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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8일 11시 47분 등록

 

3부 내가 저자라면


내게 한국은:

드골은 이렇게 선동한다. “나는 일생 동안 프랑스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해왔다. 내 가슴 속에 프랑스는 요정 이야기에 등장하는 공주와 같았다. … 평범함은 프랑스의 국가적 특징이 아니다. … 위대함이 없는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니다.” (71~2).

 

내게 열한번째인 이 책은 가장 쓰기 힘든 책이었다. 한국인이면서도 나는 코리아니티라고 불릴 수 있는 한국적 특성과 잠재력에 대해 확실히 정리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수수께끼였고, 깊고 어두운 무의식의 신비한 숲이었다 (394).

 

나의 스승조차 어렵다는 한국인과 한국의 코드찾기이다. 하물며 내가..

 

그래도 이 작업에 대한 열망과 알 수 없는 끌림이 늘 내 안에 있었다. 이유나 원인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냥 그저..

 

한국인은 역동적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인이 절대, 결단코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을 수 없는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인은 목숨을 내놓을망정 일본인들의 집단주의 우리에 갇힐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한국인은 저력이 있다. 외국인들이 전 운동장을 둘러싼 붉은 악마의 응원을 보고 약간은 괴기스러운 기운마저 느꼈다고 한다. 일본인에 비해 폭발적인 힘으로 개인주의를 지향하지만, 필요할 때, 우리가 원할 때 뭉치는 저력 또한 남다르다. 우린 흩어져 있으나,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개개인의 에너지 장은 놀라우리만치 묵직하게 뜨겁다.

 

한국인은 고결하다. 우린 일본인들처럼 자살을 미화시키지도 않고, 정재계에서는 끊임없는 부정부패 사건으로 일반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지만, 우리의 혼이, 우리의 자존심이 고결하지 않았다면 그 긴 세월 한국이라는 존재를 이어올 수 없었다.

 

한국은 역시 호랑이요 소나무다. 그게 나의 조국이다.

 

지난 100년간 한국의 변화 그 원인 분석:

이들의 (외국인)의 관점으로 보면 100년 사이에 한국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으로 다음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84).

ü         첫째,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달라졌다.

ü         둘째, 노인의 시대에서 젊은이의 시대로 바뀌었다. ‘나이는 곧 지혜라는 농촌 공동체의 규범은 사라졌다. 마흔이 넘으면 극심한 사회적, 경제적 감가상각을 당해 쉽게 조로한다. 한국은 젊은 세대들의 천국이 되었다.

ü         셋째, 느린 활보, 쓸쓸함, 느닷없는 농담, 여유 있고 넉넉한 걸음걸이가 사라졌다. 세련되고 꿈을 꾸는 듯한 인간적인 사람들은 빨리빨리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한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역동적인 낮의 활동과 밤의 쾌락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

 

첫째,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변화는 경제 환경 변화에 그 주요 원인이 있지 않았나 싶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자녀들의 교육비를 감당키 어려운 상황 변화와 고령화 시대로 넘어가면서 지적 노동자들의 수급 부족으로 인해 여성들에게도 기회가 늘었다고나 할까.

 

반면, 둘째와 셋째의 경우는 어딘가와 닮아 있다. 어디일까? 다음 문장을 읽으면 바로 떠오르는 나라가 하나 있다.

 

2002년에 출간된 스콧 버거슨의 <발칙한 한국학>에 나오는 것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81).

ü         한국은 예의를 강조하는 나라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사람들은 서로 밀치고 발을 밟기도 하며 큰소리로 떠들기도 한다.

ü         유교적인 나라라서 노인 공경이 사회의 공식 규범이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다. 패션, 출판, 엔터에인먼트, 여가 산업 등은 모두 젊은이들을 겨냥한다. 한국은 젊은이들의 세상이다. 젊은이들은 세상을 다 가져라라는 주문을 받는다.

ü         한국 문화의 기본 정서는 한이라는데, 일상 생활에서 그런 무거운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가벼움과 경박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지나치게 진지한 것은 촌스러운 구닥다리로 금기시되고 있다.

ü         한국 예술의 멋은 자연스러움에 있다는데, 한국은 가짜와 인위적인 것들의 천국이다.

 

얼마 전에 읽은 컬처 코드에서 묘사한 청년의 나라 미국이 떠오르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닮아도 많이 닮았다.

 

물론 분별없이 미국의 건강하지 못한 정신 문화까지 받아들이는 것 전부가 미국의 악영향이라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한 나라가 외부의 문화를 받아들일 때 자체 내에 얼마나 건강한 필터링 시스템을 지니고 있는지 없는지는 전적으로 자국의 문화 수준에 달린 일이니 말이다.

 

다만 내가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째서 5천년 역사의 한국 문화가 5백 년도 안된 미국 문화에 그토록 열광하느냐의 문제이다.

 

힘이 있어서? 당연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하나의 패권 국가가 약소 국가를 힘으로 제압했다 할지라도 약소 국가의 문화가 뛰어나면 패권 국가의 정신 문화에 역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증명하듯이, 단순히 우리가 미국의 힘에만 눌렸다고 단정짓기에는 어딘가 미흡하다. 스스로 납득이 잘 안 된다.

 

나는 그 원인을 미국의 힘과 문화에 열광하기보다는 자체내의 분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조금만 더 생각을 밀어보자.

 

한국은 진정 공자의 나라일까?

그래서 코리아니티가 가지고 있는 반21세기적 가치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를 들라면 나는 수직적 권위주의를 꼽겠다. 이것은 관계 중심적인 코리아니티를 수직적으로만 작동하게 만들어버린 고질적 패턴이다. 나는 수직적 권위주의라는 부정적 특성을 청산하는 것이 코리아니티 논의의 가장 절박한 교정 과제라 생각한다 (77).

 

공자의 사상이 중국에 태동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 전 6세기 경 춘추전국시대이지만, 그 사상이 중국 내에서 통치 사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모든 혼란이 가라앉고 본격적인 통치 이념이 필요한 한나라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한편, 한국의 경우 공자님을 본격적으로 수입하여 사상 체계의 웃어른으로 모신 것은 조선 왕조였다.

 

조선왕조 5백 년 동안 우리는 엄격한 수직 체계의 사회적 제도 아래 놓여 있었다. 이어지는 반세기는 일제 강점기에 향후 30년은 숨막히는 군사독재. 80년대부터 아주 약간의 해빙기를 맞아, 사실상 우리 나라가 나름의 사회적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은 불과 20년 정도의 일이다.

 

그렇다면 조선왕조 5백 년 전은 어떠했을까? 고려시대부터는 어느 정도 청문물과 함께 통치 제도도 갖추게 되었지만, 그래도 조선 시대만큼 엄격한 사회적 분위기는 아니었고,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여왕 배출, 여성의 재산 소유 및 경제 활동 그리고 자유로운 재혼 등 일단 사회적 분위기자체가 엄격한 조선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인간 역사 전체를 펼쳐 놓고 볼 때, 농경인으로 산 세월보다 수렵인으로 산 세월이 더 길다는 윌 듀란트의 말을 굳이 빌지 않아도, 우리 민족 역시 5천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엄격한 사회적 통제 아래 놓인 시대는 6백 년이 체 안 되는 세월이었다. 그리고 그 6백 년 갑갑함이 지난 20년간 미국 문화라는 코드에 맞춰 엄청나게 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린 결코 미국에 넋이 뺏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본성, 건강한 역동성을 지닌 자연인 한국인으로서의 본래 우리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 현재는 많은 것을 뿜어내는 과도기적 시기라 생각한다.

 

그 한 예로 인문학에의 목마름 혹은 인문학의 부흥을 들 수 있다. 자유를 만끽한 지 불과 20년도 안 되어, 우리는 단순히 미국 코드에 우리를 얹어서 분출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어느 새 사회 한편에서는 인문학에의 목마름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결코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식 헐리우드 일탈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그보다는 훨씬 품격 높은 정신 세계를 바탕으로 둔 민족임을 확신할 수 있는 사회적 현상이라 개인적으로 참으로 뿌듯한 우리들이다.

 

개인이든 사회던 한 국가이던, 다양성과 개방성은 분명 성장에의 원동력이다. 다만 그러한 요소들이 더 건강하고 풍성한 나의 문명 세계를 이루려면, 내 안의 중심 세계가 독창적이고 건강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 세월 중화권으로도 빨려 들어가지 않은 우리 민족이 결코 영미 문화로 흡수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문화를 빌어 억압되었던 그 무언가를 분출하면서, 그들로부터 취할 것은 취하되, 우린 역시나 언제나처럼 우리만의 길을 도도하게 걸어갈 것이다.

 

우리는 진정 관계지향적일까?

화병은 주변에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은 너무 많지만 진정한 관계는 아주 드문 상황에서 생기는 심리적 장애다 (93).

 

한국인하면 떼어놓을 수 없는 단어 혹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의 하나가 다름 아닌 관계이다. ‘우리안에 가 있고, ‘존재의 의미도 우리안에 있을 때야 비로소 가능하다.

 

나는 지금의 20대가 중년에 이르기만 해도 우리 사회 모습이 또 많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 군사독재 아래의 수직적 사회 구조에서 빗겨나 태어난 90년대 이후 아이들이 완전히 성인 시대에 도달하면 뿌리 깊은 문화적 인자야 존속되겠지만, 일상에서의 소소한 삶의 형태는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된다.

 

사실 지금의 내 세대만 해도 이라는 단어와는 실상 거리가 멀다. 일제 강점기를 끝으로 미국의 그늘아래 놓였다고는 하지만, 내 개인의 생사여탈권까지 빼앗긴 상태는 아니어서 그런지 정서적으로 한을 느끼지는 않는다.

 

화병화병이라기 보다는 답답함 혹은 갑갑함이 아닐까 싶다. 태생이 한국인인 관계상 이 부분은 마키아벨리의 목소리를 빌어 풀어보자면, 한국인은 억지로 형성된 관계 속에서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만 자발적인 관계는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 부모님에 대해서도 억지로 효를 앞세우는 공경은 힘들게 느끼지만, 사랑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챙겨드리는 건 기쁘다. 상사를 존중할 때, 부하 직원들을 진심으로 아낄 때, 동료들과 척척 호흡이 맞을 때, 우린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상사니까 복종하고, 부하 직원이니까 의무적으로 챙겨야 하고, 동료니까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할 때, 우린 미치도록 답답하다. 그리고 그 상황을 내가 어찌 조절할 수 없다 여길 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일 때, 정신적 스트레스, 즉 화병이 생길 지경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옛 속담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한국인의 사회에서 친구란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나의 자발성이 가장 크게 작용한 능동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연애는 아니지만, 결혼보다는 친구 관계가 더 자발성이 높은 관계라고도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한국인의 역동성과 내면의 열정은 일본인과 비교하여 생명력 넘치는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성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서적으로 우리는 서구 사회처럼 애정 표현을 남발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관계 속에서 끈끈한 정을 느끼며 살고 싶어 한다. , 사회 구조상 자발적이지 않은 인위적 관계 속에서 억지로 복종하거나 책임을 다해야 할 때, 거기에서 현대 한국인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개인적 에너지가 넘치고 마음 깊은 곳에는 따듯한 정이 흘러 끈끈한 관계 속에서 살아 가고 싶은 우리들. 하지만 세대가 밑으로 내려 갈수록 점점 더 집단주의나 사회적 구속을 참기 어려운 규범 혹은 압박으로 느끼는 우리들. 이것이 2010년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어쩌면 21세기는 한국 전체가 본성을 찾아가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해탈에 이르면 부처를 버리라는 섯가모니 붓다의 말처럼, 공자의 예를 다 배웠다면 이젠 공자를 살짝 뛰어넘으면 어떨까?

 

조선시대 선비들을 일컬어 창조적 소수라 할 수 있을까? 신라 시대 화랑은? 어쩐지 가능성이 엿보일 것도 같다. 적어도 그들은 함께 삶을 나누는 동료들과 벗이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동료 따로, 벗 따로. 사실 이 개념은 무척이나 서구적이다. 그것도 서구 근대 산업 혁명 시대 이후의 개념이 아닐까 싶다. 20세기 초반까지 농경 사회를 이루던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왜 친구와 동업이 실패한다고 믿는걸까? 사실 옛 어른들은 친구와 함께 논밭에 나가 함께 서로를 위해 일해주고, 함께 나누며 살던 분들이 아니었나?

 

그런 의미에서 창조적 소수란 한국인의 본성을 찾아, 일과 애정을 함께 나누며, 함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아주 건강한 한국적 관계로의 회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식의 삶을 현실에서 조금씩 추구하다 보면, 천천히 내 삶에서 억지로의 관계는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할 것 같다.

 

그게 올 한 해 내 삶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형이 될 것 같다..

 

스승을 따라, 스승과 함께 가는 길:

스승에 따라 그리고 자기가 이루어낸 득음의 경지에 따라 무한한 가변성을 가지는 것이 바로 판소리다 (104).

 

이제 나는 앞으로 10년간 100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한국과 세계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어울림의 방식을 다루어 보려 한다. 이것은 10년간 신나게 놀아볼만한 재미있는 놀이이며 의미 있는 과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첫 해의 수확이다 (393).

 

100명 중의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하다.

 

나의 뿌리는 변화요

나의 줄기는 관계이며

나의 꽃은 문화이다.

 

앞으로 후반기 내 삶의 흐름이다.

 

언제 득음의 경지에 이를지, 득음을 할 수는 있는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판소리꾼이 결과를 헤아리며 자신을 연마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저 가고 또 갈 뿐이다..

 

 

1부 저자에 대하여


따부님께

 

믿기지 않지만 지정 목록의 맨 끝자락까지 도달했습니다..

 

책 표지에 어딘가를 바라보는 따분님의 눈빛에는 무엇을 담고 계시는지요.. 당신은 어째서 코리아니티에 대해 답을 하고 싶으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K로 시작하는 코리아가 아닌 C로 시작하는 대한민국을 표출하고 싶었던 당신의 열정. Cor-이란 단어가 라틴어로 심장 혹은 마음이란 사실을 발견하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Coreanity로 하겠다 순진한 웃음을 머금으셨을 당신의 표정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11월 통찰에 이어, 12월 문화. 그리고 그 맨 끝자락에 놓인 코리아니티.

 

얼핏 년초에 커리큘럼을 보면서, 어째서 통찰이 맨 끝 달이 아닐까 생각했었더랬습니다. 12월이 다들 바쁜 달이어서 그러셨나?하고 얕은 생각을 하며 혼자 피식 웃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당신께서 어째서 12월에 문화를 넣으셨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이상과 현실에의 균형점. 나와 우리의 문명 건설.

 

돌고 돌아 당신의 커다란 아우름에 도착할 수 있게 되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따부님.

단 한 권의 책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원을 1순위에 놓겠다는 저와의 약속, 당신과의 약속 지켰습니다.

 

그래서 많이, 아주 많이 힘들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그 약속을 지키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습니다.

 

어째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가슴 가득 변화를 열망하면서도

그 길을 일구어내지 못하는건지, 일년이 지난 이제야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이리저리 휩쓸리며 지치고 지친 저를 당신 앞에 내려 놓았습니다.

바닥부터 구멍투성이에 허점투성이였던 저를 행여나 들킬까 노심초사하며 지냈었습니다.

 

세상 모든 거 다 내려놓고 제 자신에게 당당하고, 밤 하늘의 별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자 되고 싶었습니다.

 

끝이지만, 이제부터 진정한 시작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차곡차곡 쌓아가겠습니다.

그러나 이젠 맨 발에 하늘하늘한 옷 한가지만 걸치고 있기에 힘들지 않습니다.

 

당신처럼 깊고 넓게 포용해줄 수는 없겠지만

힘든 이가 있으면 저도 그 앞에 마주 앉아 천진한 웃음 선사하겠습니다.

 

당신에게서 너무 멀어지지도 않고, 너무 급히 다가가지 않더라도

먼 발치에서나마 앞서가는 당신 모습이 눈자락에 밟히기만 해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그냥 그렇게, 북극의 나침반을 스승께 두고

동무들과 어깨 동무하고 때론 토닥거리기도 하고 많이 재잘거리며 즐겁게 걷겠습니다.

 

저의 소행성은 이제 자신의 궤도에 맞게 운행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IP *.98.147.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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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2009.12.28 12:23:45 *.12.20.43
ㅋㅋㅋ 뭐야..이 비취색 편지. 사부님만 보시게 하고 싶었겠지만 이러믄 사부님 더 못보셔..ㅋ
안경을 올렸다 내렸다, 마우스를 긁었다 밀었다 하실걸.크크

언닌 화려하고 싱그러운 꽃으로 피어나겠구나.
많이 피워서 언니가 꿈꾸는 의묘한  작업실에 가득 꽂아 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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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별이
2009.12.28 12:26:29 *.98.147.106
ㅍㅎㅎㅎ 들켰당! ㅋㅎㅎㅎ
따부님만 보시는 불투명 핀지는 없낭하고 바랬쥥~~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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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해
2009.12.28 14:36:09 *.243.5.20
죽어라하면서 북리뷰쓰고 있는 언니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정말 그래. 많은 생각을 나와 비슷하게 했구나.. 코리아니티를 읽으면서 느낀 것이 참 많았는데..
언니를 알게 되어서, 앞으로 함께 갈 날들이 더 많아서, 그래서 행복해.
고마워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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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2.28 16:04:20 *.11.53.147
앗! 이게 누구야~! 방가방가~~ 걱정되서 왔구낭~ ㅋㅋㅋ
죽어라까지는 아니고~ ㅋㅋㅋ

나야말로 너랑 우리 모두 넘 소중해.
작년의 만남부터도 그러하고 올 한해 다들 함께 여기까지 온 날들도 그러하고..
특히 네 말처럼 함께 갈 날들이 기대되서 나 역시 행복해..^^

크~ 너도 읽었구낭~ 그니까, 생각거리 많지...?
새해에 이것저것 함께 읽고, 이야기 이어가장~

지해야 고맙고~ 한해의 맨 끝 한주 건강히 잘 지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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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2009.12.29 09:33:20 *.12.20.43
동료들의 리뷰를 읽는 건 큰 즐거움이자 또 다른 공부지.
특히 언니의 리뷰는 더 큰 감동으로 가다 와. 아무나 알아챌 수 없는( 특히 나에겐 안 보이는) 깊은 헤아림 담고 있으니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래잖아. 신기하게도 언닌 그걸 너무 잘 보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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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2.30 10:18:46 *.11.53.251
하모하모. 뿅 공주 캐릭터 지대루당~ ㅎㅎㅎㅎㅎ
따부님 말씀처럼 온갖 캐릭터를 만드는데
뿅 공주는 어딘가 어설프게 그러나 느무나도 밝고 구여운~ 뭔가 그림 나오네그려~ ㅎㅎㅎ
잉잉. 느무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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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2009.12.30 04:38:33 *.12.20.43
ㅎㅎㅎ미티 미티...  마음이 앞서갔네.  '다가 와.'로 읽긴 한거지? ㅎㅎ  에고... 이 눔의 출산 후유증.....^^ 
근데 언냐, 이런 헛점을 천상에선 캐릭터화 시키려구.ㅋㅋ  좋겠지?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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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2.29 21:40:46 *.140.110.142
추늬야~ 어딜 "가다 와" ㅎㅎㅎㅎ
아마가 뽀작뽀작에 이어 또 다른 압권이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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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근언니
2009.12.31 01:23:37 *.12.20.43
주) ㅍ ㅈ = 팔자 
너 답다. 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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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07:43:00 *.143.134.217
큰 언니~

작은 언니야.. 그런 거이는.. 비단.. 오늘 하루만의 일은 아니잖아여..
그거이가.. 바로! 자근언니야의 마력(매력..)이자나여.. ㅋㅋㅋ
뭐.. 다.. 우리 ㅍㅈ 려거니 해야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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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07:38:44 *.143.134.217
큰 언니~ ^^

넘.. 멋지다.. 넘.. 찐하구.. 넘.. 깊어여.. ^^

면접 여행날 아침.. 버스 정류장?.. 제일 먼저 본 이가 언니였져..
운동화도 아닌 것이.. 그것도 모자라 맨발.. 양말을 안신고 있어서..
1. 안 걸어 봤나보다.. 이따가.. 발.. 무쟈게 아플 터인데..
2. 참.. 안쓰러워보였는데..

그 이른 아침.. 동그란 눈 크게 뜨고.. 바니의 눈으로.. 바라보던.. 언니야의 모습을.. 기억해여..
그 때 눈이 맞아.. 오늘날..  우리가 이케.. 된거이져.. ㅋㅋㅋ

글구.. 확실한 필이 꽂힌 날은 아마.. 
? 시간 통화..  그리고.. 이어지는.. 계속되는.. ㅎㅎㅎ

우리는.. 굳이.. 말이 필요 읍져.. 왜냐구여.. 다 알면서.. (힌트 :  ㅇㅈ !) ^^
언니~, 깊이 따랑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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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2.30 10:24:40 *.11.53.251
ㅎㅎㅎ 추늬 말처럼 그날 내가 "가출+출가 "한 날 맞어~ ㅋㅋㅋ
실은 그날 아침까지도 내가 정신이 쫌 없었지 ^^:::
네가 건네준 양말이 아니었으면 진짜 지대루 고생할뻔 했지... ㅋ

그러치, 그러치. 내가 정신은 없었어도 눈은 지대루 맞춘거지 ㅍㅎㅎㅎ

ㅋㅋ 내도, 공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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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12.30 08:35:52 *.126.231.229
정현누나 정말 수고했어요. 물론 공부라는 것이 누나를 위한 것이지만
누나가 북리뷰를 성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역시 신뢰란 정직하게 그리고 꾸준히 가는것이 최고인것 같습니다.
저는 신애누나처럼 사랑을 따랑해요 따고 돌려 말하는거 안 좋아합니다.

저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싶네요.
누나 살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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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2.30 10:28:13 *.11.53.251
ㅍㅎㅎㅎ 어쩐 일로 진지하게 나가나 했어~! ㅎㅎㅎ

그대, 철.
믿는다.
아낀다.
오래가자.

이러니까, 누나야가 아니고, 엉아같쥥~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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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1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2 - 아르놀트 하우저 혜향 2009.12.22 2897
2180 [35]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편> - 저자 & 내가 저자라면 수희향 2009.12.22 2509
2179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4 혁산 2009.12.22 3091
2178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1 [2] 효인 2009.12.22 14731
2177 단전호흡 [3] 백산 2009.12.22 5136
2176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2] 예원 2009.12.22 6348
2175 북리뷰 35 : 노년 - 시몬느 보봐르 [2] 범해 좌경숙 2009.12.22 4542
2174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4-아르놀트 하우저 [1] [2] 書元 이승호 2009.12.22 10118
2173 컬처 코드 - 클로테르 라파이유 혜향 2009.12.15 2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