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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9일 20시 29분 등록
나무가.jpg

1.저자소개 : 고 규 홍

나무칼럼니스트. 1960년 인천에서 태어나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일간신문에서 12년 동안 기자 일을 하다가 무작정 떠났다. ‘세기말’이라며 법석대던 1999년이었다. 그 길에 나무가 있었다. 그때부터 이 땅의 큰 나무들을 찾아다니고 『이 땅의 큰 나무』(2003, 눌와)라는 책을 냈다. 절집 안의 아름다운 나무들을 모아 『절집나무』(2004, 들녘)를, 옛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서 깊은나무들은 『옛집의 향기, 나무』(2007, 들녘)로 모아 펴냈다. 그사이에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한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2006, 사계절)와, 나무 답사 여행을 안내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나무여행』(2007, 터치아트)을 내기도 했다.
답사 중에 찾아낸 경기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는 그가 직접 천연기념물 지정을 신청, 2006년에 천연기념물 제470호로 지정됐으며, 이어 그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경남 의령 백곡리 감나무도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2000년 봄, 태안반도의 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의 법인 감사를 맡아 지금까지 태안반도를 드나든다. 그해 봄부터 지금까지 줄곧 「나무를 찾아서」라는 칼럼을 써서 홈페이지 솔숲닷컴http://solsup.com을 통해 나누고 있다. 이 홈페이지는 최근 정보통신부의 ‘청소년 권장 사이트’로 지정됐다.
그는 한림대와 인하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은퇴’가 허락된다면, 오전에 희랍어를 공부하고 오후엔 지는 석양 바라보며 첼로를 연주하는 게 꿈이라 한다.

 

2. 내 마음에 들어 온 글귀

 

<나무가 말하였네…강은교>

나무가 말하였네

 

나의 이 껍질은 빗방울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햇빛이 찬아오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구름이 앚ㄱ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안개의 휘젓는 팔에

어쩌다 닿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당신이 기대게 하기 위해서

당신 옆 하늘의

푸르고 늘씬한 허리를 위해서  16

 

나무들 사이에는 그리움의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너무 바짝 붙어 있는 나무들은 서로의 자람을 방해하고 그 중에 더 크고 힘센 나무가 ㅎㄹ로 동무들을 물리치고 웃자란다. 20

 

오랫동안 늙지 않으며 온갖 시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그늘이라면 키 작은 사철나무여도좋다. 그저 나로서밖에 달리 존재할 수 없는 그때라면, 나무가 한 그루 곁에 있어야 좋겠다고 나도 말한다. 장정일 시인처럼 23

 

사철내내 한결 같은 나무이니 그 앞에선 시간도 계절도 멈추리라 23

 

<나무 …윤동주>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29

 

배롱나무를 보면 알 수 있다. 키보다 더 넓게 펼친 가지를 보라. 한순간도 나무는 가만히 멈추지 않는다. 춤을 추는지, 간지럼을 타는지 끊임없이 가지를 흔들며 바람을 데려온다. 30

 

<매화 …박정만>

매화는 다른 봄꽃처럼 성급히 서둘지 않습니다. 그 몸가짐이 어느댁 규수처럼 아주 신중합니다. 햇볕을 가장 많이 받은 가지에서 한 송이가 문득 피어나면 잇따라 두 송이 세 송이 …다섯 송이 열 송이 이렇게 꽃차례 서듯이 무수한 꽃숭어리들이 수런수런 열립니다. 이 때 비로소 봄 기운도 차고 넘치고, 먼 산자락 뻐꾹새 울음소리도 풀빛을 물고 와서 앉습니다. 먼 산자락 밑의 풀빛을 물고 와서 매화꽃 속에 앉아 서러운 한나절을 울다 갑니다.   31

 

<소식…이성선>

나무는 맑고 깨끗이 살아갑니다

 

그의 귀에 새벽 네시의

달이 내려가 조용히

기댑니다.

 

아무 다른 소식이 없어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38

 

새벽 네 시까지 더 있는 달, 그 달은 아마 손톱처럼 가느다란 그믐달일 게다. 그 마알간 달이 나무에 조용히 기대는 풍경을 노래 할 수 있는 시인….39

 

우리 소나무들은 그렇게 사람의 보호속에 안심하고 무성하게 자라서 우리 숲을 지키는 터줏대감이 됐다.41

 

<민지의 꽃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살 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대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55

 

감나무는 시골 아이들에게 목걸이를 만들어 주면서 자기는 열매 맺을 채비를 한다.

…나무에 매달린 어른은 필경 맛난 감 두엇, 저 까치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남겨놓을 게다. 그때쯤 이 길을 지나는 나그네는 잿빛 겨울 하늘의 감나무 가지 위에 걸린 빠알간 감을 보고 ‘까치밥’이라며 따스한 미소 머금을 것이다.  61

 

<어부림…손택수>
딴은 꽃가루 날리고 꽃봉오리 터지는 날

물고기들이라고 무트올

꽃놀이 오지 말란 법 없겠지

남해는 나무 그늘로 물고기를 낚는다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짙은 그늘 물 위에 드리우고 그물을 끌어당기듯

바다로 흰 우듬지에 잔뜩 힘을 주면 푸조나무 이팝나무 꽃이 때맞춰 떨어져 내린다

꽃냄새에 취한 물고기들 영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말채나무 박쥐나무 꽃도 덩달아 떨어져 내린다

목 그늘로 너희들 목에 내린 그늘이라도 풀어라

남해 삼동 촘촘한 그늘 가득 퍼득대는 물고기를

잎잎이 어깨에 메고 우뚝 성 어부림

꽃향기는 수평선 너머로도 가고 심해로도 가서

낚싯바늘처럼 단숨에 아가미를 꿰뚫는다

꽃가루 날리고 꽃봉오리 터지고 청미래 댕댕이 철썩 철석

파도소리를 흉내내며 뒤척이는 숲

날이 저물면 남해는 나무들도 집어등을 켜든다.    62

 

시처럼 물건리 어부림 앞 바닷가에 물고기가 모이는 건 물고기들이 꽃놀이를 나온 때문이다. 이팝나무 꽃피는 오월, 어부림 앞에서 꽃에 취해 환장한 물고기들의 아우성이 아름답다.

곷놀이 나온 물고기들이 향기에 취할 즈음이면 어부들이 아니라 나무들이 물고기를 낚는다. 어부들의 낚시바늘이 아니라 집어등 켜든 나무들의 꽃향기가 물고기의 아가미를 꿴다. 63

 

나무가 사람을 닮는지 사람이 나무를 닮는지, 필경 나무와 사람은 오래도록 함게 살면서 서로를 닮는다. 아니어도 좋다. 나무는 그를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아우라를 내보인다. 슬픔이 그득한 이에게는 어둡게, 기쁨에 겨운 이에게는 환하게 비치는 법이다.   67

 

<낙화…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69

 

몇날 며칠동안 아무 이야기 하지 않고도 편안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옆에 있지만, 침묵이 불편하지 않고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혹은 바라 볼 수만 있어도 행복한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랑하는 사람이 곁을 떠났을 때, 그때 그때 그의 빈 자리는 견디기 힘들 만큼 커다랗게 느껴진다. 감나무가 그렇다.

사는 동안 감나무처럼 누구에게라도 부담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저 있는 그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편안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대로 잊히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77

 

바람 한 점 없는 늦여름 시골 길, …줄지어 선 미루나무가 코발트 빛 하늘로 아스라히 멀어져 가며, 이 세상 삶의 무게를 버티어온 푸른 몸으로 내 여린 외로움을 가만히 보듬어 안아 주었다. 85

 

삶의 무게가 버거워질 무렵이면, 불현듯 떠나온 고향 마을이 기억 날 것이다. 왜 고향은 세상에 부대껴 삶이 힘겨울때에만 떠오르는 건가. 그때에는 무엇보다 먼저 마을 어귀에 서 있던 버드나무 한 그루, 사람보다 먼저 떠오를게다. ‘돌아가고 싶다’는 외마디는 왜 마법처럼 저절로 흘러나오는가 92

 

<적막이라는 이름의 절…조용미>

적막이라는 이름의 절에 닿으려면 간조의 빨에 폐선처럼 얹혀 있는 목선들과 살 속까지 내리꽂히며 몸을 쿡쿡 찌르는 법성포의 햇살을 뚫고 봄눈이 눈앞을 가로막으며 휘몰아치는 저수지 근처를 돌아야 한다 무엇보다 오랜 기다림과 설렘이 필요하다

 

적막이라는 이름의 나무도 있다 시월 지나 꽃이 피고 이듬해 시월에야 붉은 열매가 익는 참식나무의 북방 한계선, 내게 한번도 꽃을 보여준 적 없는 뾰족한 이 나무는 적막의 힘으로 한 해 동안 열매를 만들어낸다

 

적막은 단청을 먹고 자랐다 뼈만 남은 대웅전 어칸의 꽃문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이내 적막이 몸 뚫고 숨 막으며 들어서는 것을 알 수 있다 적막은 참식나무보다 저수지보다 오래된 이곳의 주인이다

 

햇살은 적막에 불타오르며 소슬금강저만 화인처럼 까맣게 드러나는 꽃살문 안쪽으로 나를 떠민다 이 적막을 통화하고 나면 꽃과 열매를 함께 볼 수 있으리라      94

 

사물에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주는 게 시인의 역할이라 했던가

 

어김없이 시인의 숨결이 벅차다. 그 나무 안에 휘감아 도는 적막을 자신의 숨결을 들여마시기 위해 그는 먼저 고요의 절집 ‘불갑사’의 이름을 바꿔 불렀다. ‘적막’이라는 이름의 절로, 그러자 참식나무는 하릴없이 시인 앞에서 ‘적막’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나섰다. 95

 

<미루나무….박재삼>

미루나무에

강물처럼 감기는

햇빛과 바람

돌면서 빛나면서

이슬방울 튕기면서

은방울 굴리면서

 

사랑이여 어쩔래

그대 대하는 내 눈이

눈물 괴면서 혼이 나가면서

, 머리 풀면서, 저승가면서    98

<꽃의 이유 …마종기>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절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는 바람소리      104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더는 걸 볼 수 있는 시인은 행복한 사람이다. 꽃이 질 때 나무 주위에 깃든 생명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소리도 시인은 듣는다. 행복한 까닭이다. 그는 다른 시 “상처’에서 ‘산다는 것’은 ‘바람’이라고 햇다. 105

 

오동나무는 애지중지 키운 딸자식 시집보낼 때 좋은 장롱 한 채 만들자고 심은 나무였다. 잘 키워 남의 집에 보낸 때 번듯한 장롱 한 채 지어주려는 아비들의 정성을 가득 담아 키우는 나무가 오동나무다.

여자들을 위해 생명을 얻고, 다시 여자들을 위해 기꺼이 제 생명을 내놓는 오동나무 116

 

대개 무리지어 자라는 대나무는 그 숲의 어느 한 개체가 먼저 꽃을 피우면 모든 대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운다. 그리고는 꽃을 피운 모든 대나무들이 일제히 죽음에 든다….꽃을 피우기 위해 소진한 에너지를 보충하지 못하고 탈진한 결과다. 꽃을 피우기 위해 스스로의 생명을 버리는 장엄한 죽음이다.119

 

세상의 어떤 생명체도 나무처럼 나이 들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건 없다.

서두르는 법 없이 계절의 흐름을 따르고 비바람 모진 풍파 고스란히 제 몸 깊은 곳에서 새겨 넣으며 살아가는 탓일 게다. 바람 불어 가지 하나 부러지고 짖겨 나가도 가지 위에 보금자리 튼 새들의 지저귐이 흥겨워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세월의 흐름을 큰 바위처럼 언제나 푸르게 사는   까닭이리라. 123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131

 

나무는 뛰지 않는다. 커녕 걷지도 않는다. 그래도 나무는 향기로 흐른다. 멈춰 있는 듯하지만, 나무는 한순간도 머뭇거리지 않고 뛴다. 135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엿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대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140

 

여름내 지칠 줄 모르고 꽃을 피우는 나무가 배롱나무다. 여름의 거센 비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꽃송이 하나하나가 그리 작아졌고, 되풀이 해 밀려오는 태풍을 걱정하느라 꽃송이마다 주름은 그리 깊어졌는지 모르갰다. 141

 

<시월의 사유…이기철>

텅 빈 자리가 그리워 낙엽들은 쏟아져 내린다

그ㄱ한을 견디려면 나무들은 제 껍질을 튼튼히 쌓아야 한다

저마다 최후의 생을 간직하고 싶어 나뭇잎들은

흙을 향하여 떨어진다

 

나는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부분을 기억하려고 나무를 만진다

차가움에서 따스함으로 다가오는 나무들

모든 감각들은 너무 향기 쪽으로 기울어 있다

.

.

.나뭇잎들, 저렇게 생을 마구내버릴 수 잇다니. 그러니까 너희에게도 생은 무거운 것이구나.  156

 

<고목 …김남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서 사방팔방으로 팔을 벋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투성이 얼굴과

상처자국으로 벌짐이 된 몸의 이곳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174

 

쉽게 살고 싶지 않은 김남주는 알고있었다. 나무처럼 산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겨운 일인지를.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그의 외마디에는 진실이 담겼다. 오래도록 나무를 바라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진실이다 175

 

목련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나희덕 시인처럼 그 처참한 낙화를 먼저 생각한다. 낮 동안 슬프리만큼 아름답게 피어났던 목련꽃, 심히 아름다웠던 탓일까? 누구라도 목련을 이야기하면 필경 그의 낙화에 안절부절 못하면서 그 참혹함에 혀를 끌끌 차게 마련이다. 목련꽃 지는 소리 듣는 밤은 그래서 참담하다. 188

 

3. 내가 저자라면…


나무이야기를 시와 함께 한 에세이다. 나무 칼럼니스트 인 저자는 한 편의 시와 나무이야기를 아주 잘 녹여냈다.

나무를 찾아 길 위에 머무른 지 십 년, 그 처음은 시詩였다.(「책머리에)에서)
저자는 수목원에서 남모르게 나무를 만났고, “나무를 찾아 길 나서려 마음먹었는데” 시에 “젊은 날의 모든 은유”가 담겨 있는 걸 알고서 시부터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닥치는 대로 시를 읽어가며 시와 나무에 빠져 지내다 ‘길 위에 나서자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고, 비로소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말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무와의 소통을 그리며 읽은 시들이 1999년부터 지금까지 십 년간의 나무 여행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이렇듯 나무 여행을 하며 가슴속에 오래도록 품고 보듬어온 나무와 시가 담겨있다.

이 책은
“마음의 밑바닥을 치고 영혼을 울려줄 시”와 쉴 자리는 내주는 ‘나무’가  느릿느릿 독자를 이끌어 넉넉한 나무 한 그루 가슴에 품게 한다.

시를 바탕으로 시에 등장하는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고, 거기에다 친절하게 저자 자신이 몸소 찍은 나무 사진과 나무 정보를 덧붙이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저자는 감나무, 느티나무, 대나무, 모과나무, 목련나무, 은행나무와 같은 생활 주변의 나무에서 동백나무, 미루나무, 버드나무와 같은 들녘의 나무, 그리고 산에 사는 고로쇠나무, 산벚나무, 상수리나무, 자작나무 등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나무를 고루 다룬다. 시를 앞장세운 다음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어, 시와 나무에 관심은 있어도 잘 모르는 독자들이 시를 통해 나무를, 나무를 통해 시를 더욱 풍성히 알아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나무와 사람과 시를 담겠다는 생각을 하고 비슷한 책을 찾아보니, 이미 이렇게 나와 있지 않은가!! 한 편으로는 반가움이 앞서고 한편로는 두려움이 따른다. 물론 ‘하늘아래 새것이 있겠는가”만은  이 책들과 어떻게 차별화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내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나무가 말하였네> 이 책을 들고 나무여행을 하고 싶다. 때마다 달력에 미리 적어두었다가 저자가 말한 그즈음이 되면 훌쩍 떠나 나무에게서 삶을 배우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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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1.20 16:27:21 *.190.122.154
지난번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라는 책도 잘 보았습니다.

오늘 또 책욕심을 내어 봅니다. 꼭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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