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이한숙
  • 조회 수 555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9년 1월 13일 00시 36분 등록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동아일보사

 

1. 저자소개

 

빌 브라이슨

(www.billbrysonbooks.com)


영국 <타임스>로부터 "가장 재미있게 글을 쓰는 생존 작가"라는 평을 들은 빌 브라이슨은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태어났다. 영국으로 건너가 <타임스> <인디펜던트> 신문사에서 여행작가 겸 기자로 활동한 그는 재기발랄한 문체와 관찰력이 돋보이는 많은 작품을 펴냈고 이제 전 세계에 수많은 독자를 갖게 되었다.


그 가운데 방대한 양의 과학 정보를 재미있게 풀어낸 과학 교양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뉴욕 타임스에 29주간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후 과학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평을 받았고, 2004년에는 아벤티스 상도 수상했다.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도전한 저자가 함께 종주한 친구와의 우정과 대자연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나를 부르는 숲》 또한 뉴욕타임스 3년 연속 베스트셀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년간 영국에서 살다 미국으로 돌아간 브라이슨은 우연히 자신이 사는 마을 끝에서 숲으로 사라져가는 길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그 유명한 애팔래치아 트레일 표지판을 발견한 뒤로 그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당장 산으로 내달리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 결국 그는 조지아 주에서 메인 주에 이르는 3360킬로미터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결심한다. 그러나 이전에 그가 시도했던 그 어느 것보다 훨씬 어려운 애팔래치아 종주에 앞서, 트레일의 일부라도 함께 갈 사람을 구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친구 스티브 카츠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는 브라이슨의 책 <neither here nor there>에 어릴 적 유럽여행을 함께 한 친구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 이후 서로 이름만 친구로 남아있던 그들은 트레일 종주를 위해 만나게 된다. 그때가 그들의 나이 44살.

이 책은 카츠와의 동반 종주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저자 브라이슨은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며 대자연의 위엄과 위험 속에서 어릴 적 친구인 카츠와 감동어린 우정을 쌓아간다.


브라이슨의 다른 저서로는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고독한 이방인》,《햇볕에 타버린 나라에서》,《브라이슨의 성가신 단어 사전》,《모국어》,《잃어버린 대륙》,《작은 섬에서 부친 편지》,《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일기》 등이 있다.

 

그의 글은 살아있다. 놀라운 기억력과 세심한 관찰력,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사건들을 실제보다 더 생생하게 재현한다. 그의 글에는 또한 풍자와 위트가 넘친다.  그는 현재 미국 뉴햄프셔 주 하노버에서 부인과, 4명의 아들과 살고 있다.

 

번역 홍은택


번역이 매우 시의적절하고 좋다. 좋은 번역 탓에 글이 잘 익히고, 브라이슨의 위트가 그대로 전달된다. 번역된 제목(나를 부르는 숲)이 영어 원제(a Walk in the Woods)보다 훌륭하다. 번역 제목은 글 내용까지 아름답게 압축하고 있다.  

 

작년에 우연찮게 역자가 쓴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읽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두 저자 간에 여러 공통점이 보인다. 일단 두 작가가 저널리스트라는 점과, 각기 도보와 자전거로 미국의 가장 긴 종.횡단 트레일 종주에 나섰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각자 책 한 권으로 되살려놓았다는 점 등이 그렇다. 책의 구성에도 유사점이 보인다. 홍은택이 브라이슨 책을 번역한 것이 2002년이고 그가  6 4백 킬로의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단행한 것이 2005(미주리대학원 저널리즘 과정을 졸업한 기념으로)이니 홍은택이 브라이슨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이 책 말미의 옮긴이 후기에는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이유가 적혀 있다. 그는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던 어느 날 가족과 나들이를 나간 워싱턴 근교의 스카이 메도 공원에서 말로만 듣던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 등반객을 만난다. 쌀가마니만한 배낭을 짊어진 두 젊은 남녀는  미국의 백두대간인 애팔래치아를 종주 중이었다. 궁금한 그가 물었다.

어디서 오는 겁니까?

조지아 주요.

그럼 어디까지 갑니까?

메인 주요.

엄청난 거리를 걸어왔고, 앞으로 더 긴 거리를 걸어가야 할 두 사람의 간결한 대답은 그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물어본 그가 오히려 3천 킬로가 넘는 거리를 짐작해보며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이 모험을 하게 된 거죠?

그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대학 졸업 기념입니다.

그들은 떠났고 홍은택은 오랫동안 마음이 흔들렸다. 그때 <나를 부르는 숲>을 만났다. 모험에 대한 그의 욕망은 더욱 커졌지만 귀국과 함께 그 욕망은 무산되었다. 안타까움을 달래기 위해 그는 이 책을 번역했다. 그리고 결국, 2005년 5월 26부터 8 13일까지 80일 동안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했다.  그는 이 책 역자 후기 말미에 이렇게 썼다.

 

사람과의 관계로 규정되는 자신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의 신체적인 자신, 그리고 자연과 신의 중간에 끼인 실존적인 존재로서의 자신을 만끽할 기회를 누릴 수 있기를...

 

그리고 그는 그의 책 <아메리타 자전거 여행> 책 머리에 이런 글을 써두었다.

 

종주하는 동안 펑크는 11번 났고, 나를 추격해온 개는 100마리쯤 되고, 여름철이었지만 영하 1도에서 영상 43도까지의 온도와 해발고도 0에서 3464 미터까지의 높이를 체험했다. 열개 주를 건넜고, 대륙분기선을 열네번 통과했고, 시간대가 다섯 번 바뀌었다. 페달은 100만번쯤 돌렸고, 하루 5천 칼로리 이상 섭취한 것 같고, 결과적으로 몸무게는 3킬로 빠졌다. 체중감량보다 중요한 건 욕심 감량이다. 나는 지금도 어렵게 터득한 여행자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언젠가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떠날 것이다. 일상에 빠져들수록 그 열망은 간절해질 것이다.

 


2.
마음에 들어오는 글귀

 

5. 이 책의 무게는 1파운드도 안된다. 장거리 등산을 떠날 때 배낭에 꼭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무게는 중요한 문제다 ? 빌 맥키번

->유감스럽게도 한국판 책은 아주 무겁다. 장거리 등산 배낭에 넣기에는 무척 고심되는 무게다. 다른 말로 하면 안가져가도 된다는 의미이다. 등산용이 아니더라도 외국의 페이퍼백처럼 한국에도 가벼운 책들이 나오면 좋겠다숙녀의 핸드백은 책 한 권만으로도 불쾌할 만큼 무거워진다.

 

7. 맛있는 향응이었다. ? 뉴욕 뉴스데이

->글을 음식에 비유하는 이 센스, 책의 감동을 잘 응축하고 있다.

 

17-. 북쪽 잉글랜드 지역의 길고도 험악한 겨울을 감안하면 매년 이 트레일을 종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트레일의 북쪽 끝인 메인 주의 마운트 캐터딘에서 출발하려면 5월 말이나 6월 초까지 눈이 녹길 기다려야 한다. 반대로 남부 조지아 주에서 출발하려면 반드시 눈이 내리기 전인 10월 중순 안에 종주를 끝내야 한다. 대부분 봄에 남에서 북으로 종주를 한다.

19. 끝에서 끝까지 종주하려면 적어도 5개월은 걸리고 500만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그리고 그냥 걷는 게 아니다. 필요한 모든 것을 짊어지고 걸어야 한다야외에서 자야하고 음식을 해먹어야 한다맨 몸으로 걷는 것과 봇짐을 지고 3 2백 킬로를 걷는 것은 분명 다르다.

->wow! 종주에 대한 이런 친절한 가이드는 계속 이어진다. 그가 자료를 얼마나 글에 잘 이용하는지는 그의 20년 기자 경력만 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7. 그들(어린이 야영단)은 저녁을 지어 먹은 뒤 남은 음식물을 주머니에 넣어서 30미터쯤 떨어진 숲의 나무 사이에 매달아놓았다.

-> 곰의 손이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야영하는 사람들은 이 일을 철칙처럼 지킨다. 곰의 습격은 영화에서의 일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 생각만해도 소름이 돋는다. 이 책에서 브라이슨은 갖가지 곰의 습격에 대한 실화들을 열거하며 스스로 공포에 떨기도 하고, 대비도 하는 모습을 위트 넘치게 표현하고 있다.ㅋㅋ

 

34. 진실은 당신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곰들은 예측불가능하다.

 

45. (종주를 시작하기 전 브라이슨의 집에서 하루 자고 난 아침, 배낭을 메고 나타난 카츠에 대한 묘사) 20분 뒤 그가 푸념을 늘어놓으며 힘들게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난간을 꽉 잡은 채 마치 계단들이 얼음장으로 뒤덮인 것처럼 천천히 내려왔다. 다행히 배낭은 메고 있었다. 지저분한 운동화, 장화같이 생긴 것, 냄비와 프라이팬, 아내의 옷장에서 슬쩍 한 것 같은 로라 애쉴리 쇼핑 가방과 그 밖에 신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ㅋㅋ)주렁주렁 배낭에 매달려 있었다.

 

52.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메인 주의 인적이 드문 숲에 3.2킬로의 길을 내는 것을 끝으로 1937년 8월 14 공식적으로 완성되었다.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긴 보도를 건설했지만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다.

 

53.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더 이상 최장거리 트레일이 아니다. 미서부의 퍼시픽 크레스트와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은 애팔래치아 트레일보다 조금 길다. 하지만 최초의, 그리고 가장 위대한 트레일은 애팔래치아 트레일이고, 영원히 그렇게 남아있을 것이다. 많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고,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54. 매년 3월 초와 4월 말 사이 2천여명의 등산객들이 스프링어에서 캐터딘을 향해 출발한다. 하지만 종주에 성공하는 사람은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반은 전체 길이의 3분의 1도 안되는 버지니아 주 중부까지도 못간다. 4분의 1은 코 앞의 노스캐롤라이나 주까지도 못 간다. 무엇보다 20퍼센트가 등반 첫 주에 포기한다.

 

59. 미 전역에서 사람들은 출근하기 싫은데 억지로 회사로 나가고, 교통 체증과 매연에 시달리고 있는데, 나는 숲 속을 걸으려 하는 것이다. 도전하려는 의지가 불끈 솟구쳤다.

-> 결심은 좋다. 출발은 항상 건강한 결의로 가득차게 마련이다.

 

61. 지옥이었다. 등반 첫날은 항상 그랬다. 내 몸 상태는 구제불능이었다. 배낭은 그냥 무거운 정도가 아니라 천근만근이었다. 준비가 안된 채 이렇게 무거운 걸 메본 것도 처음이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힘겨운 투쟁이었다.

> 등반 첫 날부터 힘들다. 책의 60페이지가 넘어서야 첫날 기록이 시작된다. 그럼 그 이전 페이지는? 그는 서설이 긴 남자다. ~

 

62. 꼭대기라고 생각한 곳까지 억지로 몸을 끌고 올라가면 그 너머에 또 다른 봉우리가 솟아올라 있다마침내 그 너머로 맑은 하늘밖에 보이지 않고 가장 높이 있는 나무들의 맨 위를 볼 수 있는 높이까지 올라가면 바로 저기다 하면서 전의가 다시 살아나지만 이내 기만으로 끝난다. 교묘하게 치고 빠지는 산 정상은 나아간 만큼 후퇴한다그래도 비틀거리며 갈 수 밖에 없다. 그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70. 깨어나자 마자 눈이 부셨다. 텐트 안은 흥미롭게도 조각조각의 무빙(霧氷)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순간 나는 간밤 내내 코를 골았고, 마치 호흡의 역사를 스크랩해 놓은 책처럼 내가 뱉은 입김이 얼어서 텐트 천에 달라붙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80. 1987년 산림청은 무심결에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 근처의 유서깊은, 전인미답의 피스가 국립 산림보호구역에서 민간기업들이 연간 수백에이커씩 벌목하는 것을 허용하고 벌목된 곳의 80퍼센트에는 이른바 과학적 조림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너무나 분명한 것은 과학적 조림이란 단지 자연경관에 대한 야만적인 모독일 뿐아니라 거대하고 무모한 산사태를 불러일으켜 하류 지역의 수킬로에 생태학적인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과학이 아니다. 강간이다.  

 

83. 우리는 단순한 일상에 빠져 들었다. 매일 아침 첫 햇살에 일어나 추위에 진저리를 치고 손을 비비며 커피를 끓이고, 짐을 정리하고 한 줌의 건포도로 아침 식사를 대신한 뒤 고요한 숲 속으로 다시 출발했다. 아침 7시 반부터 오후 4까지 걸었다.

 

84. 심지어 대낮에도 숲은 위대한 고독의 공급처다. 몇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을 때, 카프마저 다른 사람마저 오지 않을 때, 나는 완전무결한 고독을 맛보아야 했다.

 

85. 가만히 누워서 기묘하게도 명료하고 분명한 밤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바람과 나뭇잎이 안달하면서 내쉬는 한숨과 나뭇가지의 지루한 신음, 끊임없는 중얼거림과 살랑거림에 마치 전기가 나간 회복기의 환자 병동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숲의 정경과 지은이의 행동이 그림처럼 이미지로 펼쳐지게 하는 글이다.

 

86. 살다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들과 얼마간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게 신의 섭리라는 걸 안다.

-> 아무도 못말리는 메리 앨런이라는 여자의 등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녀 때문에 얼마간의 그들 여정이 '사건들'로 즐거워진다.

 

89. 그녀는 칠칠맞지 못하게도 배낭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몸을 내뻗다가, 예를 들면, 군부대에서 영화상영도 할 수 있는 커다란 등짝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91. 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의 백미가 상실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경험이 바로 스스로를 철저히 일상생활의 편리함에서 격리시키는 것, 그래서 가공 처리된 치즈나 사탕 한 봉지에 감읍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코카콜라 한 잔에 마치 처음 마셔보는 음료수인 것처럼 넋이 나갔고, 흰 빵으로 나는 거의 오르가슴을 느낄 뻔했다.

-> ㅎㅎ, 나는 상실이란 단어 대신 부족 혹은 결핍이란 단어를 많이 쓴다. 부족하지 않다면 우리가 가진 것을 감사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나 부족으로부터 배운다. 모든 것이 부족한 등산 중이니 말해서 무엇하랴.

 

117-. 발로 세계를 재면 거리는 전적으로 달라진다. 1킬로는 머나먼 거리고, 2킬로는 상당한 길이이며, 10킬로는 엄청나며, 50킬로는 더 이상 실감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지구넓이에 대한 그런 계측은 당신 만의 작은 비밀이다. 그리고 삶은 굉장히 단순하다. (이곳 숲에서) 시간의 의미는 멈추었다. 어두워지면 자고 밝아지면 일어난다. 너무도 훌륭하지 않은가이젠 어떤 약속이나 의무, 속박, 임무, 특별한 야망도 없다. 필요한 것도 눈꼽 만큼 없다. 당신은 격렬한 마음의 동요를 거쳐 더 이상 자극이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윌리엄 바트럼의 표현대로라면 투쟁의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고요한 권태의 시간과 장소에 놓인 존재. 당신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저 걸으려는 의지 뿐이다.

-> 그러게, 너무 훌륭하다. 브라이슨이 옆에 있다면 하이 파이브를 해주고 싶다. 나도 이런 단순한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다.

 

118. 당신의 머리는 줄에 묶여있는 풍선 같다. 당신과 같이 가지만 실제 그 밑에 있는 몸의 일부분은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니다. 여러시간 수킬로를 걷는 것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특별할 게 없다. 글자 그대로 자동적이다.

 

121. 배낭을 내려놓고 지도를 꺼냈다대부분이 10만 분의 1 척도여서 실제 세계의 1킬로가 1센티로 표시된다. 생각해보라. 1평방킬로미터의 물리적 세계를. 그 안에는 벌목로와 개울, 두 개의 산봉우리와 소방탑 같은 작은 산, 민둥산, 그리고 꼬불꼬불한 애팔래치아 트레일, 게다가 한 쌍의 중요한 보조 트레일이 모두 포함된다. 그리고 생각해보라. 새끼 손가락의 손톱 만큼도 안되는 공간에 어떻게 이런 정보를 다 담을 수 있는지를.

 

127. 폭설이 내린 날 깊은 산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완벽하고도 광대한 적요. 눈덩이들이 여기저기 나뭇가지에서 무너져내렸다.

 

146. 흥분할 이유! 먼저 우리는 세번째인 테네시 주를 거쳐가게 되었다. 여러 주를 넘나드는 것은 언제나 트레일의 성취감을 더해준다언제나 내가 원할 때마다 왼발은 이 주에, 오른 발은 저 주에 걸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또 주계를 가로질러 오줌을 갈길 수 있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

 

153-. 스모키는 국립공원관리국의 지도 편달 없이도 자연의 광휘를 이루어냈고, 지금도 관리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관리국이 예산 부족으로 굶어죽도록 내버려두는 일도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부족하다는 한 해 예산 2억 달러를 채워주면 관리국은 나무를 보호하고, 귀중하고 사랑스런 고지평원을 복원하기 보다 아마 주차장을 증설하고 캠핑 차의 야영지를 만드는데 돈을 다 써버릴 것이다.

 

157. 비는 모든 것을 망쳐놓는다. 비옷을 입고 걷는 것은 불쾌하다. 걸을 때마다 나일론이 빳빳하게 바스락거리고 합성섬유 위로 빗방울이 후두득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낙담이 된다. 무엇보다 나쁜 것은 비옷을 입어도 몸은 젖는다는 것. 비옷을 입으면 비는 가릴 수 있지만 땀이 나 곧 끈적끈적해진다.

 

164. 몇 해 동안 미국인들이 차에 잔뜩 싣고 엄청난 거리를 달려 경이로운 자연 풍광의 입구까지 와서 결국 원하는 것은 미니 골프를 하거나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이라는 걸 간파한 상인들에 의해 이 마을(개틀린버그)은 번성했다.

->우리의 휴가 문화(실은 개발, 성장, 발전 논리까지)라는 것이 미국을 답습하고 있다.

 

166. 세계가 항상 움직인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미국에서 변화의 속도는 그저 현기증이 날 뿐이다.

 

167. 오늘날 미국의 모든 사무실과 상가의 절반은 1980년대 이후에 세워진 것이다. 딱 절반이다. 건물의 80퍼센트가 1945년 이후에 세워졌다. 미국의 모텔방 23만 개가 지난 15년에 건축되었다.이제 이 모든 것을 애팔래치아 트레일과 비교해보자. 우리가 종주할 시점에 애팔치아 트레일은 59년이 되었다. 미국식 기준에 의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명예로운 것이다.

 

168. 미국에 있는 그 어떤 것도 그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상품이나 사업도 끊임없이 스스로 개조하지 않으면 더 크고 새롭고 그리고 거의 항상 더 추한 것에 의해 잠식당하고 버림받고 밀려나고 만다. 그래서 오래된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좋은 것이다. 60년이 지나서도 조용히 숨쉬면서 잘난 체하지 않으면서도 찬란하고, 창설 정신에 충실하면서도 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다행히도 의식하지 않은 채 버티어 오지 않았는가. 그건 정말 기적이다.

 

168-175.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벌어졌다. 내 앞에 펼쳐져있는 모두 120센티미터의, 무릎에서 머리 끝까지 닿는 트레일의 전장(全長)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의 길이는 밑바닥 5센티 밖에 안된다

제기랄!

우리가 아무 것도 한 게 없네.

->카츠의 등산화 끈이 필요해서 간 등산용품점 벽에 14개 주를 관통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전도가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지도 앞에 바짝 다가간 브라이슨은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자신의 집 뉴 햄프셔를 떠나온 이래 트레일의 전모를 그려본 적은 없었다. 벌써 오랜 기간을 추위와 싸우며 고통스럽게 걸어왔는데 여태 걸은 거리가 전체 트레일 120센티의 5센티에도 못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의 기분이 어땠을까. 좀 더 들어보자.

 

우리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채 말없이 앉아있었다. 우리가 지금껏 경험하고 극복해온 것, 모든 노력과 수고와 고통, 습기, , 지긋지긋한 국수, 눈보라, 네리 앨런과의 지겨운 밤, 끊임없이, 지루하게, 끈덕지게 쌓아온 마일리지, 그것이 고작 5센티미터였다. 머리카락도 그것 보다 더 자랐을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우리는 결코 메인 주까지 가지 못할 것이다.

->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 했는가.

 

한편으로 그건 해방이었다. 트레일의 전 거리를 다 걸을 수 없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아이디어였다. 우리는 의무에서 벗어났다. 고역-조지아 주에서부터 메인 주까지 울퉁불퉁한 땅을 한 뼘 한 뼘 걸어야 하는 지루하고 정신 나간 일-은 이제 끝났다.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

-> 아무리 이렇게 변명을 해도 그건 합리화일 뿐이다. 그들은 정말 중간에서 탈락하고도 스스로 자유로와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난 그들을 존경할 것이다.

 

다음날 우리는 아침 식사 후 갑자기 열린 가능성을 놓고 연구했다. 우리는 (트레일의 일정 구간을 뛰어넘어) 언스트빌 근처의 스파이비 갭으로 직행하기로 했다. 바글바글 사람이 들끓는 스모키 대피소와 엄격한 규정을 떠나 바로 즐겁게 등산할 수 있는 세계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우리는 택시 전화번호부를 뒤져 택시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 그러나 그들은 생각을 다시 바꾸어 모든 트레일을 건너뛰고 버지니아 주로 가기로 했다. 그것은 이틀 전 대피소에서 만나 누군가로부터 버지니아 트레일의 평이함과 셰넌도어 강을 따라 펼쳐지는 기막힌 풍광에 대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합리화는 계속된다. 속으로 켕기지 않으면 변명은 그치는 법이다.

 

183. 운동화 신은 할머니가, 우드로라는 이름의 인간 비치볼이, 그리고 3 9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캐터딘까지의 종주에 성공했는데 우리가 그 욕구를 포기한 기분은 어땠을까. 사실, 괜찮았다. 우리는 여전히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는 중이었다. 단지 전부를 걷지 않았을 뿐이지. 당신이 믿건 말건 카츠와 나는 이미 50만 발자국을 찍었다. 그리고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어떤지 알기 위해 앞으로 450만 발자국을 더 찍어야한다는 건 필수적인 일은 아니었다.

-> 그래서 그들은 택시 기사와 함께 녹스빌로 갔고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개틀린버그 시내를 돌아다니며 먹고 마시고 놀았다. 어제만 해도 깊은 숲에 있던 그들이었다. 느낌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183. 기묘한 대조였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있을 때는 숲이야말로 무한한, 그리고 온전한 우주였다. 매일매일 경험하는 것이니까. 실제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기도 했다. 물론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 활발한 도시와 복잡한 공장들, 붐비는 고속도로가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눈이 미치는 범위 안의 모든 것이 나무인 곳에 있으면 숲이 지배를 한다. 그러나 트레일에서 내려오면 우리가 얼마나 기만을 당했는지 깨닫게 된다. 여기서는 단지 숲과 산은 배경일 뿐이다.

 

193. 나무는 덩치에 비해 상당히 민감한 존재다. 내부적인 생명은 오로지 껍질 바로 안쪽의 종이만큼 얇은 3개의 조직층, 즉 체관부, 목질부, 형성층 안에서만 존재한다. 얼마나 크게 자라든 나무는 단지 뿌리와 나뭇잎 사이에 엷게 퍼져있는 몇 파운드의 살아있는 세포에 불과하다. 3개의 부지런한 세포층은 모든 복잡한 과학과 공학의 집합체다. 야단법썩을 떨지도 않고 숲의 나무 한 그루는 엄청난 양(큰 나무의 경우 수백 갤런)의 물을 뿌리로부터 나뭇잎으로 빨아올려 대기로 돌려준다. 소방서에서 그만한 양의 물을 빨아올리기 위해 기계를 가동할 경우 생겨나는 소음과 소동, 그리고 혼란을 상상해보라..자연은 그렇게 작동한다.

-> 나무에 대한 예찬을 한없이 늘어놓던 저자, 이렇게 끝맺음을 한다. 재치가 넘친다.

 

195. 그러나 여기서 멈추자. 여러분이나 나나 과학에 대해 너무 알려고 하지 말자. 그래도 이것만은 간직하자. 애팔래치아 숲을 지날 때마다 거기 서 있는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는 것을!

 

199. 먼저 대피소를 사용한 사람이 그레이엄 그린의 페이퍼백판을 두고 간 걸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뻤고 정말로 감동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가르쳐준 게 하나 있다면 그건 우리 둘 다 삶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수준의 환희를 정말 행복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하루에 24-26킬로를 주파했다통증이나 물집이 내 존재의 일부분이 되는 경지에 이르러, 이제는 거의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199. 첫 날에는 등산이 끝날 무렵 자신이 조금 지저분해졌다는 걸 의식한다. 다음 날에는 지저분해졌다는 게 불쾌해진다. 그 다음날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 다음날에는 지저분하지 않은 상태가 어떤 것인지 잊어버린다. 배고픔도 규정된 단계를 따른다. 첫날 밤에는 국수를 갈망한다. 다음날 밤에는 배는 고프지만 국수를 원하지 않는다. 그 다음날 밤에는 국수를 먹고 싶지 않지만 다른 뭔가는 먹어야 한다는 걸 안다. 그 다음날 밤에는 전혀 식욕을 못 느끼지만 그냥 먹는다 그리고 수시로 진짜 세상에 돌아가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203. 우리가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20분 걸을 때마다 우리는 미국인이 평균 일주일에 걷는 것보다 더 걷는 셈이 된다. 집 바깥을 나서기만 하면 거리가 얼마가 되든, 무슨 목적으로 나가든 외출의 93퍼센트가 차에 의존한다. 요즘 미국인의 평균 보행거리는 일주일에 2.24킬로, 하루에 320미터 밖에 안된다내가 아는 범위에서 그 어느 누구도 걸어다니려 하지 않는다. 5백미터 떨어진 직장을 차를 몰고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4백미터 떨어진 체육관에서 러닝머신에 올라타기 위해 차를 몰고 가서는 주차할 공간이 없다고 심각하게 열을 내는 사람이 있다.

-> , 이 수치가 나에게도 해당된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겠다. 외출을 하지 않는 날이면 나는 집안에서 먹고 싸고 최소한의 일들을 하기 위해 움직이는 일을 빼고는 일부러 산책을 나가거나 운동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마음이 내킬 때, 혹은 가끔 이래서 되나 하는 위기의식을 느낄 때 일부러 하는 운동을 제외하고는 엉덩이를 책상에 붙이고 앉아있는 일이 전부다. 작년에 요가 학원에 반 년 열심히 다녔고, 계단을 열심히 오르내렸고, 주차는 되도록 멀리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어느새 이전의 습관으로 돌아와 있는 나를 본다. 이 글을 읽으니 각성이 생긴다. 다시 계단을 이용하고, 주말에 등산을 가고, 동네는 되도록 걸어다니고, 집안에서 하는 스트레칭이라도 더 열심을 내봐야겠다. 몸은 얼마나 주인에게 잘 길들여지는지. 내가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내 몸 역시 탄력을 금방 되찾을 것이다.      

 

253. 프런트 로얄까지 걸으면 아내가 이틀 안에 우리를 태우러 온다. 나는 다른 일 때문에 한달 간 등산을 그만두어야하고, 카츠는 디모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여름철 공사판에서 일자리를 구해둔 상태로, 8월에 복귀해 나와 함께 메인 주의 헌드레드 마일 윌더니스를 함께 종주하기로 했다우리는 애미캘롤라를 떠난 이후 800킬로미터, 125만 발자국을 걸어왔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충분한 근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등산가다. 우리는 숲에서 똥을 누었고, 곰들과 함께 잤다. 우리는 산사람이 되었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256. 내가 숲으로 다시 돌아간 것은 5월말, 6월초였다. 나는 집 주위의 숲으로 산책을 떠났다.

 

310. 나는 새로운 결의와 각오, 그리고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트레일에 복귀했다. 카츠가 나와 함께 메인 주의 헌드레드 마일 윌더니스를 종주하기 위해 돌아올 때까지 7주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뉴잉글랜드를 등산할 계획이었다.

 

318. 내가 아는 전부는 때때로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 뿐이야. 하지만 그게 인생을 흥미롭게 하지. 알아? 나는 정말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공짜로 음식 대접을 받았지.-치킨 존(트레일을 앞에 두고도 찾는, 항상 트레일을 잃어버리는 괴이한 등반가, 브라이슨이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거의 5개월을 걷고 있었지만 아직도 캐터딘까지는 1/4이 남아있었다)

 

320. (엄청나게 달겨드는 혹파리 때문에 고생하며) 인간의 땀은 그들에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환희의 절정을 제공하고, 방충제는 오직 그들을 더욱 흥분시킬 뿐이었다.

 

321. 그레이록은 애팔래치아에서 가장 문학적인 산이다. 허먼 멜빌이 <모비딕>을 집필한 곳이고, 매기 스타이어와 론 맥카도가 지은 <산 속으로>도 그렇고, 나다니엘 호손과 에디스 와튼도 근처에 살면서 집필을 했다. 1850-1920년대에 이르기까지 뉴잉글랜드와 관련된 문학가 중에 그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그레이록에 올라오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327. 나는 트레일에 기계를 갖고 다니는 사람을 싫어한다. 몇몇 애팔래치아 트레일 등산객들이 랩톱 컴퓨터와 모뎀을 가지고 다니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일일 보고를 전송할 수 있다는 기사를 읽은 바 있다. 조금 전에 병상에 누워있다 바로 트레일로 온 것처럼 맥박을 재기 위해 전깃줄을 몸에 둘러야 하는 감지기나 에비로 모니터와 같이 전자 장비로 무장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 이 책에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다는 것이 놀랍다. 기행문이라면 의당 사진을 기대하는독자로서는 조금 불편할 듯 싶다. 그렇지만 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소통 방식인 책을 쓰는 사람으로서 글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그의 뚝심을 보는 것 같아 한편 반갑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는 건 나 역시 아날로그 세대라서 그런가.

 

362. (드디어 카츠와 다시 등반을 시작하는 날) 완전 배낭을 멘 것은 거의 4개월 만이다. 나는 그 무게를 믿을 수 없었다. 아니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그 압박은 즉각적이었으며 실의에 빠지게 했다. 그래도 나는 형편이 나았다. 계속 등산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츠에게는 너무나 분명했다. 그는 출발점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366. 카츠가 텐트를 치는 동안 나는 식사 준비를 위해 물을 길러 갔다물가에서 무릎을 굽히자 내 왼쪽 어깨 너머의 숲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4-5미터 떨어진 그늘진 덤불 속에서 말코손바닥사슴이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우리는 서로 한참 바라보았는데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지만 그 놈은 상대에 대해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나는 매혹되었다.

 

374.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는 것은 내가 일생에서 시도한 것 중에 가장 힘든 일이고, 메인 주의 구간은 애팔래치아 트레일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였다.

 

384. 나는 격분했다. 최근 수년 동안 무엇에든 그렇게 화가 난 적은 없었다. 나는 그가 다시 음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건 모든 것- 그 자신과 나,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심각하고 어리석은 배반이었다.

 

389. 우릴 트레일 입구까지 태워주기로 한 키스의 밴을 기다리는 동안 우린 마치 재산권 분쟁으로 법정에 불려나가길 기다리는 앙숙처럼 어색한 침묵을 지키며 서 있었다.

 

386. 숲은 더욱 불길하고 수심에 잠긴 듯했다. 명백히 남쪽의 숲과 달랐다. 더욱 어둡고, 그늘지고, 녹색보다 흑색에 가까웠다나무들은 추하게 생겼고 사악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험이었다. 불안하게 다가오는 곰과 꽁무니를 따라오는 뱀, 빨간 레이저 눈을 가진 늑대, 괴기스런 소리와 갑작스런 공포의 숲, 소로가 깔끔하고 소심하게 묘사한대로 멎어있는 밤(standing night)의 숲이었다.

-> 카츠와 불편한 감정을 아직 정리 못한 그의 심리 상태가 자연을 보는 눈까지 바꾸어 놓았다.

 

390-391 브라이슨, 난 정말 노력하고 있다고, 정말이야, 하지만내가 버지니아를 떠나 디모인으로 돌아가 집짓는 공사판에서 일할 때 동료들은 일이 끝나면 선술집으로 달려가곤 했지. 그들은 항상 나보고 함께 가자고 했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지. 안돼, 친구들, 나는 술을 끊었어. 그런 뒤 작은 아파트로 돌아와 냉동식품을 데우고 나면 내가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고결해진 느낌이 들었지. 그러나 그런 일을 매일 밤 되풀이하고 나면 무어 풍요롭고 흥미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스스로 납득하는 게 어렵게 되거든. 만약 인생의 재미를 재는 기계가 있다면 냉동식품 저녁을 먹고 있는데 바늘이 오르가슴 구역으로 훌쩍 올라가진 않을 거 아냐. 그래서였을 거야, 사람들 틈에 끼어서 나는 콜라를 마시기 시작했지. 하지만 긴 하루 끝에 마시는 맥주가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잖아. 친구들은 꼬셨지. 이봐 맥주 한 잔 하라고, 마시고 싶잖아. 한 병 마신다고 해로울 거 없잖아. 3년 동안 안 마셨는데 이제 통제할 수 있을거야 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어. 그들은 내 맘이 약해진 걸 알고 나를 잡아챈 거야. 내가 여전히 숨쉬는 걸 알고서…’

하지만 브라이슨, 나는 술을 좋아하거든. 어쩔 수가 없어. 내 말은 나는 그걸 사랑해. 그 맛을 사랑하고, 두 병 마셨을 때 취하는 기분을 사랑하고, 선술집 냄새와 분위기를 사랑해. 나는 음담패설과 주변 당구대의 공이 부딪히는 소리, 밤에 술집의 어두침침하고 푸른 빛 도는 분위기를 그리워했어.

 

398. (그런 다음 숲 속에서 함께 걷던 카츠가 길을 잃었고 그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후에 어떻게도 구조할 방법이 없어 낙담한 브라이슨) 나는 그를 생각지 않기로 했다. 그가 길을 헤매는 모습을 그려보지 않기로 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대신 나는 바위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았다. 호수는 고통스럴 만큼 아름다웠다.  

 

405. (다음날 어렵게 서로 만난 두 사람, 카츠가 말했다)

네가 나타났을 때 정말 기뻤어. 사실 내 인생에서 벌거벗은 여자들을 포함해서 다른 사람을 보고 이렇게 기뻐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

그의 표정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고 싶니?

, 돌아가고 싶어.

나도 그래.

그래서 우리는 트레일을 떠나기로 했고 우리가 산사람인 것처럼 굴지 않기로 했다. 왜냐면 결코 아니니까.

 

407. 그래서 우리는 캐터딘을 보지 못했다. 단지 먼지 풀풀 나는 도로를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로 쿵쿵거리고 거칠게 달리는, 아마 시속 110킬로는 될 법한 속도의 픽업트럭 짐칸에서 잠시 그 흐릿한 윤곽만 보았을 뿐이다.

 

411-414.

그래 트레일을 포기해서 기분이 어떠니? 카츠가 물었다.
확실치가 않아 잠시 생각했다. 나는 애팔래치아에 대해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느낌을 갖지 않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트레일이 지겨웠지만 여전히 이상하게도 그것의 노예가 되었고, 지루하고 힘든 일인 줄 알았지만 불가항력적이었으며 끝없이 펼쳐진 숲에 신물이 났지만 그들의 광대무변함에 매혹되었다. 나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끝없이 되풀이하고 싶기도 했다. 침대에서 자고 싶기도 했지만 텐트에서 자고 싶기도 했다. 봉우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 했고, 다시는 봉우리를 안보았으면 싶기도 했다. 트레일에 있을 때나 벗어났을 때나 항상 그랬다.

너는 어때?

카츠가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아는 한 말이야, 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어. 눈 속에서도,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남부에서도 걸었고, 북부에서도 걸었어. 내 발에 피가 나도록 걸었어. 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어 브라이슨!


우리의 여행은 메인 주의 밀로에서 캔 크림 소다 6개로 끝났다. 카츠는 디모인의 아파트와 공사판, 그리고 술을 끊은 명징한 삶으로 돌아갔다. 나는 10월 중순 낙엽이 절정에 달했을 때 버몬트 주의 킬링턴 피크로 마지막 등산을 다녀왔다. 영광스러운 날들이었다나는 열정적으로, 원기 왕성하게 신선한 공기와 광채에 들떠서 등산을 즐겼다(킬링턴 산마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너무 아름다워서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내 발 밑으로 자유분방하고 잘 관리된 트레일 3 520킬로가 거의 똑같이 장엄한 숲과 산봉우리들을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신이, 내가 태어난 대지를 얼마나 편애하는지 이보다 더 선명하게 느낀 순간은 내 일생에 없었다. 그곳은 멈추어야 할 완벽한 곳으로 보였다.

 

415. 나는 1 392킬로를 주파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의 절반도 안되는 거리다나는 요즘도 일이 잘 안풀리면 집 근처의 트레일로 등산을 다녀온다.

 

숲은 아름답고 찬란할 뿐 아니라 더 이상, 개량의 여지없이 그 자체로 완벽하다. 이걸 느끼기 위해 수 킬로미터를 걸어 산 정상에 오를 필요도 없고 눈보라를 뜷고 기신기신 걸을 필요도 없고, 진흙 속에 미끄러질 필요도 없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을 건널 필요도 없고 매일매일 체력의 한계를 느낄 필요도 없다

-> 종주하지 못했어도 산을 자체로 사랑하고 즐길 수 있으니 충분하다고 자위한다. 그러면서도 끝내 아쉬움을 버리지 못하는 브라이슨. 자위먀말로 최대 방어인가.

 

416. 물론 아쉽다. 케터딘까지 가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언젠가는 갈 거라고 비록 다짐은 하지만 그래도 아쉽다 나는 딱 한 번만이라도-살아남을 수 있는 보장만 있다면(ㅋㅋ)-정면으로 죽음을 돌파하고 싶다. 어쨌든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텐트를 칠 줄도 알게 되었고, 별빛 아래서 자는 것도 배웠다. 몸도 튼튼해졌고 날렵해졌다. 삼림과 자연, 그리고 숲의 온화한 힘에 대해 깊은 존경도 느꼈다. 전에는 몰랐지만 세계의 웅장한 규모를 이해하게 되었다. 전에는 있는 줄 몰랐던 용기와 인내심도 발견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아직도 모르고 있는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친구를 얻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린 시도했다. 카츠의 말이 옳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우린 애팔래치아를 걸었다.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의 대표작으로 '뉴욕타임즈'의  3년 연속 베스트셀러였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본다. 이 책 표지를 넘기고 들어가면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이 5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그 찬사들은 서평의 최고 권위지인 뉴욕 타임즈를 비롯, 보스턴 글로브, 워싱턴 포스트, 그리고 미국의 각 주를 대표하는 신문들을 망라하고 있다. 뉴욕 타임즈는 개리슨 케일러(미국의 유명 풍자 작가), 마이클 킨슬리(시사 주간 타임의 인기 칼럼니스트, 최근 백악관에 들어가면 금연하겠다고 약속한 오바마 당선인이 담배 피길 원한다면 피게 해야 한다고 넉살을 떨어 더 유명해졌다), 데이브 베리(퓰리처상 수상작가)에 필적하는 작가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는 1급 풍자작가의 면모를 갖춘 그의 글에 대한 찬사임에 틀림없다. 3천360킬로에 이르는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 체험에 대한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기행 문학의 현대적 고전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것은 이 책이 담고 있는 기본 미덕 때문이다. 그 미덕은 물론 별다른 것이 아니다. 재미와 교훈이다. 

 

이 책은 심각하게 재미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여러 대목에서 웃음이 터진다. 어느 장면에서는 바보처럼 낄낄거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그것은 스토리가 재미있어서라기 보다는 그 스토리를 엮어가는 브라이슨의 재주 때문이다. 서서히 높아지던 긴장이 어느 시점에 이르면 기어이 웃음으로 폭발하고 만다. 그러니 그는 스토리를 알고 그 스토리를 어떻게 말할 줄 (story-telling) 아는 작가라고 하겠다. 내가 이 책을 목록에 넣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보와 감상만 나열해 독자를 설득하려는 책은 이제 대세가 아니다. 읽기 어려운 인문 교양서들이 밀려나고 이미지와 영상에 길들여진 요즘 독자들은 교양을 이유로 무료한 책을 잡고 있을 만큼 인내심이 많지 않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옳은 현상이냐 아니냐를 따질 필요는 없다. 읽히는 책을 써야 한다면, 그러면서도 동시에 교양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작가라면 특히 이 책은 좋은 길잡이다.

 

기자와 작가

이 책은 필자의 다양한 상식과 함께 전문 지식과 정보들로 가득하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트레일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숲, 나무, 정부 정책,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들이 지루하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 자료들을 배치하는 일에도 왜 플롯이 필요한지 느끼게 해준다. 20년간 영국 타임즈와 인디펜던트 기자로 일한 그의 기자로서의 경력과, 풍자적인 글쓰기로 많은 독자를 확보해온 그의 작가로서의 역량이 훌륭하게 결합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여행기와 문학의 결합

교양을 제공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이 책의 방법이 맘에 든다. 그는 기행문을 문학과 적절히 결합하였다. 소설적 대화체를 사용해 친구 카츠와의 산행 경험을 생생하게 살려놓았다. 그러므로 그가 쓴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소설처럼 윤색하는 과정에서 전략상 어느 정도 픽션이 가해졌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 책에 엄숙주의는 발을 못 붙인다. 오히려 실패를 그대로 드러내고, 유치하고 부족한 인간의 약점과 욕망을 있는그대로 들추어내어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친구 카츠는 이 책에서 없어서는 안될 양념 캐릭터이자 핵심 인물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거들먹거리고 난 체하는 일체의 것들을 통쾌하게 비웃으며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힘은 그런 재미가 감동까지 확장된다는 데 있다. 재미라는 토끼를 따라 나섰는데 교훈이라는 토끼까지 얻는 격이다. 어릴 적 친구인 브라이슨과 카츠 두 사람 간의 깊어지는 우정을 따라가는 사이 우리는 숲의 고독과 공포를 지나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 그러니까 우리의 위대한 유산인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감동적인 교훈과도 맞딱드리게 된다.  

 

스타일, 유머, 그리고 이야기할 줄 아는 능력

그의 지식은 넓다 못해 선정적이기까지 하다’. 휴스턴 크로니컬의 평이다. 그러나 주눅들 필요는 없다. 눈치챘겠지만 이 책에 언급된 그의 지식은 순전히 그의 머리 속에만 든 지식은 아니다. 자료를 많이 구해 읽고, 읽을 자료를 글에 잘 녹여내는 그의 기자적 솜씨 때문에 그렇게 느낄 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지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스타일과 유머, 그리고 얘기할 줄 아는 그의 소질이다. 그런 소질이 이 책을 단순한 여행기 이상이게 만든다.

 

두 가지 의문


첫번째, 전기도 안들어오고 일찍 해가 지는 혹한의 숲 속에서 텐트 속 침낭에 들어가 일찌감치 잠을 청하고, 새벽이면 일어나 다시 걷기를 반복하는 단순한 일과 속에서 그는 어찌 그토록 생생하게 기록을 남겼을까? 노트북이나 각종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다니며 유난을 떠는 무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적어둔 그의 말은(p327) 무얼 의미하는가.  책에 등장하는 대화의 상황이란 걸 모두 소설적 상상이라고 보기엔 리얼리티의 정도가 너무 세밀하고 강하다.


두번째 사람들은 왜 스스로의 몸을 괴로움에 빠뜨려가며 그런 고생을 자청하는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애셔 듀런드의 <혈연정신>이란 책의 인용문이 그 의문을 조금은 풀어줄 수 있을까.

 

함부로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야성 그대로인 숲은 대책없는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거기서 죽고 싶다. 사자에 갈가리 찢기거나 인디언 도끼에 쿵하고 찍히거나, 정처없이 떠돌다가 우연한, 갑작스런 죽음을 당하더라도 괘념치 말지어다. 안녕 친구들이여, 운명이 나를 부른다. 내가 없어도 만찬을 시작하라.

 

상당수 스루 하이커들(thru hikers:시작하면 한 시즌에 끝내버리는 종주자들, 구간별로 나누어 다른 시기에 종주하는 섹션하이커들section hikers에 대비되는 말)은 걷는 걸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들은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종주할 수 있는 사람은 엄연히 따로 정해져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높은 봉우리에 오르는 이들도 마찬가지일까. 내가 도전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이 대목에서 책 한 권 쓰는 일이 마치 종주와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꺼번에 힘을 모아 뿌리를 빼듯 할 수도 있고, 섹션 여행을 하듯 천천히 갈 수도 있다. 다만 멈추지 않으면 된다. 이 책의 스타일에 주의하며 나는 내 템포로 책을 써야겠다고 맘을 먹는다.

 

브라이슨은 4달 후, 다시 메인 주를 함께 종주하기로 약속하고 카츠와 헤어져 혼자서 뉴 잉글랜드를 등반한다. 그 모습이 이 책의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한다. 100 페이지가 넘는다. 카츠와의 에피소드 장들과는 달리 지루하고 재미없다. 심각하게 재미있다는 이 책의 찬사가 조금은 머쓱해지게 만든다. 문학, 혹은 중심 캐릭터가 빠진 기행문이 어떤 맛있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책 안의 여당 같은 부분이다.

종주를 중간에 중단하게 되는 계기와, 종주의 의미를 다른 시각으로 정리하며 4달 후에 다시 마지막 구간에 도전하는 과정과, 카츠가 길을 잃고 가까스로 죽음의 순간을 넘어 또 다시 종주를 포기하기까지의 여정이 매우 인간적이고 드라마틱하게 펼쳐져서 감동을 주고 있다. 위 '마음에 들어오는 글귀'에 그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정리해보았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을 아래와 같은 말로 장식하고 있어서 기뻤다.

"물론 아쉽다. 케터딘(마지막 골인지점)까지 가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언젠가는 갈 거라고 비록 다짐은 하지만 그래도 아쉽다 어쨌든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삼림과 자연, 그리고 숲의 온화한 힘에 대해 깊은 존경도 느꼈다. 전에는 몰랐지만 세계의 웅장한 규모를 이해하게 되었다. 전에는 있는 줄 몰랐던 용기와 인내심도 발견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아직도 모르고 있는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친구를 얻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pp 415-416

IP *.240.107.146

프로필 이미지
부지깽이
2009.01.13 06:20:02 *.160.33.149


나도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 너의 템포로 멈추지 않는 것, 그게 배낭을 맨 자가  종주하는 모습이다.

프로필 이미지
소은
2009.01.14 15:35:08 *.51.218.170
왜 사람들은 도달하기 힘든 목표를 상정하고 그것을 이루려 하는가.
아직 전인 미답의 땅과 산을 밟아보려하는가.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의문을 더 가지게 되었다.
내가 생각해둔 몇가지 답들은 있다.
작은 성취를 이루려는 내 욕망을 확대해보면 그것이 바로 더 큰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그러나 극지방이나 에베레스트 정복 같은 보다 험난한, 아예 죽음을 담보로 하는 모험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니니 정말 궁금하다.
이 참에 독서 목록에 정해둔 책의 순서를 바꾸어
라인홀트 메쓰너의 <죽음의 지대>를 먼저 읽어보려고 한다.
'왜 산에 오르는가'에 대해 가장 탁월하게 답하는 책이라는 서평이 사실이길 바란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12 [40]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2009.01.24 3568
1811 [35] 장자 멘토링 - 위단 정산 2009.01.19 3397
1810 (33) 나무가 말하였네 -고규홍 file [1] 이은미 2009.01.19 3382
1809 [37] 순이 삼촌 . 현기영 file 지희 2009.01.19 6143
1808 [36] 일의 발견 - 조안 B 시울라 거암 2009.01.19 3879
1807 [35]그림에, 마음을 놓다 구라현정 2009.01.19 3075
1806 [38]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 - 마티 올슨 래니 file [2] 양재우 2009.01.19 4831
1805 [37] 당신의 파라슈트는 어떤 색깔입니까? - 리차드 N. 볼스 [1] 최코치 2009.01.18 3344
1804 [39]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2009.01.18 3465
1803 [34]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 정산 2009.01.13 2380
» (33) 나를 부르는 숲 - 빌 브라이슨 [2] 이한숙 2009.01.13 5552
1801 [36] 역사란 무엇인가 2009.01.12 2597
1800 [35]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 앤서니 라빈스 거암 2009.01.12 5191
1799 [32]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현웅 2009.01.12 2940
1798 [36] 내가 직업이다 - 구본형 [2] 최코치 2009.01.11 3177
1797 [34]진실된 이야기_소피 칼 구라현정 2009.01.11 4688
1796 [38]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2] 2009.01.11 3770
1795 [37]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 - 리처드 맥스웰 外 file [2] 양재우 2009.01.11 4242
1794 [35] 페이스 팝콘 / 클릭 미래속으로 2009.01.06 2799
1793 (32)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 소은 2009.01.06 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