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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9일 10시 46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현재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의 대표이사•발행인이며,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이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인권〉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1962년생으로 제주가 고향이며, 1981년 서강대 국문학과에 입학,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세 차례 투옥과 출소를 거듭했다. 월간 〈길을 찾는 사람들〉 기자, 전국노동단체연합 기관지 편집장으로 활동한 후 1992년 인문사회과학출판사인 새길에 입사하며 출판계에 입문했다. 새길의 편집주간으로 ‘비판총서’와 ‘지혜가 드는 창’ 시리즈를 통해 《철학과 굴뚝 청소부》, 《상식 밖의 세계사》, 《미학 오디세이》 등 100여 종의 인문교양서를 선보였다. 이후 도서출판 푸른숲에 편집주간으로 입사, 6년 동안 시, 소설, 비소설, 인문교양서 분야에서 200여 종을 펴냈다. 1997년 푸른숲의 자회사인 푸른역사의 설립에 참여, 편집주간과 대표를 겸임하며 20여 종의 역사교양서를 발간했다.

2001년 5월 ‘새로운 시대의 편집자와 출판사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8년 동안의 편집주간 생활을 마감하고 휴머니스트를 창업했다. 전문 편집장의 육성에 초점을 두어 인문, 역사, 청소년, 어린이, 교양만화 등 5개 출판 부문에서 책임편집자 제도를 도입, 첫 책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를 시작으로 《대담》, 《동의보감》, 《미학 오디세이》 완간,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등 300여 종의 교양서를 발간했다.

그는 출판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1996년에 한겨레신문 부설 문화센터의 출판기획 과정의 강사,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 부설 서울출판학교의 편집장 과정 책임교수를 맡아 10여 년 동안 출판기획에 대해 강의했다. 2007년 7월, ‘디지털 시대의 출판의 역할’이라는 문제의식을 안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방문학자로 출국, 2년 동안 동아시아연구소 초청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동아시아, 미국, 유럽의 출판 환경과 시스템의 비교’와 ‘디지털 시대의 출판’을 주제로 공부했다. 2009년 8월 귀국, 다시 책의 현장에 복귀하여 출판사 창립의 1차 목표인 분야, 부문, 세대에 기초한 교양서 1,000종의 발간과 100여 명의 전문 편집인 육성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24] 편집자란 어떤 일을 하는가
첫째, 저자를 찾아 섭외하여 원고를 받는다. 둘째, 글이나 사진, 그림, 도표 등 편집의 다양한 요소를 개발한다. 셋째, 원고를 교정, 교열한다. 넷째, 서평을 제안하거나 저자와 독자의 만남 등을 주선하여 책을 알린다. 다섯째, 저자-출판사, 저자-독자 사이의 다양한 소통을 매개한다

[38] 전문성, 독창성, 네트워크로 승부하는 편집자의 길에서 사실 직위나 호칭은 중요하지 않다. 저자는 원고로 말하고, 편집자는 책으로 말한다.

[41] 저자는 기획의 풍부한 원천이다. 저자는 신간 기획의 조직가이다 저자는 책의 홍보대사다. 저자는 무엇보다 최고의 독자이다.

[42] 저자가 만나고 싶어 하는 편집자
첫째, 저자를 정확하게 이해한다.
둘째, 저자의 관련 분야와 주제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셋째, 편집자로서 지녀야 할 전문 역량과 감각이다.
넷째, 저자와 신뢰관계를 만들 수 있는 소통 능력과 파트너십의 보유이다.
다섯째, 편집자로서의 전망과 철학이다.

[45] 검증된 저자는 한 권 이상의 저서를 가졌고, 저서를 통해 해당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반응과 평가를 받아 그 역량이 검증된 저자를 말한다.

[49] 편집자가 만나고 싶은 저자
첫째, 편집 방향이 맞는 저자이다.
둘째, 주목할 만한 집필 역량이다.
셋째, 왕성한 집필 활동이다.
넷째, 저자와 출판사, 저자와 편집자의 파트너십을 이해하며 소통할 줄 아는 저자이다

[51] 편집자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는다. 우리는 글, 창조적 아이디어, 책을 사랑하기에 이 일에 매진할 뿐, 우리가 주목받길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공헌을 깊게 이해한 저자가 머리말이나 감사의 글에서 우리의 이름을 언급하고자 하면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허락할 뿐이다. 우리는 편집자라는 직업이 최선의 책을 위해 묵묵히, 무명으로 공헌하는 직업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 – Simon & Schuster 사의 Cypsy da Silva 편집자


[55] 저자와의 첫 만남, 그리고 섭외
저자와 강연을 통해 저자-독자, 저자-청중의 인연을 쌓은 편집자는 불쑥 전화를 하거나 얼굴을 내민 편집자와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다.

[59] 간혹 사람이 좋아 술자리에서 덜컥 구두로 언약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예비 저자의 경우 아무런 원고도 없이 사람이 좋아 계약한 후, 나중에 서로 상처만 남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우선 원고로 말해야 한다. 원고 없이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지 마라

[62] 편집자는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사람들로부터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특권을 가진 대신, 그들의 창조적인 작업이 세상과 더욱 깊고 넓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열어준다

[70] 원고는 어떠한 기준으로 읽는가
- 출판사의 편집 방향과 맞는가? 편집 분야나 성격 등을 포함한 출판사의 편집 방향에 기초해 원고의 주제와 분야, 저자의 전공, 활동 범위 등을 파악한다
- 원고의 출간 가치와 대상 독자가 분명한가? 원고에 대한 가치 판단이다
-저자는 신뢰할 만한가? 저자에 대한 정보를 통해 신뢰도를 점검한다.

[73] 출간 예정 원고를 검토할 때 편집자가 주목해야 할 네 가지 검토 기준
- 첫째,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가?
- 둘째, 독자는 본문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가?
- 셋째, 본문은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는가?
- 넷째, 예상 독자에 적합한 수준으로 전달하고 있는가?

[74] 편집자는 기본적으로 원고를 읽으며 초기에 두 가지에 주목한다. 우선 정확한 의사 전달이다. 그 다음 글의 특징이다. 글의 형식 또는 문체라는 저자 고유의 목소리가 살아 있는가에 대한 점검이다

[77] 본문 편집이 유의 사항
- 첫째, 본문의 편집은 독자로 하여금 독서에 흠뻑 빠지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이다. 감정으로 본문을 읽지 않는다.
- 둘째, 정확도가 우선이다.
- 셋째, 편집은 글쓰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문장을 새로 쓰지 말아야 하며, 교정의 수준을 지켜야 한다. 만일 다시 써야 할 정도라면 저가에게 이를 제안해야 한다.
- 넷째, 편집자는 최초의 독자이다.
- 다섯째, 편집자는 본문의 교정, 교열 과정에서 본문의 구성과 편집, 개발과 관련한 다양하나 의견을 떠올리고 이를 편집의 완성에 반영한다.

[110] 아이디어를 선별하는 다섯 가지 기준
- 독자에게 유익한가? 사회적으로 유익한가?
- 출판사의 편집 방향에 맞는가?
- 저자의 섭외와 집필이 가능한가?
- 인력과 예산이 가능한가?
- 채산성이 있는가?

[111] 아이디어 선별의 삼각형
각 꼭짓점에 첫째, 개발 가치 (독자, 사회, 출판사), 둘째, 개발 가능성 (저자, 인력, 예산), 셋째, 채산성 (총비용 대비 예상 손익)을 적는다.

[120] 잘 쓴 글을 멋스러워 보이지만 내면을 자극하지 못한다. 반면 훌륭한 글은 가슴을 뛰게 한다. 감각적인 기획은 사람의 시선을 일시적으로 붙잡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훌륭한 기획은 오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128] 신간 기획안은 꼭 써야 하는가?
- 첫째, 신간 기획안의 입안은 기획의 근거와 목표를 분명히 하는 과정이다.
- 둘째, 책의 이미지나 특징, 매력을 설계하고, 주요 개발 요소들을 미리 점검하는 과정이다.
- 셋째, 현재의 단계를 파악하고, 예상하는 문제 상황과 기획 요소들을 짐작하여 손실을 줄이고, 최적의 실행 계획을 찾는 과정이다.
- 넷째, 기획안은 평가 분석의 중요한 기초이다.

[131] 신간 계획안
- 가제
- 기획의 목표, 배경의 의의
- 책의 콘셉트와 특징
- 책의 이미지와 개발 요소
- 저자, 역자 소개와 현재 상태
- 분야와 독자, 시장조사와 유사 도서 분석
- 정가, 발행 부수, 손익
- 그 외

[138] 한 장의 신간 기획안 비법
- 표지를 떠올리고 제목과 부제를 쓴다: 책의 세계에서 제목과 부제는 ‘한 장’이 아니라 ‘단 한 단어의 제안’이다. 제목은 그 자체로, 때로는 부제와 함께 책의 이미지 그 모든 것을 결정한다.
- 한 줄로 책을 소개한다:
- 책의 특징을 세 가지 이내로, 각각 한 줄로 쓴다.
- 300자 이내로 책을 소개한다.
- 책의 사양과 편집 개발 요소를 정리한다
- 예상 판매와 손익을 산출하여 정리한다.
- 현재 상태를 개괄하고 최종 의견을 덧붙인다.
- 위의 모든 내용을 1쪽으로 편집한다. 

[139] 기획안은 출간 결정을 위한 것이다. 최종 결정권자인 사장이나 발행인, 즉 투자자를 매혹시키는 ‘강력한 무엇과 그 근거’를 명확히 담아라

[152] 출판 계약이란 무엇인가
첫째, 출판 계약은 저자와 출판사가 공통으로 바라는 최상의 책을 출판하고자 하는 약속이다. 저자와 편집자는 서로가 원하는 책의 주제와 내용만이 아니라 책의 외형에 대해서도 미리 논의한다. 먼저 책의 성격이나 특징, 모습에 대해 합의하고, 원고의 탈고 일정을 가시적으로 확정했을 때나 임박했을 때 계약을 맺는다.
둘째, 출판 계약이란 최고의 책을 위한 저자와 출판사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약속하는 절차이다.
셋째, 출판 계약이란 최상의 책을 펴낸 저자와 출판사가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판매로 인해 발생한 수익을 공동 분배한다는 약속이다. 출판사는 책의 배포와 관리, 홍보, 판매를 책임진다. 저자는 인터뷰와 강연, 저자와의 대화, 사인회 등을 통해 책의 홍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169] 저자와 편집자의 논의 사항
첫째, 편집자는 계약 전에 집필 일정과 분량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후 합의한다.
둘째, 원고에서 출간까지 일정에 대한 확인과 확신이 서면 계약서를 보낸다.
셋째, 계약서에 명시하지는 않지만, 편집자는 저자와 계약서와 관련한 협의 과정에서 출간 후 홍보 일정과 이에 대한 저자의 지원 사항에 대해 논의한다.
넷째, 책의 발행 이후에는 출판계약에 따라 증정본을 발송하고, 인세를 정산하여 지급하는 등의 정확한 이행이 중요하다.

[171] “분량은 상관없어요. 마음대로 편하게 쓰세요.” 분량에 대해 의견을 묻는 저자에게 이렇게 대답하는 편집자가 있다. 이는 사실 ‘전 아무런 생각이 없는 편집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173] 책 구매 중심 경로는 첫째, 본인의 필요에 의해 서점에서 책을 찾아서, 둘째, 주변의 권유나 추천으로, 셋째, 서평을 보고’이다. 출판사는 광고보다 서점이나 도서관, 신문, 관련 잡지, 학교, 직장, 기관, 단체 등에 신간의 소식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광고를 부수적으로 추가한다

[174] 삭막한 출판권 설정 계약서를 아름다운 말로 고친 저자가 있다.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를 계약할 때였다. 계약서를 미리 이메일로 보냈다. 일반적으로 계약서 끝부분에 “소송의 합의 관할’ 조항이 있다. ‘갑과 을 사이에 제기되는 소송은 (  )법원을 제1심 법원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이 조항을 지우고 대신 다음의 문구를 넣자고 제안했다.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갑과 을은 상호 대화를 통해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다. 우리는 이것이 저자-출판사가 서로 지켜야 할 최선의 태도라 생각한다.” 그 이후로 모든 계약서에 소송에 관한 조항은 사라지고 대신 ‘저자-출판사’의 아름다운 정신을 추가했다

[182] 좋은 제목이란?
- 책의 주제와 내용, 특징을 잘 담았는가?
- 분야나 독자층과 잘 어울리는가?
- 서점에서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가? 부제나 표지와 잘 어울리는가?
- 기억하기 좋은가? 입에서 입으로 옮기기 좋은가?
- 5년이 지나도 여전히 좋을까?

[183] 베스트 셀러는 “너 그 책 읽었어?”라고 물어본 친구의 입으로 탄생한다. 이른바 ‘기억의 사다리’와 ‘입소문’은 제목의 입출력 과정이다. 스테디셀러를 염두에 둔다면 5년 후에도 이 제목이 고루하지 않고 여전히 보이지 않는 매력을 발휘할 것인지를 상상해본다

[185] 매력적인 제목을 어떻게 찾는가?
- 책의 핵심어를 찾는다.
- 서점에서 주목할 만한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의 제목들을 찾아보고 적는다.
- 조합 과정이다. 첫째의 과정에서 찾은 핵심어들을 둘째의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베이스를 떠올리며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며 수많은 제목들을 떠올린다.

[188] 제목나무 그리기
- 컴퓨터를 켜고 자판에 손을 올린다.
- 빈 화면을 화폭 삼아 나무 판 그루를 연상한다.
- 나무 그늘에서 편히 쉬는 사람을 머릿속에 그린다.
- 마지막으로 그 사람 옆의 책 한 권을 떠올린다.
- 그림 속의 나는 원고, 나무 그늘에서 쉬는 사람은 독자, 그 옆의 책은 지금 검토 중인 원고로 만든 책이다.
- 원고, 독자, 책을 이 그림에서 한눈에 떠올린다.
- 그림을 배경 삼아 떠오르는 ‘단 하나의 단어’를 나무에 걸어 놓듯 타이핑한다.

[195] 제목은 본문을 표현하고, 표지는 책을 표현한다. 제목은 책의 내용(content)을 담은 본문(text)의 얼굴이며, 표지는 책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책(book) 그 자체의 얼굴이다

[208] 머리말
첫째, 머리말은 책의 역사에 대한 자전적 기록이다. 집필의 이유와 배경, 과정을 담는다.
둘째, 예상하는 반응, 특히 비평적 반응에 대한 사전 예측이나 답변을 담는다.
셋째, 시대의 변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조망을 담는다.
넷째, 다른 저자나 비평가에 대한 비판과 공격, 경고, 경종을 담는다.

[216] 머리말은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읽는 가장 중요한 글이다. 저자와 편집자는 짧고 인상적인 머리말을 통해 책의 장점과 매력을 높일 수 있다.
 
[217] 효과적인 독서를 도와주는 차례는 책의 전체를 한눈에 파악하고, 원하는 내용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역할을 한다 차례는 정성들여 차린 밥상과 같다. 차례가 산만하면 본문도 산만해 보인다

[229] 차례를 화려하게 치장하지 마라. 차례는 본문의 지도이다. 정확하고 단정하게 편집하라.

[237] 앞으로의 지식 기반 사회에 “저자, 출판사, 편집자, 독자가 책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차별적인 관계를 맺을 것인가?’의 차원으로 발전할 것이다.

[238] 출판업의 특징
첫째, 책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차별적 도서 유통 경로가 있다.
둘째, 책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사회적으로 공공연하게 소개하고 추천하며 권장하는 공공문화재의 성격을 지닌다.
셋째, 저자와 독자는 일반적인 상품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아니라 책을 매개로 지식와 정보, 아이디어를 서로 교류하고 확장하는 창조적 동반의 관계를 갖는다.
[239]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첫째, 유통 경로와의 소통이다. 서적의 유통 판매를 담당하는 도매점이나 총판, 소매점, 온라인 서점, 마트 등이 그 대상이며 홍보의 수단으로는 위탁 판매나 진열, 배치, POP, 홍보물, 도서 목록, 판촉물, 할인 행사, 저자의 특강, 사인회 등이 있다.
둘째, 언론, 방송, 정기간행물 등 미디어와의 소통이다.
셋째, 고객과의 소통이다.

[249] 편집자는 좋은 원고를 찾는다. 기자는 좋은 기사를 찾는다. 보도 자료는 좋을 기삿거리를 찾는 기자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신간 보도 자료는 정확도가 우선이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주고, 기자가 더욱 빠르게 책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책의 특징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압축한다.

[279] 편집장이란 무엇인가?
편집장이란, 세분화, 전문화, 차별화에 기초한 확고한 방향을 가지고 출판의 새로운 흐름을 이끄는 편집자를 말한다. 나는 이를 ‘출판 미디어 전략가로서의 편집장’이라 부른다. 출판 미디어 전략가란 오늘날의 출판 환경을 고려한 개념이다. 경쟁의 심화, 시장의 침체,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환기에 출판 미디어의 차별성과 생존의 길을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능력이야말로 출판사의 신간 발행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편집장의 핵심 자질이다.

[280] 편집장은 출판 미디어 전략가로서 어떻게 사고하고 실천하는가?
첫째, 100종을 한 종처럼 설계한다. 뿌리가 깊고 줄기가 튼실한 나무를 생각하라. 시장과 분야, 저자군, 독자층을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며 흐름과 방향, 정책을 독창적으로 설계한다.
둘째, 단기, 중기, 장지의 목표와 전략을 분명히 세운다. 변화와 위기가 심할수록 목표와 전략을 확고히 하라. 방향과 모교가 분명해야 변수와 대화할 수 있다.
셋째, 발행인처럼 계획하라.

[315] 지식 문화의 성숙과 발전에 따라 출판 시장은 갈수록 세분화, 전문화, 차별화, 계열화의 과정을 밟는다

[318] 차별적인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목록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효과적인 연구와 조사, 개발의 능력은 출판사가 보유해야 할 핵심 역할이다. 차별 적인 목록의 개발을 위한 특정 독자층을 위한 특별한 목록의 방향, 선별의 기준, 규모, 편집 디자인의 정책과 지침, 개발 과정, 진입에서 집중, 확장까지의 출간 시나리오와 배치 전략은 집요한 출판 연구 개발 과정의 결과이다

[329] 출판이란 지식과 서사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는 활동이며, 출판 편집이란 이를 위해 하나의 완결된 지적 창조물을 책의 형식으로 편집하여 복제하는 일이다. 21세기의 출판에서 ‘대중’이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 소수를 의미한다. 특정 소수가 환호하는 책을 사고하라

[331] 모든 독자와 편집자는 독자에서 시작한다. 독서는 그 자체가 창조적인 활동이다. 독자가 창조적인 독서 활동을 통해 저자로 나서는 길을 찾아라. 그 과정에서 저자와 편집자, 독자가 경계를 허물고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어라.

[339] 분야별, 세대별, 주제별 목록의 다양한 연대 활동을 해당분야, 해당 독자층에 대한 공동의 연결망 형성은 물론 이를 통해 출판의 브랜드 가치를 공동으로 높일 수 있다. 21세기의 출판은 이러한 과정에서 출판이 지식 문화의 사회화 과정을 적극적으로 이끌 때 생존할 수 있다. 출판사라는 기업 자체가 이 과정에서 대중화와 사회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

[341] 훌륭한 편집장이란 무엇인가? 성장하는 편집장, 진보하는 편집장이다. 신간의 질적인 성장과 양적인 성자. 저자와 스태프들의 성장, 출판사의 성장, 사장과 경영진의 성장, 독자의 성자, 이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편집장이야말로 존경할 만한 훌륭한 편집장이
출판이라 결국 쓰는 이, 펴내는 이, 읽는 이가 서로 대면하지는 않지만 책을 통해 서로 성장하고 진보하는 지식, 문화적인 활동이며 편집장이란 이런 활동을 더욱 전략적이고 조직적으로 촉진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전선동가이자, 조직가이며 전략가이다.

[369] 이런 저자를 만나고 싶다
-  주제의식과 구성력이 있는 저자, 창의력이며 글을 잘 쓰는 저자
-  완전한 원고를 쓸 줄 아는 저자, 대중적인 글쓰기 감각을 가진 저자
-  독창적인 내용과 더불어 뛰어난 글쓰기 능력, 독자들과 소통할 능력을 가진 저자
-  자기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
-  남들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
-  편집자를 파트너로 인정해주는 저자
-  글과 삶이 일치하는 저자
-  독자를 배려하고 집필에 애정과 열정을 가지며 편집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저자
-  원고 마감을 지키는 저자
-  편집자에게 지적, 편집적 영감을 주는 저자
-  같이 만들어 가는 저자
-  진지하되 겸손한 저자
-  어린이 책의 경우 글과 그림 둘 다 뛰어난 저자

 

3. 내가 저자라면

지난 5기 번개 모임때, 첫 책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인세는 왜 10%일까? 정가의 10%인가? 공급가의 10%인가?'

그러자 <편집자란 무엇인가>를 먼저 읽은 수희향 언니와 정야 언니가 술술 출판업계의 상황을 이야기해주며 마지막에 한 마디 덧붙인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를 읽어봐. 거기에 다 나와있어"

다음날 오전에 바로 이 책을 주문해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가 2007년 7월 새로운 출판을 설계하고자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2009년 8월 10일 귀국, 편집자로서 현장에 복귀하면서 내놓은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인상적인 부분은 상세하고 친절한 목차였다.  저자의 말처럼 목차가 잘 차려진 밥상이라면 이 책의 목차는 20첩 한정식과 같다.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라는 부제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편집자와 출판사의 속사정, 책이 한권 나올 때까지 편집자의 발품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언젠가 첫 책을 이미 낸 선배들로부터 목차가 탄탄히 잡히면 글 쓰기가 쉬워진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보니, 과연 그러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는 철저히 '저자'의 입장에서 책을 생각했다. 어떤 책을 써야할까 라는 고민은 종종 머릿 속을 거미줄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 더 '시장과 독자', 그리고 책을 만드는 사람인 '편집자'의 입장에서 내가 구성하고자 하는 책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나의 첫 책'이라는 주관적인 시각에서 시장에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신간서적 중 한 책' 이라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시점이 옮겨진 것이다.

책을 읽고 회사 옆 영풍문고에 들려 <신간도서>란을 둘러보았다.
‘내 책이 여기 꽂힌다면 어떤 모습일까? 어떤 분야에 진열되어 있을까?’
라는 생각과 여러 구체적인 이미지들이 머릿 속을 지나간다.

‘저자는 원고로 말하고, 편집자는 책으로 말한다.’

책을 덮고 나서 강렬한 단 한마디의 메시지가 가슴 속에 자리 잡힌다.
이 한마디만 건진 것으로도 내겐 큰 성과이다.


4. 공유하고픈 이야기

지난 해 8월 예스 24에서 김학원 대표를 인터뷰한 내용이 꽤 인상적이다. 책이란 무엇인지, 출판업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책을 만드는 사람이 책 쓰는 이야기는 어떠한지 그 내용이 고스란히 잘 살아있다. 이 책이 나온 배경과 김학원 대표의 비전 등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인터뷰 내용이라 추가로 내용을 싣는다.
책을 매개체로 세상에 우리를 드러내고자 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2년 동안의 미국 생활이 녹록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동안 미국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했는지 궁금하다.

전공과 주제가 정해진 학생이나 연구자가 아니라 좀 더 자유롭게 공부했다. 강의, 세미나, 컨퍼런스에 주로 참여했고 가능한 한 많은 저자, 연구자, 출판인들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큰 틀에서는 21세기의 출판, 미래의 출판을 상상하며 미국을 통해 세계 출판의 흐름을 관찰하고자 했다. 언어의 장벽이 컸지만, 40대 후반이라는 삶의 경험과 출판인으로서의 과정이 언어의 한계를 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역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배움의 길이었다. 내가 몸담은 콜롬비아 대학만이 아니라 하버드, 시카고, 듀크, 코넬 등 다양한 대학을 다니며 듣고 배웠다.

▶ 오래전부터 출판기획 강의를 해오면서 소문난 명강사로 알려져 있다. 출판 강의는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1994년으로 기억한다. 도서출판 새길 주간을 하며 출판, 기획, 편집, 마케팅에 대한 갈증을 심하게 느꼈지만 관련 책도, 체계적으로 안내해주는 사람도 부재했다. 1993년 초 주말을 이용해 일본으로가 그곳의 출판을 살펴보았는데, 일본 상지대 도서관에서 출판, 편집이라는 주제어로 책을 검색했더니 100종이 넘은 책들이 있었다. 그 중 2~30권을 구입해 주말마다 사전을 뒤져가며 보았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기초로 재정리하고, 거의 매일 편집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과정이 쌓여서 〈도서신문〉에 출판기획과 마케팅에 대해 연재를 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출판기획 강의 강좌를 개설하고 전임강사를 맡았다. 그후 출판인회의에서 서울출판학교(sbi)를 만들어 편집장과정의 책임교수를 맡아 강의했다. 얼추 13년 동안 강의실에서 만난 편집자들만 2천 명이 넘어 출판계의 다양한 정보 입수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여러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책을 쓰도록 가장 크게 자극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처음엔 내 자신의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출판의 역할, 그 중에서 편집자의 역할은 한국 사회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매우 중요한데 정작 책 만드는 편집자에 관한 체계적인 안내서들은 너무도 취약했다. 내가 주간으로 일할 당시에는 더 심했다. 대학의 교재나 소수 출판인들의 경험담 정도였다. 대학 교재는 출판의 살아 있는 현장을 담지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 편집자들은 편집자로서의 직업정신, 기능과 역할의 두 측면으로 모두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편집자에게 편집자 정신과 역할, 이 두 가지 통합적인 안내는 매우 중요하다. 편집자로서의 기본 소양이나 사회적 소명이 부재하면 전문적이 편집 기능과 역량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반면, 전문적인 기능과 역량이 취약하면 출판의 질, 책의 질이 떨어진다. 이 두 가지를 겸비한 안내서, 그리고 이에 기초한 다양한 교육, 세미나, 토론은 편집자의 사회적 역할과 전문성을 높이는 데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현장에서 편집자들과 일하고 강의실에서 만나며 이는 점점 편집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 여겼다. 이것이 책을 쓴 직접적인 동기이며, 아직 부실한 내용이지만 《편집자란 무엇인가―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라고 제목과 부제를 단 이유이기도 하다. 편집자들 스스로가 인정하는 편집의 기초서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 《편집자란 무엇인가―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는 출판인 김학원 삶의 중간 결산이라는 느낌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끝을 예측할 수 없어 중간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난 대략 3년마다 자기 정리를 해왔다. 마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모두 3년을 다녀서 몸에 배인 것 같다. 물론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할 때도 거의 주기적으로 일하고 감옥 가고를 반복했다. 이 역시 세 번을 그렇게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기 정리를 했다. 새길 3년, 푸른숲 6년, 그러니까 3년씩 두 번, 휴머니스트 6년을 하고 떠났다. 보통 3년, 잘 참으면 6년이 내 한계인 듯하다. 그러니 매번 그 때마다 내 일과 삶을 정비하고 조정하는 기간을 갖는데,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살아온 편집자 김학원의 20년을 정리한 셈이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가능한 한 절제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삽입했다. 이 책을 쓴 저자이지만 수많은 편집자들 중 한 사람으로만 나를 포함시켰을 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세대 편집자들이다.

▶ 처음 출판편집자로서 입문한 1980년대 후반부터 2009년 현재까지 책과 출판에 대한 김 대표의 생각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기본 개념에 대한 변화는 크게 없었던 것 같다. 다만 현장에서 좀 더 중요하게 여기며 경험한 초점이나 흐름의 변화는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은 대략 세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새길, 푸른숲, 그리고 휴머니스트이다. 새길은 80년대 내 삶의 일정 정도 연장이었다. 새길에 입사한 과정도 그러하고 펴냈던 책들도 책의 사회문화적 역할이 더욱 강했다. 다만 대중적인 확장을 시도했던 90년대 초반 상황을 반영한 책들이 변화의 일부라고 볼 수 있겠다. 푸른숲에서는 책의 대중적 확장, 독자와의 교감,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시, 소설, 비소설에서 인문, 역사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휴머니스트에서는 책의 사회적 역할과 함께 전문성을 고민했다.
시간과 종수가 쌓일수록 출판은 절반은 공공적인 일이라 여겼다. 이 의미는 공공성과 대중성 둘 다를 의미한다. 먹는 것을 다루는 일, 가르치는 일, 병자를 다루는 일만이 아니라 읽는 것을 다루는 일 역시 절반은 사회적 공공성이 배어 있는 일인 것 같다. 출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앞으로 더 찾고 싶은 길이다. 당장 내일의 신간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다보니 이 길을 많이 도외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하나 대중성이란 단지 소수에 대항하는 다수의 의미가 아니다. 책은 요즘의 디지털 미디어의 표현으로 이야기하지만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의 경우처럼 나와 다수, 다수와 다수, 엄청난 규모의 다수간 소통 모두 용이한 매체이다. 책의 장점은 아날로그 시대는 물론 디지털 시대에도 엄청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1000명의 독자에 한정하는 학술서라도 나와 다수, 다수와 다수가 소통할 수 있는 메시지, 문법, 구조, 스타일을 지녀야 한다. 글쓰기와 편집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책의 공공성, 대중성이다.

▶ 서장과 13개의 장으로 구성된 차례를 보니 출판 현장에서 요구되는 자질이나 방법, 그리고 태도 등이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책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어떤 것이었나?

편집자라는 직업에 세계에서 필요한 철학, 정신, 소명에서부터 구체적인 업무까지 한눈에 펼쳐 보인다는 게 핵심이었다. 가치와 실무를 분리하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출판의 역할, 책임에 대해서 무지 강하게 발언하는데 막상 출판의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출판인들이 있다. 반면 스킬은 아주 뛰어난데 출판의 소명, 방향에 대해서는 너무 어렵고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하는 출판인들이 있다. 이렇게 책을 만들다보면 나중에 발행인(사장)이 되어도 문제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장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편집자 노트로 담았다. 예컨대 사재기, 온라인 서점의 리뷰 조작, 과도한 선인세 경쟁 등을 왜 절대 하지 말아야 하고 이런 것을 지시하는 출판사에서는 왜 떠나야 하는지 적었다. 2만 명의 편집자들이 편집자의 사회적 책임감을 인식하며 일한다면 출판의 환경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책은 책 제목과 부제에서 그 성격이 드러나 있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안내서나 실용서로 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그런 안내서일 수 있겠지만 편집자들에게는 처음 시작하는 편집자들의 기본서이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수많은 편집자들이 완성해갈 것이다.

▶ 그래서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 같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데는 무수히 많은 ‘생각’과 ‘땀’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이 이 책의 독자인가?

당연히 타깃은 편집자들이다. 책의 머리말에 썼듯이 편집자 지망생, 5~7년차의 편집자, 편집장 이 세 명을 떠올리며 책을 썼다. 서장에서 소개 편집자의 삶과 단계별로 그들의 세계를 그렸다. 다만,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으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편집자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예컨대, 방송 드라마나 영화에서 편집자가 등장하면 시나리오 과정에서 이 책을 참조했으면 좋겠다. 편집자들도 자신의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이 책으로 말하길 기대한다. 나 역시 이 책으로 나의 부모, 형제, 아내,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소개할 생각이다.

▶ 당신의 책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지식 매개자로서의 출판 편집자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출판편집자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시대 출판 편집자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가?

출판 편집자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남다른 지식과 서사를 다룬다. 뉴스와 정보를 다루는 사람과 달리 지식과 서사? 다루는 사람은 이를 표현하는 미디어 형식이나 이를 실어 나르고 전파하는 미디어 환경이 달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밀접히 오간다. 이것이 책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지식과 서사를 다루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즉 저자와 저자, 저자와 독자를 오간다. 다시 말해, 좀 더 깊고 내밀한, 남다른 전문성, 안목, 관계망을 갖는다는 말이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도 변함이 없다.

▶ 다양한 국내외의 많은 편집자들을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편집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그려가고 있는가?

무엇이든 시장이 크고 산업이 선진화되어 있다면 그만큼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의미이고, 이를 편집자의 관점에서 보면 편집자의 일 자체가 세부 목차로 잘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분업화, 전문화되어 있어 장단점이 있다. 한국의 편집자들이 맨해튼에 있는 출판사에 출근하며 어떨까? 이런 생각은 자주 해보았는데 아마 다들 숨막혀 할 것 같다. 그들은 15분, 30분 단위로 업무가 쪼개져 있고 업무와 고민 역시 맡은 바에 한정되어 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출판에 대해 한국의 편집자들은 대부분 고민하는데, 물론 그 고민의 정도와 논의의 수준을 차치하고, 미국의 편집자들은 담당 부서의 직원들만 고민한다.
하지만 편집자들은 쉽게 통한다. 어떤 일을 하건 책을 만드는 일과 관련한 편집자의 일이라는 게 이 책에서 말한 3천 가지의 일 범주 안에 있어서 1시간만 이야기하면 대부분 편집자의 세계 안에서 함께 논의하게 된다. 분업화는 부럽지 않았지만 전문성은 솔직히 부러웠다. 전문성은 한국의 출판계, 한국의 편집자들이 가져야 할 방향 중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시카고에 열린 아시아학술대회에서 만난 한국관련 학술저널 《코리아 스터디》의 편집자는 미국인이었지만 한국에 대한 다양한 정보, 네트워크, 지식과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친구를 만나면 솔직히 초기엔 반가움과 섬뜩함이 동시에 몰려든다. 큰 출판사는 그 나름대로 전문적이었고, 인디펜던트(소규모 독립) 출판사들은 또 그 나름대로 전문적이며 독창적이었다. 시장이 크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반면 우리는 출판사 사장들만 개성적이고 목록은 너무 비슷하다.

▶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매뉴얼이 부족한 한국의 출판계와 관련 분야에서 다양하게 변주되고 이용될 것이다. 저자로서 이 책이 어떻게 사용되기를 바라는가?

미국의 출판 편집자들에게 《시카고 매뉴얼(The Chicago Manual of Style : The Essential Guide for Writers, Editors, and Publishers)》은 분야, 경력에 상관없이 책상에 비치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보는 필독서이다. 이 책이 한국판 시카고 매뉴얼로 발전하길 기대하면서 썼다. 그 태생 과정은 비슷하다. 《시카고 매뉴얼》은 1890년대 후반 시카고 대학 출판부에 다니는 편집자들과 그 지역에서 편집자 생활을 하는 편집자들이 자주 만나 토론하며 편집 매뉴얼의 필요성을 느껴 공동으로 팸플릿으로 만든 것이 씨앗이 되었다. 이 팸플릿이 편집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수많은 편집자들이 참여해 공식적으로 편집 매뉴얼을 만들어 오늘날의 《시카고 매뉴얼》로 성장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머리말〉이 짧고 〈감사의 말〉이 길다. 참여한 수많은 편집자들이 다 거론되어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내가 책임 집필했지만 다양한 편집자들의 현장 경험을 정리한 것이며, 이 책의 씨앗이 된 〈어느 출판편집자의 노트북〉은 이미 120쪽짜리 팸플릿으로 익명의 편집자에 의해 만들어져 편집자들 사이에 돌았다. 돌아다니는 팸플릿은 나 역시 1부 소장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를 교재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 원고를 2년 동안의 미국 생활에서 정리한 것이고, 이 책은 다시 편집자들의 손에 의해 5년 안에 지금의 두 배 분량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편집자들이 읽고 쓰며 성장하길 기대한다.

▶ 어려운 질문 하나 해야 할 것 같다. 당신은 출판의 미래! 어떻게 해야 책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을 잘 읽으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목록 쌓기’이다. 출판사, 편집자, 저자, 독자 모두 목록에 대해 재발견하고 이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쌓아갈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저자는 저자의 저서 목록, 독자는 독서 목록, 출판사와 편집자는 발행 도서 목록에 대해 깊게 연구하고 사고해야 한다. 그것이 전문성, 차별성, 독창성을 여는 길이다. 다만 이전과 달리 변화된 환경에서 출판의 미래를 사고한다면 방법론을 달리해야 한다. 어떤 과정을 통해 목록을 쌓을 것인가? 그 경로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하다. 예컨대 저자의 경우 한 종의 저서의 집필, 출간, 이후의 과정에서 독자, 편집자, 그 외 다양한 관련자와 조직들과 어떤 소통의 과정을 겪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판매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소통의 경로와 이 과정에서의 네트워크, 관계 쌓기이다. 이런 과정을 쌓으며 목록을 쌓는 저자, 출판사, 편집자는 아주 오랫동안 책을 통한 창조적 노동의 결실을 맛볼 것이다. 즉, 미래의 출판을 위해 변화해야 할 것은 종이책에서 전자책이 아니라 그보다 저작, 출판, 편집의 활동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더욱 직접적이고 밀접한 지식과 서사의 소통 과정으로 재편하는 일이다. 그 속에 출판의 희망이 있고 미래의 출판이 있다.

▶ 그렇다면 다시 묻겠다, 편집자란 어떤 존재인가?

지식과 서사의 매개자이자 재창조자이다. 미디어 환경은 매스 미디어에서 소셜 미디어로 변화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 시대에는 메시지의 전달자, 창조자만 분명했고 수신자는 익명의 대중이었다. 구시대의 미디어는 매스 미디어가 주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나와 사회, 사회와 사회, 나와 다수, 다수와 다수 등 다양한 미디어의 소통이 가능하며 소통 주체 역시 다수 대중이 아닌 특정한 개인이나 커뮤니티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의 책은 저자, 독자, 출판사, 편집자가 모두 책의 세계에서 다양한 주체가 되어 소통하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이런 시대에 편집자는 뉴스, 정보가 아닌 지식, 서사의 발굴, 섭외, 기획과 편집, 소통과 논의, 이 과정의 조직과 네트워킹의 주체로 나서야한다. 단순 매개자가 아니라 적극적 주체 즉 지식과 서사의 재창조 과정을 조직하는 연출, 관리의 역할로 그 활동의 폭을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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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0.02.11 16:39:42 *.11.53.223
"저자는 원고로 말하고, 편집자는 책으로 말한다"
진정 강렬한 한 줄이자, 핵심인 것 같아. 나도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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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4 00:45:15 *.46.113.108
ㅋㅋ 넵! 열심히 달려봐요 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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