리포니아로 날아갔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그이 임종을 지켰다. 온 밤을 어머니 사랑해요’을 수없이 되뇌었다. 12 2새벽 5시, 어머니는 혼수상태에서 눈을 감으셨다. 어머니의 뺨 위로 눈물 한 줄기가 흘렀다.

장례식 내내, 또 그 후 며달동안 밤마다 나는 울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저녁식사를 하고잠자리에 들어 울었다. 내가 그렇게 오래 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가끔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 어머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라 숨을 쉴 수가 없다(나 역시 가끔 거울에 비친 나에게서 사고사한 둘째 오빠의 모습을 보고 미묘한 기분에 빠진다. 그는 나와 많이 닮았다.) 매일 매일 어머니가 그립다. 나는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하도록 매일 노력한다. 내가 무엇이든 겁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어머니에게서 배웠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모든 두려움은 하찮아 보인다. 

 

마음에 들어오는글귀

프롤로그


14.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진실이 최선의 대답이라고 믿는다.

 

15. 두려움에 젖어 평생을 살아온 터라 두렵지 않았다. 난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동했다. 내가 믿는 것에 모든 것을 바쳤다. 실수도 있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내가 한 선택과 그 결과를 평온하게 받아들였다. 내 영혼은 여전히 나의 것이었다.

1.
부모님께 받은 선물

19.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는 어떻게 시작했느냐와 관계가 있다.

 

21. 아버지는 머리를 쓰는 일에 장래가 걸려있으며 캘버트를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21. 부모님은 모두 증명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이 있다고 느끼면서 성장했다. 그들은 강하고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불안정했다. 그들은 자신과 자식을 위해 더 나은 삶을 꾸리겠다고 결심했다. 두 분 다 교육과 노력으로 더 나은 삶을 모색해야 했다. 그들은 근면과 극기와 의지를 가치 있는 삶과 훌륭한 인품의 기본 요소로 여겼다.

22.
나는 두 분의 어릴 적 이야기를 알았기 때문에, 부모님을 잃을까 봐 걱정하며 자랐다. 그것은 강박관념의 수준이었다. 이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죽음은 심연에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런 꿈을 자주 꾸곤 했다.

22.
부모님에게 성공은 명성과 재력이 아니었다. 궁극적으로 성공의 기준은 개인의 품성과 인격이었다. … 성품은 모든 것이었고, 성품이란 솔직함과 고결함과 진정성으로 정의되었다. 솔직함은 진실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었고, 고결함은 원칙을 지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었다. 진정성은 믿는 것을 아는 것, 본래 모습대로 되는 것, 그 둘을 위해 싸우는 것이었다. 부모님에게 성공이란 겉모습이 아닌 내면으로 평가되었다두분에게는 늘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내가 딸이라는 사실은 기대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23. 두 분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내가 딸이라는 사실은 기대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24. 나는 일찌감치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은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늘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집안의 외교관이 되었다.


25.
모차르트의 음악은 천사같은 그 아름다움은 비현실적이었다. 성스러운 감회는 느꼈지만, 인간의 갈등을 들을 수 없었다. 베토벤의 음악에서는 고뇌와 두려움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음악은 숭고했고, 고통과 인간다움에서는 궁극적으로 승리했다.

 

25. 나는 두 분이 좋아할 만한 것만 이야기했다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분명했다.피아노 공부도 성적도 유지해야 했다아버지의 학계에서의 위상이 높아감에 따라 가족은 자주 이사했다….그렇게 이사를 다니면서 사람들에 대해 많이 배웠다. 변화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26.
어머니는 늘 손님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대답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했다.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가 자신에 대해 물어보면 좋아한다. 쏟아지는 관심에 흐뭇해 하고, 누군가 귀담아 들어주면 기분 좋아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친구들을 빨리 사귀었고, 내 위치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시간이 많이 흘러 후에 직장을 옮겨 다닐 때도, 이것이 훌륭한 경영수단임을 알았다. 그 사람들을 알기 위해 질문함으로써 존경심을 표현할 뿐 아니라 잘 들음으로써 단단한 결속을 얻게 된다.

 

27. (저녁 식탁에서 벌어지는 아버지와 제자들 간의 열띤 논쟁에 귀 기울이면서) 작지만 강력한 부족에 대한 충성심과 크지만 추상적인 국가라는 관념이 충돌할 때 국가를 세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28.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의 패턴을 감지하는 법을 배웠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움에 대한 흥분을 동시에 느끼는 것은 힘들고 초조했지만, 곧 그 감정에 익숙해졌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두려움을 지나서 흥분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과 문화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런 차이는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공감대를 넓히는 것으로 메울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28.
나는 높은 기대치의 힘을 경험했다. 나에 대한 기대가 적었다면 많이 성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는 두려움과 결핍감이 있었기에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는 것을 알았다. 살면서 마주치는 두려움과 불확실성 때문에 멈추면 안된다는 것을 부모님이 본보기가 되어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변화가 어렵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번 이탈이나 상실과 함께 큰 모험이 찾아왔다.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효과를 깨달았다.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가르쳐줄 것이 있으며 나눠주고 싶어하니까. 그러므로 나는 대단한 행운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
이방인

30.
언제나 대학원에 가는 걸 당연시했기 때문에 학부는 순수한 지식을 쌓는 시기로 생각했다. … 새로운 지식을 잡다하게 얻는 것은 들뜨면서도 겁나는 일이었다나는 내가 배우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역사와 철학이야말로 내 열정을 사로잡아버렸다.

31. ‘
자신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자신의 처지를 선택하지는 못해도 그 처지에 대한 반응은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을 그만두는 것은 죽어가는 증거다.

나는 최대한 여러 철학 과목을 수강하기로 작정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철학자들을 공부하고 싶었다. 세계를 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사상의 힘, 한 세기의 사상이 수세기 후의 사람들과 사상에 미치는 영향, 개인이 아닌 인류가 배울 수 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짜릿했다.

헤겔은 카뮈 만큼이나 내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정반합의 철학, 즉 맞선 것처럼 보이는 사상끼리 화해할 가능성은 탁월하면서도 현실적인 것으로 보였다.

32.
윤리학은 옳고 그른 데는 뉘앙스가 있어 복잡할 수 있으며, 해결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걸 배웠다논리학은 훈련받은 사고와 체계적인 질문은 해답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역사란 사람들에 대한 것이고, 변화를 이루려던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마음에 들었다. 부유하고 권력 있는 자들이 역사를 만드는 경우도 많지만, 영감을 받아서 새 길을 선택한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를 이끄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3.
사물의 핵심을 이해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은 어렵고, 많은 생각을 쏟아야 하며, 큰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배웠다.

35.
어느 주말 집에 다니러 갔다. 난 혼란에 빠졌다. 드라마틱하게 들리겠지만, 일요일 아침 샤워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몸은 몇 달간의 두통을 통해 내게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지금도 그 장면이 훤히 그려진다. 샤워실의 타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로스쿨에 다니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난 스물 두 살이었고, 인생의 목적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나 자신을 가지고 뭔가 이루려 한다면,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두통이 가셨다.

36. "
행복해지려거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쓰면 안 된다"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내게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점에 도달하니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두려웠지만 행복했다. 그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스스로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니까. 그 선택을 하면서 외로웠고 결과가 두려웠지만, 잘한 선택인 것만은 분명했다.

3.
다음 직장을 생각지 말라

39.
아무리 봐도 독립생활을 멋지게 시작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모든 과정이 승리처럼 느껴졌다. 부모님과 대화할 때마다 그분들의 염려와 실망이 마음에 걸리고 두려웠지만, 들뜬 기분이었다. 내가 해내고 있었으니까! 멋진 미지의 세계로 한발씩 내딛고 있었으니까. 난 어른이 되었다.

 

40. 내가 맡은 업무는 사무실에 앉아 손님을 접대하고 전화를 연결해 주고 넘어오는 문건을 타이핑하는 일이었다. 나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다. 업무에 능숙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직장이 있는 게 고마웠고 내게는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게 흥미로왔다. 또 상사에게 사람을 제대로 뽑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41.
일은 학문적이지 않고 추상적이지도 않았다. 어떤 일을 하면 다른 일이 벌어졌다. 그 속도가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이 느껴졌다비즈니스계 사람들을 몰아가는 것은 사실과 숫자라는 점을 처음으로 배웠다. 일부는 판단과 본능에 좌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었다. 유난히 감정과 자존심에 좌우되는 이들도 있다.

41.
다음 업무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몰두하라.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라. 각 업무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에 집중하라. 내게 기회를 줄 사람들을 찾으라.

41.
상사의 신뢰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내게서 잠재력을 보았기에, 나도 내 안에서 잠재력을 찾기 시작했다.

4.
새로운 두려움

42.
그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정확히 알았다. 자기 확신이 강했고, 내게는 편안하고 친숙했다. 아마 그 때문에 그를 사랑하게 되었으리라. 원하는 것, 가고 싶은 곳에 자신이 없는 나였기에 토드가 안전해 보였다. 지속성과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았다.


45.
누군가를 믿어줌으로써 그들이 그 자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엄청나게 뛰어난 리더십이 있는 행동이다.

45.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낼 때 가장 잘 배운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45.
그들이 내게 도움을 구하면서 두려움을 설명하자, 나는 자신감과 능력을 모두 키워줌으로써 변화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중에 리더십을 설명할 때 자주 이용하는 개념이 되었다. "훌륭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나쁜 지도자는 부하들이 경멸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우리가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 (손자병법)

47.
시간이 흐르면서, 제품을 판매할 때는 회사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또 타인과 효과적으로 의사 소통하는 방법도 익히게 된다. 야심있는 임원이라면 적어도 영업 업무 경험이 한 번은 있으리라 믿는다.

48.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일에서도 같은 유형을 보게 되었다. 두려워하는 이는 나 혼자가 아니었다. 역할 놀이에서의 나처럼, 새롭고 낯선 일에 당면하면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기 일쑤이다. 회의실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두려움을 극복할 때마다 더 강해진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사람들은 관리자가 할 일은 두려움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리더가 할 일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는다.

5.
숙녀가 일어날 때까지는

54.
반드시 넘어야 되는 장애를 항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장애를 어떻게 넘을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58.
1년 반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틀렸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는 것을 믿어야 될 때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추진하는 업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능력을 총동원한다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온다는 것도 배웠다. 기회만 쫓으면 초라해지기만 한다는 것도 배웠다. 더 힘겨운 도전이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종류에는 팀 전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그리고 프랭크를 만났다.

6.
마음이 한 선택들

60.
처음으로 남자들이 유능하고 성공한 여자에게 얼마나 위협을 느끼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직장에서는 그런 경험을 몇 번이고 해봤지만, 결혼 생활에서 현실로 드러나니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나를 사랑한다던 사람이 어떻게 내 재능에 분개할 수 있을까?

7.
얼굴 마담

68. 회사의 정치는 실제 정치처럼 권력에 기반한다. 누가 권력을 잃느냐, 누가 권력을 원하느냐, 누가 권력을 획득하느냐, 나야 권력 같은 게 워낙 없는 사람이니, 나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기에 임했다.

71. 누가 다른 목적을 위해 내 명성을 거짓으로 더럽히는 일은 다시는 당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사실 이런 일은 언제나,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나 일어난다. 조직적인 거부와 비열한 책략은 매일 벌어지는 일이다.


72.
직위의 힘을 넘어서 개인의 힘이 승리하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8. '
할 수 있다' '하겠다'

75.
뭔가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봐야 한다.

76.
회사는 아수라장이었고 그래서 흥분될 것 같았다. 어려운 업무였다. 나는 도전 대상이 필요했다내 손으로 진짜 변화를 일구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업무, 그게 내가 추구하는 일이었다.

78.
나는 이번에도 일을 시작할 때마다 취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내 밑에서 일하게 된 팀원들을 만나서 질문을 퍼부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

78.
나는 그들이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임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이 업무를 어떻게 해나가는지 알아야 하긴 했지만, 변화를 일으키려면 다른 사람이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일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81.
누구나 동기 부여가 되면 일을 더 잘하는 법이다. 그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동기를 부여 받았다.
사실과 이성을 이기기도 한다.

83.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언어 이외의 실마리를 찾는 법을 배웠다. 마음을 철저히 가려서 도저히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처음 20분 안에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고 설득할 수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머지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20분 사이에 어떤 사람이든 편견을 떨쳐버리고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할 수 있다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85.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그가 더 출중해서가 아니다.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상사가 책임을 더 많이 지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직원들을 대신해서 나서고, 그들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이들을 막아주는 것도 상사가 감당할 책임 중 하나이다.

85.
그날 나는 가끔은 사랑받는 것보다 존중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88.
그날 밤 나는 프랭크와 소파에 나란히 앉았을 때 승진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울었다. 어안이 벙벙한 그는 답답해했다. ‘왜 우는데. 이건 큰 일이야. 당신은 승진했고 엄청난 자리로 옮겨가는 거라구’…내가 운 것은 두려워서였다. 중급관리자와 상급관리자이 업무는 천양지차였다. 내가 정말 그 자리를 감당해낼 수 있을까?

 

89. "캐럴, 영혼을 팔 수는 없어요. 압박감 때문에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지 말아요. 당신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질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요. 당신이 영혼을 팔면 누구도 보답해 줄 수가 없어요." 우리는 따뜻한 포옹을 오래도록 나누었다.

90.
최선이 요구되고 부족할 수도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도전이 나온다. 그런 도전에 부딪혀 일어나는 데서 배움이 나온다. 때로는 선택에 위험 부담이 클수록 사람들에게 자신을 증명할 만한 좋은 기회가 생긴다. 또 언제나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증명해 보이게 된다. 이런 부담스러운 선택을 통해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이다.

9.
눈물을 아껴요

 

99.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한 일이다. 현실감각이 없으면 자신감은 과신이 되고 만다.

 

101. 비즈니스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회사의 목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게 옳다. 회사의 목표는 개인의 야심이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보다 중요하다.


106.
그날 밤 오랫동안 울고 나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울지 않겠노라고. 물론 남이 나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짓에도 마음을 다치겠지만, 그들의 좁은 마음이나 편견을 내 짐으로 떠안지 않으리라. 인생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특히 그렇다.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 때문에 위축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리라.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만한 이유가 있는 옳은 일에 매진하리라.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없다고, 혹은 하면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 아니, 많을 거야. 그건 그들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야. 그런 사람들이 다시는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하리라. 내 인생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 마음 역시 내 것이라고 결론지었다….휴렛 팩커드에서 위임장 다툼을 벌이는 동안 하마터면 울 뻔했다. 또 휴렛 팩커드를 떠날 때도 울음이 나올 뻔 했다. 하지만 1986년 이후 나는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해 눈물을 아꼈다. 가족, 아름다운 자연, 베토벤, 사랑하는 친구, 사람들의 선의, 그들의 지혜, 그들의 슬픔과 승리, 그런 것들을 위해서.

10.
성공의 본질

108.
지금 판을 바꾸지 못한다면, 이기는 게임을 벌일 수 가 없었다. 또 이기는 게임을 벌이지 못한다면, 아예 게임을 벌이지 않는 편이 낫다.

109.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것과 사실을 말하는 것을 보니, 그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고개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눈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는지, 목소리의 톤과 고저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들을 보고 있으려니 화가 나면서 동시에 슬펐다. 이 경험을 하면서 사람들을 찬찬히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되새겼다. 사람들의 말이 정말로 생각하거나 느끼거나 의도하는 바가 아닌 경우도 있으니까. 어떤 직업이든 상대의 말이 그가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이것을 놓쳤을 때 그 결과는 언제나 참혹했다.

110.
우리 팀은 8개 팀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셈이었다. 그 압박감이란 어마어마했다. 나는 냉정을 잃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더 열심히 일했고, 더 오래 준비했고, 예상 가능한 모든 질문에 대답했다. 그래서 중요한 모든 사실을 파악해냈다. 결국 여러 차례 나를 버티게 해준 것들에 의존해야 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으며 나와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팀원들, 우리가 당면한 현실, 모든 사건에 대배해서 부지런히 준비했다는 자신감, 누구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끈기.

111.
첫날 새 학교에 등교하면서 얼마나 끔찍했는지 기억났다. 처음으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힘들다가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괜찮아졌다. 그래서 기자 회견장에 들어가면서, 기자들과 그들이 쓸 기사를 생각하지 않고 새로 만나게 될 사람들만 생각했다.

(112)
우린 늘 '미디어'에 대해 말하면서, 그것이 언론 기관이나 기계 장치인 것처럼 느낀다. 사실 기자들도 사람이고, 보통 사람들처럼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자들도 있다. 사람들이나 기자들이나 감정에 휩쓸리며, 때로는 집단적으로 충동적인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처럼 기자들도 각자의 견해나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이야기를 다룬다.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든 아니든 간에 사실이 그렇다.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관점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기자든 기사에 어떤 내용을 넣고 뺄 것인지 결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관점을 진전시킨다.

 

112. 기자든 기자가 아닌 사람이든 할 것 없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누구나 좋은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떤 기자들에게는 좋은 이야기가 사실보다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경우 우리는 이야기와 사실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중간 직급의 여성 관리자가 권력있는 연방 정부에 맞서서 다른 여성의 명예를 보호한다.(칼리에게는 특별한 기회! 일이 잘되면 메스콤이 그녀를 엄청 홍보해주는 셈이 되니까)

116.
우리는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 이겨야 했다.

 

117. 가끔 그 10분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대표가 내가 적은 메모를 갖고 뭘 하려는지 알았더라면 아마 난 잔뜩 겁을 먹고 일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다. 또 멀리 앞을 내다보는 게 아니라 한발자국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때도 있다. 바로 이때가 당장 해야 되는 일에만 집중할 뿐, 다음에 일어날 일에는 마음 쓰지 말아야 할 경우였다.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할 때의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오직 한 사람만, 그리고 그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만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이미 터득했다.


118-119.
우리가 승리한 것은 마지막 목표를 늘 마음에 품었고 목표달성을 위해 전략과 전술을 기꺼이 수정한 덕분이었다우리는 어떻게 질까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우리는 승리를 선택했기에 승리했다.모든 승리는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다. 적당한 후원, 적합한 팀,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결단력, 열심히 쏟은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승리는 기회보다는 선택과 관련된 것이다.

11.
목적지가 아닌 여정(이 장 전체가 흥미롭다-MIT 공과대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칼리가 흥미롭게 들었던 수업 내용들을 정리해 둘 것)

122.
그곳에서 한 해를 보내면서 최고위직 임원의 삶은 다른 사람들만 누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126. 어느날 보스턴에 온 아버지에게 나도 CEO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프랭크가 여러 해 전에 예감했던 일이지만 내입으로 말한 건 처음이었다.

 

122-123 제이크 제이코비의 응용경제학 시간에 게임 이론을 배웠던 기억이 났다. 경제학 이론은 사람들이 항상 이익을 토대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단정한다. 경제적인 면에서 시장은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 것의 집합체이다. 게임 이론은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예상하고 설명하려는 양에 관한 이론이다. 이론에 따르면 본질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그럴 거라고 믿는다는 이유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2-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행동을 조정할 수 있다. 이성만큼이나 감정이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복잡한 문제에 간단하며 뻔한 답은 틀린 답-게이브 비트런의 의사 결정 지원모델에서

 

125. 가장 심오한 경험은 (에이브 시걸에게 배운 권력과 책임에의 연구였고 그 수업에서)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antigone>를 읽은 일이었다. 원칙을 버리라는 엄청난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을 버리지 않은 결과 고립과 추방에 직면하게 된다안티고네는 용기 있고 외롭고 단호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영혼을 알았고 그것을 지켰다. 윤리적인 선택은 사적인 결정이지, 대중에게 내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125.
안티고네를 읽은 후 지금까지 1년에 한 번씩 시간을 내서 나 자신의 행동과 동기를 깊이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다해마다 스스로 조용히 묻는다. 그 동안 내가 내렸던 결정에 마음이 편안한지. 내 영혼이 여전히 나의 것인지.

126. (
몇 주에 한 번씩 CEO들이 캠퍼스에 와서 한 시간씩 강연을 하고 학생들과 같이 저녁식사를 했는데) 그들에게 특별히 놀랄 만한 점은 없었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라는 점은 놀라웠다.

126.
슬론 동창들과 사귄 것만으로도 1년간 공부할 가치가 충분했다. 반 친구들이 세계 각국 출신이어서 다른 문화권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우리는 열심히 공부했고 많이 웃었다.(세계적인 수재들이자 각 분야에 눈부신 성취를 이루고 있는 그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그 과정을 이수했을지 상상할 수 있다.)

 

127. 슬론 프로그램을 수료한 사람들은 긴장하고 성급하며 경쟁적인전형적인 A타입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목표와 성과에 몰두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1년은 호사였다.) 이를테면 인생에서 삶의 속도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바꿀 수 있는 휴식기 같은 1년을 막 보낸 사람들이었다.…목표는 중요하지만,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인생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임을, 그 길을 따라서 옮기는 걸음걸음이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12.
정면충돌과 이해

129-130
하지만 네트워크 시스템스가 훨씬 짜릿해 보였다. 회사의 윤곽이 뚜렷하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무르익는 곳이었다. 도전적인 환경이었고, 내가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좋은 충고는 마이크 브루너가 해주었다. "모든 장점과 단점을 따져본 다음 마음이 가는대로 쫓아가라." 나는 네트워크 시스템스로 가기로 결정했다.

131.
조직은 언제나 서류에 계획된 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피부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131-132. 아무리 크고 복잡한 조직이라 해도 현실은 이렇다. 또 사람들이 오랫동안 함께 일했고, 관계가 깊고 지속적인 곳이라면 특히 이런 양상이 심하다. 회사의 조직도 보다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이런 고립된 세계는 이방인이 뚫고 들어가기가 무척 어렵다. 새로운 자리나 조직에 들어갈 때는 누구나 서류상으로 일이 돌아가는 상황과 실제로 조직이 굴러가는 상황을 파악해야만 한다. 행동을 멈추고 잘 보고 귀담아 들어야 한다. 현명한 조언만으로는 '길을 건널' 수가 없다.

135.
비즈니스, 정치, 때로는 인생에서도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그 일의 실제 본질이 아닌 권력이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런 양상이 훤히 드러나고, 어떤 때는 파악하기가 몹시 힘들 뿐이다.

136. (
잭이 화를 다 쏟아놓도록 기회를 준 후, 더 이상은 위축되지 않기로 작정했다. ) 어디선가 분노는 자제할 때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대목을 읽은 적이 있었다. '분노를 사용하라. 터뜨리지 말고.' 그래서 분노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잭이 말을 하는 중간에 나는 손으로 탁자를 쾅 쳤다. "그만 됐어요. ! 그만하면 충분하다고요!" 그는 충격을 받았고 입을 다물었다.

137.
그날 잭과 나는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는 내 말을 들었고 나는 그를 존중했다….내가 할 바는 다해서 만족스러웠다. 내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또 자존감은 내게 어떤 경우라도 부적절한 언어폭력은 참지 말라고 요구했다.

 

138.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대로 인정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그 말을 6번은 들어야 한다." 문외한은 '변화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듣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것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그것은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이 굴러가는 것을 보게 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139.
결국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생산적인 논의에 사적인 관계가 요구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시간이 걸렸고, 그런 관계는 한 상에서 먹고 마시면서 생겼다. 꽤 오래 같이 지내면서 맛 좋은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을 먹고 마시며 우리는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고 소유 지분을 바꾸는데 합의했다.

140.
문제는 그가 회의에서 말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가 말을 어떻게 했는지, 그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가 그들을 어떻게 대접했는지가 문제였다..결국 합의해놓은 내용은 불리했고 우리는 엄청난 시간을 잃어버렸다..

141.
기업은 크고 추상적인 실체이다. 사람들은 기업과 중요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기업을 대표하고 자원을 투입해서 지원할 수 있는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한다. 그리고 전세계의 사람들은 신뢰하고 존경하는 이들과 비즈니스를 한다. 이탈리아인의 반응에 대해서 속이 좁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신뢰와 존경이 다른 의미를 지닌다. 미국에서는 신뢰가 세세한 법적 계약을 통해서 쌓일 것이다이탈리아에서는 인생에서 좋은 일들을 함께 즐기면서 체면을 적절히 지키는 시간을 통해서 신뢰와 존경이 쌓인다.

141. 효과적인 협상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상대가 누군지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을 존중함으로써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신뢰를 쌓을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신뢰와 존경은 성공적인 협의의 토대이며, 합의하지 못하는 동안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한데 엮어주는 토대이다.

141.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함께 술을 마시면서 신뢰와 존경이 쌓인다. 사무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서 맑은 정신이 흐트러지면, 누구나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그러면 상대의 스태미너와 끈기, 판단력을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국의 접대, 술 문화에 대한 긴 에피소드 -146)


146.
나는 오늘날까지도 한국이란 국가와 그 나라가 성취한 것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한국 사람들과 그들의 따뜻한 마음과 유머감각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나는 아시아의) 이런  술 문화를 존중하게 되었다. 신뢰, 존중, 함께 나눈 경험이 비즈니스를 한결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사실이다. 상대방의 관습에 참여하면 상호 이해의 토대가 마련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13.
힘의 결과

147.
인간에게는 동기 부여를 해줄 목표와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는 자존감을 얻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리더의 임무는 조직의 기술과 능력을 키워서 큰 성과를 이루어낼 역량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편 가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수행할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도 리더의 임무이다.

148.
우리의 부가가치는 모두를 같은 장에 끌어 모으는 것이었다. 어느 조직이든 중구난방으로 흩어지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더 강해진다. '우리'가 목표를 정했다고 말한 것은, 우리의 임무가 한 팀으로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임무가 벽에 붙은 그럴듯한 표어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이런 종류의 협동이 필요했다. 조직원들은 행동의 방향을 잡아주는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임무나 목적(또는 전략)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의사 결정을 이끌어간다. 그것은 조직원들이 기운을 쏟을 통로를 만들어서, 상사가 업무를 일일이 지시할 필요가 없게 해준다. 상사가 모든 것을 결정에 관여해야 하는 조직은 장기적으로나 효율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것은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낭비되는 일이다. 게다가 똑똑한 사람들은 재능을 발휘해서 기여하고 싶어하지, 할 일을 지시 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게 마련이다….그래서 우리 팀은 다 같이 집중할 수 있는 임무와 목적을 창출하려고 노력했다….사람들은 이성과 감정, 두 가지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는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이 일을 진행하면서, 리더는 도전적인 사고 뿐만 아니라 마음도 사로잡아야 된다는 것을 배웠다.

149.
뭔가 포기할 마음을 먹으려면, 뭔가 얻는 게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날씬한 몸매를 얻을 수 있다면 초콜릿을 포기할 마음을 먹는다.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늘 해온 일을 포기할 마음을 갖게 하려면, 보답을 줘야 했다. '뭔가'는 더 흥분되는 미래와 그것을 성취하겠다는 자신감이었다. 흥분과 자신감은 감정적인 상태이다. 아무리 이성적으론 보충 설명을 해도, 그것들은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더 큰 네트워크 시스템스 조직의 전략과 목표에 손을 대게 되었다.

150.
이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도리 일에 대한 열망을 품게 할 목표가 필요했다.

150. 다른 방향으로 그려나갈 자신감은 성공한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개인이나 팀은 각자의 노력 속에서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 조직 전체는 구성원들의 성공을 축하해 주는 것으로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성공담을 서로 알리고 축하하는 일이야말로 자신감을 키우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전세계에서 일하는 팀들의 성공담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지사 팀들이 우선 순위를 둔 일을 밀어붙이고 극기심을 발휘함으로써 경쟁자들을 물리친 사례들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조직은 더 큰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151.
청렴의 가치를 종일 떠들어댈 수는 있어도, 정작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법이다..

 

152. 이틀 후 그(브라질 지사장)는 해고당했다. 내 밑에서 일하지 않았으나, 나는 그의 상관을 설득해서 조치를 취하게 했다. 조직은 충격을 받았지만, 그 일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했다. 결과가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며, 부정직함과 부패에는 참지 않으리라는 것. 가치관은 결과를 일궈낸다.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을 때, 행동을 이끄는 것은 바로 가치관이다.

 

153. 사람들은 타인의 힘과 성공을 높이 평가하거나 분개한다. 성공한 강한 사람들은 존경받고 동시에 공격당한다….질투와 미움은 열등감이나 부족함의 감정이고, 그런 감정들은 반항심과 불공정한 싸움을 벌이고 싶은 본능을 일으킨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서 보면, 학교에서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에게 지기 싫어하고, 여자애들은 남자애의 관심을 빼앗아가는 다른 여자애와 경쟁한다.

156.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방금 회사의 사장단으로 승진했다고 전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아주 빨랐다. 어머니와 나는 웃다가 울기 시작했다. 내가 새 사무실로 옮겼을 때 어머니는 예쁜 바카라 꽃병과 내 비서에게 석달 간 매주 새장미를 살 만한 꽃 값을 보냈다.


14.
변화하려는 마음

157.
사장단이 되고 보니 당장 다른 점들이 생겼다. 사무실이 더 커졌고, 권위도 커졌다. 나는 예전과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를 예전과 똑같이 봐주지 않았다. 나는 말의 내용과 그 말을 하는 태도에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점을 배웠고, 즉석에서 되는대로 말하지 말아야 했다. 서열이 중요한 조직에서는 고위직이 하는 말이 더 무게를 지닌다. 그러지 않아도 될 때에도 그렇다. 나는 또 '칼리가 그러는데' 증후군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한 일을 내 탓으로 돌리곤 했다. 내 말을 정확히 알아들은 경우도 있었고, 내게 듣고 싶은 말이었지만 내가 말하지 않은 내용으로 알아듣기도 했다.

160. '
시너지'는 전체가 각 부분을 더한 것보다 클 때를 뜻하는 멋진 말이다. 비즈니스에서는 상이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합해져서 하나의 해결책을 만들어내거나 조직의 여러 부문이 시장에서 함께 작업할 때, 성장과 시장이나 이익을 공유할 기회가 더 커지는 것을 뜻한다. 비즈니스에서 정말 시너지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본사에 물어보면 안 된다. 분석하는 사람들에게 물어서도 안 된다. 영업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안다거래처와 매일 이야기하는 영업 담당자들에게 물어보면, 진짜 답을 얻을 수 있다. 한때 AT&T를 하나로 묶었던 시너지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162. ‘
, 웨스턴 일렉트릭 사람들은 크게 신경쓰지 말아요. 우리 속은 좁쌀 만하고 목은 나무 기둥처럼 굵은 인간들이니까짐은 사업기회를 설명해줄 만큼 나를 진지하게 생각해 주었다. …빌 막스와 짐 브루윙턴은 나를 믿어주었다. 두 사람 다 내게 승산을 걸었다. 나는 그들의 지지를 얻을 거라고 믿었고, 내가 진실을 알아야 될 때는 그들이 말해 줄 거라고 믿었다. 그들이 내게 해주는 일 대문에 나는 최선을 다해 일했고, 순수한 정직과 흔들림 없는 충실을 바쳤다.

163.
리더가 할 일은 가치를 더하는 것이지, 직원들을 방해하거나 지배하거나 공을 가로채는 것이 아니다. 일이 잘 돌아갈 대. 직원들은 리더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직접 가서 그들에게 도움을 줄 부분을 찾아야 한다원인을 찾아서 접근하는 것이 리더가 할 일이다. 의사의 할 일이 드러나는 증후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질병 자체를 치료하려는 것이듯이 말이다.

164.
말하자면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우리가 왜?' 증후군이랄까사람들은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 치부하기 때문에 개선하려는 노력을 중지해버린다. 열망의 부족은 과신에서 나온다. 어떤 경우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속단하고 노력을 멈춘다. 이런 열망의 부족은 패배주의에서 비롯된다. 개선하려는 노력을 중단할 때마다 적당히 얼버무리는 상황이 되고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리 수 밖에 없다.

 

166-167. 조직원 전원이 따라 나서야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다수만 있으면 변화는 일어난다예산이 없어 급여를 올려주지 못하는 대신 직장을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성과를 인정해주기 시작했다이런 작은 일로 무슨 변화가 있겠냐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팀을 끌어본 사람은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172.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과 비슷하다. 새로운 운동 습관, 새로운 식이요법, 새로운 골프 스윙, 새로운 일, 처음에는 무척 어렵다. 부자연스럽고 노력이 많이 요구된다. 때로는 포기하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꾸준히 해나가면, 시간이 흐르면서 새 습관이 점점 수월해지다가 결국 몸에 배게 된다. 나는 변화에 익숙했다. 변화를 겪을 때마다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음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변화에 당면하면 기회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내 동료들은 변화에 익숙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도 어려워 보였기 때문에, 익숙한 방식을 견지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변화가 불러올 상황이 두려웠다. 또 우리가 원한다 한들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일단 분할이 공표되면 돌아갈 길이 없었다.

173.
그날 나는 대단히 중요한 것을 배웠다. 미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잘 아는 불만스러움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두려우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변하며, 그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중요한 사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백배 공감,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불편한 현재에 안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173.
늘 해오던 방식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었다. 그들의 에너지를 우리가 가야 할 곳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음과 대화 속에서 그들은 떠나온 곳으로 계속 돌아가곤 할 테니까. 그리고 나는 경험을 통해서도 알고 있었다. 다시 ''에 돌아갈 길이 없다는 점을 깨달으면. 미래와 대면하기가 수월하리란 것을.

15.
한 장을 넘기며

175.
팀원들은 자신을 믿는 것보다 내가 더 많이 믿어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스스로 기대한 것 이상의 자긍심과 기쁨과 자신감을 얻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웠다.(자신이 자신을 믿는 것보다 더 믿어주고 밀어주는 상사가 있다면 어떨 것인가. 위 말이 사실이라면 칼리는 뛰어난 리더일 뿐 아니라 멋진 인간이다.)

 

175. '좋았던 옛날'을 그리워하기보다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데는 격려가 필수적이었다. 낡은 습관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운용 방식을 터득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것도 필요했다.

176.
나는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다 읽었다(모르는 영역에 대해 단시간에 배우는 최고의 방법, 내가 배워야 할 자세)

 

177. 우리는 모든 역사와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고자 했다.(일을 시스템화하지 하지 않고는 역사와 자산을 활용할 수 없다. 사람이 떠나도, 관련업계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일을 대신할 수 있도록 회사 체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지름길이다.)

 

179. 미국 비즈니스 계의 특성은 협상 내용이 문건으로 작성되어야만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모든 종류의 내용은 문건으로 작성하기에 앞서 구두로 합의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내용이 문건으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고수되어야 비로소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미국 매니지먼트 회사들과 컨택하면서 나도 이런 미국 문서 문화에 익숙해졌다. 유럽은 좀 다르다)

182. 로드쇼(루슨트 주식을 구입할 사람을 찾기 위한 홍보 행사)는 하루 8번씩 설명회를 열며 3주간 정신없이 진행되었다. 그래도 난 매 순간이 좋았다. 팀을 이루는 강렬한 쾌감과 처음으로 뭔가 한다는 짜릿함이 있었다. ..새로운 회사 깃발이 상쾌한 뉴저지의 바람에 펄럭이자 또 눈물이 나왔다. 나는 루슨트를 사랑했다. 

16.
버스를 타고 앞으로

188. 호마는 긴 연설을 마치면서 말했다. ‘, 버스에 올라타고 행진을 합시다. 행진하지 않을 사람은 내리도록 하세요.’우리는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고, 목표를 이루기 시작했다. 또 우리 조직은 추진력을 감지하기 시작했고, 뛰어난 실행에는 항상 자신감이 뒤따랐다.


194.
내가 일하는 동기는 돈과 스톡 옵션이 아니었다. 나는 돈으로 사는 것들을 즐기고, 그것들을 산다. 회사에서 고용자의 가치를 상징하는 것이 급여라는 것도 인정한다. 또 내가 경쟁력 있는 보상을 받을 만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돈으로 내 마음을 살 수는 없다. 내 마음은 내가 선택하는 일에 있다. 내게는 열정이 부단히 노력하게 만들어준다…. 정렬과 협동에는 '그냥 잘 지내봅시다'라는 모호한 개념 따위는 필요 없다. 효과적인 팀워크는 점잖은 예절과 선의 이상의 것이다. 물론 예절과 선의는 조직이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정렬은 공동 목표에서 나온다. 협동은 성공에 대한 공동의 기준에서 나온다. 공동의 목적과 공동의 기준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확실히 동의해야 한다. 사람들은 왜 협동하고 있는지. 언제 성공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 모두가 같은 일에 전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결과를 낼 수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196.
비즈니스에서 소문과 신비는 비생산적이다. 누구나 가능하면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같은 것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혼란과 공연한 추측을 피할 수 있다. 선명성과 일관성이야말로 엉터리 해석이나 재해석을 막을 방안이고, 그렇기 때문에 말로 의사소통한 내용은 반드시 문서 자료로 보완되어야 한다.(옳은 말씀!)

197.
고칠 수 없으면 만들어라.

 

200. 어센드 세일즈팀을 설득해 함께 일하게 만들기 위한 청중 연설에서 칼리가 보인 재치, ‘우리의 그것도 여기 있는 누구보다 크다는 걸 알겠죠?’ …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상대가 알아들을 만한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핵심을 찔러 표현했을 뿐이다.

17.
고독

205. 사진이 혼을 훔쳐간다고 믿는 인디언 부족들이 있다. 그럴듯한 유추이다. 사진을 많이 찍으면 찍을수록 점점 진면목이 보이지 않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명성이 나와 내가 소속된 회사에 문을 열어주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열린 문은 새로운 기회를 의미하며, 이 점에 대해서는 감사한다. 하지만 유명해지는 것을 괴로운 곳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109.
매일매일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하시도록 매일 노력한다. 어머니는 너무 이른 나이에 급작스럽게 돌아가셨지만, 평생의 삶은 축복이었다. 나는 생의 마지막에 어머니가 용기를 내는 것을 목격함으로써, 나 자신을 찾았다. 어머니가 무엇을 선택하고 감내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이후로 내가 겁내던 것을 이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다른 두려움들은 모두 하찮아 보였다.

18.
채용

210.
휴렛 팩커드는

 

222 몇 달간 HP에서 일하면서, 나는 'HP 방식'의 가치들은 몇 가지 중요한 면에서 부패했음을 깨달았다. '개인에 대한 존중', 비즈니스에서 진지하게 이견을 제시하고 논쟁이 필요할 때조차 예의 바르고 비전투적으로 대한다는 의미가 되어버렸다. '고결함의 기준'은 죄를 범하는 것에 적용되어, 거짓말하지 않는 것 정도를 의미했다. 그것이 태만이라는 죄에까지 작용되지는 않아서, 목청을 높여야 될 때 입 다물고 있을 수 있었다. 또 정말 생각하는 바를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 방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밖에 나가서는 딴 얘기를 했다.

19.
그것 아르마니 슈트인가요?

232.
조직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도 리더의 임무 중 하나다. 리더가 조직을 과소평가하면, 조직의 업무 수행력은 떨어진다. 리더가 조직의 역량을 과대평가하면, 조직은 리더를 실망시킨다. 리더가 할 일은 정확히 평가하고, 기술과 팀과 자신감을 키워 조직의 역량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236. HP
는 깊이 뿌리내린 문화를 가진 관료적인 조직이었다. 이방인은 드물었고 보통은 따돌림 당했다.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변화는 내부에서 우러나와야 가능했다. 나는 그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는 있어도, 현 임원진의 다수가 변화를 끌어안아 자기 것으로 삼지 않는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직원들은 변화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아는 사람들에게 의지한다. 신임 CEO "우린 변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직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 말을 들어야 변화할 수 있을 것이었다.

20.
천 개의 부족들


251.
마침내 꼭 거즈 붕대로 칭칭 감긴 건물들을 방문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바깥은 불협화음이 들리고 햇빛이 눈부시도록 환하고, 수천 가지의 짜릿한 야망들이 관심을 끌려고 야단이었다. 그런데 HP 내부는 소리가 잠잠하고, 빛은 뿌옇고, 친절하고 늙은 아버지 같은 빌과 데이브의 상냥한 이미지만 보일 뿐 시장의 매몰찬 현실은 감지되지 않았다. 특히 HP의 본부들은 원래의 창고와 너무 비슷해서 커다란 무덤이나 누에고치같이 느껴졌다. 모든 성공은 보호된 환경 속에서 평가되고, 내부에는 암투가 만연해 있었다.

252.
그들이 창업한 회사에 들어가니, 빌과 데이브를 넘어선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집단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들은 늘 추구하던 전략과 관행들을 넘어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과거는 안락하고 지혜의 원천이기에, 직원들은 추억을 길잡이로 삼았다직원들은 자신과 서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다. HP 직원들에게는 시간이 정지해버린 상태였다. 그들은 창업주들 없이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몰랐다. 그들은 변화를 두려워했다. 뭔가 바꾸어서 모든 걸 망가뜨리면 어쩌나? 조직은 약하고 소심했다.

253.
지속성이 그들의 지위를 유지시켜 주니까. 내가 몇 번이고 거듭 배운 것은, 모르는 위험부담보다는 큰 문제가 있더라도 아는 상황을 더 좋아한다는 점이다. 기도하는 것을 조심하라. 배를 흔들지 말라. 강 중간에서 말을 바꾸지 말라. 모두 불확실한 위험부담과 경솔한 처신의 결과를 주의하라는 말이다.


253. "
칼리, HP에는 변화 매개체 정도로는 부족해요. 우리에게는 '변화 전사'가 필요하다고요." 그녀가 옳았다. 또 그녀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몇몇 사람에게 나는 변화의 챔피언이 될 테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위험천만한 이단자가 될 터였다.

254.
내부에 머물면서 룸미러만 쳐다봐서는 곤란했다. 시장으로 나가서 앞을 보며 방향을 잡아가야 했다우리에게는 더 많은 리더가 필요했다. 관리자들은 자원을 통제하지만, 사람들은 리더를 따른다. 관리자들은 알려진 영역과 제한된 조건 내에서 필요한 결과를 산출하는 사람들이다. 리더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을 취하며, 흥분을 창출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이들이다. 또 우리는 HP 방식의 신비를 벗겨내고 그것을 부수어야 했다. 이제 그것은 장애 요소가 되어버렸으니까.

255. "
그물망도 없이 외줄타기를 해야 될 것 같네요."

21.
리더가 되겠다는 선택

256.
우선 새 팀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상호 작용하는가? 리더는 인품, 능력, 파트너십의 4가지로 가늠된다.(리더의 정의가 길게 언급되어있다. 본문 참고)

257.
두 번째 목표는 경영진에게 자기 부문은 회사라는 전체의 일부임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22. 변화의 전사

 
275.
데이비드 팩커드는 HP방식에서 "정체되어 있는 것은 기반을 잃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999년까지 휴렛팩커드의 모든 습관과 관행은 현상 유지로 기울어졌다. 그래서 모든 뜻밖의 사고에 대해 완벽히 준비할 때까지, 모든 질문에 대답을 얻을 때까지, 모든 위험 가능성이 파악될 때까지는 그대로 머물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었다.

275-276. HP
경영 철학은 "준비, 조준, 조준, 조준 ……"이 되었다는 농담도 있었다. 모든 여건이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발사하지 않았다. 발사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셈이었다…."그래요. 우리는 실수를 할 것입니다. 나도 실수를 할 거고 여러분도 실수하겠지요. 우리가 실수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가 없습니다. 목표는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 목표란 과정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는, 시의적절하게 불완전한 결정을 내려서 시행하는 것이 너무 늦게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실수는 저지르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실수에서 배워서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패하거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실수를 하면, 일어나서 먼지를 툭툭 털고 교훈을 얻어 전진할 겁니다. 바로 그게 승자가 취하는 방법입니다."

277. "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변화는 나쁜 게 아니고, 필요한 것이다. 멈춰 서 있는 것은 위험하다. 적응하지 않는 종은 멸종하게 된다. 배우기를 멈춘 사람은 때를 맞이하기 전에 늙어버린다. 적응과 배움을 멈춘 기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고, 다시는 과거의 영광을 얻지 못한다.

277.
투우가 계속되고 더 자주 위협을 받으면, 소는 몇 번이고 '카렌시아'로 돌아간다. 소는 안전한 곳으로 물러난다고 믿지만, 사실은 자신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셈이다. 소는 점점 더 쉬운 공격 상대가 된다. 우리는 편안한 구역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예전 그대로 익숙한 곳으로 물러날 수가 없다.

280.
우리는 가끔 그림 한 장이 천 마디 말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안다. 마찬가지로 역사가 깊고 신화가 된 기업에서는 상징이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모두 이해하는 속기 같은 것이다.

283.
나는 전사들이 부름의 소리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의 이메일에서 그런 기미를 읽었고, 그들의 표정에서 그런 뜻을 보았다. 고객들과 협력업체들과 경쟁사들도 그 메시지를 받았고 그 사실이 중요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회사 내부에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HP가 재도약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우리의 미래를 그릴 수 있었고 발명의 뿌리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과거와 미래는 정과 반이 아니라, 변화에 요구되는 합이었다.

 

283. 자기가 이끄는 조직원들과 기관을 존중하는 리더는 그가 떠난 후에도 지속 가능한 실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리더는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나쁜 리더는 직원들의 경멸을 받는 사람이다. 훌륭한 리더는 사람들이 '우리 힘으로 이 일을 했다'라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

23. 영락없이 똑같다니까

289.
제휴와 신뢰는 투명성과 공통된 정보, 정직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291.
내가 중세사를 공부했던 이유는, 인간성이 어둠과 두려움의 시기를 빠져 나와 인간 잠재력을 깊이 믿고 낙관하는 것으로 진보하는 데 매혹됐기 때문이었다.

292. 강력한 기업은 전세계를 향해 뻗어가고 그러므로 세계에 대해 책임을 진다. 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 단체 100군데 중 기업이 52군데나 차지한다. 기업은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도 있고, 또 만들어야 한다.


24.
큰 아이디어, 소소한 세부 사항

297.
수평적인 협동은 수직적인 명령과 자원 통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다. 책임을 받아 들고, 책임과 정보를 나누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298.
전략과 실행이 동전의 양면이듯, 변화는 큰 아이디어와 소소한 세부 사항을 통해서 일어난다.

300. '
수평적'인 것은 '중앙 집중화'와는 다르다. 중앙 집중화된 의사 결정은 전통적이고 수직적이며 명령과 통제의 방식이다. 여기서는 단일한 중앙 부서에서 결정이 내려진다. 수평적인 의사 결정은 여러 조직과 지사로 분산된다. 각각의 의사 결정자는 프로세스 맵에 의해 그들의 역할을 안다. 개별적인 결정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전체 과정의 효율성 역시 중요시해야 한다.

301. '
명령과 통제'는 더 이상 적절하지가 않다. 따라서 우리는 "틀을 만들고 사람들을 풀어놓으라" 라는 명제를 채택했다.

302.
내 경험으로 볼 때 리더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리더십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배우고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HP의 재도약에서 핵심적은 부분은 관리자들을 리더로 키우는 것이었다리더는 만들어질 수 있지만, 모든 관리자가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인품, 능력, 협동성으로 정해진다.

307.
완벽이 아니라 전진이 목표라는 점을 알았고, 가장 큰 위험은 우리가 가다가 멈추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실수하거나 잘못해서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먼지를 툭툭 털고 교훈을 간직하고 움직이면 됩니다."

25.
사슬톱 칼리

333. 아무리 힘든 시기라도 웃을 거리는 있는 법이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므로 힘든 시기에는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또 사람들은 같이 웃을 수 있는 것을 찾게 되면 결속하기 시작한다.

 

334. 양쪽 회사의 DNA를 뽑아서 21세기를 경쟁하고 승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새로운 문화를 조성하는 일이 테크놀러지 로드맵이나 IT 시스템이나 고객관리 같은 통합노력만큼 중요했다. 


26.
최악의 더러운 싸움

344.
참되고 강력한 브랜드는 회사의 로고나 마케팅 슬로건보다 중요하다. 정신을 점유하지 않으면 시장 점유는 이룰 수가 없다. 그러므로 시간을 두고 브랜드에 투자하고 이를 키워야 한다. 그럴듯하게 꾸민 브랜드는 가치 있는 브랜드가 아니다. 참되고 강력한 브랜드는 어떤 모습이 되겠다고 말한 대로 실행하는 약속이고, 그 약속을 일깨워주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싸워서 지키려는 HP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신뢰, 존경, 윤리였다. 이런 가치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가 힘겨울 때조차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공정한 싸움을 했고, 더러운 비방은 하지 않았다.

346.  
목표를 세운 날부터 성과가 나오는 날까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처리 방식과 결국 이해한 일처리 방식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350. HP
사람들은 이 회사의 유산 위에서 정지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이것은 언덕을 만나 앞으로 나아가느냐, 물러서서 다시 시작하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입니다이것은 주도하느냐, 쫓아가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입니다.

351. "
항구에 있는 배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정박해 있으라고 배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HP
는 항구에 느긋하게 앉아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라고 휴렛팩커드가 세워진 것이 아닙니다.

351.
내 마음속의 나침반을 신뢰하려 했다. 나침반은 바람이 거세게 불고 하늘이 어두울 때에도 틀리는 법이 없으니까. 옳은 이유가 있는 옳은 일이라고 믿는 바를 내가 아는 최고의 방법으로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 사람들에 대한 신뢰에서 힘을 얻곤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하고 지각이 있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과 정보만 준다면, 그들은 선하고 지각 있는 선택을 한다.

 

351. 역사의 행보는 다수가 소수를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HP는 장래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의 회사다. HP는 자리를 보존하거나 제 주머니를 챙기거나 과거를 보존하는데 연연하는 소수를 위한 회사가 아니다. 나는 이것을 위해 싸웠다.

27.
채택해서 밀고 나가기

353-354.
합병 계약의 핵심은 고객들에게 더 잘 봉사하는 것이므로, 회사 내부에 치중하느라 고객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혹은 우리의 결정으로 인해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어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먼저 '고객 우선'이란 원칙에서 시작했다. 매일 고객을 대면하는 업무를 맡은 직원들에게는 그 일만 하게 할 작정이었다.


357.
우리의 분명한 목표는 두 가지 DNA를 이용해서 더 강하고 좋은 회사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두 회사는 서로 다른 습관과 개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28.
모든 것이 가능하다

31.
나는 '차고'의 첫번째 규칙은 "당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믿어라"여야 하고, 마지막 조항은 "우리 함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음을 믿어라"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모든 일이 다 쉬운 것은 아니고, 올바르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일이 우리가 예상한 대로 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공통의 목표에 역점을 두며 가치 있는 포부를 지닌다면 모든 것은 가능하다.

361. "
모든 것이 가능하다(Everything is possible)” HP의 구호가 되었다.


365. 21
세기에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누구라도 선도할 수 있는 시대다. 물론 불의와 편견과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리더십은 지위나 돈, 권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리더십은 성별이나 피부색과 관계가 없다. 육체적인 재능이나 출신과도 관계가 없다. 적절한 지원과 기회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선도할 수가 있다. 리더십은 인품에 대한 선택이며, 긍정적인 헌신을 하기 위한 선택이다. 다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진 리더십을 알아보고, 협동력과 테크놀러지를 통해서 그것을 엮어낼 수 있는 사람이 리더이다.(이런 글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자기 철학이 있는 경영자라면 설령 조금 잘못해도 인정해주고 싶다)

370.
비즈니스의 변혁에는 활동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노력할 사항들을 정리하는 큰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우리는 '리더십 틀'이라는 큰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막 위축되기 시작하던 회사의 모든 면을 바꾸었다. (삶도 그러한데 하물며 비즈니스랴)

371.
변혁이 요구된다면, 최고 경영자는 이런 운영 상의 세부 사항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비즈니스는 개념이 아니라 결과의 문제이다. 또 결과는 큼직한 아이디어가 아닌 세부사항에 대한 것이다. 최고 경영자라면, 직원들이 자기 업무를 하는 것과 세부사항들이 적절하게 챙겨지는지 지속적으로 입증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런 다음 필요한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어떤 이는 내가 '작전하는 타입'처럼 보이거나 말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비즈니스에서 실적을 내본 사람이라면 안다. 작전적인 실행은 경영자의 본질이지, 스타일이나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29.
권력 정치

389. CEO
가 결과에 책임을 진다면, 그 결과를 도출하는 데 필요한 결정들은 CEO가 내려야 한다. 그저 '융통성'을 보여주기 위해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조직 개편은 언제나 분열을 일으키고, 따라서 분열의 대가를 초월하는 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개편을 해서는 안 된다. 의자를 재배치하면 도면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지만, 조직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

394.
인품과 야망과 감정이 뒤엉킨 빽빽한 숲을 헤치고 나가는 일은 기운 빠지고 비생산적이었다.


30.
내 영혼을 가졌다는 것

406.
나는 완전히 망연자실했지만, 다음 날도 여전히 해는 떠오르고 일상은 계속되었다. 그날과 이후 며칠 간, 화가 나기보다는 마음이 아팠다. 이상하게도 슬픔과 안도가 뒤섞인 느낌이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굉장히 열심히 일했다. 줄곧 회사 생각만 했다. 그렇게 살다가 갑자기 그 생활이 끝나버렸다. 경영진을 생각하니, 다시 모여서 그들에게 감사하고 안녕을 빌어줄 기회를 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내가 사랑하게 된 회사의 직원들을 생각하니,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함께 걸어온 길을 추억할 기회가 아쉬웠다. 내게 그런 기회는 없었다.

407.
더 현명한 조언은, 시간을 갖고 삶을 재발견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멈추고 되돌아보는 쪽을 선택했다.

에필로그

411
몇 주일 전, 댄 플런켓에게인생에서 아쉬운 게 뭡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자연스런 기쁨이 넘쳐나는 순간이요라고 천천히 대답했다.

412. 나는 이 순간에 감사한다.

 

413. “…나는 살면서 난 두렵지 않아란 말을 여러 번 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그 말을 되뇌었다. 그리고 오늘, 정말 그렇다는 걸 안다. 내 영혼을 나의 것이다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수영장에 울린다. 아이들(손주들)이 풀에서 다이빙을 하는 바람에 종이에 물이 튄다. 2005년이 마무리되는 지금, 내가 바라던 것을 얻었다는 것을 안다. 내 삶은 자연스런 기쁨의 순간으로 충만하다. 나는 행복하다.”

 


 

내가 저자라면

 

내가 여자라서 이 책이 더 살갑다

 

아니타 로딕, 잭웰치에 이어 칼리 피오리나를 만났다. 그들은 개성이 넘치고 서로 달랐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놀라우리만치 같았다. 그들에게는 이루고픈 그림과 분명한 철학이 있었고(비전),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방법(전략)이 있었으며 그것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강한 힘과 열망(실천력)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

 

나는 두 여성 리더에게 더 애정이 간다. 내가 여자이고, 내 자신 스스로 좋은 리더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이 던져진 문화적 컨텍스트는 나의 것이기도 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웃고 울었다. 그들은 뜨거웠고(무모할 정도로 뜨거운 건 로딕이고, 이성적인 절제 속에서 차갑게 뜨거운 것은 칼리다) 부드러운 설득의 힘으로 앞으로 나가고 또 나갔다. 그들은 CEO로서 감당해야 할 일 외에도 성차별과 조직 내에서의 갖가지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변칙에는 원칙으로 답하고 부정은 정직으로 답하며 편법은 정의로 대응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었다. 그들이 부딪쳐야 하는 파도는 늘 더 거셌지만 어떤 상황이든 스스로 자존감을 지켜내고 진실 편에 서는 것이 그들에게 최선의 답이었다. 그럼에도 종내에는 여성성은 리더가 잘 가꾸고 이용해야 할 소중한 자원임을, 더 이상 장애가 아님을 손수 행동으로 가르쳐준 용감하고 아름다웠던 그들, 진심으로 사랑과 존경을 바친다.

 

잭 웰치와 칼리 피오리나

 

기업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싶다면 사람들이 무언가를 다른 방식으로 하도록 만드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그는 2006 9월 와이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와 잭 웰치는 같은 경영관을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는 바로 사람에 관한 것이란 믿음이 그것이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칼리는 비즈니스의 선행 지표인 HP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잭 웰치는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로 간주된다. 그에 맞서는 여성 리더로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칼리 피오리나를 꼽는다. 잭 웰치가 CEO로서 GE의 변신을 이끈 것은 20년이다. 반면 칼리는 단지 5년 반 만에 HP를 획기적인 변신으로 이끌었다. 그는 HP 안에서 이방인이었고 첫 외부 CEO이자 첫 여성 CEO였다. 그리고 서부 실리콘밸리 출신이 아니라 동부 출신이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칼리는 남녀를 넘어 단연 돋보이는 경영자라 할 수 있다.

 

그는 <포춘>이 그를 연속 6년 동안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CEO로 선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그것이 비즈니스를 마치 축구나 골프 같은 스포츠로 보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비즈니스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이 된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그는 비즈니스에서 나 자신을 여성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나는 비즈니스를 하는 개인인데 우연히 여성인 것 뿐이지요 라고 답했다. 남성들이 힘과 권력을 내세울 때 그는 실적과 사실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남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했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의 가치를 입증해 보였다
 

글쓰기와 치유

 

그는 분노와 배신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책을 택했다. 글 어딘가에는 완전히 녹지 않은 채로 분노의 찌꺼기들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과정에 불과하다. 원고를 마치는 순간, 그는 많이 완화되었고 담담해졌다. 처음에는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의 명치 끝을 아리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의협심으로 가득 찼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모든 걸 이기고 자유로와졌다. 글을 쓰면서 그에게는 치유가 일어났다. 

 

이 책 출간 이후에도 그는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그동안 그는 레볼루션 헬스케어 그룹, 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과, 프리덤 하우스, 질병 대책 센터와 같은 비영리 단체의 이사회 이사로 활동하였다. 최근에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매케인 진영에서 경제자문관으로 일하고 있다. 항간에는 정치지도자로 데뷔할 가능성에 대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나, 대통령은 왜 안되겠는가. 힐러리가 아닌 칼리에게 행운이 가지 않으란 법이 어디 있는가. 세상은 준비되었고 여성대통령은 이제 낯설지 않다. 무엇을 하든 칼리는 소통을 잘하는 좋은 리더가 될 것이다 


 

칼리에게서 배우는 것들


 

질문한다, 배운다, 마음(heart)을 따라간다


어린 시절 칼리의 어머니는 늘 파티 손님에게 질문을 던졌고 대답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그도 그렇게 했다. 사람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가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묻고 귀담아 들어주면 좋아한다. 질문하고 들어주는 방식으로 그는 친구들을 빨리 사귀었다. 나중에 이것이 훌륭한 경영수단임을 알았다. 그 사람을 알기 위해 질문함으로써 존경심을 표하고, 잘 들음으로써 단단한 결속을 얻게 된다.


AT&T
에 처음 부임해서, 그리고 그 이후 승승장구하여 HP의 최고 헤드가 되기까지 그는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릴 때마다 많이 묻고 대답을 평가할 수 있도록 자료를 충분히 읽고 공부했다. 그런 다음 그는 물었다. 누구에게나 물었다. 묻는 상대에 특별한 구분은 없었다.그리고 조직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편견에 대항하는 그의 무기는 자신을 뒤에서 욕하는 그 사람에게 직접 가서 따지는 것이었다.

저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그럴 경우 상사라도 뒤로 한 발 물러서게 마련이다.

아니야.’

그럼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지금부터 제 뒤에서 무슨 말이 하고 싶거든
제 면전에서 똑바로 말해주세요.’

그는 덜덜 떨면서도 용기를 냈고, 할 말을 했다. 덕분에 그의 입지는 점차 넓어졌다.

 

뭔가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봐야 한다.’(75)

 

관리자로 승진하자 그는 전국으로 출장을 다닐 때는 자신이 직접 만든 커다란 포스터 판을 들고 다녔다. 스스로 공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도표는 상대를 설득하는데 유용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함으로써 자신이 더 잘 배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메릴랜드주립대 로버트 스미스 경영대학원을 올 A로 졸업한 그는 첫 직장으로 AT&T보다 좋은 회사를 선택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가 지도교수의 추천도 무시하고 AT&T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특정 부서배치를 받기 전에 다른 부서를 순환하는 제도에 매력을 느껴서였다. 그가 보기에 그것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성장하는 업계에서 다양한 현장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그를 자극했다. 이후 그는 부서 선택을 할 때도 일부러 남들이 꺼리는 곳을 자청했다. 그의 기준은 언제나 그것이 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의 도전 정신이 위험부담이 큰 신생회사 ACMC를 선택하게 했다. 그곳에서 그는 한 달에 수천만 달러를 과다청구하는 밸 애틀랜틱사의 실수를 잡아냈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 1년 과정을 마치고 복귀한 후 그가 지원한 곳은 네트워크 시스템스였다. 스타급 간부직을 마다하고 윤곽도 뚜렷하지 않은 회사를 선택한 이유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곳은 그가 판단하기에 도전과 가능성으로 가득한 짜릿한 곳이었다. 그의 심장이 원하는 곳이 그곳이었다.

새로 부임하는 곳에서 새 팀원들과 뜨거운 동지애를 구축해가는 그의 모습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HP
에 처음 부임해서 그 회사를 진단해내는 모습 역시 그렇다. 시장에 내놓은 브랜드가 무려 150개에 달하고, 87개 부문 각각이 유통 채널과 인사팀, 재무팀을 따로 거느린 방만한 시스템에, 직원 교육용 내부 웹사이트가 1,500개에 이르는 회사, HP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객보다는 제품에, 상호의존보다는 독립에, 미래의 성장보다는 당장의 이익에 매달리는 HP. 리스크에 대한 반감으로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단순히 사업 관리자가 아니라 진정한 리더가 되어야 했다.


칼리는 어느 현장에서나 분석을 통해 목표를 제시하는 리더였다. 변화를 촉구하는 리더는 더 많이 공부하고 현장을 익혀야 했다. 거기에 더해 여자이기 때문에 그는 더 노력해야 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서 그는 더 열심히 일하고 준비했다.

 


의사소통 능력

 

어렸을 때 신문에 난 헤드라인, ‘흐루시초프, 피비린내나는 무례를 중단하라’(그 밑에 작게 당신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스탈린?’이라고 쓰여있는)을 보고 열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힘을 알게 된 아니타는 바디샵이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가진 회사가 아니라 화장품 부서를 가진 커뮤니케이션 회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천명할 정도로 커뮤니케이션에 비중을 많이 두었다. 사실 성공한 모든 리더들은 예외 없이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잘 알고 이를 비즈니스에 적절히 활용하였다.

칼리 역시 그러하였다. 그가 다른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동원한 방법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녀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치 경력으로는 거물 힐러리에게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애송이 오바마가 갑자기 돌풍을 일으키며 힐러리를 제치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것도 누구나 아다시피 그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의 그것도 여기 있는 누구보다 크다는 걸 알겠죠?’

 

칼리가 바지 주머니에 불룩하게 집어넣은 양말로 어센드라는 상대 회사의 세일즈 팀을 완전히 제압한 사건(남자 성기를 뜻하는 ball용기라는 뜻 가지고 있다)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미디어의 잘못된 보도에 피해가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대응하는 그녀의 전술이나, 사람에게 집중하는 그녀의 방식은 훌륭한 의사소통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더구나 그녀는 함께 일할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존중감을 느끼면 일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데 힘을 쏟았다.

 

나는 이번에도 일을 시작할 때마다 취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내 밑에서 일하게 된 팀원들을 만나서 질문을 퍼부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나는 그들이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임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누구나 동기 부여가 되면 일을 더 잘하는 법이다. 그러면 그들은 곧 자신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나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언어 이외의 실마리를 찾는 법을 배웠다. 마음을 철저히 가려서 도저히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 20분 안에 어떤 사람이든 편견을 떨쳐버리고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할 수 있다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78-83)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

 

언제나 똑바로 상대를 제압하며 강직하게 설득할 것 같은 칼리 역시 연약한 한 인간이고 언제나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다만 그 두려움을 그대로 마주하고 한 발짝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실천했기에 다른 사람이 되었다.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그가 더 출중해서가 아니다.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상사가 책임을 더 많이 지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직원들을 대신해서 나서고, 그들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이들을 막아주는 것은 상사가 감당할 책임 중 하나이다.”(85)

부하 직원을 대신해 위사람 앞에 나설 때 그 역시 두려웠다. 말을 하기 전에 덜덜 떨었고, 말을 하고 돌아와서는 밤새 뜬 눈으로 억울함을 삭여야 했다. 기자들을 상대할 때는 더욱 떨렸다.

두려웠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그 압박감이란 어마어마했다. 첫날 새 학교에 등교하면서 얼마나 끔찍했는지 기억이 날 정도였다. 힘들다가도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괜찮아졌다. 그래서 기자 회견장에 들어가면서, 기자들과 그들이 쓸 기사를 생각하지 않고 새로 만나게 될 사람들만 생각했다….가끔 그 10분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대표가 내가 적은 메모를 갖고 뭘 하려는지 알았더라면 아마 난 잔뜩 겁을 먹고 일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할 때의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오직 한 사람만, 그리고 그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만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터득했다. 또 때로는 한 번에 한발자국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우리는 어떻게 질까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우리는 승리를 선택했기에 승리했다.(111-118)

'그날 밤 나는 프랭크와 소파에 나란히 앉았을 때 승진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울었다. 어안이 벙벙한 그는 답답해했다. ‘왜 우는데. 이건 큰 일이야. 당신은 승진했고 엄청난 자리로 옮겨가는 거라구’…내가 운 것은 두려워서였다. 중급관리자와 상급관리자이 업무는 천양지차였다. 내가 정말 그 자리를 감당해낼 수 있을까?'(89)'

'회의실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두려움을 극복할 때마다 더 강해진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사람들은 관리자가 할 일은 두려움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도 리더가 할 일이라고 믿는다.'(48)


 

다음 직장을 생각하지 마라

저자의 성장과정과 직장 생활이 꾸밈없이 진솔하게 펼쳐진 이 책은 첫 프롤로그부터 흥미로왔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비즈니스 우먼으로서의 싹수는 첫 직장(마커스&밀리챕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일하는 그의 태도에서 이미 엿볼 수 있다. 칼리는 전화를 받고 손님을 접대하고 문건을 타자로 치는 것 같은 일들을 하면서도 일에 최선을 다했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다. 회사가 자신을 제대로 뽑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업무에 능숙해지려고 온 힘을 다했다. 명문 스탠퍼드를 나왔지만 자신이 맡은 일이 하찮다고 생각하는 법은 절대로 없었다. 그 결과, 오래 지나지 않아 그는 회사 중개인들의 신임을 얻었고 제대로 된 일을 맡게 되었다. 제안서를 작성하고 소유지를 방문해 평가하고 전화로 마케팅을 하고 가격조정에 대한 전략회의에도 참석하였다. 그때 그의 나이는 겨우 22살, 큰 열의 없이 진학했던 UCLA 로스쿨을 박차고 나온 직후였다.

 

마커스&밀리챕에서의 안내원 생활은 그 후 그가 커리어에 관련된 조언을 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다음 업무를 생각하지 말라,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라,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라, 각 업무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에 집중하라, 내게 기회를 줄 사람들을 찾으라
(41)


유용한 공부 방법(33)

칼리는 대학원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과 유대교의 중세철학'이란 과목의 세미나를 준비할 때 써먹던 방법이 회사생활하면서 유용한 경영기법이 되었다며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리뷰와 닮은 점이 있어 소개해본다.

위 세미나를 위해 칼리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매주 읽어야 했다. 어떤 때는 1,000쪽씩(우리 과제보다 지독하다)을 읽기도 했다. 어쨌든 주말에는 읽은 것을 가지고 2쪽으로 요약해야 했다. 2쪽으로 요약하기 위해 칼리는 먼저 20쪽의 글을 썼다.그런 다음 10쪽으로, 다시 5쪽으로 줄이고 맨 마지막에 2쪽으로 요약했다. 그것은 단순한 요약이 아니었다. 읽은 내용의 진수만 뽑아낸 것이었다. 이렇게 핵심을 추출하는 과정과 머릿 속에서 정제하는 훈련은 20쪽 짜리를 2쪽 분량으로 확실하게 말하는 능력을 길러 주었다. 2쪽을 마무리하고 나면 배우는 내용에 대해 훨씬 많이 알게 되었다. 엄청난 분량에서 핵심 정보만 얻어내는 이 방법은 훌륭한 경영기법이기도 했다. 칼리는 이 과정을 통해 리더십 교육까지 받은 것이다. 사물의 핵심을 이해하고 의사소통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며 효과가 있는지를 배운 것이다.  
 
활홀한 리더십

이 책에서 가장 흥분되는 부분은 그가 자신의 철학, 즉 '리더십은 사람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구현하는 장면들이다. 그는 언제나 어려운 현장을 자청했고 가는 곳마다 기적을 창출하였다. 기적을 일군 힘은 회사훌륭한 시스템도, 회사의 자산도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들이었다. 그는 사람을 철저히 신뢰했고, 사람만이 변화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이란 걸 믿었다. 그런 그의 신뢰가 사람들을 움직였고, 그들은 변화를 일구어내었다. 그들은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었고, 그런 믿음이 무엇을 이루어내는지 목도하였다. 사람들의 변화를 보는 것, 리더에게 그 이상의 흥분은 없으리라. 무엇이 그 이상으로 리더의 수고를 보상해 줄 것인가. 그런 점에서 칼리는 행복한 리더였을 것이다. 사실 그런 승리의 증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내 가슴을 뛰게 했다.

들어보라, 이보다 생생한 현장의 소리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전사들이 부름의 소리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의 이메일에서 그런 기미를 읽었고, 그들의 표정에서 그런 뜻을 보았다. 고객들과 협력업체들과 경쟁사들도 그 메시지를 받았고 그 사실이 중요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회사 내부에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HP가 재도약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우리의 미래를 그릴 수 있었고 발명의 뿌리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과거와 미래는 정과 반이 아니라, 변화에 요구되는 합이었다."(283)



마치며

일부러 자서전을 찾아 읽지는 않지만 그것이 꽤 매력적인 문학 장르란 건 알고 있다. 한 사람의 삶의 여정이 촘촘히 기록된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나는 책 속의 주인공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가끔 책과 따로 놀게 하는 자서전도 있다. 대필된 위인전 같은 것은 사실 한 호흡이 떨어진다. 나와 다른 레벨의 사람 이야기라는 선입견이 공감을 제어하고, 달성한 위업 위주의 글은 나의 평범함을 주눅 들게 한다. 그러나 위인전이라도 네루다나 김구 같이 그들의 육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자서전은 감동적이다. 그속에 사람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칼리의 책 역시 그러하다. 그녀가 자신의 차고에 작업대를 마련하고 심혈을 기울여 쓴 이 책에는 그녀가 깊이 담겨있다. 나는 이 책의 앞 부분에 무척 매료되었다. 사업을 이야기할 때의 그녀도 아름답지만 좀 더 내밀하게 자신을 풀어놓는 그녀는 더욱 아름다웠다. 가족과, 어린시절, 대학생활과, 결혼, 다시 시작한 공부, 프랭트와의 재혼, 어머니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 나는 칼리라는 한 인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녀의 글 중에 줄을 가장 많이 친 부분도 그분이었다. 사업이야기를 조금 줄이고 그녀의 이야기를 좀 더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의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주변의 사람들(예를 들면 프랭크의 이탈리아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과  그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그녀의 힘있는 필치로 그려주었더라면 2% 부족한 이 갈증이 멋지게 해갈되었을텐데.. 그녀가 이 책을 시작한 의도(그가 지향한 건 자서전도 경영서도아니다) 를 알기에 역으로 그 점이 더 아쉬운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늘 마음에 새기는 인생의 교훈 하나, 내게도 오래 남아 적어본다.

'지금의 나는 하느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다.'



그리고 내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더 강력한 귀절 하나 더,

"늘 해오던 방식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었다에너지를 우리가 가야 할 곳에 집중시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떠나온 곳으로 계속 돌아가려고 할테니까나는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다. 다시 ''에 돌아갈 길이 없다는 점을 깨달으면 미래와 대면하기가 수월하리란 것을"(173).

 

IP *.127.9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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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9.25 12:15:03 *.111.216.2
이 선배님의 리뷰는 책보다 더 귀한 배움을 주는 것 같아요.
혼자 보기 아깝습니다...
감탄, 감동, 감사....
정말 멋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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