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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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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3일 06시 37분 등록
 [변신이야기 (Metamorphoses)]


* 저자에 대하여

 

 푸블리우스 오비디우스 나소 (라틴어: Publius Ovidius Naso, BC 43.3.20~ AD 17년)는 로마 제국의 황금기였던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시인이다.


  오비디우스는 로마에서 동쪽으로 약 140㎞쯤 떨어진 작고 아름다운 마을인 술모(지금의 술모나)의 부유하고 유서 깊은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초등 및 중등 교육과정을 밟았고 법조계에 진출시키고자 하는 부친의 희망에 따라 12세에 로마로 유학을 갔다. 로마에서 수사학과 웅변술 등 관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으나, 일찍 죽어 법조인으로서의 포부를 이루지 못한 형과는 달리, 그 당시 가장 인기가 있었던 법조인의 직업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격식을 차린 논쟁보다는 도덕적이거나 심리적인 ‘윤리적’주제를 선호했다고 한다. 

  기사 계급의 일반적인 출세코스를 따라 아들을 공직자로 만들고 싶어했던 부친의 뜻과 다르게, 교양을 쌓기 위해 찾아갔던 아테네 체류와 그리스 여행은 그의 문학적 기질을 자극했고, 그 후 그는 잠시 법관직을 수행했지만 곧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공직을 떠난 후 오비디우스는 본격적인 시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초창기에는 첫 번째 시집인 <사랑,Amores>을 비롯하여 주로 사랑에 대한 시를 많이 썼다. <사랑의 기술,Ars Amatoria>은 연애의 농락술을 교훈시풍으로 엮은 시집으로 풍속을 문란케 하는 책이라 하여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노여움을 샀고 나중에 유배의 이유가 된다.

그 후 <사랑의 치료법,Remedia amoris> 등, 모두 아우그스투스 황제가 장려한 도덕적인 목표와 거리가 있는 시집을 냈다. 비슷한 시기에 독백집<여주인공들의 편지,Epistulae Heroidum>를 냈으며, 그 후에 오늘날은 남아있지 않지만 극찬을 받고 세네카의 동일 주제 희곡에도 영향을 준 비극<메데이아 Medea>, 1~6권까지 현재 남아 로마의 1~6월까지의 종교축제와 전설적 유래를 설명해주고 있는 <달력 Fasti>등을 집필했다.


  당시 도덕적 기치를 세우고자했던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뜻에 맞아 계관시인이 된 베르길리우스는 서사시 <아이네이스 Aeneid>를 썼고, 오비디우스는 이에 자극을 받아 새로운 서사시를 쓴 것으로 보인다.

  오비디우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된 <변신이야기,Metamorphoses>는 전 15권으로 이루어진 장시로서, 이 작품은 신화나 전설 중에서 변형(변신)의 모티프가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것으로, 카오스에서 시작된 천지창조는 혼돈이 질서로 변한 최초의 변형이었으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죽어서 신으로 격상되고 그 양자인 아우구스투스가 로마의 혼란을 평화와 안정으로 바꾼 마지막 변형까지 연대기 순으로 서사하고 있다.

  이 대서사시에서 오비디우스는 그가 읽고 흡수한 엄청난 양의 그리스와 로마의 시, 전설, 신화 등을 문학적이고 창조적인 변용을 통해 그리고 있으며, 문체역시 새로웠다고 한다.

  특히<변신이야기>는 그리스 신화를 풍부하고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중세 시인 및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중세 이후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했다. 세익스피어 및 괴테도 그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 활동이 거의 끝나갈 무렵, 오비디우스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갑작스럽게 흑해 연안의 토미스 (현재의 루마니아)로 추방된다. 공식적으로는 <사랑의 기술>등 기존의 저작이 문제가 되었으나, 아우그스투스 황제의 딸과의 추문에 연관되었다는 설도 있다. 가정과 도덕적 가치를 세우려 그렇게나 노력했던 황제의 아내와 딸이 로마 상류층의 일반적인 모습보다도 더 방탕했던 것과 연결되어 황제의 진노를 샀다는 것이다.

  본국으로 돌아오고자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비디우스는 결국 유배지에서 삶을 마감했고 본국으로의 송환을 포기한 후에는 그곳의 고독과 우울 속에서 오비디우스는 다시금 시로 돌아가, 이제 좀 더 개인적이고 내향적인 시 <슬픔>, <흑해에서 보낸 편지,Epistulae ex Ponto>, <이비스 Ibis> 등을 저술했다.



*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제 1부>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이 같은 반목에 종지부를 찍은 이는, 이런 요소들보다는 훨씬 빼어난 자연이라는 신이었다. [16]


자연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지경에서 이들을 떼어내고는 서로 다른 자리를 주어 평화와 우애를 누리게 했다. [16]


황금시대 -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정의로왔다. [20]


청동시대 - 청동시대 인간은 은의 시대 인간보다 성정이 거칠어 더러 무기를 잡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흉악하다는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22]


물과 불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말하자면 물인 습기와 불인 온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39]


아폴로의 가슴은, 타작 마당에서 검불을 태우는 불길, 혹은 밤길 가던 나그네가 새벽이 되자 내버린 횃불이 잘 마른 울타리를 태우듯이 그렇게 타올랐다. [44]


나무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포에부스 아폴로는 다프네(월계수)를 사랑했다. 나무 둥치에 손을 댄 포에부스는 갓 덮인 수피 아래서 콩닥거리는 그녀 심장의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48]


<제 2부> 신들의 전성시대

네가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는 것은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권리다. 네 힘, 네 나이로는 되는 것이 아니다. 너는 때가 되면 죽을 팔자를 타고난 인간이다. 네가 소원하는 것은 필멸의 팔자를 타고난 인간에게는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64]


네가 바라는 것이면 무엇이든 내 너에게 주겠다. 그러나, 이것만은 어쩔 수가 없구나. 이것은 명예가 아니고 파멸의 씨앗이다. 네가 소원하는 것이 은혜가 아니고 파멸이라는 것을 왜 모르느냐? [66]


...질투심에서 비롯된 아글라우로스 가슴의 불길은 건초더미에 인 불길과 비슷했다. 불꽃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 결국은 건초더미를 깡그리 태우고 마는 불길과 비슷했다. [107]


<질투>가 옮긴 괴질은 빠른 속도로 이미 병든 곳과 성한 곳을 파괴했다. 이어서 생명의 숨결이 지나다니는 길을 거슬러 치명적인 냉기가 올라왔다. [107]


사랑을 성취시키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래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109]


<제 3부> 박쿠스의 탄생 외

그러나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였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118]


인간의 육체는, 이 천궁의 신이 내뿜은 광휘를 견딜 수 없었다. 세멜레는 이 유피테르의 광휘 앞에서 새카맣게 타죽었다. [127]


에코의 가슴은 이 사랑의 열기에 금방이라도 타버릴 것 같았다. 불길에 갖다대기만 하면, 횃대 끝에다 재어놓은 유황이 타듯이... [131]


어리석어라! 달아나는 영상을 쫓아서 무엇하랴! 그대가 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돌아서보라. 그러면 그대가 사랑하던 영상 또한 사라진다. 그대가 보고 있는 것은 그대의 모습이 비춰낸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대가 거기에 있으면 그림자도 거기에 있을 것이요, 그대가 떠나면, 그대가 떠날 수 있어서 그 자리를 떠나면 그림자도 떠나는 법인 것을...... [134]


내가 지금껏 보아오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이제야 알았구나, 내 그림자여서 나와 똑같이 움직였던 것이구나. 이 일을 어쩔꼬,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불길에 타고 있었구나. 나를 태우던 불길, 내가 견디어야 했던 그 불...... 그 불을 지른 자는 바로 나였구나. [136]


<제 4부> 페르세오스와 메두사 외

당신의 손, 당신의 사랑이 당신을 죽였군요. 이만한 일을 할 손이라면 내게도 있어요. 당신의 사랑에 못지않는 내 사랑도 이만한 상처를 낼 힘쯤은 내게 베풀어줄 거예요. 내가 죽어서 당신의 뒤를 따르면,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죽이고 당신의 길동무가 되었다고 할 테지요. 죽음이 당신을 내게서 떼어놓았지만, 이 죽음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어요. ..

뜨거운 사랑과 죽음의 손길이 우리를 하나되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를 한 무덤에 묻어주소서. [160]


배암의 독니에 물린 것은 그들의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었다. ...<환각>, <망각>, <눈물>, <범죄>, <광기>, <살의> 이런 것들을 잘 섞어 만든 고약이 있었다. [183]


오늘날까지도 산호는, 대기에 닿으면 돌이 되는, 이러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목 속에서는 식물인데 수면 위로 나오면 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198]


<제 5부> 무우사의 탄생 외

그 아이의 삼촌이자 약혼자인 네가, 그 아이가 사슬에 묶여 있을 때 멀거니 서서 바라본 것밖에 한 것이 무엇이냐? 그런데도 너는 남이 그 아이 구한 것을 투기하여 그의 몫인 공적을 가로채려 하다니,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 나는 저분에게, 공훈의 보상을 약속했다. 저분은, 너를 우선해서 선택된 것이 아니고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니 그리 알아라. [203]


이제 내가 상대하겠다. 내 친구를 죽인 기쁨을 오래는 누리지 못한다. 그를 죽인 일이 너를 영광스럽게 하기보다는 치욕으로 떨게 할 것이니까 [205]


<제 6부> 신들의 복수

아라크네의 뺨은 잠깐 붉게 상기되었다가는 곧 핏기를 잃었다. 새벽의 손길에 붉게 물들었다가 해가 돋으면서 창백해지는 하늘빛 같았다. 아라크네는 제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오직 이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제 운명과 맞서려 할 뿐이었다. [242]


무지개가 지닌 여러 가지 색깔의 띠는, 맞물리는 곳에서는 하나로 보이지만 여기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전혀 다른 색깔로 보이는 법이다. [242]


물이라는 것은 만물로 하여금 요긴하게 쓰라고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요? 자연이 공기와 햇빛과 함께 넘실거리는 물을 창조한 것은 어느 한 동아리만 이롭게 하자고 한 것이 아니고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260]


<제 7부> 영웅의 시대

이 어리석은 계집아, 네 어리석은 가슴에 붙은 불을 꺼버리면 되지 않느냐? 그렇지, 끌 수만 있다면 얼마나 나다우랴. 하지만 아무리 내가 마음을 다져먹어도 까닭을 알 수 없는 짐이 나를 짓누르니 이 일을 어쩌지? [284]


흡사 얼굴에서 피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빠져나가 버린 것 같았다. 꺼져 있던 정열의 불길도 되살아났다. 잿더미에 묻혀 있던 불씨가, 문득 불어온 바람에 다시 타오르면서 원래의 그 왕성한 생명력을 되찾는 것처럼, 메데이아의 식어 있던 사랑도 이 청년 앞에서 되살아나 맹렬하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287]


오, 제 비밀을 빈 데 없이 어둠으로 가려주시는 밤의 신이시여, 달과 함께 태양 빛을 계승하시는 금빛 별의 신들이시여, 제가 하는 일들을 속속들이 굽어보시고 저를 도우시어 마법을 쓰게 하시고 주문을 외게 하시는... [293]


역시 이 세상에는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는 즐거움이란 없는 것인가? 그래서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는 걸까?  [308]


하지만 내 사랑은 프로크리스였지 여신이 아니었어요. 따라서 프로크리스는 언제나 내 입술에, 내 가슴에 있었어요. 나는 여신에게, 혼인에 대한 나의 의무, 내가 겪었던 신혼생활, 새로 꾸민 가정, 나를 잃은 아내에게 내가 했던 약속을 누누이 말하면서 돌려보내 달라고 애원했지요. [321]


원래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에는 불안이라는 게 도사리고 있는 법입니다. [322]


나는 한 사람에게만 사랑을 바칩니다. 그분이 어디에 계시든, 나는 그분께 드릴 사랑밖에는 간직하고 있지 않습니다. [323]


설사 베누스 여신이 몸소 오셨다고 해도 나는 그 사랑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오. 요컨대 우리 가슴 속에서는 사랑이 똑같은 뜨거움으로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327]


사랑이 깊어지면 귀가 얇아지는 법이오 [328]


<제 8부> 인간의 시대

인간은 누구나 저 자신의 신이 되어 저 자신의 뜻을 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운명의 여신은, 행동하는 인간을 돌보실 뿐, 기도만 하고 있는 인간은 돌보시지 않는다. 누군들 나와 같이하려 하지 않겠는가. 욕망이 내 욕망만큼 강렬하다면 누군들 사랑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깨뜨리지 않겠는가. 그래 깨뜨리려 할 것이다. [335]


인간의 근심을 치료하는 전능한 의원인 밤이 찾아왔다. 어둠은 스퀼라를 담대하게 했다. 잠이, 인간의 가슴에 깃들인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재우는 이 평화로운 시간을 틈타, 스퀼라는 살며시 아버지의 침실로 숨어들어가 그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335]


이카로스, 내 아들아. 내 단단히 일러두거니와 하늘과 땅의 한 중간을 겨냥하여 반드시 그 사이로만 날아야 한다. 너무 올라가면 태양의 열기에 깃이 타버릴 것이요,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젖어 깃이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꼭 하늘과 바다 한 중간을 날도록 하여라. [344]


빈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그는 아버지 곁을 떠나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346]


신들의 힘을 누가 장차 측량하랴. 신들께서는 능하지 않은 바가 없으시다네. 신들께서는, 당신들께서 바라시는 바는 언제든지 어디서든 이루어지게 하신다네. [366]


저희들은, 대신의 신전을 지키는 신관이 되고자 하나이다. 저희들은 한평생을 사이좋게 살아왔은즉 바라옵건대 죽을 때도 같은 날 같은 시에 죽고자 하나이다. 제가 할미의 장사 치르는 꼴을 보지 않고, 할미가 저를 묻는 일이 없었으면 하나이다. [370]


<제 9부> 헤라클레스 외

불카누스가 헤라클레스의 몸으로부터 불에 탈 수 있는 것을 모조리 털어내자 이 영웅의 형상은 이 영웅을 떠났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영웅의 모습, 오로지 아버지 유피테르로부터 받은 것으로만 이루어진 영웅의 모습은 이제 지상에서 숨쉬던 영웅의 모습이 아니었다. 뱀이 낡은 껍질을 벗고 새 비늘이 반짝이는 새 껍질로 거듭나듯이 티륀스의 영웅도 필멸의 육체를 벗고 불사의 몸으로 거듭났다. [31]


그대들은 모두 운명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신들이오. 그러니까 그대들은 이를 기꺼이 용인하여야 하오. 나 역시 이 운명의 손길은 벗어날 수가 없는 몸인 것이오. 나에게 만일 운명의 물길을 돌릴 권능이 있었다면,... [43]


참으로 불가사의한 이 사랑, 이같이 기묘한 사랑에 빠진 나는 장차 어떻게 될까? 세상에 이런 사랑이 있는 줄을 그 누가 알랴? 신들께 나를 살려두실 생각이 있었더라면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버려두지 않으셨을 것이다. [58]


사랑에의 욕망을 낳고 이 욕망을 살찌우는 것은 바로 희망이다. 그러나 네 경우, 자연은 너에게 그런 희망을 허락하지 않았다. [59]


<제 10부> 오르페우스의 노래 외

죽어야 하는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면 누구나 오게 되어 있는 이 저승 땅의 신들이시여 [64]


저희들 산 것은, 산 것들의 동아리들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팔자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빨리 오든, 늦게 오든 필경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합니다. 저희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으며 이곳은 저희들 최후의 안식처입니다. 인간은 이곳에 와서 영원히 이곳의 신이신 저승왕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제 아내도 다른 산 것들과 마찬가지로, 저 윗 세상에서의 한 살이를 마치면 신께서 다스리시는 땅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습니다. [65]


사랑하는 수사슴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니 슬퍼하는 것은 당연하나 죽어가는 것은 이미 죽어가는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이 소년을 달랬다. 그러나 소년은, 신들게, 마지막 소원이니 수사슴의 죽음을 영원히 슬퍼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네가 남을 위하여 슬퍼하고,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웃의 벗이 되고자 하니 나 또한 너를 위하여 슬퍼하리라. [71-72]


한번 대가 부러지면 다시는 바로 서 있지 못하고 대지를 향하여 고개를 꺾는 오랑캐꽃이나 양귀비나 백합처럼 휘아킨토스의 고개도 아래로 내리꺾였다. [76]


네 청춘의 꽃을 꺾이고 이제는 내게서 떠나려 하는구나. 내 눈에 보이는 네 상처가, 너를 죽인 이 상처가 나를 원망하고 있구나. 네 죽음은 내 슬픔의 씨앗이자 내 허물의 과실이다. 내 손은 너를 죽음으로 몰고 간 나의 하수자였다. 너를 죽게 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하지만 휘아킨토스여, 내가 대체 어떤 죄를 지었느냐? 시합을 벌인 것이 죄더냐? 너를 사랑한 것이 죄더냐? 생각 같아서는 너를 살리고 내가 대신 죽고 싶구나. 대신 죽을 수 없으니 함께 죽고 싶구나. 그러나 나는 신인지라 운명의 법에 매여 죽을 수가 없다. 나는 살아있고 너는 죽었으나 너는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너의 이름은 영원히 내 입가를 맴돌 것이다. 내가 수금 가락을 고를 때, 노래할 때, 내 노래와 내 가락이 너를 부를 것이다. 내 너를 새 꽃으로 만들되 내 흐느낌을 그 꽃잎에다 아로새기리라. 후대에 영웅 중에서도 가장 용감한 영웅이 너와 인연을 맺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너의 꽃잎에서 그 영웅의 이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76]


이렇게 사악한 삶을 사는 여자들을 본 퓌그말리온은 자연이 여성들에게 지워놓은 수많은 약점이 역겨워 오랫동안 여자를 집 안으로 불러들이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82]


세월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가는 법이다. 그리고 세월만큼 빠른 것도 없다. [95]


나라고 이 겨루기에다 내 행운을 걸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 신들께서는 용기있느 s자들 편에 서신다니까. [99]


워낙 대가 연약한데다 꽃잎이 얇은지라, 꽃은 산들바람만 불어도 그 대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을 연상하여 이 꽃의 이름을 <아네모네>라고 부른다. [107]


<제 11부>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 외

오르페우스의 망령은 지하의 저승 땅으로 갔다. 오르페우스의 눈에 저승 땅은 낯익었다. 오르페우스는 지복의 들판을 뒤져 에우뤼디케를 찾아 그 품에 껴안았다. 이들은 나란히 이 지복의 들판을 거닐었다. 여기에서는 오르페우스가 이따금씩 뒤따라오는 에우뤼디케를 뒤돌아보아도 이를 시비하는 자가 없었다. [112]


바쿠스 신은 미다스 왕에게 무엇이든 좋으니 소원을 하나 말하라고 했다. 그러나 미다스 왕에게, 이 바쿠스 신이 내리는 선물은 좋을 것이 없었다. 그 까닭은 이 미다스 왕이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박쿠스 신이 소원을 하나 대라고 하자 미다스 왕은 이렇게 말했다.

제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황금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박쿠스 신은, 그보다 나은 소원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114]


황금에 눈이 어두웠던 너의 그 어리석은 욕망을 씻으려거든 사르디스에서 가까운 강으로 가거라. [116]


이발사는 미다스의 귀가 그 꼴이 되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지만 감히 왕의 비밀을 발설할 수가 없어서 속을 끓였다. 결국 견디다 못한 그는 들판으로 나가 땅에다 구덩이를 파고는 거기에다, 임금님 귀가 그 꼴이더라는 말을 하고는 흙으로 다시 구덩이를 메웠다. [118]


그 아이는 장차, 아버지의 명예를 저만치 앞지르는 영웅이 될 게고, 아버지보다 더한 칭송을 받게 될 게요. [121]


이윽고 파도는 배 안으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수십 차례의 공격으로 뚫어진 성벽 앞에서, 병사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병사가, 불타오르는 명예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침내 수많은 병사들을 젖히고 성벽을 돌파하는 것처럼, 파도도 십중팔구는 뱃전의 돌파에 실패하다가 마침내 부서진 뱃전에다 치명타를 가하고 선복으로 뚫고 들어왔다. [134]


만물을 쉬게 하시는 잠의 신이시여, 신들 가운데서도 가장 평화로운 신이시여. 산 것들의 마음을 고요하게 하시고, 산 것들의 마음을 근심으로부터 구하시는 신이시여, 산 것들의 모양을 고스란히 흉내낼 수 있는 꿈을 보내소서. [138]


저는 그곳에 없었지만, 저는 그대와 바다에서 죽지 못했지만, 제 마음은 이미 바다 속에 들어가 있답니다. 이 세상에 남아 목숨을 부지하려고 애쓴다면, 이 슬픔과 싸우면서 살아간다면 저는 그대를 앗아간 바다보다 못한 여자입니다. 그렇습니다. 슬픔과 싸우면서 살지는 않으렵니다. 그대 없는 세상을 살지는 않으렵니다. 우리를 태운 재가 비록 한 항아리에 들지는 못할지언정, 비로 그대와 나란히 묻히지 못할지언정 저는 그대 뒤를 따르렵니다. 제 뼈가 그대 뼈와 섞이지 못할지언정 제 이름만이라도 그대의 이름과 나란히 새겨지게 하렵니다. [142]


<제 12부> 트로이 전쟁 외

이들은 늘 들락거리면서 이렇게도 들리고 저렇게도 들리는 갖가지 소문, 참말 같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한 갖가지 소문을 모아들인다. 이들 중에는, 귀얇은 사람들에게, 모아들인 이야기를 속닥거리는 이도 있고, 들은 이야기를 먼 곳까지 퍼뜨리는 이도 있다. 이야기에는, 이렇게 전해질 동안에 살이 붙는다. 이를 듣고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는, 들은 사람마다 조금씩 보태기 때문이다.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실수연발>, 터무니없는 <기쁨>, 소심한 <공포>, 당돌한 <선동>,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삭임>이 식객으로 붙어 산다. [152]


해신께서는 저를 이렇듯이 사랑하여 주셨으나, 저에게는 이것이 그렇게 견디기 어려운 일일 수가 없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니, 여자만 아닐 수 있다면 저에게 더 바랄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159]


수많은 트로이아 영웅들을 이겨내었던 저 유명한 영웅 아킬레오스는 이렇게 해서, 그리스 땅에서 남의 아내를 꼬드겨온 비겁한 자의 손에 죽었다. 이킬레오스는 자신이 여자만도 못한, 파리스 같은 자의 손에 죽으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터였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아킬레오스는 차라리 아마존의 도끼에 맞아 죽는 편을 택했으리라. [179]


아킬레오스의 갑옷을 지어주었던 그 신이 이번에는 불꽃으로 그의 육신을 소진시킨 것이었다. 살아 있을 때는 범 같은 장수였던 아킬레오스도 재가 되었을 때는 항아리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영광은 온 세상에 차고 넘쳤다. 아킬레오스라는 이름이 있을 곳으로 마땅한 곳은 넓디넓은 우주뿐이었다. [179]


<제 13부> 유민의 시대

돈이라는 것은 성한 사람도 유혹하는 법인데 마음이 맑지 못한 사람을 그대로 둘 까닭이 없다. [211]


<제 14부> 로물루스와 레무스 외

두려움은 인간을 허약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나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은 오히려 그 역경을 짓밟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이 역경을 밟을 수 있을 때, 우리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269]


그래도 그에게는 편을 들어주는 신이 있었고, 편들어주는 신보다도 더욱 귀한 용기가 있었다. [271]


퀴리누스의 백성들은 신전을 세우고 제단을 꾸민 다음 <인디게스>라는 이르으로 부르면서 이 신을 섬겼다. [276]

 * 퀴리누스: 유피테르, 마르스와 함께 로마의 3대신으로 꼽히는 신.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와 동일시된다.


아무리 포도 덩굴이지만 느릅나무와 혼인하지 않았더라면 땅바닥이나 기고 있지 별 수 있겠어요? [279]


하지만 내 사랑에는, 그대로 어쩔 수 없는 힘이 있어요. 그대도 언젠가는 내 사랑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될 것이오. 그대로 언젠가는 내가 그대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오.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내 사랑의 노래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내 사랑의 불은, 내 생명의 불이 꺼질 때까지 타오른다는 걸 알아야 하오.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바람이 그대 귀에 전하게는 하지 않겠소. 나는 그대가 볼 수 있도록 여기 이 자리에서 죽겠소. 여기에서 죽어서, 무정한 그대가 내 주검을 바라보며 승리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겠소. 아, 하늘의 신들이시여, 신들께서 우리 인간을 내려다보신다는 게 사실이거든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282]


일리아는 전쟁신 마르스와의 사랑으로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낳는다. 일리아는, 마르스의 반대로 이 쌍둥이를 기르지 못하고 튀베리스 강에 버리게 된다. 이 둘은 다행히도 목동에게 발견되어 성장한 뒤, 아물루스를 죽이고 왕권을 외조부인 누미토르에게 돌려준다. 그 뒤 이 쌍둥이는 로마를 건설하게 되나 둘 사이에 불화가 일어나 형 로물루스가 아우 레무스를 죽이게 된다. [283]


<제 15부> 카에사르의 승천 외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영혼은 어디에 가든 처음의 영혼 그대롭니다. 다만 다른 형상 안에 자리를 잡았을 뿐입니다. [300]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드러난 것은 단지 찰나적인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흐릅니다. 강처럼 흐릅니다. 강물에, 어디 가만히 정지해 있는 순간이 있던가요? 물결을 다른 물결에 밀립니다. 그 다른 물결은 또 다른 물결에 밀리면서 앞에 있는 물결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물결은 밀고 밀리면서 흐르는 것입니다. 앞에 있던 것은 뒤로 처지고, 오지 않았던 것이 옵니다.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자리바꿈을 하는 것입니다. 밤이 끝나고 아침이 시작되면, 빛나는 아침 햇살이 밤의 어둠을 이어받는 것을 아시지요. 만물이 깊이 잠든 한밤이 하는 색깔과, 새벽별이 나타날 때의 하늘 색깔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

네 계절이 차례로 바뀌는 것을 눈여겨보셨습니까? 이 네 계절은 우리의 인생과 비슷합니다. 초봄은, 유아기와 같아서 부드럽고 따사롭습니다. 아직은 튼튼하지도 곧지도 못하지만, 초봄의 밭에서 자라는 곡물은 농부들의 가슴을 희망으로 채워줍니다. 식물이라는 식물은 다 꽃을 피우고, 기름진 꽃은 색색의 꽃을 한아름 안고 봄을 노래하지만, 나뭇잎에는 아직 힘이 없습니다. 봄이 자라 여름으로 접어들면 계절은 젊은이를 연상시키게 됩니다. 일년 중에 이때만큼 튼튼한 계절, 풍부한 계절, 뜨거운 계절, 작열하는 계절은 없습니다. 청춘의 시적이 끝나면 가을이 계절을 이어받습니다. 가을은 풍요와 성숙의 계절입니다. 청춘기와 노년기 사이에 드는 계절,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계절입니다. 이어서 노년의 겨울이 추위에 떨면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다가옵니다. 머리가 빠지거나 백발이 된 모습을 하고 다가옵니다. [300-301]


내일의 우리는, 과거의 우리, 혹은 오늘의 우리가 아닙니다. [302]


탐욕스러운 미식가인 세월은 모든 것을 부수고 갉아 마침내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303]


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으로 저 물건을 지어냅니다.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은 변하지 않습니다. [303]


카이사르는 당신의 나라에서 신이 되신 분이시다. 마르스 신의 직분인 전쟁은 물론이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정치에도 능하신 이분께서 새로운 별, 즉 새로운 혜성이 되신 것은, 이 분께서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셨고, 평화 시에는 많은 업적을 쌓으셨으며 엄청난 명성을 얻으셨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옳다.  [327]


이제 내 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336]


역자 후기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로마의 신화는 등장하는 고유명사만 달랐지 사실은 그리스의 신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리스의 신화는 유라노스와 가이아에 의한 천지창조 시대, 이 천지창조 뒤에 오는 <티타노마키아(거신)들의 전쟁> 시대, <기간토마키아(거인)들의 전쟁)> 시대로 이어지고, 이윽고 이 시대는 올림포스 신들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로 이어저다가 트로이아 전쟁으로 일단 막을 내립니다.

그런데 베르길리우스는 <아에네이스>를 통하여 트로이아의 전쟁 유민 아이네이아스를 이탈리아의 라틴 평원으로 이주시키면서 이 아이네이아스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라고 주장하게 되빈다. 이렇게 되면, 로마인의 조상은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거쳐 아이네이아스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따라서 이 족보는 다시 아프로디테를 거쳐 신들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우라노스까지 소급됩니다. 로마의 황제들을 신격화시킨 이론적 근거는 바로 여기에 그 뿌리를 댑니다. [340]

   

이 책의 원제인 <메타모르포시스(변신, 변형, 변모)>는 사물이 비롯되는 정황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유대교와 기독교에는 창조설이 있듯이 많은 문화권의 신화나 설화는 나름의 창조설과 전신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순진한 신화해석학에 속하는 이 <메타모르포시스>라는 개변음 과학적으로는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한 개념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개념이 <시적 메타모르포시스>라는 표현으로 바뀌면 그 성격은 사뭇 유효한 개념이 됩니다. 따라서 오비디우스의 메타모르포시스는 그 시대 사람들의 시적 상상력이 투사된 <시적 메타모르포시스>쯤으로 이해되면 좋을 돗합니다. 사실 <메타모르포시스>라는 개념은, 세계의 모든 민족이 나름의 신화와 전설의 체계에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는 하나의 만병통치약 노릇을 해온 듯합니다. [339]



* 내가 저자라면


  <변신이야기>는 오비디우스의 대표작이자 그리스와 로마 신화의 가장 충실한 길잡이의 하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우리가 <그리스/로마신화>라고 하면 주로 떠올리는 토마스 벌핀치의 작품도 대부분의 내용이 이 책에서 인용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이 서양 철학과 사상은 그리스/로마 신화와 기독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 두 가지 축을 어느 정도 알지 못하고는 서양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교의 힘으로 인해 기독교와 성경의 내용은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으나, <그리스/로마신화>는 주로 아동용 만화책 등으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어린 시절에 계몽사 세계문학전집의 한 권으로 그리스/로마이야기를 처음 읽었고 그 이야기들에 대한 자세한 느낌보다는 먼 나라의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로 받아들인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그리스/로마 신화의 집대성이자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읽게 되니, 재미있게 읽었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로마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이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문학이나 영화, 그림 등에서 수없이 접하던 모티브들을 만나게 되어 아주 재미있었다. 

  서양의 판타지 문학들도 결국 많은 캐릭터와 요소들을 신화에서 따왔으며, 영웅이야기 또한 다양한 형태로 다시 변신되어 새로운 문학작품들로 등장한다는 것, 심지어는 아동용 동화책의 모티브조차 이곳에서 나왔다는 것을 통해 신화가 창조력의 원천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신화에 대한 죠셉 캠벨의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변신이야기>는 나에게 여전히 그냥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신화의 의미에 대한 책을 두 권이나 읽은 후 보게 되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그 행간의 의미와 은유를 찾고자 하는 욕심을 주었다.

  역자가 이 책은 과학적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탁월한 상징과 은유로 신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이것은 ‘시적 상상력의 투사’라고 표현한 것처럼, 이 신화로서 고대 로마와 그 인근 지역의 사람들의 생활과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연대기 순 구성으로 천지창조부터 흐름을 따라 읽어갈 수 있고 하나하나의 신화 이야기를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 쉽도록 특징을 딴 작은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좋은 점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트로이 전쟁까지 유장하게 묘사되던 이야기와 흐름이 트로이 전쟁의 유민인 아이네이아스로 급격히 축소되고 그 이야기가 로마의 건국까지 이어지는 부분이 앞부분과는 달리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다. 이 부분을 역자는 로마의 건립을 그리스 신화와 연결시키기 위해 무리한 연결을 했다고 평하고 있는데 나 또한 이에 동의한다.

  <변신이야기>의 주 내용은 사실 그리스 신화와 문화일 수밖에 없으며, 그리스를 포함한 전 세계(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고대 세계)를 힘으로 지배한 로마도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로마의 건국 시조인 로물루스와 레무스 또한 그리스 신과 사람의 후예라는 주장이 된다.


  뒷부분의 이러한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창조부터 자신이 살았던 당시까지를 서사하고자 했던 오비디우스의 도전은 결코 무모하지 않았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단언했던 것처럼, 아니 로마 제국시대가 오래 전에 끝난 후에도 그의 시와 명성은 후대까지 막강한 영향을 주었으며 동시에 사랑받고 있다.


 ‘이제 나의 일은 끝났다.

  ....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나의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일이 있다면 엄청나게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또 그들의 이름이 별칭과 섞이어 사용되고 이것이 각주로 설명되기 때문에 줄거리를 따라잡기에 쉽지는 않았다. 물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라틴어와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불리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너무 오래전 서사시로서 쓰여 졌기 때문에 현대 우리의 언어로 표현하는 한계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주요등장인물에 대한 소개 및 정리본이 번역시 첨부되어 있다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리석어라! 달아나는 영상을 쫓아서 무엇하랴! 그대가 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돌아서보라. 그러면 그대가 사랑하던 영상 또한 사라진다. 그대가 보고 있는 것은 그대의 모습이 비춰낸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대가 거기에 있으면 그림자도 거기에 있을 것이요, 그대가 떠나면, 그대가 떠날 수 있어서 그 자리를 떠나면 그림자도 떠나는 법인 것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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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2010.04.13 08:04:38 *.219.109.113
많은 수고를 했는데도 잘 해냈구나.
2권의 책이 쉽지 않은 주였다.
'내가 저자라면' 은 너와 내가 보는 구성이 아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
역쉬 우리는 통하는게야.ㅎㅎ
자 ~~이제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을 해야겠다. 선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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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11:08:00 *.106.7.10
ㅎㅎㅎ 네, 저도 고고학 산책 돌입이요!
좌샘 말씀이 떠오르네요, 좀더 차별화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료가 풍부해야 한다는.
저도 오늘 고고학 산책을 위해서 도서관 산책 예정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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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4.13 18:49:46 *.236.3.241
독서 스타일도 사람을 닮는갑네.ㅎㅎㅎ

아이네이아스에서 로마 건국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지나치기 쉬울 듯 한데 여유를 두고 차분한 독서를
해 나가는 선의 모습이 그냥 그려진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그 행간의 의미와 은유를 찾고자 하는 욕심을 주었다.
--> 조만간 선을 통해 재탄생한 은유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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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11:10:51 *.106.7.10
틀에 박힌 모습을 좀 깨고 싶은데, 아직 잘 안돼네요 ^^;;
그래도 신화는 잡힐 듯 말듯 아직 어려워요. 긴 호흡으로 잘 읽어가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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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2010.04.13 19:19:33 *.30.254.28

상현의 말대로,
리뷰도 선의 스타일이구나..

뭘까?
선형이는 고고학 산책도 이미  다 읽었을 것 같은
이 느낌은?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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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11:12:58 *.106.7.10
어허, 왜이러십니까?!
제가 잘못된 인식을 드렸군요 ㅋㅋㅋ
빨리 연구원 리듬에 적응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 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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